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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육아맘. 하지만 책을 사랑하는 20대 감성녀. 삶의 지침에서 벗어나는 힐링 도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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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가 말하는 결혼의 진실 | 마이 북리뷰(2021년) 2021-12-2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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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빨간 장화

에쿠니 가오리 저/신유희 역
소담출판사 | 2010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에쿠니 가오리가 말하는 결혼의 진실을 통해 부부간의 사랑은 무엇일가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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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장화

에쿠니 가오리 저/ 신유희 역

소담출판사/ 2010년 3월 25일

 

에쿠니 가오리가 말하는 결혼진실이란?

 




 


 

1. 들어가며

 

 

“결혼이란, 사랑이라는 감정적 동기에서 출발해,
현실이라는 정거장에 내리는 경험이다.” -
 hubris

 

결혼이란 무엇일까. 결혼 10년 차를 넘어선 지금 이 시점에서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본다. 사랑? 의무? 책임? 정? 이런 모든 것들이 다 혼합되어 있는 것이 결혼이 아닐까. 예전에는 사랑만으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현실 속에 있다보니, 그런 나의 생각이 순진했던 때론 순수했던 나의 어린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결혼에 대한 진실을 잘 깨닫게 해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마치 책 속의 부부의 모습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부부의 모습을 반영했다는 생각도 든다. 결혼 10년차를 지나 소통의 부재와 애정이 식은 부부관계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아마 이 책 속의 부부의 모습에 강하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결혼 10년 차에 접어들면 권태기로 인해 많이 이혼한다고 하는데, 그런 현실 속에서 지금 우리 부부 관계는 안전한가 되돌아보고 점검해보는 계기도 될 것 같다.

 


                   <부부간의 벽  >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결혼하고 10년 아이가 없는 한 부부가 있다. 그들의 일상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에쿠니 가오리는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그들의 심리와 생각을 추적하고 있다. 미세한 마음의 변화를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능숙한 심리 묘사를 사용하여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녹아냈다. 

항상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온 에쿠니 가오리가 이번 책 『빨간 장화』에서는 결혼의 진실에 대해 파헤친다. 결혼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하여 결혼을 했던, 하지 않았던 결혼이라는 현실세계에서 두 남녀 주인공이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 어떤 연애소설보다 현실적이고 냉혹한 결혼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면 에쿠니 가오리가 보여주는 결혼의 진실 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 그런 결혼의 진실이 씁쓸하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의 현재 모습을 되돌아보고 점검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2. 결혼 이야기  속으로

 

불협화음, 그것은 단조로운 화음과 견주어 얼마나 매력적인가
‘말이 통하지 않는 사이’인데도 부부인,
결혼이라는 불가사의한 풍경
 

여기 두 부부가 있다. 남편인 쇼조와 아내 히와코는 결혼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아이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은 10년이라는 세월이 실감이 나지 않고 신혼은 아니지만 안정된 부부로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그것은 어디에 강하게 정착하지 못하고 의지할 곳 없이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든다. 그들 사이에는 소통이 부재한다. 아내가 하는 말을 남편은 제대로 듣지 않고 제대로 맞장구도 쳐주지 않는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소파에 드러누워 TV를 -보는 것 같지도 않게- 보던 쇼조는 헤에, 하고 말했다.

"얼굴이 워낙 무섭게 생겨서 처음엔 화난 건가 싶었는데, 그렇지도 않더라구. 가로수가 파래서 예쁘다고, 가보란 말도 하더라니까."

"헤에."

히와코는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무슨 맞장구가 그리 서툴러."

왜 아내가 웃음을 터트렸는지 몰라 얼빠진 표정으로 TV에서 눈을 뗀 쇼조를 남겨두고, 히와코는 여전히 쿡쿡 웃으며 부엌으로 나간다.

-p.31

 

아내가 전하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남편은 관심도 없고 듣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래서 두 사람의 대화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정도이다. 아내인 히와코가 무슨 이야기를 하던지 언제나 "헤에", 또는 "응" 일하는 무심한 대답만 돌아올 뿐이다.  그녀의 어이없고 자조적인 웃음이 소통의 부재에 대한 체념과 포기를 반영하고 있는 듯 하다. 아내는 그런 남편의 모습에 실망하고 상실감을 느끼며 남편인 쇼조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서로 소통하려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분명 연애도 하고 사랑도 하면서 결혼도 했지만, 아내는 남편과의 연애시절을 떠올리려 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결혼반지를 낄 때면, 히와코는 늘 이상한 기분이 든다. 쇼조와 연애를 했다는 사실은 기억하고 있는데, 대체 어떤 식으로 했는지 통 생각이 나지 않는다. 쇼좆는 착한 사람이지만, 이 세상에 착한 사람은 숱하게 많다. 그 숱한 사람이 아닌 쇼조와 결혼하고, 당연하다는 얼굴로 반지를 끼고 나가려는 자신을 히와코는 어쩐지 또 다른 누군가인 양 느낀다.

 

한편 남편인 쇼조 또한 아내를 사랑하기고 아내를 세상으로부터 지켜주려 하지만 그의 의식 속에 깔려 있는 있는 것은 히와코에 대한 가벼운 모멸이고 무시이다. 아내를 존중하고 아내를 배려하려는 마음보다 자신 위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항상 곁에 있고, 항상 자신에게 밥을 차려주고, 퇴근하고 집에 가면 항상 자신을 반갑게 맞아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언제나 퇴근 하면 피곤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쇼파에 누워 TV부터 켜는 쇼조의 모습이 그렇게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단 쇼조의 모습은 그만의 이상하고 특이한 모습이 아니라 결혼 10년 차 권태기에 접어든 남편의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그런 무심한 남편의 모습에 실망도 하지만, 아내는 그런 남편을 떠날 수가 없다. 친구들과의 모임을 하다가도 그녀는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친구들과의 수다 속에서도 온통 그녀는 남편 생각뿐이다. 그러다 그녀는 문득 어떤 사실을 깨닫게 된다. 

 

홀연히, 정말로 홀연히 히와코는 이해한다. 나는 쇼짱이 있을 때보다 없을 때 더 그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것은 발견이었다. 스스로도 믿기 어려운, 그리고 털끔만큼도 의심할 여지 없는- 그 발견에 히와코는 큰 충격을 받았다. 충격을 받았지만, 왜 그런지 납득이 갔다. (중략)

그러자 앞뒤가 기분 좋게 딱 들어맞았다. 트라이플이 혀에 닿는 사르르한 촉감. 아까부터 자신이 쇼조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는 것. 여자 친구들의 한없는 수다와, 강렬하리만치 변함없는 모습, 또한 그러한 것들이 자신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

-p.67

 

마치 있으면 싫은데, 막상 없으면 보고 싶어지는 걸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나는 법이니깐. 아마 그것이 결혼이라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부부의 미묘한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마치 너무 싫고 버리고 싫은데 버릴 수 없는 '빨간 장화' 처럼 말이다.

 

히와코는 빨간 장화 과자가 자신과 쇼조의 결혼생활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서로 어긋나는 상징처럼.

그러다 보니 히와코는 스스로도 설명 못할 어떤 이유 때문에, 선뜻 그것을 버리지 못했던 것이다. 빨간, 고전적인 모양새의, 새것 같고, 반들반들한 쾌활함이 더해진 장화, 내버리기에는 너무나 티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것을 정색하고 미워하는 건 어른답지 못할뿐더러 몰인정한 행동이 아닐까. 장화는 쇼조의 선의 자체이자 자신의 어리석음 자체 같다고 히와코는 느낀다. 

-p.162

 

빨간 장화처럼 버려야 하는데, 분명 남편과 헤어져야 하는 것을 아는데, 히와코는 그럴 수 없다. 분명 자신과 헤어져도 남편은 별로 힘들어하지 않고 괜찮게 잘 지낼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나랑 헤어져도 쇼짱은 분명 괜찮을 거야."

