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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건 여자들뿐이거든요 1~4 | 녹는 중(Be Warm) 2021-03-0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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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라지는 건 여자들뿐이거든요

강화길,손보미,임솔아,지혜,천희란,최영건,최진영,허희정 공저
은행나무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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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길 / 산책 ★★★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는 강 작가를 신기해하고 응원하면서도 의심어린 경계 태세로 읽었다. 아마추어가 아니고 젊은 여성 대표 소설가니까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며.

 

 읽다가 물컹한 것이 확 치밀어 올라 고개를 들어 눈물을 삼켜야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와 지붕 아래 왜 여성은 이토록 자유롭지 못하는지.. 세상을 향한 울분과 부당함과 짜증을 엄마나 딸이나 상대 여성에게 분출할 수밖에 없는지.. 그냥 이런 세상과 자신의 삶이 좆같고 엿 같다고 하면 될 것을, 엄마가 싫다고.. 당신도 당신 엄마랑 똑같다.. 식의 폭언을 날리는 것일까. 약자끼리 아픈 사람들끼리 가정을 지키기 위해 참고 또 참은 사람끼리 서로 비수를 꽂는가.

 

 나도 이 트램펄린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널뛰는 중이다. 이 갈리게, 악몽에 시달리면서 그럼에도 용서하지 못하고 무겁게 곧 터질 시한폭탄 상태가 되어, 바퀴벌레가 지글거리는 비천한 하루를 또 산다. 너와 나, 우리의 치부를 들추는 폭로와 뜯김을 소설가의 제압하는 글 앞에 속수무책으로 또 당하고 말았다. “걔도 내가 싫댔어요.” “.. 너무 미워하지 마.”  , 이제 그만 놓으란 말야. .

 

손보미 / 이전의 여자, 이후의 여자

 

 결국은 돈인가. 이 인생이 돌아가고 버티게 하고 멈추는 그 모든 밑바탕에 깔린 돈의 순환 이치와 논리?

 

그녀는 자신이 맨발이라는 걸 깨닫는다. 너의 발밑이나 걱정하렴, 어머니의 목소리. 너의 분수를 알아라, 아버지의 목소리. 훌륭한 사람이 되면 갚으렴. (51)

 

 집안 형편에 맞지 않는, 사치스런 예체능 재능을 갖고 태어난 여자는 학비를 벌기 위해 남의 돈(도움)을 받거나 고객이 있는 낯선 집을 수시로 드나들어야했다.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 고객을 믿어야 연명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 안에 도사리는 불안과 공포와 분노와 화는 차곡차곡 쌓여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신경과민을 부른다. 농후하기도 하고 썩은내 같기도 한 냄새가 나는 남의 집을, 그 안 가족구성원들이 신경을 자극하고 불면과 무력(과수면) 상태로 이끌어도 그 집을 제 발로 걸어나올 수가 없다. 상주가정교사라는 신분으로(<나사의 회전>) 받은 돈 때문에,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의 정체나 경로에 대해 자세히 알려고 해서도 안 된다.

 

 낳고 길러준 부모가 내민 손을 뿌리칠 수 없어서 괴기한 집에 들어가 미쳐가는 영혼이 계속 생겨나는 파국이다. 다른 누군가로 끊임없이 대체될 일자리. 무엇을 위한 아기 실종이며 이층방의 미친 영혼들인 것일까. 이 악순환을, 새로운 여자가 이 집에 들어서는 길을 막아야 할 터이다.

 

임솔아 / 단영

 

 임 작가는 시설이나 대안학교의 실체를 학생 입장에서 다룬 소설을 써왔다. 이번에는 사찰과 승려를 중심으로 비슷한 문제를 드러낸다. 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부정직하고 각종 속임수와 허세가 들끓는 것인가. 심지어 종교적인 공간이나 보호시설까지도 더하며 더했지.. 참담하다.

