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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30 개설

- 책으로 책을 읽어라
카프카의 잊혀진 유서 | - 책으로 책을 읽어라 2020-12-19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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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잊혀진 유서

 

프란츠 카프카의 유언에 관한 흥미로운 책 두 권을 읽었다.


먼저, 잃어버린 미술품과 관련되어 사라질뻔한 문학작품을 거론하는 가운데 카프카의 유언이 등장한다. .


프란츠 키프카는 유언장에서 자신이 발표하지 않은 글을 모두 불태우도록 했다.

그의 친구이자 유저 관리자였던 막스 브로트는 이 허무주의적인 요청을 거부함으로써 카프카에게는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고 세상에는 커다란 공헌을 했다.

브로트는 카프카에게 이 소원을 들어주지 않겠다고 말함으로써 스스로의 결정을 합리화했다. 카프카가 다른 관리자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은 자신의 글을 없애는 걸 정말로 원하지 않았음을 브로트에게 암시한 것이었다.

브로트 덕택에 심판, , 아메리카를 비롯한 걸작들이 사후에 출간되었다. 카프카의 글은 브로트가 관리한 것 말고도 많았으며, 이것들은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

1938년에 게슈타포는 카프카의 애인이었던 도라 디아망에게서 20여권의 노트를 압수했다. 니 노트들은 소실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잃어버린 글들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은 있다.

(뮤지엄 오브 로스트 아트, 노아 차니, 314)

 

카프카의 유언이 그대로 집행되지 않은 사실에 대하여는 밀란 쿤데라가 배신당한 유언들에서 여러모로 분석해 놓은 바가 있다.

 

카프카의 유언, 법률적 의미로는 딱히 유언이라 할 수도 없다. 사실은 두 통의 사적인 편지이다. 발송된 적이 없기에 진짜 편지라 할 수도 없다. 카프카의 유언 집행인 브로트는 친구가 죽은 후인 1924년에, 서랍에서 다른 서류더미들과 함께 그 편지들을 찾아냈다. 잉크로 쓰인 한 통은 브로트의 주소가 적힌 채 접혀 있었고, 다른 한 통은 연필로 좀 더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소송초판 후기에서 브로트는 이렇게 설명한다.

…… 1921, 나는 나의 친구에게, 내가 유언장을 썼으며 거기서 어떤 것을 없애버리고 어떤 것들은 재검토해 달라는 등의 부탁을 해 놓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카프카는, 나중에 그의 책상에서 찾아낸 그 잉크로 적은 쪽지를 보여주면서 말했다.

나의 유언은 아주 간단하네. 자네에게 부탁하네만 모두 불살라버리게.’

나는 그때 내가 한 대답을 아직도 정확히 기억한다.

‘(…… ) 자네에게 미리 말해두지만 난 그렇게 안할 거야.’ ”

(배신당한 유언들, 밀란 쿤데라, 380)

 

쿤데라는 카프카의 유언을 무시한 브로트의 행동을 이렇게 평가한다.


이로써 브로트는 죽은 친구들의 의사에 대한 불복종의 모범적 예를 창조했다. (위의 책,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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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들에게 역사 읽기를 권함. | - 책으로 책을 읽어라 2019-12-1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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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들에게 역사 읽기를 권함.

       - 카이사르와 베르생제토릭스.

  

주경철 교수가 쓴 도시여행자를 위한 파리x역사』를 읽고 있다.

 

이즈음 로마가 압박해왔다. 이탈리아 반도 전체를 지배하고 다음으로 카르타고를 누른 로마는 이제 갈리아로 방향을 틀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이 임무를 맡고 원정군을 끌고 왔다. 갈리아에서는 적극적으로 저항하자는 세력과 로마와 손잡자는 세력으로 나뉘었다. 갈리아 전체가 정치적으로 변화하며 분열되고 있었다.

결국 로마에 대항하는 갈리아 전쟁이 시작되었다. 아르베르니족의 젊은 귀족 베르생제토릭스가 봉기의 지도자가 되어 로마군을 공격해 후퇴시켰다.

(도시여행자를 위한 파리x역사, 주경철, 휴머니스트, 25, 27)

 

여기까지 읽었을 때, 내 눈길을 사로잡는 이름 하나가 보인다.

아르베르니족의 젊은 귀족 베르생제토릭스.’

 

베르생제토릭스’, 그 이름을 어디선가 봤는데, 어디서 봤더라?

잠시 생각을 돌려보니, 떠오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타나토노스에서...

 

그 책을 펴고 찾아보니, 정말 내 기억이 맞았다. 그 이름 등장한다, 다음과 같이.

 

소설 속의 인물, 프랑스 대통령 뤼셍데르 이야기다.

그의 행적을 소개하면서 베르생제토릭스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쉰 여섯 살이 되자, 정부들은 더욱 어려졌고, 쉰일곱에 최초의 진실한 친구인 베르생제토릭스를 만났다. 베르생제토릭스는 출세욕을 의심할 필요가 없는, 검은 래브라도 사냥개였다.

