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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소울푸드 라면 연대기 | 역사 2021-02-21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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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라면의 재발견

김정현,한종수 저
따비 | 2021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흥미롭게 술술 읽히는 60년간 라면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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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셨기에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동생과 둘이 저녁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은 어머니가 미리 만든 반찬을 냉장고에 넣어두셨기에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서 밥을 먹었지만 종종 동생과 끓여 먹었던 라면은 형제의 배를 든든히 해준 음식 중 하나였다. 처음 라면을 끓일 때는 물 조절을 잘 못해서 너무 짜거나 싱겁기도 했지만 라면을 제대로 끓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라면은 초등학생었던 나도 쉽게 끓일 수 있는 간편하고 맛있는 음식이었던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오랜기간 끓여온 내 라면 노하우는 현재 가끔씩 우리 가족에게 맛있는 별미를 선사해 주고 있다. 

 

 [라면의 재발견]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두개쯤은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한국인의 소울푸드 라면에 대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해 재미있게 풀어낸 라면 연대기이다. 라면은 일본에서 처음 발명했지만 2019년 기준 한국의 1인당 라면 소비량이 75.1개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72쪽)고 하니 라면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책은 총 3부로 1부 라면의 탄생, 2부 대한민국 라면의 시작, 3부 라면의 새로운 시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저자는 <설득의 커뮤니케이션의 이해와 활용>, <브랜드 자산관리>를 쓴 중앙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인 김정현 교수와 <강남의 탄생>, <2차 대전의 마이너리그>, <제국은 어떻게 망가지는가>를 쓴 한종수 작가다.

 


 

 라면의 기원과 탄생

 라면의 기원은 누구나 예상하겠지만 예전 예식장의 대표 메뉴였고 지금도 가끔씩 별미로 먹는 국수다. 국수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후한(25~220) 시대의 사전인 <석명>에 나올 정도로 오래 되었는데 국수는 특히 송나라 때 많은 사람들이 즐겼다고 한다. 많은 학자들이 송나라 때 국수를 즐기게 된 이유를 도시의 발달로 꼽는데, 당시 유럽 최대 도시인 콘스탄티노플의 인구가 40만, 런던의 인구가 10만 명일 때 북송의 수도 카이펑의 인구가 150만 명이 달했다고 하니 카이펑의 규모가 어마어마 했을 것이다. 수많은 물자와 사람들로 넘쳐나던 도시인 카이펑엔 당연히 음식점도 많았는데 특히 국수가 핵심 메뉴였다고 한다. 앞서 예전 예식장의 대표 메뉴가 국수라고 했는데, 예식장을 찾은 수많은 하객들 앞에 미리 삶아놓았다가 살짝 데쳐서 국물만 붓고 빨리 나갈 수 있는 국수가 최적의 음식이었듯이 편하고 빨리 나오며 다른 재료와 함께 조리가 가능했던 국수가 카이펑 사람들에게 인기가 끌었던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국수의 대중화는 중국인들이 숟가락 대신 자연스럽게 젓가락을 주로 쓰게 만들었다.

 

 송나라 카이펑에서 주문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국수가 인기를 끌었듯이 일본도 에도시대와 메이지 시대를 거치면서 도시로 몰려든 노동자들에게 미리 익혀놓은 소바에 국물을 끼얹어 먹는 국수인 "주카소바"가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럼 중국 음식이었던 국수 "주카소바"가 어떻게 지금 우리가 즐겨먹는 라면의 탄생으로 이어졌을까? 바로 1945년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사람들이 끼니 걱정을 하게 되면서 싸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식품의 개발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였다. 이 중 인스턴트 라면의 창시자 안도 모모후쿠가 등장하는데 안도는 일본으로 귀화한 대만인으로 1948년 11월, 누더기 옷을 입은 사람들이 주카소바를 먹기 위해 오사카 암시장에 길게 늘어선 행렬을 보고 주카소바를 공업적으로 생산할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1953년과 1954년 미국의 밀농사가 대풍작을 거두면서 일본에 대량의 원조용 밀이 들어오면서 수 천년을 이어온 동아시아의 면 문화에 안도의 아이디어(튀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면을 기름에 튀긴 후 건조시킨다)가 결합해서 수많은 실패 끝에 1958년 8월 25일 드디어 인스턴트 라면인 '치킨 라면'을 대중에게 내놓게 된다.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은 지금 우리가 먹는 라면과는 조금 다른데 봉지에서 꺼낸 면을 그릇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어 3분이면 면이 익고, 면에 입혀진 양념이 우러나와 육수가 되는 방식이었다. 첫 인스턴트 라면이 탄생한 이후 여러 업체에서 보존성과 기름에 산패하는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고 1962년 첫 라면이 탄생한 지 4년 만에 모조식품에서 분말 스프를 따로 넣으면 어떠냐는 직원의 아이디어를 통해 지금 우리가 먹는 라면의 원조인 "스프 별첨 묘조맛라면"을 출시하게 된다. 한 직원의 아이디어 덕분에 지금 우리는 라면 스프 하나로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수많은 국물들을 깊이있는 국물로 생환시키게 되었다.

