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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너머 여행을 상상하다. | 문학 2021-10-0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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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여행의 말들

이다혜 저
유유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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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작가가 전하는 100개 문장을 통해 여행의 의미를 곱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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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개인적으로 즐겨읽는 책들이 있다. 아무튼 ooo와 띵 시리즈인데 작은 판형에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얇은 책이라 휴대성도 좋고 아무 데서나 가볍게 읽기에 좋다. 무엇보다도 책장에 큰 자리를 차지하지 않아서 책장의 부족한 공간 때문에 늘 고민인 나로서는 이보다 좋은 시리즈는 없다고 생각된다. 이번에 읽은 이다혜 작가의 [여행의 말들] 은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라 구입한 책인데, 이 책 또한 유유출판사에서 출간하고 있는 문장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작은 판형에 216페이지의 얇은 책이다.

 

 이다혜 작가는 2년여 전 읽은 [교토의 밤 산책자]를 통해 여행 다니기를 좋아하는 작가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예전처럼 여행을 떠나기가 어려운 요즘, 여행에 관한 에세이에 기대를 안고 읽어 내려갔다.

 [여행의 말들] 은 저자가 여행에 대한 100개의 문장을 토대로 여행에 관한 경험과 생각들을 담아내고 있는데 왼편의 인용된 문장들이 세로쓰기로 되어 있어서 마치 시나 조선시대 가사를 읽는 듯한 기분과 함께 문장 몰입도를 높이고 있는게 특징이다.

 

 우리는 낯선 사람들이 재채기를 해대는 호텔에서 묵는다.

                                                      <데이비드 쾀멘,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p.3>

 

 코로나19 팬더믹 이전이라면 크게 신경쓰지 않을 문장이 이제는 여행을 마음대로 떠날 수 없는 이유가 되버렸다. 저자는 코로나 팬더믹을 경험하며 이 책을 쓰는동안 여행의 방식을 바꾸었다고 한다. 바로 독서가 더 즐거운 여행의 체험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장소보다는 '보는 눈'을 키우는 여행 패턴, 방 안에 앉아서 어디든 갈 수 있게 해 주는 책읽기의 기쁨을 이야기 한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여행을 떠나지 못 하니 여행에 관련된 책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을 읽은 이유도 그 중에 하나인데 어차피 당분간 여행은 힘들테니 저자가 이야기했듯이 책읽는 기쁨으로 대리만족해야겠다.

 

비행기 내부는 건조하니까

생수와 보습 스프레이는 필수품.

외국행 비행기는 탈 때 입구에서

신발을 벗는 거야. 승객이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들 하거든.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엄청 시간이 걸리지만. 날짜 변경선을 지나면

박수치고 노래를 부른다.

                                                                     <온다 리쿠, 공포의 보수 일기, p.76>

 

 비행공포증 때문에 비행기를 오래타지 못하는 온다 리쿠가 유럽으로 취재여행을 떠나게 되어 걱정하고 있을 때 그녀의 비행공포증을 아는 친구가 위의 문장으로 충고를 해 준다.

 온다 리쿠 친구의 충고처럼 유럽행 비행기를 탈 때 저런 수칙을 해야한다면 다른 수칙은 따라 한다해도 승객들 앞에서 자기 소개는 부끄러워서 못 할 것 같다(거기에 날짜 변경선을 지나면 박수치고 노래까지). 이야기가 잠깐 삼천포로 빠지지만 중학교 때 제주도로 첫 수학여행을 떠났을 때 일이다. 당시 비행기를 타본 친구가 거의 없었는데 비행기를 탄 경험이 있는 친구가 비행기 탈 때 신발을 벗고 타야한다고 말해서 반 친구들 몇 명은 신발을 벗고 탈 뻔 했다. 다행히(?) 앞에 타는 승객들이 신발을 벗지 않고 들어가는 모습을 본 친구들의 수신호로 신발을 벗는 부끄러움을 면했는데 문뜩 오래 전 첫 비행기 타던 추억이 떠오른다. 그럼 온다 리쿠는 어떻게 했을까? 의식을 잃을 때까지 술을 마셨다고 한다. 그런데 술병만 비우고 조금도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

 


 

누군가 그랬다.

오후 세시라는 시간은

무엇을 하기에 애매한

시간이라고. 나이 마흔을

넘겨 하는 배낭여행 또한

그런 게 아닐까.