(타나토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81)

 

그리고 역자는 그 밑에 다음과 같은 설명을 붙여놓고 있었다.

<베르생제토릭스 : 로마 황제 카이사르가 갈리아 지방을 원정했을 때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갈리아의 족장 이름.>

 

세상에, 프랑스의 작가가 자기 나라 역사에서 외세와 맞서 싸운 영웅의 이름을 개에 붙이다니! 그럴 수가?

그래도 어떤 이유가 있겠지, 베르베르가 무작정 아무런 이유 없이 그러지는 않았겠지.

그 이유를 알기 전에 도시여행자를 위한 파리x역사를 더 읽어보자.

 

결국 로마에 대항하는 갈리아 전쟁이 시작되었다. 아르베르니족의 젊은 귀족 베르생제토릭스가 봉기의 지도자가 되어 로마군을 공격해 후퇴시켰다. 베르생제토릭스의 승리는 로마군이 무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 사건은 갈리아 전체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베르생제토릭스는 로마 편을 들고 있던 부족들을 찾아가 함께 싸우자고 설득했다. 그러나 일부 부족은 여전히 투쟁을 거부하거나 중립을 선언했고, 일부 부족은 로마에 대항하는 투쟁에 공감했다.

(………)

전세가 불리해지자 베르생제토릭스는 봉기군을 이끌고 알레지아 오피둠(요새화된 성읍)으로 후퇴했다. 이것은 치명적 실수였다. 모든 군대가 오피둠 안에 고립되어 포위 공격을 받게 되었다. 식량이 충분치 않아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고작 한 달. 몰살될 위기에 처한 베르생제토릭스는 결국 투항했다. 그는 로마로 끌려가 투옥되었다가, 6년 뒤 카이사르가 로마의 지배자로서 자신의 위엄을 과시하는 의식을 거행할 때 끌려나와 처형당했다.

(도시여행자를 위한 파리x역사, 주경철, 휴머니스트, 25, 27)

 

        파리에 세워진 베르생제토릭스의 동상.

 

그런 인물 베르생제토릭스의 이름을 개에 붙인 프랑스 대통령 뤼셍데르의 심리는 과연 무얼까?

 

소설의 주인공 미카엘이 대통령의 서재에서 대통령의 옆에 있는 개를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베르생제토릭스가 침 한줄기를 흘리면서 하품을 했다. 나는 그때 비로소 대통령이 왜 자기 개 이름을 베르생제토릭스라고 지었는지를 깨달았다. 스스로를 카이사르라고 생각하고 있는 대통령이 자기 개에게 베르생제토릭스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게 없었다. 카이사르는 갈리아의 족장 베르생제토릭스를 제압했지만, 뤼생데르는 래브라도 사냥개 베르생제토릭스를 지배함으로써 자그마한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타나토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250)

 

개 이름도 역사를 알아야 제대로 짓는다. 역사를 공부하는 또 다른 이유, 개 이름 잘 짓게.

요즈음 반려견 키우는 많은 반려인들에게, 그래서 역사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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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알게 되나, 알게 되면 사랑하나? | - 책으로 책을 읽어라 2019-09-2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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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알게 되나, 알게 되면 사랑하나?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1권에, 그 책이 출간된 이후 인구에 회자되게 된 말이 하나 소개되고 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홍준의 책에서 그 말이 나오게 된 경위를 살펴보자.

 

미술사를 전공으로 삼은 이후 내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어떻게 하면 미술에 대한 안목을 갖출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 막연한 물음에 대하여 내가 대답해 줄 수 있는 최선의 묘책은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는 것이었다. 예술을 비롯한 문화미란 아무런 노력 없이 획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것을 아는 비결은 따로 없을까? 이에 대하여 나는 조선 시대 한 문인의 글 속에서 훌륭한 모범답안을 구해둔 것이 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홍준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1, <책을 펴내면서>)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참 멋진 말이다. 아름다운 말이기도 하다.

또한 그 말이 지니고 있는 의미 또한 심오하여, 비단 보는 데만 그 글이 쓰인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든지, 문화행동에는 이 말이 지침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글을 읽고난 후, 궁금한 게 생겼다.

유교수는 단지 조선 시대 한 문인의 글 속에서라고 했는데 정확한 출처가 무척 궁금해진 것이다. 조선시대 누가, 어떤 글에서, 무어라 말한 것일까?

 

그렇게 궁금해 하던 차에 드디어 단서가 되는 글을 읽게 되었다.

고려대학교 고영건 교수가 쓴 사람의 향기』를 읽는 중에 다음과 같은 글을 만난 것이다.

 

조선 정조 때 문인 유한준이 김광국의 화첩 <석농화원(石農畵苑)>에 부친 발문에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글이 나온다.

알게 되면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진정으로 보게 되며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니, 이것은 단순히 모으기만 하는 것과는 다르다.”

(石農畵苑跋, 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

이 글이 보여주는 것처럼,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반드시 배워야만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되는 세계에 눈을 뜨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의 향기, 고영건, 박영Story, 255,286)

 

알게 되면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진정으로 보게 되며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니, 이것은 단순히 모으기만 하는 것과는 다르다.”

