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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이도우 | 마이 리뷰 2020-10-22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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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저
시공사 | 2020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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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이도우 작가의 작품이다.  그는 이미 『사서함 110호의 선물』로 인기를 얻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산골 소년의 이야기, 시골의 작고 오래된 단골 책방, 새벽녘 잠 못이루는 사람들의 SNS 글 등 이 모든 이야기를 이 작품 속에 담았다. 서로에게 많이 미안한 사람들이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시간이 흘러 비로소 용기를 내어 전하고 있다. 이 작품 속 이야기는 우리들의 일상 이야기이다.

 

겨울이 와서 좋은 이유는 그저 한 가지. 내 창을 가리던 나뭇잎들이 떨어져

건너편 당신의 창이 보인다는 것.

크리스마스가 오고, 설날이 다가와서

당신이 이 마을로 며칠 돌아온다는 것. 

 

                                                                                              -본문 중에서-

 

이 작품 속 여자 주인공은 '목해원' 그녀는 서리가 내리는 어느 겨울 날  버스정류장에 내린다.

작품 속 배경은 혜천읍 북현리 마을이다. 북현리 마을은 들판에 커다랗고 하얀 마시멜로들이 뒹굴고 있는 농촌 마을이다. 그녀는 왜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일까?

그녀는 미대를 나와 미대입시학원에서 강사로 일했다. 그녀가 가르치는 학생과의 불화로 인해 학원을 그만두고 펜션을 운영하는 그녀의 이모 곁으로 오게 된다. 그 장소가 헤천읍 북현리이고 펜션의 이름은 '호두하우스'이다. 그녀는 다가오는 봄까지 이 호두하우스에 머물러 겨울을 보낼 예정이다.

 

또 다른 남자 주인공은 '은섭' 그는 혜천읍 북현리 마을에서 '굿나잇 책방' 이라는 서점을 운영하며 각종 농사일도 도와드리며 살아간다. 해원이와 은섭이는 중고교 동창 사이이다. 은섭은 이 곳에서 매년 해원이가 오기를 기다린다.  

 

은섭은 순간 중심을 잃고 휘청하다 아슬아슬 스케이트장 가장자리로 비켜섰다. 눈을 감았다 떠도 그녀였다. 올해도 오지 않으려나보다 생각했는데.

       -p.12-

 

해원이가 머물게 된 펜션 호두하우스에 머물게 된다. 이 펜션은 오래 전 외할머니가 운영하던 북현민박집이었는데 해원이의 이모인 명여 이모가 물려받아 펜션으로 탈바꿈되었다. 그리고 해원이는 이모를 따라 열 다섯살 때 이 곳으로 내려와서 살게 되었다. 이모는 어린 해원이를 위해 이웃에서 갈색 개 를 데려왔는데 이 개의 이름이 '호두'였다. 몇 년 살지 못했지만, 그 호두의 이름을 따서 호두하우스라고 지었던 것이다. 

 

이 작품 속에서 또 다른 중요 인물인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해원이를 어렸을 때부터 보살펴 준 사람인 명여 이모이다. 그녀는 똑똑하고 공부도 잘했다고 한다. 그녀가 젊었을 때 세계여행을 하고 글을 써서 유명한 소설가도 되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녀는 모든 것을 그만두고 여기 고향으로 내려와 민박집을 이어받아 살게 되었다. 왜 갑자기 그녀는 모든 것을 그만두고 여기에 내려 왔을까? 그리고 왜 해원이는 엄마의 손이 아닌 이모한테서 자라게 되었을까? 이 의문에 대한 이유가 이야기  끝에 나오게 되는데 이 이유는 해원이에게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해원에게 은섭이는 어떤 존재일까? 해원이는 은섭이를 그저 중고교 동창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그저 얼굴만 알고 인사만 하는 그런 사이 말이다.

해원은 새삼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 같은 혜천읍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별로 말이 없던, 옆집에 살아도 마주치면 그저 인사하는 정도였던 동창. 그나마 그는 중간에 고교도 그만두었던 것 같다. 졸업앨범에 그 애가 있었던가. 기억이 없다.
                                                                                                                        -p.22-

 

그럼 과연 은섭에겐 해원은 어떤 존재일까?  해원이 내려온 첫 날 그들은 만나는데 그들은 서로에게 어색하게 인사한다.

 

파카를 입은 은섭이 헬멧과 장갑을 벗자 불빛 아래 헝클러진 머리카락이 드러났다. 짧은 순간 서로가 인사를 할까 말까 망설인다는 것을 두 사람은 동시에 느꼈다.