 


 

 

 

한국인의 소울푸드 라면

 현재 세계에서 1인당 라면 소비량이 제일 많은 우리나라에는 언제 라면이 출시되었을까?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을 겪으면서 끼니 걱정을 하던 사람들을 위해 식품 개발에 힘쓴 안도 모모후쿠 덕분에 인스턴트 라면이 탄생 했듯이 우리나라 또한 민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으로 인해 농지가 파괴되면서 절대적인 식량 부족으로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허덕이던 시기에 한 사람의 우연한 경험을 통해 대한민국 최초의 라면이 나오는 계기가 된다. 한국전쟁 이후 식량이 부족했던 우리나라는 미군부대에서 나온 잔반과 음식 쓰레기를 모아 끓인 탕이었던 "꿀꿀이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조금이라도 양을 불리려고 미군이 씹다 뱉은 껌, 버린 지 오래되어 지독한 냄새가 나는 잔반까지 죄다 넣고 끓였다고 한다. 지금 돼지들도 먹지 않을 꿀꿀이죽이 당시에는 전쟁 이후 굶주렸던 수많은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준 음식이었다는 것이다. 어릴 적 할머니께서 반찬 투정을 하는 어린 손자를 혼내시며 예전에는 먹을 게 없어서 물로 배를 채우거나 아예 굶는 사람도 많았다고 하시던 말씀이 새삼 떠오른다. 

 


 

  1961년 제일생명보험 본사 근처 남대문시장 앞에 꿀꿀이죽을 파는 노점이 줄지어 있었다고 한다. 당시 제일생명의 사장이었던 전중윤은 평소 같으면 꿀꿀이죽에 시선도 주지 않고 지나쳤을텐데 꿀꿀이죽을 파는 노점 상 앞에 100미터가량이나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을 보고 호기심이 동하게 된다. 20분이나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5원 하던(당시 버스요금이 8원이었다고 한다) 꿀꿀이죽 한그릇을 받아들인 전중윤은 한 숟가락을 입에 넣고 꿀꿀이죽을 씹자마자 입 안에서 깨진 단추 조각이 나왔고, 꿀꿀이죽을 휘저어 보니 담배꽁초가 나온 것을 목격하고서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고 한다.

 꿀꿀이죽 사건을 겪고 난 전중윤은 보험 업계 시찰과 경영 연수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 먹었던 인스턴트 라면을 떠올리게 되었고 인스턴트 라면 개발에 삶을 바치기로 마음을 먹고 그 길로 제일생명을 그만둔다. 1961년 8월 24일 전중윤은 식용유를 만드는 민성산업주식회사를 인수하여 이름을 삼양제유주식회사로 바꾸고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 출시를 위한 첫 발을 내딛는다. 이 후 수입상을 통해 일본의 여러 라면을 입수해 연구를 시작한 전중윤은 일본으로 건너가 여러 라면 회사와 교섭을 했지만 돌아온 것은 냉담한 반응뿐이었는데 운좋게도 일본에서 스프 별첨 라면을 개발한 묘조식품 사장 오쿠이 기요스미의 도움을 받게 된다. 묘조식품의 오쿠이는 2개의 생산 라인을 갖추는데 필요한 기계를 싼 가격에 넘겨줬을 뿐만아니라 기술료와 로열티를 무료로 하고 기술자까지 파견해 기술까지 지원해 준다.

 

 

 1963년 9월 15일, 한국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인 '삼양라면'이 세상에 나왔다. 1958년 일본에서 라면이 개발되어 나온 지 5년 만이고, 스프 별첨 라면이 등장한 지 1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 61쪽

 

 일본에서 인스턴트 라면이 최초로 탄생한 이후 불과 6년 만에 우리나라에도 라면에 출시된 것이다. 꿀꿀이죽 가격의 딱 2배인 1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개시한 라면은 처음 예상과 달리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 했다. 당시 한국인의 주식이 쌀이었고, 라면이라는 이름이 사람들에게 음식보다는 섬유를 떠올리게 한게 이유였다고 한다.