 

유홍준 교수가 전해 준 말과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상당부분이 같은 말이니 근거가 될만한 글인 것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홍준)

 

알게 되면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진정으로 보게 되며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니, 이것은 단순히 모으기만 하는 것과는 다르다.” (유한준)

 

일단 그 정도로 알게 된 것도 감지덕지 하면서 지냈는데, 지식생태학자라 불리는 한양대 유영만 교수의 책에서 더 자세한 소식, 그 자초지종을 듣게 되었다. 기쁜 마음으로 여기 소개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1서문에 나오는 글이다. 이 구절의 원문은 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 (지즉위진애 애즉위진간 간즉축지이비도축야)”. 정조 때의 문장가인 유한준(兪漢雋, 1732~1811)이 당대의 서화 수장가였던 김광국(金光國, 1727~1797)의 화첩 <석농화원(石農畵苑)>에 부친 발문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원문은 "알면 곧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니 그것은 한갓 모으는 것이 아니다." 로 해석된다. , 원문에서는 알면 사랑하게 되고였지만 이를 유홍준이 사랑하면 알게 되고로 바꾼 것이다

 

(공부는 망치다』, 유영만, 나무생각, 11)

 

그렇게 해서, 유홍준이 전해준 말의 정확한 원문을 알게 되었다.

원문은 사랑하면 알게 되고가 아니라, ‘알게 되면 사랑하게 되고라는 것.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면서 사랑의 과정을 더듬어 가보니, 그 순서가 약간 다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라는 순서가 약간 어긋난 것 같지 않은가?

사랑을 하기 이전에 어떤 단계가 앞서는 것 아닌가?

알게 되면’, 그게 앞서야 되는 것이다. 알기도 전에 무턱대고(?) 사랑하게 될까?

 

알게 되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더 알게 되는 것이 사랑의 이치 아닌가?

 

! !, 사랑을 하게 되는 수백 수천 가지의 경우가 있다는 것, 깜빡했다.

그중에 첫눈에 뿅하고 가는 경우가 있다는 것, 첫눈에 반해서 알기도 전에 사랑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으니, 유홍준의 말은 바로 그런 것이겠다.

 

해서,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그 말 백번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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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멀리하게 하는 독서, 가깝게 하는 독서 | - 책으로 책을 읽어라 2019-07-19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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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멀리하게 하는 독서, 가깝게 하는 독서

-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먼저 독서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자.

우려섞인 발언에 주의를 기울여가며 들어보면, 책을 어떻게 대하여야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중학교 아이들과 독서 토론 수업을 한 적이 있는데, 카프카의 변신을 읽었다는 아이들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그것도 초등학교 때 읽었다고 해서 더 놀랐습니다.

(……)

청소년 권장 독서 목록에 빠지지 않고 들어 있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또 어떤가요?

주인공 싱클레어의 성장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복잡한 심리와 인간관계, 1차 세계대전이라는 유럽의 역사적 정황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결코 만만치 않은 작품입니다. 실제로 이 책은 어른들과 독서토론을 해도 어렵다고 하는 분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권장도서나 필독서에 소개된 고전을 읽어야 하는 아이들은 고전을 지루하고 어려운 책, 재미없는 책으로 간주하고 점점 더 책에서 멀어지곤 합니다.

(서평 글쓰기 특강, 김민영·황선애, 북바이북, 52-53)

 

고전이라고 해서 아무 때나 읽어서는 안 된다는 것, 분명하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는데도 다만 읽었다고 말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은 책을 멀리하게 만들뿐이다. 초등학생도 읽을 정도로 잘 알려진 데미안도 그 중의 하나.

 

과연 그 책이 성장소설로만 읽히는 것일까?

그래서 이런 아포리즘으로 기억되는 책인가?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지금 발을 딛고 있는 세계를 깨뜨려야 비로소 한 단계 성장하는 것이라는 암시, 그 정도?

그렇게 정형화된 책읽기, 거푸집에 흙을 집어넣어 흙벽돌을 찍어내는 것 같은 독서.

이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헤르만 헤세의 말을 빌려서 말하자면, 그런 독서 깨뜨려야 한다. 깨뜨려서 그 세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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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 『소송』이냐 『심판』이냐? | - 책으로 책을 읽어라 2019-01-0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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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 소송이냐 심판이냐?

 

카프카의 작품을 예스 24에서는 작가 소개 말미에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변신외에 대표작으로 심판』 『』 『실종자』 『유형지에서』 『시골의사』 『시골에서의 결혼 준비등 다수가 있다.>

    

 

여기 등장하는 책제목 심판(The Trial, Le Proces) 은 우리말 번역본 제목이 다른 게 있다. 바로 소송

 

그래서 어떤 때는 심판으로 어떤 때는 소송으로 책 제목이 나타난다.

해서 소송이라는 책 제목을 보고, 내가 심판은읽었는데 소송은 읽지 않았나 보다,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마침내 그 혼돈의 방황을 끝내는 시간이 왔다.

