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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 바로크 고전 클래식에 물들다. | 우수 리뷰 2022-11-0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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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클래식이 알고 싶다 : 고전의 전당 편

안인모 저
위즈덤하우스 |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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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입문자들에게 권해 주고 싶은 클래식 대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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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어가는 가을, 형형색색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을 보며 공원에서 클래식 책 한 권을 읽었습니다. 책 표지에는 1960년대 역사적 밴드 비틀스 하면 떠오르는 앨범 자켓인 '애비로드'의 비틀스 멤버들처럼 6명의 작곡가들이 나란히 길을 건너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비발디, 바흐, 헨델,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이 길을 건너고 있고 길 건너편에서 그들을 반기듯 파가니니가 바이올린을 켜고 있습니다.

 

 책 표지의 주인공들은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바로크 고전시대 대표 작곡가 7명입니다. 그들의 삶과 음악 이야기를 재미있고 생동감 넘치게 다룬 책이 안인모의 <클래식이 알고 싶다-고전의 전당편>입니다. 1권 <클래식이 알고 싶다-낭만살롱편> 이후 3년 만에 나온 2권은 1권의 기본 포맷은 유지하면서 재미와 정보를 더욱 알차게 담아 '전편만한 속편은 없다'는 속설을 깨는 책입니다.

 그 이유는 저자의 이력에서 볼 수 있는데요. 국내에서 음악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해외에서 피아노 연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음악 팟캐스트 부동의 1위 <클래식이 알고 싶다>를 진행하고 있는 피아니스트이자 클래식 연구자입니다. 저도 유튜브 음악 방송인 <클래식이 알고 싶다>의 구독자지만 매번 새롭고 흥미로운 클래식 이야기로 대중들과 소통하려는 저자 덕분에 클래식과 친해지고 있는 중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저자가 작곡가들의 초상화를 깊이 살핀 부분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고 친숙한 클래식 음악이 비발디의 <사계>인데 비발디 하면 떠오르는 초상화가 바이올린과 펜을 들고 셔츠를 풀어헤친 모습일 것입니다. 그런데 비발디의 초상화로 널리 알려진 이 초상화가 현재 전해지고 있는 2점의 초상화 속 비발디와는 다르다고 합니다. 초상화를 비교해 보니 콧날과 얼굴 형이 다르긴 하네요. 모차르트의 경우 초상화의 대부분 왼쪽 귀가 가발에 가려져 있는데 그 이유가 태내에서 생성돼야 할 귓바퀴와 귓불이 거의 없어 평평하고 독특하다 보니 일부러 가발로 가린거라고 합니다. 이 외 바흐, 헨델, 하이든, 베토벤의 초상화도 책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바흐와 헨델의 평행 이론을 아시나요? 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음악의 어머니 '헨델'은 바로크 시대 대표 음악가입니다. 학창시절 음악시간에도 둘을 함께 배운 기억이 떠오르는데 둘은 1685년 독일의 옆 동네에서 나란히 태어났지만 한 번도 만나지 못 했다고 합니다. 바흐는 평생 독일에 머물며 20명의 자식들을 낳고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교회 음악가로서 종교음악을 주로 만들었지만 헨델은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자유롭게 유럽을 돌아다니며 종교음악이 아닌 화려하고 밝은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둘이 독일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바흐가 당시 몸이 안 좋았고, 헨델도 어머니의 임종을 앞둔 상황이라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같은 해에 독일 옆 동네에서 태어난 것 외에는 연관성이 없을 것 같던 둘의 인생은 말년에 이르러서 비슷하게 살이 찌더니 돌팔이 의사 테일러에게 똑같이 수술을 받고 실명을 하면서 평행 이론을 완성합니다.

 여기에 결혼 전 바흐와 헨델이 각각 거장 오르가니스트 북스테후데의 사위가 될 뻔한 일화도 평행 이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모닝 커피가 없으면 나는 말라비틀어진 염소 고기일뿐이다. - 바흐

 

  책 속에 다루고 있는 작곡가들의 사랑이야기는 또다른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빨강머리의 사제'로 불리는 비발디는 현대판 엘 시스테마라는 피에타 여학교 오케스트라를 맡아 큰 인기를 누리고 오페라 제작자로서도 실력을 발휘합니다. 비발디는 스무살이나 어린 안나를 데뷔 때부터 12년 동안 오페라를 함께 하며 프리 마돈나로 만드는데요. 사제 신분으로 종교음악보다는 세속음악을 하고 안나와의 관계에 선을 그었지만 안나와의 염문으로 교회에 찍힌 비발디는 고향 베니스를 떠나 빈에서 새로운 시작을 꿈꿉니다. 그러나 믿었던 샤를 6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일이 꼬이는 바람에 일자리도 제대로 구하지 못한 체 빈곤하게 살다가 빈에서 63세의 나이에 숨을 거둡니다. 비발디가 죽는 순간 안나가 곁에 있었다고 하니 둘의 관계를 의심할만 합니다.

 

안토니오 비발디, 세속신부 - 비발디의 사망 기록

 

 저는 수많은 작곡가들 중 슈만과 클라라, 말러와 알마의 사랑이야기가 기억에 남지만 <클래식이 알고 싶다-고전의 전당편>에서 만날 수 있는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 찾기가 가장 인상 깊은 사랑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신분과 나이 차이 등으로 인해 베토벤은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하지만요. 

 베토벤은 교회나 귀족에 얽매여 종속 음악가로 살았던 이전 음악가들과 달리 스스로 삶을 개척해나간 자유 음악가로 살았기 때문에 음악가도 귀족과 동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피아노 레슨을 해 주던 귀족의 자제들과도 사랑에 빠지는데요. 요제핀 브룬스빅,  줄리에타 귀차르디, 테레제 브룬스빅, 테레제 말파티 등과 사랑을 나누지만 신분 차이와 성격, 베토벤의 귓병 문제 때문에 헤어지고 맙니다. 저희 두 딸도 종종 집에서 피아노로 연주하는 <엘리제를 위하여>의 주인공이 누군인지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고, 베토벤 사후 그의 서랍에서 발견된 연필로 쓴 3통의 편지 속 '불멸의 연인'이 누구인지도 후대 연구가들의 관심거리라고 합니다.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베토벤은 안정된 결혼 생활을 꿈꾸지만 신분의 차이를 떠나 애인이 있거나 이미 결혼한 여인들을 사랑합니다.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을 했기에 그에 따른 고통도 필연적으로 뒤따랐는데요. 그런 내재적 갈등들을 음악에 풀어냈기에 우리가 지금 베토벤의 빛나는 명곡들을 만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불멸의 연인'이 누구인지는 하늘에 있는 베토벤만이 알고 있겠죠.

