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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향한 시선 | 문학 2022-07-05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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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바깥은 여름

김애란 저
문학동네 | 2017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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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는 계절이 다가오면 이 단편집이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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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3일부터 내리던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찜통 더위가 찾아왔다. 내겐 더위를 이겨내는 방법 중 하나가 선풍기를 틀어놓고 책읽기라 어떤 책을 읽을까 거실 책꽂이를 훑어보다가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책의 제목은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이었다.

 몇 해 전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소설이라 구입을 했었는데 한창 독서 중인 책을 완독한 후 읽겠다고 잠시 미뤄두었던 것이 책꽂이에 오랜시간 머물게 만들었다(이런 책이 한 둘은 아니지만). 책 제목에 '여름'이라는 단어가 없었다면, 요며칠 날씨가 무덥지 않았다면 <바깥은 여름>은 좀 더 오랜시간 만나지 못 했을 것이다.

 

 <바깥은 여름>은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침묵의 미래」와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포함해  7편이 실린 단편소설집이다. 

 각 단편들의 주제는 사뭇 다르지만 나와 다른 시차의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긴 책이라 생각이 든다. 단편집의 제일 처음에 자리한 「입동」은 오랜 고생 끝에 장만한 이십사 평의 작은 아파트에서 가족의 행복한 삶을 꿈꾸던 젊은 부부가 불의의 사고로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잃고 나서 찾아온 아픔과 상실, 타인의 시선을 작가 특유의 담백한 문체로 풀어간 단편이다. 후진하는 어린이집 차에 목숨을 잃은 아들. 아들의 죽음으로 받은 보험금을 차마 건들지 못하는 부모, 그리고 아들이 죽은 후 받은 보상금으로 한 몫 잡으려는 건 아니냐는 타인의 시선(아빠의 직업이 보험설계사라는 이유로). 그리고 세상을 떠난 아이에 대한 부모의 애절한 그리움... 

 두 딸을 둔 아빠로서 어린이집에서 잘못 배송된 복분자 원액이 터져 벽지를 엉망으로 만드는 바람에 다시 새 벽지를 바르다가 발견한 쓰다만 아들의 글씨에 울음을 터트리며 부들부들 떨던 부부의 모습이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세월이 흘렀지만 2014년 4월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애달픈 심정을 바라보게 된다.

 

 풍경이, 계절이, 세상이 우리만 빼고 자전하는 듯한. 점점 그 폭을 좁혀 소용돌이를 만든 뒤 우리 가족을 삼키려는 것처럼 보였다. - p.21

 

 「건너편」은 오래된 연인들이 겪을 수 있는 이별의 과정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노량진 수험생 시절 교회에서 수험생을 위해 밥을 제공하는 자리에서 만난 이수와 도화. 도화는 재수 끝에 경찰관이 되어 교통정보센터에서 도로별 상황을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있고, 이수는 6년이나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으나 낙방을 하고 몇몇 직장의 인턴생활을 전전하다가 부동산 컨설팅 회사에 다니고 있다. 가난한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사랑하며 동거를 하게 된 이수와 도화. 시간이 흐르면서 도화는 이별을 준비하지만 매번 일이 생겨 흐지부지 없던 일이 된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앞두고 이수는 마지막으로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기 위해 회사를 관두고 전세금에 손을 댄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이수는 아는 형님이 한다는 횟집을 찾아 노량진수산시장으로 도화를 데리고 가는데,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은 이수와 도화의 8년간의 연애에 종지부를 찍는 날이 된다.

 대학 1학년 때 주위의 부러움을 가득 안고 연애를 시작한 CC가 있었다. 당시 남자 동기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여자 동기는 의외(?)의 남자 동기와 CC가 되어 오랜시간 연애를 했는데 졸업 후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기 모임에서 둘이 헤어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동기들 이야기로는 성격차이로 헤어진 것 같다고 했지만 오래된 연인의 이별이 대개 그러하듯이 단점도 가릴 수 있었던 사랑이라는 감정이 더 이상 남지 않아서 이별하지 않았을까?

 

- 이수야.

- 응

- 나는 네가 돈이 없어서, 공무원이 못 돼서, 전세금을 빼가서 너랑 헤어지려는 게 아냐.

- ...........

- 그냥 내 안에 있던 어떤 게 사라졌어. 그리고 그걸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거 같아.

