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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주의적 예술가였던 화가 드가 | 예술 2020-11-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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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드가

이연식 저
arte(아르테) | 2020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드가의 주요 작품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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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가" 하면 떠오르는 것은 발레리나 그림이다. 학창 시절 미술 시간에 본 것 같지만 기억은 흐릿하고 오래 전 구입해서 읽었던 미술책 <오르세 미술관>에서 드가의 발레리나 그림을 유심히 봤을 뿐이다. 미술 문외한인 내게 드가는 마네, 모네, 세잔, 르누아르 등과 함께 인상주의 화가 중 그저 한 명일 뿐이었다. 

 

 평소 편협한 독서를 하는 내게 인문 분야의 관심을 넓혀 주고 있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만나지 못 했다면 드가는 여전히 여러 인상주의 화가들 중 한 명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24번째로 출간된 [드가×이연식]는 그동안 "나는 유명하면서도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던 드가의 말처럼 다른 화가들에 비해 대중에게 주요 작품 외에 잘 알려져 있지 않던 드가에 대해서 몽마르트르 공동묘지에 자리한 드가의 가족묘지를 시작으로 루브르 박물관, 피갈 광장, 오르세 미술관, 볼로뉴 숲 등 드가의 주요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의 일생과 작품 세계를 돌아본다. 특히  [드가×이연식]에서는 드가의 주요 작품들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미술사가로 예술에 대한 저술, 번역, 강연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저자 이연식의 깊이있는 설명으로 독자들을 드가의 미술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드가는 1834년 7월 19일, 파리의 생조르주 거리 8번지에서 태어났다. 은행을 운영하던 아버지 덕분에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낸 드가가 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안 한 이유를 어린 시절 어머니가 삼촌과 은밀한 관계였던 것을 목격한 이유라는 말이 있지만 모두 풍문이고 신뢰할 만한 기록 또한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어머니에 대한 드가의 기록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의문으로 남아 있고 어머니로 인해 여성 혐오론자가 되었다는 설도 있지만 평생 노동하는 여성과 발레리나 등 여성에 대한 많은 그림을 그렸고 당시 여성 예술가들을 얕보던 다른 남성 예술가들과 달리 대등한 동료로 본 것을 보면 여성 혐오론자는 아닌 것 같다(최소한 이 책을 읽고나서는 말이다). 


 드가는 유복한 가정의 자녀들이 걸어가는 길을 걷듯이 아버지의 뜻에 따라 1853년 소르본대학교의 법학과에 입학하지만 곧 그만두고 루이 라모트의 아틀리를 거쳐 에콜데보자르에 입학을 하며 미술을 본격적으로 배우게 된다. 이때 당시 "선"으로 대표되는 신고전주의의 대가였던 앵그르를 만나 "선을 그려요, 많은 선을, 기억에 의해서이건, 자연에 의해서이건(31쪽)"이라는 앵그르의 말을 평생의 지침으로 삼으며 많은 소묘를 남기게 된다. 드가의 미술 인생에 있어서 전기에는 선을 중시하는 앵그로의 영향을 받았다면 후기에는 신고전주의와 경쟁을 벌이던 낭만주의 들라크루아의 "색"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드가는 엄격함과 자유로움, 치밀함과 즉흥성 사이를 오가며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 세계를 만들어간다.


