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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옛 노래의 숲을 거닐다

김용찬 저
리더스가이드 | 2013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다양한 고전시가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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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행가 유행가 신나는 노래 나도 한번 둘러본다 쿵쿵따리 쿵쿵따 짜리짜자

 유행가 노래 가사는 우리가 사는 세상 이야기

 오늘도  하루 힘들어도 내일이 있으니 행복하구나

 

 2000년대 초반 제목답게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송대관의 <유행가> 가사 중 일부분이다. <유행가>는 박진영에게 배웠다는 송대관의 독특한 안무도 한 몫을 했지만 흥을 돋우는 반복되는 후렴구와 희노애락을 담은 가사 때문에 당시 다양한 세대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20년 전에는 송대관의 <유행가>가 큰 인기를 끌었지만 요즘은 BTS나 블랙핑크 등 보이그룹이나 걸그룹의 노래들에 열광을 한다. 얼마 전 출간한 <오랜 시간 멋진 유행가 365>를 펴낸 음악평론가 임진모가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유행가에는 "시대가치와 의미를 담겼다."고 했는데, 시대를 대표하는 옛 노래들을 일반 독자들에게 쉽게 접할 수 있게 '독서평설'이라는 잡지에 2년 동안 연재되었던 글들을 보완하고 문장을 다듬어 만든 책이 김용찬 교수의 <옛노래의 숲을 거닐다>이다. 

 저자 김용찬 교수는 현재 순천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로 오랫동안 고전시가를 연구하고 있으며 고전시가를 대중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조선의 영혼을 훔친 노래들> 등을 출간했고 현대시에도 관심이 많아 <다시, 시로 읽는 세상> 등을 쓰기도 했다.

 

 <옛노래의 숲을 거닐다>는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고전시가의 주요 갈래들의 특징을 시대순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면 2 ~ 4부에서는 갈래와 상관없이 의미가 연관이 있거나 유사한 주제들의 작품들을 엮어서 설명하고 있다.

 1부에서는 한시에 대응해 한자의 음과 뜻을 빌어 우리말을 적은 향찰로 기록된 신라시대 향가부터 다양한 소재를 우리말로 진솔하게 표현했으나 '남여상열지사'나 '사리부재'를 근거로 정리가 되면서 일부만 남은 고려가요, 엄격한 형식과 한정된 소재를 다룬 이색적인 갈래인 경기체가, 3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은 4개의 소리마디로 구성된 정형시인 시조, 시행이 4음보로 이루어진 형태적 요건을 제외하면 주제, 소재, 구성, 규모 등에 관한 특별한 제약이 없던 가사, 긴 가사로 대표되는 조선 후기의 사설시조를 각각의 대표 작품들과 함께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2부에서는 삶의 애환을 다룬 옛 노래들을, 3부에서는 사랑을 다룬 옛 노래들을, 마지막 4부에서는 임금에 대한 충성과 자연을 예찬하는 옛 노래들을 갈래와 상관없이 유사한 주제들로 엮어 설명하고 있다.

 이번 리뷰는 갈래와 주제에 상관없이 책을 읽으며 기억에 남는 몇 작품에 대해 쓰고자 한다.

 


 

 작자미상의 사설시조로 첫 눈에 반한 남자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유교 국가인 조선 사회에서 여자가 남자에게 추파를 던질 수 없는 시대적 상황 때문에 애타는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 돌다리를 건너는 흰 옷 입은 남자의 외모와 행동에 반한 여성 작자가 '내 서방으로 삼고' 싶지만 '내 서방'이 되지 못하더라도 '벗의 님'이라도 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담긴 작품은 어느 방송사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커플 예능 프로그램에서 마음에 드는 남성에서 돌직구로 마음을 표현하는 요즘 시대상과는 다른 시대상을 보여준다 하겠다.

 여성의 애틋한 마음을 담은 작자미상의 이 사설시조는 우리말로 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지만 저자의 원문 해석과 함께 고어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어서 작품을 감상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2부 삶의 애환으로 부르는 노래에 나오는 정철의 [훈민가] 중 <자효>라는 작품이다. 굳이 원문 아래의 저자의 해설을 읽지 않더라도 비교적 쉬운 우리말로 만든 작품이라 읽기에 어렵지 않은 연시조 가운데 하나로 '부모에 대한 자식의 효성'이란 주제를 선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효도를 해야지 돌아가신 다음에 묘소에 찾아가 아무리 울면서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잘 표현한 작품인데 언제나 건강하실 것 같던 부모님께서 이제는 70대 중반을 넘어 하루가 다르게 기력이 약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살아 계실 때 더욱 효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건그렇고 기축옥사를 통해 많은 동인들을 죽이고 귀향 보내며 우리 정치사의 고질병인 당쟁의 시대를 연 정철도 부모에 대한 효심만은 지극했나보다.

 


 

  3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노래에서 '보내는 이'와 '떠나는 이'가 쓴 상반된 입장의 두 편의 시조다. 앞의 작품은 조선 제9대 임금인 성종이 지은 시조로 고향으로 돌아가 노모를 봉양하게 해 달라는 유호인의 간청에 신하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부른 노래라 한다. 보통 보내는 이의 마음을 담은 시조는 신하의 연군지정을 담거나 사랑하는 낭군에 대한 이별을 담은 작품이 대부분인데 왕이 신하를 아끼는 마음이 담긴 아주 드문 작품 중 하나다. 저자의 쉬운 해설로 '너무도 애닯구나'나 '가는 뜻이나 말해 보라' 등을 통해 유호인을 떠나보내는 성종의 애틋한 정을 느낄 수 있다.

 신하를 아낀 성종의 시조를 읽으니 앞서 정철의 작품 때 이야기한 기축옥사로 많은 신하들을 죽이고 임진왜란이라는 국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채 왕권 유지에만 급급해 이순신 같은 신하들을 믿지 못했던 선조의 모습이 떠오르는건 왜일까? 