 <김남희, 라틴아메리카 춤추듯 걷다. p.88>

 

 무언가 계획을 세우고 실천을 옮길 때 보통 아침이나 오전 일찍 시작한다. 그래야 어중간하게 끝나지 않고 제대로 끝낼 것 같다. 아마 인생도 그렇다고 생각된다. 좀 더 젊고 어렸을 때 시작해야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고 무언가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데, 삶이 언제부터 애매해지는지 아는 사람? 애매하다고 스스로를 규정하는 순간부터다. 그러니까 오후 3시를 넘기면 생각보다 행동을 먼저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아니면 생각할 시간에 잠을 한 시간 더 자든가(p.89),"

 대학시절 동기들과 내설악으로 배낭여행을 자주 다녔다. 머리 위까지 올라간 무거운 배낭을 메고 다닌 며칠간의 산행은 힘이 들었지만 산장에서 바라본 밤하늘과 시원한 계곡물, 요즘 캠핑 도구에는 비할 바 못하지만 펌프질 후 점화되던 버너로 끓여 먹던 김치찌개 등은 대학 시절 잊지 못할 추억 중 하나이다. 대학 졸업 후 취직한 나는 혼자 내설악 배낭여행을 떠나자고 다짐을 했다. 그러나 세월은 흐르고 흘러 내설악 근처에도 못 가보고 벌써 40대 중년이 되어 버렸다. 예전보다 못한 체력, 무릎 걱정이 앞서지만 배낭을 둘러 메고 내설악 배낭여행을 떠나야겠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어쩌면 여기에 다시 오지 

못할 것이다. 언제든 갈 수

있어서 두 번은 가보지 못하는

다른 많은 장소처럼.

<최은미, 11월행, 나의 할머니에게, p.148>

 

 저자도 책에서 이야기했지만 언제나 갈 수 있어서 두 번은 가 보지 못한다는 말은 가족 여행지에 대체로 들어맞는다. 얼마 전에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국민속촌으로 가족 나들이를 갔다왔지만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장인, 장모님과 함께 한국민속촌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언젠가 다시 오자고 약속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약속은 끝내 지키지 못 하고 올 봄 장인어른께서는 투병 끝에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그리 멀지도 않은 곳인데 "언젠가" 라며 그 약속을 지키지 못 한 것이다. 한 집에 살거나 근방에 살면서도 가족간 "언젠가"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언젠가"라는 약속들이 그저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 

 

 [여행의 말들] 속 100개의 문장들 중 인상 깊은 문장 몇 개만 리뷰에 옮겼지만 사람마다 문장을 대한 생각이 다르기에 독자마다 인상 깊은 문장들이 다르리라 생각된다. 책을 읽으면서 각 문장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내 생각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 아울러 100개의 문장들이 들어있는 책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 것도 이 책을 읽은 또다른 소득이라 하겠다.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여행을 마음 놓고 떠나기 어려운 요즘  [여행의 말들]  같은 여행 에세이를 통해 비록 직접 눈으로 보고 밟아보는 경험을 하지는 못 하지만 여행을 상상하며 책으로 경험을 쌓는 것도 코로나19 팬더믹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즐길 수 있는 또다른 여행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여행의 말들] 을 통해 유유 출판사의 문장시리즈에 관심이 생겼다. 앞으로 좋아하는 도서 시리즈 목록에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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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덕후라면 반할만한 카툰 에세이 | 문학 2021-09-2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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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책 좀 빌려줄래?

그랜트 스나이더 저/홍한결 역
윌북(willbook)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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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공감가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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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읽어야 할 책들이 많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얼마 전에 또 책을 구입했다. 지름신의 강림을 막지 못하고 또 책을 구입하는 이유는 열 가지 이상 이유를 들 수 있지만 이번에 책을 구입한 이유는 순전히 책 제목 때문이었다. 이번 추석연휴에 읽은 이 책의 제목은 바로 [책 좀 빌려 줄래?]다. 책덕후라면(나는 책덕후 반열에 오르기에는 아직 멀었다) 주목할만한 이 책은 2013년 카툰 어워드에서 '최고의 미국 만화'에 선정된 바 있는 치과의사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그랜트 스나이더가 그리고 쓴 카툰 에세이다.