- .......... - p.115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젋은 작가상 수상작으로 계곡에 빠진 제자를 구하려다가 세상을 떠난 남편을 원망하던 아내가 목숨을 살렸던 제자의 누나 편지를 받고 남편의 행동을 이해하게 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사랑하는 자신을 두고 제자를 구하기 위해 계곡물로 뛰어든 남편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내는 스코틀랜드에 사는 사촌언니가 한 달간 집을 비우는 동안 머물 생각이 없냐는 부탁에 홀로 스코틀랜드로 몸을 싣는다. 에든버러에서 아내는 시간을 아끼거나 낭비하지 않고 도랑 위 쌀뜨물 버리듯 그냥 흘려보낸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아내는 남편이 살아생전 주말마다 스마트폰의 인공지능 기술인 '시리'에게 짓궂은 질문을 했던 것을 기억하고는 '시리'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하게 된다.

 

-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

짧은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시리가 되물었다.

- 어디로 가는 경로 말씀이세요?

- ..........

- 어디로가고 싶으신거에요?

- ............

- 죄송해요. 잘 못 알아들었어요.

- ............ -P.259

 

 스코틀랜드에서 유학간 대학동기를 만난 후 계획보다 일찍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아내는 남편이 구했던 제자의 누나가 쓴 편지를 받고서는 남편의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살려주세요. 소리도 못 지르고 연신 계곡물을 돌이켜며 세상을 향해 길게 손 내밀었을 그 아이의 눈이 아른댔다. 당신을 보낸 후 줄곧 보지 않으려 한 눈이었다.(중략) 놀란 눈으로 하나의 삶이 다른 삶을 바라보는 얼굴이 그려졌다. 그 순간 남편이 무얼 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날. 그 시간. 그곳에선 '삶'이 '죽음'에 뛰어든 게 아니라, '삶'이 '삶'에 뛰어든 게 아니었을까. 당신을 보낸 뒤 처음 드는 생각이었다. - P.266

 

 2001년 일본에 유학 중이던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이 선로에 떨어진 생면부지의 일본인 취객을 위해 목숨을 던진 일은 소설 속 문장처럼 '삶'이 '죽음'에 뛰어든 게 아니라 '삶'이 '삶'에 뛰어든 게 아니었을까. 지금도 어느 곳에선 위험에 처한 타인을 구조하기 위해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할 겨를 없이 숭고한 의(義)를 펼치는 의사자들을 바라보게 된다.

 

 그 밖에  「노찬성과 에반」에서는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찬성이가 노견인 에반을 만나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에반의 병색이 심해지자 안락사를 해주기 위해 노력하다가 결국 혼자가 된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침묵의 미래」에서는 사라져가는 언어들의 마지막 화자들이 가상의 강대국이 만들어놓은 '소수언어박물관'에 모여 박제처럼 생활을 하다가 하나 둘 사라져가는 모습을 영(靈)을 통해 우화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풍경의 쓸모」에서는 교수 임용을 바라보는 시간강사 화자가 임용에 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곽교수의 난처한 상황을 도와준다. 이 후 교수 임용을 고대하며 추운겨울 따뜻한 태국으로 가족여행을 떠나는데 곽교수의 반대로 교수 임용에 탈락되었다는 소식을 듣게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가리는 손」에서는 아빠 없이 한국인 엄마와 단둘이 사는 다문화아동인 제이가 십대 무리와 실랑이 끝에 죽은 노인 폭행 사건의 목격자가 된후 타인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되면서 겪는 모습을 통해 너무나 손쉽게 생각했던 편견들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오늘 바깥은 곳곳에서 소나기가 내렸지만 최고 기온이 30도가 웃돌 정도로 후덥지근한 날씨였다. 바깥은 여름이었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는 다른 시차의 계절이었을 것이다. 아들을 잃은 젊은 부부, 무더운 태국으로 가족여행을 떠났지만 고대하던 교수 임용에 떨어진 정우, 반려견 에반을 잃고 혼자가 된 찬성이, 미래를 함께하기로 약속했던 이수와 헤어진 도화...