-p.96

 

그러나 히와코는 자신의 부재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을 남편이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 자신의 존재가 너무 보잘것 없게 느껴질 것이니깐. 너무 쓸쓸해질 테니깐.

그렇더라고, 자신의 부재가 아무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는 나날로 돌아가고 싶진 않았다. 그건 너무 쓸쓸할 것 같다. 너무 쓸쓸하고, 그리고 너무나 불안할 것 같다. 

-p.178

 

이야기 속 히와코와 쇼조의 결혼생활을 보면서 결혼의 '진실'은 체념이라는 것은 아닐까. 

사랑이 아닌, 체념, 포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것!

이 진실을  깨닫으니깐 너무 씁쓸하고 우울하긴 하지만, 이것이 바로 현실인 것을 어쩌겠는가. 예전에는 결혼은 장미빛 미래, 핑크빛의 하트가 가득한 세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무도 이 말을 믿지 않을 것 같다. 결혼한 부부라면 너무나 잘 알지 않는가.

 

 

3. 나가며

 

 

"당신은 여기 있는데도 마치 ?는 것 같아."
"그런 건 외롭다고. 나 당신이랑 있으면 자꾸 외로워져. 외로운 건 그만하고 싶다고."
"우리, 둘이 있으면 둘 다 외로워지는 거야."

_「담배」

 

 

이 글을 읽으면서 결혼이란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에쿠니 가오리가 말하는 결혼의 진실에 공감하면서도 그 진실을 깨닫으니 씁쓸하다. 이젠 너무나 익숙해지고, 서로의 존재를 너무 당연시해서 이야기 속 쇼조처럼 소통을 하지 않으려는 것은 아닌가. 때론 귀찮기도 하고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오히려 곁에 있을 때 소중히 아껴주어야 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래도 에쿠니 가오리가 발견한 결혼에 대한 진실 '체념'이라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 진실이 바뀔 가능성은 없을까. 쇼조와 히와코는 끝내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체념한 채 살아가긴 하지만, 그래도 그들이 나중에는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고 서로 소통하며 살아가기를 바래본다.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담담하고 세련된 문체로 결혼의 진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항상 에쿠니 가오리는 우리 일상 생활 속 모습에 대해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 이야기를 통해 우리 스스로가 그 속에 담긴 진실을, 그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깨닫게 하는 것 같아서 그녀의 소설을 즐겨 읽게 되는 것 같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빨간 장화  >            사진 출처: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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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를 창시한 코넌 도일의 삶 속으로 떠나는 여행 | 마이 북리뷰(2021년) 2021-12-2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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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코넌 도일

이다혜 저
arte(아르테)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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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를 창시한 코넌 도일의 삶 속으로 떠나는 고전 추억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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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넌 도일

이다혜 저

arte(아르테)/ 2020년 7월 17일

 

 셜록 홈즈를 창시한 코넌 도일의 삶 속으로 떠나는 여행

 


 


 

1. 들어가며

 

 

'매부리코에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고 사냥용 모자와 망토 달린 외투를 입은 남자가 있다. 그는 종종 둥근 돋보기를 손에 들고 무언가를 들여다보는 듯 골몰하고 있다.' 

 


 

당신은 이 문장 읽으면 누가 떠오르는가? 그렇다. 너무나 유명한 그 이름, 탐정의 대명사인 바로 '셜록 홈스' 이다. 설록 홈스 시리즈는 어린 나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준 유일한 책이었다. 100원씩 심부름값을 모아서 셜록 홈즈 책을 샀었다. 홈스와 함께 하는 모험과 탐정 수사에 밤잠을 못 이루면서 나도 홈스와 함께  추리도 해보았다. 미궁에 빠지고 도저히 실마리도 보이는 살인 사건도 그는 척척 해결해냈다. 그래서 항상 책의 후반부에 제시되는 홈스의 추리 설명부분을 읽을 때는 '아  그렇구나' 하고 뒤늦게 이해하고 그의 냉철한 관찰력과 추리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렇게 셜록 홈스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나와 함께 읽고 그때 생긴 독서의 재미를 지금까지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마지막 사건> 에서 셜록 홈스가 그의 숙적이었던 모리어티 교수와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함께 떨어져 죽었을 때는 충격에 빠져 한동안 헤어나오질 못했다. 홈스의 죽음과 함께 그의 홈즈 시리즈도 끝나는 듯했다.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 없었던 셜록 홈스의 죽음의 이유를  이 책 『코넌 도일』을 통해서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나름 셜로키언이라고 할만큼 셜록 홈스의 팬인 이다혜 작가도 나처럼 셜록 홈스의 죽음의 이유가 궁금했나보다. 

 

<신문기사에 실린 홈스의 부고>  51쪽 사진
 

 

이다혜 작가는 셜록 홈스의 창조자인 코넌 도일이 태어나고 문학적 영감을 얻는 에든버러에서부터 출발하여 셜록 홈스 시리즈를 모티프로 한 여러 작품의 무대이기도 한 런던을 거쳐, 마지막으로 세계 최고의 악당 모리아티 교수를 등장시켜 홈스를 죽음에 이르게 한 스위스의 라이헨바흐폭포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그 지역들을 여행하면서 코넌 도일의 삶과 그의 작품세계를 조망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을 할 수 없는 지금 이런 상황 속에서, 이다혜 작가와 함께 코넌 도일의 인생 발자취를 따라 떠나는 여행은 나와 같은 셜로키언들에게는 의미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또한 의사에서 작가를 거쳐 심령술사에 이르기까지 코넌 도일의 파란만장한 삶을 조망해보면서 인간 '코넌 도일'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나의 영웅 셜록 홈스를 창조한 코넌 도일의 인생과  작품 세계속으로 들어가보자.

 

 

 

2. 코넌 도일의   인생 속으로

 

 

"나는 수없이 모험을 했다.

이제 가장 크고 멋진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

 

범죄와 음모의 도시 런던을 누비는 생생한 캐릭터를 창조한

코넌 도일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보자. 

 

 

작품 속에는 작가의  삶이 녹아 있다. 그리고 그  삶 속에는 역사도 반영이 된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코넌 도일을 '거장'이라고 칭찬했으며, 존 르 카레가 그를 '이야기의 완벽함'이라고 치켜세웠다. 그 유명한 탐정의 대명사인 셜록 홈스 시리즈의 창시자인  코넌 도일의 삶은 어떤 삶이었을까? 코넌 도일 그는 누구인가? 코넌 도일의 삶을 이야기할 때 빅토리아 시대를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삶은 영국 역사상 가장 번영을 구가했던 빅토리아 시대와 중첩된다. 그 당시 번영을 이루기는 했으나, 런던 인구의 3분의 1은 제국의 영광에서 소외받아 가난하게 살았고 그들은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이 되어 있었다.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잔인하고 처참하게 살해된 살인 기사들이 신문의 지면을 도배했고 실제 사건을 연상케 하는 작품들이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셜록 홈스는 탄생하였다. 연쇄 살인마인 잭 더 리퍼가 활보하고 경찰청 스코틀랜드야드는 무능함을 보이던 당시 상황 속에서 미궁에 빠진, 미결 사건으로 남아있던 살인 사건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탐정 셜록 홈스를 보면서 런던 시민들은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했다. 보통 사람들이 쉽게 지나치는 단서들을 포착하고, 수집하고, 재구성해 진실을 찾아가는 모습은 온몸의 전율이 일게 할만큼 인상적이다.

 

"제가 주목해야 할 점이 더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날 밤 개의 이상한 행동을 놓치지 마시오,"

"그날 밤 개는 전혀 짖지 않았습니다."