 뒤의 작품은 조선 후기 작자 미상의 평시조로 임을 두고 떠나야만 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잘 묘사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시조는 드물게 신하를 보내는 임금의 애틋한 정이 담아져 있지만 일반적인 작품에서는 보내는 이들이 기생이나 부인 등 여성 화자가 대부분인데 이 평시조는 떠나는 화자의 마음을 잘 담아내고 있다. 종장에서 자신을 붙들고 있는 임에게 '나를 잡지 말고 지는 해를 붙들라'라는 표현은 사랑하는 이를 두고 떠나는 화자의 애타는 마음을 더욱 부각시키는 구절이라 하겠다.

 

  <옛노래의 숲을 거닐다>에서는 작품의 해설 외에도 장이 끝날 때마다 작품과 연관된 인물이나 기록, 배경 설화 등을 추가로 설명해 주고 있어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으며 작품과 관련된 유적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어서 책을 읽은 후에도 책에서 소개하는 유적지를 찾아다니며 작품 속 현장에서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옛노래의 숲을 거닐다>에서 다루고 있는 고전시가들 중 학창시절에 배운 낯익은 작품들도 다수 있었지만 입시를 위해 공부한 탓에 당시에는 고전시가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지나쳤다. 그래서 이번 독서는 원문과 함께 저자의 쉽고 친절한 설명으로 고전시가, 즉 옛 노래의 정취를 마음껏 즐기며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저자의 쉬운 설명에도 불구하고 고려가요 <동동>이나 <갑민가>처럼 다소 긴 고전시가들은 원전과 해설을 번갈아 보느라 감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책머리에서 저자는 앞으로도 옛 노래를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이 책이 출간된 이후 <가사, 조선의 마음을 담은 노래>나 <조선의 영혼을 훔친 노래들> 등을 꾸준히 출간하며 약속을 지키고 있다. 

 앞으로도 고전시가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 뿐만아니라 고전시가를 어렵게 생각하는 일반 독자들이 옛 노래들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저자의 신간들을 꾸준히 만났으면 좋겠다. 끝으로 옛 노래의 숲을 거닐며 다양한 옛 노래들을 음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저자 김용찬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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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읽기의 나침반이 되어주는 책 | 인문 2022-02-2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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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임수현의 친절한 인문학

임수현 저
인간사랑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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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깊이있고 이해하기 쉬운 설명으로 고전 읽기에 큰 도움이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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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표지가 인상 깊은 책이다. 제목에 관심이 가서 읽게 되었지만 연예인 못지 않은 미모를 가진 저자의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보통 저자의 사진을 책 표지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는 어느정도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가가 쓴 작품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인데 내겐 다소 생소한 작가라 책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고전 분야의 문외한이고 TV는 좋아하는 프로그램 몇 개만 시청하는 사람인지라 낯설은 저자였지만 [임수현의 친절한 인문학]의 저자 임수현은 MBC 교양프로그램 <내 손 안의 책>을 진행하며 다양한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대중에 알리는 역할을 했고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을 정도로 미모를 겸비한 재원으로 책 표지에 저자의 사진을 쓴 출판사의 기획 의도는 책을 읽기 전 관심을 끌기에 성공적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가 읽어야 할 고전은 그 범위와 분량이 실로 방대하기 때문에 추천도서 리스트에 오른 모든 책들을 다 읽기란 불가능에 가깝죠. 고전이라는 심오한 세계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책들이 특히 중요하며, 어떠한 문제의식을 염두에 두고서 어떻게 읽어야 할지를 알려주는 가이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고전을 읽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전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만큼, 효율적이고 똑독한 읽기의 전략은 무척 중요합니다(중략). - P.18 ~ 19

 

 저자가 들어가는 말에서 강조했지만 고전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만큼  [임수현의 친절한 인문학]에서 저자는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 20권(철학 10권, 문학 10권)을 엄선해서 각각 고전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포인트를 체크, 숙지해 줌으로써 독자들이 이 책을 계기로 원전을 읽는데 나침반 역할을 해 주고 있다.

 

 A. 철학

  1. 국가(플라톤)  2. 니코마코스 윤리학(아리스토텔레스)  3. 군주론(니콜로 마키아벨리) 

  4. 리바이어던(토마스 홉스)  5. 통치론(존 로크)  6. 에밀(장 자크 루소)

  7. 실천이성비판(임마누엘 칸트)  8.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

  9. 도덕의 계보(프리드리히 니체)  10. 감시와 처벌(미셀 푸코)

 

 철학 편에서는 보통 제목은 알고 있으나 전공자나 일부 독자들 외에는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철학 고전 10권을 선정해서 저술하게 된 배경부터 비하인드 스토리, 주요 책의 내용 등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보며 고전의 이해와 함께 생각해 볼 문제를 제시해 주고 있다. 

 

  <국가>에서 플라톤은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당시 정치적 상황(스파르타와의 전쟁에서 패배와 소크라테스의 죽음)으로 인해 직접민주주의를 혐오하고 계급제와 철인 통치를 옹호했고,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무리 많이 배워도 인간이 되지 못하면 동물과 다를 바가 없기에 모든 학습과 배움의 궁극적인 뿌리이자 지향점은 바로 '온전한 인간'이 되는 것임을 강조함으로써 인성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리바이어던>의 토마스 홉스와 <통치론>의 존 로크는 근대 민주주의가 싹트는데 기초를 닦았으며 <실천이성비판>에서 칸트는 이성의 역할과 능력을 중시하며(순수한 이성) 인간의 이성에 따라 스스로 부여한 법칙에 따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제시했다.

