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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30 개설

- 햄릿을 위한 에필로그(연재)
햄릿을 위한 에필로그 - 햄릿의 유언 | - 햄릿을 위한 에필로그(연재) 2019-09-1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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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을 위한 에필로그 - 햄릿의 유언

 

호레이쇼, 만약 진실이 이렇게 알려지지 못하면

얼마나 치명적 누명을 내 뒤에 남기게 될 것인가

만약 너의 가슴 깊은 곳에 이제껏 날 품고 있었다면

잠시 천상의 축복을 누릴 생각을 버리고

이 험한 세상에 고통스러운 삶을 감수하더라도

나의 이야기를 전해주기 바란다. (5,2,350) (동인)

 

햄릿은 그렇게 유언을 남겼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전해주기 바란다.’

 

유언, 유언과 관련해서 카프카가 떠오르는군요.

카프카는 유언으로 자신의 모든 원고를 태워달라고 했지만 그의 친구이자 작가였던 막스 브로트는 유언을 따르지 않고 카프카의 원고를 정리해 소송, 아메리카, 을 출간했습니다.

 

카프카는 그의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의 유언은 아주 간단하네. 자네에게 부탁하네만 모두 불살라버리게.”

그 말을 들은 막스 브로트는 이렇게 말했다.

자네에게 미리 말해두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브로트는 이 추억을 환기하며 자신이 친구의 유언을 따르지 않은 것을 정당화한다.

그는 이렇게 얘기를 계속한다.

카프카는 내가 그의 단어 하나 하나를 광적으로 숭배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는 내가 그의 유언을 따르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만약 그의 의사가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진심이었다면 당연히 다른 유언 집행인을 선택했을 것이다.”

(배신당한 유언들, 밀란 쿤데라, 민음사, 380-381)

 

그러니 브로트는 친구인 카프카의 유언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충실하게 이행한 것이지요.

 

밀란 쿤데라는 이 사건의 의미를 이렇게 풀이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브로트는 죽은 친구들의 의사에 대한 불복종의 모범적 예를 창조했다.>

(위의 책, 408)

 

그런데 그 뒤에 이어지는 말 속에 내 마음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이 있어 옮겨 봅니다,

 

죽은 이에게 불복하기란 너무나 쉽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따금 죽은 이의 뜻을 따르는데, 이는 두려움이나 속박 때문이 아니라 그를 사랑하고 그의 죽음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

포크너의 소설 야생 종려나무의 결말에 감동한 적이 있다.

여자는 낙태 실패로 사망하고, 남자는 징역형을 십년 언도받고 감옥살이를 한다. 누군가 그의 독방에 독이 든 흰 알약 하나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그는 자살할 생각을 곧바로 떨쳐버린다. 사랑하는 여인의 삶을 연장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그녀를 자신의 추억 속에 간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존재하지 않자, 추억의 절반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나마저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모든 추억이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다, 슬픔과 무 사이에서 내가 선택하는 것은 슬픔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 ........]

그렇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이를 절대 죽은 사람으로 여길 수가 없다면, 그의 현존은 어떻게 나타나게 되는가?

내가 잘 알고 충실하게 지킬 그의 의사를 통해서다. [.........]

(배신당한 유언들, 밀란 쿤데라, 민음사, 415-416)

 

내가 사랑하는 이를 절대 죽은 사람으로 여길 수가 없다면, 그의 현존은 어떻게 나타나게 되는가? 내가 잘 알고 충실하게 지킬 그의 의사를 통해서다.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이를 절대 죽은 사람으로 여길 수가 없기에' 사랑하는 햄릿왕자가 남긴 유언을 그대로 지켜, 그의 이야기를 제대로 전해주고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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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철학으로 상상할 수 있는 일보다... | - 햄릿을 위한 에필로그(연재) 2019-09-11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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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철학으로 상상할 수 있는 일보다...

 

유령, 즉 선왕의 유령을 만난 후 혼란에 빠진 햄릿과 나눈 대화가 생각납니다.

 

그때 제가 이렇게 말했지요.

, 맙소사, 혼란스럽고 기괴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유령을 만난 나의 심정은 혼란 그 자체에, 또한 그런 일은 기괴하기조차 한 일이니, 그 말밖에 할 말이 없었지요.

 

그런 저의 말에 햄릿 왕자는 이렇게 대꾸하더군요.