"그게 바로 이상한 행동이오."

- 21쪽, <실버 블레이즈>, 『셜록 홈즈의 회상록』, 백영미 옮김, 황금가지, 43쪽에서 인용

 

 

이렇게 냉철하고 치밀한 관찰력과 사고력을 지닌 명탐정 홈스 시리즈를 창조한 코넌 도일, 하지만 그의 본업은 원래 작가가 아니었다. 1859년 에든버러의 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도일은 아버지가 술에 빠져 가정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 도일이 에든버러 의대에 입학한 것도 의사로서 길을 택한 것도, 포경선 희망호의 의사가 되어 북극으로 떠난 것도 모두 가족의 생계 유지를 위해서였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는 어린 도일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도일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도일은 다른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학생들은 도일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에게 과자를 주곤 했다. 그는 주인공들의 불운에 대한 이야기를 목이 쉴 때까지 연습하면서 열연했고 그로 인한 보상을 받은 경험도 있었다. 이처럼 타고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은 어렸을 때부터 빛을 발했고, 토머스 배빙턴 매콜리, 애드거 앨런 포 등 당대 거장들의 작품을 읽으며 창작에 대한 열망을 키워 나갔다. 도일이 어디에 있든, 어떤 일을 하든 도일 곁에는 항상 책이 함께했다. 

 

그가 1879년 <체임버스 저널>에 발표한 『사삿사 계곡의 비밀』을 공식적인 첫 작품으로 발표했고 그가 원고료로 받은 3기니는 비록 큰 액수는 아니었지만 작품을 팔아 돈을 벌 수 있다는, 환금성에 눈을 뜨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후에 셜록 홈스의 창조자로 큰 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에든버러대학에서 셜록 홈스의 캐릭터에 영감을 불어넣은 조지프 벨 박사와 『잃어버린 세계』의 주인공 챌린저 교수의 모델이 되는 러더퍼드 교수를 만났다. 또한 포경선 희망호의 의사가 되어 떠난 북극에서의 백야와 적막이라는 극적이고 보기 드문 체험은 그의 인생을 바꾸어놓았다. 

 

<극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북극의 백야>  93쪽 사진

 

코넌 도일의 인생에서 중요한 지역을 꼽으라면 코넌 도일의 성장 장소였던 에든버러, 대학 졸업 후 의사로서 본업을 시작한 포츠머스, 셜록 홈스 시리즈의 주요 장소였던 런던 이렇게 세 곳으로 축약해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코넌 도일은 에든버러의대를 졸업한 후 친구의 병원에서 일을 하지만 곧 그 곳을 떠나 포츠머스로 건너가 자리를 잡는다. 이 포츠머스에서 의사로서도 작가로서도 새로운 인생의 분기점을 맞게 된다. 그는 루이자를 만나 결혼했으며, 무엇보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캐릭터인 셜록 홈스를 창조했고. 말년에는 심령술에 심취해서 심령술사가 되었다.

 

<테니슨로드 자택 앞에서 도일과 루이자>  42쪽 사진

 

 

의사로서 병원을 개업했지만, 손님이 없어서 한가했고,  도일은 그 덕분에 소설을 쓸 시간을 충분히 얻을 수 있었다. 이 사실에 대해 책 속에서 작가는 만약 코넌 도일이 의사로서 성공가도를 달렸다면, 셜록 홈스 시리즈는 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거나 더 늦게 세상에 나왔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당시 무명작가에 불과했던 도일에게 선뜻 책을 내주겠다는 출판사는 없었다. 1887년 결국 그는 다양한 작가의 작품들을 묶어 발간하던 <비턴의 크리스마스 연감>에 헐값으로  『주홍색 연구』를 넘긴다. 이 책이 오롯이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된 것은 1888년이 되어서였다. 

 

            『주홍색 연구』가 실린 <비턴의 크리스마스 연감>    116쪽 사진

 

설록 홈스와 왓슨 박사의 운명적인 만남이 수록된 주홍색 연구, 이 책은 셜록 홈스 시리즈의 포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왓슨 박사가 베어커스트리트 221B번지에서 운명적으로 만나는 것을 그리며 셜록 홈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작가는 코넌 도일의 『주홍색 연구』를 시작으로 하여 1891년 여름 <스트랜드> 창간호를 통해 단편소설 『보헤미아 왕국 스캔들』을 세상에 내놓게 된다.  그리고 이 <스트랜드> 월간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일은 허버트 그리너 스미스가 편집을 맡았고 도일은 자신이 생각한 소설의 형식과 이 <스트랜드> 왜 잘 어울릴거라고 생각했다. 한 번의 게대로 이야기가 완결되면 독자는 언제라도 그 잡지를 충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셜록 홈스를 만든 <스트랜드>    121쪽 사진

 

1927년에 <스트랜드>는 도일이 좋아하는 홈스 이야기를 맞혀보라는 글을 실었다. 이후 도일은 "나는 어떻게 내 베스트 목록을 만들었는가"라는 글을 <스트랜드>에 실었다고 한다. 

『사자의 갈기』, 『거물급 의뢰인』, 『얼룩 띠의 비밀』, 『빨간 머리 연맹』, 『춤추는 사람 그림』, 『마지막 사건』, 『보헤미아 왕국 스캔들』, 『빈 집의 모험』,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 『프라이어리 학교』, 『악마의 발』, 『머즈그레이브 전례문』, 『라이기트의 수수께끼』을 언급했다고 한다. 후일 단편집 『셜록 홈즈의 모험』에 실리는 『보헤미아 왕국 스캔들』과  『빨간 머리 연맹』은 각각 1891년 <스트랜드> 창간호와 그다음 호에 실렸다. 

 

무엇보다도 홈스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굳히게 만든 패짓의 삽화가 이때 등장하였다. 패짓은 매부리코와 마른 몸, 세련된 옷차림을 홈스의 특징으로 부여했다. 당신이 홈스의 이름을 듣자마자 떠올리는 옷차림부터 얼굴 생김새, 몸의 뉘앙스까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홈스의 이미지가 이때 탄생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이비드 헨리 프리스턴이 그린 홈스(1887)와 패짓이 그린 홈스(1904)   122쪽 사진

 

왼쪽은 『주홍색 연구』에 실린 프리스턴의 삽화로, 왼쪽에서부터 왓슨, 홈스, 레스트레이드 경감, 그렉슨 경위다. 오른쪽은 패짓이 그린 홈스 삽화로, 그는 홈스의 대중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홈스의 냉정하고 치밀하면서 놀랍도록 균형 잡힌 정신이 반영된 소설 속 모습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나는 눈으로 보고, 머리로 추론하지. 나는 자네가 최근에 비를 흠뻑 맞은 적이 있고 말할 수 없이 부주의한 하녀를 두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네. " (중략)

 

"그건 아주 간단한 일이지. 내 눈에는 자네 왼쪽 구두 밑창의 가장자리가 여섯 군데나 나란히 긁혀 있는 것이 보이네. 그건 분명히 누군가 신발 밑창에 달라붙은 진흙을 떼기 위해 함부로 긁어대서 생긴 자국이지. 그걸 보고 자네가 궂은 날씨에 밖에 나가 돌아다녔다는 것과, 신발을 망쳐놓기 일쑤인 형편없는 런던의 하녀를 데리고 있다는 사실을 추리해냈지. 자네가 다시 개업했다는 건 멍청이가 아니라면 모를 수가 없네. 방에 요오드포름 냄새를 풍기며 들어온 신사가, 오른쪽 검지에는 시커먼 질산은 자국이 묻어 있고 중산모 오른쪽이 불쑥 튀어나와 청진기가 그 속에 감춰져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는데, 그가 현역 의사가 아니면 뭐겠는가."

