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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나에게 말을 걸다. | 문학 2020-04-0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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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리커버 에디션)

정여울 저/이승원 사진
21세기북스 | 2020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이 시대를 살아가는 30대들에게 전하는 따뜻함과 공감이 어우러진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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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째각 째각 째각... 나의 40대 시간이 흐르고 있다.


 어릴 적 하루종일 놀아도 넘쳐나던(그렇게 생각했던) 시간들이 어느새 20대, 30대를 거쳐가며 40대 중후반을 달리고 있다. 

  오늘도 최근에 맡은 중요한 업무를 추진하느라 정신 없이 하루를 보낸다.

  속절없이 지나가는 시간 속에 현재를 바쁘게 사느라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과거의 나"를 잊고 살았는데 이렇게 뜻깊은 책을 만나게 됐다.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정여울 작가가 20대가 안고 있는 고민에 대한 공감 어린 조언을 담은 첫 에세이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에 이어 자신의 30대를 반추해서 써내려간 두 번째 에세이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이 리커버 에디션으로 다시 출간하여 잊고 있었던 나의 30대를 만나게 되었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로 인문학, 심리학, 글쓰기 강연에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 저자가 반추하는 30대  생각의 깊이가 나의 30대 때 생각의 깊이와는 분명 다르지만 나이, 소개, 포기, 선택, 독립 등 20개의 키워드와 함께 섬세한 시선이 담긴 40여장의 사진들로 풀어낸 저자의 이야기에 나의 30대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선택 인생은 객관식이 아니다>



 식당에서 점심 식사 메뉴나 커피숍에서 음료를 고르는데도 남들보다 꽤 오랜시간 고민을 하고 마트에서 과일을 고르는데도 고만고만한 과일들 앞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곤 한다. 텔레비젼 채널 선택은 저자와 마찬가지로 이 채널 저 채널 돌리다가 선택을 하지 못하고 꺼 버리기 일쑤다.


 저자는 이런 일을 여러 번 경험했다면 '선택증독증'이라는 병이 아닌 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불치병은 아니지만 난치병임에는 분명한 이 선택증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감염될 수 있는 마음의 질병이라는 이야기다.

 이 끝없는 선택의 스트레스에 해방되는 저자의 소박한 방법은 이렇다.

 첫 번째,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두 번째, 유명인나 성공한 사람들의 가치관을 답습할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만들고, 나에게 어울리며,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가치관'을 정립해 나간다,'

 세 번째, '나'라는 존재를 투자의 대상이나 수확의 대상으로 상품화하지 않는다.


 인생의 수많은 선택의 길목에서 타인에게 잘 보일 게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나 자신'를 느끼려고 노력한다면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p.s 이제 중국집에서 함께 동석한 사람들 모두 짜짱면을 외치더라도 자신있게(?) 삼선짜장면을 외쳐봐야겠다.


 
  "어떤 옷을 살 것인가'보다는 '오늘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어떤 자동차나 주택을 구매할 것인가'보다는 '누구와 함께, 어떻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해보자. 상품의 소비로 마음의 허기를 채울 게 아니라 경험과 인연의 확장으로 영혼의 결핍을 채워야 한다. - P. 72


<상처 나에게 마음껏 아파할 기회를 주자>

 


 저자도 책에서 초등학교 때 발표를 하다가 크게 망신을 당해 발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고 하는데 나 또한 발표에 대해서 한동안 트라우마가 있었다. 군대 시절 웅변대회 부대 대표로 나가(내가 웅변을 잘 했다기보다는 소위 짠밥에 밀려서 나갔다.) 며칠 밤을 세우며 외운 대본을 많은 부대원 앞에서 순간 잊어버려 웅변대회를 망치게 됐다. 그때는 군인정신으로 이겨낼 수 있었는데(그렇게 생각했다.) 30대 초반 회사 사원 교육 때 조 대표로 프로젝트 발표를 할 때 무대까지 자신있게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직원들 앞에 서자 머리가 하얘지며 군대시절 웅변대회 때의 잊고 싶었던 경험을 다시 하게 되었다. 그 때의 무대 울렁증이 트라우마가 되어 한동안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기회를 애써 외면했었다.(지금은 나이가 들어 얼굴이 두꺼워졌는지 종종 사람들 앞에서의 발표를 무난히 하곤 한다.)

 저자는 초등학교 시절 발표 때 크게 망신을 당한 이후 30년 동안 그 상처가 자신을 괴롭혔다고 한다.  '남들 앞에서 말하기'에 엄청난 공포를 느꼈던 내 안의 내면아이와 화해하지 못했고, '그건 하찮은 일이야'라고 생각했던 의식의 통제가 문제였다는 것이다. 그러다 저자는 무의식 속에 가라앉아 있는 공포를 의식화하면서 두려움이 가라앉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발표할 기회가 생기면 '제가 무대 공포증이 있어서요.'라고 속 시원하게 고백함으로써 두려움이 완화되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p.s 완전한 해결책은 아닐 수 있지만 독서가 상처 치유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독서를 하다가 책 속 이야기에 푹 빠지는 순간, 세상의 모든 걱정과 두려움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되니 말이다.