 삼양식품은 신문에 라면은 '즉석 국수'로 '우리의 식생활은 해결됐다."라는 카피로 광고도 내고 전단지를 돌리며 애드벌룬도 띄우는 등 적극적인 판촉 활동을 했지만 직원들 월급 주기도 힘들정도로 매출액은 기대에 못 미친다. 그러던 중 지금 우리가 대형마트에서 다양한 무료 시식으로 출출한 배도 채우면서 미리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듯이 삼양라면 또한 공원과 역 앞, 시장, 공사판 등 거리로 나가 라면을 끓여 무료로 나눠주는 판촉 활동을 펼친 덕분에(라면 끓일 때 나는 냄새가 사람들의 후각을 자극했다) 사람들에게 라면의 매력을 알리는데 큰 효과를 거두게 된다.

 서서히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던 라면은 당시 만성적인 식량부족으로 정부에서 혼분식 장려 운동 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석유풍로인 곤로 사용을 적극 권장하면서 라면 끓이는데에 안성맞춤인 양은냄비의 인기로 라면은 서민 음식으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라떼는 말이야 같지만...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선생님께서 도시락에 혼식을 했는지 검사를 할 정도로 정부에서 혼분식을 반강제적으로 권장했었다. 당시에는 100% 흰쌀밥만 먹고 싶었는데 지금은 건강을 생각해서 흰쌀밥보다는 혼식을 하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10년 전쯤 TV 프로를 통해 이경규가 개발한 꼬꼬면이 인기를 끌며 한 동안 하얀색 국물 라면이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꼬꼬면의 성공에 힘입어 하얀색 국물 라면이 연이어 출시되었지만 인기가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못 했는데, 그 이유가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을 정도로 매운맛을 즐겼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도 일본 묘조식품 라면의 모조품이었기에 한국인의 입맛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닭 육수를 베이스로 한 하얀색 국물 라면이었는데 이후 한국인의 기호에 맞춰 라면에 고춧가루, 마늘, 생강, 양파 등 매운맛을 내는 양념이 들어가며 지금 우리가 즐겨먹는 빨강색 국물의 라면이 대세가 된다. 

 

 2부 대한민국 라면의 시작에서는 이 밖에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라면 이야기와 함께 삼양라면 이후 라면 생산에 뛰어들었다가 자취를 감춘 신생업체들, 그리고 삼양라면과 영원한 라이벌 농심, 후발 주자인 팔도와 오뚜기에 대해 설명해 주는가하면 라면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었던 우지 파동, 문학과 라면, 커피 자판기보다 빨리 나왔던 라면 자판기, 라면이 한국인의 소울푸드가 된 과정 등을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다.

 

라면론 - 라면에 대한 예의(복효근)

 

눈물로 간을 맞춘 라면을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에 대해서 말하지 말라.

라면은 맛으로 먹는 게 아니다.

그러니 라면 국물을 마실 땐 그릇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받들듯이 먹는 것이다.

그땐 그랬다고, 그런 시간이 있었다고

늘 세상 어딘가에 눈물로 라면을 삼키는 사람은 있다고

K 선배는 말했다.

 


 


 

라면의 진화는 현재 진행형

 2010년대 소비 트렌드의 하나는 '모디슈머'라고 한다. 모디슈머는 제조사가 제안한 방법에서 벗어나 자신의 기호에 맞게 여러 제품을 조합하거나 자신만의 새로운 활용법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소비 계층을 의미하는데 라면도 모디슈머가 활발한 분야 중 하나다. 기생충에 나왔던 짜파구리나 삼양라면의 불닭볶음면 등이 대표적인데 현재 다양한 라면 레시피들을 인터넷 검색이나 유튜브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편의점 라면 매출액이 급성장을 이루고 있는데, 특히 봉지면의 소비는 매년 줄고 있는데 반해 용기면 소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라면 또한 이제 가족 단위가 아닌 개인 혼자 소비하는 먹거리로 변모해 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이렇게 용기면 소비량이 매년 늘어나다가 2020년 상반기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족들이 집안으로 모이면서 용기면의 증가율이 한풀 꺾였다고 하는데 우리 집만 해도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예년에 비해 라면을 자주 끓여 먹는 편이다. 덕분에 아빠의 다양한 라면 솜씨를 가족들에게 선보이게 되었다.