 <바깥은 여름>에서 김애란 작가가 담아낸 7편의 단편들은 타인의 이야기였지만 그저 소설 속 나와 상관없는 타인의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때로는 안타까워하고 때로는 공감하며 타인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소설 속 타인들의 삶은 저마다 녹록지 않았겠지만, 소설 밖에서의 타인들의 삶은 시원한 여름을 맞이했기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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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고 재미있는 그녀의 술 인생 | 문학 2022-07-0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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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무튼, 술

김혼비 저
제철소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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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가득한 술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는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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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팬더믹 영향도 있고 주량도 예전만 못해서 요즘은 술자리를 잘 갖지 않지만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서 한 때는 자주 술자리를 갖곤 했다. 술과 함께 긴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자신의 술 역사를 책 한 권에 써도 모자란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술자리의 안주로 끝나고 마는데, 이러한 주당들의 생각을 실제로 책으로 담아낸 작가가 있으니 <아무튼, 술>의 김혼비 작가다.

 

 블로그 이웃님인 흙속에저바람속에님이 꾸준히 읽고 계시는 아무튼 시리즈의 20번째로 출간한 <아무튼, 술>은 '전국축제자랑',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에서 유쾌한 글솜씨를 뽐내었던 김혼비 작가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술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엮은 에세이다.
 

 지금은 미성년자 술 판매를 엄격히 단속하고 있지만 내가 학교 다닐 때만해도 수능 100일 전 100일주를 마셔야 시험을 잘 본다는 미신 때문에 100일주를 마시는 학생들이 종종 있었다. 당시 마음씨 착한 술집 사장님들은 어설픈 어른 행동에도 모르는 척 넘어가 주시기도 했는데 김혼비 작가 또한 인생 첫 술로 친구들과 100일주를 마신 웃픈 추억을 책에 담아내고 있다. 미리 알아낸 소주방에 친구들과 최대한 어른스럽게 차려입고(언니 옷이나 엄마 옷을 입고) 수능 100일주를 마신 날 거하게 취한 저자는 친구와 싸우게 되는데...

 

"사실 나는...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사실 나는..."

".....?"

"배추야."

 

 사람이냐 배추냐 옥신각신 친구들과 언성이 높아지다가 평소 얌전하던 친구 원이가 증거를 대라며 따지기 시작하자 저자의 왈(曰)~

 

 "나 이제 더 추워지면 곧 김치 돼. 김치가 된다고. 너 수능 만점 맞을 때 난 이미 김치일걸?"

 

 물론 저자는 술자리에서 있었던 친구와의 싸움을 전혀 기억 못하고 다음날 힘든 몸을 이끌고 간신히 지각을 면하며 도착한 학교에서 술자리에 동석했던 친구들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고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당연히 이후 저자의 별명은 "배추"가 되었다.

 이렇게 첫 술의 아픈 기억을 가진 김혼비 작가가 이후로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았다면 우리는 '술'을 주제로 한 이렇게 재미있는 에세이를 만날 수 없었겠지만, 다행히 그 사건이 일어난 후에도 수능 80일 전 '80일간의 세계일주(酒)'를 제안할 정도로 저자는 성년이 된 후 무수히 많은 술의 나날을 보내게 된다.

 

 보통 주당들은 빈 속에 쓰린 소주 첫 잔을 들이키는 것을 좋아하는데, 저자는 소주 한 병을 따서 첫 잔을 따를 때의 '똘똘똘똘똘' 소리를 좋아한다고 한다(역시 김혼비 작가는 술꾼이다). 그래서 저자는 항상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 소주 두 병을 시켜서 아름다운 소주 오르골 소리를 듣기 위해 첫 잔을 따른 후 줄어든 술 한 병을 다시 채운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난 후 후유증(?)이라면 술자리를 가질 때마다 소주 따르는 소리에 민감해졌다는 것이다. 아직 김혼비 작가처럼 소주 첫 잔 따를 때 소리의 아름다움을 느끼지는 못 하지만 이제는 술자리에서 오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밖에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최고의 술친구가 인연이 되어 평생의 배필(전국축제자랑의 공동저자)이 된 이야기, 주사의 경계에서 행하는 버릇(나는 예전에 거하게 취하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집 앞 분식집을 꼭 들렸다), 요가를 하러갈까 술을 마시러 갈까의 고민(나는 예전에 헬스장을 다닐 때 헬스를 끝마친 후 헬스 동기와 술을 마셨다), 술꾼 저자도 무서운 술 와인 이야기(나는 가볍게 와인 한 잔 하려다가 그만 와인을 다 마셔버려 하루종일 빈 와인병에 머리를 세게 맞은 듯한 기분을 여러 번 경험했다),  혼술했던 여러 장면들(나는 혼술을 즐겨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임이 없으면 술을 안 마신다) 등 저자 김혼비 작가의 파란만장한 술 인생과 술을 대하는 자세 등을 만나게 된다.

