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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가지 않고 그 안에 머무르게 하는 힘이 강한 책 | 기본 카테고리 2020-11-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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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당신은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기를

아서 P. 시아라미콜리,케서린 케첨 공저/박단비 역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글자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가지 않고 그 안에 머무르게 하는 힘이 강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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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 모든 살아 있는 존재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자연이 부여한 유전적 선물이다."


수많은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자신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 해보라는 과제가 주어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공감 능력이 뛰어난 편이라며 사례까지 들어가며 설명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오늘의 책 '당신은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기를'을 읽으며 그동안 스스로 뛰어난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던 것들이 그저 눈치빠르게 내게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능력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한마디로 나와 다른 사람 모두를 위해서가 아닌 나만을 위해서 한 행동들이었달까?


'이해하고 이해받고 싶은 당신을 위한 공감 수업'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은 35년 이상 환자들을 상담해온 임상심리학자 아서 P. 시아라미콜리 박사님의 공감 연구물로, 그간 경험하고 공부한 것들이 진하게 담겨 있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공감'이라는 주제를 수많은 사례들과 함께 풀어주어서 특정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대화를 했을지, 공감하는 대화는 어떤 것인지 자세히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공감이 뭘까?

저자가 정의하는 공감은 타인의 고유한 경험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반응할 줄 아는 능력을 말한다. 타인의 감정에 자신을 실제로 이입하고 그들의 생각과 신념, 동기와 판단을 헤아림으로써 서로를 깊은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나는 그저 타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는 게 공감능력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너무나 단순무식한 생각이었다. 내가 잘하는 건 고작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해, 타인의 기분을 잠시나마 풀어주기 위해 감정없는 말을 던지는 것뿐이었다. 감정 이입, 깊은 이해를 위한 노력이 결여된 대화는 공감은 커녕 오히려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이런!)


반성은 이쯤에서 마치도록 하고 공감의 비밀 몇 가지에 대해 잠시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대체 왜 우리에게 공감능력이 필요한 걸까? 글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공감은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유전적인 선물이다. 공감이 없다면 우리는 사람들과 의미있는 관계를 맺을 수 없고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싶은 욕구나 의향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혼자만의 삶을 살게 되고, 감정과 생각은 서로 연관성을 잃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줄 다리가 놓이지 않은 자기만의 섬에 제각각 갇혀 지내게 된다. 누구나 알다시피 우리는 연결될 수 없다면 생존이 불가능한 생명체다. 아무리 사회가 개인화되고 있다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생존을 위해선 공감능력이 꼭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말 다행히 공감능력은 학습이 가능하다. 인간은 탄성을 가진 존재이기에 태어나면서부터 죽는 날까지 배우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으로부터 공감과 적절한 지도를 받는다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공감을 확장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물론 저자의 말이다. 나의 경우 '공감 능력은 선천적인 거 아닌가?' 마구 의구심이 들었지만 고맙게도 친절한 설명과 예시 그리고 공감능력을 기르는 방법을 차근차근 제시해주고 있어서 읽다 보니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물론 쉽지는 않다. 자아 인식, 깊은 성찰 그리고 상당량의 연습이 요구된다는 점은 잊지 말자.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제대로 공감을 표현할 수 있을까? 저자는 공감 표현하기를 위한 일곱 가지 필수 단계를 제시한다.


1. 열린 결말의 질문하기

2. 속도 줄이기

3. 성급한 판단을 삼가기

4. 내 몸에 집중하기

5. 과거로부터 배우기

6. 이야기가 펼쳐지게 하기

7. 한계 설정하기


언뜻 보면 뻔해보이는 것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실제 타인과의 관계를 맺거나 대화를 나눌 때 소홀히하고 있는 부분이라 인상깊었다. 특히 '성급한 판단 삼가기'는 내게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종종 타인의 특징을 아주 단순한 정보, 경험만으로 확정 짓고 마음 속에 이미지를 그려놓고 대화를 나누곤 했다. '분명 이렇게 말하겠지?', '물어볼 필요가 없어', '걔는 매번 그런식이야' 등의 생각은 타인에게 그리고 나에게 정말 좋지 않은 방식임에 틀림없었다. 언제나 상대가 충분히 설명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낼 기회를 주어야 한다. 대화의 목적, 동기, 의도 등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사실을 알아낸 후에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글자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가지 않고 그 안에 머무르게 하는 힘이 강한 책이라 정말 좋았다. 나를 돌아보게 하고 또 더나은 방향은 무엇인지 고민해보게 하는 내용이 많았다. 공감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 공감의 어두운 면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방법, 더 나아가 공감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여덟 가지 방식 등 생각해볼 거리,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넘쳐흐른다. 우리가 사회적 동물이라는 점을 코로나로 인해 더욱더 절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떠들고 놀고 싶어 죽겠다), 언젠가 찾아올 웃고 떠들고 때로는 슬픔을 공유하는 시간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 자신 그리고 우리 곁에서 함께 하는 이들을 위해 이 책으로 미리 준비해보면 어떨까?


"공감은 고통과 두려움이 드리운 어둠을 환하게 비추어 우리가 같은 인간으로서 지닌 공통점을 드러내주는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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