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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노력만 가지고는 안된다 | 내가 쓰는 리뷰 2021-03-08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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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저/함규진 역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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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의 부작용, 불공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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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이 기본 명제를 의심하지 않았다. 가장 공정하고 당연한 이치라 믿어 왔다.
이 책은 지금까지 완벽하다고 여겼던 능력주의가 공정하지 않다고 말한다.

 

"계급 장벽이 극복되고 누구나 오직 자신의 능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진정 공평한 기회를 갖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환영할 일이지만 과연 순전히 기뻐할 만한 상황일까. 능력주의는 승자에게 오만을, 패자에게 굴욕을 퍼뜨릴수밖에 없다. 승자는 자신의 승리를 '나의 능력에 따른 것이다. 나의 노력으로 얻어낸, 부정할 수 없는 성과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다'라고 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보다 덜 성공적인 사람들을 업신여기게 된다. 그리고 실패자는 '누구 탓을 할까? 다 내가 못난 탓인데'라고 여기게 된다." 
(P59~60, 일부 내용 각색함)


성공은 여러 조건이 잘 맞아 떨어져야 한다.
노력은 기본이고, 재능이 있어야 하고 행운도 따라야 한다. 부자면 더 좋고 빽이 있으면 더 수월하다.
이런 조건들을 등에 메고 출발선에 서면 남들보다 높은 확률로 성공이라는 결승선에 도달할 수 있다.


달리기를 위한 출발선에 도전자들이 서 있다고 상상해보자.

처음엔 모두 가벼운 옷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있다. 도전자들은 자신이 가진 조건에 따라 달리기에 도움이 되는 장비들을 장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태어나보니 부자인 경우 21단 기어의 자전거를 사용할 수 있다. 재능을 타고 났으면 자전거는 다시 오토바이로 업그레이드 된다. 행운이라는 바람이 불면 가속도가 붙어 남들보다 더 빠르고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 이런식으로 출발조건은 달라진다. 재능도 운도 갖지 못한데다 가난하기까지 하다면 낡은 운동화 한 켤레 신고 출발선에 서 있는 셈이다. 

 

오토바이와 자전거, 맨발로 달리는 사람간의 경주다. 
결승선은 정해져있고, 동시에 출발한다고 해도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오토바이를 탄 사람도 자전거를 탄 사람도 개인의 노력은 당연하게 들어간다. 


개인이 갖고 태어난 재능과 처한 환경에 따라 성공으로 가는 길에는 차이가 있다.
이래도 능력주의가 공정한가?

 

자수성가한 사람도 자신이 가진 좋은 조건들을 종종 까먹는다. 
자신이 쏟아부은 땀과 노력이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개인의 노력 이외에 플러스 요인이 분명 있었을텐데 그걸 간과한다. 
오랜 고생끝에 누리는 달콤한 성공이라 보상심리가 강하게 발동된다. 성공한 사람의 오만은 어쩌면 당연한 권리인지도 모르겠다. 


마이클 샌델이 말하는 '능력주의'의 단점은 이런것이다.
재능과 행운, 부모의 재력과 질 좋은 선생님의 가르침 등 복합적인 요소로 얻어진 승리임을 잊어 버리고, 자신의 노력으로만 이룬 성과로 착각해 오만하다는 점이다.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나는 충분히 보상 받을 자격이 있어"
"여기까지 내가 어떻게 왔는데, 이 정도는 누려야지"

 

패자는 실패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다. 자신을 학대하고 책망한다.
"조금 더 열심히 할 걸"
"내가 더 잘 했어야 하는데... 이런 바보 천치 같은 놈"

 

능력주의의 불공정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부작용을 인지하지 못하면 이런 슬픈일이 벌어진다. 
자신의 노력 이외에 운과 재능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걸 알게되면 겸손해질텐데, 깨닫지 못한다. 

 

한 의과대학에는 이런 유머가 있다고 한다.
아버지가 의대교수면 성적과 상관없이 성골, 아버지가 성공한 개업의면 성적과 무관하게 진골, 가진 빽은 없지만 성적이 좋으면 6두품, 빽도 없고 성적도 별로면 천민이라는 거다.
'노력'에 '노오오오력' 을 해도 평범한 사람이 오를 수 있는 최대치는 6두품인 셈이다.

 

능력주의는 개발도상국처럼 먹고 살기 빠듯하고 기본적인 사회를 구축하려는 국가에 적합한 것 같다. 국가가 안정되고, 국민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 능력주의는 한계에 이르고 변화가 필요한 제도로 보인다.
능력주의의 부작용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제도가 필요한 사회가 된것이다.
어떤 제도로 대체할 수 있을까?

