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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운 죽음이란 무엇인가 | 마이 북리뷰(2022년) 2022-03-2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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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떻게 죽을 것인가 (리커버 에디션)

아툴 가완디 저/김희정 역
부키 | 202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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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운 죽음이란 무엇인가"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읽고

 


 

아툴 가완디 의 죽음에 대한 질문과 대답

"아름다운 죽음은 없다.

그러나 인간다운 죽음은 있다."

 

인간 수명의 연장과 함께 예전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 가 중요한 문제였다.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살 수 있을까에 온갖 관심을 두어 과학과 의학의 발달이 눈부시게 이루어졌다. 그 발달의 결과 이제는 100세 시대에 접어들었고, 수명 연장과 함께 이제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에 대한 죽음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되었다. 

 

요즘 저출산으로 인해 노년층 인구가 많이 증가하게 되었고, 노년층을 위한 의학과 복지의 필요성이 증가하게 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여생을 의미있게 보낼 것인가?" 에 대한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프로그램과 다양한 활동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그에 반해 노인의학은 발달되지 못하여 노인의학전문병원과 전문의사가 없어서 일반진료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노인들은 한 가지 질환이 아닌 노쇠에 의한 종합적으로 여러 질환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종합적인 치료와 진료를 할 수 있는 병원과 의사가 시급하다. 그러나 노인전문병원이 증설되는 대신에 오히려 요양병원, 요양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요양원에서는 전문의학 치료나 처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누군가 말하길 '죽어야지만 나올 수 있는 곳'으로 노인분들께는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이 책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당신은 어떤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가? 무엇이 인간다운 죽음인가? 등 그가 던지는 질문은 너무나 묵직하지만,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질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 물음에 대해 별로 중요하게 생각해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현대 의학은 생명을 연장하고 질병을 치료해서 인간 수명을 늘리는 데 집중해 왔다. 그래서 정작 길어진 노녕의 삶과 삶의 질, 질병으로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해오지 않았고 관심도 기울이지 못했다. 심장이 멈추는 그 날까지, 숨이 끊어지는 그 날까지 어떻게 하면 생명을 이어가느냐가 중요했고 의사들은 그렇게 환자를 살리는 데에만 치중해왔다. 그런데 우리는 죽는 그 순간까지도 온갖 기기 장치와 인공호흡기를 주렁주렁 달고 연명치료를 하면서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 그것이 과연 우리가 원하는 죽음인가? 

 

저자인 아툴 가완디는 하버드 의대에서 의학 박사학위를 받고, 공중보건에 관심이 많아 하버드 보건대학에서 공중보건학 석사 학위도 받았다. 그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은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사회 현실과 맞닿아 있다. 이제 우리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죽음의 질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하고 인간답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보면 그들은 죽음에 대한 준비도 없이 너무나 고통스럽게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원인은 인간은 죽을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이 책 속의 루 할아버지, 루스 할머니, 앤 할머니, 리타 할머니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받아들었듯이 죽음은 카르마처럼 결국은 지나야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말한 루 할아버지의 말이 기억이 난다.

 

"난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요." 루 할아버지가 말했다. "동양에 '카르마' 라는 말이 있어요. 일어나도록 되어 있는 일은 결국 일어나게 되어 있다는 거예요.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거지요. 내 삶에 끝이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어쩌겠소? 지금까지 잘 살았으니 됐지."

-p. 228-

 

인간은 반드시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인데 왜 우리는 죽는 그 순간까지 이렇게 끔찍하고 고통스러움을 느껴야 하는가? 왜 그들은 차가운 병실에서 쓸쓸하게 죽어야한 하는 것인가? 그러한 연장 치료와 같은 의학 처치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환자를 위한 것인가? 가족들을 위한 것인가?

 

나이가 들게 되면 많은 질병에 걸리고, 누구나 한 개 이상씩의 병을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어서 병의 치료와 완치는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그렇게 그들은 서서히 죽어가게 되는데 그들은 마지막까지도 그들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쩌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것이 쉽겠는가? 누구나 좀 더 삶을 살고 싶어 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몸의 쇠락은 넝쿨이 자라는 것처럼 진행된다. 하루하루 지내면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대로 적응해 가며 산다. 그러다가 뭔가 일이 벌어지면 모든 게 예전 같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p. 73-

 

하지만, 그렇게 독립적이고 인간다운 존엄성을 유지하던 사람들도 결국에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고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거나 의지하게 된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예전과 다르게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독립적인 삶이 중시되다보니 혼자서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그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그들을 도와줄 사람이 없고 그들은 방치된다. 결국엔 그들은 요양원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데,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요양원 속에서 그들은 더이상 자유와 자율을 누릴 수 없다. 

 

"앨리스 할머니는 사생활과 삶에 대한 주도권을 모두 잃었다. 병원 환자복을 입고 지낼 때가 대부분이었다. 직원들이 깨우면 일어나고, 목욕시켜 주면 하고, 옷을 입혀 주면 입고, 먹으라고 하면 먹었다. 또한 직원들이 정해 주는 아무하고나 같은 방을 써야 했다. 할머나의 생각과 관계없아 선택된 룸메이트들이 여러 명 거쳐 갔다. 모두 인지 능력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어떤 사람은 너무 조용했고, 어떤 사람은 밤에 잠을 잘 수 없게 만들었다. 할머니는 감금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늙었다는 죄로 감옥에 갇힌 것만 같았다.

-p. 93-

 

그들은 단순히 살아 있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인간답게 생활을 하는 것이다. 정해지고 다소 강제적인 단체 규칙이 아닌, 자신이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 방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공간에서 잠을 자고 생활하기를 원한다. 그들이 요양원에 오기 전에 너무나 당연하게 지냈던 생활처럼, 건강이 악화되기 전 모든 것을 자신의 자율의지를 가지고 할 수 있을 때처럼 말이다. 

