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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들은 포퓰리즘에 현혹되는가 | 취미생활 2022-09-30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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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립의 시대

노리나 허츠 저/홍정인 역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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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모는 태극기 부대다. 시작은 교회에서부터였다. 이모가 다니는 교회는 예배 시간에 정치 연설을 한다. 나라가 망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재앙이 왔다. 이 모든 것은 지금 정권 탓이다.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열렬히 외친다. 하나님께서 저 사악한 좌파 정부를 심판할지어다! 아멘! 나라를 더 이상 공산당에 빼앗길 수 없습니다. 우리 다함께 광화문으로 갑시다! 그러면 신도들이 우르르 일어나 뒤쪽 출입구로 나간다. 교회 입구엔 대절버스가 주르르 서있다. 사람들이 차례대로 탑승하면 버스는 광화문으로 향한다.

집에 돌아온 이모는 극우 유튜버 영상을 보면서 공부를 한다. 열심히 필기도 한다. 그 유튜버들은 내일이라도 당장 나라가 망할 것처럼 얘기한다. 이모도 덩달아 심각해진다. 종일 나라 걱정만 하다 하루가 지나간다.

오랜만에 가족들끼리 모여도 이모는 정치 얘기만 한다. 그걸 듣는 가족들 반응은 영 좋지 않다. 유튜브 좀 그만 보세요. 그거 다 가짜 뉴스에요. 이모는 가족들 말을 믿지 않는다. 점점 대화가 없어진다. 이모는 생각한다. 역시 통하는 건 같이 집회에 나가는 우리 교회 사람들뿐이라고. 이모는 오늘도 열심히 교회에 나간다.

허구로 지어낸 이야기 같겠지만 불행히도 다 실제 있었던 일이다. 이런 이모를 가족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각자 가진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무엇이 저렇게 이모를 열렬한 정치 신봉자로 만들었을까 알 수 없었다.

저자인 노리나 허츠의 주장에 따르면 이 모든 건 외로움이 만들어낸 환경을 극단주의 정치인(포퓰리스트)이 악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서 외로움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전적 의미에서 벗어나 전체를 아우르는, 좀 더 포괄적인 의미의 외로움을 뜻한다. 저자가 새롭게 정의한 외로움은 다음과 같다.

외로움이란 사람들과 단절된 기분이면서 우리 자신과 단절된 느낌, 사회와 가족에게 제대로 지지받지 못하는 느낌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배제된 느낌, 단순히 남과 가까워지고 싶은 소망 이상으로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고 나를 봐주고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욕구, 힘을 갖고 싶은 욕구, 공정하고 다정하게 인격적으로 대우받고 싶은 욕구의 표현이다.’

사회에 자기 자리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 주변 사람들과의 유대와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사람들, 한때 지지했던 정당이 이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도 고충을 해결해주지도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들. 이런 외로운 사람들이 수십 년째 극단주의 정당으로 몰려들고 있다. 그렇게 21세기는 새로운 포퓰리즘의 시대가 되었다.

포퓰리즘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분열과 불신, 혐오를 키운다는 것이다. 포퓰리스트는 우리를 강조하면서 우리를 뺀 타인을 배척하게 만든다. 공포심을 조장해 추종자들의 불안과 걱정을 부추기고, 국가의 존립이 위협받고 있는 위기 상황인 듯이 분위기를 조장한다. 민족과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하고 악마 취급하기도 한다. 포퓰리즘이 퍼질수록 우리는 더욱 흩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분열된 세계를 하나로 모을 수 있을까. 저자는 외로움의 원인을 다양한 데서 찾았다. 사회, 경제, 정치, 기술, 개인이 모두 긴밀히 연결되어 세상을 고립과 단절의 시대로 만들었으니 지난 40년간 외로움 위기에 기름을 부었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협력적인 형태의 자본주의, 돌봄과 온정이 있는 자본주의로 바꿔야 한다는 것부터 국가와 기업이 사회적, 인종적 정의를 실현하고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해 힘써야 한다는 것까지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사회 변화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도 우리만의 할 일이 있다. 작은 한 걸음부터 시작해보자. 가족과 더 많은 시간 보내기, 혼자 있는 동료에게 말 걸기, 마을 상점에서 물건을 사고 마을 행사에 참여하기, 새로운 모임에 가입하기 등 우리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자. 여기서 한 단계 더 발전하면 분열이 아닌 통합을 말하는 정치인을 지지해보고, 부당하게 차별받는 집단에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보자.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역시 마음가짐의 변화이다. 소비자에서 시민으로, 받는 사람에서 주는 사람으로, 무심한 관찰자에서 적극적인 참여자로 바뀌자. 가끔은 자신의 이익에는 맞지 않더라도 공동체에는 득이 되는 선택을 받아들이겠다고,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겠다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공감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해보자. 여유를 가지고 주변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도 좋다. 늘 감사하다고 표현하는 것도 잊지 말자.

사람들은 단절되었다고 느낄 때 서로에게 등을 돌린다. 이 세계가 얼마나 분열되어 있는지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제 이 세계를 지금보다도 더 분열시킬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중략) 외로운 세기의 해독제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서로를 위해 있어주는 것일 수밖에 없다. 상대가 누구라도 상관없이 말이다. 흩어져가는 세계에서 우리가 하나가 되고자 한다면 이것은 최소한의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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