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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아빠는 슈퍼 로봇』 | ● 서평 리뷰 2022-09-1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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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빠는 슈퍼 로봇

김율도 글
율도국 | 2022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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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수록 멋지게 신나게 슈퍼 파워 동화

글 김율도 / 그림 송지원 『아빠는 슈퍼 로봇』


장애인 이야기가 아닌 장애인 아빠를 둔 아들의 이야기.

아빠가 꼭 좋아서가 아니라 아빠 옆에 자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엄마대신 아빠를 선택한 주인공 기산.

상처가  아물고 옹이처럼 단단해졌는데도 자신때문에 아들이 자신과 비슷한 고통을 당하니 마음 아픈 아빠.

장애인 아빠때문에 친구 구만에게 놀림을 받게 된 기산은.. 친구 구만이 달리지 못하는 비밀과 만나게 되는데.. 왜 그랬을까..

약해지면 안 딘다는 말보다.. 너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면 된다고..

- 작가의 말 中

이제 기산의 이야기속으로 들어가 본다..
 


엄마와 헤어져 따로 살고 있는 기산과 아빠.

쌍둥이 동생 기민은 엄마를 선택했고, 아빠 옆에는 자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기산은 아빠와 함께 살고 있다. 기산의 아빠는 어릴적 소아마비에 걸려서 다리가 휘고 기우뚱 걷는다. 애써 준비한 저녁을 기우뚱한 다리로 걷다 엎어버릴 땐.. 기산은 엄마생각이 간절하다.

어느 날 과제를 놓고간 기산을 위해 학교에 온 기산아빠를 보고 친구들은 놀리기 시작한다. 특히 구만은 펭귄같다며 뒤뚱뒤뚱 걷는 흉내를 내며 놀렸고, 친구들이 놀릴 때면 기산은 헤어진 동생 기민이가 생각났다. 이럴 때 함께라면.. 홍길동처럼 분신술로 정신 못차리게 해서 이겼을 텐데 하며..

장애인이라 놀리는 친구들때문에 힘들어하는 기산에게 아빠는 말한다. '누구나 결함은 다 있어. 눈에 보이냐 안보이냐 차이일 뿐. 누구나 장애는 다 있어' '마음의 장애도 있다고.. 미워한다는지, 놀린다는지.. 하는 것도 장애야' 기산은 아빠의 말애 구만이는 마음의 장애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운동장을 절뚝 걸어가는 아빠의 모습에 아이들은 기산을 '망가진 로봇 친아들'을 즐여서'망친아'라 놀렸다. 친구들의 놀림과 괴롭힘은 심해지고, 가장 심하게 놀리는 구만에게 정신장애인이라 말하며 심한 싸움을 하게 되어서 교장실에 불려가게 된 기산과 아빠.

머리가 아파서 죽을 것 같아 학교에 가는 게 지옥같다며.. 학교 가기 싫다고..기산은 소리 높여 울었다. 그 울음이 너무 구슬퍼 아빠마음을 후벼판다.

계속되는 친구들과 다툼.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다니는 학교가 상처가 되고 나쁜 사람이 된다면 차라리 학교에 안 가는 게 더 좋다고 결정을 한 아빠는 홈스쿨링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자퇴서를 제출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학교를 찾은 날.. 구만은 멀리서 기산을 웃으며 바라본다. 구만이 돌아서 걸어가는 데 다리를 다쳤는지 조금 절뚝거리는 데 보인다.

아빠의 당부처럼 기산은 학교에 갈 때와 같이 일어났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간다.


 

어린이 날 오후 산책을 나간 기산과 아빠는 멸치처럼 생긴 눈을 가진 아저씨가 차서 날라온 공에 맞아 아빠가 넘어지는 일이 발생하고, 사과를 요구해도 하지않자 이 일로  감정이 격해진 아빠 '눈이 찢어졌더라고'라며 심한 말까지 하며 두사람은 몸싸움으로 이어져 경찰서에 가게 된다.