 

그러니, 낯선 손님으로 환영해주게나.

호레이쇼, 천지간에 너의 철학으로 상상할 수 있는 일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동인, 67) (15)

 

HORATIO

O day and night, but this is wondrous strange!

 

HAMLET

And therefore as a stranger give it welcome.

There are more things in heaven and earth, Horatio,

Than are dreamt of in your philosophy.

 

철학, 우리가 비텐베르크 대학에서 철학을 배운 바 있지만, 햄릿은 그 철학의 한계를 분명히 알고 있었던 거지요. 이 세상일은 철학을 배웠다고 해서 다 설명할 수는 없는 법이라는 것을.

 

세월이 지난 후, 파우스트 박사도 그런 토로를 했더군요.

 

! 나는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심지어는 신학까지도

온갖 노력을 다 기울여 철저히 공부하였다.

그러나, 지금 여기 서있는 나는 가련한 바보.

전보다 똑똑해진 것은 하나도 없구나!

석사니 박사니 허울 좋은 이름만 들으며

그럭저럭 십 년이란 세월을

위로 아래로 이리저리

내 학생들의 코를 끌고 다녔을 뿐 -

우리가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닫고 보니

내 가슴은 거의 타버릴 것 같다. (파우스트, 354-365)

 

또 다른 번역으로 읽어보면 그 뜻이 더욱 명확해 집니다.

 

! 이제 나는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게다가 신학까지 열성을 다하여 속속들이 연구했다. 뜨거운 노력으로.

그런데 여기 내가 서 있구나. 가련한 바보가!

전보다 조금도 똑똑해지지 않은 채로

석사라고 불리고, 심지어 박사라 불리며

벌써 십년을 두고

위로 아래로, 이리저리로

제자들의 코를 끌고 다녔다.

그런데 알게 된 것이라고는 우리가 아무 것도 알 수 없다는 것 뿐

그게 내 가슴을 다 태울 것 같다. (354-365)

 

두 번역을 어디 한번 비교해 볼까요?

 

우리가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닫고 보니.

알게 된 것이라고는 우리가 아무 것도 알 수 없다는 것 뿐.

 

파우스트가 깨달은 진리, 알게 된 것은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 인간의 무력함을 그렇게 확실하게 표현한 것은 유례가 드물지요.

 

물론 이 발언의 근원을 따지자면, 저 멀리는 소크라테스 또 공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겠지만 말입니다. 소크라테스는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아는 것이다.”라고 했고, 공자 역시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앎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라고 했으니, 이 세상 학문을 두루 섭렵한 파우스트의 기억 창고에는 그 두분의 말씀이 아로새겨 있었겠지요.

 

하여튼 저는 파우스트의 독백이 비단 그 자신의 심경을 고백한 것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햄릿의 마음을 헤아린 대사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괴테가 그토록 사랑하는 햄릿이니, 어쩌면 괴테는 파우스트의 입에 햄릿의 생각을 집어넣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여튼, 선왕 유령을 만난 직후, 햄릿의 마음은 이러지 않았을까요?

 

나는 아무 것도 알 수 없구나.

내가 가진 지식으로는 도저히 알 수가 없구나.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내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 그 자체.

이 상황을 그래서 나는 어떻다고 판단할 수가 없다.

 

저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선왕의 유령을 만난 그 사실 자체가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일인데다가, 그에게 닥친 여러 일들을 어찌 한 장의 노트에 정리해 낼 수 있었겠습니까.

 

해서 그는 그렇게 말했던 것입니다.

우리의 철학으로 상상할 수 있는 일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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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로부터 빌려온 짧고 짧은 '햄릿 평전' | - 햄릿을 위한 에필로그(연재) 2019-01-1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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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로부터 빌려온 짧고 짧은 '햄릿 평전'

 

햄릿을 찾기 위해, 알기 위해, 햄릿을 설명하기 위해 온갖 데를 다 헤매며 다닌다.

햄릿을 찾으러, 단어 하나를 찾고, 한 줄 문장을 뒤진다. 읽고 또 읽는다. 그를 설명해줄만한 글을 찾고 생각하고 쓴다. 다니는 곳이 산과 들이 아니라, 도시의 골목이 아니라, 책을 읽고 찾아다닌다. 해서 찾아낸 이런 글도 있다.