 

능력주의란 모두 같은 조건에서 개인의 노력여하에 따라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게임인데,
기득권세력이 진입장벽을 높여 놓은 상태로는 계층간 이동은 요원한 얘기가 된다.
고착화된 기득권층은 자손에게 세습하고 싶어하지 새로운 세력이 합류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눈에 안 보이는 불공정이 만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공정하다는 착각을 하며 산다.
서로다른 리그에서 싸우고 있다는 걸 수많은 천민들은 깨닫지 못한다.
남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자기최면을 걸며,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자신을 채찍질한다. 재능과 운이 따라주지 않음을 한탄하지 않고, 자신의 노력부족을 자책하며 탓한다. 


책은 초반에는 좋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설득력이 조금 떨어진 느낌이었다.
다만, 능력주의가 완전한 진리라는 편견을 깨뜨려준 것과 잠시나마 사색할 수 있게 해준 부분은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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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내가 쓰는 리뷰 2020-11-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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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스티븐 핑커 저/김명남 역
사이언스북스 | 2014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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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듯뿌듯, 벽돌책 뿌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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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은 기간 : 10/24 ~ 11/16

총 1,180페이지 (주석 포함 시 1,406쪽  ※주석은 읽는거 아냐~)


한 손으로 들기조차 버거운 무게의 책을 읽었다. 

징글징글하게 길었던 책을 완독하고나니 한 여름밤에 팡~팡~ 시원하게 터지는 불꽃놀이가 떠올랐다.


두껍고 무거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오타를 찾지 못했고, 번역 또한 유려하고 매끄러웠다.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이미 앞장은 기억에서 가물가물하다) 기록에 남겨 놓으려 한다. 

분명 읽은 책인데 내용이 가물거릴 때, 그 당시에 써둔 리뷰를 읽고 있으면 책 읽을 당시의 내용은 물론 감정까지 되살아나곤 한다. 이 책도 먼 훗날의 나를 위한 기록이다. 


두꺼운 책들의 공통점이기도 한데, 서문을 읽으면 책 한권이 깔끔하게 요약되어 있다. 

서문이 곧 스포일러 이기도 하다. 서문을 지나면 사실 그 뒤부터는 풀어 쓴 내용이라 반복적이고 중복의 나열이다. 축약된 용어를 사례를 들어가며 풀어서 설명한다. 저자가 펼치는 주장을 뒷받침해줄 그래프와 숫자로 된 데이터들이 붙어, 내용은 쭉쭉~ 늘어난다. 

잘 읽힘에도 불구하고 완독에 이르기까지 절대적인 시간을 필요로 한다. 


까마득히 먼 과거 수렵 채집 시대부터 21세기인 지금까지 '폭력' 이라는 단어를 놓고 봤을때 폭력이 

증가했는지, 감소했는지. 또 감소했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지, 어떤 원인으로 지금의 평화를 만나게 되었는지 등등 폭력에 대한 역사가 주된 내용이다. 과장을 좀 보태면 폭력에 대해 A부터 Z까지 정리할 수 있는 책이다. 


1장 낯선 나라 

2장 평화화 과정

3장 문명화 과정

4장 인도주의 혁명

5장 긴 평화

6장 새로운 평화

7장 권리 혁명

8장 내면의 악마들

9장 선한 천사들

10장 천사의 날개를 달고 


"우리에게는 오늘의 위험들이 있지만 어제의 위험들은 훨씬 더 나빴다. (...) 성 노예로 납치되는 것, 신의 명령에 따른 집단 살해, 죽음을 부르는 원형 극장과 마상 시합, 대중적이지 않은 신념을 품었다고 해서 십자가, 래크, 바퀴, 화형주, 형틀로 처벌 받는 것, 아들을 못 낳는다고 해서 목이 잘리는 것, 왕족과 사귀었다고 해서 할복을 당하는 것, 명예를 지키기 위한 권총 결투, 여자친구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해변에서 주먹다짐을 하는 것, 그리고 문명과 인류를 아예 몰살시킬 만한 핵전쟁의 전망." (p79)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놀라운 것들이 있었다. 