 

            언제나 당신의, 언제나 나의, 언제나 우리의, 

                                          루트비히 - 베토벤의 편지 중에서 

 


 

 요즘은 클래식 책 속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가 없으면 아쉬울 정도입니다. <클래식이 알고 싶다-고전의 전당편>에서도 QR코드를 통해 작곡가들의 주요 음악을 감상할 수 있어서 독서를 하며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작곡가의 이야기가 끝나는 마지막 장마다 클래식 대화가 가능해지는 작곡가의 키워드 10과 저자가 엄선한 꼭 들어야 할 작곡가 추천 명곡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책 속 내용을 되짚어 보며 작곡가의 대표 명곡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책 중간 중간에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알찬 음악 정보들을 알려주는 "래알깨알"은 클알못 탈출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진부한 표현이지만 깊어가는 가을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형형색색 물들어 가는 단풍을 틈틈이 바라보며  <클래식이 알고 싶다-고전의 전당편>을 읽으니 클래식 세계에 더욱 깊게 물드는 시간이었습니다.

 클래식에 관심이 있지만 왠지 어렵다는 생각을 가진 이 땅의 수많은 클알못들이 <클래식이 알고 싶다-고전의 전당편>을 통해 클래식 음악과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3년 전 클알못이었던 제가 1편 <클래식이 알고 싶다-낭만살롱편>을 만나 클래식과 친해진 것처럼 말이죠.

 


 

내게 있어 죽음이란, 더 이상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지 못하는 것이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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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100가지 방법 | 우수 리뷰 2022-06-1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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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 볼까?

김중혁 저
자이언트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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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반복되고 단조로운 하루를 새롭고 신나는 하루로 보낼 수 있도록 김중혁 작가의 100가지 비법이 담겨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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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침 6시.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새벽에 잠을 설쳐서 그런지 기분이 별로다. 5점

2. 아침 8시. 오전 중에 급히 처리할 업무 때문에 조금 이른 시간 사무실에 도착. 탕비실에 있는 캡슐커피머신으로 얼음을 둥둥 띄운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니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7점

3. 오전 10시. 오전까지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어서 마음만 급하다. 6점

4. 정오(12시). 점심식사로 바지락 가득한 봉골레 쉬림프에 채소와 스테이크가 잘 어우러진 샐러드를 먹으니 오전 내 쌓인 피로가 싹 가신다. 8점

 

 김중혁 작가의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볼까?]를 읽고 책 속 "하루하루를 신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 100가지" 중 '오늘 하루의 기분 그래프를 그려 보자'라는 방법을 골라 지난 주 평일에 2시간마다 기분 그래프를 그려보고 그 중 오전 기분 점수를 옮겨봤다. 

 특별한 것도 없는데 신기하게도 김중혁 작가가 알려주는 방법(작가는 1시간마다 알람을 울리게 해서 기분이나 마음을 적어보라고 했는데 나는 2시간마다 기분 점수를 적었다)을 따라해 보니 평범하고 단조로운 하루가 새로운 하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볼까?]는 매일 반복되는 단조로운 "하루"가 아니라 낯설고 새로운(창의력이 샘솟는)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소설가 김중혁 작가가 전하는 100가지 방법을 다룬 에세이다. 프롤로그에 해당되는 "이 책을 사용하는 방법" 중에서 김중혁 작가가 이 책을 쓴 이유가 나온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다른사람임을, 그래서 삶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를 매일매일 이해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나 역시 날마다 그런 사람이고 싶어 이 책을 썼다. - p. 9

 

 책은 목차가 있지만 김중혁 작가가 한 인터뷰에서 '책을 읽기 전에 목차를 읽지 말라'고 했듯이 목차가 큰 의미가 없는 책이다. 그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해당 페이지에 나온 방법을 하루동안 따라해 보면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정도는 아니더라도 창의력이 샘솟는 것을 느끼게 된다. 참고로 책에 나온 100가지 방법 중 나와 맞지 않는 방법은 굳이 따라할 필요는 없으니 그냥 건너뛰시길...

 

 책에서 김중혁 작가가 전하는 '하루하루를 신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 100가지'를 하나 하나 다 리뷰에 담고 싶지만 지면 관계상 100가지 방법 중 기억에 남는 방법 몇 가지만 리뷰에 옮겨 본다.

 

책을 찢어서 벽에 붙이자 - p.38 ~ p.40

 독서를 할 때 책에 밑줄 대신 포스트잇(플래그)을 붙일 정도로 책을 소중히 아끼는 내게는 안 맞는 방법이라 그냥 건너뛰었지만, 책을 목적이 아닌 도구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해 볼만한 방법이라 생각이 든다. 김중혁 작가는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은 안을 들여다볼 수 없지만 붙여 놓은 책은 매일 지나다니면서 볼 수 있다.'며 책상 위에 내셔널지오그래픽 화보집에서 오려 낸 사진 한 장 덕분에 단편 소설 하나를 쓰게 됐다고 한다. 나처럼 책에 밑줄조차 긋지 않는 사람이라면 책 2권을 주문해서 한 권은 소장용으로 보관하고 남은 한 권으로 책을 가감히 찢어서 벽에 붙여보는 것은 어떨까?

 

눈을 감고 지구본에서 나라 하나를 찍은 다음, 여행을 떠나 보자 - p.62 ~ p.63

  가장 인상 깊었던 방법 중 하나가 '눈을 감고 지구본에서 나라 하나를 찍은 다음, 여행을 떠나 보자'이다. 하늘길이 열렸지만 아직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고 항공료도 크게 올라 해외여행에 대한 부담이 있으니 눈을 감고 지구본에서 나라 하나를 찍은 다음 나만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은 생각 같다. 김중혁 작가는 최근 콰테말라를 여행했다고 한다. 과테말라 국기를 태블릿에 띄워 두고 집 안 온도를 17도(과테말라의 온도라고 한다)로 맞춘 다음 과카몰리(과테말라 사람들이 많이 먹는 음식)를 먹으면서 과테말라 음악을 들으며 국내에 번역된 콰테말라 작가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의 책(바로 주문해서)을 읽었다고 한다. 집에 지구본이 없다면 인터넷에서 구글 지도창을 열어놓은 후 눈을 감고 마우스로 클릭해 보는 걸 추천해 본다(참고로 나는 바다에 연속으로 빠지다가 간신히 나라 하나를 찍었는데 아프리카의 '기니'를 찍어서 나만의 여행을 아직 떠나지 못 하고 있다).

 

집에 있는 가구의 위치를 바꾸어 보자- p.167 ~ p.168

  작년에 돌아가신 장인어른께서 생전에 집 안 가구의 위치를 자주 바꾸셨다. 처가댁에 갈 때마다 가구나 가전 제품의 위치가 바뀐 것을 보며 한 번 가구 위치를 결정하면 잘 바꾸지 않는 나는 매번 처가댁에 갈 때마다 놀라곤 했다. 작가 김중혁은 집에 있는 가구의 위치를 바꾸어보면 예전에 보지 못했던 풍경이 보이고 사소한 움직임만으로도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집 안의 사물 위치 바꾸기는 여행과 흡사하다. 여행이란 내 마음의 풍경들을 재구성하기 위해 떠나는 모험이고, 위치 바꾸기는 내 시선을 재조정하기 위해 벌이는 여행이다.' - p.168

 여전히 나는 한 번 가구 위치를 결정하면 잘 바꾸려 하지 않지만, 장인어른의 성격을 빼닮은 아내와 함께 사는 사람인지라 지난 주말에도 아이 방의 서랍장을 안방으로 옮기는데 짐꾼 노릇을 했다.