 

  [책 좀 빌려 줄래?]는 구성에 상관 없이 읽어도 무방한 책이지만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반부에는 책에 푹 빠진 책 덕후에 대한 이야기라면, 후반부에는 작가로서 글쓰기에 대한 기쁨과 고통을 담은 이야기다(힘들어도 글쓰기는 멈추지 말아야 한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독서 중 공감가는 내용에 미소를 머금을지도 모르겠다.

 


[독서가의 변천 단계, p. 9]

 

 독서가의 변천단계를 그린 카툰이다. 작가의 기준으로 본다면 나는 아직 초보 단계인데 앞으로 독서가의 마지막 단계까지 순서대로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순서를 건너 띄고라도 다음 세대에 내가 아끼는 책들을 넘겨주고는 싶은데 다음 세대엔 전자책이 대세라 종이책은 무용지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앞선다(세상이 아무리 발전해도 종이책은 영원하기를~~).

 


[책갈피로 쓸 만한 물건들, p.21]

 

 책갈피는 주로 딸아이가 직접 만들어 준 책갈피나 구입한 책에 사은품으로 함께 동봉되는 책갈피를 사용하는데 가끔 책갈피가 눈에 안 보일 때는 포스트잇을 쓰기도 한다. 이마저도 없으면 지갑에서 영수증이나 명함을 꺼내 쓰기도 하는데 저자가 카툰에 그린 책갈피로 쓸 만한 물건들을 100% 이해한다고 해도 고양이가 책갈피로 가능할까? 아마 고양이한테 귓방망이 한 대 맞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물론 정말 얌전한 고양이라면 가능할지도...).

 


[내가 받고 싶은 선물, p.36]

 

 책덕후라면 받고 싶은 선물 중 제일 첫 번째가 책일 것이다. 나(책덕후는 아니지만) 또한 아무리 집에 읽지 못한 책이 수두룩해도 지인이 책을 선물해 준다고 하면 일 초의 주저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받는다. 예스24 블로그를 하다보면 블로그 이웃님간 책선물이 오가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데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 훈훈함이 내게도 전해오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지금 내가 받고 싶은 선물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저자의 카툰 마지막 부분과 비슷한데 내가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을 모두 모아 둘 곳"이다. 거실 책장의 반 이상이 아이들 책으로 채워지고 있고 갈곳 없는 책들이 쌓여있는 정신 사나운 책상으로 인해 아내에게 핀잔을 계속 받고 있기 때문인데 아마 당분간은 이루지 못할 소망이다(그저 중장기 버킷리스트로 남겨두어야겠다).

 


[글 쓰는 이를 위한 조언, p.65] 

 

 2019년 중반부터 2020년까지 예스24 블로그 활동을 제일 열심히 했다. 다른 해에 비해 책도 많이 읽었고 리뷰도 블로그에 자주 올렸다. 그렇지만 올해는 개인적인 여러 사정으로 인해 작년에 비하면 독서량도 많이 줄었고 리뷰 또한 제대로 쓰지 못했다. 바쁜 와중에도 책은 그나마 적은 양이지만 꾸준히 읽었는데, 완독한 책에 비해 리뷰 쓰기는 제대로 하지 못 했다. 그만큼 글쓰기는 어려운데 직장에 목을 맨 사람인지라 카툰처럼 불꽃이 튀는 날엔 출근 걱정없이 밤새도록 글쓰기를 할 수는 없지만 글쓰기가 힘들다고 포기하지는 말아야겠다. 다가오는 주말에는 출근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카툰 속 주인공처럼 불꽃이 튀게 밤새 써봐야겠다(다짐은 했는데 불꽃이 튈 수는 있을까?).

 


[틀린 그림 찾기, p.115]

 

 그동안 읽은 글쓰기 관련 책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글쓰기 실력을 늘리는 비법은 "매일 꾸준히 쓰라"이다. 물론 무작정 매일 글을 쓴다고 글쓰기 실력이 느는 것도 아니고 오랜 독서를 통해 쌓은 지식이 바탕이 되어야겠지만 매일 꾸준히 쓰다보면 오랜 연습 끝에 득음하는 판소리 소리꾼처럼 어느순간 글쓰기 실력이 늘 수 있다고 생각된다. 작가지망생과 작가의 갈림길은 틀린 그림 찾기 카툰이 백마디 말보다 더 강하게 알려주고 있다(매일 꾸준히 글을 쓰면 글쓰기 실력이 는다는 비법을 이미 알고 있으니 이제 실천만 하면 되는데 그 실천이 잘 안 되는게 큰 문제다).