 

로맹 가리, 그 이름난 두 명이자 한 명인 로맹 가리, 그의 책을 읽다가, 아니, 그의 글을 번역한 분이 쓴 <번역자의 말>을 읽다가 그 속에 햄릿이 어른거리니,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여기 옮겨본다.

 

<로맹 가리, 어디서 어떻게 태어나 어떤 영욕을 겪고 어떤 결과물들을 내놓았으며 어떻게 죽었는가에 관해서까지, 그의 행적은 필요 이상으로 세세하게 알려져 있고, 그래서 우리는 쉽게 그를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누군지 알고 있다고, 이제 알 것 같다고, 그라는 존재에 대해 마침표를 찍으면서 그를 어떤 범주 속에 가둬놓으려 할 때마다, 그는 그것에 저항하고 세상을 조롱하면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인간의 한계를 실험했던 르네상스적인 인간. 하나의 틀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쉼 없이 변신을 시도하며 또다른 자아를 찾으려 했던 고독한 인물. 세상과 자기 자신에게 거울 놀이를 제안했던 사람.....그래서 그는 사후 이십팔 년 이라는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로맹 가리라는 퍼즐에 또 하나의 조각을 던져주면서 우리를 놀라게 한다.>

( 마지막 숨결, 로맹 가리, 윤미연 역, 문학동네, 237- 옮긴이의 말>

 

여기 로맹 가리란 이름 대신에 햄릿을 집어넣으면, 햄릿에 대한 짤막한 평전이 되고도 남겠다. 그러니 이글을 이번에는 '햄릿의 평전'으로 읽어보자.

 

<햄릿, 어디서 어떻게 태어나 어떤 영욕을 겪고 어떤 결과물들을 내놓았으며 어떻게 죽었는가에 관해서까지, 그의 행적은 필요 이상으로 세세하게 알려져 있고, 그래서 우리는 쉽게 그를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누군지 알고 있다고, 이제 알 것 같다고, 그라는 존재에 대해 마침표를 찍으면서 그를 어떤 범주 속에 가둬놓으려 할 때마다, 그는 그것에 저항하고 세상을 조롱하면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인간의 한계를 실험했던 르네상스적인 인간. 하나의 틀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쉼 없이 변신을 시도하며 또다른 자아를 찾으려 했던 고독한 인물. 세상과 자기 자신에게 심리 게임을 제안했던 사람.....

그래서 그는 사후 사백 십여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햄릿이라는 퍼즐에 또 하나의 조각을 던져주면서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 글은 로맹 가리에게, 그의 글을 번역한 윤미연에게 99.9 % 빚진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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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의 욕망은 어디에서? (1) | - 햄릿을 위한 에필로그(연재) 2019-01-1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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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의 욕망은 어디에서? (1)

 

김연수의 책 소설가의 일을 읽고 있다.

이 책에는 나름 사연이 있다. 이 책을 산 건 20141120일이다. 이 책 표지를 펴면 바로 내 사인이 나타나는데 그 아래 날짜를 기입했기에, 자신 있게 날짜를 말할 수 있다.

 

그 책을 읽고 책장에 꽂아 두었는데, 책장을 옮기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사라져버렸다. 감쪽같이. 책이 좀 얇아서 어느 책 사이에 끼어들었나, 아니면 누구에게 빌려주었던가어쨌든 사라졌다. 그런데 다른 책을 읽다보니 사람들이 이 책을 자꾸만 언급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언급에 그 책을 들춰보려고 하는데, 영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한 권 살까, 까지 생각했었다. 다행히도 사지 않고 버티던 오늘, 2019111, 어떤 책을 찾으려 책장 맨 아래 칸을 뒤지다 보니, , 거기에 얌전히 꽂혀 있는 게 아닌가?

 

해서 기쁜 마음으로 다시 읽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문장에 눈에 들어온다.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는 저마다 각자의 욕망이 있고, 이 우주의 법칙에 따라 그 욕망은 갖은 방해물로 인해 쉽게 충족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저절로 그들 모두에게는 하나의 이야기가 생긴다. 모두에게 하나의 이야기가. 그러니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세부 정보로 둘러싸인 존재, 그래서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인 한 사람에게서 시작하는 셈이었다. 이야기를 쓰겠다면 제일 먼저 그 단 한 사람을 생각하자.>

  

김연수는 위의 글과 관련, 욕망과 방해물, 그리고 이야기를 다음과 같은 등식으로 풀어낸다.