 

겉으로만 보면 이 방식에 문제가 없는듯이 보인다. 특히 자식들 입장에서 보면 노년에 이른 부모를 안전하게 보호해 주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24시간 언제든지 도움과 보살핌이 가능하기에 불안에 떨 필요가 없다. 그리고 간호사가 요양보호사, 의사가 있기에 어떤 질병이라도 지체없이 의학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지극히 자녀 입장만 생각한 것이다. 그 요양원 안에서 일상 생활을 하는 그들의 부모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안전' 과 '생명 유지'가 너무 중요한 나머지 그들의 '삶의 질'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양원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케런 브라운 윌슨은 새로운 개념의 요양원 즉 '어시스티드 리빙(assisted living)을 도입하였다. 이것은 기존의 요양원과 같은 도움을 제공하면서도 그들의 '독립적인 삶'을 보장해주는 시설이다. 그 곳에는 잠글 수 있는 문과 자기만의 가구가 있고, 실내 온도나 조명을 자기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는 등 어떤 규제나 규칙의 제한을 받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대로 생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삶의 질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게 됨에 따라 어스시트 리빙같은 요양원 시설이 많이 생기게 되었고 노인들은 이 시설에 들어가기를 희망했다.  또한 이 삶의 질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다는 것이 여러 연구로 인해 발견되었다. 기존 요양원에 비교해서  어시스트 리빙에서의 요양원 주민의 건강과 안전이 좀 더 개선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빌 토머스가 체이스 메모리얼 요양원에서 한 실험은이 삶의 질이 엄청난 차이점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고양이, 개, 식물, 아이들을 요양원에 들여서 함께 시간을 보내게 한 것이 그들로 하여금 삶의 이유가 되었고, 그들의 삶에 활력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로 인해 마지막 단계에 이른 노인들조차도 삶의 질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함을 드러났다.

 

그러면 우리는 삶의 질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우선은 의료계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노인병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단순히 관절염, 당뇨병, 심장지환 등 개별적인 임상증상의 치료에 집중하지 말고 노년의 삶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그들이 인간답게 그들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금까지 환자 본인이 자신의 병에 대한 치료에 대해 결정을 하지 못하고 의사나 환자의 가족들에 의해서 이루어져왔다. 심지어는 환자 당사자가 충격을 받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환자의 보호자들이 의사결정을 해왔다. 그 의사결정에는 환자 본인이 아닌 보호자의 판단이 포함되어 있다.  이제는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환자 본인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정말로 그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자신의 죽음에 대해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생명 연장보다는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고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것이다. 죽음이 오기 전에, 자신의 가족들, 지인들 등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자신이 해온 일을 마무리하면서 그 죽음이 찾아올 때까지 그렇게 하나하나 정리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이 마지막으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면서 그들의 인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의사나 보호자들은 그런 시간과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 순간은 너무나 중요하다. 단지 자기 자신을 위해서뿐만이 아니라 남겨질 사람들을 위해서도 말이다. 어쩌면 남은 사람들에게 훨씬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p. 385-

 

저자는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느낀다. 결국 죽음이란 아이러니하게도 삶의 한 과정이며 삶의 이야기를 마무리한다는 것을 말이다. 저자의 아버지가 죽음의 순간에 이르기 전까지 저자는 아버지가 원하는 게 무언지 들을 기회를 가졌고 작별 인사를 나눌 수 있어서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런 아버지의 인간답고 평화로운 죽음을 통해 아버지도 평화를 찾았고 그를 포함한 가족들도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이다. 어쩌면 그것이 저자가 말하고 싶은 '인간다운 죽음' 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서 투병하다가 죽어간다. 코로나로 인한 전염성 때문에 그들은 가족들과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다. 그저 한줌의 재로 자신의 인생이 정리된다. 그들도 한 때는 사랑스런 가족의 일원이고 존경하고 사랑하는 부모님이었겠지만, 전염병이라는 이름 하에 그들은 이름없는 코로나 환자, 사망자 수에만 포함되는 숫자가 되어 버렸다. 매일 보고되는 사망자수를 들으면서 그들은 과연 누구였을까. 그들의 삶은 어땠을까. 저 사망자수에 내 지인들이 포함되어 있으면 어떡하나. 누군가에게는 그저 사망한 사람의 숫자에 포함되겠지만, 유가족에게는 정말 비통하고 슬픈 일일 것이다.

최소한 장례라도 치뤄져야 하지 않을까. 가족들이라도 고인들을 추모하고 애도하는 시간을 가져야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요양원에서 코로나로 돌아가신 노인분들, 중환자실에서 죽음과의 사투 속에 결국 죽음을 맞이한 분들, 그렇게 인간적인 죽음이 아닌 갑작스런 죽음으로 이 세상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나에게도 노년에 이른 부모님이 계신데, 요즘 연세로 인해 여기저기 안 아프신 곳이 없다. 주변 지인들의 부모님의 문상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두렵기도 하다. 아직 죽음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아직 죽음이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죽음은 자연스런 과정이기에, 나 또한 사랑하는 가족들의 죽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이 마지막 순간에 이르렀을 때, 인간다운 죽음이 될 수 있도록, 그들이 자신들의 인생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리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이 책을 읽으며 죽음은 더이상 공포스럽고 두려운 것이 아닌 자연스런 과정임을 알게 된다.

또한 이 책은  나에게 죽음에 대한 자세와 인간다운 죽음이 중요함을 깨닫게 되는 소중하고 의미있는 시간을 주었다.  

 


 

# 이 글은 부키출판사로부터 독서모임 지원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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