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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 | 예술 2020-08-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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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프란츠 리스트

우라히사 도시히코 저
성안뮤직(성안당) | 2020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리스트를 둘러싼 중요한 배경들을 키워드로 리스트에 대해 하나 하나 풀어간 가독성 좋은 위인전 이상의 클래식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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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저기서 여성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정신을 잃고 쓰러져 옆에 있는 남성의 부축을 받는가하면 그의 손짓 하나 하나에 흠뻑 빠져 있는 여성들의 열기로 가득찬 장소는? 퀸, 비틀스, 마이클잭슨 등 슈퍼스타들의 무대가 아니다. 요즘 한창 세계에 한류 바람을 일으키며 팬클럽 아미들의 절대적 응원을 받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의 콘서트장 또한 아니다. 바로 <프란츠 리스트> 연주회 장면이다.


 클래식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클래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리스트가 19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작곡한 곡이나 그의 삶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시중에 나오는 클래식 책들도 다른 음악가들과 함께 리스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당대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피아니스트라는 정보 외에 많은 정보를 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온전히 피아니스트 리스트에 대해 쓴 <프란츠 리스트> 특별하다고 하겠다. 그렇다고 이 책이 리스트의 일대기에 대해서만 쓴 것은 아니다. 리스트를 둘러싼 중요한 배경들을 키워드로 하나 하나 파헤쳐주고 있다.

 책은 총 9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 장마다 소주제에 따라 짧은 글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가독성도 좋다.

 저자는 일본 음악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는 우라히사 도시히코로 『138억 년의 음악사』, 『악마라 불리는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 등의 저서를 썼다. 클래식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의 저자가 아닌 일본인 저자가 <프란츠 리스트>에 관한 책을 쓴 것에 부러움 반, 시기 반으로 읽었다. 


 
 그렇다면 내가 이 책을 쓰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리스트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아니다. 사람들은 왜 리스트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리스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점이 궁금해서 펜을 들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p.12


[프란츠 리스트의 초상, 아리 세페르, 1837]

 

  클래식에 관심을 가진 이후 많지는 않지만 클래식 책을 여러 권 읽어보면서 유독 궁금했던 음악가가 리스트였다. "리스토마니아"라는 원조 팬클럽을 몰고 다니면서 여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고 많은 여성들과 염문을 뿌리던 프란츠 리스트. 바이올린의 최고를 파가니니라고 한다면 피아노에서 최고는 리스트라고 할 정도로 신기에 가까운 피아노 실력을 보여 주었던 리스트에 대해 궁금해 한 것은 클래식에 관심있는 한 사람으로서 어쩌면 당연한 일인 지도 모르겠다. 


 리스트의 생애를 돌아보다

 1811년 10월 22일 동유럽 헝가리의 작은 마을 라이딩에서 태어난 리스트는 태어날 때 밤하늘 혜성이 그날따라 유난히 빛났다고 한다(위인전에서 흔히 나오는 지어낸 이야기 같지만 실제 있었던 사실이었다). 피아노 학원에 한 번이라도 다녀 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당대 최고의 피아노 선생이었던 체르니를 14세 때 빈에서 만나 체르니의 체계적인 지도를 받게 되고 모차르트와의 열등감으로 유명한(영화 속에서) 살리에리에게 작곡을 배우며 고삐 풀린 신동에서 진정한 피아니스트가 되어간다. 체르니 밑에서 약 1년 반에 걸친 피아노 수업을 마치고 아버지 아담과 함께 파리로 향해 당시 명성이 자자했던 파리 음악원에 문을 두드리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매몰차게 거절을 당한다. 하지만 하늘은 이 피아니스트 신동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 살롱에서 '프티 릿츠(어린 리스트)'라 불리며 높은 인기를 구가하게 된 리스트는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과 첫사랑이었던 카롤린(생크리크 백작의 딸)과의 사랑이 신분의 차이로 이루지 못하게 되면서 기나긴 공백기를 갖게 된다. 우울증으로 고생하며 사람들에게 잊혀져 가던 리스트는 2년 만에 '살롱'이라는 무대를 통해 화려하게 복귀를 하며 본격적인 피아니스트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의 나이 열여덟 살 때였다.