 

 

 이 밖에 3부 라면의 새로운 시대에서는 한국 라면에 열광하는 외국인들과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 라면 맛을 현지화하고 있는 라면 업계의 노력, 세계 라면 시장의 현황을 통해 라면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글로벌 푸드임을 소개해 주고 있으며 마지막 부록에서는 한국에 라면을 처음 출시한 전중윤의 대한 전기와 함께 다양한 라면 레시피를 소개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라면의 재발견]은 모자라는 쌀밥 대신 먹었던 가난한 음식에서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먹을 것이 풍족해진 지금도 여전히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대표 소울 푸드로 자리매김한 60년간의 라면 역사를 풍부한 자료와 함께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어서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라면을 끓여먹고 싶은 충동이 생기게 된다. 우리나라 대표 소울 푸드인 라면의 연대기를 담은 책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삼양이건장학재단이 이 책을 기획했기에 부록에 삼양라면의 창업자인 전정윤의 짧은 전기를 비롯해 삼양식품에 대한 이야기가 다소 많이 다룬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런 작은 아쉬움이 있지만 라면에 얽힌 추억 하나씩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라면의 재발견]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다만 현재 열심히 다이어트 중인 독자라면 한 밤 라면의 유혹을 잘 이겨내야 할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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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낯설지만 새로운 시도 - 헤드쿼터 vol.1 | 역사 2020-10-23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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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헤드쿼터 vol.1 : 판터의 모든 것

헤드쿼터 편집부 저
레드리버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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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하나의 주제 "판터"만으로 잡지 한 권을 채운 밀리터리 무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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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기억에 잡지를 읽은 기억이 그리 많지는 않다. 학창시절 친구가 몰래 가져온 "썬데이 서울"을 선생님께 들킬까봐 숨 죽이며 읽어 보았거나 자동차 마니아였던 친구 집 책장에 꽂혀 있던 자동차 전문 잡지 속 멋진 스포츠카들에 매료되어 하루종일 읽어 본게 그나마 기억에 남을 정도다. 아~ 요즘은 미용실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며 여성 잡지를 잠깐 읽기는 한다.


 이번에 읽은 책은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국내 최초의 밀리터리 무크지인 [헤드쿼터 vol.1-판터의 모든 것]이다. 국내에 밀리터리 잡지가 흔하지도 않지만 하나의 주제만으로 잡지 한 권을 꽉 채운 것은 이 무크지가 국내 최초가 아닐까 싶다. 여기에 국내 최고의 작가들이 그린 일러스트도 책의 흥미를 더하고 있다.

 [헤드쿼터 vol.1-판터의 모든 것] 단 하나의 주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주축 전차 중 하나인 "5호 전차 판터"에 대한 이야기다. 보통 밀리터리 마니아들이라면 판터보다는 완성형인 티거를 기억하겠지만 편집자는 무적이 아니라서, 약점이 많기 때문에 판타지가 아닌 현실 인식 위에 판터를 이 무크지의 주제로 정했다고 한다(물론 판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었겠지만). 판터는 러시아의 T-34 전차를 흉내내며 만든 짝퉁 전차지만 경사장갑 디자인이나 전차포 전용 75mm 주포 등 "화력과 방어력, 기동력" 3박자를 갖춰 세계 전사에 한 획을 그은 존재이면서도 변속기와 구동장치의 문제로 개량형이 계속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못한 한계를 지녔던 전차였다.




 [헤드쿼터 vol.1-판터의 모든 것]은 판터의 개발 배경을 시작으로 외관과 제원, 판터의 단면도 등을 통해 판터의 태동과 구조적 특징들을 하나 하나 파헤쳐 나가고 밀리터리 잡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판터의 전쟁 데뷔전으로 씁쓸한 패배를 안겨 준 쿠르스크 전투를 흥미롭게 이야기한다. 여기에 국내 최대 프라모델 커뮤니티 MMZ의 모델러 이원범씨와 판터에 대한 인터뷰 기사도 눈에 띈다. 판터의 내부 재현에도 힘을 쏟은 모습과 함께 판터의 최대 약점으로 고장 잘 나기로 유명한 변속기에 주안점을 두고 신경 쓴 부분은 모델러의 정교함을 느끼게 한다. 솔직히 그동안 밀리터리 모델러를 키덜트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모델러 이원범씨와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모델로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모형의 하나의 취미로 인정하지 않고, '덜 자란 어른의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는 인식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키덜트(kidult)란 말로 모델러들을 뭉뚱그려 분류하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 역시도 모형을 '장난감'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완전히 거둔 건 아니다. 모형은 이원범씨의 말처럼 역사를 담은 오브제이다. 전쟁과 역사를 3D로 전달해준다. 덤으로 질감까지 더해서 말이다.(p.29)"


