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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포이트리 | 시누의 서재 2021-09-28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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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오포이트리

좌용주 저
이지북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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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 부르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지구라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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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호주 대륙은 물론 미국 땅이 붙어 있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그 머나먼 과거를 인간의 지성이 감히 시간으로 인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거의 최초의 대륙은 오늘날의 지구 땅덩어리를 모두 합친 것보다 작았다. 하나로 뭉쳐 출발했던 대륙이 맨틀의 대류에 의해 이리저리 움직이고, 분열되고, 다시 합쳐지면서 새로운 땅이 생겼다. 그야말로 거대한 대륙. '초대륙'이었다.

베게너를 기억할 것이다. 지도를 보다 대륙을 퍼즐 조각으로 보고 '판게아'라는 완성된 퍼즐을 완성한 인물. 곤드와나-판게아 초대륙으로 대륙이동설을 접해왔기에 지구에 존재했던 단 하나의 초대륙은 판게아였을 줄 알았건만. 판게아는 그저 가장 최근의 초대륙일뿐이다. 10억 년 전, 15억 년 전에도 지구 땅의 75% 이상은 한 덩어리였다. 합쳐질 때 적어도 2억 년이 걸리고, 분열될 때 적어도 1억 년이 걸리는 장구한 이동. 1억 년쯤 더 살 수 있다면 지금 딛고 있는 이 땅은 미국이나 호주쯤에 붙어 있지 않을까.

우주의 시간을 논하며 흔히 인생의 덧없음을 느끼곤 하지만 인류는 우주를 생각할 필요도 없다. 46억 년의 역사를 지닌 지구를 깊이 탐구하는 순간, 인간의 시간은 그 개념을 잃고 만다. 펄펄 끓는 땅이 생기고, 바다가 생기고, 생물이 생기고, 인류가 생기는 그 장엄한 역사. 지구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유기체이다.

<지오포이트리>라는 제목은 실로 저자의 마음과 책의 내용을 정확히 담아낸 단어이다. 우주와 태양, 그리고 지구의 탄생으로 시작하여 경이로운 '단위'를 공부하고 생명의 진화 과정을 살펴본다. 46억 년이라는 기나긴 역사를 여행하는 것은 분명 '오디세이아'에 가까운 일이지만 지구의 아름다운 모습은 '포이트리'로 불리는 것이 보다 나을 것이다.

인류는 지구를 이토록 몰랐을까.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그러했다. 지질학적으로 단서를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여 아무런 것도 새겨지지 않은 '명왕누대'. 46억 년 전의 역사가 여태 남아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이 놀랍지만, 지구는 더 큰 놀라움을 선사한다. 15억 년 전을 거스를 수 있는 확연한 흔적들을 지층 곳곳에 남겨놓은 것이다. 그랜드캐니언과 같은 거대한 협곡이나 우연치 않게 표토에 드러난 거대한 단층은 켜켜이 지구의 시간을 남겨 두었다. 지질학은 그렇게 땅의 깊은 면모를 살펴보는 것으로 출발한다.

이야기는 지구라는, 마찬가지로 우주적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우주적 단위로 새어든다. 태양은 그저 우주에 떠도는 작은 별일뿐이며, 실제로 1초에 220km를 날아가고 있다. 태양계가 함께 움직이기에 저 하늘의 해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리고 이내 은하계의 충돌을 다룬다. 흔히 인간의 편협한 사고 안에서 은하 또한 수평으로 이동할 것이라 착각하지만 은하와 은하 간의 충돌은 모든 방향에서 이뤄지는 다중 추돌 사고다. 심우주의 어느 한편에는 충돌의 흔적을 간직한 은하들이 숨 쉬고 있다.

생명을 소개하기에 앞서 기적과도 같은 지구의 물을 빠뜨릴 수 없다. 태양과의 거리를 생각해 볼 때 지구에 이토록 많은 물이 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울 따름이다. 덕분에 외계의 거대한 천체가 충돌하며 물을 공급했다거나, 동시에 달의 생성에 관한 가설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도 전해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생명체가 탄생하여 수억 년의 시간을 고요히 흘려보낸다.