 

 <아무튼, 술>은 저자 김혼비가 주종별 접근에서 다양한 방법론까지 자신이 직접 마시며 경험한 술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유쾌한 문장으로 풀어낸 에세이로, 친구들과 호기롭게 술집에 들어갔다가 불안해하며 제대로 술도 못 마시고 나왔던 고등학교 시절, 마신 술보다 잔디밭에 버린 술이 더 많았던 대학 시절, 전날 숙취로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하다가 퇴근할 때쯤 다시 술 생각이 났던 젊은 날 직장 시절 등 나의 술 인생을 추억하며 공감할 수 있었던 즐거운 독서였다. 7월 한 달은 최대한 술자리를 만들지 말자고 다짐 했는데 어제 오랫만에 고등학교 단짝이었던 친구가 연락이 와서 오늘 저녁에 술약속을 잡아 버렸다.

 지금 술을 대하는 나의 마음을 책 속 한 문장으로 대신하며 리뷰를 마무리 한다.

 

 앞으로도 퇴근길마다 뻗쳐오는 유혹을 이겨내고 술을 안 마시기 위해서라도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렇다.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내일을 위해 오늘도 마신다. - p.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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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클래식 입문서 | 예술 2022-06-26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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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하인드 클래식

여자경 저
교보문고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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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처음 시작하는 입문자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만한 클래식 입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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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우리나라 클래식계에 큰 경사가 있었다. 3대 클래식 콩쿠르인 쇼팽 국제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 버금가는 북미 최고 권위의 피아노 콩쿠르인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리나라의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최연소 우승을 했다. 냉전시대였던 1958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대회에서 우승한 미국의 반 클라이번을 기리기 위해 1962년에 창립된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4년 마다 열리는데 올해는 코로나 팬더믹의 영향으로 5년만에 열렸다고 한다. 5년 전 우리나라의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우승을 했기에 한국인이 또다시 우승하기 어렵다는 예상을 깨고 올해 18살이 되어 참가 자격이 생긴 임윤찬(작년에 열렸으면 참가를 못 했다)이 우승을 한 것이다. 실황 결선 연주는 미처 시청을 못하고 유튜브로 결선 연주 영상을 봤는데 최종 결선에서 임윤찬이 연주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은 감히 내 생애 최고의 연주였다(클래식에 입문한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심사위원장이자 직접 지휘를 했던 세계적 지휘자 마린 압솝이 연주가 끝난 후 눈물을 훔치는 모습은 뭉클 그 자체였다(그날의 감동을 느끼고 싶은 분이라면 유튜브 영상을 꼭 찾아 시청해 보시기를).

 

 서두가 좀 길었는데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최연소 콩쿠르 우승으로 최근 클래식에 대해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현재 임윤찬의 결선 연주 영상은 조회수 280만이 넘었다). 클래식에 관심이 생겼지만 어렵게만 느껴지는 클래식을 어떻게 시작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있으니 대한민국 대표 여성 지휘자인 여자경이 쓴 <비하인드 클래식>이다.

  "(중략) 이 책은 교보생명의 인문학 서비스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를 통해 그동안 공연에서는 전할 수 없었던 클래식 음악의 다양한 이야기들과 음악가들의 삶까지 전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를 모아서 글로 옮긴 것이 이 책입니다." - p.6 여는글 중에서

 

 여는글에서 저자가 이야기했듯이 이 책은 난해하고 낯선 클래식 용어나 이론을 설명하는 대신 클래식 음악의 다양한 이야기들과 음악가들의 삶을 총4부에 걸쳐 담아내고 있다. 1부 <자연의 한 장면>, 2부 <일상의 한 단면>, 3부 <사랑 한 조각>, 4부 <위로 한 스푼>이라는 주제로 각 주제에 맞게 클래식 작품과 작곡가들의 삶을 흥미롭게 만나볼 수 있으며 장 중간에 '궁금한 이야기'라는 별도 코너를 통해 클래식에 대한 간단한 궁금증도 해소해 주고 있다.