 요즘은 히어로 영화들이 대세라 전쟁 영화를 많이 만날 수는 없지만 예전만해도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한 전쟁 영화들이 많았다. 어린 시절 내 유일한 문화생활이었던 주말 <명화 극장>이나 <주말의 명화>에서 본 전쟁 영화들은 한때 장래희망으로 군인을 꿈꾸게 했을정도다. 특히 영화 속 독일 장교들이나 전차병들의 복장에 붙어있는 마크들이 늘 궁금했는데 이번 무크지에서 독일 전차병 복장 판처야케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 어릴 때부터 궁금해했던 독일군 복장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헤드쿼터 vol.1-판터의 모든 것]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4인 4색" 코너에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작가 4명이 그린 판터 그림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으며 "판터의 활약" 코너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최대 전차전 중 하나인 아라쿠르 전투를 지도와 표를 통해 생생히 묘사한다. 여기에 판터를 주제로 한 소설도 읽을 수 있는데 얼마 전 한국 공군 조종사 양성 프로그램을 제목으로 6.25 전쟁 당시 우리나라 공군의 활약상을 만화로 보여주었던 <바우트원>을 그린 장우룡 작가의 그림을 곁들인 "요람 안에서"라는 단편 소설도 흥미를 끈다. 이 밖에 어릴 적 용돈을 모아서 뿌듯하게 구입했던 모형 탱크 장난감 제조사인 아카데미과학이 최근 출시한 <판터 G형 최후 생산형> 키트 이야기, 평소 게임을 하지 않아서 게임에 대해 잘 모르지만 "월드 오브 탱크"라는 전차 게임을 주제로한 게임 유저들의 이야기, 제2차 세계대전 독일의 패망 이후에도 일부 국가에서 편제되어 한동안 운영되었던 판터의 후속 이야기로 잡지는 마무리를 한다.



 [헤드쿼터 vol.1-판터의 모든 것]를 다 읽은 후 느낌을 정리하자면 새로운 시도와 볼거리가 많은 밀리터리 무크지라 하겠다. 판터라는 하나의 주제로 잡지를 구성한 것도 새롭지만 본문 대부분을 사진이 아닌 국내 작가들의 일러스트로 꽉 채운 부분이 인상 깊었다. 여기에 그동안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판터에 대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속속들이 파헤쳐서 밀리터리에 관심 있는 한 사람으로 알찬 독서였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려다 보니 깊이보다는 새로움과 잔재미에 치중한 기분이 든다. 한정식집에서 반찬 가짓수는 많은데 젓가락이 잘 가지 않는 반찬들을 만나는 것처럼 말이다. 한 예로 잡지 중간 눈을 아프게 한 붉은색 판터 파노라마도 그렇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단편 소설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오래 전 즐겨부르던 김현철 노래제목처럼) 밀리터리 마니아나 전쟁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기를 추천해 주고 싶은 잡지다. 제2차 세계대전 전사에서 한 획을 그은 "독일 5호 전차 판터" 하나만을 주제로 해서 만든 밀리터리 무크지를 앞으로 또다시 만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소장가치 충분한 무크지라 하겠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주)북이십일 레드리버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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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생동감 있게 살아난 일제강점기 그들의 이야기 | 역사 2020-08-2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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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35년 6