캄브리아기의 대폭발로 지질학자들은 눈과 마음이 즐거웠다. 수억 년을 조용히 지냈던 생물종이 갑작스레 분화하여 무수한 화석을 쏟아냈다. 이토록 놀라운 경이를 보여주는 생명은 마침내 '호모' 종을 낳는다. 지구를 지배하는 위대한 거인이자 지구에 기생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지구의 시간을 24시간으로 본다면 자정이 되기 1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모습을 드러낸 인류는 참으로 대단한 존재이다. 지구라는 거대한 생태계에서 피어난 미약한 존재인 주제에 지구의 깊은 역사를 파헤치고 거대한 문명을 일궜으며 마침내 지구를 파괴하려 든다. 미(美)와 추(醜)를 두루 지닌 인류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까.

인류라는 티끌만 한 이름은 양껏 덜어낸 채 오롯이 지구의 토양과 대기와 물로 채워나간 시간이었다. 지구가 처음 단단하게 뭉쳤을 때 즈음에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보다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이, 모든 생명체의 조상이라 불리는 LUCA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바다 가득한 물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더욱 아쉬워질 뿐이다. 겨우 수십만 페이지의 글로써 알려진 지구의 일부분. 지구의 모든 역사를 마침내 알게 되어 글로 옮겨 적는다면 적어도 지구에서 달까지의 간극은 채울 수 있지 않을까. 그토록 일부의 역사만으로 책을 아름답게 꾸미는 지구의 모습에 그저 아름다움을 느낄 뿐이다. 그저 지구의 품이 보다 오래도록 아름답게 바랄 뿐이다.

오디세이아 부르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지구라는 시, <지오포이트리>였습니다.

* 본 리뷰는 이지북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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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시대의 여행자들 - 3 | 시누의 서재 2021-09-27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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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히틀러 시대의 여행자들

줄리아 보이드 저/이종인 역
페이퍼로드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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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시대의 여행자들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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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스포츠를 순수한 스포츠로 보는 사람이 있을까. 부디 그랬으면 하지만 돈이 모이는 곳에는 정치의 냄새가 솔솔 풍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경기장으로, TV 앞으로 모여들게 만드는 스포츠도 당연히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와 관련된 국제 기구는 물론 올림픽도 들여다보면 돈과 정치의 숨 막히는 격투장이다.

1936년 나치 정부가 개최한 올림픽 또한 마찬가지였다. '갈색 셔츠'의 건장한 아리아인들은 당의 정당성과 반 유대주의를 주입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주변국의 반발은 그들의 프로파간다를 더욱 강화시키는 아이러니였다.

덕분에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물론 멋진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찾아든 관람객 또한 나치 독일의 멋진 선전 공세를 견뎌야 했다. 사실 견디는 것은 아니었다. 마치 매서운 전체주의가, 전체주의의 발원지인 독일이 멋지고 찬란한 곳인 것마냥 실제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히틀러를 숭배하기 위해 국기가 잠시 내려가거나 은밀하게 퍼지는 반 유대주의 브로슈어를 통해 예민한 자들은 나치의 악취를 맡았으리라.

린드버그 대령 또한 귀빈으로 초청되어 독일 땅을 밟았다. 그의 눈에 비친 독일의 공군과 기술력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제 곧 미국 땅으로 떠나 보고 들었던 모든 것을 말해야 하는데 독일의 위세에 기가 눌리고 있음을 확연히 느낄 정도였다. 잠시간의 위장, 독일이 자신들의 프로파간다와 이념을 전파하고 정치적 선전을 하기 위해 교묘히 펼치던 전술이었다. 그 옛날, 스포츠라는 신성한 투쟁은 그저 더럽혀진 추악한 투쟁이었다.