 <자유론>의 밀은 각자의 개별성을 보장하는 자유의 소중함을 역설했고 <도덕의 계보>에서 니체는 도덕의 계보를 추적하고 선-악 대립구도를 만들어낸 노예 도덕을 비판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학창 시절 암기 과목 외우듯 공부를 했기에 정확한 이해가 부족했는데 저자는 책에서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통해 군주의 권모술수를 왜 주장했는지 책을 집필하게 된 배경과 목적, <군주론>에서 기억해야 할 주요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한마디로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때 여러 사상가들이 자신의 사상을 현실 정치에서 펼치기 위해 여러 나라를 돌며 노력했듯이, 자신이 제2서기관의 자리에 있던 피렌체 공화국이 무너지며 온갖 고초를 겪은 마키아벨리가 당시 새로운 권력으로 올라선 메디치가에게 간택받기 위해 절치부심 끝에 쓴 책이 <군주론>이다. 출간 당시에는 군주의 잔혹성을 강조하며 권모술수주의를 내세워 금서로 지정되는 등 비판을 받았으나 훗날 <군주론>은 고대철학자들이 주장한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주의가 아니라 경험적이며 실증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근대 현실주의 정치사상에 토대를 마련한 정치철학으로 오랫동안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철학편을 읽으며 평소 읽는 책들에 비해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더디기는 했지만 저자의 고전에 대한 소양과 높은 식견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독서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핵심을 잘 짚여주며 설명해 준 덕분에 원서 읽기에 도전해 보고 싶은 고전 몇 편도 생겼다. 장 자크 루소의 <에밀>이나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등은 나중에 원서로 도전해 보고 싶다.

 

 B. 문학

  1. 돈키호테(미겔 데 세르반테스)  2. 주홍글씨(너새니얼 호손) 

  3. 보바리 부인(귀스타브 플로베르) 4. 위대한 유산(찰스 디킨스) 

  5. 안나 카레니나(레프 톨스토이)  6.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표도르 도스토옙스키)

  7. 허클베리 핀의 모험(마크 트웨인)  8. 변신(프란츠 카프카)

  9. 고도를 기다리며(새뮤얼 베케트)  10. 백 년년 동안의 고독(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철학편은 다소 어럽게 독서를 이어나갔지만(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철학은 철학이다!) 문학편은 철학편에 비하면 아주 수월하게 고전 소설의 매력에 푹 빠지며 독서를 했다. 제목은 익히 알고 있을 정도로 대표적인 고전 문학들이지만 솔직히 제대로 읽은 책이 한 권도 없기에 부끄러운 마음도 안고 독서를 했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소설을 읽어보지는 못 했어도 돈키호테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고전이다. 나 또한 어릴 적 만화로도 접했었고 망상을 가진 돈키호테의 모험극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저자는 돈키호테를 단순히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4차원 아저씨의 엉뚱한 모험을 그린 소설이 아니라 자신만의 확고한 이상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계속해서 나아가는 일관성과 끈기를 가져야한다는 가르침을 전해주는 소설임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돈키호테처럼 살면서 그토록 뜨거웠던 적이 있었나? 반문하게 된다.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글씨>에서는 17세기 중반 엄격한 청교도 계율이 지배하던 미국 뉴잉글랜드 지방에서 간통으로 벌을 받은 헤스터가 주위의 뜨거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죄의식을 용기와 노력으로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과정을 통해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불완전한 인간이 실수(죄의식)에 대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교훈을 주고 있다.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에서는 핍의 세속적 욕망과 실패, 그리고 깨달음을 통해  인간의 삶에서 진정 소중하고 중요한 것은 물질적 가치가 아니라 정신적인 가치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고, 카프카의 <변신>에서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헌신을 다했으나 벌레로 변한 후 쓸모가 없어지자 가족들로부터 죽음으로 내몰린 그레고르를 통해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 현대 사회의 민낯을 돌아보게 한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은 부엔디아 가문의 고독한 백 년 역사를 통해 당시 제국주의 열강 세력에 침탈을 당하며 혼란기에 빠져있던 중남미 대륙의 상황을 잘 대변한 작품으로 어떤 자세로 고독을 극복해야 하는지 깊이있는 깨달음을 주고 있다.

 

 [임수현의 친절한 인문학]은 저자가 엄선한 고전 20권을 그동안 집중적으로 연구한 정치철학에 대한 소양과 높은 식견을 토대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어서 평소 고전 독서에 어려움이 있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계기로 원서 읽기 도전을 꿈꿀 수 있는 나침반 역할을 하는 책이라 하겠다. 저자의 친절한 설명이 빛을 발하는 책이지만 철학편은 아무래도 문학편에 비해서는 저자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 번 읽기로 끝내는 것보다는 재독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들어 보기를 추천해 본다(나 역시 고전 문외한이라 리뷰를 쓰기 전 재독을 했다). 미모로 인해 저자의 학식이 가려지지는 않을까 하는 기우도 하게 되지만 이번 책을 통해 미모와 학식을 겸비한 저자의 다음 책 출간을 기대해 본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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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귀한 책은 당신입니다. | 인문 2022-01-01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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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음이 마음대로 안될 때

이경애 저
인간사랑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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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상담 사례를 통해 심리 상담에 대한 마음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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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백이라고 할 건 아니지만 그동안 살아오면서 몸과 마음이 한 번씩 크게 아픈 적이 있다. 몸이 아팠을 때는 진단을 받은 병원 외에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큰 병원에 찾아가 상담을 하고, 고민 끝에 수술을 결정한 병원에서 7시간이 넘는 큰 수술을 받았다. 한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병이 악화되기 전 병원에 간 덕분에 지금은 완쾌가 되어 1년에 한 번 정기 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가는 일 외에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이에 반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일을 겪어 심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낸 적이 있다. 그 당시 마음의 병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는 자의적 해석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남에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서 정신건강 상담을 받으러 병원에 가지 않았다. 아내에게라도 이야기를 했더라면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었을텐데 그때는 무슨 자존심이 있었는지 혼자 감내하며 힘든 시기를 견뎌냈다. 시간이 약이라고 시간이 흐른 지금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가끔씩 당시 힘든 상황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아직 마음의 병이 치유되지 않았나보다.