(캐릭터 + 욕망) / 방해물 = 이야기. 

    (소설가의 일, 김연수, 문학동네, 37)

 

그래서, 나는 충실하게 저자 말을 따르기로 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김연수니까 대접해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니. 

 

그래서 그 단 한 사람을 생각했다, 누구?

바로 햄릿이다. 햄릿이 그 단 한 사람인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셰익스피어에게, 그 중에서도 햄릿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햄릿을 생각하는데김연수가 문장 맨 앞에 화두로 꼽은 욕망이 오버랩 되어 떠오른다. 햄릿에게 욕망은 무엇이었을까? 복수, 아니다. 복수는 나중에 생긴 것이고, 맨 처음에는 아닌 것이다. 그는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서거 소식을 듣고 독일의 비텐베르크에서 급거 귀국한 것이다. 그러니 그의 마음속에는 슬픔과 애도가 있었지, 복수는 없었다. 그럼 김연수가 말한 욕망과 방해물의 공식에 들어맞지 않는데, 그러면 이야기가 안 되는데......

 

(캐릭터 + 욕망) / 방해물 = 이야기, 의 공식에서 욕망이 없어지면 캐릭터만 남는데? 욕망이 없는 캐릭터라? 그러면 이야기는 단순해지고, 지루해지고, 해서 독자들은 하품만 할 것인데?

 

그런데 세계에서 이야기꾼으로 둘째 가라면 서운해 할 셰익스피어가 김연수가 제시한 이야기의 공식을 모를 리가 없다셰익스피어가 햄릿에게 욕망을 부어 넣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러면 욕망은 어떻게 햄릿에게 스며들었는가?

 

, ! 김연수는 그 뒤에도 계속해서 그 공식을 강조하고 있다.

 

<앞에서 소개한 공식이 기억나는가? 감각적으로 구성된 캐릭터에게 욕망을 부여한 뒤에 방해물로 그 욕망이 실현되는 것을 저지하면 이야기가 발생한다던 그 공식.>

(위의 책, 40)

  

그러니 우리 모두 그 공식을 기억하자. 햄릿을 이해하는 데에도, 또한 우리 살아가는 데에도 꼭 필요한 공식이다. 욕망 공식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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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을 위한 에필로그 - 햄릿의 유언 | - 햄릿을 위한 에필로그(연재) 2019-01-0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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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을 위한 에필로그 - 햄릿의 유언

 

<호레이쇼, 만약 진실이 이렇게 알려지지 못하면

얼마나 치명적 누명을 내 뒤에 남기게 될 것인가

만약 너의 가슴 깊은 곳에 이제껏 날 품고 있었다면

잠시 천상의 축복을 누릴 생각을 버리고

이 험한 세상에 고통스러운 삶을 감수하더라도

나의 이야기를 전해주기 바란다.> (5,2,350) (동인)

 

카프카는 유언으로 자신의 모든 원고를 태워달라고 했지만 그의 친구이자 작가였던 막스 브로트는 유언을 따르지 않고 카프카의 원고를 정리해 '소송', '아메리카', ''을 출간했다.

 

카프카는 그의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의 유언은 아주 간단하네. 자네에게 부탁하네만 모두 불살라버리게.”

그 말을 들은 막스 브로트는 이렇게 말했다.

자네에게 미리 말해두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브로트는 이 추억을 환기하며 자신이 친구의 유언을 따르지 않은 것을 정당화한다.

그는 이렇게 얘기를 계속한다.

카프카는 내가 그의 단어 하나 하나를 광적으로 숭배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는 내가 그의 유언을 따르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만약 그의 의사가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진심이었다면 당연히 다른 유언 집행인을 선택했을 것이다.”

(배신당한 유언들, 밀란 쿤데라, 민음사, 380-381)

 

그러니 브로트는 친구인 카프카의 유언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충실하게 이행한 것이지요.

 

밀란 쿤데라는 이 사건의 의미를 이렇게 풀이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브로트는 죽은 친구들의 의사에 대한 불복종의 모범적 예를 창조했다>

(위의 책, 408)

 

그런데 그 뒤에 이어지는 말 속에 내 마음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이 있어 옮겨 봅니다.

 

, 죽은 이에게 불복하기란 너무나 쉽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따금 죽은 이의 뜻을 따르는데, 이는 두려움이나 속박 때문이 아니라 그를 사랑하고 그의 죽음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

포크너의 소설 야생 종려나무의 결말에 감동한 적이 있다.