몸싸움을 먼저 시작했고, 기산이 아저씨의 다리를 걸어 넘어지게 했기에 합의금을 요구하게 되는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어느날 기산은 친구와 승희와 놀이터에서 다친 개미를 끌고 가는 개미를 보게 되는 데, 그 때 뭔가가 그 개미를 밟았다. 그것은 강아지의 발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강아지는 다리를 절뚝거리고 있었다. 옆에 온 아빠에게 강아지를 병원에 데리고 가자고, 우리가 키우자고 말을 하게 된다.

'나도 장애인인데 강아지까지 장애견이네'라고 농담을 하는 아빠.

강아지를 '단군'이라 이름을 지으며, 로봇을 만드는 게 꿈이 된 기산혼내 주는 로봇을 만들어본다. 잘못한 사람을 혼내주는 로봇을..

 

멸치아저씨에게 복수하기 위해 벽에 낙서를 하게 되어 다시 경찰서에 가게 된 기산. 아빠는 기산에게 이건 복수가 아니라 범죄라며, 복수는 햇빛처럼 부드럽게 하는 거라며.. 스스로 잘못을 깨닫게 해야 한다며..  말하고, 기산은 사회봉사 20시간과 보호관찰 명령을 받게된다.


 

단군은 상처가 심해져 결국 절단 수술을 한 뒤 휠체어를 타게 되고, 단군을 보며 기산은 아빠를 위해 장애인을 위한 로봇을 만들기로 결심하게 되고, 로봇을 만들기 위한 여러가지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기산은 모르는 것을 스스로 찾아서 보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목욕탕에 가자고 조르기 시작한 기산. 결국 아빠는 목욕탕에 가게 되고, 샤워대로 걸어가던 아빠는 힘없는 왼쪽 다리가 삐끗하더니 넘어지게 되고, 한동안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런 아빠를 위해 '무릎로봇' 연구하게 된 기산.


로봇에 대한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아 공원에 나간 기산은 구만을 만나게 되고, 체육시간에도 달리기를 피했던 구만을 이상하게 여긴 기산이였다. 기산에게 쫒기던 구만은 왼쪽 발을 삐끗하고 마는 데, 다리가 잘려진 것처럼 발이 보이지 않았다의족이 벗겨진 것이었다. 그제서야 구만이 달리기를 못했던 이유가 이해된 기산.
구만이 아빠 걸음걸이를 흉내 내며 놀린 것이 아니고 의족 때문에 그럴 수 있을 거라 깨닫고 얼굴이 뜨거워졌다. 아빠에게 왜 날 괴롭혔을까 물어보니 '자신과 비슷한 장애인을 보니 싫었던 거야.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아빠의 상태는 나빠져 절단수술을 하게 되고, 절단 부위가 아물자 의족을 착용하게 된다. 허벅지가 얇아서 의족을 차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아빠는 전보다 더 느리고 힘들게 보여 망가진 로봇같았다. 

 

떨어져 지내는 기민 역시 로봇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는 말에 쌍둥이는 텔레파시가 통한다고 신기해 하게 된다. 기산은 '아빠 무릎에 힘을 주는 로봇'을 만들고, 기민은 '전투 로봇'을 만들며 로봇경진대회에 나가게 된다.

기산의 로봇은 넘어지려고 할 때 힘을 주어 넘어지지 않게 하는 기능을 가진 로봇을, 기민은 전투 로봇은 오락용으로 스트레스 해소용 로봇을 만들어 1등은 기산이고 2등은 기민이 되었다.

기산은 무릎로봇이외에도 하나더 출품했는데 '자동발목 의족'도 좋은 점수를 얻게 되었다.

 

의족 착용해보길 원하는 아빠를 뒤로하고 구만에게 발목로봇을 주고 싶어하는 기산.. 복수는 따뜻하게 하는 거라며.. 사과하는 마음으로 조건없이 구만에게 맞게 고쳐서 선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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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리뷰입니다.. | ■ 구매리뷰 2022-08-1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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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GIFT][강원도농수특산물인증] 밥도둑 수제 매콤 황태무침 350g

반찬
|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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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고추장굴비를 담그었다고 자랑을 해왔다..

