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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5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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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왜? 음... 어? 아니 여기서, 어? 왜? 허허허허허" | 영화같은 삶, 인생같은 영화 2021-09-0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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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국제수사

김봉한
한국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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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왜? 음... 어? 아니 여기서, 어? 왜? 허허허허허"

검경 공무원 전문 배우(?) 곽도원의 주연작, <국제수사>다. 자신에게 사기를 치고 외국으로 도망쳐버린 친구 때문에 집을 날린 위기의 대천경찰서 강력계 형사 홍병수 경장이,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떠난 결혼 10주년 필리핀 여행에서 여러가지 소동에 휘말리며 겪는 범죄수사액션활극..... 을 보는 나의 반응이었다.

이 영화 한 편을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를 쓰고 각색하고 배우를 섭외하고 스태프를 모으고 일정을 잡고 홍보 계획을 짜고...... 이 과정에 엄청난 돈이 오가고 수많은 사람의 노고가 투입되었었겠지만 코로나라는 돌림병이 이 모든 것들을 일순간에 박살내 버렸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놈의 돌림병에 박살난 것이 이것 뿐이랴만은, 영화의 완성도와 재미보다는 그래도 이 시국에 극장에 걸리는 영화를 하나 꿋꿋하게 개봉해주어서 고맙다는 부분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보고 읽은 것을 기록해 두고 싶다는 나만의 의무감이 아니었다면, 아마 보고 후기를 남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영화를 보는 중에도 드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차라리, 응원의 차원이 아니라면 이 시간에 내가 봤던 영화 중에 재미난 것을 다시 한 번 보는 게 낫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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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에 보고 읽은 것 | 일기 2021-09-0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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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42

큐비즘의 개척자 파블로 피카소

장승용 저
이서원 | 2017년 10월

피카소의 일생과 예술 세계

 

2021-43

청구야담 (상)

이강옥 편역
문학동네 | 2019년 08월

우리가 아는 옛 이야기는 이 책에 다 있다.

 

2021-44

통도유사

조용헌 저/김세현 그림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우리 신화 컨텐츠의 보고(寶庫)

 

2021-45

<서울아가씨 화이팅> : yes24에 검색조차 되지 않는 독립출판물. 상주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2021-46

우울씨의 일일

함민복 저
문학동네 | 2020년 11월

복간된 함민복의 첫 시집. 따뜻한 예의 그 느낌보다 좀 더 날서있고 날것의 느낌이 든다.


2021-18

<국제수사>(곽도원, 김대명 등) : 공무원 전문배우 곽도원의 동남아 진출. '이게 뭐지?'의 연속.

2021-19

<싱크홀>(김성균, 차승원 등) : 영화도 수렁으로 빠질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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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트를 | 추천 5        
신선한 문화 콘텐츠의 보고(寶庫) | 이책 저책 기웃기웃 2021-09-0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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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통도유사

조용헌 저/김세현 그림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매년 이 시기쯤 되면 수시모집에 지원하는 아이들의 자기소개서를 봐주는 게 큰 과제다. 여고라 간호학과와 사범계열 지원자가 참 많고 그 외에는 고만고만한데, 최근들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게 문화, 컨텐츠 계열이다. 생활기록부를 같이 읽어보면 읽은 책도, 한 활동들도 엇비슷하다. 교사가 좀 더 고민하고 수업에서 창의적인 활동들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일차적으로 고민할 일이지만, 수업 시간에 다루는 컨텐츠들이 서구 지향적(우리 현대문학도 결국은 서구 문예사조의 영향들이 절대적이므로)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신화에 기반한 하여 현대에 재림한 고대의 컨텐츠들이 얼마나 큰 부가가치를 갖고 재생산되는지 우리는 너무도 쉽게 본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이제 진부할 정도고, 중세의 마법학교를 재현한 해리 포터 시리즈, 북유럽 신화에서 뛰어나온 토르,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사이에서 사랑의 줄타기를 하는 인간(이제는 뱀파이어가 됐다지만)의 이야기... 