 

 1부 <자연의 한 장면>에서는 자연과 관련된 클래식 곡들과 작곡가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한다. 카미유 생상스 하면 대표되는 곡이 "동물의 사육제"인데 생상스가 살아 생전 출판을 허락하지 않아서 사망한 다음 해에 정식 출판되고 공개 초연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오스트리아에서 휴가를 보낼 때 친구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일종의 장난처럼 만든 곡인데 평소 작곡가로서 깊이있고 진중한 음악을 추구하던 그였기에 이 곡을 출판하는 것이 자신의 이미지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 출판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100년이 지난 지금은 생상스의 깊이있는 다른 어떤 곡보다도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곡이 '동물의 사육제'이니 하늘에 있는 생상스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밖에 1부에서는 초연 시 큰 반향(거의 폭동 수준)을 일으켰던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31세라는 짧은 생애동안 1,000여 곡을 작곡했던 프란츠 슈베르트의 '송어', 인상주의 음악의 대표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의 '달빛' 등을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다.

 

 2부 <일상의 한 단면>에서는 무료한 일상을 깜짝 놀라게 할 클래식 곡이나 마음의 평화를 주는 명상곡, 숙면을 위한 클래식 음악처럼 일상에서 기분을 전환해 줄만한 클래식 음악들을 이야기 해주고 있다. 졸고 있는 청중을 골려주기 위해 작곡한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는 쥘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 두 명의 부인에게 20명의 자녀를 낳은 다둥이 아빠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수면곡으로 잘못 알려진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유별난 성격으로 유명한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1번' 등을 만날 수 있다.

  
[바그너(왼쪽) 피에르 프티, 1861년, 멘델스존(오른쪽) 빌헬름 헨셀, 1847년, p.119]

 

 사랑을 주제로 다룬 3부 <사랑 한 조각>은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인데 결혼식장에서 신랑 신부가 입,퇴장할 때 울려 퍼지는 곡이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중 혼례의 합창과 펠릭스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에 수록된 결혼행진곡인데 사랑스런 두 곡을 작곡했던 작곡가들이 실제로는 앙숙이었다고 한다. 소위 '금수저'로 유대인었던 멘델스존이 독일에서 승승장구 할 때 가난했던 바그너는 멘델스존에게 오페라 공연을 거절당하면서 유대인을 싫어하게 되었는데 훗날 바그너가 죽은 후 반유대주의자였던 히틀러가 바그너를 찬양하고 유대인인 멘델스존의 흔적을 지웠다고 한다. 이 밖에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의 주인공 엘리제, 즉 불멸의 연인으로 유력한 여성들을 찾는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베토벤과 오랫동안 연인 관계를 유지했고 실제로 약혼까지 했던 요제피네 폰 브룬스빅, 베토벤의 제자였던 오스트리아의 백작의 딸 줄리에타 귀차르디, 베토벤의 둘도 없는 친구의 아내였던(네명의 자녀가 있던) 안토니 블렌타노. 이 세 여성 중 한 명을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결국은 누구와도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한다. 청각장애를 앓면서도 수많은 불후의 명곡들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가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열병을 음악에 담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 밖에 클래식 사랑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슈만과 클라라, 리스트의 사랑 이야기 등(반려동물에 대한 사랑도 나온다)이 흥미를 끌고 있다.

 


[라흐마니노프, 보리스 그레고리예프 1931년, p.197]

 

 마지막 4부 <위로 한 스푼>은 음악 활동을 하면서 찾아온 시련과 고비를 이겨낸 작곡가들의 삶과 음악(위로를 담은)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아버지의 신동 마켓팅으로 인해 여섯살부터 연주 여행을 떠나 어머니 품을 목말라했던 모차르트가 불과 22살에 어머니를 잃고 쓴 '바이올린 소나타 21번 e단조', 미국이라는 신세계에 대한 놀라움과 고향 체코에 대한 마음이 담긴 교향곡 '신세계로부터'를 작곡해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드보르작이지만 살아생전 체코의 독립을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 서두에서 언급했던 반 클리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결선에서 연주했던 '피아노 협주곡 3번'의 작곡가 라흐마니노프가 야심차게 작곡해 초연한 '교향곡 1번'이 엄청난 혹평을 받고 우울증으로 3년간 작곡을 못하다가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 박사에게 받은 치료(최면요법과 자기암시 요법) 덕분에 '피아노협주곡 2번'으로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는 이야기 등을 담아내고 있다.