박시백 글,그림
비아북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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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35년을 만화로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는 대하역사만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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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지병 악화로 총리직을 공식 사임한다는 뉴스를 접한다. 7년 8개월 동안 재임한 전후 최장수 일본 총리를 역임하며 일본 내에서 인기가 꽤 있었고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경제정책으로 나름 일본 경제를 살리는 듯 했지만 현재 일본 경제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코로나19 대응 실패, 올림픽 연기에 무엇보다도 한국과의 관계를 최악으로 만든 장본인이 아베 신조 총리다. 집중호우 피해에 코로나19 재 확산으로 정신 없는 와중에 이웃나라 총리가 사임한 것이 무슨 대수냐 하겠지만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에 빠진 이유가 우리의 아픈 과거사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위안부 합의 실패,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해 1억 배상문제 등 일제강점기 35년 동안 벌어진 과거사에 기인한 것이고 앞으로 한일 양국이 반드시 풀어야할 역사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박시백 화백의 [35년] 시리즈를 만나기 전까지 일제강점기에 대해 아는 것은 학창시절 한국사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이 전부였다. 부끄럽지만 내가 아는 독립운동가는 대부분 사람들이 아는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서 [35년] 시리즈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이름과 주요 행적들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고 무엇보다도 광복 이후 단죄 없이 대를 이어 평온한 삶을 살며 사회 주류층에 있는 친일부역자들의 이름 하나 하나를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35년] 6권은 1930년대 후반 제2차 세계대전의 막이 오르기 전후 독일,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소련 등 유럽 주요 전쟁 당사국들의 당시 상황을 간략히 살펴보고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미나미 지로가 새 총독으로 부임하면서 내선일체를 전면으로 내건 일련의 상황들을 설명해 주고 있다.

 당시 적극적으로 친일 협력의 길을 걸은 친일부역자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광수, 주요한, 홍난파, 윤치호 등이 그들이다. 창씨 개명에도 앞장섰던 친일파들 앞에 끝까지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낙향했던 홍명희, 여운형, 안재홍, 허헌 등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책에서는 짧게 다루고 있지만 독일 베를린 올림픽에서 일본 대표 선수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에 대한 이야기가 내겐 인상 깊었다. 당시 3위를 한 남승룡과 함께 시상대에 오른 손기정은 고개를 숙이고 월계수 나무로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가려서 나중에 금메달리스트임에도 불구하고 범죄인처럼 입국했지만 당시 조선은 조선인으로 시상대의 가장 높은 자리에 선 손기정에게 열광 했다고 한다. 당시 신문들은 인쇄 품질이 나쁜 점을 이용해 일장기를 거의 지워서 신문을 내보냈는데 이게 검열에 걸려 동아일보는 10개월간 정간 처분을, 조선중앙일보는 폐간을 하게 된다. 손기정이 월계수 나무로 일장기를 가린 모습은 그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많이 봐와서 알고는 있었지만 당시 손기정의 우승 소식을 접하고 쓴 심훈의 시를 통해 당시 손기정의 마라톤 우승이 일제의 핍박 속에서 우리 동포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지 조금이나마 짐작이 간다.


오오, 조선의 남아여!

 - 백림(伯林) 마라톤에 우승한 손, 남 양군에게


그대들의 첩보를 전하는 호외 뒷등에 

붓을 달리는 이 손은 형용 못 할 감격에 떨린다!

이역의 하늘 아래서 그대들의 심장 속에서 용솟음치던 피가

2천3백만의 한 사람인 내 혈관 속을 달리기 때문이다.


"이겼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우리의 고막은

깊은 밤 전승의 방울 소리에 터질 듯 찢어질 듯.

침울한 어둠 속에서 켜든 것처럼 화다닥 밝으려 하는구나!


오늘 밤 그대를 꿈속에서 조국의 전승을 전하고자

'마라톤' 험한 길을 달리다가 절명한 아테네 병사를 만나보리라.

그보다도 더 용감하였던 선조들의 정령이 가호하였음을

두 용사 서로 껴안고 느껴 느껴 울었으리라.


오오, 나는 외치고 싶다! 마이크를 쥐고

전 세계의 인류를 향해서 외치고 싶다!

"인제도 인제도 너희들은 우리를

약한 족속이라고 부를 터이냐!"


1936년 8월 10일 새백 신문 호외 이면에 쓴 시 - p.85


 

 [35년] 6권은 당시 득보다 실이 많았던 조성광복회의 보천보 습격을 통해 김일성의 전설이 시작된 이야기와 얼마 전 친일 행각 때문에 한국 전쟁 당시의 혁혁한 공에도 불구하고 현충원 안장으로 말이 많았던 백선엽 장군이 동북항일연군의 토벌에 나서기 위해 근무했던 간도특설대 이야기, 김원봉을 중심으로 대일항쟁 통일전선을 이루고자 했으나 한계에 부딪혔던 민족혁명당, 국민당측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며 만들었던 조선의용대, 민족주의 세력의 통합을 위해 3당 통합 논의 중 제명당한 조선혁명당 간부의 총에 목숨을 잃을뻔 했던 김구, 지휘부만 있었던 광복군 창설 이야기, 연해주의 한인 17만 명이 스탈린의 명령에 따라 그동안 일궈온 삶의 터전을 잃고 중앙 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한 후 온갖 차별 속에서도 황무지를 개척하며 살아남은 고려인의 이야기 등을 생생하게 만화로 그려내고 있다.