 

 이 밖에도 김중혁 작가는 '예스 데이'와 '노 데이'를 만들어 보자(p.25), 타임 랩스 영상을 찍어 보자(p.50), 무인도에 가져갈 책 한 권을 골라 보자(p.93), 집 안에 핸드폰 금지 구역을 만들어 보자(p.110), 무엇이든 외워보자(p.169), 하루종일 바흐의 음악만 들어 보자(p.211) 등 하루를 새롭게 보내며 나도 모르게 창의력이 떠오르는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연초부터 바쁜 나날을 보내며 매일 반복되고 단조로운 하루에 지쳐가는 내게 "하루"가 새롭고 낯설 수 있다는 것을,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볼까?]를 읽으며 깨닫게 되었다. 하루가 쌓여 삶이 되는데, 매일 반복되고 단조로운 하루를 새롭고 신나는 하루로 보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김중혁 작가의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볼까?] 읽기를 추천해 본다. 분명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리뷰를 마무리 하며 다가오는 주말에는 주로 사용하는 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하루를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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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최고의 작곡가 차이콥스키 | 우수 리뷰 2021-09-2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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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차이콥스키

정준호 저
arte(아르테) | 2021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그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차이콥스키의 삶과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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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콥스키 하면 떠오르는 음악이 뭐냐고 물어본다며 클래식 음악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도 <백조의 호수>나 <호두까기 인형> 등 발레곡이 떠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어릴 때부터 그림동화책이나 애니메이션으로 차이콥스키의 발레 작품들을 많이 접해왔기에 클래식 음악과 친하지 않았던 몇 년 전이었다면 앞서 언급한 발레곡들을 차이콥스키 하면 떠오르는 음악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클래식은 나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듣는 음악이라고 치부하며 오랫동안 클래식 음악과 무관한 삶을 보내다가 몇 년 전 우연한 기회에 클래식 음악 전문 라디오에서 들은 피아노곡 덕분에 클래식에 입문하게 되었다. 클래식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클래식 대중서에서 알려주는 주요 작곡가들의 대표곡 위주로 들으며 클래식 소양을 조금씩 넓혀 나갔고 러시아의 대표 작곡가 차이콥스키도 다른 작곡가들처럼 사람들이 제일 많이 듣는다는 <피아노협주곡 제1번>이나 <바이올린 협주곡>, <교향곡 제5번>, <교향곡 제6번> 등을 주로 들었다.

 

 차이콥스키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주요 대표곡 몇 곡과 그동안 읽었던 클래식 대중서를 통해 알게 된 단편적인 지식들이 전부였는데 이번에 차이콥스키의 생애와 음악 세계를 알 수 있는 좋은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은 "내 인생의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이라는 타이틀로 문화예술계 거장들의 자취를 찾아 떠나는 것으로 유명한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에서 27번째로 나온  [차이콥스키]이다.

 


 

  [차이콥스키]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특징답게 차이콥스키가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붓킨스크를 시작으로 10여년 간 음악교수로 지내며 음악적 기틀을 마련한 모스크바, 작곡의 안식처 우크라이나 카미안카, 유럽도시 중 가장 많이 찾았던 프랑스 파리 등 차이콥스키의 발자취를 따라 그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음악 칼럼리스트인 정준호가 독자들에게 생동감 있게 전해 주고 있다.

 

[죽음]

 차이콥스키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차이콥스키의 죽음과 관련된 미스터리를 알고 있을 것이다. 차이콥스키는 마지막 작품인 <교향곡 제6번 "비창">을 직접 초연한 후 9일 만에 세상을 떠났는데 공식적인 사인으로 끓이지 않은 물을 마셔서 당시 유행하던 콜레라로 죽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콜레라가 아닌 차이콥스키의 동성애가 원인이 되어 독약인 비산을 먹고 명예 자살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 차이콥스키의 죽음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이루어졌기에 그의 죽음은 앞으로도 계속 논란거리로 남을 것이다.

 

 차이콥스키의 탄생이 아닌 죽음을 리뷰 첫 키포인트로 시작한 것은 차이콥스키 죽음의 논란거리 중 하나였던 동성애 성향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었기 때문이다(차이콥스키는 죽을 때까지 동성애자라고 공식적으로 표명한 적은 없다).

 차이콥스키는 1840년 러시아의 붓킨스크에서 태어나 광산 책임자였던 아버지 덕분에 프랑스인 가정교사가 있을만큼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현재 박물관이 된 사택에는 살림집 주위로 마구간, 마부 처소, 하인 집, 온실, 두 채의 여름 별관이 있다고 한다). 당시 프랑스인 가정교사에 말에 의하면 차이콥스키는 사소한 일에도 몹시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어린 시절 감수성이 예민했던 14살 차이콥스키에게 사랑하는 어머니를 콜레라로 잃게된 것은 큰 충격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여기에 당시 러시아는 사촌끼리의 결혼도 가능했고 동성애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유연한 시대였기에 차이콥스키는 동년배의 이모나 삼촌, 친구들을 향해 좋아하는 감정이 싹틀 정도로 자연스럽게 동성애적 성향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동생뿐만 아니라 논란거리 중 하나인 그의 죽음과 연관된 조카도 동성애 성향이 있었고 굳이 이름은 나열하지 않겠지만 차이콥스키의 친구들 중 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차이콥스키는 젊은 시절 결혼을 약속했을 정도로 사랑했던 여성도 있었고(후에 안토니나 밀류코바와의 결혼은 큰 고통을 주지만) 그의 작품세계에 없어서는 안 될 후원자였던 폰 메크 부인과 오랫동안 이어져 온 우정(플라토닉 사랑으로 보인다) 등을 비춰볼 때 그는 친구, 가족, 지인 등 자신과 관계된 모든 사람을 사랑했던 다정다감한 사람이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니 후대에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명곡들을 남기지 않았을까?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한 장면, p.238 ~ 239]

 

[작품 세계]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큰 소득이라면 기존에 알고 있던 차이콥스키의 대표곡들뿐만 아니라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 발레 <백조의 호수> 등 차이콥스키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알게 된 것이라 하겠다. 차이콥스키는 살아생전 모차르트, 푸시킨, 셰익스피어 등에게 큰 영향을 받으며 작품을 써내려갔는데 푸시킨의 작품 가운데 <예브니겐 오네긴>, <폴타바>, <스페이드의 여왕>을 오페라로 만들었고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환상 서곡으로 만들었다. 특히 푸시킨의 작품으로 만든 <예브니겐 오네긴>을 통해 당시 변방에 머물러 있던 러시아 음악을 서유럽 세계에 널리 알리게 된다.

