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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엉-김홍 | 책 읽고 나서 2023-03-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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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엉엉

김홍 저
민음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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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책을 읽고 있느냐는 질문에(이런 질문을 해주는 사람은 한 명 밖에 없어서, 좋다. 계속 질문해 주시라.) 『엉엉』이라고 답했다. 엉엉? 응, 엉엉. 『엉엉』은 그런 책이다. 엉엉이라고 말하는 순간 엉엉 울고 싶다는 솔직한 마음을 말한 듯해서 후련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계속 그런 시기가 있지 않은가. 내내 계속 엉엉 속으로 울면서 지내는 시간들이.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나의 본체가 떠난 이후의 일상을 그린다. 본체는 집이 좁고 더워서 떠난 듯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본체가 비상금까지 훔쳐서 나가고 나서 든 깨달음이다. 나의 집은 나와 본체를 담기에는 비좁다. 본체는 고지서로 자신의 근황을 알렸다. 고소장은 덤이고. 나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고 채무의 흔적을 남기는 것으로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그러다 본체의 소식이 끊겼다. 고지서도 독촉장도 오지 않았다. 나는 집을 옮긴다. 지금보다는 넓은 집으로. 그 사이에 본체가 전화를 걸어오면 새 주소를 알려줄 텐데. 전화는 오지 않으니까 이사를 했다. 마스크 공장에서 일을 했다. 본체가 떠난 후로 계속 울었다. 울면서도 일은 하고 쿠팡에서 고양이 밥도 주문했다. 울어도 생활은 해야 하니까 울면서 살았다. 내가 울 때마다 비가 내렸다. 

 

건전지를 모아서 동사무소에 갖다주러 갔다가 '슬픈 사람 모이세요'라는 전단지를 발견한다. 나와 동그람 씨는 매주 모여서 과자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본체에게서 연락이 오고 본체를 잃어버린 사람들 틈에서 나는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지낸다. 이상한 사람들이 참 많다. 유튜브나 시사 프로그램을 보면서 여음구처럼 하는 말이다. 

 

그런 나도 이상한 사람. 이상한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건 의외로 쉬운 일일 수도. 같이 이상해지면 되니까. 『엉엉』의 설정은 낯설지 않다. 내 안의 또 다른 나. 또 다른 나이지만 같은 나. 나를 혹은 나의 환경을 견디지 못해서 나의 나는 떠난다. 불법적인 일 같은 거 하지 않고 빚도 지지 말고 살면 좋을 텐데. 그러면 같이 행복해질 텐데. 본체는 내 안의 무수한 나들의 은유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내가 울면 하늘도 같이 운다는 설정 또한 은유라고. 내가 슬프면 세상도 같이 슬퍼야 하지 않겠느냐는 하소연 같은 거라고. 『엉엉』을 다 읽고 황정은이 떠올랐다. 『엉엉』의 쓸쓸과 황정은의 쓸쓸이 겹친다. 노력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 남겨진 우리들은 고지서의 숫자를 볼 때마다 엉엉 울고 있다. 본체가 나를 떠난 이유를 생각하면 자꾸 슬퍼진다. 

 

소설은 모두의 근황을 알려주면서 끝난다. 이런 결말이 좋다. 그런 저런 일들이 일어나고 어떻게들 지내고 있는지 소설 속으로 들어가 물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화를 내고 웃길 땐 웃으면서 계속 누워 있어도 죄책감 같은 거 갖지 말고 지내자고 말하고 싶다. 그래야 본체가 떠나지 않으니까. 3월의 고지서를 받고 이체를 하면서 엉엉. 4월은 4월에 엉엉하자. 엉엉 울면서 살아보자.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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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는 마음-김유담 | 책 읽고 나서 2023-03-0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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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돌보는 마음

김유담 저
민음사 | 202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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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담의 소설집 『돌보는 마음』에 실린 단편 「안(安)」을 읽으면서는 가슴이 답답했다. 엄마가 그토록 원한 의과 대학이 아니라 사회학과에 간 주인공 '나'는 기자가 되었다. 엄마는 '나'에게 결혼은 여자한테 손해이며 지옥불로 걸어들어가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결혼 생활은 이어졌다. 매주 토요일에 남편의 본가에 가서 하룻밤 자고 왔다. 시누이 가족과 모여서 밥을 먹었다. 설거지를 하고 과일과 차를 내놓았다. 음식을 준비하는 건 시모의 몫이었고 치우는 건 며느리인 '나'만이 했다. 