그에 반해 우리의 컨텐츠는 얼마나 활용되고 있을까. 우리의 '신화'라고 한다면 왠지 절이나 무당집 뒷벽에 그려진 알록달록해서 귀기스러운 탱화를 떠올리며 그저 미신으로 치부해버리지는 않았는지. 그나마 '신과 함께'같은 컨텐츠가 큰 인기를 끌면서 시선이 좀 달라졌지만 우리 신화의 세계관은 그 저승길보다 억겁으로 넓다. 우리 문화의 세계화를 외치면서 BTS의 뒤를 이을 그럴 듯한 뮤지션이 나오지 않는 것은 그만큼 세계인들에게 먹힐 신선한 컨텐츠가 부족한 데에 그 원인 중 하나가 있지 않을까. 굳이 세계로의 확장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우리의 뿌리와 현주소를 확인하고 새로운 즐길 거리를 찾아내기에 우리 신화처럼 풍부한 재료가 없다. 경남 양산에 자리한 천년 고찰 통도사. 그 통도사에 얽힌 수많은 전설을 <삼국유사>의 스타일로 풀어낸 책, <통도유사>가 그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구전된 것이다. 그 중 운이 좋은 것들이 글을 하는 이들에게 채록되어 <삼국유사>를 비롯한 야담집에 실렸다. 그런 면에서 <삼국유사>는 우리 민족의 정신세계를 지탱하는 줄기 쯤에 해당하는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에는 그래서 현대의 관점에서 볼 때 다소 비합리적인 이야기들까지 역사로 다루고 있다. 단군으로부터 이어지는 신령스러운 이야기, 영웅담, 귀신 이야기, 민중들의 삶의 기층에 자리한 믿음과 종교에 관한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다채롭다. 말하자면 실체적인 세계와 형이상학적인 세계,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운 초월적인 힘들을 모두 망라하는 이야기인 것이다. 어차피 역사는 백 퍼센트 객관적일 수 없는 저작물이다. <통도유사> 역시 통도사에 얽힌 이야기들을 신화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것일뿐, 그저 허무맹랑한 이야기책이라고 폄훼할 필요는 없다. 저자 역시도 '영험'과 '황당'은 분명 다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통도사는 창건자 자장율사가 나무오리를 날려 오리가 내려앉은 자리에 터를 잡았다고 한다. 지금은 기념품으로나 남아 있지만 동네 어귀마다 서 있던 솟대 위에 올라앉은 새가 오리다. 조류가 신령한 존재라는 인식은 특히 북방 유목민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오리는 육, 해, 공 모두에서 생활이 가능하니 그것부터 신통해 보인다. 또 북반구 북부에서는 봄에 오리가 찾아온다. 즉 오리가 오면 죽음같은 추위가 지나고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시기가 되므로 이것들은 조상들의 영혼이라도 되는 것 마냥 반가운 존재로 여겨지는 것이다. 동이족의 강역을 배경으로 편찬되었다는 <산해경>에도 신조들의 모습이 여럿 등장하는 것으로 그 사상을 짐작할 수 있다.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했던 인면조가 바로 산해경에 나오는 녀석이다.)