 <예브니겐 오네긴>에서 권총 결투로 극 중 주인공인 렌스키가 헛되이 목숨을 잃는데 원작자인 푸시킨 또한 아내 나탈리아 곤차로바와 염문이 있었던 프랑스 장교 당테스와의 명예를 건 권총 결투에서 허무하게 목숨을 잃게 된다. 저자와 작품과의 운명적인 이야기에 차이콥스키의 아름다운 음악들로 만들어진 오페라 <예브니겐 오네긴>이 당시 큰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아울러 <예브니겐 오네긴>은 차이콥스키에게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작품으로 남게 된다. 

 한편 책에서는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예브니겐 오네긴>을 비롯해 <차로데이카>, <마제파>, <체레비츠키> 등 작품들의 상세한 줄거리를 만날 수 있어서 혹시 나중에 차이콥스키의 오페라를 관람할 기회가 생긴다면 더욱 공연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차이콥스키를 후원한 나데즈다 폴 메크 부인, p.115]

 

[폰 메크 부인]

 친애하는 표트르 일리치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제 위촉을 그리 빨리 들어주시다니요. 선생님 작품이 제게 주는 황홀감을 말씀드려 보아야 부질없고 부적절하겠죠. 선생님께서는 저 같은 음악 문외한보다 훨씬 중요한 분에게 더한 찬사와 존경을 받는 데 익숙하실 테니까요. 아마 우스우실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어이없어 할 만한 일을 하고 참을 수 없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만족합니다. 선생님 음악이 제 삶을 위로하고 즐겁게 해 주었다고 믿어 주십사 부탁드릴 수 있으니까요.

-1876년 12월 30일, 나데즈다 폰 메크가 차이콥스키에게 보낸 편지 중, p.114

 

 장장 14년에 걸쳐 이어온 예술가 차이콥스키와 후원자 폰 메크 부인과의 수백 통에 달하는 편지 왕래의 첫 시작을 알리는 편지다. 차이콥스키에게 후원자 폰 메크 부인이 없었더라면 후기 수많은 걸작들(바이올린 협주곡, 교향곡 제4번, 제5번,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은 탄생하지 못 했을지도 모른다. 역사에 가정이란 없지만, 만약 모차르트와 슈베르트가 폰 메크 부인 같은 후원자를 만났더라면 가난에 시달리다가 요절하지 않았을테고 더 많은 명작들을 우리에게 남겼을 것이다.

 아무튼 차이콥스키는 6000루불이나 되는 상당한 금액을 폰 메크 부인에게 연금식으로 받게 되면서 모스크바음악원의 교수직을 그만두고 작품 창작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차이콥스키는 14년 동안 후원을 했던 폰 메크 부인과는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수 백통의 편지를 주고 받으며 정신적 사랑을 이어갔지만 백만장자 미망인 후원자와 아홉살이나 어린 천재 예술가(거기에다 동성애자였던)와의 실제 만남은 감당한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할 것이라는 걸 서로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아마도 폰 메크 부인은 공연장 한 편의 좌석에 앉아 직접 작품을 지휘하며 초연하던 차이콥스키를 멀리서나마 응원하지 않았을까?

 14년간 쌓아온 둘의 우정은 폰 메크 부인의 갑작스런 후원 중단으로 끝을 맺는다(딸의 결혼과 부인의 철도 사업이 난관이 부딪힌 것이 이유라고 전한다). 폰 메크 부인이 갑작스런 후원 중단에 차이콥스키는 다음과 같은 편지로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과장하지 않고, 당신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단 1분도 잊지 않겠습니다. 저 자신을 생각할 때 언제나 어쩔 수 없이 당신이 떠오릅니다.

 당신 두 손에 입을 맞춥니다. 알아주세요. 아무도 (당신처럼) 저를 이해하지 못했고, 누구도 (저처럼) 당신의 슬픔을 나누지 못합니다. 

                                                                                            - 당신의 P. 차이콥스키, p.258

 

 운명의 장난인지 러시아에서 저자 정준호가 차이콥스키의 발자취를 찾는 여정에 큰 도움을 준 이가 차이콥스키의 후손인 데니스 폰 메크였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차이콥스키의 여동생인 알렉산드라의 딸 안나 다비도바와 폰 메크 부인의 아들 니콜라이 카를로비치가 결혼을 해서 자손을 낳았는데 데니스는 이 부부의 후손이라고 한다. 
 

 독서 중 인상깊은 내용을 키포인트로 정해서 두서없이 리뷰를 썼지만 책은 차이콥스키의 생애를 일대기 순으로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해 주고 있어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차이콥스키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유익한 독서였다. 클래식에 입문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아직 많은 작곡가들을 만나지는 못 했지만 [차이콥스키]를 읽은 지금 내가 만난 작곡가들 중 최고의 작곡가는 차이콥스키라고 말하고 싶다. 추석 연휴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사상 최대인 3,000명이 넘었다고 한다. 바깥 나들이 하기 좋은 화창한 가을이 왔건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음편히 나들이하기 어려워질 것 같다. 이렇게 답답한 현실에서 차이콥스키의 자취를 따라가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프랑스 파리 등을 돌아볼 있는 클래식 클라우드의 [차이콥스키]를 읽으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찾는 것은 어떨까? 물론 차이콥스키의 대표곡인 <바이올린 협주곡>이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등을 함께 들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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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시리즈는 다 이유가 있다. | 우수 리뷰 2021-01-29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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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철학 365

최훈 저
비에이블 | 2020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양과 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입문교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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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부터 취미란에는 꼭 독서는 포함될 정도로 독서량과는 상관 없이 책을 가까이 하려고 노력 했다(딱히 취미라고 할 만한게 없기도 했지만). YES24에서 지난해 YES24와 함께한 나의 독서 라이프를 그래프 등으로 알기 쉽게 알려 준 적이 있다. 그동안 YES24에서 활동한 여러 통계 내용을 확인하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하나 있었는데 구매금액이 상위 2%라는 결과였다(수치 오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마도 내가 구입한 책보다는 아이들을 위해 사준 책들이 구매금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을 것이다. 아무튼 아이들 책들을 빼고 그동안 구입한 책들의 면면을 살펴 보면 주로 좋아하는 분야에 편중되어 있는데, 예전에 도서정가제 시행 직전 정가보다 대폭 할인된 철학책을 보고 독서 편식을 해소하고자 하는 마음에 구입해서 철학책 읽기에 도전 한 적이 있다. 철학 문외한이라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대폭 할인에 눈이 멀어 덥썩 구입한 두꺼운 철학책. 첫 몇 페이지는 그런대로 읽어나갔지만 곧 어려운 철학 용어들의 출현에 유체이탈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책을 덮었다 다시 펼치기를 몇 번을 반복하다가 끝내 책장 인테리어 소품으로 자연스럽게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철학책은 거실 중앙 책장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집에 찾아오는 손님들의 시선을 끌며 나름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두꺼운 철학책은 다른 용도로도 사용이 가능한데 다른 용도는 각자 상상에 맡긴다).