 

 몇해 전 클래식에 관심을 갖게된 이후로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클래식 대중서를 10여 권 정도 읽어본 클래식 초급자로서 <비하인드 클래식>은 클래식을 처음 시작하는 입문자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클래식 입문서라는 생각이 든다. 책 속 클래식 작품에 숨겨진 작곡가들의 삶을 따라 읽다보면 어느새 소설 못지 않은 재미를 느끼게 된다. 요즘 클래식 책이면 빠질 수 없는 QR코드도 각 주제마다 있으니 휴대폰으로 책 속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독서 하기를 추천해 본다. 분명 눈과 귀가 즐거운 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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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100가지 방법 | 우수 리뷰 2022-06-1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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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 볼까?

김중혁 저
자이언트북스 | 2021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매일 반복되고 단조로운 하루를 새롭고 신나는 하루로 보낼 수 있도록 김중혁 작가의 100가지 비법이 담겨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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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침 6시.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새벽에 잠을 설쳐서 그런지 기분이 별로다. 5점

2. 아침 8시. 오전 중에 급히 처리할 업무 때문에 조금 이른 시간 사무실에 도착. 탕비실에 있는 캡슐커피머신으로 얼음을 둥둥 띄운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니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7점

3. 오전 10시. 오전까지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어서 마음만 급하다. 6점

4. 정오(12시). 점심식사로 바지락 가득한 봉골레 쉬림프에 채소와 스테이크가 잘 어우러진 샐러드를 먹으니 오전 내 쌓인 피로가 싹 가신다. 8점

 

 김중혁 작가의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볼까?]를 읽고 책 속 "하루하루를 신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 100가지" 중 '오늘 하루의 기분 그래프를 그려 보자'라는 방법을 골라 지난 주 평일에 2시간마다 기분 그래프를 그려보고 그 중 오전 기분 점수를 옮겨봤다. 

 특별한 것도 없는데 신기하게도 김중혁 작가가 알려주는 방법(작가는 1시간마다 알람을 울리게 해서 기분이나 마음을 적어보라고 했는데 나는 2시간마다 기분 점수를 적었다)을 따라해 보니 평범하고 단조로운 하루가 새로운 하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볼까?]는 매일 반복되는 단조로운 "하루"가 아니라 낯설고 새로운(창의력이 샘솟는)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소설가 김중혁 작가가 전하는 100가지 방법을 다룬 에세이다. 프롤로그에 해당되는 "이 책을 사용하는 방법" 중에서 김중혁 작가가 이 책을 쓴 이유가 나온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다른사람임을, 그래서 삶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를 매일매일 이해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나 역시 날마다 그런 사람이고 싶어 이 책을 썼다. - p. 9

 

 책은 목차가 있지만 김중혁 작가가 한 인터뷰에서 '책을 읽기 전에 목차를 읽지 말라'고 했듯이 목차가 큰 의미가 없는 책이다. 그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해당 페이지에 나온 방법을 하루동안 따라해 보면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정도는 아니더라도 창의력이 샘솟는 것을 느끼게 된다. 참고로 책에 나온 100가지 방법 중 나와 맞지 않는 방법은 굳이 따라할 필요는 없으니 그냥 건너뛰시길...

 

 책에서 김중혁 작가가 전하는 '하루하루를 신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 100가지'를 하나 하나 다 리뷰에 담고 싶지만 지면 관계상 100가지 방법 중 기억에 남는 방법 몇 가지만 리뷰에 옮겨 본다.

 

책을 찢어서 벽에 붙이자 - p.38 ~ p.40

 독서를 할 때 책에 밑줄 대신 포스트잇(플래그)을 붙일 정도로 책을 소중히 아끼는 내게는 안 맞는 방법이라 그냥 건너뛰었지만, 책을 목적이 아닌 도구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해 볼만한 방법이라 생각이 든다. 김중혁 작가는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은 안을 들여다볼 수 없지만 붙여 놓은 책은 매일 지나다니면서 볼 수 있다.'며 책상 위에 내셔널지오그래픽 화보집에서 오려 낸 사진 한 장 덕분에 단편 소설 하나를 쓰게 됐다고 한다. 나처럼 책에 밑줄조차 긋지 않는 사람이라면 책 2권을 주문해서 한 권은 소장용으로 보관하고 남은 한 권으로 책을 가감히 찢어서 벽에 붙여보는 것은 어떨까?