 

결국 '나'는 어떻게 했을까. 소설을 끝까지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마지막 장을 덮고 요즘 최애 친구인 유튜브 앱을 실행. 이건 뭐지. 카카오 TV에서 제작한 드라마 《며느라기》 몰아보기가 상단 화면에 뜨는 것이 아닌가. 정말 무섭다, 무서워. 그렇지만 이런 알고리즘 좋다. 멍하니 보고 있다가 빵 터진 장면이 있었다. 시모가 아들에게는 갈치를 며느리에게는 무 조림을 얹어 주는 것이 아닌가. 새 밥을 아들과 남편 밥그릇에 담고 아침에 한 밥은 우리 둘이 먹어치우자고 명랑하게 말한다. 

 

드라마라서 과장하는 건가, 줏대 없는 나는 다른 이의 생각이 필요하기에 댓글을 읽어 내려갔다. 웬걸. 드라마라서 과장하는 거 아니야라는 글이 달려 있을 줄 알았지만 격하게 공감한다와 이 드라마를 공중파에서 매일 같이 틀어줘야 한다는 댓글의 연속이었다. 갈치와 무 조림. 새 밥과 헌 밥. 나는 무 조림과 헌 밥을 좋아해서 그렇게 줘도 타격감은 없을 것 같지만. 막상 그렇다면.

 

『돌보는 마음』에는 열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열 편 모두 가독성이 좋다. 현실감 있는 이야기들이 잔뜩 있다. 여자와 여자 주변의 이야기라고 단순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여자와 나의 이야기가 『돌보는 마음』에 있다. 병상에 누워 있는 할머니를 위해 담을 넘어 대추를 서리하고 감옥에 간 동생의 석방을 위해 가족이 외면한 이를 찾아간다. 직장에서는 마음을 나누는 건 절대 금기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 있고 그때 사지 못한 집의 시세가 높아지는 걸 보면서 마음이 아린다. 

 

가족을 돌보는 건 누구인가. 가족을 떠나는 건 누구인가. 대답해 주시라. 자꾸 모른다고 하지 말고. 표제작 「돌보는 마음」은 미연이 시터 면접을 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시터 임화숙은 미연이 잘못 알고 있다고 그 말을 반복한다. 설사 잘못 알고 있다고 해도 상대가 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 마음이 상한다. 미연은 임화숙 대신 친구가 소개해 준 업체에서 시터를 고용한다. 미연은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한다. 일을 하는 동안에도 CCTV를 확인한다. 

 

돌봄의 대상이었다가 돌봐야 하는 주체가 된다, 여성들은. 죽음의 순간이 되어서야 겨우 돌봄 노동에서 벗어난다. 뉴스는 특집으로 인구 절벽을 다룬다. 입학생이 없어 학교가 문을 닫고 소득이 적을수록 연애 경험이 없다는 수치를 보여준다.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물론 경제적인 부분이 크다. 중산층 정도가 되어야 결혼과 출산이 가능하다는 농담 같지만 사실인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엄마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온다. 일 하다가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는다. 아버지에게는? 김유담의 『돌보는 마음』은 비현실 같은 현실을 그린다. 마음이 없는 사람처럼 살아 놓고 저녁이 되면 어느새 어두워진 마음을 발견하며 울적해지는 시간을 『돌보는 마음』은 선사한다. 내내 어두웠구나. 마음. 오늘은 지워지고 내일은 아득한 늦저녁에 『돌보는 마음』 읽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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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너무 슬픔-멀리사 브로더 | 책 읽고 나서 2023-03-0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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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오늘 너무 슬픔