 

 이런 전력이 있기에 철학에 "철"자만 들어 있어도 어렵다는 생각에 철학책들은 애써 외면 했다. 그렇게 철학과 담을 쌓고 지내던 얼마 전 데이비드 흄에 대한 책(이 책도 좋아하는 시리즈에서 나온 책이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것이다)을 읽게된 후 철학에 조금씩 관심이 생기던 차에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철학365]가 눈에 들어왔다.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시리즈는 앞서 한국사, 미술사를 통해 많은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온 예술 입문서로, 바로 전에 출간되었던 미술사를 재미있게 읽었기에 "철"자가 들어있는 철학책임에도 불구하고 시리즈를 믿고 읽게 되었다.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철학365]의 저자는 형이상학, 논리학, 윤리학 등의 영역에서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좋은 논증을 위한 오류 이론 연구>, <동물을 위한 윤리학>, <논리는 나의 힘> 등 여러 책을 쓴 강원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인 최훈 교수다.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철학365] 시리즈 특징답게 날마다 가볍게 1페이지씩 365개의 철학 내용을 한 권으로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MON] 철학의 말: 철학자들의 깊이 있는 생각이 담긴 철학 속 명문장
[TUE] 용어·개념: 철학을 알고 싶다면 꼭 알아야 할 철학 용어와 개념
[WED] 철학자: 남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위대한 철학자
[THU] 철학사: 고대부터 현대까지 철학의 발전에 영향을 끼친 순간들
[FRI] 삶과 철학: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SAT] 생각법: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철학 도구와 기술
[SUN] 철학 TMI: 철학과 관련된 재미있는 발견, 다양한 콘텐츠들

 

 자신이 가장 궁금한 주제부터 읽어도 좋고,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도 좋습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생각과 지혜의 발전이 내 삶을 철학적으로 만들어주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매일 1페이지씩 읽으면서 나만의 교양 지식을 만들어보세요.

                                                                                                 - 4쪽

 


 

[MON] 철학의 말: 철학자들의 깊이 있는 생각이 담긴 철학 속 명문장

 월요일은 철학자들이 직접 또는 저술을 통해 남긴 명문장들을 주제로 문장 속에 담긴 의미에 대해 이야기 한다.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속 문장을 통해 현재 우리가 정보의 홍보 속에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가짜 뉴스에 속지 않는 법(44쪽)을 이야기 하거나, 흄의 <인간의 이해력에 대한 탐구> 속 문장을 통해 의미 있는 인간의 지식은 수학 또는 논리학의 명제이거나 감각 경험으로 알 수 있는 경험적인 명제들로 나누어진다는 흄의 포크(114쪽)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밖에 베이컨의 <신기관>을 통해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명언인 "아는 것이 힘이다."에 대해 이야기한다(268쪽).

 

 첫날 월요일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속 문장을 통해 "철학의 시작은 놀라움"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놀라움, 즉 궁금한 것을 보고 자신의 무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학문(철학)을 시작한다는 이야기인데, 지금은 누구나 다양한 경로로 쉽게 학문을 접할 수 있지만 고대에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 문장을 빌리자면, "삶에 필요한 것들과 편리함과 여유 있는 삶을 위한 것들이 거의 모두 마련한 뒤에 그런 종류의 지혜가 탐구되기 시작한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고대(우리의 경우 조선시대를 보면)에는 노예나 노비들의 생산 활동이 뒷받침해 주었기 때문에 지식인들의 학문 활동이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고대와 시대적 상황이 바뀌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생산 활동을 하는 사람의 세금으로 국가가 학문을 지원해준다는 말로 저자는 마무리 한다. 

 요즘 연말정산 시즌이라 1년동안 낸 세금을 얼마나 돌려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많은데 내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며 매달 꼬박꼬박 낸 세금들이 바탕이 되어 학문을 지원해준다고 생각하니 그나마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 곳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그건 그렇고 올해는 작년보다 세금을 많이 환급 받았으면 좋겠다).

 


 

 [WED] 철학자: 남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위대한 철학자

 

 수요일은 철학자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짧은 한 페이지에 다루고 있지만 정말 다양한 철학자들을 만날 수 있다. 책 속 표지 주인공인 프리드리히 니체(53쪽)를 비롯해 현대 정치(공산주의 국가 탄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지만 의외로 낭비벽이 심했다는 카를 마르크스(59쪽), 최고의 교육론 "에밀"을 썼지만 다섯 아이를 키울 돈이 없다는 이유로 낳자마자 고아원에 보내 지탄을 받았던 장 자크 루소(95쪽), 철학사 전체에서 가장 위대한 철학자로 뽑혀도 손색이 없는 이마누엘 칸트(102쪽), 노예 철학자 디오게네스(123쪽), 여성 철학자로 상징적 인물인 히파티아(137쪽), 서양 중세를 대표하는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179쪽), 나치 부역의 과오가 평생 따라다녔던 마르틴 하이데거(249쪽), 자유 지상주의자 로버트 노직(333쪽), 한국 출신의 미국 철학자 김재권(347쪽) 등 철학자들의 사상 뿐만 아니라 기억해 둘만한 개인사도 다루고 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르네 데카르트(32쪽)는 서양 근세 철학을 연 철학자이면서 함수 좌표계를 도입한 수학자로도 유명하다. 이런 데카르트가 천성이 게으르고 몸이 약해서 침대에서 밤늦게까지 누워 사색하고 글을 썼다는 사람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도 군대 시절에 난로 안에서 꼼지락거리다가 꿈을 꾼 결과 생각해 낸 말이라고 한다.

 누워 사색하기를 좋아했던 데카르트는 1649년 스웨덴의 크리스티나 여왕의 초청을 받고 스웨덴으로 가서 여왕의 가정 교사로 일했으나 다음 해에 죽고 말았다. 부지런한 여왕 때문에 새벽 5시에 수업을 해야 했는데 천성에 맞지 않는 갑작스런 생활 변화와 스웨덴의 추운 날씨가 데카르트 죽음에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위대한 철학자의 죽음으로써는 허망하기까지 하다.

 

 데카르트는 난로 안(난로가 있는 방 또는 주택에 난방을 목적으로 하는 방)에 들어가 철학적 사색을 즐겼다고 하는데 추운 겨울날 난로 앞은 사색 즐기기에는 딱 좋은 자리 같다(그런데 난로하면 군밤이나 군고구마가 생각 나는 건 뭐지...).