해원이 먼저 어색한 밤공기를 깼다.

"안녕? 오랫만이네."

"어. 안녕. 오늘 온 거지?"

"어떻게 알았어?"

"오는 거 봤거든. 스케이트장에서 "

  -p.27-

 

그들은 이렇게 서로 어색하게 인사한다. 은섭은 매년 해원이를 기다려왔지만, 마치 아무렇지도 않게 덤덤하게 인사를 한다.  해원이에 대한 마음을 숨기고 그냥 친구인 것처럼 해원이를 대하는 모습에 마음이 안타까웠다.

 

그는 '굿나잇 책방'을 운영한다. 그는 책방지기이다. 그는 1년 6개월동안 책방을 운영해왔다. 일주일에 엿샌ㄴ 책방 문을 열어왔다. 그러나 겨울 한철엔 큰아버지의 논두렁 스케이트장 일을 도와드리느라 책방 문을 못 여는 날이 많았다. 그는 책방지기로서 독립서적을 구입하고. 책방 굿즈도 만들며 책방을 열심히 운영한다. 비록 손님은 거의 없지만 책방지기로서 소신과 자부심을 가지고 책방을 연다. 매일 밤마다 SNS에 굿나잇책방 블로그에 비공개글을 올린다. 그 글 속에 해원에 대한 마음을 살짝 토로한다.  그녀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말할 수 없지만 말이다.

 

새벽 3시인데 건너편 호두하우스 H의 방에 불이 켜져 있다. 그러고 보니 아까도 잠이 안 와서 나와 있다고 했었지. 내 불면증이야 워낙 익숙한 거지만. 혹시 H도? 세상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야행성 점조직, 굿나잇클럽에 들어오라고 말해볼까?

하지만 나는 아마 말 못하겠지. 네, 못합니다.(웃는다.) 그래도 잘 자요. 아가씨.

세상에 흩어져 잠자리에 드는 굿나잇클럽 여러분도 잘 자요. 겨울 들판의 마시멜로를 보면 강원도 어딘가에서 바보 같은 대답을 한 인간이 있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내년 겨울에 또 물어봐, 자꾸자꾸 대답할게 같은 멍청한 소리를 하는 남자가 있다는 것을. 여러분은 더 잘 할수 있을 겁니다. 저보다는 

 -p.27 굿나잇책방 블로그 비공개글에서-

 

글 중간 중간에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굿나잇책방 통신이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요즘 시대를 반영해서 현실감있고 재미있게 구성한 점이 돋보인다. 그리고 이 블로그 글 속에 은섭이의 내면과 해원이에 대한 마음이 잘 나타나 있어서 은섭이의 마음과 생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해원이는 과거 은섭의 모습을 회상하면서 현재의 은섭에게 조금씩 호감을 느끼지 시작한다. 해원에게 기억된 은섭의 모습은 아직 존재감이 없었던 아이에 불과했지만...

 

학창 시절 은섭은 한결같이 똑같을 사람처럼 보였다. 막연히,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인상이었다 할까. 성적이 톱을 달리는 학생도 아니었고 인기 그룹에 속하지도, 동급생과 잘 섞이지도 않았다. 그는 컬러사진 속에 혼자 세피아로 현상되는 느낌의 아이였다. 존재감이 없다고 느꼈으면서도 어쩌면 그게 존재감이었는지 모르겠다고 해원은 생각했다.

 -p.38-

 

그리고 해원은 은섭과 함께 읍내에 나갔다가 고교 동창 장우에게서 보영이 소식을 듣는다.

보영이는 고교시절 해원이의 단짝 친구였다. 하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해원은 보영이와 결별한다.

'목해원이 왜 여기 이모 집에서 사는지 알아?'

오래된 수근거림이 싸늘한 저녁 바람에 묻어와 귓가에 맴돌았다. 단 한 사람. 단짝 친구에게만 고백했던 이야기였는데. 세상 끝날 때까지 지켜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그게 보영이었다.다정하고 마음 약한 보영이.

 -p.43-

 

해원이는 그녀의 과거의 비밀을 지키지 못한 보영이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껴 그 사건 이후로 보영이와 결별하고 연락을 끊었다. 서로 화해하지 못하고 보영이는 해원이에게 용서를 빌 기회조차 잃은 채 그렇게 지난 세월을 살아왔다. 그런 보영이가 해원이와 연락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오해를풀고 용서를 빌고 화해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해원은 아직 보영이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직도 해원이는 그 때 일을 잊지 못하고 보영이를 용서하지 못한다. 해원이와 보영이는 화해하게

될까? 