-  『보헤미아 왕국 스캔들』, 『셜록 홈즈의 모험』 p.12~13

 

 

런던하면 당신이 무엇이 떠오르는가? 항상 안개에 쌓여 있고 흐리고 희뿌연 날씨로 인해 외출 시에는 우산을 준비해야 하는 도시, 이것이 내가 생각하던 런던의 이미지였다.

 

'우리는 마차를 타고 런던의 패션가, 호텔가, 극장가, 문학 동네, 상가, 그리고 해양 타운을 빠른 속도로 지나, 인구 10만의 어느 강변 도시에 도착했다. 유럽의 버림받은 자들이 득실거리는 그곳의 싸구려 셋집은 땀에 절어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

-  『여섯 점의 나폴레옹상』, 『셜록 홈즈의 귀환』 p.327

 

<안개에 파묻힌 19세기의 런던   149쪽 사진>

 

 

홈스 시대의 런던은 전세계에서 인구 밀집도가 가장 높은 도시였다. 런던을 런던으로 만든 빅토리아시대 소설가라면 디킨스와 도일, 두 사람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빅토리아시대 전기를 디킨스가 담아냈다면, 도일은 빅토이라시대 후기를 소설 속에 담았다. 디킨스는 그의 소설 속 런던을 어둡고 기괴한 드라마의 무대로 그렸지만, 책과 신문으로 먼저 런던을 익힌 도일은 런던을 소설의 무대로 삼았고, 범죄가 있었지만, 그 범죄를 통제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홈스같은 이성적이고 냉철한 탐정을 그의 소설 속에 등장시킨 것이다. 

 

우리가 홈스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쳬적이고 과학적인 수사와 증거를 바탕으로 한 귀납적으로 범인을 밝혀내는 모습일 것이다. 항상 나는 홈스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책의 후반부에 제시되는 홈스의 추론 과정 설명이 참 인상적이었다. 홈스와 함께 나도 '범인이 누구일까' 궁금해하면서 나름 추리를 해나갔지만, 매번 뜻밖의 인물이 범인이곤 했고, 홈스의 설명을 통해 비로소 '아 그렇구나' 하고 이해를 겨우 할 수 있을 따름이었다. 그 당시 빅토리아시대에는 과학수사도 발전하지 않았을텐데 벌써 과학수사를 행하고 이상적인 법과학을 형상화하였다니 정말 굉장히 놀랍고 경탄할 만하다. 

 

"홈스는 파이프 담배, 시가, 궐련의 재 등 140종의 서로 다른 담뱃재를 구분할 수 있다.

 『보스콤 계곡 사건』

또한 시계와 구두끈, 파이프와 안경이 소유자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흥미로운 물건임을 알고 있으며  ( 『노란 얼굴』,  『금테 코안경』)

인간의 귀가 고유한 개별성을 간직하고 있음을 간파했다. ( 『소포 상자』)

75종의 향수를 식별해낼 수 있으며  ( 『바스커빌 가문의 개』)

문신에 관한 자그마한 책자와 160가지의 암호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 『빨간 머리 연맹』,  『춤추는 사람 그림』)

마지막으로 발자국과 손 모양의 조사 방식에 이르기까지 과학수사의 주요 방식에 대한 전문 지식을 충분히 연마했다. ( 『네 사람의 서명』)

-  이 책 162쪽, 김용언, 『범죄 소설』 p.70~72

 

 

코넌 도일은 그 자신이 홈스의 창조자이기도 했지만, 그 자신이 홈스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의뢰받은 사건에 대해 추리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반스는 『용감한 형제들』에서 도일이 홈스처럼 실제 사건에 개입하여 해결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도일은 어떤 이들에게는 홈스와 구분되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베이커스트리트 221B번지의 홈스에게 오는 편지들은 홈스가 실존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소 불명" 도장을 찍혀져 반송되었지만, 어떤 사건들은 도일에게까지 도착하기도 했다.

 

<홈스처럼 사건을 해결한 도일   178쪽 사진>

 

이에 대해 도일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좋은 친구였던 홈스에게 고마워하지 않을 수 없다." 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그는 삶속에서 선택적 정의감으로 보어전쟁에 참전하기도 했고 정치적인 인간으로서 자신을 드러내며 정치에 도전하기까지 했다. 비록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정치가로서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1893년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도일은 이렇게 썼다.

"저는 마지막 홈스 이야기를 쓰는 중입니다. 문제의 신사는 이 이야기 이후 사라질 것이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예정입니다. 저는 그의 명성이 피곤합니다." (34쪽) 

 

도일은 셜록 홈즈의 회상록에 실린 <마지막 사건>에서 홈스를 죽게 한다. 그러나 그 이후 많은 독자들의 비난과 항의 편지를 받아서 그랬는지, 다른 작품들이 홈스 시리즈보다 인기를 끌지 못했는지 결국 『셜록 홈스의 귀환』을 통해  홈스를 부활시키기로 한다. 1905년에 발표한 이 『셜록 홈스의 귀환』은 셜록 홈즈 시리즈 5개의 단편집 중 3번째 작품이며 셜록 홈즈가 베이커가로 귀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단편인 『빈 집의 모험』을 시작으로 복귀 이후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다뤄진다. 

 

<1902년에 출간된  『바스커빌 가문의 개』 초판본 표지   190쪽 사진>
 

그리고 1902년에 발표된  『바스커빌 가문의 개』는 엄청난 성공을 다시 거두게 된다. 이 ㅇ이야기는 대를 이어 내려오는 바스커빌 가문의 저주에 얽힌 사건들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로,  찰스 경의 주치의이자 친한 친구인 모티머가 그의 기괴한 죽음에 의문을 가지고 홈스를 찾아오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이 작품은 홈스가 등장하는 장편소설 네 편 가운데 가장 많이 영화화되었을 뿐 아니라 '20세기 100대 책'에  포함될 정도였다. 영국의 소설가 존 파울스는 이 작품을 두고 "독자들에게 수수께끼 같은 갈고리를 던지는 법을 도일보다 더 잘 아는 이는 없다' 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코넌 도일은 소설가로서의 모습이지만, 그는 말년에 심령술에 심취하며 심령술사로서도 크게 활약했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라 그런지 냉철하고 논리적인 홈스를 만들어낸 점을 생각해볼 때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도일의 죽음 또한 심령술 강연 도중에 발생한 것으로 보아, 그가 얼마나 심령술에 고취되어, 심령술사로서 매진했는지 알 수 있다. 그의 장례식은 윈틀섬의 장미 정원에서 조촐하게 치뤄졌도 도일이 세상을 떠나기 이틀 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나는 수없이 모험을 했다. 이제 가장 크고 멋진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

드라미틱하고 열정적인 인생을 살다 간 그의 삶을 관통하는 문장이 아닐 수 없다. 

 

 

3. 나가며

 

 

비록 홈스를 만들어낸 코넌 도일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만든 냉철하고 명석한 우리의 명탐정 홈스는 영원히 우리 마음 속에 살아 있다. 내 어린 시절, 힘겨웠던 시기에 독서의 재미로 추리와 스릴러 소설의 팬으로서의 입문을 가능하게 했던 셜록 홈스 시리즈, 그 때 느낀 감동과 재미가 아직도 내 가슴 속에 그대로 간직되어 있다.

 

이다혜 작가와 함께 떠난 여행 덕분에 내 추억 속 홈즈를 다시 소환해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또한 홈스 속에 반영된 코넌 도일의 삶을 조망하고 과거 빅토리아 시대로 돌아가 그를 만날 수 있는 영광스러운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비록 홈스를 만날 수는 없지만, 셜록 홈스는 영원히 내 마음 속에 살아 있다.

인생에서 풀리지 않는 어려운 일을 만날 때 셜록 홈스가 내게 가르쳐준 방법대로 열심히 탐구하고 추리해서 그 문제를 해결해보려 한다. 