 


 

 

[SUN] 철학 TMI: 철학과 관련된 재미있는 발견, 다양한 콘텐츠들

 

 7개의 주제 모두 유익하고 흥미롭지만 특히 내게는 일요일에 만나는 철학과 관련된 재미있는 발견, 다양한 콘텐츠들이라는 철학 TMI가 아무래도 가장 흥미로웠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이 자주 외친 "지금 이 순간을 잡아라"라는 카르페 디엠(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시 구절에 있다)을 통해 쾌락주의와 욜로족의 생활철학을 이야기 하고(71쪽),  스웨덴의 철학자 닉 보스트롬의 주장을 통해 현재 우리가 사는 현실이 영화 <매드릭스>가 연상되듯 미래의 후손들이 조상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알기 위해 정교하게 만든 가상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주제(우리가 사는 세상이 가상 현실이라면)로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간다(141쪽).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철학 전공자들이 다른 인문학 전공자보다 양질의 직장에 취업하고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철학을 전공해야 하는 이유(211쪽)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시중에 나오는 우리나라 담배 이름이 하나같이 철학 개념(철학적 담배)이라는 흥미로운 사실을 이야기 해준다(274쪽). '레종', '더원', '타임', '디스', '에쎄' 등의 담배에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가장 위대한 철학자는 누구일까? 2005년 영국 BBC 라디오의 <In Our Time>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청취자에게 가장 위대한 철학자를 물었는데 3만 명이 참여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1. 마르크스 2. 흄 3. 비트겐슈타인 4. 니체 5. 플라톤 6. 칸트 7. 아퀴나스 8. 소크라테스 9. 아리스토텔레스, 10. 포퍼

 영국에서(또는 근방) 오랫동안 살았던 철학자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영국적인 결과이지만 1위인 마르크스(27.93%)가 2위인 흄(12.67%)보다 갑절이 넘었다고 한다. 마르크스가 철학자로서도 위대하지만 역사에 끼친 영향(지구상의 1/3을 공산주의 국가로 만들었다)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이 외에 미국의 철학자 브라이언 라이터가 2017년 철학 소식을 전하는 블로그에 가장 중요한 서양 철학자를 묻는 투표에서(주로 철학 전공자가 투표) 1. 아리스토텔레스 2. 플라톤 3. 칸트 4. 흄 5. 데카르트 6. 소크라테스 등의 순으로 나왔고, 영국의 철학자인 데이비드 에드먼즈와 나이절 워버턴이 철학 교수들과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는 누구냐고 물어봤는데 20%가 데이비드 흄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아마 누구에게나 친절했던 성격에 요리도 잘한(외모도 친근하다) 모습에 철학자들도 흄이라는 철학자에게 호감이 갔을 것 같다. 

 철학 문외한인 내게 누군가 위대한 철학자를 물어본다면(물어볼 사람도 없겠지만) 그저 이름만 간신히 알고 있는 철학자의 이름만 몇 명 대답하고 말텐데(1위는 당연히 데이비드 흄.ㅎ) 책에서 소개한 위대한 철학자 순위를 참고해서 그 철학자들의 사상과 삶에 대해 알아간다면 좀 더 자신있게 위대한 철학자 순위에 대해 나름의 이유를 대며 대답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철학365]의 7개 주제에 대해 일일이 다 소개하고 싶었지만 리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7개 주제 중 관심 있게 읽었던 주제를 중심으로 리뷰를 썼다. 이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책의 의도대로 매일 주제별로 한 페이지씩 1년간 읽는 것이 제일 좋지만 궁금하고 흥미로운 주제를 먼저 읽어도 좋다. 철학은 왠지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하루 1페이지씩 부담없이 다양한 주제로 철학을 접할 수 있는 입문 교양서인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철학365] 읽어보기를 철학 문외한이지만 이 책 덕분에 철학에 관심이 생긴 한 사람으로서 적극 추천해 본다. 보통 양과 질을 다 잡기 어려운데 이 책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시리즈는 다 이유가 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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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위로를 전해주는 물건에 대한 이야기 | 우수 리뷰 2020-12-17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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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물건이 건네는 위로

AM327(김민지) 저
미래의창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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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색감의 그림과 다정다감한 글이 매력적인 31개 물건이 건네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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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각 사각.... 회사에서 종종 풀리지 않는 일을 만나면 즐겨쓰는 연필을 꺼내들어 A4 용지나 업무 수첩에 무작정 쓰기 시작한다. 앞으로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할 지 생각나는대로 연필을 쓰다보면 당장 해결책이 나오지 않더라도 걱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내게 연필은 위로를 건네는 물건(존재)이다. 이렇게 위로를 건네는 물건이 있는가 하면 추억이 담겨 있어 차마 버리지 못하는 오래된 물건들도 있다. 넘길 달력도 더 이상 없는 12월. 저마다 있는 듯 없는 듯 자기 자리를 지키며 나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물건들을 되돌아보게 해 주는 책을 만났다.

 

 여기 31개의 물건에 대해 쓴 에세이가 있다. 프리랜서 상업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이야기를 그리는 작가인 AM327(김민지)가 쓴 [물건이 건네는 위로]다. 저자는 곁에 있는 사물을 지긋이 바라봤을 때 물건과 나 사이의 사연을 자신에게 가장 큰 목소리로 읊어대는 것부터 골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책은 글의 성격에 따라 세가지로 분류해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데 따뜻한 색감의 그림과 다정다감한 글이 매력적이다.

 

 

"서른한 개의 이야기가 결국은 모두 유쾌하게 귀결되었다. 물건마다 각각의 사연이 있고 애틋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것들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어제를 돌아보는 녹진한 시간을 보냈다. 물건에 관해 이야기하며 살핀 것은 결국 내 마음의 안위였다. 물건의 자취를 쫓다 보니 나와 더 애틋해진 기분이다(프롤로그 중에서, 6 ~ 7쪽)." 

 

 

1장 추억은 오늘이 된다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에 대한 기록 갈색 가죽 다이어리(12쪽), 머리가 복잡하거나 우울한 날 주문을 외우며 버리고, 닦고, 털어내는데 큰 역할을 하는 물걸레 청소기(17쪽), 순수했던 연애 시절을 기억하게 만든 핸드드립 세트(20쪽), 물건과도 인연이 있다고 믿는 저자의 반려견 민구와 강아지 이동가방에 대한 이야기(47쪽), 라탄 이불털이를 통해 남매를 홀로 키워낸 엄마의 모진 세월을 읽어내려가는 이야기(51쪽) 등 1장에서는 바라만 봐도 잊지 못할 추억이 생각나는 물건 9개를 담아내고 있다.

 

 책의 첫 시작을 알리는 물건이 갈색 가죽 다이어리인 것을 보면 저자에게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물건이 다이어리인가보다. 그 이유를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데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에서 엄마의 흔적을 느끼고 다음날 고개를 숙인 채 아침밥을 먹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좋아하는 아이돌의 잡지 사진으로 덕지덕지 붙인 일명 '덕질 전용' 일기장을 썼다는 이야기로 이어간다. 대학생 시절  남이 시키지 않았는데도 양장 다이어리를 스케줄로 빼곡히 채우며 뻔한 내일의 학교생활도 설레었던 스무살을 추억하는 저자는 하얀 박스 속에 옹기종기 모여 잠자고 있는 자신의 과거 다이어리 역사를 이야기 한다. 요즘에는 두꺼운 가죽 다이어리에 속지로 자신이 원하는 TO DO LIST와 무지 노트를 사용하고 있다는데 여기에서 인상깊은 저자의 다이어리 활용법을 만나게 된다.

 매일 자기 전 그날의 감사한 일 세 가지를 적는다는 저자는 얼마 전 감기로 고생했던 날의 페이지에 이렇게 적었다.

 

 바쁜 일이 끝나고 아파서 다행이니 상황에 감사합니다.

 아파도 바로 병원에 갈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합니다(15쪽).

