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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노니는 집 - 책과 노닐 수 있으려면 | 청소년 도서 2019-03-1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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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책과 노니는 집

이영서 글/김동성 그림
문학동네어린이 | 200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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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선비님들은 『논어』나 『맹자』가 재미납니까? 전 들여다보면 잠만 오고, 봐도 봐도 뭔 소린지 모르겠는데 책방에서는 그 책이 가장 많이 나갑니다.”


“어렵고 재미없어도 걱정 마라. 네가 아둔해서 그런 것이 아니니. 어려운 글도 반복해 읽고, 살면서 그 뜻을 헤아려 보면 ‘아, 그게 그런뜻이었구나’ 하며 무릎을 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어려운 책의 깊고 담백한 맛을 알게 되지.”


이 책을 집어 들게 만든 소개 문장이었다. 한동안 ‘왜 읽어야 할까, 안 읽어도 각자의 방식대로 살면 되는 거 아닌가?’하는 스스로 제기한 질문에 마땅한 답을 찾고 있지 못할 때였다. 이런 질문을 떠오르게 만든 건 책의 텍스트와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에 무덤덤한 아이들의 모습일 수도 있고, 영상 매체에서 조금만 전문적인 내용을 소개하려고 할 때마다 반응하는 패널들의 거부감 때문일 수도 있겠다.  


물론 책의 내용은 내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과는 크게 관련이 있는 내용은 아니다. 어린이 문학책으로 초등학교 5, 6학년 정도의 나이에 읽으면 좋다고 권장하는 책이다. 문제는 도무지 초등학교 5, 6학년 아이들이 ‘의미와 가치’에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점. 아이들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가 이미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방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러니한 것은 모두가 특별해지고 싶어하지만 특별함을 추구하는 방식 자체가 천편일률적이라는 것이다. 특별해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에는 모두가 평범한 방식의 사고와 평범한 생활 양식을 공유한다는 건 어쩐지 좀 이상하지 않은가. 


시대마다 사람들의 삶을 붙드는 핵심 사상이 있었다. 지금의 시대는 모든 사상을 거부하는 그 자체, 상대주의라고 말하는 사상에 의해 모든 것을 거부하고 모든 것을 인정하는 사상이 ‘절대’가 된 시대. 그 안에서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도 방황하고 혼란스러운 건 당연한 일이다. 사람이 세상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려면 물리적으로 중력의 법칙에 적용을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상의 뿌리를 내리지 않고는 말그대도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부유하고 마는 것이다. 


소설의 배경은 조선 시대 천주교가 탄압받던 때로 새로운 사상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상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섭다. 지배를 하는 사람입장에서는 사상으로 인해 자신의 통치권이 흔들릴 수 있고 지배를 받는 사람입장에서는 새로운 세계에 눈이 떠 이전처럼 살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 살든 죽든 진실이라 믿는 방식을 채택하기 위해 목숨을 걸게 된다.


작가는 이야기의 극적인 재미를 위해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설정했겠지만, 나는 앞에서 언급한 대화에서 시대를 불문하고 적용되는 한 가지 사실을 인식하게 됐다. 사람이 글을 읽고 문자를 해독하고 해독한 글자에 의미를 파악하는 일은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고 한다. 후천적으로 배우고 익히고 습관을 들이기 위해 노력을 해야만 지식을 습득하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그 과정이 결코 삶과 동떨어지지 않는다. 사람은 읽는 만큼 성장하는 게 아니라 어떤 삶을 살면서, 그 삶 안에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과 책임을 고민하느냐, 그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읽기는 그런 행위다. 살아온 경험만큼 이해되고 그 경험에 더해서 성장할 수 있으며, 어느 사상에 뿌리를 내리느냐에 따라 나의 삶도 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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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비용 제로사회 - 노동에서 해방된 인류, 무엇을 해야 할까 | 2019 2019-03-0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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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계비용 제로 사회

제러미 리프킨 저/안진환 역
민음사 | 2014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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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치가 거의 전적으로 그 사람이 생산하는 물질적인 재화와 서비스의 산출량에 의해, 또 그가 소유한 물질적인 부에 의해 측정된다는 바로 그 발상은 삶의 상당 부분이 협력적 공유사회를 토대로 이루어지는 고도로 자동화된 세계를 살아갈 우리의 자손들에게는 원시적으로, 심지어 야만적으로까지 보일 것이고 인간 가치의 끔찍한 상실로 여겨질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북동쪽에 위치한 나우루 공화국. 면적은 울릉도의 1/3, 인구 1만 명이 조금 넘는 작은 섬나라지만 1980년대 나우루공화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로 미국보다 3배, 한국보다 6배가 높았다. 당시 나우루 국민들은 집집마다 외제 자동차를 3~4대씩 보유했고 세금이나 교육비, 병원비, 해외유학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전액 무료의 혜택을 받았다. 나우루 공화국이 이렇게 부유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매우 희귀한 자원인 인광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원이 고갈되면서 불과 30년 만에 세계 최고의 부국에서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하고 국민들의 삶도 피폐해진다. 


