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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육아맘. 하지만 책을 사랑하는 20대 감성녀. 삶의 지침에서 벗어나는 힐링 도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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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 | 마이 북리뷰(2021년) 2021-11-2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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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파트먼트

테디 웨인 저/서제인 역
엘리 | 2021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이 책을 읽으며 관계의 상실에 대한 사색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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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

테디 웨인의 <아파트먼트>를 읽고

 


 

스물넷, 문학을 사랑한 우리가 만난 일의 기쁨과 슬픔에 대하여
질투와 동경과 어리석음에 갇혀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하여

 

과거의 무수한 내가 모여 지금의 내가 만들어지듯, 나의 존재는 무수한 인간 관계 속에서 정립되고 그 관계 속에 있을 때 비로소 나의 존재는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정말 나와 마음이 통하고 진정한 나의 'soulmate'라고 생각되는 소위 '잃어버린 나의 반쪽'을 만나게도 된다. 그러나 그런 인생의 동반자를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나의 환상이고 착각이라면 어떨까. 나의 마음이 너의 마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너와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떨까. 또는 그렇게 소중한 인연을 나의 이기심과 질투로 인해 영영 떠나보내게 되면 어떨까. 

 

이 책 『아파트먼트』는 그런 인간 관계의 시작에서부터 관계의 상실까지 과정을 스물네살 문학을 사랑하는 두 청년의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섬세하고 날카롭게 잘 묘사하고 있다. 특히 저자가 다루기 힘든 감정과 행동의 변화를 책 속에서 '나'로 지칭되는 한 인물의 성장 과정 속에 잘 녹여내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빌리라는 한 인물과의 만남, 그와 함께 한 우정, 그 관계에서 오는 기쁨과 행복 등이 빌리와 함께 한 일상 속에 잘 나타나 있다. 

빌리와의 만남은 기쁨으로 시작하였다. 컬럼비아대학 순수예술 석사과정 문예창작 프로그램을 함께 듣는 수강생으로 만났다. 교수를 비롯한 모든 수강생들이 내 소설 작품에 대해 "No' 라고 외칠 때 빌리만이 내 작품을 칭찬하며 ' Yes' 라고 말했다. 나처럼 문학을 좋아하고, 나처럼 소설가가 되기를 꿈꾸며, 나처럼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빌리와 나의 우정은 설레는 기쁨과 희망적인 기대로부터 시작되었다.  

빌리는 평생 동안 거리를 두고 사람들을 대해온 내가 신뢰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진정한 친구라는 느낌이었다. - p.157

 

이렇게 시작된 우정은 빌리와 자신의 아파트에서 함께 동거하면서 발전하게 된다. 바텐더로 일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머물 곳이 없던 빌리를 배려한 선의에서 시작한 이 친밀한 동거가 나중에는 위험한 동거로 발전하게 될 줄은, 결국 '애초에 함께 들어와 살자고 하지 말았어야 했었는데 라고 후회하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으리라. 처음에는 '너와 나는 같다' 라는 동질성을 발견했지만, 나중에는 '너와 나는 다르다' 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어쩌면 애초부터 빌리와 나는 완전히 다른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합평 수업에서 그가 마치 '나의 모든 죄책감을 덜어주고 나의 존재를 승인해주듯이' '나'의 소설을 변호해주었을 때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에게 가장 큰 두려움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가  '나를 정말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는 거겠지' 라고 말하는 데 그것은 내가 느끼는 외로움과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나'는 빌리에게 전적으로, 필연적으로 매료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생각은 '나'의 착각과 환상이었는지도 모른다. 빌리가 가진 문학적 재능과 그의 작가로서의 진정성은 매혹적인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내가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질투와 시기의 대상이기도 했다. 또한 중상위 계층에 속하는 '나'는 비록 불법 전대를 하고 있지만, 맨해튼에서 제법 괜찮은 아파트를 소유하고, 부모님으로부터 학비를 보조받는 나와 바텐로 힘들게 일하면서 학비를 버는 그와의 경제적 격차는 결코 좁혀질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모든 혜택과 특권들을 누리고 있음에도 '나'는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충분히 좋아하지 못하는 존재이다. 그에 반해 미국 중서부의 가난하고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빌리는  '태어난 환경은 사실 우리가 어쩔 수 없는 거' 라고 자신의 운명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간다. 그리고 자신의 비천한 출신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작품 속에서 오히려 자신의 고향을 생생하게 묘사하기도 한다.
 
평생 주변부에서 맴돌며 자신에 대해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는 존재' 라고 느끼며 자신의 진정성을 찾지 못한 '나'와 운명을 개척하고 자신이 가치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빌리는 그렇게 가치관부터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빌리의 남성성과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은 그렇지 못한 나와 대조되며, 그것이 '나'의 동경심이 되기도 하지만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차이가 있었음에도 '나'는 빌리와 통하는 면이 많다고, 우리는 서로 닮았다는 착각,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이란 존재는 결코 같을 수가 없는 존재인 것 같다. 이 세상에서 나와 똑같이 닮은 사람을 찾을 수 없고, 인생의 동반자라고 여기던 배우자가 사실은 님이 아니라 남인  낯선 사람이라고 느껴질 때가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깨닫게 된다.
 
작가는 순수한 선의와 호의에서 시작된 그들의 동거 생활을 통해 인간 관계의 균열부터 상실까지 그 과정을 섬세하고 그려내고 있다. 처음에는 상대방에 대한 존경과 동경에서 시작된 마음이 상대방에 대한 시기와 질투,미움,증오로 바뀌는 것은 인간이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인 것일까. 인간의 이런 이기심과 욕심은 어쩔 수 없는 것이란 말인가. 인간이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상대와 자신의 우열을 따져 우위에 있으려고 하고, 경쟁과 권력 투쟁을 통해 자신의 우월성을 입증하고 싶어하는 존재인 것인가. 그런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이 결국은 소중한 존재와의 되돌릴 수 없는 이별과 관계의 파국, 상실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타인의 경계가 그려내는 특별한 윤곽선은 우리 자신의 그것과 충돌하고, 남은 평생 동안 사라지지 않을 커다란 구멍을 남긴다. -p.286

 

외로움, 고독, 동경, 우정, 분노, 시기, 질투, 이기고 싶은 마음, 잃고 싶은 마음이 모든 마음들이 인간이 가진 양면성일지도 모른다. 이 책 『아파트먼트』는 '문학'이라는 같은 공통성과 소설가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섬세하고 복잡한 감정선과 그 감정의 변화를 탁월하게 그려보이고 있다. 소설의 책장을 덮으며 결국 인간은 혼자일 수 밖에 없는 존재인가라는 씁쓸한 깨달음이 온다. 작품 속 두 인물의 인간관계 상실로 인해  결국 쓸쓸하게 혼자 남은 모습에 안타까움이 남는다. 결국은 이렇게 될 줄 알았지만, 그들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길 바란 건 나의 욕심이었을까. 나 또한 나의 인생을 살면서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인생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그들의 관계, 그로 인한 변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싶다면 이 책 『아파트먼트』를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소설 문장의 모범 답안이랄 수 있는 문장들로 이해하게 되는 평범한 소설가 지망생의 고통이라니…그렇게 청춘은 끝난다. 어떻게 하든 청춘은 상실의 과정이고, 그 상실을 통해 우리는 한때 우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 김연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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