 
 저자처럼 매일 자기 전 그날의 감사한 일 세 가지를 찾아서 다이어리에 적는다면 단조롭고 평범한 일상이 감사하고 소중한 하루로 변할 것이라 생각이 든다. 다이어리 이야기를 읽다보니 입사 후 몇 해 동안 열심히 쓰던 다이어리가 생각난다. 속지를 갈아끼우던 작은 다이어리였는데 결혼 후 본가 내 방 상자에 넣어놨다가 이사를 하면서 자취를 감추었다(아내에게 보이기 민망해서 내가 버렸나?). 지금 다시 다이어리를 읽으면 손발이 오그라들테니 사라진 게 다행이라 생각도 들지만 그 시절 나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 것 같아서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용돈을 받아쓰던 스무 살 대학생 시절 두 살 터울에 가난한 뮤지션이었던 남자와 연애를 한 저자는 더치페이를 정확히 하지는 않았지만 서로 눈치껏 한 사람이 밥을 사면 한 사람이 디저트를 사는 연애를 한다. 하루는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 가게 되는데 당시까지 커피는 까맣고 쓴 물 정도로 여기며 커피숍에 갈 일이 없었던 저자는 가난한 음악인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가장 싼 가격의 커피를 찾아 주문을 하는데 그 커피가 "에스프레소"였다고 한다. 남자친구의 커피도 못 마시는 네가 저걸 어떻게 마시겠느냐는 물음에 '가끔 마실 때도 있다'며, 태연히 시키며 입술을 적신 에스프레소의 쓰디쓴 사약 맛이 아직도 혓바닥이 기억할 정도 강렬했다고 한다. 그 후 저자는 15년째 에스프레소는 장난이라도 입에 댄 적이 없지만 요즘 매일 한 잔 이상의 커피를 핸드 드립으로 즐긴다. 당시 풋풋했던 연애 시절을 떠올리며.... 

 

 쓴맛은 쉽게 잊기가 힘들다. 그렇지만 순수했던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는 일은 즐겁다. 삶의 모든 과정이 달콤하지만은 않듯이 쓴맛 사이에서 발견하는 단맛, 신맛, 부드러운 맛들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진다(23쪽).

 

 저자의 에스프레소 이야기에 대학시절 전공 교수님이 문득 떠오른다. 당시 나와 동기 몇 명을 아껴주시던 교수님은 늘 용돈이 부족했던 우리의 처지를 아셨는지 학교 근처 중국집에서 중국요리를 자주 사 주셨고 종종 연구를 위해 타지역에 방문할 때 우리를 데리고 가셨다. 때로는 교수님과 커피숍을 가기도 했는데 교수님은 손가락이 들어가기에도 벅찬 작은 미니어쳐 같은 잔에 나온 에스프레소를 자주 시켜 드시곤 했다. 무조건 양 많은게 최고라고 여기던 그 시절 나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들" 속 난장이들이 마실만한 작은 잔에 담긴 커피를 마시는 교수님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도 작은 잔에 나오는 에스프레소는 돈이 아까워서 마시지 않지만 가끔 TV 프로나 커피숍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사람을 보게되면 졸업 후 몇 번 안부를 묻다가 연락이 끊긴 교수님이 떠오르곤 한다. 교수님은 정년 퇴임하신 후 잘 지내고 계시겠지? 대학 졸업 후 에스프레소처럼 쓰디쓴 인생 경험을 하며 이제는 당당하게 사회의 일원으로 한 몫을 하고 있는 제자의 모습을 교수님께 보여드리고 싶다. 최근 다시 방영을 시작한 "TV는 사랑을 싣고" 특별편으로 일반인도 출연시켜 주면 안될까?

 

 

2장 관심이 태도가 되기까지

 100%의 완벽함을 가진 기성품 향수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손수 품을 들여 만든 핸드메이드 향수를 통해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기는 그 점에서 온전히 나다운 매력을 찾고(58쪽), 잠자는 것 말고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아담한 거실 작업실의 한가운데에 있는 원목 사각 테이블을 통해 가장 나다운 삶을 사는 것 같다고 느낀다(63쪽). 모양을 만들지 않고 그저 나대로 있어도 충분히 빛난다는 것을 알게 한 잔잔하게 오래가는 소박한 메탈 손목 시계(75쪽), 일상이 여행과 같았으면 하는 나의 바람을 채워주며 흔쾌히 짊어질 삶의 무게를 감당하게 하는 배낭(91쪽) 등 2장에서는 때때로 단순한 관심이나 차근차근 쌓여가던 취향이 삶을 대하는 태도가 된다며 그와 관련된 11개의 물건에 대해 이야기 한다.

 

 작년 연말 원룸보다도 활용도가 낮은 투룸에서 살던 저자는 안방이 작아 제법 큰 좌석 테이블을 들였다고 한다. 양반다리로 오랜시간 테이블 앞에 앉아 생활하던 중 잠잠하던 좌골 신경통이 도져서 겨울 내내 회복하느라 움직이지도 못하고 침대에서 우울한 나날을 보낸다. 골반의 아픔이 커질수록 이사하면 꼭 큰 테이블에 앉아 입식 생활을 하겠다는 다짐을 한 저자는 이사를 하자마자 원목 사각 테이블부터 제일 공들여서 구입을 한다.

 테이블 위에서 매일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유튜브를 보고 책도 읽는 등 잠자는 것 말고는 모든 것을 이 테이블 앞에서 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과 밖에서 보내는 시간의 균형이 인생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요소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랜 외출 후 노곤한 상태로 귀가하면 테이블 앞에 앉아 하루를 정리하고 이 다용도 테이블로 인해 집에서의 생활을 즐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30대의 한가운데로 가면 갈수록 내가 온전히 나일 수 있는 공간과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 피부로 느낀다. 나는 이 테이블 위에서 가장 나다운 삶을 사는 것 같다. 내가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불편한 압박에서 벗어나 이 공간에서 그저 나로 지내고 있다(중략, 65쪽).

 

 내게도 저자의 원목 사각 테이블만큼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못하지만 소중한 나만의 공간이 있다. 바로 안방에 있는 긴 책상이다. 결혼할 때 제일 사고 싶은 가구가 책상이었고 그만큼 오랜 발품 끝에 구입한 책상은 이사를 하면서도 방 하나에 든든히 자리 잡으며 나와의 추억을 쌓아갔다. 아이들이 자라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결국 아이들 물건들(책상 등)에 밀려 방을 내준 책상은 안방으로 오게 되었지만 아직도 내겐 소중한 공간이다. 이 책상에서 주로 퇴근 후 또는 주말에 책을 읽는다. 책상이 긴 덕분에 책상 위에 앞으로 읽을 책, 읽고 있는 책, 다 읽은 책을 순서대로 옆으로 옮길 수 있어서 내 책읽기에 한 몫을 한다. 책상 위에 쌓여있는 책들 때문에 아내에게 종종 책상을 없애야겠다는 엄포를 듣곤 하지만 이 긴 책상은 앞으로도 꿋꿋하게 내 곁에서 나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리를 지킬 것이다.

