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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 기본 카테고리 2022-10-3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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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하얼빈

김훈 저
문학동네 |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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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아니, 대한민국 사람으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요즘은 잘 모르겠는데, 언제인가 학교에서 역사가 선택과목이 되고 큰 절망을 느꼈던 적이 있다.

안중근과 윤봉길 이봉창을 구분 못하는 학생들 인터뷰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다.

 

사살된 이토가 일본의 천엔짜리 지폐에 근엄한 표정으로, 동아시아를 호령했던 일본 제국주의의 향수를 소환하며 일본인들의 존경을 이어가는 동안,

안중근은 식별되지 못하는 인물로 잊혀져 왔을뿐만 아니라, 일부 핏줄이 의심될만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이들로부터 테러리스트로 불리어 지기도 한다.

이 책의 거사과정과 심경, 의지 등을 따라가다가 이러한 생각이 중첩되며 답답함과 절망감이 끼어들어 왔다.

 

개인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주변의 31살은 어린애들이다.

시대환경 때문인지, 31년의 삶의 무게는 너무 큰 차이가 난다.

 

주입된 역사관 탓인지, 역사를 배우며 의문점이 있었다.

일제에 대항해 거사를 치른 다른 의사들과 달리 안중근은 대한의 독립이나, 국가의 원수가 아닌 동양의 평화를 그 동기로 들었다.

세계정세와 이토의 속내를 파악하지 못한 아쉬운 점이라는 역사적 평가도 있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당시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영향력이 커져가는 일본에 대응해,

일본, 청, 러시아의 국제 역학이 얽혀있는 하얼빈에서, 그의 동양평화론이 단순한 테러리스트가 아닌 약소국 식자(識者)로, 평화주의자로 세계인의 주목을 끌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스토리가  매우 건조하다.

안중근의 고뇌나 심경에 공감하며 빠져들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그의 비장함이 더 날카롭게 느껴진다.

역사에서 잊혀진 우덕순의 삶이 조명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거사 이후의 안중근의 일가와 처자식들의 삶이 비극적이었음이 안타까웠다.

안중근과 수많은 독립운동 의사(義士)들의 후손의 비극적 삶이, 오늘날  각 분야에서 친일의 후손들이 나라를 지배하는 현실임이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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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파타고니아는 맥주를 팔까 | 기본 카테고리 2022-10-2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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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왜 파타고니아는 맥주를 팔까

신현암,전성률 공저
흐름출판 | 202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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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서적은 좀처럼 눈길이 안가는데, 제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파타고니아는 1973년에 탄생한 등산용품 제조회사다.

환경보존을 경영철학으로 내세우는 만큼 모든 면직의류는 100퍼센트 유기농 면을 고집해왔다.

 

2012년에는 식품시장에 뛰어드는데 그 이유가 특이하다.

의류는 몇년에 한번 사지만, 식품은 거의 매일 구매하기 때문에 창업자 쉬나드는 진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식품사업에 뛰어든다.

 

나아가 2016년에는 지구를 구하는 맥주, 롱 루트 에일(long root ale)을 내놓는다.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밀을 재배해야 하는데, 지구 토양에는 공기보다 3배나 많은 탄소를 저장하기 때문에, 땅을 파헤치는 만큼 환경은 악화되는 것에 착안해,

맥주 원료로 밀이 아닌 여러해살이 밀 품종인 '컨자'를 재배한다.

컨자는 살충제 없이도 자라고, 뿌리 길이가 3미터가 넘어 물이나 비료사용이 적어 그만큼 땅을 보호하고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보관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파타고니아를 필두로 세계적 경영철학 흐름인 'ESG 경영'에 앞장서고 있는 25개의 기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E(environment, 환경)  S(social, 사회)  G(governance, 경영구조)

 

2020년 1월 세계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 래리핑크는 연례서한에서 'ESG를 자산운용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표명하며, 화석연료 관련 매출이 25% 이상인 기업은 투자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히며 방아쇠를 당긴다.

 

2021년에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기업들의 사업계획 공개를 요구하였고,

2022년에는 새로운 '자본주의 힘'을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자본주의는 회사와 직원, 고객, 협력업체, 이해관계자가 함께 번창하기 위한 상호간의 유익한 관계를 말한다.