 

홈스가 건넌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네며 내 마음 속 홈스와 안녕을 고하고자 한다.

 

"왓슨, 그 사건을 문서철에 잘 끼워놓게.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테니까."
 

 


<여러 판본이 존재하는 셜록 홈스 시리즈   236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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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처럼 달콤하지만 웨하스 의자와 같은 사랑에 대하여 | 마이 북리뷰(2021년) 2021-12-1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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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저/김난주 역
소담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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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처럼 달콤하지만 웨하스 의자처럼  쉽게 무너져버리는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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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저/ 김난주 역

소담출판사/ 2021년 11월 10일

 

웨하스처럼 달콤하지만 웨하스 의자외 같은 사랑에 대하여

 



 


 

1. 들어가며

 

 

사랑은 무엇일까. 때론 사랑을 하면서도 혼자라고 느끼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으면서도 그 사랑은 영원할 수 없다. 흔히 사람들은 '결혼'이 사랑의 종착점, 사랑의 완성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결혼해서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는 지금, 나는 나의 사랑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일상에 쫓겨, 육아에 쫓겨 그 사랑의 의미조차 제대로 느낄 시간도 없다는 느낄 때도 있는데, 오히려 사랑에 소홀할 때가 많은 데도 말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 에쿠니 가오리는 이번 책 『웨하스 의자』에서도 우리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 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랑하는 두 남녀인 중년의 독신녀와 유부남과의 사랑을 사랑의 본질과 그로 인한 고독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에게 사랑은 곧 절망이고, 그 절망에서 벗어나는 길은 이별뿐이다. 언뜻 보면 이해가지 않을 수 있고 고독을 느끼고 그 절망에 몸부림치는 모습에 안타까워하지만, 나중에는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사랑도 그럴 수밖에 없다는 씁쓸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2. 이야기  속으로

 

옛날에, 나는 어린아이였고, 어린아이들이 모두 그렇듯 절망에 빠져 있었다. 절망은 영원한 상태로, 그저 거기에 있었다. 애당초, 처음부터.
그래서 지금도 우리는 친하다.
오, 반가워.
절망은 때로 옛 친구를 찾듯 나를 만나러 온다. 잘 지냈어?
- p.10

 

절망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언제 절망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어쩌면 인간은 본래 혼자이고 고독한 존재이기에 절망을 느끼는 것은 필연적인 인간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보통 사랑은 희망이고 행복이며, 내일에 대한 약속이기에 절망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에쿠니 가오리는 이 책 『웨하스 의자』에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할 수 없는 한 중년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의 사랑은 금지된 사랑인지도 모른다. 중년의 독신 여성인 그녀는 아이가 있는 유부남을 사랑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전 존재를 바쳐 그 남자를 사랑해도 그녀의 사랑은 완전히 충족될 수 없다. 그 애인은 항상 그녀 곁에 머무를 수 없고 언젠가는 떠나야하는 존재이며 그녀의 사랑도 언젠가는 끝나야한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외롭고 고독하다. 그래서 그녀의 사랑엔 언제나 절망도 함께 있다. 마치 친구처럼, 사랑이 가버리면 그 자리를 절망이 차지해버릴 정도로 절망은 그 순간만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녀 자신도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그녀의 사랑을 '웨하스 의자'와 같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 하얀 웨하스의 반듯한 모양이 마음에 들었다. 약하고 무르지만 반듯한 네모. 그 길쭉한 네모로 나는 의자를 만들었다. 조그맣고 예쁜, 그러나 아무도 앉을 수 없는 의자를.

웨하스 의자는 내게 행복을 상징했다. 눈앞에 있지만-그리고 당연히 의자지만-절대 앉을 수 없다.

-p.72-73

 

웨하스 의자는 말 그대로 '웨하스'와 '의자' 가 합쳐진 웨하스로 만든 의자라는 뜻이다. 웨하스 과자로 어떻게 의자를 만들 수 있을까. 그런 의자에는 현실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설령 그런 의자가 존재한다고 해도 보기에는 예쁘고 달콤한 향이 나지만 그녀의 말처럼 절대로 앉을 수 없는 의자이다. 앉을 수 없는 의자는 의자가 가진 본질적 속성에 위배된다. 그리고 그런 의자는 곧 부서지고 부식되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그런 웨하스 의자의 속성과 그녀의 사랑의 모습이 닮아 보인다. 겉으로 보기에는 달콤하게 보이고 사랑스러워 보이지만, 결코 그 사랑을 내 것으로 소유할 수도 없고, 시간이 지나도 영원할 수가 없다. 결국 웨하스 의자처럼 그 사랑도 부서지고 부식되어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만다. 언젠가는 끝을 맞게 되는 상황이 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죽음을 생각한다. 죽으면 이런 사랑과 절망과도 모두 안녕할 수 있고 평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살하고 싶지는 않지만, 죽음이 자연스럽게 그녀를 찾아오면 담담하게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살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지금은, 왜 자살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곤 한다. 복잡하게 얽혔다가 풀리는가 하면 어지러울 정도로 방 안 공기를 휘젓는 교향곡을 들으면서, 나는 자신이 아주 홀가분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죽음은 거의 과자 같은 가벼움으로 나를 유혹한다.

-p.118

 

그녀의 일상은 애인과 함께 하는 삶과 애인없이 혼자 지내는 삶으로 나뉘게 되고 그 삶의 모습은 극명하게 대조된다. 홍차잔에 곁들여진 각설탕처럼 쓸모없는, 하지만 누구나 거기에 있기를 바라는 존재로 일상을 그저 살아낼 뿐이다. 일을 하고 점심 대신 허브차를 마시고 목욕을 하고 잠을 자고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보낸다. 그녀에겐 의지하고 기댈 수 없는 부모님도 없고, 전화하고 가끔 만나는 여동생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애인이 있다. 그렇게 그녀는 그들 외에는 사람들과 어떠한 인간관계도 맺지 않고 쓸쓸하고 고독하게 살아간다.

 

 

나는 말이 없는 아이였는데, 그건 나 자신을 홍차 잔에 곁들인 각설탕인 것처럼 느꼈기 때문이다. 쓰일 일 없는 각설탕처럼.

-p.15

 

그런 쓸쓸하고 고독한 일상에 애인이 찾아오면 그녀의 일상에도 밝은 빛이 비친다. 애인과 함께 사랑을 나누고 함께 저녁을 먹고, 와인을 마시는 등 보통의 연인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애인의 존재도, 애인의 사랑도 그녀의 근원적인 고독함을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나는 자신을, 애인 인생의 사랑방을 빌려 더부살이하는 사람처럼 느낀다. 그의 옵션으로, 그의 인생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격리되어 있는 것처럼. 현실에서 떨어져 나와 있는 것처럼. 우리 애인은 친절하지만, 친절하면 할수록 나는 자신이 가공의 존재인 것처럼, 그의 공상의 산물인 것처럼 느낀다.

-p.112

 

불쑥 외로워진다. 애인의 미소도 그 외로움을 치유해 주지 못한다. 외로움은 느닷없이 찾아와 입을 쩍 벌린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 마수에 걸려들어 꿀꺽 삼켜지고 만다.

-p.116

 

사랑하면 할수록 충족되지 못하고 더욱더 결핍과 고독감은 커지게 된다. 그녀는 사랑이라는 미로에 갇혀서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마치 어린애가 부모의 보호와 사랑이라는 울타리에 갇혀야 안전함을 느끼듯, 그녀 또한 애인이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서만 존재할 수 있다. 여전히 그녀는 어른이 아닌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그 울타리 속에 갇혀있다. 