나우루 공화국의 쇠퇴는 2차 산업혁명의 종말을 압축적으로 실현했다고 말해도 무리가 아니다. 여전히 경제활동은 열역학법칙에 의해 좌우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일부는 이미 시작된) 희소성에 기초한 경제는 곧 엔트로피 청구서를 받게 될 것이고 천연 에너지원을 기반으로 한 풍요의 경제에 서서히 자리를 내 주게 될 것이다. 개인이 사용하는 수백, 수천 개의 물품에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이 도입돼 에너지 효율이나 생산성을 향상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과 유통 모든 영역에서 한계비용*(생산물 한 단위를 추가로 생산할 때 필요한 총비용의 증가분.)을 제로에 가깝게 떨어뜨릴 것이다. 사회는 벌써 한계비용 제로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고, 인간의 일자리가 기계 자동화로 대체되고 있다. 그리고 더 많은 일자리가 대체될 것이다.


이미 사회의 많은 영역에서(심지어 예술 분야에서도) AI가 대체하게 될 미래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당장에는 기계에게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기게 된다는 사실이 불안과 우려를 낳고 있지만, 지금까지 인류가 기술의 발달에 따라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왔던 것처럼 현실에 적응하고 알맞은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이라 믿는다. 다만, 그동안의 기술 개발에 이어진 지나친 낙관론과 비관론이 존재했던 것처럼 극단적인 환경을 상상하며 휘둘릴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도래할 사회에서 인간이 어떤 역할을 감당하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다가 올 미래가 노동에서의 해방이 될지, 인간 고유성의 상실이 될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고도로 자동화된 사회,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질이 상당 부분 무료에 가까운 사회에서 우리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그 사회를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로 만드는 건 결국 인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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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연 소년들 - 전쟁과 평화는 어디에 | 2019 2019-03-0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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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연 소년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저/박은정 역
문학동네 | 2017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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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부터 1989년까지, 소련과 아프가니스탄은 전쟁을 지속한다.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IS를 만들어 낸 전쟁 중 하나. 이념 때문에 시작된 전쟁은 소련군 1만 5천 명, 무자헤딘 30만 명이라는 전사자를 남기고 소련의 철수로 끝이 났다. 전쟁의 패배는 소련 붕괴의 원인 중 하나로 평가될 만큼 소련 경제에 깊은 타격을 남겼다. 그러나 전쟁의 폐해는 소련의 붕괴에서 끝나지 않았다. 소련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소년들의 유해는 ‘아연 관’에 담겨 가족에게 돌아왔고, 전쟁에 참여한 군인, 그리고 군인 가족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 북한의 김정은이 서로에게 말 폭탄을 던지며 전쟁 공포를 키워오다가 평화협정에 이르는 과정, 그리고 협상이 결렬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들이 정치적으로 조장하는 증오와 적대감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곰곰이 살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한 사람의 생명을 총알 하나보다 가치 없게 만들고, 정치 기계의 나사로 전락시키는 전쟁이라는 무자비한 지옥에서는 정의도, 영웅도, 평화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권력이라는 마약에 취한 정치 지도자들의 야욕만 존재할 뿐이다.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던 군인의 말처럼 전쟁에서는 ‘사람 안에 정말 사람다운 것은 물 한 방울 정도의 양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뿐이다.


애국심도 사랑의 종류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우리가 모두 아는 것처럼 이 세상에 인간으로부터 발생되는 사랑 중 완벽한 것은 없다. 항상 결핍과 왜곡, 오해와 불안이 동반된다. 뜨거운 애국심과 영웅의식으로 전쟁에 참여한 소년들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몸으로 부딪히며 더는 현실에 발붙이고 살 수 없는 상태로 전락한다. 생명을 잃든 유지하든 관계없이. 


전쟁은 결코 사람을 더 나은 사람을 만들지 못해요. 더 못쓰게만 하죠. 결국 같은 말이에요. 전쟁터로 떠나던 그날로는 두 번 다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전쟁 전의 나로도 돌아가지 않을 거고요. 내가 어떻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겠어요?

전쟁은 결코 사람을 더 나은 사람을 만들지 못해요. 더 못쓰게만 하죠. 결국 같은 말이에요. 전쟁터로 떠나던 그날로는 두 번 다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전쟁 전의 나로도 돌아가지 않을 거고요. 내가 어떻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겠어요?


그렇다면 정의와 평화는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어쩌면 과거와 미래의 인류 역사에서 유토피아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향으로만 남을지 모른다. 그러나 전쟁을 가볍게 말하는 자들에게서는 한조각의 정의도, 평화도 기대할 수가 없다. 다만, 전쟁의 발발을 막을 때에만 최소한의 인간다움과 평화가 유지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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