 집안의 재력으로 이탈리아에서 고전 미술을 공부하러 떠난 드가는 어느 화풍에 속하지 않고 신화에 나오는 인물들을 통해 환상적인 그림을 그리던 화가 귀스타브 모로를 만나 한 동안 모로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그린다(파리로 돌아온 이후 줄곧 파리에서 함께 활동하던 두 사람은 몇 년 후 서로가 추구하는 화풍이 달랐기에 사이가 소원해진다). 드가는 예술가로서 공식적인 인정을 받기 위해 살롱에 역사화를 출품하기도 하지만 낙선을 하고 이후 열 여덟 살때부터 고전 작품들을 모사하러 다녔던 루브르미술관에서 벨라스케스의 작품을 판화로 옮기던 중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바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인상주의 화가의 길(드가는 인상주의라는 명칭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을 걷게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마네를 만난 것이다. 두살 밖에 차이가 안 난 둘은 금새 친해지고 마네의 인도를 받아 카페 게르부아에 등장하며 많은 예술가들과 교우하는 계기가 된다(향후 마네를 추종하는 신진 예술가들과 함께 보수주의 살롱전에 대항해 인상주의 전시회를 열기 시작한다).

 

[에두아르 마네 <오페라극장의 가면무도회> (上), 드가의 <발레수업> (下)(90쪽)]


 드가는 마네에게 여러 영향을 받았고 절단 기법 또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도 추정되지만(분명하지는 않다) 위 두 그림에서 자르는 방식을 비교해보면 마네의 그림(上)에서는 과격하고 투박하게 인물들이 잘려나가 있지만 드가의 그림(下)에서는 신중하고 주의깊게 인물들이 잘려나가 있는 것이 보인다. 그의 절단은 섬세하고 아름답다. "<발레수업>에서는 왼편 위쪽에서 나선계단을 따라 내려오는 발레리나들의 다리만 보이는데, 그녀들이 만들어내는 흐름이 연습실 한복판에서 연습하고 있는 발레리나들과 어우러지면서 화면에 우아한 곡선과 리듬을 부여한다(90쪽)."


 드가를 보통 19세기 주류를 이룬 인상주의 화가라고 칭하지만 다른 예술가들이 이젤을 들고 밖으로 나가 자연의 풍경을 주제로 그림을 그릴 때 드가는 자연이 아닌 도시로 향했다.

 파리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생을 마감한 드가는 파리의 '플라뇌르(산책자)'가 되어 19세기 당시 경제적 안정 속에 예술과 문화의 번영을 누리고 있던 프랑스 파리  대도시의 화려한 모습과 함께 대도시에서 하루 하루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소시민들의 일상에도 주목을 한다. 드가 하면 떠오르는 발레리나나 카페의 인물들, 세탁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통해 화려함 속에 가려진 진실된 파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개의 노래>, 모노타이프에 구아슈와 파스텔, 개인소장(145쪽) ①]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  캔버스에 유채, 오르세미술관(147쪽) ②]


[<분장실의 발레리나>, 오스카레인하트재단(左), <발레수업> 메트로폴리탄미술관(右),174~175쪽 ③]


 드가는 즐겨 갔던 카페 앙바사되르에서 당시 인기 가수였던 엠마 발라동(마치 개가 앞발을 내미는 것 같은 모습으로 노래한다고 해서 '개'라는 별명으로 불렸다)을 모델로 <개의 그림>①을 그렸다. 그녀의 관능적인 목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회화의 한계(음악이 들리지 않는)를 두려워하지 않은 드가는 가수를 중심으로 주변의 환상적인 배경(영롱한 조명 등)을 묘사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카페의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②에서는 카페에 앉은 두 사람의 표정을 주목하게 된다. 어깨가 축 처진 채 공허한 눈빛을 한 여자와 여자의 시선을 피해 다른 곳을 바라보는 남자. 좌측 테이블 위에 있는 신문을 볼 때 시간은 이른 아침으로 보이고 여성 앞의 황록색 술은 도수가 70퍼센트가 되는 압생트라는 독주라고 한다. 두 사람은 왜 아침부터 독주를 마시고 있을까? 지난밤을 함께 보낸 매춘부와 고객으로 추측되는데 당시 카페는 매춘부들이 고객을 물색하기 위한 장소였다고 한다. 드가의 유흥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지만 드가가 세상을 떠난 뒤 세상에 공개된 창관 모노타이프나 동생이 그 중 70여 점을 파괴했다는 이야기를 미루어 볼 때 드가가 그 세계를 잘 알고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드가 하면 발레리나 그림을 빼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분장실의 발레리나>③(左)에서는 중앙의 발레리나 왼쪽 끄트머리에 한 남성이 옹색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지만 당시 많은 발레리나들은 급여가 많지 않고 미래가 불투명했기에 스폰서가 있었고 후원가(스폰서)로 보이는 이 남성은 발레리나 가까이서 지켜보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 <발레수업> ③(右)에서는 유명 안무가가 발레를 지도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으로 안무가와 발레리나를 따로 그려 한 화면에 합친 드가는 그림 속 인물들을 다른 그림에도 여러 차례 다시 등장시킨다. 그림 오른쪽 상단의 여성들은 발레리나의 어머니들로 자녀들의 시중은 물론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시하듯 딸을 바라봤다고 한다. 당시 발레리나 중 집안 살림을 책임진 발레리나들이 많았다고 한다. 드가는 이렇게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오직 "진실"만을 추구하며 어떠한 미화나 왜곡 없이 파리의 도시 속 다양하고 보편적인 인간의 삶에 주목하며 그림을 그렸다.


