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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대설주의보 | 나의 리뷰 2010-09-2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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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대설주의보

윤대녕 저
문학동네 | 201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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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학부시절, [은어낚시통신]으로 문단에 새바람을 몰고 왔던 윤대녕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국문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 그리고 창작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던 우리는 [은어낚시통신]을 가지고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그 때만 해도 공지영의 [고등어], 최영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 등의 소설과 시집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제법 많이 읽혀졌던 시기였다.

[은어낚시통신]이 이전의 소설들과 다름을 뽐내고, 여러 상징적 요소들로 다양한 해석을 요구했던 그 때, 내게 윤대녕은 해석하기 참으로 어려운 작가였다. 내게 기억되는 윤대녕은 상징으로 대표되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비슷하다...정도?

 

실제로 공식석상에선 작가 윤대녕을 먼발치에서나마 지켜본 최근의 소감은, 참 예의바르고 반듯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반듯한 겉모습 속에 담겨진 그의 무구한 상상력의 끝은 어딜까...그 호기심에 그의 최근 단편집인 [대설주의보]를 읽게 되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대설주의보]의 해설에서 이런 평을 썼다.

"...이는 무엇보다도, 미지의 여인과의 한 번의 정사로 '저 쪽 세계'로 건너갈 수도 있으리라는 식의 믿음을 가졌던 삼십대 초반의 청년 작가가 이제 앞으로의 삶에서 결정적인 변화는 더이상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십대 후반의 중견작가가 되면서 가능해진 일이겠거니와, 소위 90년대에 출발한 문학이 2000년대에 걸어갈 만한 가장 품위있는 길 중의 하나가 어쩌면 이 어름에 있을 것이다. 그렇게 더 성숙해진 표정과 보폭으로 윤대녕의 소설은 2000년대 후반을 걸어왔다. ..."

 

[대설주의보]에는 일곱편의 단편이 담겨있다.

그 중 대부분이 강원도에서 썼거나 강원도와 관련이 있다고 작가가 말했듯이 작품의 곳곳에 강원도의 지명들이 등장한다. 또한 [대설주의보]의 단편들은 작가의 일상을 반영한 듯 편안하다. 물론 사십대 후반의 생이 담고 있는 삶의 고단함과 그맘때부터 겪을 수 있는 지인들의 불행한 면면들이 우울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고, 전체적인 흐름이 유쾌 발랄하진 않다. 그래서 '생각'할 수 있다.

지나온 삶에 대해서...그리고 앞으로 닥칠 삶에 대해서...

물론 답은 없다.

표제작이었던 [대설주의보]에서도 쉽게 풀 수 있었던 인연의 고리는 십년이 넘는 세월을 지내고도 폭설앞에 또한번의 시험을 거치는 것을 보면, 삶이란 결코 쉬이 가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도대체 우리는 무슨 일을 하며 나이를 먹어가고 또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일까. 사는게 모두 어리석고 잔인한 속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작품 속에서 작가가 말하듯이, 우리는 끊임없이 어리석은 일을 되풀이하며 속고 속이며 살아가고 있다.

 

결코 뒤를 돌아보는 법이 없었다는 작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만나서 헤어지는 순간부터 다시 그리워진다고...또한 중요한 것은 그때 그들도 나를 돌아보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뒤가 없이는 앞도 없다.

과거를 깨끗이 지우고 남은 생이 투명하게 맑을 수 있을까?

생의 깊이만큼 푹푹 빠지는 눈밭을 밟아봐야 티없이 푸른 날이 더 반갑지 않을까...

상징성보다 인생의 진정성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 윤대녕의 [대설주의보]는 내게 여러가지 생각을 남겼다. 이제 서서히 그것을 풀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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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의 노래 | 나의 리뷰 2010-07-1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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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현의 노래

김훈 저
생각의나무 | 2007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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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 대숲 / 쇠 / 재첩국 / 강 / 오줌 / 쥐 / 나라 / 몸 / 구덩이 / 날 / 젖과 피 /
현 / 하구 / 다로금 / 아수라 / 연장 / 기러기떼 / 월광 / 뱀 / 길 /

주인 없는 소리 / 악기 속의 나라 / 초막 / 금의 자리 / 가을빛

 

현의 노래의 목차이다.

우륵과 자연스레 연결되는 가야금의 탄생...그 현의 깊은 울림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솔직히 실망스러웠음을 조심스레 밝힌다.