[마리 다구의 초상, 앙리 레만, 1843]


 살롱을 통해 인기를 구가하던 리스트는 당시 파리 사교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미녀 마리 다구 백작 부인을 운명적으로 만나 그 유명한 사랑의 도피를 하게 되고 아이를 셋까지 낳지만 세상에 영원한 사랑은 없듯이 결국 10년 만에 파국을 맞게 된다. 두 사람의 파국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유럽 여러 도시를 돌며 공연하던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매력이 넘치던 리스트를 여성들이 가만 놔두지 않았을테고, 화려한 사교계 생활이 몸에 배어 있던 마리 다구가 방랑자 신세나 다름없는 연주 여행에 지쳐갔을 것이다. 결국 서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질투, 부담감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게 된다. 1844년 리스트의 나이 33세 때 일이다. 하지만 둘이 함께 한 10년간 그 누구보다도 폭풍같은 사랑을 나누었다.

 리스트는 1839년 11월 빈 공연을 시작으로 1847년 9월 엘리자베트그라드에서 은퇴 공연을 할 때까지 8년 동안 약 1,000번의 공연을 가졌을뿐만 아니라 방문한 도시도 260곳에 이른다고 한다. 단순 계산으로도 8년 동안 사흘에 한 번꼴로 공연을 한 셈이다. 피아노계의 파가니니로 승승장구를 하던 리스트는 서른 여섯 살이 되던 해인 1848년에 돌연 피아니스트를 은퇴 하게 된다.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유럽 곳곳에서 사상 최고의 피아니스트라고 찬사를 받던 리스트가 왜 돌연 은퇴를 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오랜 연주 투어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피로감도 극에 달했겠지만 어린 시절부터 '프티 리츠'라는 신동으로 불리며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살아온 삶에 대한 공허함을 크게 느꼈을 것이다. 한창 인기를 끌다가 돌연 은퇴하는 대중 연예인들처럼 말이다.

 

 
 "나는 왜 여기에 있고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청중의 갈채가 나에게 무엇을 준단 말인가. 나는 공허하고 의미 없는 칭찬에 대해 자문하고 있다.' 
 - 마리 다구 백작 부인에게 보낸 서한에서, p.227


 대체로 여기까지가 우리가 아는 리스트의 삶이다. 그가 75세에 눈을 감았으니 우리는 그의 생애 절반만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인생의 후반기는 피아니스트를 은퇴 후 바이마르 궁정의 악장이 되면서 시작된다.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되려 했던 리스트가 이제는 지휘자이자 작곡가, 교육자가 되기 위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 것이다. 리스트가 피아니스트틀 은퇴하고 창작 활동에 전념해야 한다고 설득한 사람이 있었으니 또 다른 운명의 여성 카롤린느 폰 자인 비트겐슈타인 후작 부인이다. 폴란드의 대지주 가문에서 태어나 러시아 귀족인 니콜라스 폰자인 비트겐슈타인 후작과 결혼 후 별거 중이었던 카롤린느는 지적 교양으로 똘똘 뭉친 여성이었다고 한다. 리스트와 만난 후 그와 결혼하기 위해 30년동안 노력을 한 카롤린느는 로마 교황청에 별거 중이었던 남편과 강제로 결혼했음을 끊임없이 호소한 끝에 어렵사리 리스트와의 결혼을 인정 받았지만 로마 교황청이 1861년 10월 22일 결혼 전날 밤늦게 갑자기 결혼 허가를 최소하는 바람에 결국 둘의 관계는 파국을 맞는다(그녀의 리스트에 대한 사랑은 처음엔 숭배에서 집념이 되었고 결국 집착으로 변했다고 한다). 

 바이마르 궁정의 악장으로 있으면서 수많은 제자들을 무료로 양성하던 리스트는 마리 다구 백작 사이에서 태어난 세 자녀 가운데 두 자녀를 잃는 슬픔 등을 계기로 그동안 꿈꾸었던 성직자의 길로 들어선다. 이후 바이마르와 로마, 부다페스트를 바쁘게 오가며 광범위한 연주, 자선, 교육 활동을 벌이던 리스트는 1886년 리스트 생탄 75주년 기념 축전에 맞춰 유럽 주요 도시를 돌다가 병든 몸이 악화되어 7월 31일 바이로이트에서 생을 마감한다.

