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나는 심각한 얘기를 재미있게 하는 사람을 정말로 좋아하는데, 여기서 '재미있게'의 의미는 '유쾌하게'를 지칭하는 것이다. 눈시울이 시큰해지려고 하면 어김없이 소리내어 웃게 되는, 푹 빠져들어 짧은 시간 내에 술술 읽어낸 아주 좋은 글 이었다.

'다른 몸을 배척하고 타인의 취약함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일이 극심해지는 사회(p.4)', '상대적 약자'들을 '혐오의 대상(p.10)'으로 바라보는 사회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나는 지금 어떤 '몸'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이 책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차별받는 많은 '몸'이 등장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어떤 이야기에서의 나는 차별받는 몸인데, 또 어떤 이야기에서의 나는 차별인지도 모르면서 차별을 하고 있는 몸이다. 어떤 기준에서 나는 사회에서 말하는 '정상'의 몸이지만 다른 기준에서의 나는 사회에서 말하는 '비정상'에 속하는 몸이 된다. 의식하며 살고있다고 생각해왔지만 아직 의식해야할 것이 많은 이유고, 살아가며 끊임없이 배워야하는 이유다.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서 많은 책들이 등장하는 것도 좋았던 포인트. 이미 읽은 책이 나왔을 때는 끄덕끄덕을,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나왔을 때는 장바구니를 차곡차곡 채우며 읽었다. 연대를 제안하는 이야기의 흐름도 좋았다. '그래야 오래 살고 싶은 세상이 되기도 한다.(p.223)' 작은 연대에서 시작한 일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으니까.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나는 내 행동이 중년 여자 '나잇값'에 맞는지 스스로 검염한다. 그 '나잇값'은 쓸쓸하다. 재밌는 건 거의 다 빠진다. 40대가 되니 아줌마나 어머니로 불리며 제3의 성이 되는데 남뿐만 아니라 나도 날 그렇게 취급한다. (p.74)
-특권은 편안함이다. 너무 자연스러워 특권을 누리는게 느껴지지도 않아야 일상적 특권이다. 피부색, 성별, 가난 탓에 자기가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지 매 순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자유다. 타인의 시선,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보는 자기 시선, 그 자기 시선을 회의하는 또 다른 자기 시선, 이 모든 시선에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거다. 그 시선들의 투쟁이 일어나는 복잡한 마음을 알지도 못하면서 묻는다. '그걸 왜 못 해?' '왜 그렇게 꼬였어?' (p.109)
-피해자인 가해자가 때론 더 지독하다. 일말의 자기검열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믿으니까. (p.115)
-'사회적 합의'는 때로 비겁하다. 약자의 고통을 끝없이 방치하는 데 쓰인다. 그 말 뒤에 숨으면 차별하면서 차별하지 않은 척할 수 있다. (p.142)
-왜 먹히고 입히고 씻기고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 노동은 폄하되나? (p.188)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면서, 밥하는 사람은 찬밥 취급을 당한다. (p.194)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3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