 

나의 인생은 때로는 아이의 그것처럼, 때로는 노인의 그것처럼 보인다. 절대 서른여덟 살 여자의 인생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갇혀있다고 느낀다. 애인의 마음속에, 또는 아이인 내 머릿속에. 

-p.123

 

그래서 그녀는 홀로서기를 선언한다. 애인에게 헤어지자고 말하며 조용히 죽음을 기다린다. 그녀가 어른이기를 주장하고 절망을 벗어던지고 혼자 우뚝서기 위해서는 애인과 헤어져야 하고 그 헤어짐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충족된 다음에, 뭐가 기다리는지 알아?" 내가 물었다. (중략)

"죽음" 나는 자신있게 단언했다. (중략)

"헤어져야 할 때인 것 같아." 하고 말했다.

오늘 밤, 나는 죽으리라. 보나 마나.

-p.223

 

과연 그녀는 죽음을 통해 절망에서 벗어나게 되었을까. 죽음의 문턱에서 그녀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녀가 만든 '웨하스 의자'는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행복의 의자가 될 것인가. 그녀가 절망을 딛고 홀로서기를 바래본다.

비록 웨하스 의자가 앉을 수는 없지만, 찬바람이 불고 쓸쓸한 날 따뜻한 차 한잔과 곁들어 달콤함과 따뜻함을 느끼게 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3. 나가며

 

 

'웨하스'라는 무르디무른 과자의 이미지처럼 허망함이나 가련함이 아니라 오히려 절망마저 품고 자기를 긍정하는 강함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끊임없이 고정관념을 강요하는 사회의 시선도 넘어서서 말이에요.
-역자 김난주 -

 

이 책은 17년 전에 출간된 『웨하스 의자』의 개정판이다. 그동안 절판이 되어서 읽을 수가 없었는데 개정판이 나온 덕분에 나는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녀가 느끼는 쓸씀함과 외로움이 느껴져 마음이 아프다가도 그녀의 용기있는 도전과 선택에 뭔가 후련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제는 편안함과 안정을 찾은 그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안도감이 들었다. 그녀의 외로움에 빠져 단숨에 읽어나갔고 그녀의 기쁨과 고독을 함께 느끼기도 했다. 비록 그녀의 사랑이 결말이 불확실하지만, 이제는 그녀 스스로 그 사랑을 잘 지켜나가고 그녀 자신을 찾을 것 같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녀의 말처럼, 사랑의 끝엔 절망이 있고 죽음이 있는 것일까.  사랑에 대한 관계를 재정립하고 사랑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알게 해주는 에쿠니 가오리 덕분에 나 또한 사랑을 보는 관점이 더 넓어진 것 같다. 변함없는 사랑은 없는 것일까. 

사랑은 하면서도 사랑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 것 같다. 

 

<사랑은 이런 것일까>                   photo by 달밤텔러


 


#이 글은 소담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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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비밀스럽고 미스터리한 기억의 단편들 | 마이 북리뷰(2021년) 2021-12-1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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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박 향기

에쿠니 가오리 저/김난주 역
소담출판사 | 201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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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가 그리는 미스터리한 기억의 조각들을 통해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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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향기

에쿠니 가오리 저/ 김난주 역

소담출판사/ 2012년 7월 16일

 

샋 어린 시절의  비밀스럽고 미스터리한 기억의 단편들

 

 




 


 

1. 들어가며

 

 

누구에게나 어린시절의 기억들이 있다. 그리고 그 기억들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나만의 비밀일 수도 있다. 나만 알고 있는 이야기, 나만의 소중한 추억일 수도 있고, 절대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일 수도 있다.

아마도 에쿠니 가오리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기억에서 잊혀졌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자신만의 비밀과도 같은 기억들을  이 책 『수박 향기』를 통해 소환하고 싶었을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수박 향기』에서는 열 한명의 소녀들의 특별하고 그들만의 비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에쿠니 가오리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그녀들만의 특별하면서도 풋풋하고 때론 미스터리한 그들의 추억 이야기들을 통해  당신 또한 당신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당신만의 어린 시절 추억을 소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2. 추억  속으로

 

에쿠니 가오리가 그리는 미스터리한 기억의 조각들
열한 명 소녀들의 차갑고 애처로운 비밀 이야기

 

 

이 책 「수박 향기」에는 열한 개의 에피소드들이 들어 있다. 열한 명의 소녀들이 등장하고 그소녀들은 자신들이 기억하고 회상하는 차갑고, 미스터리하고 애처로운 비밀 이야기들을 은밀히 우리에게 들려준다. 때론 그 이야기들이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기도 하다. 마치  '너에게만 말해주는 거야,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은 거야.' 라고 나에게 말하는 것만 같다. 열한 편의 에피소드들이 기묘하고 독특한 이야기라 읽는 내내 다양한 맛의 사탕을 골라먹는 느낌이기도 했다. 

 

 

 

1. <수박 향기>

 

수박을 먹을 때면 생각나는 일이 있다고 말하며 시작한다. 아홉 살 여름, 시골에 있는 숙모 집에서 방학을 보내게 된 한 소녀, 그 시절에 만났던 수박에 얽힌 추억 이야기이다. 갑자기 숙모 집에서 지내게 된 소녀는 외로움과 쓸쓸함에 우울한 나날을 보낸다.

 

가장 서글픈 것은 저녁때였다.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몸속에서 꾸물꾸물 기어올라 도무지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 작은 몸집조차 길들지 않은 고양이마냥 어쩌지 못했다. 체념한 심정으로 이불 속에서 울 때가 오히려 더 편했다.

-p.21 「수박 향기」 중에서

 

 

그러다 소녀는 외로움에 못 이겨 가출을 결심하게 된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집을 나온 소녀는 어느 집 앞을 서성이게 된다. 그리고 그 집에서 샴 쌍둥이를 만나게 되고, 즐겁고 신나게 수박을 나누어 먹게 된다. 수박과 함께 수박에 붙어있던 시큼한 맛이 나는 개미들과 함께 말이다. 비록 허름하고 누추했지만, 그 친절함에 춥고 외로웠던 소녀의 마음은 따뜻해진다.

 

그 밤, 우리는 세 평짜리 방에 이부자리 두 채를 깔고 넷이서 잤다. 가족 같았다. 겁이 날 정도로 조용하고 후덥지근했지만, 신기하게도 푹 잤다.

-p.21 「수박 향기」 중에서

 

 

비록 그들이 하룻밤에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려서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지만, 그 때 느낀 따뜻함은 소녀의 기억 속에 계속 살아있을 것이다.

 

"어제는 어떤 여자가 살고 있었는데."

그렇게 말하자 경찰 아저씨는 노숙자였겠지, 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비어 있는 집이라면서.

 

그날 밤의 일은 숙모에게도, 우리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p.22 「수박 향기」 중에서

 

 

 

3. <물의 고리>

 

갑자기 머리 위에서 요란한 울음소리가 내려왔다.

주거주거주거주거주거주거주거주거,

요란할 뿐 아니라 분명한 의지가 담긴, 고약하고 도전적인 소리.

-p.41 「물의 고리」 중에서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고 한 소녀가 걸어간다. 그리고 그 소녀를 뒤에서 따라다니는 한 남자 야마다 타로가 있다. 이야기 속에서 이 남자의 정체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한 존재이다. 그렇게 그림자처럼 그 소녀를 따라다니고, 이 남자는 아무도 모르는 그 소녀의 비밀을 알고 있다. 그것은 그 소녀의 유일한 악취미인 비오는 날 재미 삼아 달팽이를 밟아 죽이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담을 따라 걸으면서 손가락으로 하나씩 떼어내(담에서 떼어낼 때 느껴지는 아주 희미하지만 악착같은 저항감)땅에 내던지고는 밟고 지나갔다. 장화 밑바닥에 아작 뭉개지는 가볍고 상쾌한 감촉이 전해져 걸음걸음마다 즐거웠다. 아작, 하는 찰나의 그 허망함. 학교로 가는 길목에서, 나는 그 살육에 열중했다.