 

  [책 좀 빌려 줄래?]는 128쪽이라는 짧은 분량에 만화로 되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한 시간 이내에 읽을 수 있는 카툰 에세이다. 카툰으로 구성된 책이라고 해서 그냥 술술 읽어버릴 책은 아니다. 작가의 책에 대한 무한 애정과 글쓰기와 관련된 창작에 대한 기쁨과 고통 등을 담은 카툰은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공감가는 내용들이 많았다. 다만 작가의 자기성찰적인 장난스러운 상상력을 쫓아가기에는 내가 건조한 사람인지 다소 산만하고 정서에 맞지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소장해서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이 든다. 리뷰 길이 때문에 미처 올리지 못한 공감가는 내용들은 목차로 대신한다.

 

- 목  차 -

나는 책에 단단히 빠졌어
나는 남들 앞에서도 책을 읽어
나는 무슨 물건이든 책갈피로 써
나는 허구와 현실을 혼동해
나는 도서관 연체료 미납자로 수배 중이야
나는 아이들 책을 훔쳐 읽곤 해
나는 살짝 신비스러운 리얼리즘이 좋아
나는 오래된 책 냄새가 좋아
나는 글 안 써지는 병의 특효약을 찾아 헤매고 있어
나는 문장부호에 신경을 많이 써
나는 고전을 읽고 말 거야(언젠가는)
나는 ‘국민 소설’이 될 작품을 쓰고 있어
나는 항상 노트를 가지고 다녀
나는 글을 쓰지 않으면 못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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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은 국경이 따로 없다. | 문학 2021-09-14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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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저/임호경 역
열린책들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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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스 요나손식 유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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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농구를 즐겨보지 않지만 학창시절만 해도 농구에 푹 빠져 지낸 적이 있다. 프로농구가 생기기 전 실업팀과 대학팀이 모두 참여하는 농구대잔치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 당시 이상민, 우지원, 서장훈 등이 뛰던 연세대 농구팀을 좋아하던 나는 영원한 맞수인 현주엽, 김병철, 전희철 등이 뛰던 고려대 농구팀과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목이 터져라 연세대 농구팀을 응원했다.

 농구대잔치 당시 연고대처럼 북유럽 소설 분야에서도 쌍벽을 이루는 두 명의 작가가 있으니 전 세계 뿐만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요나스 요나손과 프레드릭 배크만이다. 두 작가 모두 스웨덴의 인기 작가로 성공적인 데뷔 이후 후속 작품이 출간될 때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는데 나에게 프레드릭 배크만이 연세대 농구팀이라면 요나스 요나손은 고려대 농구팀이었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 [오베라는 남자]를 읽고 팬이 된 이후 신간이 나올 때마다 구입하는 것과는 달리 같은 스웨덴 작가인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등은 동향의 경쟁 작가 소설이라는 생각에 신간이 나와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물론 호기심에 요나스 요나손의 책 몇 권은 구입을 했다).

 고백하건대, 이번에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를 읽고나서 프레드릭 배크만한테는 미안하지만 책 읽는내내 요나스 요나손식 유머에 푹 빠지며 보냈다. 주인공들의 성격에 맞게 툭툭 던지는 말과 작가 특유의 문체는 시종일관 웃음을 선사했고 케냐와 스웨덴을 오가는 이야기는 큰 재미와 함께 책 읽는 즐거움을 전해 주었다.

 