 

 소설가는 비구가 이끄는 하은사의 구성원과 운영 실태를 파고든다. 신도라기보다는 어느새 고객에 가까운 방문객들이 절에 기대하는 수요에 맞춰 사찰도 경영 관리되며 일종의 수익 사업이자 후계자 양성소(노후화 문제 심각)가 되어버린다.

 

 불상의 온화한 미소와 화려한 꽃밭과 꽃차와 꽃밥(공양)과 인증샷을 찍을 배경에 포커스가 맞춰지고, 종교적인 말씀과 수양은 남성 로고스 중심 체계를 따르며 원래 취지는 자취를 감춘다.

 

 절에 살면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본 이들은 인사도 없이 사라진다. 집도 절도 없는 이들일 텐데. 소설을 읽다가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도 부드러운 미소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화들짝 놀랐다. 자연스레 떨어지는 지저분함이 보기 싫어/보여주기에 맞지 않아 미리 꽃을 밟아 뭉개는 잔인함을 효정 승려도 아마 갖게 될 줄 몰랐을 것이다.

 

지혜 / 삼각지붕 아래 여자

 

 몇 편의 소설들을 읽다보니 기시감이 드는 요소들이 있다. 집의 체취, 멀쩡한/임시 거처, 악몽, 귀신, 광기, 미친 사람.. 제각기 다른 배경과 소재를 다룸에도 사라지는 여자들에 관한 공통분모 때문인지 미묘하게 겹쳐졌다. 그중 두드러진 하나가 집과 모녀 관계이다. 나무 썩는 냄새와 농후하다 못해 상한 악취, 그리고 귀를 거슬리게 하는 울부짖음과 천장이나 창가를 오가는 움직임들.

 

 집을 떠나, 거처 없이 존재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소설가는 떠나왔고 잊힘에 대해 대체로 방어막을 세우지 않고 무심한 우리를 유년의 골목과 집으로 데려간다. 가진 건 무한한 시간과 호기심과 밖으로 나돌던 체력뿐이던 그때로. 열린 귀와 눈.  

 

나는 평생 엄마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엄마는 악마야. 엄마는 자기밖에 모르는 미친년이야. 창아리 어신(창자도 없는) .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렇게 엄마를 싫어하지. 엄마랑 놀아주는 사람은 얼굴에 멍을 달고 사는 칠영 아줌마와 혼자 늙어 죽을 매향 이모뿐이야. 나는 엄마처럼 안 살거야. 그렇게 속으로 퍼부어댔다. (137)

 

 주인공은 싱글맘인 엄마에게 붙는 ()소문과 견제 탓에 어울릴 또래친구가 마땅치 않다. 그런 소녀는 동네 미친여자를 보며 어쩌다 저리 됐을지 궁금해한다. 성인이 되어 다시 찾은 매향 이모집에서 주인공은 옛 기억을 떠올리며 과거에 용서하고 화해하지 못했던 엄마와 동네 사람들과 종국에는 자신에게로 향했던 해하는 마음(분노와 미움과 원망)을 마주한다.

 

판자촌. 젊을 적. 정신. 놓아버리다. 그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잘 이어지지 않았다. 얼마나 고생하면 정신을 놓아버리나? 사람이 미칠 만큼 힘든 일이란 게 뭐지?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128-129)

 

 살면서 돌아버리겠는 순간들이 있었음이 암시되지만 그녀는 과거를 복원하는 재방문의 여정을 감행한다. “아무도 필요 없어. 나는 아무도...” “떠날 것이고 아무도 만나지 않을 거야..” 마음을 번복한다. 대부분이 돌아서고 막아 세우며 더 이상 시선을 두지 않는 곳으로 돌아가 지워진 존재들을 되살린다. 남루하고 비루했지만 불꽃놀이처럼 자신의 일부로 남아 여전히 함께하는 추억과 사람들과 가치와 의미를 환하게 쏘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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