* 본 리뷰는 페이퍼로드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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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위대한 기업의 2030 미래 시나리오 | 시누의 서재 2021-09-27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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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위대함을 넘어서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4차 산업혁명기를 맞이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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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업의 2030 미래 시나리오/아린담 바타차리아, 짐 헤멀링/리더스북/위대함마저 넘어선 기업들 | 시누의 서재 2021-09-2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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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위대한 기업의 2030 미래 시나리오

아린담 바타차리아,니콜라우스 랭,짐 헤멀링 저/박선령 역
리더스북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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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함마저 넘어선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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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만나 환상의 콜라보를 만들고 있는 지금, 기업가에겐 무엇이 필요한가. 인터넷 혁명이라는 3번째 산업혁명조차도 무던히 넘어갔다. 인터넷이라는 무한의 영역을 무대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한 몇몇 기업들은 이른바 '파이프라인' 기업인 기존의 거대 제조 기업을 넘어섰다. 허나 GM, GE는 물론 무수한 제조업체가 숨 돌릴 틈 없이 제품을 찍어내며 위세를 떨치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 속 신사업과 구시대의 산업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던 놀라운 일을 할 때에도 구시대의 유물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적어도 인터넷 혁명 때보다 세계의 판도가 빠르게 변할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팬데믹은 산업의 동향을 그 무엇보다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임직원들이 출근을 해야 하고,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야 하고, 실물의 제품으로 승부해야 하는 기업들은 크게 흔들렸다. 소위 '공장 하나 없는' 기업들은? 넷플릭스, 펠로톤, 각종 배달 앱을 보라. 필연적인 격리로 인해 사람들은 10년 후에나 가능할 법만 라이프 스타일을 강제로 시작해야만 했다. 덕분에 인터넷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기업들은 되려 날개를 달았다. 누가 이런 일을 예견했던가.

 

새로운 시대, 새로운 위기, 그리고 새로운 기회 속에서 기업은 경쟁자보다 기민하고 날카롭게 움직여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곧 4차 산업혁명이 된 지금, 4번째 파도는 뒤에 남겨진 낙오자들을 완전히 파괴할 테니.

 

기존의 2030, 2050 미래 트렌드 예측서를 갈아엎고 BCG(Boston Consulting Group)가 나섰다. 3인의 BCG 중역은 BCG가 자랑하는 기민한 자체 연구소와 함께 이제부터의 기업이 살아남는 방법을 논한다. <위대한 기업의 2030 미래 시나리오>이다.



 

<위대한 기업의 2030 미래 시나리오>에서 우리는 초연결, 초혁신, 초집중을 배운다. 모바일 혁명으로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초연결은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방글라데시를 시공간의 제한 없이 연결한다. 세계가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가 되었지만 일류 기업들은 여전히 로컬의 다양한 이야기에 집중해야 한다. 세계를 아우르는 것은 기본이며 천만 개, 일억 개, 78억 개의 개별 수요는 당연히도 충족시켜야 한다. 여기에 CSR, ESG를 넘어 지속 가능성을 기업 경영의 당위적인 핵심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세상을 더럽히기만 했던 기업들이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면서 돈도 벌어야 하다니. 그 어느 때보다 혁신이 필요하리라!

 

ESG 그 다음은?

 

■ CSR → ESG → ??

아까운 돈을 자선 사업에 쓰는 셈이었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_기업의 사회적 책임). 적당한 곳에 기부하거나 실효성이 부족한 사회 공헌 활동만으로도 기업들은 주목받았다. 기업은 철저히 이윤을 추구하는 존재이기에. 그러나 CSR은 근원적으로 기업 활동의 부수적인 측면이 강했다.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 Rock)의 수장 래리 핑크가 지속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는 기업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ESG는 현시점의 핵이 되었다.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사회가 박살 나면 기업도 존속할 수 없다. 지구는 환경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한계선을 한참 넘었다. 기업 스스로가 생존하기 위해서 지속 가능성을 경영 전략 중심에 둬야 하는 것이다. 이미 S&P 500 기업의 80% 가까이가 ESG 보고서를 열성적으로 작성하고 있다. 공공의 이익은 이제 회사의 가치와 주가를 솟구치게 만들 것이다. 잠시간의 광기가 아닌 필연, 반드시 필요한 필연이다.