  [35년]  시리즈는 박시백 화백의 전작 [조선왕조실록]에 비해서는 다소 내용이 딱딱하고 재미가 없을 수 있다.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특징을 살리는 만화 특유의 익살스러움은 배제하고 등장인물의 만화 속 모습도 충실한 역사 해석을 통해 최대한 사실적 외모로 그리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써는 표현하기 어려운 디테일한 생생함과 함께 독립을 위해 목숨 바쳤던 수많은 민중들을 책 속에 담고 있어서 그동안 이름조차 알지 못 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이름 하나 하나를 되새기는 것도 의미있는 독서였다. 특히 본편의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등장했던 독립운동가와 친일부역자들을 부록의 인명사전에서 만날 수 있어서 그들의 행적을 다시한번 되새길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라 하겠다.


 이제  [35년] 6권을 읽었으니 치열했던 일제강점기 35년의 이야기가 끝을 보이기 시작한다. 곧 읽을  예정인  [35년] 7권에 앞서 광복을 맞이한 지 75년이 된 올해. 집중호우 피해와 코로나19로 시름에 잠긴 우리에게 일부 극우보수단체가 주도한 광복절집회로 연일 코로나19 확진자가 확산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광복절 집회였는지?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 바쳤던 순국선열들에게 후손의 한 사람으로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훗날 역사의 한 페이지에 그들은 어떤 인물로 남고 싶은걸까? 개학을 손꼽아 기다리던 초등학생 두 딸이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인해 3주간 학교에 가지 못해 실망한 모습을 보며 착찹한 마음이 들 뿐이다.


[아파트 창가에서 바라본 학생 한 명 없는 쓸쓸한 초등학교 운동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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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그 이상의 가치 - 바우트원 | 역사 2020-07-16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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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바우트원 1~3권 세트

장우룡 저
레드리버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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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이고 화려한 비행기 전투 장면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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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전쟁과 관련 당시 대한민국 육군에 대해서는 오래 전 읽은 [콜드스트 윈터]를 비롯한 책과 신문 등을 통해 많이 접해 왔고 해군의 경우도 대한민국 최초의 전투함인 백두산함이 6.25전쟁 발발 당일 부산 앞바다에서 무장한 북한군과 식량, 무기 등을 실은 적선을 침몰시킨 일화 등을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공군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다.

 어렴풋이 광복 후 38선을 경계로 미소 양국의 분할통치에 따라 남한을 점령했던 미국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광복 후 일본이 버리고 간 무기들 마저 사용하지 못하도록 파손하거나 바다에 수장 시켰을 정도로 남한 정부에 무장 지원을 하지 않았기에 6.25전쟁 당시 제대로 된 탱크마저 없었던 대한민국 국군이 공군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 했을꺼라고 추측했을 뿐이다.

 

 《바우트원》은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 공군의 재건을 위해 만들어진 한국 공군 조종사 양성 프로그램을 제목으로 한 만화책으로 대한민국 공군의 창설과 6.25전쟁 당시 공군의 모습을 치밀한 고증을 토대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어 그동안 제대로 알지 못 했던 대한민국 공군의 첫 비행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1 ~ 3권의 세트 중 1권에서는 6.25전쟁 직후 선발된 대한민국 공군 최초의 조종사 10명이 F-51D 무스탕 전투기를 타고 벌인 치열한 첫 작전을 만날 수 있고, 2권에서는 6.25전쟁에 참여해 대한민국 공군 창설에 큰 도움을 준 미군 조종사 딘 헤스 소령의 이야기와 함께 그가 몰던 비행기의 노즈아트인 '신념의 조인'에 대해서도 상세히 알 수 있다. 마지막 3권은 북한이 고향이지만 6.25전쟁 때문에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로 참여하게 된 곽경필의 이야기를 통해 가슴 아픈 동족상잔의 비극을 느끼게 된다.

 



 역동적이고 화려한 전투 장면

 오래 전에 TV에서 [지옥의 외인부대]라는 일본 애니매이션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당시 로보트 애니매이션에만 익숙하던 내게 에어리어 88 용병들의 실감나는 비행기 전투 장면은 황홀감에 빠져들게 했고 한동안 애니매이션에 나온 전투기들이 꿈 속에서도 나올 정도였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케이블 TV로 다시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비디오 공테이프를 준비하고 재방송을 기다릴 정도였다.