몇 개를 나열해 보자면, 흔히 액세서리로도 사용되는 십자가가 얼마나 잔혹한 처형 도구였는지, '기사도 정신' 이란 묘사는 지금은 좋은 의미로 쓰이는데, 중세시대 기사들의 행태와 그들이 저질렀던 만행은 딱히 칭찬할만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 수만명을 죽음으로 몰았던 장본인 히틀러가 채식주의자였고, 심지어 물고기나 동물에 대해서는 한없이 너그러운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책 초반에는 좀 힘들었다. 처음 듣는 잔인한 고문 도구들의 종류와 각각의 사용법을 묘사하는 부분은 읽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해서다. 과거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폭력의 평범함과 수위가 지금의 우리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얼마나 놀랄만한 일이었는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끔찍한 고통을 주는 고문은 일상이었고, 잔인한 처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은 무척 자연스러웠다. 사람들은 잔인한 처형에 기꺼이 동참했고 돌팔매질로 자신의 스트레스를 푸는 것처럼도 보였다. 


< 폭력이 감소한 이유 >

1. 리바이던(정부,국가) : 개인과 소규모 집단 간의 복수를 국가가 심판하고 대신 벌을 내리면서 폭력의 빈도가 줄었다. (범죄자 처벌, 벌금 부과)

2. 온화한 상업 : 침략해서 자원을 빼앗기보다 물건을 싸게 사거나 잉여 물건을 내다 파는게 더 이익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3. 문명,계몽주의,여성화 : 출판 기술이 활성화되면서 소설을 많이 읽었다. 문학을 통한 감정이입이 약자에 대한 고통을 간접 체험하게 했다. 고문, 마녀사냥 등 타인을 악마화하고 비인간화하는 인식이 계몽주의를 만나 개선되었다. 폭력은 대체로 남성의 오락이다. 여성에게 힘을 실어주는 문화는 폭력의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4. 권리혁명 : 소수 민족, 여성, 아이, 동성애자, 동물에 대한 폭력을 반대하는 인권운동이 널리 퍼졌다.


< 내면의 악마 > 

포식성, 우세경쟁, 복수, 가학성, 이데올로기


< 선한 천사들>
감정이입, 자기통제, 도덕성, 이성
 


"세계의 행운이 이어지고 핵 없는 20년이 30년, 40년, 50년, 60년으로 길어지면서, 핵 터부는 규범이 상식으로 변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강화했다. 이제 핵무기 사용은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누구나 그것이 상상할 수 없는 일임을 알고, 남들도 그 점을 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p472)

 


 

평화로운 세상이 지속될지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벼랑 끝에 내몰린 공산주의 국가의 한 또라이 독재자가 어느날 갑자기 '나만 죽을 수 없다'는 논리로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 기껏 이어온 긴 평화를 기록이 무색하게 하루아침에 깨뜨릴수도 있다. 

 

우리가 가진 선한 천사들이 내면의 악마를 꾹꾹 잠재워 평화를 오래 유지했으면 좋겠다.

긴 평화의 기록을 계속 갱신하면서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안전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 시대에 태어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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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 못하는 이의 죽음 | 일상의 끄적임 2020-11-0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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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이 점점 추워진다. 이따금씩 찬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더 떨어진다.
개그우먼 박지선이 엄마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한다.

 

'나'라는 사람은 내가 제일 잘 알지만, 또 내가 제일 모르기도 한다.
평소 생각하던 소신이나 기준은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한다.
자신이 가진 신념은 상황에 따라, 상대에 따라 다른 말과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모두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매끄럽게 '나는 이런 사람이야' 한마디로 규정하긴 어렵다.
일관적이지 않고 여러 복잡한 과정들이 섞이고 선택되어 하나의 결정이 나온다.

 

내가 나를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하지만, 잘 안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심리학 책을 읽다 보면 평생에 꼭 한 번은 만나야 할 사람으로 자기 자신을 꼽는다.
긴 세월이 흘러도 만나기 힘들 만큼 어려운 일인가보다.

 

그런데 타인에 대해선 한 마디로, 한 줄로 평가하고 싶어한다.
첫 인상이나 내게 하는 태도를 그 사람의 전부로, 단순화하고 확대 해석해 캐릭터를 결정 짓고 만다.

'저 사람은 늘 유쾌해서 기분이 좋아' 

'매사에 부정적이고 의심이 많네'

'저 사람은 착해' 

'잘 노는 사람이군'
그래서 첫 인상이 중요하다. 첫 인상으로 굳어진 인상은 좀처럼 바꾸기 힘들다.