 케냐 사바나의 외딴 마을에 사는 치유사 올래 음바티안의 가족 내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작되는 소설은 현재 두 아내와 여덟 명의 딸을 둔 치유사 소 올레 옴바티안(그의 전문 분야는 한 가정이 원하는 것 이상의 아이를 갖지 않게 하는 것이다)과 세 아내와 여섯 명의 딸을 둔 어릴 때 올레 옴바티안에게 얻어맞아 앞니가 두 개나 빠진 올레밀리 추장에 대해 설명한다. 올레밀리 추장은 어릴 적 아버지의 명에 따라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났지만 전기와 타자기에 대한 나쁜 기억을 갖고 돌아와 마을에서 전기와 글을 쓰는 기계는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글의 서두만 읽으면 소설의 주무대가 케냐 사바나로 생각하게 되지만 요나스 요나손의 전작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에서 주인공 알란이 우연찮게 북한까지 가며 펼쳐치는 모험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섣부른 생각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소설의 배경은 케냐의 마사이 땅에서 북쪽으로 1만 킬로미터나 떨어진 스웨덴으로 바뀐다. 스웨덴에서는 교활한 빅토르라는 청년이 스톡홀름에서 가장 명성 높은 미술 갤러리에 취직한 후 갤러리 주인인 알데르헤임의 신임을 얻어가며 그의 어린 외동딸 옌늬와 결혼을 하기 위해 위선적인 모습으로 계획을 하나하나 진행해 나간다(낮에는 유능한 매니저 역할을 하며 사장의 눈을 속이고 밤에는 고급 매춘부들을 만나러 다닌다). 계획대로 일을 착착 진행하던 빅토르에게 어느 날 생각치 못한 위기가 찾아오니 과거에 만났던 매춘부 중 한 여자가 자신과 사이에서 낳았다며 10대 소년 한 명을 데리고 갤러리에 찾아온다. 자신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을 걱정한 빅토르는 급히 스톡홀름 남쪽 교외에 원룸을 하나 임대해서 케빈을 살게 하고 절대 자기를 아버지라 부르지 말고 후견인이나 사장님이라고 부르라고 신신당부를 한다(여자는 에이즈로 곧 죽고 케빈은 홀로 학교에 다니며 빅토르가 일주일에 한 번씩 갖다주는 피자에도 불평 없이 고분고분 18세까지 자란다).

 

 자신의 계획에 눈에 가싯거리인 케빈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 지 고민하던 빅토르는 직접 살인을 하지 않고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낸다. 18세가 된 케빈을 비행기에 태우고 인적이 드문(맹수들이 득실거리는) 아프리카 케냐 초원 한가운데에 데려다 준 후 그 자리를 떠난 것이다. 아버지와의 첫 여행에 설레하던 케빈은 초원에 홀로 남은 상황을 이해 하지 못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맹수들을 피해 나무에 오르게 되고 배고픈 사자들은 나무 주위를 맴돌기 시작한다.

 

 자신의 대를 이을 후계자에 고민하던 치유사 올레 음바티안(딸만 여덟명이다)은 이른 새벽 그날따라 종교적 기운이 가득한 사바나에 산책을 나가다가 하늘에서 장성한 소년 하나가 발 밑으로 뚝 떨어지는 것을 본다. 올레 음바티안은 전혀 놀라지 않고 마치 기다렸다듯이 "오. 엔카이 님,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며 시퍼렇게 멍이 든 소년을 안아 든다.

 소년 케빈은 치유사 올레 음바티안의 양자가 되어 5년 동안 마사이족의 교육을 받으며 일찍 교육을 받기 시작한 또래 대부분을 따라잡는다. 그러나 성인이 된 마사이족이라면 무조건 받아야 하는 할레 의식을 도저히 받을 수 없었던 케빈은 자신의 고추를 지키기 위해 스웨덴 여권과 여행 경비로 쓰기 위해 아버지의 귀중품 두 개를 집어 들고 작별 인사도 없이 스웨덴으로 향한다.

스웨덴으로 돌아가야 할 거였다. 아니라면 어디로 가겠는가? -p.68

 

 스웨덴으로 돌아온 케빈은 자신의 살던 원룸으로 찾아가는데 뜻밖에도 원룸에는 어느 낯모르는 여자가 살고 있었다. 그 여자는 바로 옌늬로 갤러리 주인이었던 아버지 알데르헤임이 죽고나자 빅토르와 결혼을 하게 되지만 비열한 빅토르의 철저한 계획 아래 원룸 하나만 얻고 무일푼으로 이혼을 당하고 케빈이 살았던 원룸으로 오게 된 것이다. 케빈옌늬는 그림에 대한 서로의 취향에 공감하며(더불어 사랑이 꽃피며) 자신들을 이렇게 만든 빅토르에게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것에 합의를 하고 복수를 다짐하게 된다. 하지만 수중에 돈이 거의 없는 세상물정 모르는 이혼녀와 아프리카 케냐에서 전사 수업을 받다 5년 만에 스웨덴에 돌아온 케빈이 어떻게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아직 책의 주요 인물과 내용이 나오지도 않았고 줄거리를 줄인다고 했는데도 이렇게 긴 리뷰가 되고 있다. 아직 책의 1/3도 지나지 않았다. 빅토르의 복수를 꿈꾸며 돈을 벌기 위해 고용청에 들렀다가 나오던 케빈옌늬는 우연히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간판을 보고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이 된다. 회사의 CEO는 후고 함린이다. 어린 시절 천부적인 재능으로 감자 필러에 스프레이로 금색을 입힌 창작품을 팔다가 광고 업체 사장 눈에 띄어 입사 후 광고 업계에서 승승장구를 하며 평온을 삶을 살아간다.