통도사의 뒷산은 '영축산' 또는 '영취산'이라고 부른다. 독수리가 사는 산이라는 뜻이다. 오리에서 독수리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독수리는 지금 흔히 우리가 생각하듯 하늘의 제왕이라기보다는, 삶과 죽음을 중계하는 새로 여겨졌다. 죽은 이의 조장을 담당해 시신을 자연으로 돌려주기 때문이다. 또한 영취산은 부처가 말년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둘을 조합해보면, 통도사 뒷편에 부처가 계시고, 그 산에 있는 독수리를 통해 이승과 저승이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부처가 실제로 살았던 인도만이 중심이 아니라 이곳에 부처가 계심으로써 또다른 중심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신조라는 토착 사상과 불교라는 외래 종교가 결합되어 자리잡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용(龍)과 관련된 이야기들도 빼놓을 수 없다. 자장율사는 통도사 터의 원래 주인이었던 아홉 마리 용을 쫓아냈다. 물론, 강제 퇴거 명령장에 용도 순순히 물러나진 않았다. 참다못한 자장율사가 불 화(火)자를 써서 연못에 던졌더니 끓어오르는 물에 여덟 마리는 죽었고 나머지 눈먼 한마리만 항복해서 통도사 귀퉁이 연못에 드나들며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용은 물을 다루는 신수로서 농업 국가라면 어디나 있는 토착 신앙이다. 이를 외래 종교인 불교가 다스리는 과정은 결국 기존 신앙에 대해 불교가 우위를 점하게 되었음을 알려주는 우의일 수 있다. 이후 용은 화엄 불교의 성격에 영향을 받아 국가를 수호하는 용(문무왕)으로서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재미난 것은, 용이 과연 허구의 동물이기만 할까 하는 물음이다. 동물로 띠를 삼은 12간지 중에 허구의 동물로 여기는 것은 용 하나뿐이다. 상서로운 동물이라면 용 말고도 기린, 봉황 등등 동네마다 다양한데 왜 오직 용이었을까. 물론 앞서 말했듯 농업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용이었기도 했지만, 저자는 여기서 더 도발적인 생각을 던진다. 당시에는 용이 실존했던 것 아닐까?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서양에서 발견되었다는 15세기 경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용의 유해라든가, 운석 충돌로 인한 멸종에서 수룡들이 상대적으로 살아남기 쉬웠을테니 그들의 후손이 용으로 인식되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들을 풀어나간다. 중앙아시아 사막에서 공룡 뼈를 발견하기 전, 슐리만이 트로이의 유허를 발견하기 전까지 그것들 역시 모두 허구의 영역에 있었으니 무조건 부정만 해 놓고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허구라면 이걸 컨텐츠로 가공하면 우리 버전의 <드래곤 길들이기> 같은 영화 한 편 정도는 쉽게 찍어낼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이다. 

자장율사는 용들을 쫓아낸 자리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그 위에 금강계단(stair 아님. 설법하는 단)을 만들었다. 진신사리는 그것을 보는 이들마다 모습과 색, 느낌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한다. 삶과 죽음을 이어 깨달음을 주는 그 영험의 공간을 이어온 사람들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구한말에 태어나 온갖 오해와 억측을 받아내면서 일제강점기를 버텨내며 통도사를 건사해 온 구하스님, 선문답으로 중생들에게 지혜와 깨달음을 주고자 했던 경봉선사, 소탈한 모습으로 대중들의 곁에 머물고자 했던 월하스님의 이야기들이 다양한 일화를 통해 펼쳐진다. 그리하여 이 책은 <통도유사>는 차안과 피안을 가르는 강물을 문수보살과 함께 용을 타고 넘어 갈 수 있도록 중생들을 구제하는 천년고찰 통도사의 하늘, 땅, 사람을 두루 살핀 삼국유사 스타일의 이야기. 신선한 문화 콘텐츠의 보고(寶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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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애국자입니까? | 영화같은 삶, 인생같은 영화 2021-08-3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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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열두 번째 용의자

고명성
한국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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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문자 한통을 보내면 "독립유공자 후손 주거 개선 사업"에 2천 원이 기부된다는 해비타트 캠페인에 참여했다. 내 돈 나가는 것도 아니고 선물(윤동주 시가 각인된 플러스 펜)까지 준다는데 참여 안 할 이유가 없다. 고맙다, 잊지 않겠다 말은 하면서도 실제 못질, 망치질, 외로움을 달랠 방문 한 번 하지 않으면서 손가락 몇 번 놀려 정신적 자위를 얻는 것이 잘 하는 짓인가 싶기는 했다.

그나마, 주변의 증언, 역사적 증거, 본인의 생존을 통해 독립에 공이 있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이들은 그렇게 행운아(?)일 수가 없다. 세계 도처에서 이름없는 풀처럼 스러져 간 이들은 얼마나 더 많을 것인가. 해준 것 없어도 그저 내 나라이고 내 땅이고 내 자식들이 왜놈들 군홧발에 짓밟히지 않는 세상을 물려주려고 자기 자식에게는 지독한 가난과 못 배움을 물려준 이들. 인간으로서 마땅히 믿어야 할 것을 믿었던 그들을 해방된 조국과 그리고 그곳을 장악한 위정자들은 얼마나 가혹하게 배신했던가.

