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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사랑한다. | 예술 2021-05-1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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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송사비의 클래식 음악야화

송사비 저
1458music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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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입문자나 초보자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클래식 입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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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제목을 보고 소지섭, 임수정이 나와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15년도 더 지난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굳이 오래 전 드라마를 소환하며 리뷰 제목으로 꺼낸 이유는 송사비의 <클래식 음악야화>에 미안한 감정이 있어서다. 지난 1월 서평단에 이 책이 나왔을 때 저자의 앳된 외모와 뮤직 크리에이터라는 이력에 가벼운 책이라는 지레 짐작에 좋아하는 클래식 관련 책임에도 불구하고 서평단 신청을 주저했다. 그럼에도 클래식 관련 책이라 서평단에 신청했던 <클래식 음악야화>는 운좋게 서평단에 당첨되었고 책을 받자마자 바쁜 회사 업무와 집 안의 우환에도 불구하고 첫 장을 펼친 후 일주일만에 읽었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작곡을 전공하는 저자 송사비는 내 어설픈 생각과 달리 바로크 시대부터 20세기 음악까지 각 시대의 대표 작곡가들의 삶과 음악을 재미있는 일러스트와 함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어서 저자가 책을 쓰기 전 수많은 자료를 탐독하고 준비했음을 느끼게 했다. 리뷰를 쓰려고 하면 자꾸 일이 생겨서 완독한 후 3개월이나 지나 리뷰를 쓰게 되어 클래식 입문자에게 더할나위 없이 좋은 클래식 책을 출간된 후 바로 소개하지 못 해 미안한 마음을 안고 리뷰를 쓴다.

 


 

<보는 즐거움> 

 이 책의 장점을 먼저 말하자면 작곡가를 쉽게 알 수 있는 일러스트와 함께 책장마다 눈을 사로잡는 색감이라 하겠다. 젊은 작가답게 시대별 대표작가의 특징을 살린 일러스트와 함께 장마다 눈에 띄는 파스텔톤을 잘 활용해서 보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또한 시대별로 순서대로 작곡가들의 이야기를 읽어봐도 좋지만 작가가 책 서두에 알려주었듯이 주제별로 나눠서 읽어도 책의 재미를 더해 준다. 예를 들어 로맨스티스트 작곡가들이라는 주제를 두고 드뷔시, 슈만, 베토벤, 리스트, 스트라빈스키를, 클래식 음악 중 피아노 곡을 가장 좋아합니다라는 주제로 쇼팽, 리스트, 라흐마니노프를 시대에 상관없이 읽어도 좋다는 이야기다.

 


 

  클래식에 관심을 가진 초보자나 입문자들이 제일 혼동하는 것이 시대적 구분과 그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일 것이다. 나 또한 클래식과 친해지기 전에는 바로크시대, 고전시대, 낭만시대 등의 순서를 혼동해서 바흐가 어느 시대 대표 작곡가이고 쇼팽이 어느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인지 헷갈리곤 했다. 이 책은 바로크시대부터 인상주의 시대까지 대표 작곡가들을 순서대로 설명해 주고 있어서 초보자나 입문자들에게 더할나위 없이 좋은 클래식 길잡이라 하겠다.

 

 1악장 바로크 시대(비발디, 바흐, 헨델)

 2악장 고전 시대(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3악장 낭만시대(멘델스존, 슈베르트, 쇼팽, 리스트, 슈만과 클라라, 브람스, 바그너)

 4악장 인상주의 시대(드뷔시, 라벨)

 5악장 러시아 작곡가 3인방(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스트라빈스키)

 

 

<듣는 즐거움>

 요즘 출간되는 클래식 책들이 빼놓을 수 없는게 QR 코드를 활용한 음악 듣기인데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 저자 송사비가 엄선한 각 시대별 작곡가들의 대표 곡들을 QR코드 하나로 연속으로 들을 수 있어서 곡마다 찾아 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을 수 있다. 각 장마다 대표 작곡가의 QR코드 하나만 접속하면 책 읽는내내 작곡가의 대표곡을 한 번에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송사비의 모차르트 추천곡인 1. 작은 별 변주곡, 2.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뮤지크, 3. 교향곡 40번, 4. 클라리넷 협주곡 A정조, 5. 터키행진곡, 6. 오페라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 아리아> 6곡을 QR 코드 한 번의 접속으로 연속으로 들을 수 있다.

 


 

<클래식 더하기 즐거움>

 클래식  입문자나 초보자들에게 각 시대별 작곡가들의 생애 에피소드나 대표 곡에 대한 설명은 재미와 함께 단비 같은 정보를 주는데 이 책 또한 각 시대별 작곡가의 생애에 기억할만한 에피소드와 곡에 대한 설명으로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낭만시대 대표적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쇼팽과 리스트가 절친한 사이였으나 두 사람 사이에 금이 간 사건은? 해외 투어가 많았던 쇼팽이 자신의 작업실이자 집이던 아파트 열쇠를 절친이었던 리스트에게 맡겼는데 당시 최고의 인기 피아니스트이자 여성들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리스트가 쇼팽의 아파트를 불륜의 장소로 이용해서 둘 사이가 끝이 났다는 사연. 히틀러가 사랑했던 바그너! 히틀러가 집권하기 이전에 이미 사망한 작곡가이지만 살아생전 사치가 심해 궁핍했던 바그너는 고리대금업자인 유대인들에게 돈을 자주 빌렸는데 그들의 빚 독촉에 유대인들에 대한 지독한 편견이 생겼고, 더구나 궁핍했던 바그너가 돈 많은 유대인 음악가인 마이어베어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거절을 당했는가하면 로소라는 부인을 유혹해서 불륜을 저지르다가 남편에게 걸려 총에 맞아 죽을뻔 했는데 그 남자가 유대인이었기에 유대인에 대한 증오가 정점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래서 바그너의 작품 곳곳에서 반유대주의가 드러나 있고 히틀러가 나치의 정책에 바그너를 잘 활용했다는 이야기다.

 

 송사비의 <클래식 음악야화>는  시대별 분류와 더불어 마지막 장에 클래식 음악사에 빼놓을 수 없는 러시아 대표 작곡가인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스트라빈스키 3명을 설명해 주고 있어서 재미와 깊이를 더하고 있다. 차이콥스키 3대 발레인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마녀, 호두까기 인형의 줄거리 요약은 덤이다.