 

서한에서 래리핑크는,

지금까지 우리가 겪었던 수차례의 금융위기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고 극복할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기후변화는 경제에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위기를 불러오기 때문에 결국 기업의 생존문제와 직결된다고 강조한다.

 

스타벅스, 밴엔제리스, 유니레버, 버진그룹, 머크, 브루독, 록시땅, 비달사순 등

이윤을 절대록표로 하는 세계 일류 글로벌 기업들이  왜 탄소 네거티브와 넷제로 등 탄소배출 제로에 앞장서는 것일까?

 

지난 시대의 '기업의 책임은 이익극대화'라는 가치는 '포용적 번영'으로 변화하였다.

JP모건, 아마존, 애플, GM, 보잉 등의 CEO들이 참여하는 미국 기업들 연합단체인 BRT는 주주의 이익을 넘어 고객, 종업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를 선언한다.

 

자본주의 심장에서부터 자본주의 개념이,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ESG 경영철학을 책임감을 가지고 추진해온 기업들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성장하며 살아남았다.

이들 기업들이 강조하고 일관성있게 지켜온 철학의 핵심은 크게  환경변화 대응, 사회공언, 직원복지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천박한 자본주의 경영철학으로는 이익이 되지 않는 환경, 사회와 소모품인 직원들의 복지에 왜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지 고개만 갸웃할 것이다.

 

왜 자본주의 심장에서 자본주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왜 거대 일류기업들이 ESG 경영에 사활을 걸고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지,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시대의 흐름과 요구를 읽지 못하고 어설픈 흉내만 내며 길을 잃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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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이웃 | 기본 카테고리 2022-10-2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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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최소한의 이웃

허지웅 저
김영사 |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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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잘 보지 않는데도 저자를 알고 있다.

어쩌다 보는 프로그램에서의 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떠드는 중에도 그의 가치관이 담긴 말은 인상깊게 다가왔었다.

 

혈액암에 걸렸다는 기사를 본 것 같은데 완치되어 다시 활동을 하는걸 보니 반가왔다.

요단강을 건너갔다 와서인지 그의 말과 글이 더 깊어지고 따뜻해 졌다.

책은 총6부로 구성되어, 각각 애정, 상식, 공존, 반추, 성찰, 사유라는 주제를 달고 사람사는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사람속에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호모 사피엔스들은 좋든 싫든 오늘도 그 숙명을 이어나가야 한다.

저자의 시선은 평범하지만 사회의 특별한 관심을 받지 않는 이웃들을 향하고 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통한 애정이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음을 얘기한다.

 

왕따, 촉법소년, 반려견, 아동학대, 장애인, 군대, 학교, 열악한 청년노동자의 죽음 등 사회 곳곳에 존재하고 있는 문제를 제기하며 불의에 너무나 무감각해진 사회를 고발한다.

그저 피해자가 되는 것이 운명인듯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따뜻함이 전해진다.

 

여러 주제들은 제목과 같이 우리사회가 공존하기 위해 최소한의 이웃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귀결된다.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실패하지만 그 누구도 고립되지 않게 하는 것.

사회의 고통에 대한 구성원들의 침묵은 공범이라는 것.

서로가 돕는 것이 온전한 인간이 되고 인간성을 지켜나가는 것임에 대한 주장을 통해,

공존하는 세상에 대한 저자의 갈망을 공감할 수 있다.

 

사회 전반에 인간성의 메마름이 심화되어 간다.

이 책이 타는 목마름에 잠시나마 해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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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 기본 카테고리 2022-08-2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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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작별인사

김영하 저
복복서가 |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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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매력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준 소설이다.

흥미로움 뒤에 남는 여운, 이야기는 끝났지만 내면의 생각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

 

우리나라가 통일이 된 후의 어느 미래, 휴먼매터스라는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연구소 단지안이 이야기의 배경이다.

주인공 철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을 그려낸다.

 

인공지능 권위자 최진수 박사와 그의 아들 철이는 휴먼 매터스 연구소 단지내에서 살아가다, 어느날 외출한 아빠에게 우산을 전해주려 쫒아나간 철이는 등록되지 않은 휴머노이드로 오해를 받고, 수용소에 끌려가게 된다.