 

정혜윤의 책을 읽던, 다음과 같은 구절을 만났다.

 

저자 정혜윤이 이진경을 인터뷰 하는 글에서, 이진경은 이런 말을 한다.

<심판(소송), , 이런 소설이 주는 느낌은 이유를 찾지 못해 계속 빙빙 헛도는 세계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

(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정혜윤, 푸른숲, 162)

 

그러니 그 책은 심판소송을 같은 책으로 간주하고 괄호 안에 넣어서 표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찾고 다니던 정보가 여기 있구나, 하면서 위의 글을 계속해서 읽어 내려갔더니, 드디어 이런 말이 등장한다.

 

심판(원래 제목은 소송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심판으로 잘 못 번역되었다 한다)

(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정혜윤, 푸른숲, 164)

 

그러면 그렇지, 뜻이 다르지만 비슷한 내용의 제목을 같은 저자가 자기 책 제목으로 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했다면 뭔가 이상한 것이다. 시리즈 연작이라면 몰라도.

 

참고로 <예스 24>에 보면 이제 소송이란 제목이 대세다. 그래도 다음과 같은 책도 있다는 것, 책을 혼동하면 안되니, 여기 올려놓는다.

 

심판 ('프란츠 카프카' 장편소설) : The Trial (영문판)

프란츠 카프카 저 | BOOKK(부크크) | 201808월      

 

심판 (일본어+영어로 함께 읽는 문학 しんぱん - 審判) [ EPUB ]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 | 유페이퍼 | 2017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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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의 단편집 『지루한 이야기』 에서 헤로도토스를 읽다 | - 책으로 책을 읽어라 2018-04-0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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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의 단편집 지루한 이야기』 에서 헤로도토스를 읽다

 

체호프의 단편집 지루한 이야기에 실려있는 소설 <검은 옷의 수도사>를 읽다가 헤로도토스를 발견했다.

 

옛날에 어느 행복한 사람이 결국에는 자신의 행복에 겁이 났지. 행복이 너무 컸던 거야! 그자는 신들을 달래기 위해 자기가 좋아하는 반지를 제물로 바쳤어. 그 얘기 알지? 나도 그 폴리크라테스처럼 내 행복에 대해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어. (지루한 이야기, 149)

 

그 얘기 알지? 하면서 거론하는 인물 폴리크라테스는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소개되는 사람이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그와 관련된 전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의 역자 석영중은 폴리크라테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각주를 달아 놓고 있다.

 

사모스 섬의 군주(BC 538-522).

헤로도토스의 역사9권에 그에 관한 전설이 수록되어 있다. 이 독재자가 지나치게 성공적이자 그의 우방이었던 이집트의 파라오 아마시스 2세는 그에게 운명의 역전이 두려우니 가장 아끼는 보물을 바다에 던져버리는 게 좋겠다고 충고했다. 그래서 그는 아끼는 보석 반지를 바다에 던져버렸는데 커다란 물고기가 그걸 집어삼켰다. 어느날 폴리크라테스 궁전의 요리사는 군주에게 바치려고 커다란 물고기를 잡았는데 물고기 뱃속에서 반지가 나왔다. 폴리크라테스는 자신의 변치 않는 행운을 자랑했다.

 

그런데 역자의 각주에 약간의 착오가 보인다.

 

첫째는 폴리크라테스의 반지 이야기는 헤로도토스의 역사9권에 나오는 게 아니고 제 2권에 나온다. 240-43. (헤로도토스 역사, 천병희 역, 298-300)

 

둘째로 역자가 간단하게 기록한 내용에도 잘못된 부분이 나온다.

아마시스 2세는 폴리크라테스에게 귀한 보물을 바다에 던지라고도 하지 않았다. 단지 그것을 잃게 되면 마음이 가장 아플, 그대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시고, 그것을 다시는 인간 세상으로 돌아올 수 없는 곳에다 던져버리십시오라고 했을 뿐이다. 그말을 듣고 폴리크라테스가 반지를 생각해 내고 그것을 바다에 던졌던 것이다.

또한 궁정의 요리사가 군주에게 바치려고 커다란 물고기를 잡은 게 아니다. 한 어부가 크고 잘 생긴 물고기를 잡게 되자 임금에게 선물한 것이다.

 

(물론 역자가 말한 요리사가 물고기를 잡았다는 말이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았다는 말이 아닐 수도 있다. 요리하기 위하여 물고기를 잡았을 수 ? 즉 이미 잡아온 물고기를 칼로 쳐서 죽이는 - 도 있다. ‘잡다는 말은 그렇게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역사』의 기록을 보면, 요리사보다는 그 물고기를 잡아서 바친 어부에게 주안점이 있다.  

 

어쨌든 폴리크라테스의 반지 이야기의 결론은 소개하는 게 좋겠다.