 

해원이는 호두하우스에 머물며 낡은 펜션을 수리하여 이모가 펜션 운영하는 것을 돕고자 한다. 하지만 명여 이모는 펜션을 수리해서 운영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두 사람의 의견이 충돌하여 말다툼을 하게 된다.

 

"어쨌든 네가 집에 돈 쓰게 하고 싶지 않아. 넌 신경 쓰지마."

" 와-너무하네. 누가 들으면 나 호두하우스 물려받으려고 내려온 줄 알겠다. 영업은

그만뒀어도 이모 이 집에서 계속 살 거잖아. 수도도 새고, 보일러도 시원찮고, 여기저기 낡았는데.."

"네가 날 위해 이 집을 고치고 싶어 한 거니? 네 속에 불난 거 씨름하느라 그런 거지!

도망 와놓고선 회피할 게 필요하니까."

부정할 수 없는 말은 늘 날카로운 법이다. 눈물이 핑글 돌아서 그녀는 꾹 참았다.

                                                                                                                                  -p.51-

 

 

이모와 싸우고 해원은 은섭에게로 간다. 그녀는 굿나잇 책방을 구경하며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며 마음을 푼다. 은섭은 해원이를 따뜻하게 맞아준다.

 

 

그녀는 울었다.

 

울었고, 내 책방에 왔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H는 웃고 있었지만, 울었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위로하는 법을 잘 모르고, 내게 위로를 부탁하지도 않았으므로,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함.                       

  --p.60 굿나잇책방 블로그 비공개글에서--

 

해원은 외할머니 기일을 맞아 명여 이모와 함께 할머니 묘지를 찾는다. 과거 고교 시절, 자신의 과거를 가지고 수군거리던 아이들이 생각이 났다.

 

 

"그러니까, 과실치사 같은 거야?"

"그게 애매하대. 급발진 사고라고 하면 과실인데, 해원이 엄마는 살해 의도가 있었다고

자백했다는 거지.

"와-어떻게 그럴 수가. 보영이가 분명 그렇게 말했어?"

"그렇다니까? 쉿! 이거 얘기한 줄 알면 김보영이 가만 안 있는다."

"가만 안 있으면 어쩔 건데. 걱정되면 자기가 말을 옮기지 말았어야지. 그래는 맨날 혼자

양심 있는 척이더라. 할거 다 하면서."

 

   -p.66-

 

이 사건으로 해원이는 보영이와 결별을 하게 된 것이다.

 

급발진 사고였다고 끝까지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엄마는 충분히 그렇게 주장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이 변명도  핑계도 대려고 하지 않았다. 고의적으로 남편을 향해 돌진한 건 아니었지만 분명 급발진도 아니었고, 그가 다칠 가능성을 미필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마치 그렇게 함으로써 그동안의 인생을 일단락하려는 사람처럼. 엄마는 감옥에서 칠년을 살다 나왔다.

 -p.71-

 

  또한 해원이 엄마는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갔다온 것도 알 수 있다. 이렇듯 해원이는 과거에 사로잡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원은 엄마가 급발진이라 주장하며 변명이라고 하길 원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감옥에 갔다. 그런 엄마는 해원이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해원은 심난한 마음을 알고 다시 은섭을 찾아간다. 책이라도 한 권 사야지 하는 마음으로 갔다가 은섭이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낮에 스케이트장에서 한바탕 일을 끝낸 은섭은 피곤하게 하품을 하며 밀대로 바닥을 닦고 있었다.

(중략) 은섭은 청소를 마치고 노트북을 열어 온라인 주문을 확인했다. 책방 홈피와 블로그, 인스타크램을 연동해놓아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SNS 관리를 하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p.73-

그리고 해원은 은섭의 일을 도와주고자 은섭이가 낮에 스케이트장에 가 있는 동안 대신 책방을 봐주시로 한다. 그리고 자신의 미술 실력을 살려 굿나잇책방 굿즈 삽화를 그리기로 한다. 이렇게 해원과 은섭이가 서로에게 조금씩 가까이 가고 있다.  

 

그리고 은섭은 굿나잇책방에서 매달 독서모임을 운영한다. 독서모임 회원들은 명여 이모의 친구 수정 이모, 항상 전기난로에 귤을 구워주시는 할아버지의 손자 승호, 사춘기 십대 소녀 현지, LED 조명업을 하는 조명가게 아저씨 이렇게 은섭까지 포함해서 5명이다. 그들은 서로 모여서 해당 주제의 글을 읽고 마음에 드는 한 구절을 적어 글쓰기를 한다. 바쁜 일상 생활 속에서도 매달 모여 독서모임을 하며 서로 생각을 나누고 글을 쓴다는 것이 참 인상깊었고, 그들이 대단하게 생각되었다. 그리고 책방을 운영하며 독서모임까지 이끄는 은섭이 대견하게 생각되었다. 참 열심히 사는구나.