옆집과의 쓰레기통 사건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 P.152

 

 투명스럽고 고집불통인 옆집 이웃 브로만이 후고 함린의 우체통에 옆에 쓰레기통을 갖다 놓으면서 서로 감정이 쌓이게 되고 급기야 경찰까지 부르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러나 여전히 냄새나는 쓰레기가 가득한 쓰레기통은 후고의 우체통 옆에 여전히 있고 이웃에게 어떻게 복수를 할지 여러 날 고민을 하게 되는데 허탈하게도 예순다섯 살이 된 브로만은 어느날 정원에서 돌연사 하고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온이 찾아온다. 골칫거리 이웃이 사라졌으나 후고는 만족감도 없이 왠지모를 허탈감에 빠진다. 비록 브로만이 죽어서 개인적으로 복수할 사람이 없어졌지만 다른 수많은 브로만들을 대신 복수해 주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복수를 대행해 주는 사업을 생각해 낸 후고는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드디어 복수대행 회사인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의 문을 연다. 여기서는 후고는 여러 의뢰인들이 부탁한 복수를 기상천외한 다양한 방법들로 성공적으로 이뤄내고, 우연찮게 찾아온 케빈엔늬를 무임금 직원으로 고용하고 대신 빅토르의 복수를 해 주기로 하는데....(소설은 허구라지만 소설 속에서 작가의 자전적인 모습도 볼 수 있는데 한때 미디어 기업 대표였던 작가의 모습도 문득 떠올리게 된다)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는 실존작가인 표현주의 미술의 거장 이르마 스턴의 그림 2점이 빅토르의 복수에 중심 매개물이 되고 케빈의 양아버지인 마사이족 올레 음바티안이 케냐에서 아들 케빈을 만나기 위해 스웨덴에 오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오래 전 영화 '부시맨'도 떠오른다. 물론 부시맨보다 마사이족 올레 음바티안이 좀 더 험악하지만..)와 은퇴를 며칠 앞 둔 말년 수사관 칼란테르가 등장하면서 소설의 몰입도를 더해준다. 여기에 후고의 형인 안과의사 말테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는 524쪽이라는 두꺼운 장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요나스 요나손식 유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은 소설로 그동안 내겐 생소했던 표현주의 작가 이르마 스턴에 대한 삶과 작품에 대한 조명, 복수 대행이라는 흥미로운 소재,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인물간의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인 만남, 복수를 의뢰하는 한국인의 출현 등 다양한 재미 요소들을 만날 수 있는 소설이다. 작년 초부터 이어지는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국가간 왕래가 많이 어려워졌지만 북유럽의 스웨덴 유머가 한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통하는 것을 보며 유머는 국경이 따로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는 그동안 팬이었던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 뿐만 아니라 요나스 요나손 또한 나의 최애 작가 중 한 명이 될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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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장르적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 | 문학 2021-09-05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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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녀들은 밤을 걷는다

우사미 마코토 저/김은모 역
현대문학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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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퍼즐 같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색다른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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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과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을 보낸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무더위가 누그러지고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며 가을이 지척에 다가온 것을 느끼게 된다. 서서히 여름이 떠나가고 있지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던 지난 7월. 무더운 여름 독서로는 제격인 미스터리 소설 한 권을 읽었기에 더 늦기 전에 리뷰를 써 본다.

 

 지난 7월에 읽은 미스터리 소설은 <소녀들은 밤을 걷는다>라는 일본 소설이다. <소녀들은 밤을 걷는다>는 2006년 데뷔작 [룸비니의 아이]로 유幽 괴담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2017년 [어리석은 자의 독]으로 제70회 일본추리작가 협회상 장편 및 연작단편집 부문에서 수상한 우사미 마코토가 작가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지방 도시 마쓰야마시의 성산을 중심으로 한 10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10편의 단편들 각각 다른 화자가 이야기를 끌고가기에 독립적으로 전개되는 듯 하지만 한 편 한 편 읽다보면 인물들간 미묘하게 연결된 점을 발견하게 되고 마지막 단편에서 그동안 단편들을 통해 여러 조각으로 잘라놓은 모든 퍼즐이 맞춰지게 된다.