 

아마시스는 폴리크라테스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전해 듣고,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정해진 운명에서 구할 수 없으며, 던져 버린 것도 다시 찾을 만큼 매사에 운좋은 폴리크라테스는 좋지 못한 최후를 맞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사모스로 사절을 보내 그와의 우호 동맹을 파기했다. 그가 그렇게 한 것은, 폴리크라테스가 끔찍한 재앙을 당할 때 친구인 그로 말미암아 마음의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헤로도토스 역사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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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망각은 기억을 논하는 자리에 빠짐없이 등장하는가? | - 책으로 책을 읽어라 2017-07-12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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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망각은 기억을 논하는 자리에 빠짐없이 등장하는가? 

 

 

지금껏 기억을 주제로 한 책을 제법 읽어왔다.

우선 그 목록을 작성해 보니, 다음과 같은 책들이 있다.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엘리자베스 로프터스, 도솔

기억의 비밀에릭 캔델, 해나무

 

기억과 망각 : 문학과 문화학의 교차점 최문규외, 책세상

 

생각의 오류토머스 키다, 열음사

기억 ? KBS 사이언스 대기획 인간탐구김윤환, 예담

 

그런 책에서 기억을 논하면서 빠지지 않는 것이 망각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망각의 기술(이반 이스쿠이에르두, 심심) 이란 책도 읽었다.

 

그렇게 기억과 망각을 같은 책에서 읽어가면서도, 그 두 가지 개념을 연결시키는 고리를 알아채지 못하였다.

 

지식은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하는가(피터 버크, 생각의 날개)를 읽다가 다음과 같은 구절을 만났다.

 

기억에 관한 연구가 반대 주제인 망각을 포함하여 상호보완적인 형태로 확대되었듯이”(위의 책, 32)

 

그 구절을 읽는 순간, 기억과 망각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망각은 기억이 등장하는 자리에 빠져서는 안 되는 개념인 것이다.

 

그러니 이제야, 다음과 같은 구절이 눈에 제대로 들어오게 된다.   

 

기억되지 않는 부분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 속에서 어떤 다른 형태로 잔존하는 것이다. 그러한 독특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체험은 망각되어버리거나 부정확하게 기억된다. 그러므로 망각은 기억과 상반된 현상이 아니라 오히려 기억의 한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기억과 망각 : 문학과 문화학의 교차점』, 205

 

그런 망각의 중요성을 망각의 기술에서 다시 한번 확인해 보자.

 

"살기 위해 기억하듯, 살기 위해 망각한다."(5)

우리가 기억하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28, 171),

- 노르베르토 보비오.

우리가 잊고 싶어 하는 것이 바로 우리다.”

 

그렇게 망각은 우리와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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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읽고 싶다면 | - 책으로 책을 읽어라 2017-07-10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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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읽는 법

 

희곡은 직접 연극으로 공연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읽기 방법입니다, 그것이 어렵다면 직접 연기하듯이 감정을 실어 읽어야 합니다. 특히 등장인물을 잘 기억해야 헷갈리지 않습니다.

만일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읽고 싶다면, 먼저 소설 또는 이야기로 풀어쓴 것을 읽어보세요.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습니다. 다만 원래 성인을 대상으로 쓴 작품인 만큼 속된 말이나 야한 농담, 거친 장면도 종종 등장합니다. 시대의 한계가 있는 만큼 인종 차별적인 요소도 들어 있답니다. 그래서 어쩌면 어린 학생들이 읽기에는 적당하지 않을 수도 있답니다. 그러나 <베니스의 상인>,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 밤의 꿈> 등은 중학생이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만하지요.

<독서의 기술> M.J. 애들러 원저, 허용우 글, 너머학교, 159

 

사족 :  

그래서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소설로 읽는 것은 두가지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그저 단순한 스토리로 압축해서 전달하는 것이 과연 작품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가
둘쨰는 그렇게 해서라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알려야 한다는 ,,
그래서 어려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소설로 읽은 사람은 굳이 희곡을 읽지 않아도 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경우가 있구요,,
그렇다고 희곡으로만 읽히면 ,,,어렵다는 문제가 있구요,,,,

 


하여튼 위의 책 저자가 중학교 학생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말이 조금 낯설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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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와 망구엘의 만남 | - 책으로 책을 읽어라 2017-07-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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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와 망구엘의 만남

 

보르헤스는 50세 즈음에 시력을 잃었다. 그 때부터 36년 뒤 삶을 마감할 때까지, 그는 다른 사람에게 소리 내어 책을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 망각의 기술이반 이스쿠이에르두, 심심, 142)

 

그럼 누가 그를 위해 책을 읽어주었을까?

36년간 동안이니 그를 위해 책을 읽어준 사람이 어디 한 두 사람일까?

그래도 그 중에 한 명, 그를 위해 책을 읽어준 사람을 발견했다.

독서의 역사를 쓴 알베르토 망구엘이다.

그가 직접 쓴 기록을 읽어보자.