 

가지지 않아도 가질 수 있는 시대의 도래

 

■스트리밍과 공유 경제

산업의 서비스화. 매번 새 제품을 생산하고 매출을 밀어내고 이미 한계에 다다른 시장을 쥐어짜고자 했던 '파이프라인' 산업 시대. 혁신 기업에 대한 규제가 덜한 미국의 경우 플랫폼 위에서 모든 것을 구할 수 있다. 우버 점프로 자전거를 공유하고 블루 에이프릴로 매끼 식사를 배달 받는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의 실물 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적은 비용을 지불하며 언제든 편하게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공받는다. 코로나19는 플랫폼 경제를 엄청난 화력의 로켓에 싣고 우주로 쏘아버렸다. 그리고 사람들은 느낀다. 이제 가지지 않아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 위에서 스트리밍과 공유 경제는 2035년쯤이면 400조 원이 넘는 산업 규모가 될 예정이다. 아니, 그보다 더 커지지 않을까. 한번 편리함에 빠진 인간은 과거의 유물 속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밤 하늘의 별 보다 많은 데이터를 지배하는 자

 

■ 데이터 아키텍처

1분마다 500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업로드된다. 영상을 찍고 오랜 시간 공들여 편집까지 해야 하는 동영상이 그러할진대 글과 그림은 어떠할까. 감시 자본주의의 시대이다.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는 사용자의 모든 것을 자산으로 습득한다. 그것도 공짜로. 이미 지금도 구글이나, 한국이라면 네이버는 개개인보다 그들을 더 잘 알 것이다. IoT가 발달하면 정말 모든 것이 데이터화된다. 스마트폰을 만지지 않아도 알아서 개인의 '로그'가 기록된다. AI를 이용한 데이터 아키텍처 구축이 새로운 '산업의 쌀'이 될 이유이다. 더욱 정교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의미 있는 자산으로 바꾸는 것. 수천억에 수천억을 곱해야 한다는 밤하늘의 별 보다 많은 데이터를 지배하는 기업은 위대한 승리자가 되리라.

 

산업의 흐름은 물론 급변하는 패러다임을 읽는 리더십까지 BCG의 중역 3인방은 9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물론 쉽사리 변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을 만들던 뼛속까지 제조업체인 대기업이 갑자기 무엇을 스트리밍 하겠는가. 무엇을 공유하겠는가. 바로 그 생각이 산업혁명의 4번째 파도를 못 넘게 만드는 닻이다. 가장 영악한 인간보다도 기민하고 영민하고 또한 악독하게 살아남았던 기업들. 위대함을 넘어선 기업은 그렇게 탄생했다. 경영 전략부터 리더십까지 9가지의 해법은 위대함 너머로 기업을 이끌 것이다.

 

위대함마저 넘어선 기업들, <위대한 기업의 2030 미래 시나리오>였습니다.

 

* 본 리뷰는 리더스북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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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 진실이라는 청진기로 위인들을 진단하다 | 시누의 서재 2021-09-2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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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이지환 저
부키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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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라는 청진기로 위인들을 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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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이상의 긴 시간 동안 하루 3~4시간의 잠자는 시간 빼고는 오롯이 벽돌 책에 얼굴을 파묻고 있어야 가능한 '의사'라는 이름.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작은 책상 하나를 두고 마주하고 있는 환자는 온통 '그냥', '약간', '그쯤', '~ 같아요'라는 애매모호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의학적 지식은 너무나 많다. 지긋이 아픈 배를 부여잡고 온 환자에게 내릴 수 있는 진단명은 족히 수백 가지는 되리라. 그렇다고 환자에게 구체적이고 의학적으로 도움이 되는 증상을 말하라 할 수도 없다. 스스로 돌파하는 수밖에.

의사는 탐정과도 같다. 경찰보다는 셜록 홈스 같은 바로 그 탐정에 가깝다. 다만 사람의 몸을 무척이나 잘 알고 있다는 점만 다를 뿐. 환자의 첫 마디만 듣고서 떠오르는 병명은 대략 수십 가지, 이제 환자의 식습관을 물을 차례다. 직업은 무엇인지. 최근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일은 없는지. 큰 병이 아니라면 이쯤에서 보통 유력한 용의자이자 병명이 나오지만 가끔 끝까지 버티는 녀석들이 있다. 그땐 사돈의 팔촌까지 가족력을 캐묻고, 술 담배, 어릴 때 앓았던 요상한 병까지 캐묻는다. 그리고 마침내 밝아오는 머릿속. 찾았다. 환자를 괴롭히는 병이 무엇인지를!

