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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있나요? 그래서 외롭나요? 아니면 혹시 오늘 이별했나요? 나, 오늘 왠지 당신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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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애인의 면영(面影: 얼굴모양새) | 사랑, 끝나지 않는 이야기 2009-01-05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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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애인의 면영(面影: 얼굴모양새)

                                                                                                                             임화


  나의 애인은 역시 아름답습니다. 옷에 까만 외투를 입고 조그만 발에는 아담한 구두를 신었습니다. 이따금 버선 위에 고무신을 바꿔 신으면 짧은 발에 흰 발등이 살찐 비둘기 가슴처럼 포동포동합니다. 나는 그의 귀여운 발이 멀리 갔다가 나의 집 처마 아래 참새처럼 찾아 드는 고운 걸음걸이를 한량없이 사랑합니다.

  행인들은 거리를 돌아오는 그의 걸음걸이에서 조금도 애인을 찾아가는 젊은 여자의 질서 없이 움직이는 몸맵시를 찾진 못할 것입니다.

 

  그는 차림새나 이야기나 걸음걸이의 유난함으로써 새 시대의 표적을 삶으려는 많은 여자들을 ‘속물스런 정경’ 이라 형용합니다. 사실 그의 입은 모든 사람의 그것처럼 먹기 위한 기관의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입 뿐 아니라 그의 얼굴의 모든 기관이 그러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다지 크지 않은 동체(胴體) 위에 완연 아름다운 조각의 콤플렉스처럼 희고 동근 목 위에 받쳐 있는 갸름한 얼굴은 생물 유기체의 한 부분이라기엔 너무도 아름답고 지혜롭습니다.

  트로이의 성문처럼 굳게 닫힌 두 입술 사이에 미소가 휘파람처럼 샐 때 까만 두 눈은 별같이 빛납니다. 아무도 이 아름다운 입이 총구처럼 동그래져서 쏘아 놓는 날카로운 비판의 언어를 상상치는 못할 것입니다. 그 순간 무른 서리가 어린 긴 눈썹 아래 동그란 눈알의 매운 의미를 알아낼 수도 없을 것입니다.

  두 볼의 선이 기름진 평원처럼 턱으로 내려가 한데 어울려 가지고 인중을 지나 우뚝 솟은 콧날은 어쩌면 그렇게 날카롭고 부드럽습니까? 웃을 때도 노할 때도 그곳은 산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단지 어느 때는 말랑말랑하고 따뜻하며 어느 때는 굳고 대리석처럼 찰 뿐입니다.


  지나간 어느 때입니다. 내가 빈사의 병욕(病褥)에 누웠을 때 그는 대단히 먼 길에서 왔습니다. 밖에선 눈보라가 치고 바람이 불고 겨울 날씨가 사나운 밤 나의 방문일 밀고 들어선 그를 나는 대단히 인생깊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의 온몸에서 살아 있는 곳이라고는 손밖에는 없는 것 같았습니다. 깎아 세운 석상(石像)처럼 우뚝 선 얼굴은 창백하고 단지 손끝이 바르르 떨렸을 뿐입니다. 나의 눈엔 꼭 퍽 아름답고 지혜로운 젊은 미망인 같았습니다.

  그의 눈에선 조금도 눈물이 흐르지 않았습니다. 그의 입은 조금도 열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손은 아무것도 잡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순간 그는 나의 모든 것을 잡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 그는 청년이란 것의 아름다운 운명을 축복하면서 처음 울었습니다. 조선의 겨울밤은 병약한 사나이와 젊은 여자의 가냘픈 몸엔 너무나 맵고 쓰렸습니다.

 

  나의 애인은 사랑이란 것이 원수에 대한 미움으로부터 시작하여 자기 희생에서 꽃핌을 잘 알았습니다. 자기의 모발 한 오리를 버리기 싫어하면서 남을 사랑한다는 것은 대체 무슨 의미입니까? 희생 없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온전한 거짓입니다. 아름답고 지혜로운 애인을 위하여 나도 아무것도 이끼기 싫습니다.