여자는 낙태 실패로 사망하고, 남자는 징역형을 십년 언도받고 감옥살이를 한다. 누군가 그의 독방에 독이 든 흰 알약 하나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그는 자살할 생각을 곧바로 떨쳐버린다. 사랑하는 여인의 삶을 연장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그녀를 자신의 추억 속에 간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존재하지 않자, 추억의 절반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나마저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모든 추억이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다, 슬픔과 무 사이에서 내가 선택하는 것은 슬픔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 ........]

그렇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이를 절대 죽은 사람으로 여길 수가 없다면, 그의 현존은 어떻게 나타나게 되는가?

내가 잘 알고 충실하게 지킬 그의 의사를 통해서다. [.........]

(배신당한 유언들, 밀란 쿤데라, 민음사, 415-416)

 

내가 사랑하는 이를 절대 죽은 사람으로 여길 수가 없다면, 그의 현존은 어떻게 나타나게 되는가? 내가 잘 알고 충실하게 지킬 그의 의사를 통해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사랑하는 햄릿왕자가 남긴 유언을 그대로 지켜, 그의 이야기를 제대로 전해주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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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유령을 만나다. | - 햄릿을 위한 에필로그(연재) 2018-12-0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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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유령을 만나다.

  

<남의 이야기를 믿으려면 그 사람이 아주 신실하거나 사람이 아주 단순해서, 거짓으로 꾸며 댄 야야기를 그럴 듯하게 보이려고 조작할 머리가 없고, 거기 아무런 생각도 붙여 볼 재간이 없는 자의 말이어야 한다.>  

(몽테뉴 수상록I, 몽테뉴, 동서문학사,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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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아홉 번 죽다. | - 햄릿을 위한 에필로그(연재) 2018-11-21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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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아홉 번 죽다.

 

선왕

왕비 거트루드 (Queen Gertrude)

현왕 클로디어스 (King Claudius)

재상 폴로니어스 (Lord Polonius)

레어티스 (Laertes)

오필리어 (Ophelia)

로젠크런츠 (Rosencrantz), 길던스턴 (Guildenstern)

햄릿(Hamlet), 해서 모두 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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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관련 글 표기 방법 | - 햄릿을 위한 에필로그(연재) 2018-11-12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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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관련 글 표기 방법

 

이 글에 인용하는 글들의 표기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작품명, 번역자 이름, 출판사, 쪽수)

 

<막, 장, 행>의 표기는 인용된 번역본의 숫자입니다.

따라서 행 표기가 다른 번역본과 다를 수 있습니다.

 

주인공 이름이 번역자에 따라 다르게 표기된 경우, 그 중 많이 쓰인 것, 보편적인 이름을 택했습니다. 해서 번역본 또는 인용문에는 다르게 되어 있을 경우라도 (수정하여) 한 가지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예컨대, 율리우스 카이사르, -> 줄리어스 시저

 

그래서 어떤 책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 라고 적어놓았더라도, 여기 인용할 때에는 '줄리어스 시저' 라고 수정 표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영문 인용은 셰익스피어 시대의 영어가 아닌

Modern 영어를 사용한

https://www.sparknotes.com/shakespeare 에서 인용하였습니다.

 

필요한 경우 대조가 필요한 경우 등- 에는 셰익스피어 시대의 영어를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The Complete Works of William Shakespeare

(Arden Shakespeare: Second Series, Third Series)

http://shakespeare.mit.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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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호레이쇼를 아십니까? (6) - 좋은 이름, 호레이쇼 | - 햄릿을 위한 에필로그(연재) 2018-11-1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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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호레이쇼를 아십니까? (6) -  좋은 이름, 호레이쇼

 

마로윗츠는 나를 유령 취급하면서 나를 그의 작품 마로윗츠의 햄릿에서 없애버렸지만, 그렇다고 내가 없어지나요?

드라마에서 호레이쇼 케인이란 인물이 활약하는 것처럼, 이름은 남아 있으니 지금도 살아있는 것이나 진배 없지요.