 

눈을 감고 지구본에서 나라 하나를 찍은 다음, 여행을 떠나 보자 - p.62 ~ p.63

  가장 인상 깊었던 방법 중 하나가 '눈을 감고 지구본에서 나라 하나를 찍은 다음, 여행을 떠나 보자'이다. 하늘길이 열렸지만 아직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고 항공료도 크게 올라 해외여행에 대한 부담이 있으니 눈을 감고 지구본에서 나라 하나를 찍은 다음 나만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은 생각 같다. 김중혁 작가는 최근 콰테말라를 여행했다고 한다. 과테말라 국기를 태블릿에 띄워 두고 집 안 온도를 17도(과테말라의 온도라고 한다)로 맞춘 다음 과카몰리(과테말라 사람들이 많이 먹는 음식)를 먹으면서 과테말라 음악을 들으며 국내에 번역된 콰테말라 작가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의 책(바로 주문해서)을 읽었다고 한다. 집에 지구본이 없다면 인터넷에서 구글 지도창을 열어놓은 후 눈을 감고 마우스로 클릭해 보는 걸 추천해 본다(참고로 나는 바다에 연속으로 빠지다가 간신히 나라 하나를 찍었는데 아프리카의 '기니'를 찍어서 나만의 여행을 아직 떠나지 못 하고 있다).

 

집에 있는 가구의 위치를 바꾸어 보자- p.167 ~ p.168

  작년에 돌아가신 장인어른께서 생전에 집 안 가구의 위치를 자주 바꾸셨다. 처가댁에 갈 때마다 가구나 가전 제품의 위치가 바뀐 것을 보며 한 번 가구 위치를 결정하면 잘 바꾸지 않는 나는 매번 처가댁에 갈 때마다 놀라곤 했다. 작가 김중혁은 집에 있는 가구의 위치를 바꾸어보면 예전에 보지 못했던 풍경이 보이고 사소한 움직임만으로도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집 안의 사물 위치 바꾸기는 여행과 흡사하다. 여행이란 내 마음의 풍경들을 재구성하기 위해 떠나는 모험이고, 위치 바꾸기는 내 시선을 재조정하기 위해 벌이는 여행이다.' - p.168

 여전히 나는 한 번 가구 위치를 결정하면 잘 바꾸려 하지 않지만, 장인어른의 성격을 빼닮은 아내와 함께 사는 사람인지라 지난 주말에도 아이 방의 서랍장을 안방으로 옮기는데 짐꾼 노릇을 했다.

 

 이 밖에도 김중혁 작가는 '예스 데이'와 '노 데이'를 만들어 보자(p.25), 타임 랩스 영상을 찍어 보자(p.50), 무인도에 가져갈 책 한 권을 골라 보자(p.93), 집 안에 핸드폰 금지 구역을 만들어 보자(p.110), 무엇이든 외워보자(p.169), 하루종일 바흐의 음악만 들어 보자(p.211) 등 하루를 새롭게 보내며 나도 모르게 창의력이 떠오르는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연초부터 바쁜 나날을 보내며 매일 반복되고 단조로운 하루에 지쳐가는 내게 "하루"가 새롭고 낯설 수 있다는 것을,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볼까?]를 읽으며 깨닫게 되었다. 하루가 쌓여 삶이 되는데, 매일 반복되고 단조로운 하루를 새롭고 신나는 하루로 보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김중혁 작가의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볼까?] 읽기를 추천해 본다. 분명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리뷰를 마무리 하며 다가오는 주말에는 주로 사용하는 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하루를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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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과 휴식을 전해주는 미술책 | 예술 2022-05-1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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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

김영숙 저
빅피시 | 2022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도판이 크고 인쇄 품질이 좋아서 명화 감상하기에 좋은 미술교양서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14 Sunday, 지붕 위의 카프리 소녀, 존 싱어 사전트, p.25]

 

  연초부터 바쁜 나날의 연속이다. 벚꽃이 떨어지기 전에 여유를 가질 줄 알았는데 벚꽃은 이미 지고 잎들이 무성한 5월이다. 되돌아보니 최근 2 ~ 3년간 이 맘 때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을 하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 몸만 간신히 씻고 침대로 직행하기 일쑤였지만, 그나마 책은 손에 놓치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미 3월에 완독을 했지만 요즘 다시 읽고 있는 김영숙의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에서 책장을 멈추게 한 페이지가 있다. 존 싱어 사전트의 <지붕 위의 카프리 소녀>이다. 모르는 작가의 모르는 작품이지만 이국적인 지중해 어느 나라(이탈리아)의 건물 옥상에서 춤추고 있는 소녀를 보고 있으니 왠지 위안을 전해준다. 얼마 전에 읽은 김중혁 작가의 에세이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 볼까?]에서 "신나는 디스코 음악을 들으면서 몸을 흔들어 보자"라고 했는데, 명화 속 춤추고 있는 소녀처럼  나만의 춤을 추고 싶어진다. 비록 몸치지만....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은 미술에 관심은 있는데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미술 교양서다. 책은 그림에 관한 자세한 설명보다는 명화 그 자체를 감상하는데 주안점을 두었기에 일반적인 미술대중서보다 큰 도판이 특징이다. 