 


 

 

 송사비의 <클래식 음악야화>는 미안한 마음으로 리뷰를 쓰기 시작했지만 결국에 사랑하는 마음으로 리뷰를 마쳤다. 아직 클래식 입문자이기에 누구보다도 클래식 입문자의 입장을 잘 아는 나로서는 그동안 읽은 10여 권의 클래식 책 중 이 책을 단연 클래식 입문자나 초보자들에게는 가장 적합한 책이라고 강추하고 싶다. 클래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어떻게 클래식과 친해져야할 지 모르는 이 시대의 수많은 클린이(주린이를 재생산해서 만든 말.ㅎ)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 표지에 송사비의 유튜브 채널과 팟캐스트 QR코드가 있으니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은 독자들은 참고하기를 바란다. 

 송사비의 <클래식 음악야화> 미안하다, 사랑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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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좋다! | 예술 2021-04-25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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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클래식이 좋다

조희창 저
미디어샘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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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마음을 건드는 클래식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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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까지는 나름 워라벨을 지키며 살았다. 좋아하는 독서는 물론이고 독서 후 리뷰 쓰기도 게을리 하지 않았고 틈틈이 아이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연초부터 회사 업무가 바빠지기 시작하더니 나의 워라벨이 깨지기 시작했다. 요즘은 바쁜 회사 업무에 주말에도 출근을 하고 평일에는 파김치가 되어 퇴근하기 일쑤다(사실 작년 여름에 내가 원해서 지금의 팀으로 옮겼으니 누구한테 하소연 할 처지도 아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작년부터 편찮아지신 장인어른께서 올 설 연휴부터 병환이 안 좋아지셔서 병원에 계신다. 이제 처가에서 전화가 오면 괜한 걱정이 앞선다. 이렇게 지치고 힘든 내게 작은 위안을 주고 있는 것이 있으니 몇 해 전부터 즐겨듣고 있는 클래식 음악이다. 

 

 클래식 애호가라고 하기에는 아직 클래식과 함께 보낸 시간과 깊이에서 한참 먼 입문자 수준이지만 이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지친 마음이 편안해질 정도가 된 나에게 반가운 클래식 책 한 권이 찾아왔다. 바로 조희창의 <클래식이 좋다>이다. 전작 <에센셜 클래식>을 통해 25인의 클래식 마에스트로의 내밀한 이야기를 핵심적으로 뽑아내 클래식의 흥미를 배가시켰다면 이번 책에서는 바로크시대에서 현대까지 클래식 대표 작곡가 29명에 대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 했던 작곡가의 삶과 흥미로운 에피소드, 사상 등을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클래식 마니아를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입문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쓴 책입니다. 그래서 29명 작곡가의 삶에 관한 얘기를 하되, 연대기적 설명보다는 에피소드 중심으로 단락을 나누었습니다. 작곡가에 대한 흥미가 음악 감상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대표적인 곡을 여섯 곡씩 선정했습니다(중략). 그 중에서 몇몇 부분이 독자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다면, 그래서 음악의 아름다움을 같이 느낄 수 있다면, 저는 행복할 것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p.6

 

 

 비발디, 헨델,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피가니니, 로시니, 슈베르트, 멘델스존, 쇼펭, 슈만, 리스트, 바그너, 베르디, 브람스, 차이콥스키, 드보르자크, 푸치니, 말러, 드뷔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시벨리우스, 라흐마니노프, 스트라빈스키, 프로코피예프, 쇼스타비치, 윤이상, 피아졸라 

 - 책에서 소개하는 29인의 작곡가들 

 

에피소드

 [클래식이 좋다]는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설명했다시피 연대기별 설명이 아닌 작곡가의 생애 중 기억할만한 주요 에피소드를 주제로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전만 못 하다고 하지만 아직도 선망의 직업 중 하나인 판,검사를  당대 작곡가들이 살던 시대에도 선망의 직업이었나보다. 헨델, 슈만, 차이콥스키, 시벨리우스 등이 부모의 희망으로 법대를 다녔다는 것을 보면 말이다(물론 거의 중도에 포기를 했지만). 여기에 피가니니, 리스트, 바그너, 푸치니, 드뷔시 등 당대 최고의 인기 작곡가들의 공통점은 바로 바람둥이 기질이라 하겠다. 특히 드뷔시를 사랑했던 두 여인은 친구 사이로 드뷔시에게 실연을 당하며 둘 다 권총 자살을 시도했다고 한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봄 기운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 했지만 봄만 되면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이나 로이킴의 "봄봄봄" 등 봄 기운 가득한 가요들을 자주 들을 수 있는데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 중 "봄"도 활짝 핀 봄꽃들과 함께 자주 듣게 된다. 사계의 작곡가 비발디는 빨간 머리칼의 신부협주곡의 대가로서 평온한 삶을 살았을 것 같지만 힘든 말년을 보냈다고 한다. 자유분방했던 비발디는 종교음악과 세속음악을 오가며 음악 작업을 하다가 사제의 본분을 잊었다는 이유(여가수와의 염문이 큰 이유 중 하나지만)로 여러 번의 경고 끝에 피에타 보육원의 음악감독직에서 불명예스럽게 해고가 된다. 일자리를 잃은 비발디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떠나 재기를 꿈꾸지만 후원자를 끝내 찾지 못해 말년에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다가 결국 급성폐렴으로 허무하게 세상을 떠난다. 

 역사상 최고의 천재 작곡가 하면 누가 떠오를까? 모차르트? 슈베르트? 2009년 영국 <BBC 뮤직매거진>은 멘델스존을 선정했다고 한다. 같은 나이에 이룬 업적들을 비교해보면 멘델스존이 가장 앞선다는 것이다. 멘델스존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덕분에 당대 최고의 선생들에게 음악을 배웠다고 하지만 10세가 될 무렵 케이샤르와 오비디우스의 저서를 원서로 읽고 11세에는 호라티우스의 <시학>을 번역했을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천재였다고 한다. 15살에 작곡한 교향곡 1번을 들으면 그를 왜 천재라고 하는지 느끼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었던 멘델스존에게도 약점이 있었는데 바로 모든 것을 잘해야한다는 완벽주의자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갑작스런 누나의 죽음에 그동안 쌓인 피로가 겹치면서 그 또한 38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최고의 클래식 명곡들을 후세에 남긴 모차르트, 슈베르트, 멘델스존 등의 이른 죽음이 그저 아쉽기만 하다.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로 유명한 드로르자크는 기차 마니아였다고 한다. 그는 매일 아침 프라하 중앙역으로 가서 열차의 번호와 생김새, 도착시각 등을 기록하는 특이한 습관이 있었다. 연주 여행을 다닐 때도 그의 최고 기쁨이 그 지역의 기차역을 들리는 것이었고 아침 약속이 있어 기차 기록을 못 하는 날에는 제자 수크에게 부탁을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63세의 드브르자크는 새벽에 기차를 보러 나섰다가 걸린 독감이 악화되어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고하니 그의 남다른 기차 사랑을 느끼게 된다. 하늘나라에 있는 드보르자크가 요즘 최대 시속 300km까지 달리는 고속 열차를 보고 있다면 신세계를 제대로 느끼고 있지 않을까?