멀리사 브로더 저/김지현 역
플레이타임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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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너무 슬픔』은 정지음의 『오색 찬란한 실패담』에 소개된 문장을 읽고 공감받아서 어머 이건 읽어야 해 하면서 읽었다. 몸과 다이어트에 관한 그 문장들은 실패한 다이어터의 고뇌와 참회가 담겨 있었다. 숫자를 먹는 바보. 허영을 먹는 바보. 나 자신을 믿지 못하는 바보. 책의 저자 멀리사 브로더는 『오늘 너무 슬픔』에서 바보로서의 자신을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주저하지 않는 정도가 온갖 것으로의 중독으로 점철된 과거를 있는 그대로 진짜 이렇게까지 할 거야 정도로 낱낱이 밝힌다. 중간에 정신줄 놓고 마구 먹어댄 1년을 제외하고는 근 10년째 다이어터와 유지어터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매일 아침 반려 저울에 올라가서 몸무게를 확인하다. 어떤 날은 드디어 저울이 맛이 갔구나 바꿔야지 할 정도로 납득이 가지 않는 숫자를 우에엑 토해내는 반려 저울, 미워. 

 

『오늘 너무 슬픔』에서는 멀리사 브로더는 의문한다. 내가 여자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다이어트를 했었을까. 남자였다면 그냥 그렇게 칼로리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살지 않았을까. 그는 평균 이상의 몸무게로 태어난 먹보다. 엄마는 그가 뚱뚱해질까 봐 겁에 질렸고 음식을 통제했다. 멀리사는 폭식증과 거식증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키가 168센티미터인데 몸무게는 45킬로그램이었다. 

 

「온전하고도 깡마른 사람이 되고 싶어」에 나오는 내용의 일부다. 어떤가. 읽고 싶은 마음이 무한으로 치솟지 않는가. 이 에세이의 첫 문단은 '먹보다'로 종결한다. 어떤 행동을 해도 멀리사의 정체성은 먹보다. 책을 읽을 에너지조차 바닥이 났을 때 자기 전에 누워서 먹방을 본다. 보고 있으면 잠이 온다. 바쁘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신종 자장가, 먹방. 나는 먹지 못하지만 누군가의 잘 먹음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고 응원한다. 

 

다이어트 중독 말고도 『오늘 너무 슬픔』에서는 여러 중독 이야기가 많다. 멀리사는 중독에 중독된 자신의 삶을 놓지 않았다. 트위터에 오늘너무슬픔이라는 비밀 계정을 만들었다. 그곳에서는 무슨 이야기든 할 수 있었다. 나를 드러내지 않고 나를 말할 수 있다니. 어느 중독자는 누구나의 중독자가 되었다. 매번 나만 이런가에 시달린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내가 잘못 살고 있는가라는 '머릿속 위원회'의 비난에 몸부림치면서. 

 

『오늘 너무 슬픔』을 읽다 보면 그렇지 않고 우리 모두 잘못 생각하고 잘못 살고 있어서 그동안 겪은 고통과 비난은 쓸데없는 것이구나를 깨닫는다. 이렇게 살아도 저렇게 살아도 엉망이다. 얼마 전에 본 영화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의 주인공은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잘 가, 미래의 예뻐질 나 자신. 중독은 나쁜 것이라고 간단하게 말할 수 없기에 멀리사는 오늘 왜 너무 슬픈지 중독이 왜 나쁜지 『오늘 너무 슬픔』에서 들려준다. 

 

미래의 나 자신이 예뻐질지 좋아질지 알 수 없다. 과거에 내가 있었고 현재에 내가 있다는 것만이 유일한 사실이다. 어쩌면 존재할 수도 있을 미래의 나 자신을 위해 오늘 조금만 슬프기로 한다. 너무는 너무하니까 조금씩만 슬퍼하면서 그러다 슬픔이 아니게 될 때까지 나를 내일로 밀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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