 

 

 저자의 직업 특장점 중 하나가 작업실을 그날 내키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일주일의 절반은 집, 절반은 나가서 작업을 하는데 일하러 한번 나갈라치면 챙겨야 할 도구들이 많아 가방이 무거울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가방의 무게에 어깨의 피로가 계속 쌓이면서 작업하는 장소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던 저자는 짐을 줄이는 대신, 어깨를 보호해 줄 튼튼한 가방을 찾아 가방 브랜드로 유명한 여러 매장에 가서 직접 메어보고 꾸준한 검색 끝에 작지 않은 금액에도 불구하고 자주 품절된다는 후기에 홀려 배낭 같은 튼튼한 가방 하나를 구입한다. 착용감, 수납공간, 디자인 등이 마음에 들었던 이 가방에 저자는 자연히 손이 간다고 한다. 그리고 이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집을 나서며 일을 할 수 있다는 감사함에 인생의 무게도 감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른다.

 

 일상이 여행 같았으면 하는 나의 바람을 채워주는 소중한 짐 덩이. 돌아다니며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감사한 짐 덩이. 사람들의 말처럼 이 배낭의 무게가 참말 인생의 무게라면 이를 감당할 수 있어서 다행스럽다. 오늘도 가방을 메고 삶이라는 여행길을 나선다(94쪽).

 

 그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회사 특성상 몇 번 부서 이동을 했다. 10여년 전 입사 후 5년 정도 한 부서에서 근무를 하다가 다른 부서로 인사 발령이 난 적이 있다. 당시 아내는 새로운 부서에 적응을 잘 하라며 꽤 비싼 돈을 주고 가죽가방을 하나 사주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설레임과 기대감, 새로 맡게될 일에 대한 충만한 의욕을 새로 산 가죽가방에 담고 출근을 했었다. 요즘은 책 한 권만 넣고 다니기 편한 에코백을 들고 출근할 때가 많지만 인사발령으로 다른 부서로 이동을 하게 되면 아직도 멀쩡한 가죽가방을 꺼내서 출근을 한다. 앞으로 새로운 부서 생활에 대한 설레임과 기대감, 일에 대한 충만한 의욕을 담고서....(내년 초에 인사 발령이 있다는데 가죽가방을 꺼내야 하나?)

 

 

3장 삶의 전환점에서

 결혼이란 등의 가려움을 넘어서서, 마음의 가려움을 긁어줄 노력을 함께하는 것이라며 결혼은 서로에게 바디 브러시와 같은 존재라 하고(106쪽), 남을 위한 그림을 그리느라 지칠 때면 나를 위한 그림을 그려 언 마음을 녹였다며 보고만 있어도 설레게 하는 파스텔 톤 유성 색연필을 이야기 한다(114쪽). 옷방에 넣어두었다가 작업실에서 다시 만난 스탠드를 보며 지금은 더 이상 만나지 않는 친구를 떠올리고(126쪽), 흐르는 시간에 따라 취향의 모양과 마음의 생김새가 달라져간다며 크림색 이북 리더기에 대해 이야기(131쪽) 히는 등 3장에서는 어떤 물건은 가치관에 큰 변화를 가져오거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어준다며 11개 물건에 대한 이야기 한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서 저자가 가장 먼저 집에 들여놓은 것이 장 스텐드였다고 한다. 방 안 가득 노란 불빛으로 쓸쓸하던 서울 생활을 따뜻하게 위로하던 장 스텐드. 그 동안 7번 이사를 하면서도 다른 물건은 몰라도 스탠드만큼은 늘 챙겨 왔는데 가장 최근에 이사한 후부터는 늘 있던 자리가 어색해졌단다. 시간이 흐른만큼 취향이 변한 건지도 모르고 최근에 나오는 빛나는 것들로 인해 눈이 높아진 것일 수도 있다며 오랜 시간 함께 한 세월이 아까워 버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일단 눈에 보이지 않는 옷방에 밀어 넣어둔 채 잊고 지내게 된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나 작업실을 갖게 되었는데 생각치도 못하게 조명에 문제가 생겼고 조명을 여러 개 필요하던 차에 문득 옷장에 넣어두었던 스탠드가 생각이 나 다시 밝은 곳으로 나와 작업실 중앙 테이블 옆자리를 당당히 차지한다. 작업실에서 다시 만난 스탠트를 보며 저자는 지금은 더 이상 만나지 않는 친구를 떠올린다.

 

 이마를 맞댈 수 있을 정도의 거리만을 원하던 사이였다. 언제나 잘 맞던 우리에게 낯선 시기가 있었다. 불만을 불만이라 말하지 못했고 서운함을 바로잡으면 멀어질까 두려워 마음속에 쌓아두었다. 마음의 거리를 조절하는 방법에 서로 서툴렀다. 드러낸 적 없지만, 친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중략) 인연이 끊어지기 전에 급히 한 걸음 보태지 않고 그 관계를 마음 안 옷방에 넣어두었더라면 지금쯤 우리의 모습도 달라지지 않았을까?(129쪽)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결혼 전까지 10여년을 막역하게 보낸 친구가 있었다. 오랜시간 다른 친구들이 시샘을 할 정도로 자주 만나며 우정을 쌓아가던 그 친구와 결혼을 하면서 사이가 소원해졌다. 그 친구는 결혼 전과 마찬가지로 자주 만나기를 원했지만 총각 시절처럼 자유롭게 시간을 낼 수 없었던 나는 친구가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후로도 여러번 예전처럼 만나기를 원했던 친구는 그런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예전처럼 연락을 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기게 되었다. 가끔 고등학교 친구들의 경조사 때 그 친구를 만나기도 하지만 그저 안부 인사만 나눌 뿐 서로 다른 친구들 자리에 앉는다. 저자처럼 나 또한 마음의 거리를 조절하는 방법을 알았더라면 그 친구와 아직도 오랜 우정을 쌓아갈텐데... 서툴었던 과거 내 모습에 아쉬움이 들기도 하지만 지금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며 좋은 우정을 쌓아가고 있는 친구들이 있으니 그 친구와의 인연을 좋은 추억으로 기억하려 한다.

 

 

 [물건이 건네는 위로]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인 AM327(김민지) 저자가 자신의 곁을 지키고 있는 물건 31개를 신중히 골라서 각각의 사연과 애틋함을 파스텔톤 따뜻한 그림과 함께 써내려 간 애착 사물 에세이이다. 저자의 애정이 듬뿍 담긴 저마다의 물건 이야기를 따라 읽다보면 자연히 내 주변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은은히 빛나고 있는 소중한 물건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연필, 영화 카드, 탁상 시계, 라디오 등...  [물건이 건네는 위로]를 읽다보면 내가 가진 물건들이 나를 말해주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행복하고 기쁜 날보다는 고단하고 힘든 날이 더 많은 요즘 당신 곁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물건들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를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깊어가는 겨울 밤 오랜시간 조금씩 모으고 있는 연필들을 상자에서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고 연필의 사각사각 소리와 추억을 떠올리며 따뜻한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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