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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러티브 경제학 - 소문과 루머에 담긴 경제적 환상 | 시누의 서재 2021-03-0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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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러티브 경제학

로버트 쉴러 저/박슬라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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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비이성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내러티브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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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의 시대를 연 찰스 슈왑은 '자산을 스스로 책임지는 것'을 성인의 기본적인 책무라고 여기며 경제적 활동에 많은 공을 들일 것을 강조했다. 이미 50년 전에 이와 같은 말을 하며 세계적인 투자 그룹을 만들어낸 투자의 구루도 있지만 실상, 우리 일반인들은 그저 흔들리는 갈대에 불과하다. 그 유명한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 2008년 금융 위기, 가장 최근의 비트코인 광풍까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근거 없는 '소문'에 자신의 재산을 걸었다. 그리고 참담한 쓴맛을 보고야 말았다.

사람들을 끝없는 상승과 하락장으로 인도한 '소문', 즉 내러티브에는 신화와 같은 속성이 있다. 조지프 캠벨을 필두로 한 신화학자들은 인간이 좋아라 숭배하는 이야기에는 많게는 20가지, 적게는 7가지 정도의 '정해진' 특징이 있다고 본다. 금지된 사랑, 부활, 희극과 비극, 괴물을 처치하는 영웅담 등 영화나 드라마에서 지겹도록 본 이야기이다. 맨날 똑같은 줄거리라 욕하지만 어쩔 수 없이 드라마에 매료되어 TV를 켜는 시청자들처럼 경제의 영역에도 내러티브에 매혹당하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가짜 뉴스나 선동적인 기사, 가십거리는 잘생긴 배우였던 로널드 레이건을 무려 재선에 성공시키고 트럼프를 미국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대통령으로 기록에 남긴다. 단지 남들도 관심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 남들도 열심히 매수할 것이라는 믿음만으로도 비트코인에 '한방'을 걸도록 만들기도 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트코인이라는 암호화 화폐의 기본적인 기술이나 심지어는 거래 방식도 모르는 '투자자'가 60%가 넘는다는 사실은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내러티브 경제학>은 이처럼 사람들을 비이성적인 상태로 몰고 가는 내러티브에 담긴 이야기를 다룬다. 가장 대표적인 '내러티브'의 사례인 비트코인부터 대공황, 세계 금융 위기, 코로나19까지 정치 경제적으로 아무런 영향이 없는 한 명의 '개인'이 무심코 내뱉은 말이 '신화'가 되는 어이없는 이야기의 역사를 통해 인간이라는 멍청한 존재에게 내러티브라는 유기체가 던지는 위험성을 경고한다. 내러티브의 폭발력과 경제학적 영향력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일은 무척이나 어렵다.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이성과 내러티브는 밀접한 관련을 지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러티브에 대한 7가지 명제를 통해 저자는 내러티브를 일반 독자들에게 익숙한 대상으로 만들려 노력한다.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이름 등으로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온 내러티브는 알게 모르게 거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이나 정부의 언론 통제 등으로 주식 시장은 요동치고 내러티브의 원리를 모르는 일반인만 막대한 피해를 입기도 한다. 78억의 개개인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만들어간 행동의 총합이 결국 세계의 경제이다. 개인의 행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놀랍게도 각자의 뚜렷한 철학이 아닌, '아무나'가 전하는 가십이고 소문이다. 빛의 속도로 가짜 뉴스와 약간의 진짜 뉴스가 전파되는 시대에 내러티브의 힘을 무시한다면 내러티브는 수많은 일반인을 집어삼킬 수 있다. 소문에 담긴 경제학에 깊은 관심을 지녀야 하는 까닭이다.

■ 내러티브는 다양한 속도와 규모로 전파된다

오늘날 출판시장은 내러티브의 끝판왕이다. 화려한 표지와 각종 '강력 추천' 등의 문구로 독자들의 마음을 홀리곤 별것 없이 김새는 내용으로 독자들을 실망시키는 도서가 대부분이다. 50년 전이라고 달랐을까. 50년까지 가지 않더라도 당장 5년, 10년 전으로만 돌아가도 된다. 그때의 베스트셀러 목록은 오늘날과 많이 다르다. 도서나 음반 등은 짧은 지속시간을 가진 내러티브의 대표적인 표본이다. 비트코인 또한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비밀스러운 창시자와 아나키스트적 움직임, 선진국의 극심한 경제 불평등 등이 적절한 타이밍에 맞물려 짧은 기간 동안 폭발적인 내러티브 효과를 낸 케이스이다. 이처럼 내러티브는 속도와 규모 등에서 천차만별의 차이를 지닌다. 그 규모가 거대한 경우는 수십만 명을 비이성적인 상태로 몰고 가 집어삼킨다. 이내 그 광풍이 꺼지고 나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과 같은 비이성적인 주식시장 폭등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다.

■ 진실만으로는 잘못된 내러티브를 막을 수 없다

미국 증시 역사상 몇 차례 존재했던 검은 월요일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내러티브를 통해 형성된 거대한 주식 버블은 하락할 때에도 내러티브에서 기인했다. 안타깝게도 '어떤 회사가', '누군가'가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말 등은 극심한 밴드왜건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안간힘을 다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전해도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시장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이는 세계대전과 같은 이벤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단순한 '믿음'만으로 긍정의 버블을 만들 수 있는 인간은 반대로 믿음만으로 부정의 버블도 만들 수 있다. 이미지가 생명인 공인들이 허위성 기사를 필사적으로 초기에 진압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움직임을 막아야 한다. 이미 흐르기 시작한 물은 도저히 멈출 수 없다.

■ 경제 내러티브는 반복 기회가 많을수록 전염된다.

당연한 말일지도 모른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가 뭘까? 다양한 답변이 나올 수 있겠지만 '해피 버스데이 투 유'는 많이들 수긍할 수 있는 답일 것이다. 실은 1800년대에 나온 곡과 정확히 일치하는 이 곡은 누가 가사를 바꿨는지도 모른다. 다만 자신의 생일에, 친구의 생일에, 부모님의 생일에, 모르는 사람의 생일에 늘 부르다 보니 100년이 넘는 내러티브가 되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프랑스, 독일어 등 다양한 버전으로 멜로디만 동일하게 반복이 된다. 부동산, 주식의 특정 종목과 같은 경제 내러티브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 힘은 반복이 잦아질수록 커진다. 그렇기에 우리는 반복되는 내러티브의 긍정/부정적인 영향력을 예측하고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경제적인 내러티브뿐만 아니라 내러티브가 인류의 역사에 거대한 영향을 미친 수많은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비이성적인 면모를 자세히 파헤친 책이다. 스스로도 내러티브의 모델링을 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다고 말하지만 인류는 내러티브로서 존재하는 존재이다.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비이성적인 과열 현상을 내러티브의 측면에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그 거품이 실은 누군가가 던진 아주 사소한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소문과 루머에 담긴 경제적 환상, <내러티브 경제학>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알에이치코리아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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