 

어느 날 오후,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여든 여덟 살 된 노모의 손에 이끌려 그 서점을 찾아왔다. 당시 그는 이미 유명한 인물이었는데도 나는 그의 시 몇 편과 소설을 읽었을 뿐 아직 그의 문학에 압도감을 느끼지는 않던 때였다. 그는 거의 맹인이나 다름없었지만 지팡이를 들고 다니기를 거부했으며 서점에 들르면 마치 손가락으로도 제목을 볼 수 있다는 듯이 손으로 서가를 훑곤 했다. 보르헤스는 당시 자신이 막 열정을 쏟고 있던 영어를 연마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을 찾고 있었는데, 그를 위해 우리는 월터 윌리엄 스키트의 사전과 주해가 붙은 몰던의 전투 Battle of Maldon를 주문해 주었다. 그런 보르헤스를 지켜보던 그의 어머니는 안타까움이 갈수록 심해갔다. “호르헤야, 나는 왜 네가 라틴어나 그리스어같이 도움이 되는 것들은 제껴 두고 하필 영어에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려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구나!”라고 그의 어머니는 역정까지 냈다. 마침내 그는 몸을 돌려 나에게 책 몇 권을 주문했다. 나는 그중 몇권을 찾아줬고 나머지 책은 서지 사항 등을 적어 두었는데, 그는 서점을 떠날 즈음 나에게 저녁 시간에 바쁜지 물어 왔다. 그는 (매우 정중한 말투로) 이제 자기 어머니도 쉬이 피곤함을 느끼기 때문에 자기에게 글을 읽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나에게 그 자리를 제안한 것이다. 나는 그렇게 하마고 대답했다.

그 후 2년 동안 나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다른 우연한 만남이 그리하듯, 저녁시간이나 또 학교가 허락할 때는 아침 시간에도 보르헤스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독서의 역사알베르토 망구엘, 세종서적, 31-32)

 

그 때가 1964년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있는 서점 피그말리온에서 알베르토 망구엘이 방과후에 근무하고 있던 때였다. 그 때 그의 나이 열 여섯 되는 해였다. 그러니 두 사람은 1964년 서점 피그말리온에서, 50세와 16세에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 것이다. 서점 이름도 피그말리온이니 두 사람은 만나도 제대로 만난 것이다.

 

그 둘의 만남은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보르헤스에게는 책을 읽는 - 아니, 듣는 - 기쁨을 주었을 것이고, 망구엘에게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망구엘이 썼는데, 그 책의 저자 소개에서 그 만남의 의미에 대하여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알베르토 망구엘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작가이자, 비평가, 번역가, 편집자이다. 1948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난 망구엘은, 십대 후반에 서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만나면서 그에게서 얻은 문학적 영감을 바탕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망구엘은 보르헤스를 만나면서 그에게서 얻은 문학적 영감을 바탕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니, 그와의 만남은 인생을 변화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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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독자, 야구 포수처럼 적극 움직여야 한다 | - 책으로 책을 읽어라 2017-06-2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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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brainmedia.co.kr/brainWorldMedia/ContentView.aspx?contIdx=9938

 

책읽는 독자, 야구 포수처럼 적극 움직여야 한다

무조건 많이 읽기에서 뇌활용 독서법으로 ②

 

 

"『독서의 기술(How to Read a Book)』은 읽을 가치가 있는 양서(良書)를 지적(知的)이고도 적극적으로 읽기 위한 규칙을 서술한 것입니다. 모든 책이 다 이 책에서 권장하는 바와 같은 독서법을 적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엄밀히 말씀드리면 이것은 명저(名著)라고 일컬어지는 책에만 알맞는 독서법입니다. 그러한 명저는 한 번뿐 아니라 두 번 혹은 그 이상 정독(精讀)할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7쪽)

 

책을 읽는 방법에 관한 책을 찾을 때 손에 들어온 『독서의 기술』 (모티에 J. 애들러 외 저, 민병덕 역, 범우사, 1999. 2판)의 머릿말이 눈에 잡혔다.  해마다 미국인들이 읽고 대학과 고등학교 교재로 쓰고 유럽 여러 나라에 번역되어 널리 사랑받는 독서법에 관한 책.

 

『독서의 기술』은 원제목 그대로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독서법에 관한 안내서이다.  독서의 기술이 왜 필요한가?  저자와 독서가의 관계는 야구 투수와 포수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저자는 비유한다. 투수는 저자고 포수는 독자다. 투수가 던지는 공은 척척 받아내려면 포수가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 속구, 변화구, 마구 등 온갖 공을 받아내려면 솜씨 좋게 잡는 기술이 필요하다. "'읽는' 경우도 온갖 종류의 정보를 될 수 있는 대로 솜씨 좋게 잡을 수 있는 기술이 없으면 안 된다."(14쪽)  그 기술의 차이ㅡ같은 책을 읽고 어떤 이는 큰 수입을 올리고 어떤 이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어느 쪽이 되고 싶은가.

 

『독서의 기술』은 제1부 독서의 의의, 제2부 분석 독서-독서의 제3수준, 제3부 문학을 읽는 법, 제4부 독서의 최종 목표로 구성하였다. 이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서는 독서의 수준을 나누어 그에 맞는 독서법을 제시한다. 정독, 다독, 목차활용, 단권화 정도만 알고 있던 당시 독서의 수준을 네 단계로 나누고 그 단계에 맞는 독서법을 제시한 『독서의 기술』에 조금은 충격을 받았다. 독서법에 새로운 세계가 눈 앞에 펼쳐지는 것같았다.