 

수용소에는 다양한 종류의 휴머노이드들이 끌려와 있었고, 그 중에는 복제로 탄생하였지만 진짜 인간이었던 선이와, 자신이 인간이었다고 믿고 있었던 민이라는 휴머노이드를 만나 셋은 친해진다.

어느날 수용소가 민병대의 습격을 받는 틈에 셋은 수용소를 빠져나오지만, 도주중 추격대에 민이가 죽게 된다. 그들은 휴먼 매터스에 가면 민이를 살려낼 방법이 있을것으로 생각해 민이의 목을 담아 철이 아빠를 찾아 간다. 그러던중 일행은 달마를 지도자로 하는 휴머노이드 집단을 만나고, 그곳에서 철이는 인간이 아닌 것을 알게되고 큰 충격을 받는다.

 

달마 집단에 머물던 철이는 무선으로 아빠와 연결되고, 최진수 박사는 철이를 찾으러 오기전 당국에 인간의 멸망을 기획하는 달마집단을 신고하고, 미처 철이를 데리고 나오기 전에 군대의 공격을 받아 달마의 본거지는 파괴되고 만다.

이때 철이도 죽음을 맞이하고 목이 잘리나, 최진수 박사는 철이의 머리를 들고 휴먼매터스로 돌아와 의식을 복원시킨다.

그러나 미처 몸을 만들기 전에 발각되어 해고당하고, 싱가폴의 인공지능 연구소로 직장을 옮기나 거기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해고당한후 말레이시아 어느 요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인공고양이 데카르트에 백업되어 있던 철이도 네트워크상에 존재하던 달마를 만나서 무한한 네트워크상의 의식의 상태로 존재하게 된다.

영원불명의 의식의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 철이지만, 최박사가 가장 인간에 가까운 휴머노이드로 만들어진 그였기에, 몸이 있을때의 모든 것이 그리워진다.

몸이 느끼는 제대로된 감정, 볼에 스치는 바람, 붉게 물든 노을의 장엄함, 손에 닿는 부드러운 고양이 털의 촉감 등.

그리고 네트워크 상에서의 그칠수 없는 생각. 몸이 지칠 때 생각이 멈출수 있다는 것을 몸이 없어지고 나서 크게 깨닫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이에 대한 그리움. 그것은 가장 인간적인 감정이었다.

결국 철이는 엔지니어 휴머노이드의 도움으로 제작당시의 설계도를 찾아 몸을 만들어 선이를 찾아 아무르강 하류로 찾아간다.

결국 백발의 모습의 선이를 만난 철이는 4년간 함께하다 선이를 떠나보낸다.

자연스럽게 인간들이 멸종된 세상, 기계들도 더 이상 휴머노이드를 만들 필요가 없다.

어느날 자작나무 숲으로 개들과 산책을 나가, 불곰을 만나 습격을 받고 철이는 쓰러진다.

 

인간의 몸에 의식을 입혔을 때, 이전 최진수 박사가 철이를 찾았듯이 달마는 위험할 때 통신모듈을 작동시키면 구하러 오겠다고 했지만,

철이는 끝내 구조되는 것을 포기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제목 작별인사의 마침표를 찍는다.

 

모처럼 단숨에 읽은 소설이다. 스토리도 흥미진진하지만 작가는 소설속에 많은 철학적, 종교적, 과학적 논쟁들을 담았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은 인류를 유토피아로 이끌 것인가, 멸망의 끝으로 내몰 것인가? 영원한 생명을 얻는 다는 것은 축복인가? 삶의 가치를 잃어가는 재앙인가?

인간성을 상징하는 선이와 기계문명을 상징하는 달마의 사생관과 세계관 논쟁을 통해, 삶의 본질은 그저 고통이 다인가? 아니면 주어진 삶을 잘 살아 내야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에 대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져준다.

 

또한 이 소설은 곧 닥쳐올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에, 인간의 이기심이 가져올 휴머노이드와 관련한 윤리성에 대한 고민도 던져준다.

