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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육아맘. 하지만 책을 사랑하는 20대 감성녀. 삶의 지침에서 벗어나는 힐링 도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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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순수한 한 소년의 유년의 성장 기록 | 마이 북리뷰(2022년) 2022-08-3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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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저
한겨레출판 | 2013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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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하고 순수한 한 소년의 유년의 성장 기록"

심윤경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읽고

 


 

"아름다운 정원에 이제 다시 돌아오지 못하겠지만, 나는 섭섭하지 않으려 한다"

-한 소년의 황금빛 유년의 기록과 성장 -

 

누구에게나 유년 시절 기록은 있다.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지금, 이 책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읽으면서 나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70년대 후반이 특히 정치, 경제적 혼란과 변화가 있었던 시기였다. 나 또한 그런 시기를 겪어오긴 했지만, 아주 어렸을 때라 잘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우리 부모님 세대는 그 당시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위기와 변화를 몸소 겪어오셨다. 지금과 비교해보면 소위 말해서 '못 먹고 못 살던 시대'우리 부모님들은 어떻게 그 힘든 시기를 살아오셨을까. 이 책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통해 그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 책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작품 속 주인공인 열 살 소년 동구의 시선으로 본 그의 유년 시절 기록과 성장 이야기이다. 1977년부터 1981년 사이에 있었던 동구네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동구의 성장기를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할머니를 모시고,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인왕산 자락의 산동네 마을에 살고 있는 동구에게 6살 터울이 나는 여동생 '영주'가 태어난 시점부터 동구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당시 '아들'을 딸보다 중시했던 '남아선호사상'이라든지, 가부장적 가치관을 가진 동구의 아버지, 시어머니로부터 끊임없이 비난받고 욕을 먹는 며느리의 고된 시집살이, 끊임없이 며느리를 비난하고 무시하는 시어머니와 온갖 욕설을 받아도 꿋꿋히 견디고 인내하는 며느리의 모습과 그들의 고부 갈등 등 동구네 가족 이야기를 통해 그 당시 가족제도의 문제점과 가족 내 갈등을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된다. 특히 항상 며느리를 '못 잡아먹어 안달하는듯한' 동구 할머니의 욕설과 비난, 무시 등은 동구 어머니뿐만 아니라, 어린 동구에게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이에 대해 동구는 할머니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표현한다.

 

"엄마의 깔끔한 인생에 할머니는 거의 재앙과도 같은 천적이다."

-p. 184

 

왜 동구 할머니는 그렇게 며느리를 끊임없이 비난하고 욕을 하는 걸까. 매일 욕을 듣고 무시당하며 사는 동구 어머니의 심정은 어떨까. 그런데 이런 고된 시집살이는 그 당시 우리 어머님 세대들도 겪어오던 일이었다. 시집살이가 얼마나 힘들면 친정 부모는 딸이 시집을 갈 때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 벙어리 3년'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가르치겠는가. 요즘 며느리에게 이런 말을 한다면 이해할 수 없고, 당장 이혼한다고 하겠지만, 그 당시 우리 어머님들은 그렇게 고되고 힘든 시집살이를 감당하면서 우리들을 키우셨던 것이다. 

이 작품 속 동구 어머니의 삶과 고된 시집살이를 통해 그 당시 우리네 어머니들의 고된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동구 할머니가 가족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비단 동구 어머니뿐만이 아니라 동구 가족 전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내와 어머니 사이에 끼여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없는 동구 아버지와 잦은 부부싸움으로 눈치를 보고 어린 동생 영주를 보살펴야만 하는 동구 그들 모두는 어쩌면 할머니의 욕설과 비난 행위의 피해자였다. 작품 속 동구의 표현을 빌려서 말해주면 매일 반복되는 할머니의 비난과 욕설에 대해 동구네 가족은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게 된다. 소위 하루라도 할머니의 욕을 듣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이다. 

 

이런 동구네 가족에게 어린 동생 '영주'의 존재는 크다. 처음에는 '딸'이라는 이유로 할머니에게 무시당하고 비난을 받았지만, 영주의 해맑고 천사같은 미소는 얼어붙은 할머니의 마음도 녹여주고 봄날의 햇살처럼 상처입은 가족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항상 욕을 달고 사는 할머니에게도 영주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쁨과 웃음을 주었다. 또한 가르쳐주지 않아도 한글을 척척 읽어내고 영특한 영주의 지적능력과 예쁜 모습은 동구네 가족의 자랑이자 자부심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영주의  갑작스런 사고는 동구네 가족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커다란 슬픔이었다. 얼마나 동구네 가족이 특히 동구가 영주를 예뻐하고 사랑했는지 알기에 그 상실감으로 인한 고통이 얼마나 클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또한 열 살까지 한글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 공부 못하는 돌대가리로 구박만 받던 동구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해주었던 '박영은' 선생님과의 만남은 동구의 암울했고 힘든 어린 시절의 한 줄기 빛과 같았다. 난독증으로 고통받고 있었던 동구를 위해 방과후에 함께 남아서 동구에게 한글을 가르쳐주었던 선생님, 항상 구박만 받던 동구의 착한 심성과 따뜻한 마음을 알고 누구보다 동구를 이해하고 사랑해주었던 선생님이 갑자기 동구의 곁을 떠나게 되는 장면에서는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동구는 선생님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넘어 흠모하는 마음을 품었고, 그 선생님이 있기에 힘든 삶을 이겨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선생님은 동구 곁을 떠났다. 하지만, 잠깐이라도 동구 곁에 박영은 선생님 같은 동구의 순수하고 착한 모습을 알아봐주고, 동구의 아픈 마음을 다독여주는 사람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 