 

이해하지 못할 말이나 행동을 하는 타인을 보면,

그 역시 짧은 문장으로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고 싶어한다.
머리속에서 계속 맴맴 돌지 않게 매듭짓고 잊어버리고 싶어진다.
우리의 뇌는 항상 바쁘고, 바쁜 뇌가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쉽게 취하는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죽음.
죽음이 사고가 아닌 선택의 경우, 거기까지 이르게 한 고통의 이유가 궁금하다.
그래야 납득하고 생각에서 지울 수 있을 테니.

한 두 가지로 이름표를 달 수 없는 복합적인 이유일게 분명한데 말이다.

한 조각의 인연도 없는 이의 죽음엔 그렇게 사소한 호기심만 발동한다.

남겨진 생에서의 즐거움과 미래에 도래할 행복을 죽음과 맞바꾼 선택.
한창 꽃 피워 아름다울, 청춘이란 단어와 맞물려 안타까움은 높아진다.


엄마와 나란히 가는 길이라 덜 외로웠을까.
우울증이 있었다면 엄마쪽이 더 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녀가 품었을 최종 선택을 끝까지 만류하고 회유했을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엄마였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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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불복으로 배정받는 가족 | 내가 쓰는 리뷰 2020-10-2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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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올해의 미숙

정원 글그림
창비 | 2019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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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아,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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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라 쉽고, 빠르게 읽힌다.

생각보다 어둡거나 슬프지는 않았다.

 

'미숙아'로 놀림받던 장미숙의 성장기이다.
아들을 바라는 가난한 집에 둘째딸로 태어났다.
생활력 제로인 시를 쓰는 아버지, 아버지 대신 온갖 잡다한 일로 돈을 버는 엄마.
믿고 의지할 사람은 언니 뿐인데, 언니 마저 사춘기에 접어들며 미숙이를 외롭게 한다.

 

가족은 나를 지탱하는 기본이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하나의 기준이 된다.
어릴때부터 자라온 성장환경, 함께 부대끼며 살아온 가족과의 관계가 한 사람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전부다. 그 생태환경이 올바르지 못할 때 혹은 결함이 있을 때 온전하게 완성품을 기대하긴 어려울테다.

 

미숙이는 그런 환경에서 외롭고 쓸쓸하게 컸지만 부모, 언니, 친구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마음에 병을 얻어 고통 받으며 살거나, 비뚤어지게 크거나 할 수 있지만 일찍 철이 들어버린 쪽을 택한다.
미숙의 눈에 비친 어른은 그저 나이만 많은, 인생을 먼저 산 사람일 뿐이다.
어린 미숙이 바꿀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인정하고, 버티고,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드라마속 여주인공의 이야기와도 닮아있다.
불우한 환경과 속 썩이는 가족들 사이에서 꿋꿋하고 긍정적인 심성을 유지하며 성실하고 씩씩하게

사는 주인공들, 그들은 공통적으로 해피엔딩을 맞는다.


드라마속 주인공과 비슷한 미숙이의 이야기.
해피엔딩을 암시하는 일상의 잔잔함을 끝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가족은 선택할 수 없다.
복불복으로 벗어나고 싶은 가족을 배정 받았을때 그 상황을 어떻게 소화해야할지
생존에 필요한 방식들을 하나하나 깨우칠때까지,

숨쉴 사람이나 공간을 스스로 찾을때까지
각자가 오롯이 겪어야 하는 생채기가 무섭다.
대체로 평안한 가족을 만난 사람은 행운아다. 감사해야 한다.

 

소설가 황정은의 추천사가 마음에 들어온다.
"나는 이 책을 미숙아, 계란말이 뺏기지 말고 너 먹어, 누가 빼앗아 먹으면 죽여...

이런 심정으로 읽으면서도 내 것이기도 하고 내게 익숙한 타인의 것이기도 한 미숙함들 때문에

서글프고 부끄러웠다" (책 뒷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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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인류의 비밀 | 내가 쓰는 리뷰 2020-04-15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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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저/김진준 역
문학사상 | 201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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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읽었다, 총균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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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p15)

 

열대의 섬 뉴기니의 해변을 거닐고 있을때, 한 정치가로부터 질문을 받는다.

누구도 정의한적은 없지만 보편적인 답변은 "백인은 뛰어나고 우월한 인종이라서..." 였다.

 

인류 문명의 발전속도가 다른 것이 진짜 인종 때문일까? 

태생적으로 우월하거나 열등한 인종이 따로 있는걸까?

그 질문에 대해 700여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책으로, 역사와 사례를 들어 꼼꼼히 답하고 있다.