"오늘은 원래 글쓰기 모임인데 바쁜 연말이라 다들 부담스러우셨나봐요. 그래서 대신 눈이 내린 풍경이 담긴 글을 읽고 마음에 든 구절을 적어 오는 과제를 내드렸습니다. 자유롭게 얘기 나누시죠."
                                                                                                                                 -p.110-

 

겨울이 깊어가 한파가 찾아왔고, 보일러가 고장난 호두하우스는 한파에 꽁꽁 얼어붙게 된다.

그래서 해원은 은섭이네 집에서 당분간 지내게 된다. 이에 은섭은 해원이와 함께 있게 되어서 너무나 기뻐한다. 그 기쁨을 굿나잇책방 블로그에 적어놓았다.

그녀는 지금 같은 지붕 아래 잠들어 있습니다. 아까는 내 방에 들어와 책상에 놓인 구형 램프를 보고는 아름답다고도 말했습니다. 순간 행복해진 나는, 불현듯 덜컥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잡으며 불꽃같이 고백하기를...같은 멍청한 말로 그녀를 당황스럽게 만들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그저 고마워. 라고만.

 -p.157-

 

해원에게 보영이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보영이가 먼저 해원이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것일까?

하지만, 그런 보영이의 마음을 모른 채, 아직도 해원이는 보영이가 불편하고 어색하기만 하다. 아직도 해원은 보영이를 용서하지 못한 것이다.

 

"여보에요."

"...해원이니?"

"나, 보영이야. 오랫만이지."

"동창회 때 봤잖아."

"그렇지만, 그날은 서로 말 한 마디 못 했으니까."

"언제 시간 나? 같이 차한잔했으면 해서."

"근데..요즘 날씨가 너무 춥다, 보영아."

"다음에. 다음에 날씨 좋을 때 보자."

"응..그럼 다시 연락할게." 

-p.164

 

제목인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라는 것은 이 대화 속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날씨가 좋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단순히 말그대로 날씨가 좋다는 의미일까? 아닐 것 같다. 날씨가 좋다는 것은 해원이의 마음이 맑음 상태가 아닐까? 해원이의 마음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것 같다.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많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엄마와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등등 마음이 너무 복잡하기만 하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한다. '언제 같이 밥 먹자.' '나중에' 라는 의미와 같지 않을까. 보영이를 만나는 것을 미루고 회피하고 싶은 해원이의 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은섭은 해원이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한다. 은섭은 해원에게 자신이 입양됐다고 말한다. 지금 키워주시는 분이 양부모님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언젠가 산에서 보았던 무덤은 사실은 자기 친아버지의 무덤이라고 말이다.

그녀에게 내 이야기를 했다. 입양됐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고교 시절 고약한 녀석들이 그걸 약점이라고 나를 꽤나 괴롭혔었는데. 정작 나 자신은 약점이라 생각하지 않아도 그들은 내가 그걸 아프게 여기길 바랐었지. 어딜 가나, 어릴 때도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생각에 사로잡힌 존재들은 있기 마련이다. 어째서 너는 불행해하지 않지? 어째서 그렇게 태연하고 덤덤하게 살 수가 있지? 너는 뒷산 오두막에서 실던 놈이 아니었던가? 네 아버지는 부랑자였잖아? 왜 너는 주눅 들지 않는 거지? 같은 질문들과 비난들.

..한참 생각해봤지만 역시 아니었다. 나는 양부모님을 좋아했고, 아버지를 먼발치에서 돌봐주셨던 큰아버지-고진만 아저씨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여전히 좋아하고 있었다. 내게 고마운 사람들이 있는데 굳이 불행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날 산을 내려왔던 기억. 

-p.255

 

언제나 해맑게 웃고 매사에 긍정적이었던 은섭에게도 이런 아픈 과거가 있을 줄이야. 해원이도 엄마의 죄 때문에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은섭이도 자신의 입양과 아버지의 죽음, 사람들의 비난 때문에 힘든 시절을 보냈다. 둘다 아프고 힘든 과거였지만, 해원은 그 상황을 회피하고 모면하고 도망쳐버렸다. 하지만 은섭은 그 상황에 직면하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믿고 그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했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다들 자신이 불행하고 비참하다고 생각할텐데 은섭이는 오히려 자신이 불행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신에게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으니깐 말이다.