한국전쟁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날. 명동. 시인과 화가, 소설가들이 늘 머무는 오리엔타르 다방. 전날 밤 있었던 유명 시인 백두환의 죽음을 조사하기 위해 육군 특무단 소속 조사관(김상경)이 다방에 찾아오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젊은 여성이라는 한계를 넘어 다방에 머무는 모두의 뮤즈로 여겨지던 한 여인과 친일의 오명을 썼지만 인정받는 실력파 시인의 동반 죽음. 정사(情死)인지, 자살인지, 타살인지. 그들의 죽음과 서로 간의 관계가 마치 일본 영화 <라쇼몽>에서처럼 과거와 현재를 마구 넘나들며 퍼즐처럼 맞춰져 간다. 

회상 장면에서 일부 다른 장소가 나오긴 하지만 대부분의 공간이 다방 안이고, 극의 전개가 각각의 인물과 수사관이 나누는 대화를 따라 전개된다는 점에서 대단히 연극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다. 배우들 역시 이점을 잘 아는 듯 감정과 표정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하면서 구성의 묘미를 더 살려내는 데 노력하고 있어 마치 소극장에서 공연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사건의 조각을 짜맞춘 결과, 그 둘을 죽인 것은, 그 두 사람이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되어 그 입을 막고자 수사관 본인이 벌인 살인극이었던 것이 밝혀진다. 그는 이를 알지 못하는 다방의 예술가들을 조사해서 여차하면 입을 막을 속셈이었고, 그들 각자의 감정과 죄의식이 어우러져 결국 한 명을 제외한 모두가 살해당하고 만다. 

이 수사관은 일제 강점기 우리 청년들을 징용하러 다녔던 헌병 장교였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그는 살아남았고 다만 옷을 바꿔 입었을 따름이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동일하게 '애국'이다. 황국신민으로서 천황 폐하를 위해 몸 바치자던 군인이 이제는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헌신하자고 외친다. 자신의 언행과 행동이 정당화되려면 자신의 신념을 위협하는 적(敵)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날 다방에서 죽은 이들은 모두 죽은 후에 '간첩단'이라는 새로운 직함을 얻게 되고, 수사관은 간첩단을 일망타진한 애국자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게 된다. 딱 한명 살아남은 젊은 소설가는 이 사건의 목격자로서 그의 영웅담에 사실성을 부여하는 살아있는 증거물이 된다. 공포에 짓눌려 말해야 하는 대사는 수사관이 시키는대로 해야 하지만, 진실을 외면하고 거짓을 말하는 죄책감은 온전히 그의 몫이다. 

식민통치가 끝나고 이념 대립의 광기가 휩쓸던 시대. 영화는 '국가'의 존재 의미와 과거 청산의 필요성에 대한 생각을 전한다. 개인이 대처할 수 없는 문제들이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종교 갈등, 인종 갈등, 기후 변화, 첨단 기술의 인간 대체. 정의로운 국가란 실현 가능한 것인가를 묻기 전에 그나마 국가가 없다면 개인은 생존조차 어렵다는 것이 더욱 자명해진다. 아프간과 탈레반을 보라. 애국을 외치는 김상경의 광기어린 표정을 통해 국가의 방향성에 대한 국민의 성찰, 그 필요성을 읽는다. 아. 그러나. 생각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시끄럽고 복잡해졌다. 하지만 그 생각이나마 멈추면 그가 찾아올 것이다. 너는 내 기준에 맞는 애국자냐고 물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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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인생을 통해 본 피카소의 예술 세계 입문서 | 이책 저책 기웃기웃 2021-08-3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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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큐비즘의 개척자 파블로 피카소

장승용 저
이서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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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가 넘어서까지 수만 점의 그림, 조각, 도기, 판화를 가리지 않는 왕성한 창작 활동을 보여준 성실한 작가. 입체파 혹은 큐비즘이라는 사조를 만든 창시자. 미술 분야에 주로 국한되기는 하지만 시도 쓰고 희곡도 쓰고 무대 디자인도 했던 가히 20세기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인물. 자신을 브랜드화해서 알리는 능력이 있고 자기 작품을 팔 줄도 아니 생전에 부와 명예를 모두 누려 본 몇 안되는 화가. 폭력으로 고통받는 사회계층을 외면하지 않고 그림으로 권력의 부당함을 고발했던 양심적이고 실천적인 지식인. 자신이 옳다고 믿는 정치 사조(공산주의)에 거침없이 부응해 나서는 지성인. 