 

 [마음이 마음대로 안될 때]는 나처럼 몸이 아프면 수시로 병원에 찾아가면서도 마음의 병이 걸렸을 때는 상담을 받으러 병원에 찾아가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을 위해 14년차 심리상담가인 이경애가 쓴 치유 에세이다. 책은 가을님이라는 가상의 내담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저자가 상담을 하면서 들은 이야기들을 토대로 특정한 개인의 신상이 노출되지 않도록 각색을 하거나 일부는 창작을 해서 담아내고 있다. 책은 총 4장으로 "1장 우리의 만남 - 당신을 알아가는 중입니다, 2장 고통의 이름 - 마음을 이해하는 중입니다, 3장 관계의 법칙 - 따로 또 같이 나아갑니다, 4장 마음의 발견 - 나 사용 설명서를 만듭니다."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가독성이 매우 좋다는 것이다. 심리 상담에 대한 이야기지만 어려운 심리학 용어를 최대한 배제하고 여러 상담 사례들을 작가가 그동안 인상 깊게 보았던 영화나, 드라마, 책의 내용을 인용해서 담아내고 있어서 마치 상담을 체험하듯이 책장을 술술 넘기게 된다.

 

 "우진아,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기억나니? 균형을 잡는 법을 배워야 자전거를 타는 게 아니야. 타면서 균형을 잡는 걸 배우는 거지. 완벽하게 균형을 잡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영원히 자전거를 탈 수 없어." - p.126

 

 <스포트라이트>라는 드라마에서 극 중 열혈 기자 우진(손예진)이 어느 날 앵커 자리에 발탁 될 기회가 찾아온다. 앵커가 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에 망설이는 우진을 보고 선배이자 상사인 태석(지진희)이 말한 대사를 저자가 기억을 더듬으며 옮긴 문장이다.

 저자는 드라마 속 대사를 통해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아예 시도조차 못하거나 처음부터 너무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완벽주의자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저자의 경험도 함께 담아내며 용기와 위안을 건네준다.

 

 "넘어질 때도 있고, 비틀거리기도 하지만 일단 페달을 밟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균형을 잡으며 자전거를 탈 수 있습니다." - p.129

 

 책의 두번째 장점은 저자가 많은 사람들과 만나 고민하며 알게된 다양한 이야기(상담 사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4장에 걸쳐 총54개의 다양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누구나 한 두번쯤은 경험했을만한 고민들에 공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독서를 하면서 모든 장이 다 좋았지만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장을 고르라면 "4장 마음의 발견 - 나 사용 설명서를 만듭니다 "라고 하겠다. 4장에서는 취미가 항우울제!, 글쓰기를 통해 감정이 정화되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 우리가 있을 뿐이다!, 죽음 앞에 원하는 것은 우리의 삶! 등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발견하고 세상에서 가장 귀한 책 '나 사용설명서'를 따라 인생이라는 길을 향한 걸음을 응원해 주고 있다.

 

 "가을님은 이미 자신만의 보물을 찾아 용감하게 길을 떠났습니다. 때로는 괴물도 물리치고, 눈속임 함정도 피하여 아름다운 꽃밭과 좋은 길동무도 만나게 될 거예요. 가을님의 여정이 담긴 귀한 책, 당신 사용법이 적힌 지도가 이 모험을 통해 만들어지겠죠. 저도 함께 따라 걸으며 가을님을 응원하겠습니다. - p. 258

  

 [마음이 마음대로 안될 때]를 읽기 시작한 시기가 공교롭게 회사 업무로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팀 직원이 파견을 가서 직원 업무까지 맡아서 하는 상황이라 만약 어려운 용어로 가득한 심리학 책이었다면 책읽기를 중도에 포기했을텐데 상담자가 되기 전 10년간 TV 교양프로그램에서 방송 작가로 일한 저자 이경애 상담가의 필력 덕분에 책장을 어렵지 않게 넘길 수 있었다(리뷰 작성은 많이 늦었지만). 코로나 블루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이다. 이 책 한 권으로 마음의 병을 한 번에 치유할 수는 없겠지만 책 속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위안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심리 상담에 대한 마음의 거리를 좁힐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책을 읽은 큰 소득이라 하겠다. 평소 책을 고르기 전에 작가 이름이나 출판사를 먼저 확인하곤 하는데 서평단을 통해 이번에 처음 만나게 된 [인간사랑] 출판사도 앞으로 책을 고르기 전 관심있게 보게 될 것 같다. 연말 바쁘고 힘든 와중에 귀한 책 한 권을 만났다. 물론 세상에서 가장 귀한 책은 당신이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이런 독자들에게 추천 하고 싶다: 심리 상담가를 꿈꾸거나 궁금한 사람, 마음의 병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는 사람, 새해 어떤 책으로 독서를 시작할 지 고민하는 사람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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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흄과 함께 떠난 18세기 경험주의 철학 여행 | 인문 2020-12-2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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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데이비드 흄

줄리언 바지니 저/오수원 역
arte(아르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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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경험주의 철학으로의 지적 탐구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뜻깊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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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아쉬운 제도를 꼽자면 도서정가제가 아닌가 싶다. 물론 책 할인율 제한에 따라 무분별한 가격 경쟁에서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작은 출판사나 작은 책방들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라 생각이 들지만 만만찮은 책값을 볼 때마다 가끔 도서정가제 시행 이전을 그리울 때가 있다. 2014년 11월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여러 권의 책을 급히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구입한 책 목록 중 정가의 90% 파격 할인에 혹한 것이 큰 이유였지만 철학과 조금이라도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구입한 두꺼운 철학책 2권도 포함 되어있다. 철학책 2권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깃든 철학 입문서였으나 내겐 잠을 재촉하는 수면제 대용이었고 급할 때 라면 냄비 받침으로 사용되는 신세가 되었다.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던 철학. 만약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가 아니었다면 만나지 않았을 책을 용기내어 읽게 되었다.

 

 이번에 용기내어 읽게 된 책은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25번째로 출간 된 [데이비드 흄 ×줄리언 바지니]이다. 데이비드 흄은 철학의 변방이라 할 수 있는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인성론> 등을 펴낸 18세기 경험론의 대표 철학자이며 이 책의 저자 줄리언 바지니는 영국 런던대학교에서 개인의 정체성에 관한 연구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97년 창간된 계간지 《필로소퍼스 매거진》의 공동 발행인 겸 책임 편집자로 여러 잡지에서 철학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철학 칼럼니스트이다.