바우트원은 그 옛날 황홀감을 빠져들게 했던 애미내이션의 추억을 소환할 정도로 역동적이고 화려한 비행기 전투 장면이 압권이다. 애니매이션으로나 가능할 일을 만화로도 이렇게 역동적으로 비행기 전투장면을 다룰 수 있다니 장우룡 작가의 그림 실력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파란 창공을 대열을 갖추고 날아다니는 전투기 편대, 남진하던 지상의 북한군과 벌이는 치열한 전투 장면 등은 만화에서 현실로 뛰쳐나올 것만 같다. 여기서 잠깐 장우룡 작가를 소개하자면 공주문화대학교에서 만화를 전공한 후 [하늘의 캐딜락], [알라모], [창공의 시대] 등 꾸준히 비행기 작품을 연재했던 현재 국내에서 가장 탁월한 비행기 연출로 정평이 난 만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한다.




 전쟁 속 그들의 이야기

 바우트원은 단순히 비행기의 화려한 전투 장면 등 눈요기에만 그치지 않고 이상한 전쟁이었던 6.25전쟁 속 그들의 이야기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급하게 선발된 조종사 10명은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한 채(악천후 등으로 짧은 훈련 기간 중 F-51D 무스탕을 30분만 비행했다고 한다) 풍전등화의 조국의 급한 부름을 받고 전장으로 바로 투입되지만 가벼운 기체의 일본 전투기에 익숙한 조종사들에게 무거웠던 F-51D 무스탕은 표적고착의 위험 등 비행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일제 때 적기를 18대나 격추시킨 에이스 이윤석 대령을 잃는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고아원을 실수로 폭격한 아픔을 안고 있는 미군 조종사 딘 헤스 소령은 타국인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들의 훈련을 물신양면 도왔고 전쟁 고아들을 돌보며 1.4 후퇴 때 서울에서 제주까지 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헤스 소령의 이야기는 영화 <전송가>로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10인의 조종사 중 고향이 북한이지만 대한민국 조종사로 전쟁에 참여한 곽경필의 일제강점기 유년시절부터 공산정권 수립 후 북한 탈출, 6.25전쟁에 참여해 적으로 만난 고향 친구와의 이야기를 통해 아픈 전쟁이었던 6.25전쟁을 치른 그들의 이야기도 놓치지 않고 있다.




생생하고 치밀한 고증

 각 권의 후반부에는 각종 참고 문헌과 당시 전투에 참전했던 참전 용사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만든 Flight Records를 통해 대한민국 최초의 전투기 조종사 10인의 이야기부터 한국 공군 조종사 양성 프로그램인 '바우트원', 대한민국 공군 최초의 전투기 F-51D 무스탕, 딘 헤스 소령과 '신념의 조인'의 기원, 6.25전쟁 속 한국 공군의 숨은 이야기들을 치밀한 고증을 통해 생생한 사진과 함께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공군 창설에 큰 역할을 한 미군 조종사 딘 헤스 소령이 자신의 비행기에 그린 노즈아트 '신념의 조인'의 기원과 시간별로 정리한 형태 등 자세한 설명은 이 책의 또다른 볼거리이다.


 6.25전쟁이 발발한 지 올해가 70주년이다. 어제 대전현충원에 영면한 백선엽 장군의 공과는 뒤로 하고 6.25전쟁을 치룬 전쟁 세대들이 하나 둘 역사의 한 편으로 사라지고 있다. 호국영령들이 목숨 바쳐 지킨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전쟁만 일어나지 않을 뿐 여전히 분단된 남북은 지금도 긴장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일부 편향된 시각을 가진 전쟁 세대들이 주축이 된 '태극기 부대'로 인해 아픈 전쟁을 겪은 부모세대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미래를 열어갈 후세들이 부모세대들이 목숨 바쳐 지켜된 대한민국, 아니 한반도에서 평화를 꼭 이뤄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전쟁을 겪지 않은 우리 후세들에게 바우트원같은 책은 반가울 수 밖에 없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올여름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 공군 최초의 생생한 장면들 뿐만 아니라 6.25전쟁 한복판에 서 있던 인물들의 이야기에도 초점을 맞춘 바우트원과 함께 멋진 비행을 해 보는 것도 좋은 피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주)북이십일 레드리버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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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35년 5 | 역사 2020-06-1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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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제강점기 치열한 항일 투쟁이 담긴 대하역사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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