-p.45 「물의 고리」 중에서

 

그런 그 소녀의 악행을 막고 싶었던 것일까. 그는 소녀의 손에 무엇인가를 건네준다. 그것은 턱없이 큰 죽은 매미였다. 그것을 받아든 소녀는 공포에 질린 나머지 소리도 내지 못했고, 손이 굳어 그것을 버리지도 못했다. 벙어리인 줄 알았던 그가 외친 말 "주거주거주거주거"  그 말을 들은 소녀는 공포에 휩싸인다. 마치 계속 그러면 '너도 달팽이들에게 죽는다' 라는 의미처럼 들린다. 엄청난 공포와 죄책감을 느낀 소녀는 그 후로 달팽이를 죽이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는 참 공포스럽고 두렵기도 했지만 지나고 생각해보니 이제 그녀는 그가 그저 그 울음 소리를 흉내낸 것임을 이제야 안다. 

 

 

그때 야마다 타로가 준 매미가 말매미였고, 그는 그저 그 울음소리를 흉내 낸 것이리라. 아마 그분이었을 것이다.

"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슬며시 웃으며 언니에게 말했다. 바람이 살랑살랑 베란다를 질러가고, 매미들은 지금도 요란스레 울고 있다.

-p.50 「물의 고리」 중에서

 

 

5. <남동생>

 

어렸을 때 기억 중에는 죽음과 관련된 기억도 있다. 한 소녀가 여름에 죽은 가족들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는 궁금해한다. 왜 장례식은 여름에만 치르게 되는 것일까. 소녀의 엄마도 삼촌도 할머니도 모두 여름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네에 장례식이 있을 때도 늘 여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소녀는 죽음이라는 것, 장례식은 슬프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장례식이 슬픈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p.68 「남동생」 중에서

 

어렸을 때 함께 놀았던 소녀의 남동생도 여름이 죽었다. 남동생은 그렇게 파란 하늘 속 연기가 되어 날아가버렸다. 그런 동생의 죽음에 대해 소녀는 울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도 여름에 죽을꺼라 생각한다.

 

눈을 감으니 한낮의 파란 하늘이 떠올랐다. 동생의 연기, 그런 연기라면 하느님 곁에 곧바로 올라갔을 것이다. 얼마나 요령이 좋은지 모르겠다. 이렇게 화창한 날에, 그렇게 기분 좋게 훨훨 날아 올라가다니. 나빴다. 머쓱해하며 웃는 동생의 얼굴이 보이는 듯했다. 

-p.79 「남동생」 중에서

 

 

6. <호랑나비>

 

누구나 어렸을 때 집을 떠나 어디 먼 데로 도망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만약 낯선 여자가 나랑 함께 떠날래 라고 묻는다면 어떨까. 두렵기도 하면서도 설레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심리와 감정의 변화를 <호랑나비>에서 잘 다루었다. 신칸센 안에서 만난 낯선 여자, 그녀는 소녀에게 호랑나비 스티커를 볼에 붙여주면서 함께 떠나자고 한다.

 

"도망칠 건데."

차분한 목소리로 여자가 말했다.

"같이 갈래?"

여자는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p.91 「호랑나비」 중에서

 

 

여기에서 소녀의 고민은 시작된다. 과연 그 여자를 따라서 도망갈 것인가 말 것인가. 그렇게 고민하던 중 도망치자는 결정을 내려 그녀를 따라 가려고 하지만, 결국 소녀는 가지 못한다.

 

"나는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다.

나는 가슴이 짓이겨지는 듯했다. 절망과 한심함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상실감과 슬픔에.

문이 닫혔다. 신칸센은 소리 없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는 그 자리에 남겨졌다.

멍하니, 볼에 조그만 나비를 붙인 채로.

-p.96-97 「호랑나비」 중에서

 

 

11. <그림자>

 

초등학교 때 친구였던 친구 M, 초등학교 졸업 후 가끔 만나는 사이인데도 어느 날 M에게 불쑥 전화가 걸려온다. 

"잘 지내니?"

그렇게 뜬금없이 전화해서 안부를 묻는 친구이다. 전화는 몇 번 연속으로 걸려 올 때도 있고, 몇 년이나 뚝 끊길 때도 있다.

 

"우리 오랜만에 만날까?"

그래서 만나기도 하고,

 

"그럼, 다음에 또 통화하자."

그러고는 끊기도 한다. 

 

그렇게 친구 M은 아홉 살 때 처음 만난 후로 그동안 그림자같이 묵묵히 곁에 있어주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나도 '잘 지냈냐'라며 안부를 나눌 수 있고, 다음에 또 보자 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는 친구가 그리운 요즘이다.

 

"다음에 또 보자. 내가 전화할게."

일어선 M은 나를 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 또 보자. 들어줘서 고마워."

우리는 카페를 나와 전혀 모르는 사람 같은 얼굴을 하고 각자의 장소로 돌아갔다.

-p.181 「그림자」 중에서

 

 

 

3. 나가며

 

 

에쿠니의 작품은, 언제나 에쿠니의 비밀로 가득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에쿠니의 비밀’을 읽고 난 후에 독자들은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질 것 같다.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그녀와 비밀을 친밀하게 주고받고 싶다. 에쿠니 가오리의 비밀은 어쩌면 그토록 긴밀하고 예쁘고 애처로울 수 있을까.

-가와카미 히로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어린 시절의 추억, 누구나 마음 속에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기억들의 단편들을 꺼내서 추억에 잠길 수 있을 시간이었다. <그림자>를 읽으며, 서로 바쁜 일상에 쫓겨 연락이 끊겨진 친구를 생각했다. <호랑나비>를 읽으며 사춘기적 감상에 젖어서 가출을 꿈꾸던 십대의 나를 만날 수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모든 기억들이 나만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이었다. 정말 에쿠니 가오리의 비밀을 읽고 난 후 나도 '나의 비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비밀, 순진하고 어렸던 나의 어린 시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그 비밀을 조심스럽게 꺼내 본다. 


 

 

기억은 회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라 할 수 있다.

-역자 김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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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진 않지만, 별처럼 빛나는 그들만의 사랑 | 마이 북리뷰(2021년) 2021-12-1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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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반짝 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저/김난주 역
소담출판사 | 2001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문체로 눈부시진 않지만 별처럼 빛나는 그들만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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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저/ 김난주 역

소담출판사/ 2001년 2월 28일

 

눈부시진 않지만, 별처럼 빛나는 그들만의 사랑

 

 


 


 

1. 들어가며

 

 

사랑은 무엇일까.  남녀가 서로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모습이 진정한 사랑일까. 우리는 그런 사랑의 모습을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는 사랑도 있는 법이다. 그러면 소위 우리가 말하는 정상적인 사랑의 모습과는 정반대인 사랑의 모습은 비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이란 말인가. 그렇게 나에게 사랑이란 무엇일까 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는 책 한 권을 만났다.

 

오랫동안 사랑이란 주제로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 작가가 이번에도 색다른 사랑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알코올 중독자인 아내와 호모인 남편이 서로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되어 일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남편에겐 동성인 애인이 있다. 남편은 아내와 결혼 생활도 하고 동성 애인도 만나며 사랑을 한다. 마치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 같다.

그런데 에쿠니 가오리는 이 책을 통해 그것도 사랑이며, 그들만의 사랑은 눈부시진 않지만, 반짝 반짝 빛나는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에 의해 소외당하고, 차별받고, 멸시받는 그들의 사랑도 반짝 반짝 빛날 수 있다고 말한다. 