 이 밖에 교향곡 "놀람", "고별",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로 유명한 하이든이 어릴 적 카스트라토가 되기 위해 수술을 하려다가 수술하는 날 배탈이 나서 수술이 연기되는 바람에 카스트라토가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하이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다행한 일이다), 중년에 산타클로스 같은 푸근한 인상을 남긴 브람스가 어린아이처럼 높은 톤의 목소리 때문에 거창한 수염을 길러다는 이야기, 음악사에서 작곡가의 부인으로 억세고 드센 세 명의 아내 중 한 명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아내 이야기(나머지 두 명은 하이든과 푸치니 아내이다), 불과 서른 한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슈베르트가 마지막 순간 남긴 편지와 총 재산 63플로린 등 당대 작곡가들의 주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들이 흥미를 주고 있다.

 

쇼버에게.

 몸이 안 좋네. 11일 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고 마시지도 못했어. 비틀거리며 의자와 침대를 오가는 신세야. 리나가 옆에서 나를 돌보고 있어. 뭐라도 먹으면 금방 토할 것 같아. 절망스러운 이 상황에서 문학으로 나를 도와주지 않겠나. 쿠퍼의 소설 중에서 <모히칸 족의 최후> <스파이> <키잡이> <개척자들>을 읽었는데, 혹시 이것 말고 다른 그의 소설이 있으면 커피하우스의 폰 보그너 부인한테 맡겨놓지 않겠나. 양심적인 내 형이 틀림없이 나에게 전달해줄 것이네. 어떤 책이든 괜찮네.

                                                                                                                   다정한 친구 슈베르트가

                                                                            - 죽기 7일 전 1808년 11월 12일에 쓴 마지막 편지 

 


 

 <비발디>, <파리넬리>, <바흐 이전의 침묵>, <버드 박스>, <아마데우스>, <불멸의 연인>, <파가니니-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미세스 다웃파이어>, <아무르>, <원스>, <피아니스트>, <클라라>, <토일렛>, <지옥의 묵시록>, <귀여운 여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블랙 스완>, <암살>, <문스트럭>, <베니스에서의 죽음>, <릴리 슈슈의 모든 것>,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다이하드 2>, <샤인>, <샤넬과 스트라빈스키>, <알렉산더 넵스키>, <번지점프를 하다>, <윤이상-남과 북의 경계에서>, <탱고 레슨>

  - 책에서 소개하는 29편의 영화들

 

영화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재미가 작곡가들과 연관된 영화 소개다. 각 장마다 작곡가 또는 관련 음악들이 나오는 29편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29편의 영화 중 많은 양은 아니지만 몇 편은 예전에 극장 또는 집에서 케이블 TV로 봤지만 영화 속에서 클래식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쓰였다는 것을 모르고 본 영화들이 꽤 있다. 작곡가들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그린 <비발디>,  <바흐 이전의 침묵>, <아마데우스>, <피가니니-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불멸의 연인>, <클라라> 속에서 만나는 클래식 음악도 반갑겠지만 <미세스 다웃파이어>, <아무르>, <원스>, <귀여운 여인>, <암살> 등의 영화 중간 중간 흐르는 클래식 음악을 찾아보는 것도 또다른 흥미를 줄것이다.

 

 

 불멸의 연인

 - 영국,미국. 1994. 감독 버나드 로즈, 주연 게리 올드만, 예로엔 크로버, 발레리아 골리노

 배우 게리 올드만이 베토벤 역을 멋지게 소화해낸 영화다. 베토벤의 오랜 친구인 안톤 쉰들러가 베토벤이 마지막까기 가슴에 품고 있던 '불멸의 연인'이 누구인지 찾아 나서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불멸의 연인'의 주인공이 동생의 부인이라는 황당한 결론이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베토벤이라는 고집불통 마에스트로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의 음악이 가슴에 스며드는 작품이다.

 

번지점프를 하다

 - 한국, 2001. 감독 김대승, 주연 이병헌, 이은주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을 사랑합니다"라는 명대사를 남긴 영화다. "왈츠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며 주인공 이병헌과 이은주는 손을 잡는다. 황금빛 노을을 배경으로 서툴고 순수하고 애틋한 왈츠 장면이 펼쳐진다. 외국에서 <아이드 와이드 셧>이 쇼스타코비치의 왈츠를 퍼트렸다면, 한국에선 이 영화의 역할이 컸다.

 


 

대표곡

 클래식 초보자나 입문자들에게 가장 큰 고민이 아마도 작곡가의 이름은 알아도 작곡가의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할 지 모르는 경우일 것이다. 저자는 책 속 에피소드를 통해 얻은 작곡가에 대한 흥미를 음악 감상으로 이어지도록 29명의 작곡가의 대표적인 곡 여섯 곡을 각 장마다 QR코드와 함께 선정해 주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자주 듣는다고는 하지만 아는 곡만 자주 듣고 있는 나로서는 책 속 작곡가들의 대표곡 6곡은 내 얕은 클래식 소양에 단비 같은 존재다.

 이 책을 통해 평소 잘 듣지 않던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 <미완성>이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A단조>등을 들으며 슈베르트가 그린 아름다운 선율에 한동안 빠져 지냈다.