  그러나 나의 애인은 다시 먼 곳으로 떠나갔습니다. 나의 슬픔은 또한 우리들 공통의 별리의 슬픔은 아! 아무것에도 비길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청년들에게 슬픔이란 즐거운 눈물같이 아름다운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청년이란 것의 운명은 아름다우나 슬픕니다. 그는 아름다우면서도 지혜로웠습니다. 여자이면서도 여자 이상이었습니다.

  우리를 조르던 큰 의무가 별리를 요구할 때 우리는 학동(學童)처럼 종순(終順)했습니다.

  그러므로 그는 우리가 정을 속삭일 때 나를 사랑스럽다 불렀습니다. 그러나 멀리 떨어졌을 때엔 반드시 ‘미더운 이’ 라 불렀습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함을 축복했고 서로 제 의무에 충성됨을 감사했습니다. 그런 때문에 그는 항상 우리가 비둘기처럼 사랑함을 경계했습니다.

 

어느 때 내가 태만의 결과 소망의 과업을 그르쳤을 때 어느 책에서 이러한 구절을 읽어 주었습니다.

  “십구 세기 말엽 가까이 어느 부처(夫妻)가 독일에 살았는데 남편은 청년 독일파에 속할 수 있는 시인이었답니다. 그런데 불행히 남편은 근면치 못했고, 예술적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더랍니다. 단지 한 중학교 교원으로 몹시 처를 사랑하는 남편에 불과하여 나이를 삼십여세나 먹게 되었더랍니다. 그러나 젊은 처는 그에게 용기를 주기 위하여 그를 대적(大賊)같이 용맹한 남자라든가 당신이 중세에 났다면 영웅이 되었으리라든가 여러 가지 방식으로 격려했으나 내내 효과가 없더랍니다. 나중엔 할 수 없이 실연의 비탄을 맛보게 하면 그에게 한 정신적 충격이 될까 하여 얼마간 거짓 그를 멀리 했더랍니다. 그러나 일체의 수단도 헛되이 그는 소망의 일을 달성치 못했더랍니다. 그래서 십여년 전 그들의 행복된 결혼 때 남편이 기념으로 사준 중세 부인용 소도(小刀)로 자결하고 말았더랍니다. 그러나 그 여인은 슬퍼서 죽었다느니보다 사(死)의 일격(一擊), 더구나 사랑의 기념물로 끊는 자기의 목숨으로 최후로 남편의 정신적 분기(奮起)를 재촉했더랍니다".

 

  나는 한번 쭉 이 글소리를 듣고 자기가 이렇게까지 종순하고 희생적인 지혜만을 애인에게서 요구하지 않음을 직각(直覺)했습니다. 그러나 여자 이상의 매력이란 것은 지혜와 굳은 의지가 우리의 등에 감기는 매운 채찍이라 생각했습니다 .비록 이러한 지혜가 시대의 슬픈 비극으로 끝맺는 불행한 날이 있을지라 해도 나는 나의 애인으로부터 이 밝은 지혜를 빼앗고 싶지는 않습니다. 출전 : [조광] 1938.2.

 

*******

누구나 사랑을 하면 시인이 되고 예술가가 된다고 했다. 특별한 감수성을 지닌 작가가 표현하는 사랑하는 이는 훨씬 더 아름답다. 어쩌면 우리는 '이러이러한 사람' 이여서 사랑받고 사랑하기 보다는 단지 '당신' 이여서 사랑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잊고 있는것 같다.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지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 많다. 아마, 사랑하는 만큼 사랑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는거겠지. 찾아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사랑할 수 밖에 없어서 사랑하게 되는 그런사람. 그리고 그에게도 내가 그런 사람. 그를 만나면 꼭 이런 편지를 써줘야겠다. 그러나, 그를 만나는 일이 쉽지 않을 걸 안다. 아마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는 것도. 그래서 적당히 포기하고 사랑보다는 그저 편안한 결혼을 이제는 선택할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때론 평안함도 사랑이라고 위안하면서_ h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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