 

 소설은 허구이고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이 소설은 작가가 나고 자란 실제 도시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기에 이야기의 중심에 되는 성산과 숲 주변에 대한 세밀한 묘사, 그리고 각 단편의 미묘한 연결로 인해 소설을 읽는동안 깊은 몰입감과 왠지모를 무서움을 선사한다.

 

  첫 단편은 각 단편의 이야기의 중심 배경이 되는 성산에 대해서 소설의 시작과 끝의 중심이 되는 여고생 교코가 화자가 되어 설명을 하면서 시작된다. 첫 단편을 읽기 시작할 때는 각 단편의 연결성을 생각 안하고 읽었기에 각 단편의 제목들을 주의깊게 생각하지 않고 읽었다. 개별적인 이야기를 다룬 단편으로 생각하고 한 편씩 읽다가 어느 순간 비로소 사건과 인물들을 통해 각 단편간 연결된 조각들을 알게 되었고 마지막 단편에 이르러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며 첫 단편 제목 <시작의 끝>의 의미를 뒤늦게 알게 되었다. 마지막 단편 제목이 <끝의 시작>이니 눈치가 빠른 독자라면 소설을 읽기 전 각 단편들이 연관되어 있음을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에서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교사와 학생과의 부적절한 만남, 대물림되는 가정 폭력, 한부모 가정, 외도 등의 소재와 함께 그림에 얽힌 미스터리, 수수께끼한 짐승의 공격, 병원에서의 환영 등 판타지와 기담, 호러 등을 넘나들며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작가가 괴담문학상 단편부분 대상 수상으로 데뷔했고, 일본추리작가협회에서 장편 및 연작단편집으로 수상한 이력을 볼 때 자신의 특기를 잘 살린 장르적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소녀들은 밤을 걷는다>의 리뷰를 쓰기 시작할 때는 각 단편의 줄거리를 쓰려고 했지만 각 단편의 이야기가 곧 소설의 퍼즐을 완성하는 연결 조각이 될 수 있어서 줄거리는 리뷰에서 될 수 있으면 언급을 하지 않았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성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는 어느 날 성산의 숲에서 한 소녀가 사라지고 이후 일어나는 미궁 속 사건들이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읽는내내 마지막까지 오싹함과 무서움을 전해 주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의 책은 아니지만 몇해 전 여름에 읽은 한국형 코지 미스터리인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를 재미있게 읽었기에 올 여름에 오랜만에 읽은 일본의 미스터리 소설은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호러, 미스터리, 기담, 판타지 등 다양한 분위기를 담은 단편들을 통해 퍼즐 조각을 맞춰가는 미스터리 소설 <소녀들은 밤을 걷는다>를 무더운 여름에 어떤 책을 읽을 지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렇게 소녀들은 밤을 걷는다.

 "네 몸은 어디에 있어?"

 지아키가 물었다.

  "아마도 빨간 꽃이 피는 나무 아래일 거야."

 뭔가가 머릿속을 언뜻 스쳐서 그렇게 대답했다.

 지아키가 무슨 소리냐는 듯이 나를 보았지만, 결국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무르익은 꽃향기가 났다.  - p. 350 <끝의 시작> 마지막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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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고양이 마을로의 첫 초대장 | 문학 2021-08-24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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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신비한 고양이 마을 1