 

슈베르트  

<피아노5중주 A장조>, <교향곡 8번 B단조 '미완성'>, <현악4중주 D단조 '죽음과 소녀'>,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A단조>, < 즉흥곡 3번 Gb장조>, 가곡집 <겨울 나그네> 중 "거리의 악사

 

브람스

<헝가리 무곡> 1번,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대학축전 서곡>, <교향곡 4번>, <3개의 인테르메초 2번 Bb단조>, <클라리넷5중주 b단조>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교향곡 2번 '부활'>, <교향곡 5번>, < 교향곡 6번>, <대지의 노래>, <교향곡 9번>

 


 

<클래식이 좋다>는 지난 2월말 벚꽃이 피기 전 서평단에 당첨되어 3월 초에 다 읽었지만 개인적인 일로 리뷰를 쓰지 못하다가 벚꽃이 다 지고 철쭉 꽃들이 만개한 4월 말이 되서야 뒤늦게 리뷰를 쓰게 되었다. 독서 시기가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와 겹쳤지만 책을 읽는내내 작곡가들의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클래식 음악 덕분에 힘든 시기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책은 클래식 대표 작곡가 29명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있는데 단순히 작곡가의 신변잡기식 에피소드가 아닌 작곡가의 주요 삶을 통해 그의 음악과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 하겠다. 이 책을 다 읽은 후 소감을 말한다면 책 제목 그대로 <클래식이 좋다>는 것을 느꼈다는 것이다. 저자가 프롤로그에 남겼듯이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 책장에서 마음을 건드는 문장을 만나리라 생각이 든다. 이 좋은 클래식 책을 가슴 설레게 했던 4월의 봄 벚꽃들처럼 많은 독자들이 만났으면 좋겠다.

 


 


 

YES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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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 가시는 아프지 않아

shin5 저/방현희 역
시드페이퍼(seed paper) | 201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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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를 건네주는 고슴도치 포토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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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슴도치는 TV 속 일부 연예인들이 키우는 특별한 반려 동물로 알고 있었기에 가시가 있는 고슴도치를 키우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지 않았는데 우리 집 막내 "도치"가 어느덧 우리 가족의 일원이 된 지 100일이 다가오고 있다.

 오랜기간 고슴도치를 키우고 싶다는 아이들 성화에 결국 백기를 들고 고슴도치를 키우기로 했지만 개나 고양이와는 달리 어떻게 키워야할 지 몰랐기에 걱정이 많았다. 막상 키우고 보니 처음에 가졌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고 두 손에 들어갈 정도로 아담한 체구에 밤에 열심히 쳇바퀴를 돌리는 것을 빼고는 조용해서(야행성이라 낮에는 거의 자지만) 크게 손이 가지 않는 반려동물인 것을 알게 되었다. 더구나 새침하기는 하지만 똘망 똘망한 두 눈은 귀엽기만 하다.

 


 

 고슴도치를 키우다보니 고슴도치 관련 책들이 두 딸아이의 눈에 들어왔나보다. 아이들이 아빠의 예스24 어플을 통해 도서를 검색하더니 구입해 달라고 부탁해서 읽게 된 책이 고슴도치 포토 에세이인 [내 가시는 아프지 않아]이다.

 [내 가시는 아프지 않아]는 사랑하는 아내, 네 명의 아이들을 둔 일본의 평범한 가장이 우연히 고슴도치를 키우게 되면서 고슴도치를 통해 일상의 소중함과 함께 고된 삶에 용기를 건네주는 책이다. 포토 에세이라 장마다 고슴도치의 사랑스런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이라 하겠다.

 


 

우리 집 막내 도치는 보통 아이들이 목욕을 시켜주기에 내가 할 일은 고슴도치가 목욕을 다 한 후 드라이기로 말려주는 것이 다인데 처음에는 고슴도치를 말리다 가시에 찔릴까봐 걱정을 하곤 했다. 하지만 도치가 기분이 나쁘지 않는한 가시를 세우지 않기에(목욕 후에는 기분이 좋아서 가시를 세우지 않는 편이다) 별 어려움 없이 젖은 몸을 말려주고 있다. 

 고슴도치의 외양을 보면 가시가 있고 다리도 짧은데다가 눈도 작기에 만약 사람처럼 외모에 대한 감정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싫어할꺼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데 사실은 다른 사람이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 스스로를 미워한 것 뿐이라는 것을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해 주고 있다.

 학창 시절 한창 사춘기 때 여드름이 유독 많이 났었다. 병원도 다녀보고 좋다는 약도 써봤지만 여드름 꽃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한창 외모에 관심 많던 사춘기 소년은 사람들이 내 외모만 볼까봐 걱정이 되어 한동안 외출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 외모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을 나이가 들수록 알게 되었다. 내가 나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미워했을 뿐이다. 지금도 지성 피부라 스킨만 바르지만 학창시절 얼굴에 벚꽃처럼 붉게 만발하던 여드름은 온데간데 없다.

 


 

 고슴도치를 키우면서 일상의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엄마, 아빠가 시키지 않는 한 먼저 나서지 않는 수동적이었던 두 딸은 매일 당번을 정해 번갈아가며 밤새 활발한 배변 운동을 한 도치의 집을 청소해 주고 있고 일주일마다 알아서 도치 목욕을 시켜준다. 자연스럽게 생명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되었다. 평일 아빠가 퇴근 후나 주말에 쉴 때는 귀가 따가울 정도로 도치 이야기를 해서 도치 덕분에 예전보다 딸아이와 대화가 많아졌다. 나 또한 회사에 출근하면 도치가 잘 있는지 아이들에게 카톡으로 안부를 물을 정도가 되었다.

 개나 고양이처럼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없는 고슴도치지만 청각이 발달해서 우리 가족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냄새를 기억하기 때문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우리도 그렇지만 도치도 고마운 가족이 생긴 것을 알고 있을 것 같다.

 

이름을 불러 주는 가족이 있다는 것.

실패를 하더라도 묵묵히 지켜보는 가족이 있다는 것.

주저하면 내 등을 토닥이는 가족이 있다는 것.

가족이 있다는 건

이렇게나 행복한 거구나. - 86 ~ 87쪽

 


 

 [내 가시는 아프지 않아]는 총5장에 걸쳐 고슴도치의 사랑스런 사진과 함께 저자가 고슴도치를 키우며 느끼는 일상의 소중함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주는 포토 에세이다. 적당한 글밥에 포근한 고슴도치를 사진을 보다보면 금방 마지막 책장에 다다르지만 어느새 전해져온 위안과 용기를 얻은 나를 발견할 것이다. 앞으로 저자처럼 우리 집 막내 도치와 함께 평화로운 일상을 감사히 여기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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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소울푸드 라면 연대기 | 역사 2021-02-21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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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라면의 재발견

김정현,한종수 저
따비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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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 술술 읽히는 60년간 라면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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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셨기에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동생과 둘이 저녁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은 어머니가 미리 만든 반찬을 냉장고에 넣어두셨기에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서 밥을 먹었지만 종종 동생과 끓여 먹었던 라면은 형제의 배를 든든히 해준 음식 중 하나였다. 처음 라면을 끓일 때는 물 조절을 잘 못해서 너무 짜거나 싱겁기도 했지만 라면을 제대로 끓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라면은 초등학생었던 나도 쉽게 끓일 수 있는 간편하고 맛있는 음식이었던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오랜기간 끓여온 내 라면 노하우는 현재 가끔씩 우리 가족에게 맛있는 별미를 선사해 주고 있다. 