이쯤 되면 의사라는 직업이 대단해 보일 뿐만 아니라 어쩌면 흥미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아서 코난 도일은 환자가 많지 않은 병원의 의사였던 덕분에, 환자를 진찰하며 샘솟은 자신의 지적 호기심과 흥미를 셜록 홈스로 옮겨냈다. 대중의 인기를 끌 수 있는 교양서나 탐정 소설이 아니어도 의사들이 추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은 또 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환자를 진단하는 것. 바로 역사 속에서 스러져간 위인들을 '진짜' 병명을 추정해 보는 것이다.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는 세종, 가우디, 모차르트, 마리 퀴리 등 변변한 의료 기록 하나 남기지 않고 세상을 홀연히 떠난 인물들을 '탐정'처럼 살펴본다. 세종이 정말 고기만 즐기고 몸을 통 안 움직여서 당뇨에 걸렸을까? 재위 후기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당뇨 합병증 같기도 한데? 조선이 낳은 최고의 천재 세종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저자는 조선왕조실록을 샅샅이 뒤진다. 세종이 이리 아프다고, 저리 아프다고 하여 남긴 12번의 기록을 모두 찾아 세심한 추리를 시작한다. 도스토옙스키가 느꼈던 '환상적인' 느낌을 일종의 '신의 계시'가 아니라 의학적으로 진단한다. 무엇이 그를 '지랄병' 환자로 만들었던가.

거리를 걷다 전차에 치여 쓰러진 가우디. 사람들은 천하의 가우디가 다 헤져가는 양말을 두 겹씩이나 신고 부랑자에 가까운 옷차림일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가우디는 그런 남루한 옷차림 때문에 제때 치료받지 못했고 3일 만에 사망한다. 어쩌면 가우디를 최종적인 죽음으로 몰아갔을지도 모르는 그 궁색한 옷차림은 실은 가우디의 아픔에서 비롯되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유독 발이 저릿저릿했던 그는 걷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친구는 없었고 고독해졌다.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 이런 얘기까지 알아야 하는가. 책은 마치 실제로 가우디를 진단하듯 가우디의 발부터 시작하여 온몸을 살펴본다. 각종 문헌을 뒤져 대여섯 가지의 병명을 하나씩 지워나간다. 저자의 유려한 말솜씨는 그 과정을 지루함이 아닌 번뜩이는 재치로 채운다.

역사 속의 인물들은 때때로 오해를 산다. 때때로 흥행을 위한 잘못된 각본의 주인공이 된다. 모차르트를 시기하지도, 그의 유작이 된 '레퀴엠'을 익명으로 의뢰하지도 않았던 살리에리처럼. 살리에리는 심지어 '아마데우스'를 통해 어린 천재를 시기한 질투의 화신으로 낙인찍히지 않았던가. 모차르트 또한 아주 어린 시절의 천재성과 가벼운 이미지 때문에 '매독'으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았다 수군거린다. 그들도 그저 한 명의 사람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보다 객관적이고 진실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저자는 유명하다는 이유로 죽어서도 자신들의 가슴에 오해와 과장이라는 청진기를 대는 후대인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직접 보다 정확한 청진기를 들고 온갖 문헌과 기록이라는 첨단 장비를 꺼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편협한 시선을 거두고 진심이라는, 의사의 첫 번째 소명으로 선조들을 살폈다. 그렇게 드러난 흥미로운 진실들. 세종은 당뇨였을까? 모차르트는 왜 갑작스레 숨을 거두었을까? 생각보다 많은 역사의 왜곡을 깨부수고 그들은 마침내 진실을 찾았다.

다시 한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얼마나 많은 과거가 각색되었을까. 한 의사의 진실이라는 날카로운 청진기로 말미암아 잘못된 과거가 진실을 찾을 수 있기를. 그리고 오늘날의 시대는 거짓보다는 진실만을 좇는 시대가 되기를.

진실이라는 청진기로 위인들을 진단하다,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였습니다.

* 본 리뷰는 부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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