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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집에서 출발한 이야기들 | 이책 저책 기웃기웃 2021-09-2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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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좋은생각 (월간) : 10월 [2021]

좋은생각 편집부
좋은생각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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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이기도 한 배순탁 씨는 음악평론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한다. “집안이 폭삭 망하는 바람에 영화 <기생충>의 주인공들이 살던 것과 같은 집에서 아빠랑 둘이 살았는데, 1년 동안 다른 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오직 영어 공부만 하고 음악만 들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간이 분명 지금의 음악평론가인 나를 만들었다고 확신하는데, 어떤 분야에서건 전문가가 되려면 그렇게 딱 1년 정도 미치게 빠져있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내게도 딱 그런, ‘그 집에서의 시간이 있었다.

그 집은.

인구 5만이 채 되지 않는 어느 시골의 작은 군청 소재지.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내려간 그 곳에는 나를 아는 사람도 내가 아는 사람도 단 두 명 뿐이었다. 읍내 터미널에 내려도 거기까지 들어가는 버스가 없어서 미리 매어둔 자전거로 30분 가량을 타고 들어가야 한다. 오른편이든 왼편이든 참외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잔잔한 바닷물결처럼 하얗게 펼쳐져 있고 그 사이에 난 외길을 달리면 여름철엔 사슴 우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 눈치 보지 않는 길고양이들을 만난다.

잠기는 법이 없는 파란색 철대문을 슬쩍 밀고 들어서면, 마당 오른편에 나락을 털고 남은 짚단이 쌓여있고 한때는 인분을 모았지만 지금은 시멘트로 메워져 버린 재래식 뒷간이 있다.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소도, 개도, 칠면조도 번갈아가며 살다가 지금은 닭들이 차지한 축사가 있다. 고개를 숙이면 낮은 풀들이 자라는 조그만 흙더미 한가운데 우연히 자란 대파 맨 끝부분에 폭죽처럼 탁 터진 파꽃이 온 마당을 환히 밝히는 광경이 펼쳐진다. 마당을 덮은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는 빨랫줄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가면 동네를 떠도는 모자란 이에게 따뜻한 밥을 내어주고 당신은 쉰밥을 물에 말아 잡수시던 외할머니가 평화를 위해 묵주기도를 드리고 계신다. 그 옆엔 평생 농사를 지으며 땅에 납작 엎드려 사셨던 그 모습 그대로, ‘어머니인 땅을 어떻게 돈으로 사고팔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던 인디언 추장의 책을 읽으시는 외할아버지가 계시다. 두 분이 계신 곳을 지나쳐 거꾸로 된 기역자로 된 집 맨 끝에 매달린 골방이 그 시간 동안의 내 알껍데기였다. 정호승의 시를 읽으면서, 안치환의 노래를 들으면서, 한국문학 백 년을 수놓은 별같은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조금씩 땅을 짚고 무릎에 힘을 주고 허리를 펴서 비로소 일어설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뒤에는 언제나 내가 누구이건, 무슨 일을 했건잘했다! 괜찮다!고 말씀해 주시는 그 두 분이 계셨다. 그렇게 슬픔을 그러모아 아궁이에 태우고 나서야 나는 집 안으로부터 다시금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때로부터 십 년이 지난 지금, 문학이 주는 위로의 힘과 두 분의 사랑 그리고 1년 반의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이제는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문학의 즐거움을 알리고, 몸과 마음이 고달픈 아이들에게 마지막 순간까지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선생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 살고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단 한 번이라도 좋은 선생이었다면, 그 출발은 아마 그 집이었을 것이다. 당신의 마음 속에도, 내 마음 속에서도 여전히 생생한 그 집의 이름은……


월간 <좋은 생각> 10월호에 내 글이 실렸다. 정기구독을 하고 있는 이 매체에 내가 보낸 글이 실린 건 두 번째다. 작년에 '집 이야기'라는 특집에 응모했던 글인데 그 기획에는 선정되지 못했지만 일반 독자의 에세이로 실렸다. 위의 글이 원본이지만, 지면이 한정되어 있어 제일 앞 문단의 이야기와 제일 마지막의 문장은 덜어내졌다. '윤문'이라는 이름으로 곳곳의 문장들이 성형당해서 내가 원래 표현하고자 했던 이미지와 좀 달라진 부분들이 아쉽고, 여전히 내 이야기를 고백하는 것이 부끄럽지만 이런 번듯한 매체에 글이 실리는 것이 뿌듯하기도 하다. 

더구나 이번엔, 오랜 독자라는 분이 자기 글이 실린 책을 주변에도 나누라고 열 권씩을 사비로 선물해 주셨다고 한다. 좋은 생각을 읽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하면 좋은 실천으로도 이어지는가보다.

지난 주말, 만난지 20년을 바라보는 친구네 가족들과 캠핑을 다녀왔다. 아이들을 재우고 난 뒤 내가 그들의 이름과 내 이름이 적힌 책을 건네자 사람들은 장작불 가에 오손도손 둘러앉았고, 목소리 좋은 친구가 급 낭독회를 열었다. 불 위 검은 도화지에 내가 글로 그린 그 집의 광경이 그려졌고 술이 몇 순배 돌았다. 아마 그들도 저마다의 집을 상상했을 것이다. 자신에게 그런 따뜻함을 주는 집을. 잠시나마 행복한 상상을 하게 한 시간, 이 시간을 가능하게 한 것도 그 집에 일정 몫이 있다. 단풍이 곱게 들 무렵, 다시 그 집을 찾아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뵙고 와야지. 당신들께서 주신 사랑이 곳곳에서 또다른 사랑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말씀드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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