해원은 은섭이도 이렇게 자신처럼 아픈 과거가 있음을 알고 그 슬픔에 공감하고 은섭에게 마음을 연다.

 

그리고 또 하나 드디어 해원이 엄마의 죄에 대한 진실이 밝혀진다. 명여 이모는 은섭이에게 그 사건에 대한 진실을 담은 고백록을 메일로 보낸다.

가족을 자기 손으로 해쳤다는 죄책감에 관해 말씀하셨습니다. 말씀대로 명백한 범죄입니다만 그 상황에 대해 저는 자세히 알지 못하니까요.제가 판단할 영역은 아니라 여기고 그냥 듣겠습니다. 자책과 죄의식은 평생을 따라다니며 사라지지 않을 테고, 제도적으로 받는 벌 외에 스스로에게 내리는 벌이 있다면 그쪽이 더 길고 끈질길지도 모르겠습니다.

-p.351

 

아마도명여 이모는 해원이 아빠를 급발진 같은 우발적인 사고로 죽이게 된다. 이를 알게 된 해원이 엄마는 동생이 유명한 작가이고 동생의 미래를 생각해서 자신이 그 죄를 뒤집어쓰게 된다. 그래서 여동생인 명여 대신 자신이  살해했다고 거짓 자백을 하고 감옥에 간 것이다. 이에 대해 해원은 엄마가 아빠를 죽인 것이라 생각하고 엄마를 원망하고 자신을 버리고 감옥으로 간 엄마를 용서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사건 뒤에 이런 아픈 진실이 숨어 있을 줄이야.

 

그러나 결국에는  해원이도 이 사실을 알게 된다.

빗속에서 언니는 차를 몰로 달아나려 했고, 그런 아내를 끌어내리던 그 남자는 이미 이성을 잃고 있었다. 언니가 끌려 나온 순간 내가 운전석에 올라 핸들을 움켜쥐었다. 어서 타라고 소리쳤다. 그가 없는 곳으로 함께 멀리 달아날 생각이었다.

그는 두 팡을 벌려 앞을 가로막았다. 나는 액셀을 밟았다. 그가 피할 거라고, 피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를 아슬아슬하게 비껴 대문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는 마치 보닛 위로 뛰어오를 것처럼 몸을 앞으로 기울였고 다음 순간 차는 그를 매단 채 담장을 들이박고 멈췄다.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는데 언니가 소리쳤다. 가라고 사라지라고! 그제야 나는 무슨 말인지 깨달았다. 비척비척 차에서 내려 나는 정말로 그들의 인생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p.357-

 

그리고 해원이는 이 모든 것을 용서하고 용기를 내어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간다.

그녀는 이제 다시 북현리 마을 정류장에 서 있다.

버스는 정류장을 떠났다. 호두하우스도 은섭의 집도 보이지 않지만, 오솔길 위에 그들이 있다는 걸 안다. 식탁에 남기고 온 그녀의 편지도, 해원은 젖은 눈을 깜빡거렸다. 새벽빛에 젖어가는 북현리 하늘과 들판이 아지랑이처럼 번졌다.

 -p.402-

 

 

이 소설을 단순히 해원과 은섭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그들은 달콤하고 어색하지만 순수한 사랑, 하지만 글을 읽어가면서 그 속에는 가족, 친구, 이웃사람 등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 아픔, 슬픔까지도 담겨 있다. 그리고 그렇게 잘못을 저질렀지만, 죄는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할 수 없듯이 나중에는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서로의 잘못으로 인해 오해하고 미워하고 용서하지 못한 채, 힘들고 어려운 삶을 이어나간다. 용기를 내어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그럼으로써 서로간의 오해가 풀리게 되고 결국은 화해하게 되는 것이다. 이 글 속엔 그 화해의 과정도 담겨있다.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훈훈하고 따뜻해진다. 추운 겨울, 사람들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작품의 배경이 북현리 농촌마을이라 상당히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것 같다.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안겨주기에 적합한 장소 선정이라고 생각한다.

한 편의 휴먼 드라마를 본 것 같다. 인간의 정이...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추운 겨울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훈훈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드라마로도 나왔고 멋지게 원작을 표현한 것 같다. 책으로 읽었을 때 느끼지 못했던 영상미와 북현리 마을, 굿나잇책방이 이미지화되어 좀더 현실감있게 다가와서 좋았던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드라마도 볼 것을 추천한다. 원작에 충실하려고 했지만, 드라마의 극적 효과를 위해 약간 내용을 좀 다르게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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