 

  [데이비드 흄 ×줄리언 바지니]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장점답게 데이비드 흄의 삶과 사상을 그의 생전 발자취를 따라가며 설명해 주고 있을 뿐만아니라 그동안 만나보지 못한 외국인 저자의 번역본을 읽어 볼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전해 주고 있다.

 

[앨런 램지가 그린 흄, 200쪽]

 

 여기 그동안 생각했던 철학자 이미지와는 다른 철학자의 초상화가 하나 있다. 푸근한 인상에 음식을 좋아할 것 같고 사람 좋아 보이는 초상화의 주인공은 18세기 경험론을 대표하는 스코틀랜드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이다. 마치 TV 속 인기 요리연구가 백종원처럼 친근한 이미지의 데이비드 흄은 초상화에서 풍기는 것처럼 온화하고 사교적이었을 뿐만아니라 요리도 잘했던 철학자였다고 한다. 

 

 1711년 4월 26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론마켓에서 변호사인 조피프 흄과 그의 아내 캐서린 팔코노의 2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흄은 소년 시절 대부분을 에드버러에서도 꽤 거리가 있던 외딴 작은 동네인 천사이드에서 보낸다. 그의 대표 저작 『인성론』애서 "놀이와 친구들에 싫증이 나 내 방에서 몽상에 빠지거나 홀로 강가를 산책했던 그때, 나는 머리가 차분해지고 생각이 고요히 가라앉아 독서와 대화 과정에서 씨름했던 온갖 문제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다.(24쪽)"라는 구절이 있는 것처럼 외딴 작은 동네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경험은 흄 철학의 토대가 되었다.

 

 1723년 2월. 12살의 나이로 에든버러대학교에 입학하지만 대학 교육보다는 랭키니언클럽이라는 지식인 동아리에 참여하여 음식과 술을 즐기며 지식인들과 유쾌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적 자극을 받게 된다. 결국 대학 교육에 별다른 인상을 받지 못한 흄은 대학을 떠나 수년간 혼자 공부를 하면서 학자이자 철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특히 1729년 6개월동안 몸은 돌보지 않고 오로지 사유에만 신경 쓴 끝에 몸은 피폐해지고 우울감에 빠지면서 깨달음을 얻게 되는데 몇 년 뒤 펴낸 『인간 오성 연구』에서 "일정 정도의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 정신이 주의력과 근면함을 늘 뒷받침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32쪽)"라는 교훈을 남기게 된다. 이 교훈은 4당5락에 신경쓰며 지금도 잠과 사투를 벌이는 이 땅의 수많은 수험생들이 귀담아 들을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흄이 예수회대학 시절에 머물렀던 이반도 저택, 65쪽]

 

 5년간 자기 주도 학습을 하던 흄은 경제적 뒷받침이 되어야 새로운 철학을 정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브리스틸 퀸스퀘어에 있는 설탕 상인 밑에서 한동안 일을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는지 몇 달 만에 관두고 스코틀랜드보다 물가가 쌌고, 주의를 산만하게 하지 않는 프랑스로 떠나게 된다. 프랑스 랭스를 거쳐 라플레슈로 간 흄은 이곳의 유일한 명물로 기독교 문화의 대표적인 교육기관인 예수회대학에서 많은 성직자들과 어울리면서 지적 자극을 받는다. 여기서 잠깐, 데이비드 흄은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을까? 흄은 신앙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경험과 관찰을 중시했던 흄은 무신론자에 가까운 형이상학적 불가지론자였다. 흄은 종교에서 나오는 기적들의 증거가 믿음을 줄 만큼 강력하지 못하다며 "기적이 자연법칙을 위반한 것(58쪽)"이라고 기적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인간은 경험상 자연법칙에 늘 예외가 없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연법칙이 통하지 않았다는 주장, 즉 기적은 한 사람이나 소수의 증언들이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증언은 자연의 일관성에 대한 가정을 뒤흔들 만큼의 신빙성을 가지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흄은 세간의 비난을 우려했는지 신앙이 증명이라는 시련에 어울리지 않다는 점을 시인함으로써 이 문제를 빠져나갔다고 한다.

 

 아무튼 흄이 라플레슈 시절 집필하여 1739년 ~ 1740년에 런던에서 출간한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줄여서 인성론)』는 인간은 이성에 의해 원인과 결과, 자유의지가 나온다는 기존의 사상(이성만이 전부)을 깨고 우리 머리 위에 덧씌워졌던 습관적인 틀(경험)의 일부라는 회의론을 주장했다. 흄은 『인성론』을 가리켜 당대 파란을 일으킬 혁명적 철학이라 생각했지만 돌아온 것은 푸대접이었다. 더구나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종교 부분을 삭제했음에도 불구하고 흄은 위험한 사상가로 악명을 떨치게 된다. "인쇄기에서 이미 사산되었다.(102쪽)"는 흄의 주장처럼 『인성론』은 당대에는 아무 주목도 받지 못한다. 충분한 능력을 가졌던 흄은 무신론자이며 회의론자라는 이유로 대학교수 자리도 얻지 못한다.

 

 1752년 흄은 변호사협회 도서관의 사서로 일하게 되면서 도서관의 방대한 자료를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흄의 최고 베스트셀러인  『영국사』 시리즈를 집필하기 시작하여 1754년에서 1762년에 걸쳐 출간해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흄의  『영국사』는 1780년대에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가 나오기 전까지 영국에서 출간된 최고의 역사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흄이 철학을 포기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저자는 흄의 철학적 연구에 주안점을 둔 지적 전기를 쓴 해리스의 말을 인용해 "흄은 철학을 버리고 평론과 역사서를 쓴 철학자가 아니라 인간 본성, 정치, 종교, 기원전 55년부터 1688년까지의 영국사에 관해 썼던 철학적인 문필가로 보아야 한다.(146쪽)"고 이야기하고 있다.