 

 [라면의 재발견]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두개쯤은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한국인의 소울푸드 라면에 대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해 재미있게 풀어낸 라면 연대기이다. 라면은 일본에서 처음 발명했지만 2019년 기준 한국의 1인당 라면 소비량이 75.1개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72쪽)고 하니 라면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책은 총 3부로 1부 라면의 탄생, 2부 대한민국 라면의 시작, 3부 라면의 새로운 시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저자는 <설득의 커뮤니케이션의 이해와 활용>, <브랜드 자산관리>를 쓴 중앙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인 김정현 교수와 <강남의 탄생>, <2차 대전의 마이너리그>, <제국은 어떻게 망가지는가>를 쓴 한종수 작가다.

 


 

 라면의 기원과 탄생

 라면의 기원은 누구나 예상하겠지만 예전 예식장의 대표 메뉴였고 지금도 가끔씩 별미로 먹는 국수다. 국수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후한(25~220) 시대의 사전인 <석명>에 나올 정도로 오래 되었는데 국수는 특히 송나라 때 많은 사람들이 즐겼다고 한다. 많은 학자들이 송나라 때 국수를 즐기게 된 이유를 도시의 발달로 꼽는데, 당시 유럽 최대 도시인 콘스탄티노플의 인구가 40만, 런던의 인구가 10만 명일 때 북송의 수도 카이펑의 인구가 150만 명이 달했다고 하니 카이펑의 규모가 어마어마 했을 것이다. 수많은 물자와 사람들로 넘쳐나던 도시인 카이펑엔 당연히 음식점도 많았는데 특히 국수가 핵심 메뉴였다고 한다. 앞서 예전 예식장의 대표 메뉴가 국수라고 했는데, 예식장을 찾은 수많은 하객들 앞에 미리 삶아놓았다가 살짝 데쳐서 국물만 붓고 빨리 나갈 수 있는 국수가 최적의 음식이었듯이 편하고 빨리 나오며 다른 재료와 함께 조리가 가능했던 국수가 카이펑 사람들에게 인기가 끌었던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국수의 대중화는 중국인들이 숟가락 대신 자연스럽게 젓가락을 주로 쓰게 만들었다.

 

 송나라 카이펑에서 주문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국수가 인기를 끌었듯이 일본도 에도시대와 메이지 시대를 거치면서 도시로 몰려든 노동자들에게 미리 익혀놓은 소바에 국물을 끼얹어 먹는 국수인 "주카소바"가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럼 중국 음식이었던 국수 "주카소바"가 어떻게 지금 우리가 즐겨먹는 라면의 탄생으로 이어졌을까? 바로 1945년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사람들이 끼니 걱정을 하게 되면서 싸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식품의 개발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였다. 이 중 인스턴트 라면의 창시자 안도 모모후쿠가 등장하는데 안도는 일본으로 귀화한 대만인으로 1948년 11월, 누더기 옷을 입은 사람들이 주카소바를 먹기 위해 오사카 암시장에 길게 늘어선 행렬을 보고 주카소바를 공업적으로 생산할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1953년과 1954년 미국의 밀농사가 대풍작을 거두면서 일본에 대량의 원조용 밀이 들어오면서 수 천년을 이어온 동아시아의 면 문화에 안도의 아이디어(튀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면을 기름에 튀긴 후 건조시킨다)가 결합해서 수많은 실패 끝에 1958년 8월 25일 드디어 인스턴트 라면인 '치킨 라면'을 대중에게 내놓게 된다.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은 지금 우리가 먹는 라면과는 조금 다른데 봉지에서 꺼낸 면을 그릇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어 3분이면 면이 익고, 면에 입혀진 양념이 우러나와 육수가 되는 방식이었다. 첫 인스턴트 라면이 탄생한 이후 여러 업체에서 보존성과 기름에 산패하는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고 1962년 첫 라면이 탄생한 지 4년 만에 모조식품에서 분말 스프를 따로 넣으면 어떠냐는 직원의 아이디어를 통해 지금 우리가 먹는 라면의 원조인 "스프 별첨 묘조맛라면"을 출시하게 된다. 한 직원의 아이디어 덕분에 지금 우리는 라면 스프 하나로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수많은 국물들을 깊이있는 국물로 생환시키게 되었다.

 


 

 

 

한국인의 소울푸드 라면

 현재 세계에서 1인당 라면 소비량이 제일 많은 우리나라에는 언제 라면이 출시되었을까?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을 겪으면서 끼니 걱정을 하던 사람들을 위해 식품 개발에 힘쓴 안도 모모후쿠 덕분에 인스턴트 라면이 탄생 했듯이 우리나라 또한 민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으로 인해 농지가 파괴되면서 절대적인 식량 부족으로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허덕이던 시기에 한 사람의 우연한 경험을 통해 대한민국 최초의 라면이 나오는 계기가 된다. 한국전쟁 이후 식량이 부족했던 우리나라는 미군부대에서 나온 잔반과 음식 쓰레기를 모아 끓인 탕이었던 "꿀꿀이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조금이라도 양을 불리려고 미군이 씹다 뱉은 껌, 버린 지 오래되어 지독한 냄새가 나는 잔반까지 죄다 넣고 끓였다고 한다. 지금 돼지들도 먹지 않을 꿀꿀이죽이 당시에는 전쟁 이후 굶주렸던 수많은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준 음식이었다는 것이다. 어릴 적 할머니께서 반찬 투정을 하는 어린 손자를 혼내시며 예전에는 먹을 게 없어서 물로 배를 채우거나 아예 굶는 사람도 많았다고 하시던 말씀이 새삼 떠오른다. 

 


 

  1961년 제일생명보험 본사 근처 남대문시장 앞에 꿀꿀이죽을 파는 노점이 줄지어 있었다고 한다. 당시 제일생명의 사장이었던 전중윤은 평소 같으면 꿀꿀이죽에 시선도 주지 않고 지나쳤을텐데 꿀꿀이죽을 파는 노점 상 앞에 100미터가량이나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을 보고 호기심이 동하게 된다. 20분이나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5원 하던(당시 버스요금이 8원이었다고 한다) 꿀꿀이죽 한그릇을 받아들인 전중윤은 한 숟가락을 입에 넣고 꿀꿀이죽을 씹자마자 입 안에서 깨진 단추 조각이 나왔고, 꿀꿀이죽을 휘저어 보니 담배꽁초가 나온 것을 목격하고서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고 한다.