 

언뜻 보면 이해가지 않을 수 있지만, 그들의 사랑 이야기와 그들의 마음을 알게 되면 아! 그렇구나! 하면서 그들의 사랑을 반짝반짝 빛나는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을지 모른다. 

 

 

 

2. 이야기  속으로

 

이런 결혼생활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무섭지 않다. 

불현듯, 물을 안는다는 시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p.56-

 

여기 한 부부의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그 부부는 우리가 정상적으로 알고 있는 부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호모 섹슈얼인 남편과 알코올 중독자인 부인, 그들이 결혼하여 부부가 되었다. 누가 보면 망가진 부부, 비정상적인 부부일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남편은 동성 애인이 있고 그들은 서로 삼각 관계 속에서 사랑이라고 부르기도 그렇고, 우정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미묘하고 기묘한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어떻게 보면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에서 나올만한 스토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칫 어둡거나, 우울하거나 피터지는 사랑, 이혼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만한 소재를 에쿠니 가오리는 그녀만의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로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처음에는 이 책 제목인 '반짝 반짝  빛나는' 만 보고 정말 달달하고 빛나는 사랑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그렇게 색안경을 쓰고 있던 나에게 '이 책은 이것도 사랑이야, 오히려 이런 사랑이 더욱 반짝 반짝 빛날 수 있는 사랑일지도 몰라' 라는 깨달음을 주었다. 

 

아내인 쇼코의 말처럼, 남편이 호모이기에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추구하지 않는 사랑이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면 쇼코는 호모 남편인 무츠키를 사랑하는 걸까. 그래도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한 걸까. 쇼코가 남편에게 의지하고, 남편의 애인인 '곤'을 이해하고 포용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쇼코는 남편을 그래도 사랑하는 것 같다. 비록 육체적인 관계를 가지지 않더라도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신뢰하고 사랑하고 있다. 쇼코 또한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감정이 시시각각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들쭉날쭉하다. 조울과 우울의 경계를 넘나드는 쇼코를 남편인 무츠키는 그런 쇼코를 따뜻하게 감싸안아주며 힘이 되어주고자 한다. 이렇게 서로 약하고 사회에서 비난받는 존재라서, 비정상적인 모습이라 서로 연대하고 서로 이해하고 감싸안아준다. 이런 감정, 연대, 공감, 포용, 배려 또한 사랑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다. 

"있지, 오래도록 지금 이대로 있을 수 있도록, 이라고 학종이에다 빌었어."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처음부터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쇼코는 시댁으로부터 임신 압박에 시달리고, 무츠키는 비밀을 알아버린 쇼코의 부모님에게 비난을 받게 된다. 그렇게 무너져버릴 내릴 그들의 사랑, 그렇게 그들의 사랑도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지금 이대로 지내고 싶다고 그토록 바라고 있음은, 쇼코 역시 암암리에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언제까지나 이대로 지낼 수 없다는 것을.

-<친족 회의> 중에서-

 

그리고 쇼쿄는 진정으로 남편인 무츠키를 사랑한 것은 아닐까.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편의 모습과 남편의 애인까지도 포용하려 한 모습을 보면 말이다. 물론 곤도 무츠키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쇼코와 무츠키의 사랑을 인정하고 배려해준다. 자신의 애인인 무츠키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렇게 곤도 쇼코와 무츠키의 결혼 생활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잘 살길 응원해준다. 쇼코, 무츠키, 곤의 사랑의 삼각관계는 질투하고, 시기하고, 증오하는 삼각관계의 모습이 아니다. 서로 사랑하고 인정하고 배려해주는 모습이랄까. 

 

쇼코는 사랑의 위기 속에서 그 무너져내리는 사랑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일상과도 타협하고 그들의 사랑도 지키면서 말이다. 

"쇼코 씨의 생각은, 그러니까 말하기 어려운데 그, 무츠키의 정자와 곤의 정자를, 미리 시험관에서 섞어서 수정할 수 있으냐는 거였어. 그렇게 하면, 그러니까 그, 모두의 아이가 될 수 있을 거라면서. "

-<물이 흘러가는  곳> 중에서-

 

그리고 그런 위기를 절감한 곤도 쇼코와 무츠키의 곁을 떠난다. 잠시 여행을 갔다온다는 메시지만을 남기고서 말이다. 곤이 떠나면 모든 것이 다 정상으로 돌아올 것 같고, 그들은 정상적인 부부처럼 보일지 알았지만, 쇼코와 무츠키는 깨닫게 된다. 그들의 사랑은 곤이 있어야 완전하다는 것을 말이다. 비록 사회적으로 무츠키와 곤의 사랑은 축복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지만 그들의 사랑이 쇼코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었음을 말이다. 쇼코는 그들이 "은사자 같다'고 말한다. 몇십년에 한번 온세계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태어난 흰사자들, 그들은 극단적으로 색소가 희미해서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했다. 그래서 어느 틈엔가 무리에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고 한다.  사회에서 따돌림 당하고 사람들 속에 섞이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과도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마법의 사자래. 무리를 떠나서, 어디선가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하는 거지. 그리고 그들은 초식 성이야. 그래서, 물론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단명한다는 거야. 원래 생명력이 약한 데다 별로 먹지도 않으니까, 다들 금방 죽어 버린다나봐. 추위나 더위, 그런 요인들 때문에. 사자들은 바위위에 있는데, 바람에 휘날리는 갈기는 하얗다기 보다 마치 은색처럼 아름답다는 거야.'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말투로 쇼코는 그렇게 말했다.

-p.125-126

 

무리와 함께 살 수 없는 은사자들, 그래서 그들은 그들만의 공동체를 만든다. 쇼코와 무츠키는 윗층에, 곤은 아래층에 함께 살면서 말이다. 그들은 서로 그렇게 셋이서 특별한 동거와 사랑을 시작하려 한다. 그들의 사랑이 지금 이대로 계속되면서 서로 그렇게 살아가길 바래본다.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물이 흘러가는  곳> 중에서-

 

 

3. 나가며

 

 

반짝반짝 빛나는 지갑을 꺼내서 반짝반짝 빛나는 물고기를 샀다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도 샀다 반짝반짝 빛나는 물고기를 사서 반짝반짝 빛나는 냄비에 넣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가 손에 든 반짝반짝 빛나는 냄비 속의 물고기 반짝반짝 빛나는 거스름 동전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와 둘이서 반짝반짝 빛나는 물고기를 가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동전을 가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밤길을 돌아간다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밤하늘 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물을 흘리며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는 울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시는 이리사와 야스오의 '반짝 반짝 빛나는' 시이다. 정말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어떤 종류의 사랑도 그 자체로 반짝 반짝 빛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비록 그 사랑이 화려하고 눈부시지 않지만, 사랑 그 자체만으로 그 사랑은 반짝 반짝 빛날 수 있다. 

 

쇼코, 무츠키, 곤의 사랑이 시메온 솔로몬의 그림 잠자는 자와 지켜보는 자의 모습과도 같아 보인다. 에쿠니 가오리가 이 그림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언제나 우리에게 사랑이란 무엇일까. 이런 사랑도 사랑이구나 하면서 사랑에 대한 관계를 재정립하고 사랑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알게 해주는 에쿠니 가오리 덕분에 나 또한 사랑을 보는 관점이 더 넓어진 것 같다. 처음에는 낯선 사랑의 모습에 놀라고 충격받게 되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그녀가 그리려는 사랑의 모습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사회적인 약자이며 차별받는 존재들의 사랑에 대해 애정어린 따뜻한 시선을 보내게 하는 책인 것 같다. 

 

 

<시메온 솔로몬의 '잠자는 자와 지켜보는 자>

<THE SLEEPERS AND ONE THAT WATCHETH>

에쿠니 가오리가 '반짝 반짝 빛나는' 책을 쓸 때 영감을 받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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