이미 기계적인 영역을 넘어 문학, 음악, 미술 등 예술 분야에 까지도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수성과 창의성을 넘어서고 있는 세상이다.

인간만이 이성과 지성을 독점할 것이라고 결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과 휴머노이드의 구분이 어려워질 세상에 진정한 인간성을 찾는 길은 무엇일까?

 

소설의 마지막, 다시 클라우드 속으로 돌아가 영생의 세상을 살 수 있는 길을 포기하고 오렌지빛으로 물들어가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삶의 마지막을 택한 철이의 선택에 그 답을 찾는 길이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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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이유 | 기본 카테고리 2022-08-25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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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전의 이유

김한식 저
뜨인돌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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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선정한  고전,  소설 15편이 담긴 책이다.

고전이 된 소설은 저마다 이유가 있다는 부제가 달린 만큼, 15편에 대해 저자가 말하는 그 이유를 간략히 요약해 보면,

 

1. 롤리타(1955), 블라디미스 라보로프

 

많은 논란을 낳은 작품이다. 소설속 주인공의 이름을 딴 '로리타 콤플렉스(어린소녀를 좋아하는 취향) 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작품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나이차가 많은 남녀관계가 이상하게 보일뿐, 사실 예전에는 우리나라도 흔한 일이었다.

주인공 험버트는 어린 로리타를 사랑하고, 끝내 순수한 사랑을 지키기 위한 노력끝에 그녀를 이용한 사람을 살해하게 된다.

주인공 험버트가 로리타를 진짜로 했는가 그저 변태적 취향이었는가?의 호기심 가득한 논쟁을 사회에 던졌다는 것만으로 라보로프는 성공을 거두었다고 저자는 평한다.

하지만, 고전의 반열에 오른 것은 세간의 호기심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 내포된 다양한 의미 때문이라 한다.

호기심 유발에 성공한 작품, 왜 고전이 되었는지 찾아가는 재미는 이 책을 펼칠 독자의 몫으로 돌린다.

 

2. 드라큘라(1897), 브램 스토커

 

소설을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거 같다. 그러나 드라큘라는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 흡혈귀 공포소설로 그렇게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에서 드라큘라는 당시 서구의 시각에서 '야만' 자체였던 동양의 성장과 서구에 대한 침탈의 위협으로 정의된다.

이 소설 탄생시기인 19세기 말의 영국인들의 불안과 공포를 나타낸 소설.

서구에서 보는 동방에 대한 제국주의적 시선과 자신들의 쇠락에 대한 두려움이 내재되어 있다.

근대 영국은 남들보다 먼저 낯선 곳에 갔고, 접촉범위가 넓어지며 공포의 대상도 많아지던 당시 영국사회상이 드라큘라로 나타났다고 해석한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해석이고, 다양한 관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문학의 묘미임을 느끼게 해준다.

 

3. 제르미날(1885), 에밀졸라

 

이 소설이 현대까지 읽혀지는 이유는 생생한 묘사에 있다. 19세기중반 프랑스 몽수 탄광지역 사람들의 비참한 모습을 눈앞에 떠올릴 수 있다.

묘사가 생생하다는 것은 현실을 똑같이 그린다는 것이 아니라  묘사를 통해 현실을 절실하게 느끼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수많은 노동소설이 나왔음에도 이 소설이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작가의 자연주의 정신이 소설에 방부제 역할을 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비참한 현실을 다루면서도 감정의 과잉이나 비현실적 희망을 드러내지 않는다.

소설의 역할이 현재 삶을 이상화 하는 것이 좋으냐(낭만주의), 보이는 그대로 묘사하는데 그쳐야 하느냐(자연주의) 논쟁속에 졸라는 자연주의를 택했다.

작품속 내용이 현재와 다르다면 소설을 역사책 읽듯이 보면되고, 달라진 세상임에도 노동자들의 형편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음을 느낀다면, 그것만으로 이 책은 의미가 충분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4. 돈키호테(1605), 세르반테스

 

미천한 신분 산초를 통해, 쇠락해 가는 스페인 왕국의 사회적, 정치적, 종교적 모습에 대한 비판을 시도한 소설이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의미는 근대소설의 길을 열었다는 것.