이 책이 나오기전까지는 아무도 명확하게 답을 알지 못했지만, 이제 우리는 안다.

 

인류는 아프리카, 유라시아, 남북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등 각 대륙에서 서로 다르게 시작되지만 공통적으로 모두 수렵채집으로 시작한다. 가족단위 또는 작은 집단으로 구성되어 주기적으로 이동하며 생활한다.

 

앞서 나가는 인류는 농업혁명이 일찍 자리 잡았다.

이동생활을 서서히 접고 동식물을 키워 가축과 작물을 얻게 되면서 한 곳에 정착하는 생활이 시작된다. 수렵채집보다 더 많은 먹거리가 확보되니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난다.

잉여식량을 저장하는 방법과 생산력을 증대시켜 줄 발명품, 기술이 다양하게 발전한다. 

타인과의 협조와 소통을 위해 스스로 문자를 만들어낸 흔적도 발견된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곳은 점점 더 크고 복잡해져 엘리트 계급, 왕국, 세금 징수 등 중앙집권화된 사회로 변화해간다.

 

최초의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다.

출발이 빨랐으니 남보다 앞서 나가야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인류는 비슷하게 수렵채집에서 정착민의 형태로 가지만, 모두가 가능한 건 아니었다.

작물화 할 수 있는 야생식물이 있어야 하고, 가축화 할 수 있는 포유류의 종류가 많을수록 유리했다.

 

수저계급론에 비유하자면, 가진 환경에 따라 금수저, 흙수저의 차이가 존재한다.

작물화 할 수 있는 야생식물과 가축이 될 만한 포유류가 많은 나라는 금수저의 나라다.

기후와 환경이 안 좋아 작물화에 계속 실패하고, 가축화 할 만한 짐승도 몇 종 없는 나라는 흙수저다.

비옥한 땅과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작물의 생산량은 차이가 클 수 밖에 없다.

 

부익부 빈익빈의 편차는 유럽이 정복활동을 시작하면서 가속화 되었다.

168명의 병사를 가진 스페인  vs  8만명의 대군을 지휘하는 잉카제국의 왕

숫자로는 싸움이 될 것 같지 않지만, 가볍게 스페인의 승리로 끝난다.

갑옷과 총, 쇠칼을 든 군인과 나무곤봉, 청동기를 든 온순한 사람들이라면 일견 납득이 된다.

싸울 채비를 한 군인과 새로운 이웃 사귀듯 온화한 얼굴로 마중나간 사람과는 싸움이 될리 없다.

총과 쇠를 갖추지 못한 뒤처진 기술력이 문제였고, 스페인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다. 평화로운 사회에 너무 안주했던게 실패의 원인이었다.

 

총과 쇠에 이어 가난한 나라는 세균의 공격도 받았다.

 

인류의 근대사에서 주요 사망 원인이었던 천연두, 인플루엔자, 결핵, 말라리아, 페스트, 홍역, 콜레라 같은 여러 질병들이 동물의 질병에서 진화된 전염병들이다. 역설적이지만 유행병을 일으키는 이 세균들은 대부분 오늘날 거의 인간들에게만 감염되고 있다. (p299)

 

가축을 기르면서 좋은 것만 누린게 아니었다. 이익을 누린 대가로 세균이라는 치명적인 선물도 함께받았다. 수많은 전쟁을 통해 죽은 사람의 총량보다 세균에 의해 사망한 숫자가 훨씬 많았다고 한다.

 

가축화가 오래전부터 정착된 유럽인들은 여러 세대를 거치며 균에 대한 내성과 면역력이 생긴채로 진화했고,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는 원주민들은 균에 노출된 적이 없었다. 외부인이 몰고온 세균에 의해 원주민 95%가 몰살당하기도 했다니 식민지 정복에 나선 유럽인들은 손 안대고 코를 푼 격이다.

 

환경결정론

특정 인종의 우열과는 무관하게 태어난 환경에 따라 모든것이 결정된다.

작물화, 가축화가 쉬운 풍요로운 나라에 태어난 인류는 일찍 안정된 사회를 살았고,

총,균,쇠를 장착하고 힘없고 개척이 덜 된 나라를 정복해 땅을 넓혀 나갔다.

 

책은 두꺼웠지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일관된 주제로 같은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하고 있어서 읽어내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방대한 자료를 짧게 요약하려니 쉽지 않다.

4월 들어 읽은 첫 책이라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뒤죽박죽인 내용, 정리는 차차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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