 

마로윗츠는 내가 햄릿에서 쓸데없이 햄릿에 붙어다니면서 현학적인 지꺼림만 조잘대고있었다고 하는데, 햄릿에서 내가 한 발언을 조목조목 몇 번이나 살펴봐도 그런 적이 없는데, 아무래도 마로윗츠가 뭔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어쨌든 세상 사람들은 나를 햄릿의 훌륭한 친구라고들 평가한다는 것은 마로윗츠 스스로도 인정하니까, 그것으로 족하지요. 세상 사람들은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내 이름을 따라 지은 사람이 많이 보이더군요.

 

일례로, 넬슨 제독도 이름이 호레이쇼입니다. Horatio Nelson. 한국의 이순신이라 불리는 넬슨 제독. 그는 1758~ 1805년간에 살면서, 영국 해전 사상 남긴 공적이 불멸의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1803년 프랑스와의 전쟁이 재개되자, 지중해 함대사령 장관이 되고, 2년간 프랑스 함대를 툴롱에 봉쇄, 나폴레옹의 영국 본토 상륙 작전을 방해하기도 했지요. 트라팔가(Trafalgar)에서 프랑스와 스페인 연합 함대를 격멸, 영국의 해상권을 부동(不動)의 것으로 했는데, 그 자신은 빅토리호에서 전사, 런던의 세인트 교회에 장사되었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넬슨 [Viscount Horatio Nelson] (인명사전, 2002. 1. 10., 민중서관)

 

그렇게 내 이름을 따라 지은 것만 해도, 나에 대한 평가가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괴테의 글에 이런 것이 보입니다  

<그는 아주 기쁜 마음으로 셰익스피어 또한 자기의 대부(代父)라고 생각했으며, 셰익스피어 역시 윌리엄이라는 이름이었기 때문에 자기 이름이 빌헬름인 것이 더욱더 마음에 들었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1)320)

 

괴테의 작품 속 인물인 빌헬름은 자기 이름이 빌헬름인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독일식 이름인 빌헬름이 영어로 한다면 윌리엄이었기 때문이지요. 셰익스피어와 같은 이름이니 좋았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셰익스피어가 그런 정도의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셰익스피어도 자기 이름 윌리엄(William)에 대하여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그걸 아나구요? 그의 작품 뜻대로 하세요에 다음과 같은 대화가 등장합니다.

 

(터치스톤) 안녕하시오? 젊은 친구.

                 헌데 몇 살이나 됐소?

(윌리엄) 스물 다섯입죠.

(터치스톤) 한창 좋은 나이구만,

               이름이 윌리엄인가?

(윌리엄) , 윌리엄입죠.

(터치스톤) , 이름도 좋구만. (51, 14-18)

 

TOUCHSTONE

Good even, gentle friend. Cover thy head, cover thy

head; nay, prithee, be covered. How old are you, friend?

WILLIAM

Five and twenty, sir.

TOUCHSTONE

A ripe age. Is thy name William?

WILLIAM

William, sir.

TOUCHSTONE

A fair name. Wast born i' the forest here?

 

 

셰익스피어는 그렇게 자기 이름에 만족해합니다. 자기 작품에서 공공연히 이름이 좋다고 할만큼 만족해 합니다. ( 이 극의 이 대목에서 청중들은 박장대소했을 것입니다. 셰익스피어가 자기 이름이 좋다고 대놓고 말한 것이니까요. ) 빌헬름도 만족해하구요. 단지 이름이 셰익스피어와 같기에. 존경하면 그렇게 이름자만 같아도 다 좋은 법이니, 넬슨 제독의 아버지도 내가 좋으니 내 이름을 본따서 아들 이름을 지어준 것이겠지요.

 

전에 이야기한 호레이쇼 케인이란 드라마 상의 인물도 그렇게 해서 이름이 지어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호레이쇼' 라는 이름에 '케인'이란 성을 결합해 '호레이쇼 케인'이라는 인물 캐릭터를 만들었을까요?

 

, 밝혀진 바는 없지만 내가 추리해 본 바는 이렇습니다.

 

마이클 케인(Michael Caine)이란 배우가 있습니다. 요즘에도 잘 나가는 배우입니다. 그가 출연한 작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

머나먼 다리, 프레스티지, 왕이 되려던 사나이

겟 카터, 이탈리안 잡, 미스 에이전트, 승리의 탈출

포세이돈 어드벤처 2,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 나우 유 씨 미 2

   

그렇게 많은 작품에 출연한 그가 1964년에 BBC가 제작한 (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대령 역을 맡았던) '크리스토퍼 플러머' 주연의 <햄릿>에도 출연했습니다. 거기에서 그는 햄릿의 친구 호레이쇼 역을 맡았지요. '호레이쇼' 역을 맡은 '마이클 케인'. '호레이쇼' 역을 맡은 '마이클 케인',,,,, 뭐 짚이는 게 없습니까?