 

[흄의 초상화 중 가장 자연스럽고 정직한 느낌을 주고 있다는 파리에 있을 때 그린 초상화.181쪽]

 

 이후 1763년 흄은 프랑스 대사로 부임하는 허드포드 경의 비서로 파리로 동행한 후 파리의 살롱을 드나들며 당대 수많은 프랑스 지식인과 살롱의 여주인들을 만나며 지적 교류를 쌓는다. 당시 프랑스에서 인기가 많았던 흄은 많은 환대를 받았으며 온화한 성품에 사교적이고 쾌활한 성격 덕분에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정도를 지켰다고 한다. 파리에서 당시 자유사상가들의 지주였으나 많은 분란을 일으켜 떠돌이 생활을 하던 루소를 만난 흄은 그의 재능을 귀하게 여겨 보호자 역할(영국에 은신처까지 마련해 준다)을 자처했으나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흄을 의심하고 비난을 퍼부은 루소로 인해 둘은 절교를 하게 된다. 이 사건은 서로 다른 둘의 철학과 기질의 차이점을 보여주는데 루소의 비난에 분노로 응대하기보다는 연민을 보였던 흄은 루소를 "살아온 인생 내내 오직 감정밖애 없었던 것이었다(201쪽)."라며 루소의 감정에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때문에 그의 판단력이 무더졌다고 생각했다.

 

 1767년 허트포트 경의 동생인 콘웨이 장군이 국무대신이 되자 흄은 그의 차관이 되어 공직생활도 경험하고 2년 뒤 공직에서 물러나 스코틀랜드로 돌아온다.

 흄은 상당한 식도락가였다고 전해지는데 요리에 일가견이 있었던 흄은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더 큰 집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에든버러에 새 집을 짓기도 한다. 육식을 등한시 하는 플라톤 철학과 기독교 전통 때문에 서구인들은 훌륭한 음식과 철학이 양립 불가능이라고 생각하지만 흄은 "품격 있는 음식 때문에 진지함에 대한 나의 취향이 망가진 적도 없고, 유쾌함 때문에 공부를 망친 적이 없다.(234쪽)"라고 말을 남겼다고 한다.

 

[흄의 무덤, 올드칼튼묘지 247쪽]

 

 

 새 집으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은 1772년부터 건강이 나빠진 흄은 서서히 몸 상태가 나빠지더니 1775년 봄 급작스럽게 악화되었고 이듬해인 1776년 8월 25일 예순다섯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병을 앓는 동안에도 흄은 놀라운 정도로 활기를 잃지 않았는데 정신도 맑았으며 기번과 애덤 스미스에게 그들의 저서에 대한 치하의 편지를 써 보낼 정도였고 독서도 계속 이어갔다고 한다. 죽음은 불가피하며 인간이 바랄 수 있는 것은 지상에 있는 동안 좋은 삶을 영위하는 것이라는 진실을 수용했던 흄의 말년의 모습을 통해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과 환영하는 것은 다르다. 생애 대한 애정은 생에 대한 집착이 아니다(244쪽)."라는 것을 보여 준다.

 

 [데이비드 흄 ×줄리언 바지니]에서는 이 밖에 모든 것을 의심해야만 확실한 것을 볼 수 있다는 "회의론", 자아는 생각과 감정과 감각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상이한 자각들의 다발 또는 집합이라는 "다발주의", 자유의지나 이성에 관한 사상 등 기존 학설에 매이지 않는 흄의 자유로운 사상들을 만나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특징은 저자의 균형잡힌 시선이라 하겠다. 저자는 데이비드 흄을 신격화하거나 그의 사상이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여성에 대한 생각이나 백인 우월주의 등 그의 사상도 시대적 한계가 있음을 짚어주고 있다. 또한 저자는 18세기 흄이 한 말을 현대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자주 인용함으로써 흄의 보석 같은 명언들을 만나게 해 준다. 

  [데이비드 흄 ×줄리언 바지니]는 철학 문외한인 내게 18세기 경험주의 철학으로의 지적 탐구를 간접 체험할 수 있게 해 준 뜻깊은 여행이었다. 앞으로 철학과 좀 더 가까워진 나를 발견한다면 이 책이 일등공신일 것이다.

 

 이제 시작할 여정의 출발점으로 흄의 펜 끝에서 풀려나온 말 만큼 적절한 것은 없다. "여행에는 장점이 많다. 편견을 몰아내는 데는 여행이 최고다." 이제 함께 길을 나서보자.

                                                                                                                      - PROLOGUE(17쪽)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아르테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 오류

  1) 156쪽 17번째 줄 오타

   ○ 도 실신한다. 슬픔이나 고통에 빠진 사람들은 아무다(→아무나) 다 이들의 동

  2) 164쪽 4번째 줄 띄어쓰기

     해도부주의한 → 해도 부주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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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건축의 선구자 르코르뷔지에 | 인문 2020-09-13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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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르코르뷔지에

신승철 저
arte(아르테)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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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코르뷔지에의 대표 건축물을 인터넷으로 찾아봐야한다는 불편함을 빼고는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불과 6년 전만 해도 줄곧 단독주택에서만 살았다. 겨울철 외풍은 당연한 줄 알았고 겨울 한파에 수도관이 종종 터지기도 했다. 주차난 때문에 늦은 퇴근길이면 집 근처를 몇 번을 돌았고 대학가 근처에서 산 덕분에 늦은 시간 소음은 일상으로 자장가라 생각하고 잠을 잤다. 한번은 외출한 사이에 좀도둑이 들어 집안이 엉망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비슷하게 생긴 아파트에서 사는 것보다는 불편해도 단독주택에서 사는 것을 나름 만족해 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주변에 원룸 붐이 일어나서 어쩔 수 없이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아파트의 편리성과 쾌적함을 몸소 체험하다보니 왜 진작 아파트에 이사를 오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었다. 아파트 상가에는 편의점, 빵집, 병원이 있고 아파트 단지 내에는 잘 조성된 조경시설과 헬스장, 작은 도서관 등 편의시설까지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내게 편리성과 쾌적함을 알게 해 준 아파트처럼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주택을 만드는데 혁신적 역할을 한 근대 건축의 선구자가 르코르뷔지에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23번째 주인공인 르코르뷔지에는 근대 건축의 5원칙을 구현한 빌라 사보아, 현대식 아파트 위니테 다비타시옹, 가장 조형적인 근대 종교 건축물인 롱샹성당, 빛의 아름다움을 선사한 라투레트수도원 등을 통해  표준화, 규격화된 합리적 건축에서 시적인 건축으로의 변화를 그의 일생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지역건축가에서 국제적 예술가로