'현의 노래'라는 제목이 나타내는 가야금의 이야기...물론 있다.

하지만, 정말 작가가 표현하고자 의도했던 것이 이런 이야기였을까 싶을만큼 미미하게 다루어졌다.

차라리 이 소설은 쇠의 움직임을 따르다 쇠의 움직임대로 가버린 대장장이 야로와 우직했던 신라장군 이사부, 그리고 琴을 지키기 위해 제자 니문과 함께 신라로 오게 된 우륵, 세 사람의 각기 다른 삶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덧붙여 가야의 순장 제도와 그를 거부했던 아라 이야기, 그리고 우륵과 함께 했던 바람의 여인 비화의 이야기가 양념처럼 얹혀져있다.

고로...위대한 악기인 가야금의 탄생에는 이 모든 것들이 녹아 있으나, 너무나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작품을 대하는 느낌은 독자 개개인의 몫이니...

 

어둠이 찾아오는 신록 우거진 산을 보고 있자니, 가야금의 깊은 현의 울림을 듣고 싶기는 한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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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을 만나다 | 나의 리뷰 2010-06-3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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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불멸 1

이문열 저
민음사 | 201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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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이 스러져가는 조국을 위해 이등박문을 저격하고 세상을 뜬지 100주년이 되는 해. 2010.

그의 삶 만큼이나 강하게 끌어당기는 '불멸'이라는 제목 덕분에 주저하지 않고 선택했던 책이다.

안응칠로 보냈던 어린시절부터 그가 역사적으로 한 획을 긋기까지의 삶이 빠른 속도로 책 두 권 속에 담겨 있었다.

그러나, 안중근의 삶만큼 소설에 빨려들지는 못했다.

어쩐지 고루한 분위기를 풍기는 전체적인 흐름속에서 안중근의 행적만을 뽑아서 읽었다고 해야 하나...

워낙 유명한 작가에게는 정말로 미안한 말이지만, 그의 예전작처럼 흡인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안중근에 대해서 재조명한 것만큼은 높이 사고싶다.

애국심이나 민족주의같은 것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요즘(실은 월드컵 때문에 잠시 반짝했지만...),

안중근이 새로운 세대에게 다만 1%라도 먹혔으면 하는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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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배움을 얻다 | 나의 리뷰 2010-06-1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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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김용택 글/김세현 그림
문학동네 | 201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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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동산-
어제는 성민이 할머니가 미숫가루하고 풋고추하고 자두를 보내셨다.
오늘 아침에 대길이가 '맛동산' 한 봉지를 가지고 와서 내 앞에서 봉투를 쭉 찢더니, 
할머니가 선생님은 6개 주라고 했다면서 나에게 맛동산을 준다.
어제 오늘은 행복했다.
 

김용택 선생님은 그런 사람이다.

맛동산 6개에 행복해할 줄 아는 사람.

아이들의 그 순수함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

 

김용택 선생님이 근무하던 초등학교에서 몇 년동안 메모해둔 생각들을 펴낸 이 책을 읽으며

웃다가, 생각에 잠기다가, 콧잔등이 시큰해지다가...했다.

더불어 교사인 나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다.

 

'공공의 꿈'을 읽다가는 정말로 내가 놓치고 사는 삶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조국과 민족을 위한다는 꿈, 인류를 위하는 꿈...?

아이비리그에 다니는 한국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며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말하는 것은, 하나같이 하버드에 들어오는 게 꿈이었기 때문에, 인생의 꿈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새로운 시작이 더디고 힘들다는 것이란다.

꿈이 의사, 교사, 판사...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나오는 그 많은 장래희망 중에 빈말이라도 공공을 위하는 꿈이 없다는 현실을 선생님은 안타까워하셨다.

의사가 꿈이 아니라 훌륭한 의사가 꿈이어야...

교사가 꿈이 아니라 정말 위대한 교육자가 꿈이어야 한단다.

한나라의 모든 학생들이 '직업'이 꿈인 나라는, 그나라 사람들 모두 불쌍하고 초라하게 한단다.

무언가 보이지 않는 강한 충격이 머리에 가해진 느낌이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인데, 한 번도 그것에 대해 깊이를 두지 않았다는 충격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미안함과 부끄러움으로 다가왔다.

'학력향상'이라는 이름 아래, 초등학생에게 0교시와 야간학습을 실시하면서, 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었던걸까?

아이들의 꿈을 직업으로만 키우도록 강요하진 않았을까?