 

 
  상처 없이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상처와 더불어 공생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내 상처를 부끄러워하지 않을 때, 그 상처와의 평화로운 동고동락은 시작된다. - P 162

 

 


<직업 일하는 날들의 기쁨과 슬픔>


 

  3월 중하순부터 회사에서 중요한 업무를 맡게 되어 주말도 없이 출근을 했다. 맡은 업무의 성과를 내고자 하는 마음에 시간과 노력을 집중하다보니 여유 없이 지내고 있다. 성과를 내면 분명 업무 평가를 높게 받을텐데 나는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난 지금 내 일을 잘해내고 있는가?

 

벼루야, 벼루야

네가 작다 하나 그것은 너의 부끄러움이 아니다.

네 비록 한 치의 웅덩이에 지나지 않으나

나의 무궁한 뜻을 쓰게 한다.

내 비록 육척의 장신이나

모든 일은 너를 빌려 이룬다.

벼루야, 나는 너와 함께 돌아갈 것이니

삶도 죽음도 너로 말미암으련다.

- 이규보, 「벼루에게」


 저자는 이규보의 시를 통해 한낱 벼루에게서조차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 일을 하는 동안 내가 어떤 존재와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항상 살피는 마음, 내가 하는 일로 인해 어떤 사람들이 행복해질지 또는 불행해질지를 늘 사려 깊게 돌아보는 마음이야말로 어떤 성취감보다 소중한 마음챙김의 기술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일을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만 했지 하는 일에 감사하며 주위를 돌아볼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그러니 성과를 내더라도 그때뿐이고 일에 대한 감사함과 행복을 느끼지 못한 것 같다.

이제라도 일에만 매진하여 성과만 추구하지 말고 주위를 찬찬히 돌아보고 즐기며 일할 수 있는 그런 마음챙김 기술을 단련해야겠다.

p.s  <생활의 달인>이라는 TV 프로 속 각 분야 달인들의 놀라운 실력을 보며 감탄한 적이 여러번 있다. 달인의 경지에 오르려면 오랜 시간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겠지만 자신의 일을 즐기고 자신의 일로 기뻐할 사람들을 생각했기에 달인의 경지에 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나는 "내 일을 잘해냈는가"를 묻기 전에, 이제는 조금 색다른 질문을 해보자. 나는 일을 통해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었는가. 일을 통해 나 자신의 마음은 얼마나 크고 깊어졌는가. - p.212


<순간 '오늘'을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다면>



 내 인생에서 30대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지금의 가족을 이룬 시기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30대에 결혼을 하고 예쁜 두 딸이 태어났으니 말이다.

  밤잠을 설치며 분만실에 있던 아내와 아이의 걱정에 안절부절 못 하다가 태어난 딸아이의 모습에 감동하고, 아이의 첫 뒤집기 성공에 기뻐하고, 아장아장 잘 걷는 모습에 대견해 하며 아빠~ 하고 처음 불러준 말에 얼마나 뿌듯했는지... 그 순간 순간이 감동 자체였다.

 언제나 작고 어리던 아이들이 어느새 자라 초등학생이 되고 아빠보다도 말을 잘하는 나이가 되버렸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행복한 시간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것 같다. 아니 사라져버린 것만 같다. 

 저자는 그 순간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단 한번 뿐인 현재'였다고 말한다. 판에 박힌 말일 줄 모르지만 지금, 여기, 현재의 시간이야말로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라는 이야기다.

 이제 사라져버린 어렸을 적 아이들과의 행복한 시간들은 좋은 추억으로 마음에 담고 지금 현재의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며 최선을 다해야겠다. "지금 이 순간이 오직 한번 뿐이니깐"

p.s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것 같다. 작년 말에는 쉽게 안아 들을 수 있는 둘째 녀석이 요즘 안아 들으면 이제 제법 무겁게 느껴진다. 아빠가 한살 더 나이가 먹어서 그런가?, 아니면 코로나19 때문에 집에만 있는 아이가 살이 쪄서 그런가? 아무튼 코로나19가 빨리 진정되서 우리 아이들이 하루빨리 즐겁게 학교 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당신이 '오늘'을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다면, 인생은 달라질 것이다. 어떤 특별한 일이 일어나서 소중한 게 아니라 그것이 '오늘'이라는 이유만으로 눈부시고 빛나는 하루임을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지나치는 모든 사소한 아름다움들이 빛나는 축복의 시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 P.276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은 저자 정여울이 가장 찬란하면서 가장 외로웠던 자신의 30대를 되돌아보며 지금 찬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30대들에게 전하는 따뜻함과 공감이 어우러진 에세이다. 

 이 책의 독자 범위를 굳이 30대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 30대를 보낸 분들에게는 과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까운 미래에 30대가 찾아올 분들에게는 30대의 생각과 고민을 미리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책을 읽는내내 잊고 있었던 30대를 반추하며 40대가 된 지금의 나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 많았다. 30대 때의 나에게 말을 걸어봤으니 이제 20대가 안고 있는 고민에 대한 공감 어린 조언을 담고 있는 저자의 첫 번째 에세이 <그때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을 읽고 싶어진다. 조만간 20대의 나에게도 말을 걸어봐야겠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21세기북스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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