  르코르뷔지에는 시계 산업의 중심지로 스위스의 산간마을인 라쇼드퐁에서 시계 장식가인 아버지와 음악을 가르치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가르치던 어머니와 바이올린을 전공한 형 아래에서 자연히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회화에도 소질을 보였다. 형과 다르게 다소 반항적이고 다혈적이었던 르코르뷔지에는 아버지의 가업을 잇기 위해 시계 장인으로 구성된 지역공동체가 세운 라쇼드퐁미술학교에서 시계 장식과 세공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르코르뷔지는 훗날 자신에게 유일한 스승이라고 했던 장식미술가이자 미술학교 교사였던 샤를 레플라트니를 운명적으로 만난다. 르코르뷔지에의 재능을 알아 본 스승은 제자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춘기 소년에게 건축주를 설득까지 하며 건축 작업에 투입을 시킨다. 이렇게 처음으로 건축 작업을 하게 된 르코르뷔지에는 스승에게 배운 그대로 지역 고유의 양식에 따라 건물을 짓게 된다. 지금은 절정의 인기를 끌고 있는 대중 연예인들이 신인시절 모습을 부끄러워하듯 르코르뷔지에 또한 자신의 첫 번째 주택을 굉장히 부끄러워했다고 한다. 결국 훗날 첫 번째 주택은 작품집에서도 제외했다. 하지만 발연기의 신인 시절이 없었다면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대연기자가 될 수 없듯이 소년 르코르뷔지에(당시에는 에두아르)에게 첫 주택은 시계 장식가가 아닌 건축의 길로 이끄는 징검다리가 된다.


[갈루초에 있는 에마수도원]


 건축을 막 시작한 르코르뷔지에는 첫 주택(빌라 팔레)에서 번 돈으로 르네상스 문명의 중심지인 피렌체를 비롯하여 이탈리아 곳곳을 여행하며 건축가로써 자신만의 이상적 모델을 찾아간다. 특히 피렌체 근교 갈루초에 있는 에마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의 사적 공간이 수도원의 공용 공간과 분리되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된 기능적 구성과 함께 창밖 낭만적 풍경은 그에게 큰 감명을 주게 된다.

 이탈리아 여행 후 오스트리아 빈, 독일 뮌헨 등을 거쳐 프랑스 파리에 도착 한 르코르뷔지에는 오귀스트 페레에게 철근 콘크리트를 활용한 새로운 건축양식을 배우게 되고 독일 베를린에서는 페터 베렌스의 사무소에서 전일제 근무를 하며 고전적인 취향을 현대적인 디자인과 구조 속에 적절히 반영한 현대 건축을 배우게 된다.

 로코르뷔지에는 1911년 봄, 건축가로써 성장에 결정적 순간이라 할 수 있는 "동방 여행"을 떠나게 된다.


[르코르뷔지에의 동방 여행 경로]


 동방 여행은 뮌헨에서 가까운 사이가 된 클립스탱과 함께 드레스덴을 시작으로 발칸반도와 소아시아,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거쳐 고향으로 돌아오는 긴 여정이었다. 다뉴브강가에서 본 각 도시들(세르비아 시골 마을에서의 전통 가옥과 주변 풍경 등), 이스탄불의 이슬람 사원, 그리고 그리스의 아토스산, 아크로폴리스 언덕 위의 파르테논 신전을 통해 르코르뷔지에는 진정한 건축가로 거듭나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 장면은 그리스 아크로폴리스에서의 르코르뷔지에의 행동이다. 여느 여행가라면 그토록 동경했던 장소를 찾아가게되면 모든 것을 제쳐두고 그 장소로 내달렸을텐데 르코르뷔지에는 항구에 도착한 후 신전을 보기 위해 언덕을 오르는 대신 카페에 앉아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언덕 위의 신전과 마주하는 오랜 꿈 앞에서 주저한 것이다. 아마도 그에게는 언덕 위 신전에 대한 기대와 함께 큰 실망을 줄 수 있다는 불안이 엄습해 왔을 것이다. 그는 해가 질때까지 기다린 후 다음날  드디어 언덕 위 신전 앞으로 간다. 언덕 위의 신전에서 르코르뷔지에는 예술의 본질을 경험하게 된다. 기하학적 조화와 수학적 정밀성, 돌을 다루는 솜씨, 깊은 울림과 환상적인 공간... 그가 언덕 위 신전에서 느낀 전율은 아테네에 머무는 동안 매일 아크로폴리스를 올라가며 이어진다. 이렇게 "동방여행"은 훗날 르코르뷔지에 건축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아크로폴리스]


여행 중에도 고향에서 건축 설계가 들어오던 르코르뷔지에는 동방 여행 후 고향에서의 지역건축가로써의 삶을 정리하고 드디어 파리에 정착하며 국제적 예술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르코르뷔지에의 건축 세계

 파리에 정착한 르코르뷔지에는 페레와 반가운 해후를 한 후 그의 소개로 화가 아데메 오장팡을 만나면서 화가의 꿈을 꾸게 된다. 오장팡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일상을 공유하면서 당시 피카소를 중심으로 한 큐비즘에 맞서 기하학 형태와 함께 "순수주의"를 주장하게 된다. 르코르뷔지에는 당시 철근콘크리트 건축의 기본 구조가 되는 돔이노 방식을 통해 슬래브와 기둥만으로 주택의 대량 공급이 가능하도록 하여 훗날 현대 건축의 기본 구조로 자리잡게 한다.