 

그 수준에 대해 조금 더 언급해보겠다. 독서의 제1수준은 초급독서인데 읽기, 쓰기를 전혀 못하는 어린이가 초보의 읽기, 쓰기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것이다. 이 수준의 문제는 '이 문장은 무엇을 말하는가'하는 것이다. 이 정도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데 이 수준의 문제에 부딪힌 독자가 많다고 한다. 초기의 독서 지도가 미비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독서법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곳이라면 더욱 심각하리라.

 

제2 수준은 '점검 독서'인데 일정한 시간 안에 할당된 분량을 읽어내는 것이다. 주어진 시간에 될 수 있는 대로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제2수준의 문제는 '이 책은 무엇에 대하여 쓴 것인가'이다. 더 풀어 설명한다면 '이 책은 어떻게 구성되어 잇는가', '어떠한 부분으로 나뉠 수 있는가'하는 문제를 검토하는 거다.

 

독서의 제3수준은 '분석 독서'이다. 분석독서란 철저하게 읽는 것을 말한다. 독자로서 가능한 한도의 극히 고도의 독서법이다. 분석 독서는 시간 제약이 없는 경우 가장 뛰어난 완벽한 독서법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가 맞붙은 책을 완전히 자기의 피가 되고 살이 될 때까지 철저하게 읽어내는 것이다. 분석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챍을 잘 씹어서 소화하는 것을 말한다.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독서법이 바로 이것이었다! 책을 읽어서 피가 되고 살이 되게 하는 독서법.

 

마지막 가장 고도의 독서 수준-제4수준은 '신토피칼 독서'다. 신토피칼 독서는 비교 독서법이다. 신토피칼로 읽는다는 것은 한 권뿐만 아니라 하나의 주제에 대하여 몇 권의 책을 서로 관련지어서 읽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가장 복잡하고 조직적인 독서법이며 설령 평이하고 알기 쉬운 소재라 하더라도 독자에게는 상당히 노력이 필요한 독서법이다.  저자는 고등학교에서는 최저한도의 '분석 독서'를, 대학에서는 '신토피칼 독서'를 습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준별 독서를 살펴보니 아무리 보아도 나는 제1수준에 해당하는 것같았다. 대학을 졸업했는데도.  책을 읽으며 '무엇을 말하는지' 파악하는지 급급했고 그것도 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했는지 의문이었다. 많은 책을 읽어도 머리에 남는 게 별로고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동이 내게는 오지 않는 이유가 다 있었다. 아! 이런 안타까운 일이….

 

책에 맞춰 독서 수준을 결정하라

 

''신토피칼 독서'를 할 수 있을 때까지 이 책을 읽고 또 읽기로 했다. 읽을 때마다 독서에 효과가 있는 방법을 하나씩 터득을 했고 독서의 깊이와 속도가 더해졌다. 책을 읽는 재미에 더욱 빠지게 됐다.

 

책을 구입하면 본문을 읽기 전에 하는 사전 작업이 많게 된 것도 『독서의 기술』에서 배운 점검 독서 영향이다. 점검독서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조직적인 골라읽기  또는 예비독서다. 이렇게 하는 것이다.

 

1. 표제나 서문을 볼 것. 2. 책의 구조를 알기 위해 목차를 살펴볼 것. 3. 색인을 살펴본다. 4. 커버에 씌여 있는 선전 문구를 읽는다. 5. 그 책의 논의의 요점이라고 생각되는 몇 개의 장을 잘 볼 것. 6. 군데군데 띄엄띄엄 골라서 읽어본다.

 

이렇게 하면 무엇에 관한 책인지, 어떤 내용인지 절반은 알 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이렇게 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서문을 읽는다거나 색인을 보는 것으로 책 내용을 대부분 파악했다-이곳에 무궁무궁한 보물이 들어있는데 보지 않으니 몰랐다. 또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논의의 요점이라고 생각되는 몇 개의 장만 읽어도 되고 군데군데 골라서 띄엄띄엄 읽어도 된다. 이런 식으로 하면 책을 읽는 데 부담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이 사라진 덕분이다.

 

점검 읽기 두 번째 방식은 표면 읽기인데 이는 난해한 책과 처음 맞붙었을 때 좌우간 통독을 하는 것이다. 이해할 수 있는 것만을 마음에 새겨두고 난해한 부분은 건너뛰어 자꾸자꾸 계속해서 읽어간다. 각주, 주해, 인용문헌도 여기서는 참조하지 않는다. 사전도 찾지 말고 우선 읽는데 주력한다. 최초의 통독으로 반밖에 알지 못하더라도 다시 읽으면 훨씬 잘 알게 된다.