[열네 살의 어린 발레리나, 오르세미술관, 205쪽]


[드가×이연식]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드가의 일생을 알게 된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에도 많은 작품을 남긴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열네 살의 어린 발레리나>를 살롱에 출품한 후 악평으로 인해 이후 조각 작품을 내놓지 않았지만, 사후 그의 조각품 150여 점이 공개 되었다고 한다). 30대 부터 시력이 좋지 않았던 드가는 조각으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펼쳐나간다(60대에는 시각 장애인이 되었다고 한다). 1881년에 열린 여섯 번째 인상주의 전시회에 출품한 조각품 <열네 살의 어린 발레리나>는 그동안 조각 작품에서 기대하던 웅장함이나 관능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어린 발레리나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불안, 그리고 고된 현실을 이겨내겠다는 당당함이 보이지만 그럴수록 슬픔이 다가온다. 어쩌면 조각상에 입혀놓은 얇은 천의 발레 의상과 토슈즈, 그리고 리본까지 단 모습이 가냘픈 어린 발레리나의 청동 조각상과 함께 더 현실성 있게 다가왔으리라.


[30대 무렵의 드가, 224쪽]


 사진을 좋아했고, 평생 경마를 통해 말의 움직임을 탐구하며 딱 한 점만 찍어낼 수 있는 모노타이프를 줄기차게 만들면서 여러 가지 효과를 실험했던 호기심 가득한 드가는 회화와 조각이라는 경계를 구애 받지 않고 오로지 "진실"만을 추구한 화가였다. 동생이 사업 실패를 하기 전까지 화가로서 풍족한 삶을 산 드가는 당시 살롱이라는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19세기 주류인 인상주의 화가로 활동했지만 전원과 자연을 회화의 주제로 삼았고 결국은 자신들도 도시인들로 도시의 부르주아들을 위해 그림을 그린 다른 인상주의 화가들과 달리 드가는 파리의 도심 속 다양한 인간들의 삶에 주목한 가장 인상주의적 예술가라고 할 수 있겠다[드가×이연식]은 오르세 미술관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드가의 주요 작품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보석 같은 책으로, 드가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주었던 귀스타브 모로부터 신고전주의의 앵그로, 낭만주의의 들라크루아, 마네 등 여러 화가들의 작품들도 만나 볼 수 있어서 미술에 관심있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행복감을 전해줄 책이라 하겠다. 여기에 저자 이연식의 작품에 대한 폭넓고 깊이있는 설명은 책의 재미를 더한다. 

 [드가×이연식]을 통해 책장에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한 권이 더 늘어났다. 늘어나는 시리즈만큼 내 인문학 소양도 깊이를 더하게 됐다. 앞으로 나올 다음 시리즈도 기대가 된다.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아르테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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