 책은 219명의 예술가가 그린 그림을 요일마다 7가지 테마로 만날 수 있는데 총25개국 125곳의 미술관에 있는 365개의 명화들을 감상할 수 있다. 

 

 Monday        에너지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는 빛의 그림

 Tuesday       아름다움    눈부신 기쁨을 주는 명화

 Wednesday   자신감       나를 최고로 만들어주는 색채들

 Thursday      휴식          불안과 스트레스를 내놓는 시간

  Friday           설렘          이색적인 풍경, 그림으로 떠나느 여행     

  Saturday       영감          최상의 황홀, 크리에이티브의 순간

  Sunday         위안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그림

 

 위에 적은 것처럼 저자는 독자들에게 7가지 테마로 매일 명화를 만나게 하여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간혹 테마에 명화를 억지로 연관시킨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그림에 대한 감상은 주관적이기에 명화를 감상하는데 불편을 주지는 않는다.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 속 명화들을 감상하다보면 눈에 익은 명화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작가나 명화를 만나기도 한다. 특히 그동안 서유럽 작가들에 비해 많이 접해 보지 못 했던 북유럽이나 동유럽 작가들의 명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 <신문을 읽는 아침 식사>의 라우리츠 안데르센 링, <기념일>의 파니 브레이트, <봄>의 보리스 쿠스토디예프, <아이오나 습작>의 새뮤얼 페플로, <바닷가의 아이들>의 요제프 이스라엘, <아홉 번째 파도>의 이반 아이바좁스키 등은 이 책에 처음 만난 작가들이다. 

 


[29 Monday, 봄, 보리스 쿠스토디예프(러시아), p.42]

 

 파스텔풍의 밝고 화사한 그림은 빨강 머리 앤을 만날 것 같은 캐나다의 어느 마을 그림 같지만 러시아의 봄 풍경을 그린 그림이다. 러시아 하면 혹독한 추위가 떠오르는데(승승장구하던 프랑스의 나폴레옹이나 독일의 히틀러도 러시아의 강추위를 이겨내지 못 했다), 러시아의 봄 풍경은 우리의 봄과 크게 다르지 않는 듯 하다. 수많은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종식되어 보리스 쿠스토디예프의 <봄>처럼 평온한 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140 Sunday, 보트 시합, 안데르스 소른(스웨덴), p.159]

 

 "위안"이라는 테마 처럼 스웨덴 출신의 소른의 <보트 시합>의 평온한 풍경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위안"이 찾아온다. 부두 위에 앉아 있는 두 소녀는 보트 시합에서 이기기 위해 열심히 노를 젓는 두 사람에 비해 보트 시합에는 큰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그저 바다 위 평화롭고 여유로운 풍경을 만끽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은 앞 장에 있는 365일 체크리스트에 매일 다 읽은 페이지를 체크할 수 있어서 책을 완독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데 요일마다 순서대로 읽어도 좋지만 마음에 이끌리는 명화부터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감상해도 독서하는데 문제가 없는 책이라 하겠다. 글밥이 많지 않아서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완독 후 다시 매일 한 장씩 테마별로 명화를 찬찬히 감상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위안과 휴식을 전해주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리뷰 서두에서 언급했지만 미술에 관심이 있는데 어떤 미술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독자라면 글밥이 적고 도판이 크며 인쇄 품질까지 좋은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46 Thursday, 책 읽는 소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p.59]

 

 바쁘고 힘든 일상 속에서 위안과 휴식을 건네 준 것은 명화 속 "책 읽는 소녀"처럼 "독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오랜만에 쓴 리뷰를 마무리 한다.

 

○ 누락 : 155 차일드 하삼의 "여름 햇살" 수요일 테마 단어 누락[자신 → 자신감]   p.134

○ 오타 : 288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첫 외출" 제작연도 오타[1596년  → 1876년] p.319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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