 

동구의 유년 시절은 그 당시 정치, 경제 상황과 맞물려 있다. 격동의 70년대였기에, 동구의 집이  청와대, 중앙청 등과 가까웠던 인왕산 자락에 위치했기에, 동구는 10.26, 12.12  등을 경험하게 된다. 어린 소년의 시선으로 보는 정치 상황이라 서술에 제한이 있긴 하지만, 동구의 관찰과 동구의 생각, 주변 인물들의 진술 등을 통해 그 당시 정치 상황을 유추해낼 수 있다. 옆 동네에 살고 연거푸 고시에 떨어진 고시생인 주리 삼촌과 박영은 선생님의 정치적 생각을 통해 그 시대 상황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알게 된다. 할머니 생일상을 차려드리러 고향에 내려갔다 온다는 선생님의 말을 끝으로 다시는 볼 수 없었다는 동구의 말을 미루어 박 선생님이 그 당시 정치 기류와 5.18의 격류에 휩쓸려 희생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존경하고 흠모했던 박 선생님의 실종, 영주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한 죽음, 어머니의 가출과 정신병원 입원 등 힘든 상황을 겪은 동구는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위해 큰 결심을  하게 된다. 그토록 좋아했던 '아름다운 정원'을 떠나면서 그의  1981년 유년  기록도 끝이 나게 된다.

 

바람이 차가웠다. 이제 코끝에도, 차가운 바위에 오래 얹혀 있던 엉덩이에도 감각이 없었다. 새들도 모이를 다 찾아 먹고 자취 없이 제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곤줄박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늙은 향나무 둥치에서 씨이씨이 삐이삥 하는 만족한 지절거림만 들려왔다. 할머니가 목욕을 마치려면 아직 두 시간은 더 걸릴 테니 나도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엄마, 엄마가 언제쯤 돌아올까? 엄마를 생각하자 기운이 솟았다 노루너미로 이사가기 전까지 몇 달 정도는 엄마와 함께 지낼 수 있을 테지. 엄마가 돌아왔을 때 기진한 몸으로 청소에 다시 매달리지 않도록, 오늘은 장독대에 튄 흙탕물이나 깨끗이 닦아놓아야겠다. 나는 창문 너머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장님의 부인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나왔다. 대문이 닫히면서, 아름다운 정원의 정경이 차츰 좁아지더니 마침내 가느다란 광채의 선이 되었다가, 갑자기 시야에는 녹슨 철문의 모습만 들어왔다. 아름다운 정원의 모습은 이제 기억 속에 하나의 영상으로만 남게 되었다. 차가운 철문을 힘주어 당기며 나는 아름다운 정원에 작별을 고했다. 안녕, 아름다운 정원. 안녕, 황금빛 곤줄박이.

아름다운 정원에 이제 다시 돌아오지 못하겠지만, 나는 섭섭해 하지 않으려 한다.

-p. 314~315

 

이 책 『나의 아름다운 정원』 에서 작가는 동구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세계와 동구를 둘러싼 어른들의 세계인 두 개의 세계가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할머니와 엄마, 엄마와 아빠의 끊임없는 갈등, 군부독재와 민주화운동 같은 정치적 갈등들은 어린 아이인 동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현실이다. 그리고 동구는 그 어른들의 갈등 해결을 위해 스스로 희생하기까지 한다. 왜 어린 동구가 이 모든 고통과 힘겨움을 감당해야 할까. 이것은 과연 누구의 잘못이란 말인가. 바로 우리 어른들의 잘못이 아닌가. 그 잘못으로 인해 아직 어린 영주도, 착하고 순수한 동구도 희생된 것이 아닌가. 이 책을 통해 우리 어른들이 지켜야 할 기본자세와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에서는 1981년 기록을 끝으로 동구의 유년 시절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 이후 과연 동구는 행복했을까. 이제 동구는 예전의 나약하고 구박만 받던 어린 아이는 아닐 것 같다. 몸과 마음도 한층 더 성장하고 발전하여 노루머리골에 내려가서 할머니를 잘 보살피고 씩씩하게 그의 삶을 잘 이어나갈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동구도 더 이상 구박받지 않고 사랑받으며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제는 동구도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동구와 함께 웃고 울다보니 동구가 마치 실제하는 인물같이 느껴졌다. 동구의 삶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유년 시절이 오버랩되어 더욱 공감하면서 읽었다. 동구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울었기에 더욱 이 책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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