 

생각해보니 이 방법으로 대학시절 방학 때 단어집을 끝낸 적이 있다. 당시 22000단어집을 꼭 보아야 했는데 방학이 절반이 가도록 책 삼분의 일도 다 하지 못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는 사전을 찾아 발음기호와 뜻을 적고 읽어보는 식으로 하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새로운 단어에 막힐 때마다 사전을 찾아야 하니 지겹고 이 책을 언제 다 보나 절망감 같은 게 들었다. 그래서 모르는 단어는 놔두고 아는 단어만 확인하는 방법으로 바꾸니 일주일도 못 되어 책을 끝냈다. 그때 느낀 성취감이란! 영어단어책을 한 권 다 끝냈다는 만족감을 처음으로 느꼈다. 그런 식으로 다시 보니 모르는 단어의 뜻까지 알게 되고 책읽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나중에는 한 권을 다 보는데 1시간이면 족했다.
 
띄엄띄엄 읽고 싶은 곳만 골라 읽는 재미

 

정독하면 다 읽는데 2, 3일 걸리는 책을 점검 읽기로 한두 시간에 끝내고 2, 3일 서너 번 그렇게 읽는다면 한 번 꼼꼼하게 읽고 마는 정독에 못지 않는 효과를 가져온다. 아니 낫다고 할 수 있다. 한 번 본 것과 모두는 아니어도 중요한 곳을 두세 번 본 것은 분명  차이가 있었다.  기억하는 내용- 중요한 부분, 키워드 등이 더 많았다. 무엇보다 끝까지 읽었다는 성취감이 컸고 그것은 만족감과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독서의 기술』에서는 분석 독서를 3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제1단계 무엇에 대한 책인지 분별한다, 제2단계 내용을 해석한다, 제3단계 지식은 전달되었는가. 이 단계를 염두에 두고 책을 읽으면 독서라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고도의 지적 활동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크게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저자들이 말하는 바와 같이 숙독할 만한 책도 많이 있지만, 그보다도 오히려 점검 독서에 그쳐야 할 책이 훨씬 많으니까. 참다운 의미로 훌륭한 독서가가 되려면 각각의 책에 적합한 독서법을 발견하여 독서의 기술에 때와 경우에 따라 적절하게 분간하여 쓰는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

 

독서의 최종 목표-신토피컬 독서에 대해서는 저자가 요약해 놓은 것을 그대로 소개한다.

 

신토피칼 독서ㅡ준비 작업에서 모은 문헌을 사용하여

 

제1단계 : 준비 작업에서 관련서(關聯書)로 삼은 책을 점검하고, 가장 관련이 깊은 곳을 발견한다.
제2단계 :주제에 대해서, 특정한 저자에게 치우치지 않는 용어 사용 방식을 정하고 저자에게 타협을 짓게 한다.
제3단계 : 일련의 질문을하여, 어떤 저자에게도 치우치지 않는 명제를 세운다. 이 질문에는 대부분의 저자로부터 대답을 기대할 수 있을 만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저자가 그 질문에 드러나게 대답하고 있지 않는 수도 있다.
제4단계 : 여러 가지의 질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을 정리하여 논점을 명확하게 한다. 서로 대립하는 저자의 논점은 반드시 확실한 형태로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다른 견해에서 대답을 추측할 수도 있다.
제5단계 :주제를 될 수 있는 대로 다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질문과 논점을 정리하고 논고를 분석한다. 일반적인 논점을 다루고 나서 특수한 논점으로 옮겨간다. 각 논점이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명확하게 나타낼 것.(주의: 변증법적인 공평성과 객관성을 전과정을 통해서 유지하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어떤 논점에 관하여 어떤 저자의 견해를 해석할 때에 반드시 그 저자의 문장에서 원문을 인용하여 첨부하지 않으면 안된다.)(211~212쪽)
 
독서의 수준에서 보듯이 이 책은 초등학생에서부터 학위를 받은 연구자까지 독서가ㅡ"정보와 지식을 주로 활자에 의해서 얻는 습관이 있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독서법을 알려준다.  이 방법을 체득하여 독서를 할 때마다 적용하여야 효과가 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영법을 알려주면 수영장에 들어가 그 방법을 익혀야만 메달을 딸 수 있듯이.

 

『독서의 기술』에서 소개한 책 읽는 방법은 나중에 접한 독서법에 관한 다른 책에서도 자주 나왔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방법이리라.  이건 설렁설렁 읽어도 될 것, 이건 읽고 또 읽어 볼 것, 이건 이 부분에 주목하여 읽을 것, 책을 대하면 이런 판단부터 하게 된다. 『독서의 기술』을 따라 책에 맞게 읽는 방법을 고민하고 읽는 재미가 컸다. 이해력과 기억력도 덩달아 좋아져 지금도 이 책을 펴본다.

 

이 책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미국에서는 학교에서 읽는 법-독서법에 대해 가르친다고 한다. 미국에서 출판된 독서의 기술에 관한 책이 얼마나 되는지 검색을 해보니 10여 권 보인다. 읽는 게ㅡhow to readㅡ중요하고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널리 인식했기 때문이리라. 두 권을 인터넷으로 구입했다.

 

글. 정유철  선임기자 npns@naver.com
전 전남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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