 꿀꿀이죽 사건을 겪고 난 전중윤은 보험 업계 시찰과 경영 연수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 먹었던 인스턴트 라면을 떠올리게 되었고 인스턴트 라면 개발에 삶을 바치기로 마음을 먹고 그 길로 제일생명을 그만둔다. 1961년 8월 24일 전중윤은 식용유를 만드는 민성산업주식회사를 인수하여 이름을 삼양제유주식회사로 바꾸고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 출시를 위한 첫 발을 내딛는다. 이 후 수입상을 통해 일본의 여러 라면을 입수해 연구를 시작한 전중윤은 일본으로 건너가 여러 라면 회사와 교섭을 했지만 돌아온 것은 냉담한 반응뿐이었는데 운좋게도 일본에서 스프 별첨 라면을 개발한 묘조식품 사장 오쿠이 기요스미의 도움을 받게 된다. 묘조식품의 오쿠이는 2개의 생산 라인을 갖추는데 필요한 기계를 싼 가격에 넘겨줬을 뿐만아니라 기술료와 로열티를 무료로 하고 기술자까지 파견해 기술까지 지원해 준다.

 

 

 1963년 9월 15일, 한국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인 '삼양라면'이 세상에 나왔다. 1958년 일본에서 라면이 개발되어 나온 지 5년 만이고, 스프 별첨 라면이 등장한 지 1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 61쪽

 

 일본에서 인스턴트 라면이 최초로 탄생한 이후 불과 6년 만에 우리나라에도 라면에 출시된 것이다. 꿀꿀이죽 가격의 딱 2배인 1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개시한 라면은 처음 예상과 달리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 했다. 당시 한국인의 주식이 쌀이었고, 라면이라는 이름이 사람들에게 음식보다는 섬유를 떠올리게 한게 이유였다고 한다.

 삼양식품은 신문에 라면은 '즉석 국수'로 '우리의 식생활은 해결됐다."라는 카피로 광고도 내고 전단지를 돌리며 애드벌룬도 띄우는 등 적극적인 판촉 활동을 했지만 직원들 월급 주기도 힘들정도로 매출액은 기대에 못 미친다. 그러던 중 지금 우리가 대형마트에서 다양한 무료 시식으로 출출한 배도 채우면서 미리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듯이 삼양라면 또한 공원과 역 앞, 시장, 공사판 등 거리로 나가 라면을 끓여 무료로 나눠주는 판촉 활동을 펼친 덕분에(라면 끓일 때 나는 냄새가 사람들의 후각을 자극했다) 사람들에게 라면의 매력을 알리는데 큰 효과를 거두게 된다.

 서서히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던 라면은 당시 만성적인 식량부족으로 정부에서 혼분식 장려 운동 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석유풍로인 곤로 사용을 적극 권장하면서 라면 끓이는데에 안성맞춤인 양은냄비의 인기로 라면은 서민 음식으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라떼는 말이야 같지만...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선생님께서 도시락에 혼식을 했는지 검사를 할 정도로 정부에서 혼분식을 반강제적으로 권장했었다. 당시에는 100% 흰쌀밥만 먹고 싶었는데 지금은 건강을 생각해서 흰쌀밥보다는 혼식을 하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10년 전쯤 TV 프로를 통해 이경규가 개발한 꼬꼬면이 인기를 끌며 한 동안 하얀색 국물 라면이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꼬꼬면의 성공에 힘입어 하얀색 국물 라면이 연이어 출시되었지만 인기가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못 했는데, 그 이유가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을 정도로 매운맛을 즐겼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도 일본 묘조식품 라면의 모조품이었기에 한국인의 입맛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닭 육수를 베이스로 한 하얀색 국물 라면이었는데 이후 한국인의 기호에 맞춰 라면에 고춧가루, 마늘, 생강, 양파 등 매운맛을 내는 양념이 들어가며 지금 우리가 즐겨먹는 빨강색 국물의 라면이 대세가 된다. 

 

 2부 대한민국 라면의 시작에서는 이 밖에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라면 이야기와 함께 삼양라면 이후 라면 생산에 뛰어들었다가 자취를 감춘 신생업체들, 그리고 삼양라면과 영원한 라이벌 농심, 후발 주자인 팔도와 오뚜기에 대해 설명해 주는가하면 라면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었던 우지 파동, 문학과 라면, 커피 자판기보다 빨리 나왔던 라면 자판기, 라면이 한국인의 소울푸드가 된 과정 등을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다.

 

라면론 - 라면에 대한 예의(복효근)

 

눈물로 간을 맞춘 라면을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에 대해서 말하지 말라.

라면은 맛으로 먹는 게 아니다.

그러니 라면 국물을 마실 땐 그릇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받들듯이 먹는 것이다.

그땐 그랬다고, 그런 시간이 있었다고

늘 세상 어딘가에 눈물로 라면을 삼키는 사람은 있다고

K 선배는 말했다.

 


 


 

라면의 진화는 현재 진행형

 2010년대 소비 트렌드의 하나는 '모디슈머'라고 한다. 모디슈머는 제조사가 제안한 방법에서 벗어나 자신의 기호에 맞게 여러 제품을 조합하거나 자신만의 새로운 활용법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소비 계층을 의미하는데 라면도 모디슈머가 활발한 분야 중 하나다. 기생충에 나왔던 짜파구리나 삼양라면의 불닭볶음면 등이 대표적인데 현재 다양한 라면 레시피들을 인터넷 검색이나 유튜브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편의점 라면 매출액이 급성장을 이루고 있는데, 특히 봉지면의 소비는 매년 줄고 있는데 반해 용기면 소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라면 또한 이제 가족 단위가 아닌 개인 혼자 소비하는 먹거리로 변모해 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이렇게 용기면 소비량이 매년 늘어나다가 2020년 상반기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족들이 집안으로 모이면서 용기면의 증가율이 한풀 꺾였다고 하는데 우리 집만 해도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예년에 비해 라면을 자주 끓여 먹는 편이다. 덕분에 아빠의 다양한 라면 솜씨를 가족들에게 선보이게 되었다.