히로시마 레이코 글/모리노 기코리 그림/김정화 역
꿈터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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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고양이가 된 도야가 고양이풀의 저주를 풀기 위한 여정이 재미와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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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두 딸 덕분에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제법 많은 애니메이션을 봤다. 주로 극장에 가서 봤지만 최근엔 코로나19 때문에 케이블 TV로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는 편인데 아이들이 유독 좋아해서 여러 번 본 애니메이션이 있다. 바로 일본의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들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고양이의 보은> 등 모두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 만든 애니메이션인데도 불구하고 두 딸은 함께 본 아빠가 주제가를 흥얼거리게 만들 정도로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자주 보고 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신비롭고 판타지적 요소가 많은 이유는 우리 나라와 달리 신사 문화가 발달해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은 조상이나 토지 신을 신사에 모시고 인생에 중요한 시기마다 방문하는 관습이 있는데 이렇게 신사 신앙이 일본인들의 일상생활에 스며들어 있으니 애니메이션의 소재로 두루 사용되는 것 같다. 일본의 신사 문화를 언급하다보니 생각 나는게 있는데(이야기가 옆길로 잠깐 새지만) 우리 나라의 광복절만 되면 일본 총리 등 각료들이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매번 논란을 불러온다. 일본의 고유 문화를 존중하지만 굳이 주변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패전일날 A급 전범들이 안치되어 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는지 모르겠다.

 


 

 서평단에 당첨되어 읽게 된 히로시마 레이코의 [신비한 고양이 마을 1 -고양이풀의 저주편]도 일본의 신사 신앙이 느껴지는 어린이동화다. 옛날부터 고양이가 많아 고양이에 얽힌 이야기가 많이 전해내려오는 한고향촌이라는 동네에 허물어진 저택이 하나 있다. 옛날 이 자리에는 작은 신사가 있었는데 외지에서 온 돈 많은 부자가 신사를 부수고 큰 저택을 지었다가 무슨 일인지 금방 가난해져 저택을 팔고 나간 후 아무도 살지 않고 그대로 낡아서 허물어진 채 방치되어 있다. 허물어진 저택 마당 한 가운데에는 고운 은빛 달빛에 도드라지게 큰 고양이풀 하나가 자라고 있는데 마을 고양이들이 번갈아가며 보러 올 정도로 근사하고 매혹적이다. 주인공 도야는 어릴 때부터 소꼽 친구였으나 지금은 사이가 소원해진 마리에(도야를 이유없이 못 살게 군다)의 거절할 수 없는 부탁에 찜찜한 마음을 안고 허물어진 저택 마당에 멋지게 피어 있는 고양이풀을 꺾어 마리에한테 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집으로 돌아온 도야는 고양이풀을 꺾은 찜찜한 마음에 안절부절 못하다 잠자리에 드는데 싸늘한 바람과 함께 집보다 큰 고양이의 발이 창문으로 들어와 도야를 잡은 채 허물어진 저택으로 끌고 간다. 영문도 모른 채 저택에 도착한 도야 앞에 수많은 고양이들 모여 있는 가운데 2층에서 고양이 신 두루 님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온다. 도야가 저택에 끌려온 이유는 고양이들이 두루님에게 드릴려고 정성스럽게 키우던 큰 고양이풀을 꺾었기 때문이다. 고양이 신 두루 님은 자신을 위해 세 가지 선물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 저주를 내리겠다며 도야의 이마를 날름 핥는데....

"후후후, 이제 됐다.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지 말아라. 인간의 아이여. 너는 이미 내 것이니라. 도망치려고 하면 내가 저주를 내릴 것이다." -p.35

 

 

  [신비한 고양이 마을 1 고양이풀의 저주편] 흥미로운 점은 도야가 밤이 되면 고양이 신 두루 님의 저주로 작은 고양이로 변한다는 것이다. 저자인 히로시마 레이코가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보고 마법사 계부에게 저주가 걸려 낮에는 백조가 되었다가 밤에는 사람이 되는 공주 오데트를 역으로 생각한 지 모르겠지만(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고양이의 보은"도 생각난다)  작은 고양이로 변신해 3일 밤 동안 고양이 신 두루 님에게 드릴 선물을 찾아 다니며 겪는 모험은 이 책의 주요 재미라 하겠다. 작은 고양이가 된 도야의 세 가지 선물 찾기 여정은 아이들에게 판타지적 흥미를 주는 요소지만 무엇보다도 인간의 욕심으로 저주에 걸린 도야가 스스로의 힘으로 노력한 끝에 선물을 찾는 모습에 아이들에게 교훈적 메세지도 전한다고 하겠다. 스포 관계상 작은 고양이가 된 도야의 3일 밤 동안의 선물 찾기 여정은 생략했지만 <전천당> 시리즈부터 <십 년 가게>, <비밀의 보석 가게 마석관> 등 여러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는 히로시마 레이코의 판타지와 상상력이 가득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신비한 고양이 마을 1 고양이풀의 저주편]에서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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