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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게 재밌게 나이듦] | 시누의 서재 2020-09-30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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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지게 재밌게 나이듦

김재환 저/주리 그림
북하우스 | 2020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우리가 몰랐던 할머니의 삶과 애환, 그속에 담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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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남자 자식들 공부시킨다고 소도 팔고 집도 파는데 딸들은 국민학교조차 보내주지 않아서 평생 글을 모르신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참 많다.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에 나오는 경상북도의 한 모퉁이, 칠곡군의 7공주 할머니들 또한 그런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인생의 황혼기에 쓸쓸하게 집에서 가만히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새롭게 글자를 배우며 제2의 인생을 멋지게 꾸며간 할머니들의 이야기, 아직 생존해 계신 외할머니께서 계신 곳이 칠곡의 왜관이라는 작은 도시이기에 더 구구절절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야기였다.

저자가 칠곡 7공주 할머니들의 문해 학교 탐방기를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을 찍게 된 것은 전까지 그가 만들었던 사회 비판적인 작품들에 대해 어머니께서 조금은 걱정하시는 눈치를 내보이셨기 때문이다. 맛집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트루맛쇼'를 제작하여 MBC 사장으로부터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기도 했었고, 저자 본인 스스로가 모태신앙이고 어머니의 친한 '교회 권사' 친구님들도 모두 교인이셨음에도 '쿼바디스'라는 기독교 비판 프로그램을 보여드릴 정도로 사회 비판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나섰던 김재환 감독이었다. 어머니께서 친구들과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작품 하나만 만들어달라는 말씀에 우연히 시작하게 된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저자에게도, 우리 사회에도 많은 울림을 전한다.

일단 나 또한 경상도에서 고등학교 시절까지를 보냈던 사람으로서 경상도 사람이라면 훨씬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정다운 사투리가 가득한 문체들이 반가웠다. 어릴 적 부모님 심부름으로 동네 어르신들을 찾아뵙거나 경로당 앞의 평상에 앉아 계신 어르신들 곁을 지날 때 들었던 딱 그 말투들이 책에서 보였다. 덕분에 할머니들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담으려는 저자의 진정성과 할머니들의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매일 같이 들르던 5일장에 장을 보러 갔다 허기를 달래러 들어간 중국집. '짬뽕'이라는 글자를 이제야 읽을 수 있게 되어 매일 시키던 짜장면 대신 짬뽕을 시켰다는 할머니의 말은 눈물이 잠깐 새어 나올 만큼 가슴이 먹먹해지는 장면이었다. 어릴 적 남동생들의 교복 깃을 다려주며 당신도 새하얀 교복이 입고 싶어 저녁마다 눈물을 훔쳤다는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겹쳐지며 그분들의 삶이 한순간에 가슴속에 날아와 꽂혔다.

<오지게 멋지게 나이듦>에는 중간중간 할머니들께서 부지런히 익히신 한글로 손수 지은 시들이 등장한다. 그분들께서 견뎌 온 삶의 애환이 너무나 무거웠기 때문이었을까. 3줄짜리, 10단어에 불과한 한 편의 시는 하나하나마다 가슴을 아리게 했다. 일곱 분 할머니들의 시는 이 책을 더욱 풍성하고 아프게 만들어 주는 정말 멋진 요소였다.

재미난 이야기가 있었다. 문해 학교에는 할아버지들이 거의 찾지 않는다는 말. 그런데 그 이유가 할아버지들은 자존심을 버리지 못해서 동네 어딘가에 모여 정치 이야기로 안 그래도 혈압이 높은데 목에 핏대를 올려 가며 '화'를 잔뜩 내시지만 할머니들은 웃음이 가득해서 학교를 찾는 것에 거부감도 없고 학교에서도 웃음꽃을 활짝 피운다는 말.

여기의 나이가 들수록 할아버지는 집안에서는 점점 할머니에게 의지하지만 밖에서는 자존심 때문에 조금도 티를 내지 않으려 하는데, 할머니들은 점점 할아버지가 없어도 괜찮아진다는 말. 그래서 할머니가 먼저 돌아가시면 할아버지는 6개월 안으로 할머니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은데, 할머니들은 홀로 남게 되어도 보통 4년은 여생을 재밌게 즐기다 떠난다는 말. 물론 그 옛날 결혼하신 할아버지와 할아버지들의 연세를 고려해 봤을 때 할아버지들이 나이가 더 많기에 완전히 들어맞는 말은 아닐 수 있지만 할머니들이 분명 시시콜콜한 이야기로도 웃음꽃을 피울 수 있고 젊을 적부터 온갖 굳은 일을 해가며 생활에 도가 튼 덕분에 혼자서도 꿋꿋이 잘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은 충분히 납득이 갔다. 실제로 나의 고향에서도 그러한 경우가 많기도 하다.

그래도 할머니들도, 참 많이 외로워하신다. 일 년에 몇 안 되는 가족들을 다 같이 볼 수 있는 날인 명절. 할머니들은 명절이 무척이나 기다려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오지 않았으면 하는 날이라고 한다. 할머니들이 보지도 않는 TV를 틀어놓는 이유가 사람 사는 것 같이 느껴지려면 아무 소리가 들려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처럼, 명절에 자식과 손주들이 우르르 빠져나가면 다시 집안은 적막만이 흐른다. 사무치는 외로움이 대비되는 그 짧은 명절이 그립고 고마우면서도 두려운 것이다.


이처럼 <오지게 멋있게 나이듦>에는 우리가 그동안 멀리하고 지냈던 '할머니'라는 존재의 세세한 삶이 담겨 있었다. 그 속에는 한글을 통해 새로운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한 즐거운 모습도 담겨 있었고, 그 옛날 여자라는 이유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설움만 견뎌내야 했던 안타까운 이야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40년 50년을 홀로 자식들이 꿋꿋이 키워내며 같은 처지의 할머니들과 '형님', '형님' 하며 세월을 견뎌온 이야기도 있었고, 마지막에는 끝내 외로움에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도 담겨 있었다.

점차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부모와 자식이라는 한 단계를 신경 쓰는 것만으로도 벅차다고 느껴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 부모님의 위 세대인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깊은 의미가 있었다. 여기에 더해 그분들

의 삶의 애환과 당시의 부조리를 통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사회의 방향성까지 함께 고민할 수 있다면 이 책이 쓰인 의미가 보다 빛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당장 외할머니께 전화 한 통을 드리고 싶어졌다. 손주라고 하나

있는 녀석이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잠시라도 말 동무를 해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울컥 올라오는 책이다.

글을 배우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던 할머니들의 이야기,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북하우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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