 

 

 이 밖에 3부 라면의 새로운 시대에서는 한국 라면에 열광하는 외국인들과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 라면 맛을 현지화하고 있는 라면 업계의 노력, 세계 라면 시장의 현황을 통해 라면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글로벌 푸드임을 소개해 주고 있으며 마지막 부록에서는 한국에 라면을 처음 출시한 전중윤의 대한 전기와 함께 다양한 라면 레시피를 소개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라면의 재발견]은 모자라는 쌀밥 대신 먹었던 가난한 음식에서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먹을 것이 풍족해진 지금도 여전히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대표 소울 푸드로 자리매김한 60년간의 라면 역사를 풍부한 자료와 함께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어서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라면을 끓여먹고 싶은 충동이 생기게 된다. 우리나라 대표 소울 푸드인 라면의 연대기를 담은 책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삼양이건장학재단이 이 책을 기획했기에 부록에 삼양라면의 창업자인 전정윤의 짧은 전기를 비롯해 삼양식품에 대한 이야기가 다소 많이 다룬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런 작은 아쉬움이 있지만 라면에 얽힌 추억 하나씩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라면의 재발견]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다만 현재 열심히 다이어트 중인 독자라면 한 밤 라면의 유혹을 잘 이겨내야 할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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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시리즈는 다 이유가 있다. | 인문 2021-01-29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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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철학 365

최훈 저
비에이블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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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과 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입문교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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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부터 취미란에는 꼭 독서는 포함될 정도로 독서량과는 상관 없이 책을 가까이 하려고 노력 했다(딱히 취미라고 할 만한게 없기도 했지만). YES24에서 지난해 YES24와 함께한 나의 독서 라이프를 그래프 등으로 알기 쉽게 알려 준 적이 있다. 그동안 YES24에서 활동한 여러 통계 내용을 확인하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하나 있었는데 구매금액이 상위 2%라는 결과였다(수치 오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마도 내가 구입한 책보다는 아이들을 위해 사준 책들이 구매금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을 것이다. 아무튼 아이들 책들을 빼고 그동안 구입한 책들의 면면을 살펴 보면 주로 좋아하는 분야에 편중되어 있는데, 예전에 도서정가제 시행 직전 정가보다 대폭 할인된 철학책을 보고 독서 편식을 해소하고자 하는 마음에 구입해서 철학책 읽기에 도전 한 적이 있다. 철학 문외한이라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대폭 할인에 눈이 멀어 덥썩 구입한 두꺼운 철학책. 첫 몇 페이지는 그런대로 읽어나갔지만 곧 어려운 철학 용어들의 출현에 유체이탈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책을 덮었다 다시 펼치기를 몇 번을 반복하다가 끝내 책장 인테리어 소품으로 자연스럽게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철학책은 거실 중앙 책장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집에 찾아오는 손님들의 시선을 끌며 나름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두꺼운 철학책은 다른 용도로도 사용이 가능한데 다른 용도는 각자 상상에 맡긴다).

 

 이런 전력이 있기에 철학에 "철"자만 들어 있어도 어렵다는 생각에 철학책들은 애써 외면 했다. 그렇게 철학과 담을 쌓고 지내던 얼마 전 데이비드 흄에 대한 책(이 책도 좋아하는 시리즈에서 나온 책이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것이다)을 읽게된 후 철학에 조금씩 관심이 생기던 차에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철학365]가 눈에 들어왔다.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시리즈는 앞서 한국사, 미술사를 통해 많은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온 예술 입문서로, 바로 전에 출간되었던 미술사를 재미있게 읽었기에 "철"자가 들어있는 철학책임에도 불구하고 시리즈를 믿고 읽게 되었다.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철학365]의 저자는 형이상학, 논리학, 윤리학 등의 영역에서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좋은 논증을 위한 오류 이론 연구>, <동물을 위한 윤리학>, <논리는 나의 힘> 등 여러 책을 쓴 강원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인 최훈 교수다.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철학365] 시리즈 특징답게 날마다 가볍게 1페이지씩 365개의 철학 내용을 한 권으로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MON] 철학의 말: 철학자들의 깊이 있는 생각이 담긴 철학 속 명문장
[TUE] 용어·개념: 철학을 알고 싶다면 꼭 알아야 할 철학 용어와 개념
[WED] 철학자: 남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위대한 철학자
[THU] 철학사: 고대부터 현대까지 철학의 발전에 영향을 끼친 순간들
[FRI] 삶과 철학: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SAT] 생각법: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철학 도구와 기술
[SUN] 철학 TMI: 철학과 관련된 재미있는 발견, 다양한 콘텐츠들

 

 자신이 가장 궁금한 주제부터 읽어도 좋고,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도 좋습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생각과 지혜의 발전이 내 삶을 철학적으로 만들어주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매일 1페이지씩 읽으면서 나만의 교양 지식을 만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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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 철학의 말: 철학자들의 깊이 있는 생각이 담긴 철학 속 명문장

 월요일은 철학자들이 직접 또는 저술을 통해 남긴 명문장들을 주제로 문장 속에 담긴 의미에 대해 이야기 한다.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속 문장을 통해 현재 우리가 정보의 홍보 속에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가짜 뉴스에 속지 않는 법(44쪽)을 이야기 하거나, 흄의 <인간의 이해력에 대한 탐구> 속 문장을 통해 의미 있는 인간의 지식은 수학 또는 논리학의 명제이거나 감각 경험으로 알 수 있는 경험적인 명제들로 나누어진다는 흄의 포크(114쪽)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밖에 베이컨의 <신기관>을 통해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명언인 "아는 것이 힘이다."에 대해 이야기한다(268쪽).

 

 첫날 월요일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속 문장을 통해 "철학의 시작은 놀라움"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놀라움, 즉 궁금한 것을 보고 자신의 무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학문(철학)을 시작한다는 이야기인데, 지금은 누구나 다양한 경로로 쉽게 학문을 접할 수 있지만 고대에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 문장을 빌리자면, "삶에 필요한 것들과 편리함과 여유 있는 삶을 위한 것들이 거의 모두 마련한 뒤에 그런 종류의 지혜가 탐구되기 시작한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고대(우리의 경우 조선시대를 보면)에는 노예나 노비들의 생산 활동이 뒷받침해 주었기 때문에 지식인들의 학문 활동이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고대와 시대적 상황이 바뀌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생산 활동을 하는 사람의 세금으로 국가가 학문을 지원해준다는 말로 저자는 마무리 한다. 

 요즘 연말정산 시즌이라 1년동안 낸 세금을 얼마나 돌려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많은데 내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며 매달 꼬박꼬박 낸 세금들이 바탕이 되어 학문을 지원해준다고 생각하니 그나마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 곳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그건 그렇고 올해는 작년보다 세금을 많이 환급 받았으면 좋겠다).