공부를 잘하게 하는 것이 교사의 본분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김용택 선생님의 말처럼 세상을 가슴에 다 안고 사는 큰 산 같은 사람이 되도록 우리 교육의 큰 그림을 그릴 때이다.

명심하며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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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는 청춘들의 발랄한 무게 | 나의 리뷰 2010-06-1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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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담배 한 개비의 시간

문진영 저
창비 | 201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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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진영-1987년생이란다.

87년생이면 도대체 몇살??? 그러면서 내가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 그녀가 태어났구나...통통 튀는 신세대 작가와 이젠 별걸 다 계산하는 독자, 나와의 간극을 생각하며 웃어본다.

작가의 약력을 보니...다른 건 없다.

이 소설 [담배 한 개비의 시간]으로 2009년 제3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한 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문진영의 장편소설을 읽어나가면서, 앞으로 10년 후, 아니 5년 후 쯤 그녀의 책날개에 적힐 그녀의 약력은

참으로 화려할 것이라는 예견을 해본다. 어설프고 깊이있진 않지만, 수많은 책을 읽어냈던 독자의 예견이나 아마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담배 한 개비의 시간]은 내게 인상적이었다.

'담배, 비, 고양이, 맥주, 편의점, 피씨방...'

여러 번 언급되던 단어들을 표현하던 그녀의 신세대다운 톡톡 튀는 발랄함이 한여름 더위를 잊게 해주면 목으로 넘어가는 맥주의 첫모금같이 시원했다.

물론 소설 속의 내용들은 결코 발랄하지만은 않다.

대학을 휴학하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나'와 취업준비생인 나의 대학선배 'M', 그리고 편의점에서 7년째 일하는 중인 "J', 편의점 옆 까페에서 일하는 '물고기' 이렇게 네 사람이 소설의 주축이다.  

강남의 편의점을 배경으로 최저임금의 경계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들은 현실과 미래 사이에서 방황하고 부유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의 세태를 반영한 듯, 이들에게는 사랑도 심각하지 않다.

아니, 어쩌면 심각한 것을 두려워하는 나머지 사랑도, 일도, 가족도, 현실도, 다가올 미래도 내리는 비에 적셔버리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의 경계에서만 맴돌뿐 그 안으로 발을 들여놓으려 하지 않는다.

나와 M은 그 경계의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그는 내가 무섭다지만, 사실 나는 그가 무섭다. 그는 내게, 내일이면 모양을 바꿀 저 '오늘의 달'과, 이 밤을 지나면 그쳐 있을 이 엷은 비, 공기중으로 흩어지는 담배냄새와 나를 스쳐지나가는 골목길의 모든 고양이를 의미했다."는 나의 생각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성을 쌓아놓고 타인을 들여놓지 않으려 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반영하는 듯하다.

하지만, 소설의 말미에서 보여지듯, 그들이 쌓은 성이라는 것은 너무도 허약하다. 늘 어디론가로 떠나기를 갈망하는 '물고기'의 표현처럼 여행할 때 짐은 가벼울수록 좋으니, 가능한 관계를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 그들이었지만, 알게 모르게 얼키고설킨 인연의 끈들은 그들끼리의 성을 연결하고 있었고, 툭하고 끈이 끊어지는 순간 자신을 지탱하던 견고하기만할 것 같은 성은 신기루처럼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그래도 젊은 작가인 문진영은 그 무거움의 순간도 소설의 서두와 연결시켜 잘 희석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너무 우울해서 무겁지도 않고, 너무 명랑해서 가볍지도 않은 적절한 선을 유지하고 있다.

 

누구나 이십대를 앓았거나 앓고 있다.

창문을 열면 미묘하게 느껴지는 '비냄새'처럼, 알 수 없는 열병들로 가득찼던 이십대의 기억들이

다시금 비가 내리면, 묘한 일렁임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레종 멘솔, 말보로 라이트, 디스 플러스...' 작품 속에 등장했던 담배 한 개비의 시간들이 어쩐지 유혹으로 다가오는 오늘.

"비라는 게, 우리를 총체적으로 흔들지 않나요? 비 내리는 모습, 비냄새, 빗소리, 피부에 닿는 느낌이랄지."라는 작품 속의 말처럼

나도 총체적으로 흔들리며, 걷고 있다.

 

집에 돌아가는 저녁에는 나도 맥주 캔과 함께 자갈치나 한 봉지 사들고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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