[돔이노 방식]


"르코르뷔지에는 집을 '살기 위한 기계'라고 불렀다. 그는 우리 삶에 최적화된 집을 만들기 위해 자동차, 비행기, 대형 여객선을 모델로 삼았다. 이 기계들은 표준화, 규격화를 거쳐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킨다." -p.134


 르코르뷔지에는 오귀스트 페레스트를 통해 철근콘크리트인 구조(강)를, 페터 베렌스를 통해 기하학적인 아름다움(미)을, 자동차 등 기계를 통해 표준화(기능)를 거치면서 건축의 3요소를 구현한다.

 이전까지 에두아르로 살았던 르코르뷔지에는 1923년 [건축을 향하여]를 르코르뷔지에라는 필명으로  출간하여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제 르코르뷔지에로의 삶을 살아 가게 된다.

 건축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르코르뷔지에는 공간과 각종 편의 시설을 사람 몸에 맞게 치수화하기에 이른다. '모뒬로르'는 인체 치수를 기준으로 한 건축의 척도인데 르코르뷔지에는 영국 경찰관의 키 183cm(6피트)를 기준으로 치수를 확립하게 된다.

 든 것을 표준화하려던 르코르뷔지에는 시행착오도 거치게 되는데 그가 지은 오장팡 스튜디오는 좁은 계단으로 인해 오장팡의 초대형 캔버스를 반출하지 못하게 되었고, 한 아파트에서는 좁은 나선계단으로 인해 상을 당한 시신을 운구하는데 문제가 생겨 결국 건물 밖 크레인으로 실려 내려와야 했다고 한다.

 이후 근대 건축의 5원칙인 필로피, 옥상정원, 자유로운 평면, 수평창, 자유로운 입면을 적용한 빌라 사보아라는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짓게 된다. 하지만 비가 오기 전까지 행복에 젖었던 사보아 가족은 방수 문제로 큰 고통을 겪으면서 수차례 르코르뷔지에에게 보수를 요청하지만 르코르뷔지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보수를 계속 미루게 되고 결국 참다 못한 사보아 가족은 소송까지 준비하게 되었으나 전쟁이 터지면서 흐지부지 되고 만다. 르코르뷔지에는 왜 빌라 사보아에 대한 보수를 미루었을까? 건축가로써 자기 확신었을까? 아니면 오점을 남긴 건축물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사보아 가족에게는 미안하지만 훗날 빌라 사보아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까지 되어 주요 관광지 중 하나가 된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르코르뷔지에에게 기회로 찾아오는데 전쟁으로 파괴된 도시에 현대식 아파트인 위니테 다비타시옹을 짓게 된 것이다. 현대 아파트의 모태로 한 척의 크루즈선 같은 위니테 다비타시옹은 이후 낭트, 브리에, 그리고 적국인 독일 베를린까지 지어진다.


[프랑스 우표에 그려진 롱샹성당]


 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던 르코르뷔지에가 시적인 건축으로 극적인 변화가 찾아오는데 대표적 건축물이 마리알랭 쿠튀리에 신부의 조력으로 롱샹 언덕에 짓게 된 롱샹성당이다.  오래 전 동방여행에서 먼난 언덕 위 파르테논신전처럼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는 롱샹성당은 대지에서 영감을 받아 그것에 어울리는 건물을 지은 것이다. 롱샹의 역사와 가치, 순례자와 미사를 위한 공간, 사용자 편의를 위한 모뒬로르까지 적용한 롱샹성당은 6만 5000명이 언덕에 모인 1873년 9월 8일 기념비적인 미사가 열린다.

 롱샹성당 공사가 끝나기 전에 쿠튀리에 신부의 의뢰로 또 하나의 걸작인 찬란한 빛의 제단이라는 라투레트수도원을 세우게 되는데 빛과 그림자의 다양한 변주가 깊은 감동을 전해주는 수도원이다.

 이렇게 말년에 따뜻하고 시적인 감흥을 느끼게 하는 건축물을 짓던 르코르뷔지에는 찬란한 햇살과 아름다운 해변이 있는 지중해를 늘 그리워했듯이 아내 이본이 묻힌 지중해의 로크브륀느카프마르탱에서 직접 지은 작은 오두막에서 말년을 보내던 중 이른 아침 수영을 하다가 심장마비로 일흔일곱의 생을 마감한다.


[르코르뷔지에]


 건축문외한인 나로써는 [르코르뷔지에]와의 만남은 뜻깊은 시간이었다. 건축 학위나 자격증 하나 없었던 르코르뷔지에는 기술적 합리성으로 집을 장식품이 아닌 살기 편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건축의 척도라는 모뒬로르, 근대 건축의 5가지 원칙 등을 적용하며 일생 열 두개의 나라에 일흔다섯 채의 건물을 지었을 뿐만 아니라 마흔 두개의 도시계획안과 400여 점의 회화, 8000여 점의 드로잉, 34권의 책 출판까지 하며 단순히 천부적인 재능에만 한정 지을 수 없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열정과 활동량을 가진 근대 건축의 선구자였다. 그가 말년에 지은 롱샹성당과 라투레트 수도원은 그가 단순히 기계처럼 천편인률적인 주거 공간만 추구한 것이 아닌 건축에 시적 아름다움까지 담은 진정한 건축가임을 보여주고 있다. [르코르뷔지에]의 저자 신승철은 첫 여정을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르코르뷔지에의 무덤이 있는 언덕을 차를 타지 않고 걸어 올라가면서 보고 느낀 감정들을 통해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가 추구하는 인문 여행기의 매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르코르뷔지에]는 독서 전 기대감을 충분히 충족하고도 남을 구성과 내용을 갖추고 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르코르뷔지가 건축한 대표 건축물들을 책에서는 만날 수 없다는 점이다. 저작권 때문인지 출판사(저자)의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르코르뷔지에의 대표 건축물을 인터넷으로 다시 찾아봐야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르코르뷔지에]는 충분히 읽어볼만한 클래식 클라우드의 23번째 책이라 하겠다.


"만약 르코르뷔지에가 건물을 짓지 않았다고 해도 현대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남았을 것이다." - p.248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아르테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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