 


 

 [WED] 철학자: 남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위대한 철학자

 

 수요일은 철학자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짧은 한 페이지에 다루고 있지만 정말 다양한 철학자들을 만날 수 있다. 책 속 표지 주인공인 프리드리히 니체(53쪽)를 비롯해 현대 정치(공산주의 국가 탄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지만 의외로 낭비벽이 심했다는 카를 마르크스(59쪽), 최고의 교육론 "에밀"을 썼지만 다섯 아이를 키울 돈이 없다는 이유로 낳자마자 고아원에 보내 지탄을 받았던 장 자크 루소(95쪽), 철학사 전체에서 가장 위대한 철학자로 뽑혀도 손색이 없는 이마누엘 칸트(102쪽), 노예 철학자 디오게네스(123쪽), 여성 철학자로 상징적 인물인 히파티아(137쪽), 서양 중세를 대표하는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179쪽), 나치 부역의 과오가 평생 따라다녔던 마르틴 하이데거(249쪽), 자유 지상주의자 로버트 노직(333쪽), 한국 출신의 미국 철학자 김재권(347쪽) 등 철학자들의 사상 뿐만 아니라 기억해 둘만한 개인사도 다루고 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르네 데카르트(32쪽)는 서양 근세 철학을 연 철학자이면서 함수 좌표계를 도입한 수학자로도 유명하다. 이런 데카르트가 천성이 게으르고 몸이 약해서 침대에서 밤늦게까지 누워 사색하고 글을 썼다는 사람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도 군대 시절에 난로 안에서 꼼지락거리다가 꿈을 꾼 결과 생각해 낸 말이라고 한다.

 누워 사색하기를 좋아했던 데카르트는 1649년 스웨덴의 크리스티나 여왕의 초청을 받고 스웨덴으로 가서 여왕의 가정 교사로 일했으나 다음 해에 죽고 말았다. 부지런한 여왕 때문에 새벽 5시에 수업을 해야 했는데 천성에 맞지 않는 갑작스런 생활 변화와 스웨덴의 추운 날씨가 데카르트 죽음에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위대한 철학자의 죽음으로써는 허망하기까지 하다.

 

 데카르트는 난로 안(난로가 있는 방 또는 주택에 난방을 목적으로 하는 방)에 들어가 철학적 사색을 즐겼다고 하는데 추운 겨울날 난로 앞은 사색 즐기기에는 딱 좋은 자리 같다(그런데 난로하면 군밤이나 군고구마가 생각 나는 건 뭐지...).

 


 

 

[SUN] 철학 TMI: 철학과 관련된 재미있는 발견, 다양한 콘텐츠들

 

 7개의 주제 모두 유익하고 흥미롭지만 특히 내게는 일요일에 만나는 철학과 관련된 재미있는 발견, 다양한 콘텐츠들이라는 철학 TMI가 아무래도 가장 흥미로웠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이 자주 외친 "지금 이 순간을 잡아라"라는 카르페 디엠(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시 구절에 있다)을 통해 쾌락주의와 욜로족의 생활철학을 이야기 하고(71쪽),  스웨덴의 철학자 닉 보스트롬의 주장을 통해 현재 우리가 사는 현실이 영화 <매드릭스>가 연상되듯 미래의 후손들이 조상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알기 위해 정교하게 만든 가상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주제(우리가 사는 세상이 가상 현실이라면)로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간다(141쪽).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철학 전공자들이 다른 인문학 전공자보다 양질의 직장에 취업하고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철학을 전공해야 하는 이유(211쪽)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시중에 나오는 우리나라 담배 이름이 하나같이 철학 개념(철학적 담배)이라는 흥미로운 사실을 이야기 해준다(274쪽). '레종', '더원', '타임', '디스', '에쎄' 등의 담배에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가장 위대한 철학자는 누구일까? 2005년 영국 BBC 라디오의 <In Our Time>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청취자에게 가장 위대한 철학자를 물었는데 3만 명이 참여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1. 마르크스 2. 흄 3. 비트겐슈타인 4. 니체 5. 플라톤 6. 칸트 7. 아퀴나스 8. 소크라테스 9. 아리스토텔레스, 10. 포퍼

 영국에서(또는 근방) 오랫동안 살았던 철학자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영국적인 결과이지만 1위인 마르크스(27.93%)가 2위인 흄(12.67%)보다 갑절이 넘었다고 한다. 마르크스가 철학자로서도 위대하지만 역사에 끼친 영향(지구상의 1/3을 공산주의 국가로 만들었다)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이 외에 미국의 철학자 브라이언 라이터가 2017년 철학 소식을 전하는 블로그에 가장 중요한 서양 철학자를 묻는 투표에서(주로 철학 전공자가 투표) 1. 아리스토텔레스 2. 플라톤 3. 칸트 4. 흄 5. 데카르트 6. 소크라테스 등의 순으로 나왔고, 영국의 철학자인 데이비드 에드먼즈와 나이절 워버턴이 철학 교수들과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는 누구냐고 물어봤는데 20%가 데이비드 흄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아마 누구에게나 친절했던 성격에 요리도 잘한(외모도 친근하다) 모습에 철학자들도 흄이라는 철학자에게 호감이 갔을 것 같다. 

 철학 문외한인 내게 누군가 위대한 철학자를 물어본다면(물어볼 사람도 없겠지만) 그저 이름만 간신히 알고 있는 철학자의 이름만 몇 명 대답하고 말텐데(1위는 당연히 데이비드 흄.ㅎ) 책에서 소개한 위대한 철학자 순위를 참고해서 그 철학자들의 사상과 삶에 대해 알아간다면 좀 더 자신있게 위대한 철학자 순위에 대해 나름의 이유를 대며 대답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철학365]의 7개 주제에 대해 일일이 다 소개하고 싶었지만 리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7개 주제 중 관심 있게 읽었던 주제를 중심으로 리뷰를 썼다. 이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책의 의도대로 매일 주제별로 한 페이지씩 1년간 읽는 것이 제일 좋지만 궁금하고 흥미로운 주제를 먼저 읽어도 좋다. 철학은 왠지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하루 1페이지씩 부담없이 다양한 주제로 철학을 접할 수 있는 입문 교양서인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철학365] 읽어보기를 철학 문외한이지만 이 책 덕분에 철학에 관심이 생긴 한 사람으로서 적극 추천해 본다. 보통 양과 질을 다 잡기 어려운데 이 책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시리즈는 다 이유가 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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