 

    

그렇게 해서 미국 드라마의 민완 형사 반장으로 호레이쇼 케인이란 캐릭터가 탄생한 것이라, 추측을 해봅니다.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마로윗츠가 말한 것처럼 내가 쓸데없이 햄릿에 붙어다니면서 현학적인 지꺼림만 조잘대고있었던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내 이름, 햄릿의 충직한(loyal) 친구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굳이 이기적 유전자를 거론하지 않아도 다 아실 것이니까요. 한국 속담에 이런 게 있던데....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

 

, 이제 햄릿이 죽어가면서 나에게 부탁한, 맡긴 일을 해야겠습니다.

내 소개를 하느라 시간이 많이 흘렀군요. 이제부터 부지런히 햄릿의 유언, 집행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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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호레이쇼를 아십니까? (5) - 마로윗츠의 편지 | - 햄릿을 위한 에필로그(연재) 2018-11-0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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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레이쇼를 아십니까(5) - 마로윗츠의 편지

 

, 언제가 찰스 마로윗츠( Charles Marowitz)라는 사람이 나에게 공개 편지를 썼더군요.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호레이쇼 군에게.

 

세상사람들은 자네를 훌륭한 친구라고들 평가하네만 난 자네를 타락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네. 훌륭한 친구는 자기의 친구가 스스로를 기만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법이네. 훌륭한 친구라면 아마도 이런 식으로 충고했겠지.

 

모든 사람이 다 전하 편이옵니다. 만일에 전하가 지금의 왕을 죽이고 통치권을 도로 뺴앗는다면 모두가 전하를 지지해 줄 것입니다. 그렇지만 만일에 전하가 그따위 아마추어적인 연극 장난을 계속하신다면 전하는 틀림없이 혼자서 괴멸되고 말 것입니다........’

(중략)

호레이쇼 군, 자네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나오는 모든 인물 중에서 가장 비굴한 예스맨일세. 자네는 햄릿에게 아첨하면서 출세의 길을 엿보는 기회주의자란 말이야.

....(중략)...

나는 자네를 나의 햄릿에서 없애버렸네. 자네는 쓸데없이 햄릿에 붙어다니면서 현학적인 지꺼림만 조잘대고 있으니 내 자네를 빼버리지 않고 어쩌겠나......

 

(영어 원문 편지는  Open Letter To Horatio: )

 http://blog.yes24.com/document/10823657

 

그렇게 해서 마로윗츠에 의해 나는 유령 취급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1)

마로윗츠는 햄릿』 을 재구성하면서 아예 호레이쇼라는 인물을 없애버렸다.

그는 호레이쇼에게 다음과 같은 공개 서신을 보낸다. (위에 인용한 편지)

(마로윗츠 햄릿 외, 찰스 마로윗츠, 김윤철 역, 현대미학사, 1994, 65)

 

2) 찰스 마로윗츠( Charles Marowitz) (1932 - 2014)

뉴욕 태생. 1956년 런던으로 건너와 1958년 런던 최초의 메소드 스쿨에서 메소드 워크숍을 시작하였다. 브룩-스콜필드의 <리어왕>에서 피터 브룩의 조연출로 일했고 잔혹연극시즌 중에 로얄셰익스피어 실험 그룹 중에서 그와 함께 공동연출하였다. 이 시기에 피터 브룩과 함께 람다극장에서 28분짜리 <햄릿>을 공동연출 하였으며 후에 한 시간짜리로 늘려 베를린 공연에서 젊은 관객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았다. 후에 지금의 1시간 15분짜리의 작품으로 파르아 국제연극제 등에 참가하였고, 이탈리아의 자넷타코크레인 극장, 런던 등지에서 공연하였다. 웨스트엔드 극단의 많은 작품들을 연출하였으며 1968오픈스페이스 씨어터를 시작하였고 지금은 그곳의 예술감독으로 있다. 또한 <빌리지 보이스> <뉴욕타임즈>의 연극평론가로도 활동한 바 있다.

? 대표작품 <마로윗츠 햄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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