근대소설은 아이러니를 특징으로 한다. 즉 이전까지의 소설들은 영웅의 서사를 그려내고 있는 반면, 아이러니를 특징으로 하고 있는 근대소설은 신분이 낮은 사람이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온갖 고난을 겪지만 실패하는 내용이다.

600여명이 등장하는 돈키호테의 인물들은 대다수가 하층민이고, 공작 귀족 부자 들의 능력은 특출나지 않다.

이전의 특수한 계층의 영웅적 서사를 다룬 이야기들에서 평민이나 하층민은 그저 소품으로만 존재했다.

세르반테스는 이 소설에서 모든 계층을 등장시켜, 평등, 명예, 양심, 자유 등을 언급하고, 계급에 상관없이 자신의 능력에 의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강조하고 있다.

이 소설은 우리가 알고 있던 그저 광인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5. 로빈슨 크루소(1719), 다니엘 디포

 

무인도에 표류하여 고난을 극복한  이야기로 알고 있는 소설.

실은 영국 자본주의 시대상과 자본주의 발전에 따라 성장한 부르주아들의 흥미와 이상을 충족시키려는 것이 이 소설의 본질이다.

신흥계급들이 세계관으로 그리는 인물이 바로 로빈슨 크루소 였던 것이다.

즉, 로빈슨크루소는 바다로 모험을 떠나 성공하고 돌아온 선원이자 새로운 땅을 발견한 개척자. 주어진 소명을 충실히 이행해 부를 축적한 자본가를 표상한다.

자본주의 미덕의 산물로 탄생한 로빈슨은 훗날 아류작들을 통해, 시대분위기에 맞게 자본주의가 낳은 부정적 면을 부각시키는 소재로 쓰이기도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이 명작이라 평한다. 쓸모가 많기에...

 

6. 폭풍의 언덕(1847), 에밀리 브론테

 

제목의 폭풍이라는 단어가 범상치 않다. 바로 광적인 집착에 빠진 사랑을 뜻하기에 그렇다. 능동적이고 입체적이고 격정적인 느낌이다.

이 소설은 언쇼집안과 린튼집안을 양 축으로 변하지 않은 인간성에 대해, 그것이 만들어낸 비극에 대해 이야기 하는 소설이다. 

 

7. 고리오 영감(1835), 오노레 드 발자크

 

프랑스 혁명후 진보의 가능성보다 옛 왕정시대의 안전쪽에 섰던 작가 발자크.

귀족이 아님에도 스스로 귀족에게 붙이는 '드'를 자신의 이름에 붙이던 그가 쓴 이 소설내용은, 귀족을 찬미하기 보다 귀족들의 시대착오적, 무능력, 사치, 질투 등 부도덕의 총합을 나타내고 있다.

프랑스혁명 이전으로의 회귀를 염원하였으면서도 정작 그의 소설은 역설적이게도 그것의 불가능에 귀결되고 있다. 

'엥겔스'는 이러한 작가의 정치적 입장과 예술적 창작 사이의 모습은 '리얼리즘의 승리'라 표현하고 있다.

리얼리즘 문학의 시작을 알린 발자크. 현실을 충실하고 올바르게 묘사하는 정직한 예술가는 자신의 세계관과 무관하게 시대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이 시대를 넘어 고전의 자리에 있는 이유이다.

 

8. 안나 카레리나(1877), 톨스토이

 

톨스토이의 작품에는 '삶을 사랑하는 톨스토이'와 '종교적 설교자 톨스토이'가 함께 있다.

즉 독자들은 시각에 따라 애정을 가지고 세상을 관찰해 표현하는 작가와 인생의 가르침을 전해주는 교사를 느낄수가 있다.

이 작품은 그 사이에 위치하는 소설로, 작가와 교사로서의 톨스토이를 다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9. 모비딕(1851), 허먼 멜빌

 

노예제를 폐지하기도 전인 1851년에 나온 소설이다.

여기서 멜빌은 자아와 타자, 백인과 흑인, 문명인과 미개인 같은 이분법을 넘어선 인류애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 제국주의적 팽창을 시작하던 시기에 작품속 서술자 이슈메일을 통해 나타난 멜빌의 세계관은 오늘날까지 고전으로 내려온 소설의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을 집었다면, 우리가 흔히 인지하고 있는 고래잡이 모험이라는 서사를 뛰어넘는 가치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맛볼 것이다.