'피카소'라고 하면 이 책의 표지에서처럼 조각조각난 여인의 얼굴이 먼저 떠오르는데, 개학을 앞두고 다녀오게 된 피카소 진품 전시회에서 보다 의미있는 감상을 하기 위해 '큐비즘의 개척자 파블로 피카소'를 먼저 읽었다. 그리고 저 여러 조각들처럼 몰랐던 피카소의 다양한 모습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미술 전공자가 아니라 애호가가 피카소의 일생을 중심에 놓고 그의 작품 세계를 설명한 글이라 피카소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아주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한국에서의 학살> : 피카소같이 위대한 화가가 당시로서는 존재하는지도 모를 법한 동북아 끄트머리의 작은 나라 한국을 언급해 주는 정도가 아니라 대작의 주제로 삼았다는 데에 황송해할 수도 있겠으나, 작가 본인이 특정 군대, 특정 시점, 특정 사건을 모티프로 삼은 것은 아니라고 밝혔으니 그렇게까지 생각할 건 없다. 여성과 아이들의 체념과 공포, 심장없는 금속성 재질 군인들의 대조를 통해 전쟁의 비인간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파리에서 온 진품으로 감상할 수 있었으니 행운이라 하겠다. 

<깐느 해변> : 추상화를 거듭한 작품들은 해설이 없으면 그 의미를 짐작조차 하기 어렵지만 피카소가 말년에 그린 이 그림은 야자수의 힘찬 선, 파란 색조와 흰 색조의 교차가 깐느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작가가 거기에서 느꼈던 시원한 감정까지 쉽게 짐작할 수 있도록 한다.

<광대 복장을 한 폴> : 느지막이 얻은 아들이니 몇십 배 더 예쁠 수밖에. 어릿광대는 대중들의 사랑을 갈구하는 슬픈 운명을 가졌지만 아들이 그 옷을 입었을 때는 더할 나위 없는 귀염둥이가 되고 만다. 자신의 재능으로 사랑하는 아들을 표현한 작품에는 늘 이입하게 된다. 애비의 마음으로.

 

피카소 탄생 140주년 기념 전시회에 가기 위해 읽은 이 책에서 알게 된 것은 아무래도 피카소라는 인간의 삶, 그의 삶과 예술의 관계이다. 위대한 예술가이지만 여자 관계에서는 희대의 난봉꾼이자 이기적인 인간이었다. 오죽하면 유년과 20대 초반을 제외한 그의 작품 시기를 그와 함께한 여성들을 기준으로 구별할까. 대상에서 새로운 영감을 받고 끊임없이 작품을 생산해야 하는 것이 예술가의 숙명이라지만, 거꾸로 나이에 관계 없이 피카소의 뮤즈 역할을 하다가 버림받은 여성들의 삶은 하나같이 비참하다. 단 한명, 피카소를 스스로 떠난 프랑수아 질로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넘쳤던 듯하다. "나의 어머니는 나에게 말했다. 만약 네가 군인이라면 너는 장군이 될 것이다. 만약 네가 성직자라면, 너는 교황이 될 것이다. 대신 나는 화가이고, 피카소가 되었다." 자신을 대명사로 인식하는 이 자신감. 거장에 반열에 오른 사람의 말이니 반박할 수도 없다. "나에게 미술관을 달라. 나는 그 안을 가득 채울 것이다." 직업과 직책 대신 나는 나 자신이라는 자각. 스스로를 보통명사화하는 자존감과 패기. 화가가 아니었더라도 분명 뭐라도 됐을 것 같다. 개인사로는 한없이 까일 수 있지만 예술로는 깔 것이 없는 사나이. 

죽은지 50년쯤 지난 그의 실제 그림을 눈 앞에서 보는 행운과 함께 '피카소'라는 예술을 한 발짝 더 알게 되어 기쁘다. 인간에 대한 경이로움으로 감동을 주는 르네상스 미술과는 달리 머리로 생각하고 이해하는 재미, 그리고 그 그림이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주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 재미있는 책읽기였다. 

덧붙여 이 책의 특이한 점이, 피카소의 그림과 함께 감상하면 좋을 음악을 추천했다는 점이다.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풀피넬라>가 그것이다. 피카소의 삶과 그림을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잔잔한 음악들이다. "나는 보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을 그린다"고 했던 피카소의 말을 곱씹으며 들어보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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