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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메모 | 녹는 중(Be Warm) 2021-10-2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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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무튼, 메모

정혜윤 저
위고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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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만을 위해서는 울지 않는다.  - 카뮈

 

 <아무튼, 메모>는 놓쳤던 손을 극적으로 다시 잡는 감격을 주었다. 한때 정혜윤 피디의 책과 강연을 찾아 다녔던 시기가 있었다. 기린을 닮은 이야기 채집가는 자신의 삶의 미궁과 의문을 고개를 쑥 빼고 세상의 이야기들을 거둬들이며 푼다.

 

 전에 도서관에서 빽빽이 밑줄 그어진 <아무튼, 메모>를 마주친 적이 있다. 정 피디의 말이나 글이 지닌 강렬한 첫인상은 아무래도 무수한 인용들에서 나온다. 어떻게 저렇게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기억하나 싶어 혀를 내두르게 된다. 특정 상황에 착 달라붙는 문학작품뿐 아니라 관련된 누군가의 이야기도 하이퍼텍스트처럼 다채롭게 제시한다.

 

 <메모>를 읽다가 주제의 맥을 놓치나 싶은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 정리해보자면, 저자에게는 노트에 명문장(:마술적 주문)을 옮겨 적고 주석을 붙이며 사유하는 버릇이 있었다.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을 눈에 띄는 말이나 글을 통해 해독하고 다독이며, 끈질기게 대화하는 노트광이었던 시절이 말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곱씹으며 머릿속에 저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연스럽게 잘 들리는 말이 있고 흘려듣는 말이 구분되었다.

 

 알다시피 그는 다큐 영상물을 기획하고 취재하는 베테랑 피디이다. 그러려면 사전 메모와 수정이 필수적이다. 메모에 관한 지론이 뻔해지려는 찰나, 저자는 비밀카드를 꺼내든다. 상단에 인용한 카뮈의 말이 나 자신만을 위해서는 메모하지 않는다로 변주되는 놀라운 순간이 온다. 일개 ‘를 위한 메모가 아닌 타인을 살리는 기록이자 역사적 증언이자 고유한 목소리내기로 넘어가버린다. 그는 생명이 숨탄 것들이 내는 소리를 가슴 아린 일로부터 만들어낸 경이로운 이야기”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 “지옥 같은 세상에서 지옥 같지 않은 이야기로 키워낸다.

 

 그가 읽기와 쓰기를 매일 매일의 육체적 정신적 단련으로 여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 메모에는 작성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드러나고, 일단 쓴 이후에는 그쪽으로 맞춰가는 걸음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메모를 하다보면 내게 좋은 영향을 드리우는 말(최상은 시)로 바꿔보기가 가능해지고, 어느 정도 삶이 질서를 되찾게 된다. 공허하지도 소외되지 않은 채 살아갈 힘이 파생하고,이 세계의 일부라는 소속감과 위안과 도덕심이 뭉쳐진다.

 

 내 생각을 잘 알아야 들리는 말이 있고, 유독 깊게 다가오는 말을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팽창하는 자력이 생긴다. 좋은 문장을 받아든 손은 그 자체로 빛이 되어 어쩔 수 없는 어두움조차 밀어낸다. 쓰며 달라지는 변화 속에, 나만이 할 수 있고 반드시 해내고 싶은 꿈과 미래가 분명해진다. 그렇게 확장되며 연계되는 삶은 나의 오늘과 가치의 기반을 견고히 한다.

 

 내가 어떻게든 움직이며 세상을 향한 희망과 빛을 놓지 않을 때 비로소 내 안의 터널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외부가 시끄럽고 정신없게 떠들어대는 돈과 건물과 성공의 잣대로 내 인생을 짓밟을 필요는 없다. 저자의 말대로, 모든 것은 유한하다는 데 안도하며 조금 더 밝아지는 쪽으로 마음을 다잡는다. “나는 자연이 바꿔놓은 사람 자연의 작품이 되고 싶었다. 더 있는 그대로 감탄하고, 더 소박하게 원하고, 더 섬세하게 염려하고, 더 감사하면서 기쁨을 누리고, 평범하고 흔한 것을 경이롭게 바라볼 줄 아는 사람으로(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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