 

 여기까지가 책에서 나온 프란츠 리스트의 생애를 요약한 내용이다. 이 책이 단순히 프란츠 리스트의  생애만을 다루었다면 그저 평범한 위인전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프란츠 리스트> 의 장점은 리스트를 둘러싼 주요 배경들을 키워드로 풀어가는 것에 있다 하겠다.

 

 리스트 & 키워드

 리스트가 활약하던 19세기에는 지금처럼 연주회나 피아노 콩쿠르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 피아니스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는 살롱이었다고 한다.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어려웠던 당시에 구귀족과 부르주아 여성들의 소우주가 바로 살롱이었다. 살롱에서는 문학이나 음악 등 예술 활동이 활발했다. 여기에 살롱의 여주인들을 '살로니에르'라고 칭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재미난 것이 있는데 리스트가 살롱에서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이 피아노 실력뿐만 아니라 스캔들도 큰 몫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리스트에게는 아름다운 용모와 함께 사교계의 명사들과 숙녀들이 숨도 못 쉴 정도로 피아노를 치며 내뿜는 집중력과 아우라가 대단했다고 한다. 리스트의 그 모습을 보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베를린 연주회의 리스트를 그린 풍자화, 테오도르 호제만, 1842년]

 

 

  리스트 앞에 무릎을 끓고 손끝에 키스를 받고자 허락을 구하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 다른 여성은 그가 마시다 남긴 홍차를 자신의 향수병에 부었다고 한다. 어느 러시아 숙녀들은 배를 타고 떠나는 리스트를 배웅하기 위해 악단까지 준비된 대형 증기선을 빌렸다고 한다. - p.107 ~ 108

 

 

 아이돌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프란츠 리스트는 "리스토마니아"라는 열성적인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팬클럽이 있을 정도로 역사상 최고의 인기 피아니스트였다

 지금의 연예인 사생팬들을 능가할 정도로 당시 '리스토마니아'는 히스테리로 보일 만큼 몰려다니며 열광했다고 하는데, 저자는 그 이유를 단순히 리스트라는 한 인물 때문만이 아니라 '우상'이 필요했던 당시의 시대상과 맞물려 있다고 보고 있다. 가부장제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부르주아 여성들이 그동안의 억압적 삶을 19세기 해방적 시대 분위기에 맞춰 분출 했다는 이야기다.

 

 이 외에 책에서는 현대 피아노 연주회의 시초인 리사이틀을 발명하고 베토벤의 난곡들을 피아노에 맞춰 편곡해 출판하는가 하면 피아노계의 파기니니로 절정의 기량을 가졌던 피아니스트로서의 리스트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우리가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피아노에 대한 숨은 이야기, 19세기 당시 피아니스트 하면 리스트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쇼팽 리스트 대한 이야기, 바이마르 궁정의 악장이 되어 수많은 제자와 후계자를 만든 이야기 다루며 책은 흥미를 더하고 있다.  

 

  저자가 인류 역사상 '최고', 아니 '최강'의 피아니스트라고 붙이고 싶다는 <프란츠 리스트>. 이 책은 그동안 최고의 피아노 실력과 함께 인기 절정의 피아니스트 외에 잘 알지 못했던 리스트의 생애에 대해 주요 키워드와 함께 설명해 주고 있을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위인전과 다르게 "프란츠 리스트"라는 인물을 통해 19세기 문화 현상을 엿볼 수 있는 의미있는 책이라 하겠다.

 <프란츠 리스트>를 읽는 동안 그동안 즐겨듣지 않던 리스트의 음악들을 찾아서 들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라 캄파넬라], [사랑의 꿈]에서부터 [초절기교 연습곡], [순례의 해] 등 시간이 없어 많은 곡을 듣지는 못 했지만 클래식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장마철 빗소리와 리스트의 음악이 어우러져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평생 700곡이 넘는 곡을 작곡하며 제자 양성에 힘을 쓴 프란츠 리스트를 우리는 단순히 인기 절정의 피아니스트로만 기억하면 안 될 것이다. 수많은 제자와 후계자들을 통해 현대까지 이어지는 리스트의 뿌리를 잊지 말아야겠다. 내겐 또다른 클래식의 맛을 안겨 준 특별한 책 <프란츠 리스트>. 클래식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초보자와 애호가 상관없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서거한 해에 찍은 프란츠 리스트의 초상, 나다르, 1886]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성안뮤직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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