 

10. 소송(1925), 프란츠 카프카

 

우울한 가족사와 불행한 삶을 살다간 카프카.

문학에서 중요한 것은 불행과 절망을 감각하여 표현하는 작가의 능력이다.

카프카는 개인의 문제를 타인과 사회적 문제로 발전시켜 인간존재를 깊이 고민하게 만들었다.

삶의 부조리를 다룬 이 소설을 통해 독자는 삶의 본질속으로 침잠해 가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11. 위대한 캣츠비(1925), 스콧 피츠제럴드

 

1차 대전후 미국  청년지식인들은 자본주의를 혐오하여 대거 파리로 건너가 쾌락적이고 허무한 생활에 빠져든다. 피츠 제럴드가 대표적 인물로 그는 파리에 거주하며 이 소설을 집필했으며, 현대소설의 교과서라 불리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특별한 대작이 아님에도 100년 가까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형식, 내용이 난해하지 않고, 당시 시대상을 통해 자본주의 발전상을 볼 수 있으며, 선과악, 낭만적 영웅과 범죄자의 특징, 순수한 사랑과 타락한 사랑의 대비를 통해 비극으로 끝맺는 그의 삶과 1920년대 미국사회를 잘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2. 암흑의 핵심(1899), 조지프 콘래드

 

제국주의 비판과 제국주의 중심적 시선의 양면성을 지닌 작품이다.

배경을 콩고에서 베트남으로 바꾸어 '지옥의 묵시록'이라는 영화로 만들어 대히트를 치기도 했다. 

자신과 다른 문명, 인종을 '계몽'이라는 이름으로 침탈하고 지배하려는 서구 제국주의와 유럽인들은 모든 것을 소유하려고 해왔다.

밀림으로 들어간 주인공 커츠의 몰락을 통해 제국주의에 대한 추악한 진실을 폭로하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 고발한다.

제국주의에 대한 고발과 논쟁을 통해 각성을 이끈 소설이다.

 

13.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913-1917) 미르셀 푸르스트

 

비평가들 사이에서 20세기 최고의 소설이라 불리는 작품.

저자 푸르스트는 단 하나의 소설만을 남겼고 그것이 최고의 작품이 된다.

5,000여 페이지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분량. 예술이란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유일한 방법이라 역설하며 자신의 인생을 온전히 담아낸 작품이다.

엄청난 분량에 압도되지 않는다면, 왜 이 소설이 극찬 받는지 알아보는 여정을 떠나도 좋을 것이다.

 

14. 율리시즈(1922), 제임스 조이스

 

이것도 2000쪽에 이르는 대작이다. 1904년 6월 16일 단하루,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제1차 세계대전 후 유럽인들의 불안의식을 표현한 작품이다.

배경은 더블린이고 단 하루의 이야기 이지만, 조이스는 의식의 흐름 기법을 통해 먼 곳까지 주제를 확장시킨다.

조이스는 단 하루를 통해서도 현대의 사회, 역사, 문화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해하고 어렵다고 정평이 나 '연구자들 외 끝까지 읽은 사람이 없다'는 앞서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율리시즈' 완독에 도전해 보는것은 어떨까?

개인적으로도 두 작품에 대한 시도가 몇차례 있었으나, 중도포기하였다.

 

15. 백년동안의 고독(1967),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서구소설이 모더니즘으로 기울면서 대중들과 멀어지는 상황에 이야기가 주는 재미를 고스란히 간직한 남미 소설이 주목을 받는다.

마술적 리얼리즘이라 불리며, '마콘도'라는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6세대에 걸친 한 가문의 이야기이다.

많은 이들의 극찬을 받는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도 몇번의 시도에 그치고 말았다.

 

고전의 이유를 짚어가면 소개해 주는 15편의 책들을 접하는 데에도 숨이 가쁜 느낌이었다.

모든 작품을 고전이라 불리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감지하지 못했던, 이 책의 저자가 짚어주는 부분을 확인해보고자 책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실패한 뒷부분의 3종의 책들에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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