어머 밥도둑 고추장굴비 먹고싶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황태무침..

그래.. 난.. 고추장굴비 대신 황태무침이다..
 

강원도특산물 밥도둑 수제 매콤..

    【황태무침】

 

오늘 도착한 황태무침..

 

씹을수록 매운 맛이 올라온다..

굴비대신 황태도.. 맛이 좋은데..^^

 

지금도 비내리는 윗동네..

더위가 한풀 꺽인 듯 하지만..

 

그래도.. 내 남은 여름..

입맛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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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엔딩과 랜딩.. | ○ 그니 리뷰 2022-08-06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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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엔딩과 랜딩

이원석 저
문학동네 |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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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부를 때면 나는

목에 단 종을 흔들며 비뚤어진 웃음을 웃었지

 

나의 치욕은 나의 것일 뿐

파랗게 빛을 내는 질문지에 네 이름을 써

- 시인의 말 中

 

[ 시소 ]

 

빨리 여름이 왔으면 좋겠어

겨울은 무장한 채로 슬프거나 힘들었으니까

숨은 듯이 창을 닫고

찬물에 발을 담그는 기분으로 책상에 앉아 있을 필요는 없을 테니까


 

여름이 오면 한적한 거리를 천천히 걸어도 될 거야

값싼 티셔츠를 세 개 살 거야

글씨가 없고 사람 얼굴이 없는 것

내가 배운 원칙

검은색, 혹은 더 검은색으로

 

아무도 없는 놀이터 시소 위에

좋이컵에 담긴 커피와 다시 읽은 책을 놓아두고

천천히 기우는 양팔 저울을 생각하며

발을 구를 거야

 

그때는 소서쯤일 거야

받쳐놓은 것들이 모조리 깨져버린 오후에

창을 열고 잔에 순을 채워야지

손을 잡아달라는 게 아니잖아

서로의 목소리가 들릴 만한 거리에 흔적없이 

남아 있자 가끔은


 

고쳐쓴 일기를 바꿔 읽으며

악의 없는 핀잔을 하자

 

기운다는 것은 쏟아질 준비가 되었다는 것

종이컵에 담긴 커피가

난간 아래를 천천히 내려다본다

처음부터 다시 읽은 책은 각오가 되었다는 듯

흉내낼 수 없는 억양으로 펄럭이며

위치를 가늠하다 돌아눕는다

 

당신이 원하는 2급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력했어요

 

네가 일어서버린 순간

내가 낙하하는 순간

 

 

[ 친절한 얼굴 ]

 
                   - 이원석

가는 유리관이 떨어지듯 빗줄기가

사정없이 부서지는 밤낮

유예되고 미루어져 불행한 행복처럼

즐거운 불행인지 불행한 즐거움인지 알 수 없는 때

너는 완전히 섞이지는 않은 자세로 돌아누워 있고

몸을 돌리면 다른 얼굴이 나올까봐 나는

네 어깨를 당기지 않는다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일

알 수 있었던 일

 

너의 등은 친절한 얼굴을 가졌는데

그게 싫지, 하필 그런 표정이라니

증오의 술잔을 들다가도 미안함으로

미끄러지게 하는 힘이 있지

결국 내려놓게 하는 철저함이 있지

 

하지만 깨진 유릿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추어가다보면

두통처럼 번지는 실금들이 보여

쳇바퀴 돌듯 되돌아올 어리석음이 마련한 

잔칫상에 앉아서 일생의 술잔을 주고받는 나

가장 나쁜 잔을 주는 아니라

가장 좋은 잔을 보여주고 가져가버리는

지독한 장난 같은 거지, 같은거야


...중략.....

 

문득 겁이 났어

돌아누운 얼굴이 네가 아닐까봐

그래서 자꾸 끌어안았어 작고 볼품없이 쪼그라든 등을 감싸며

말했어 돌아보지 마, 보지 마 사실은

내 얼굴이 어떤지 겁이 나

내 얼굴이 왜 그런지 말할 길이 없어

 


...  소/라/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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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그래.. 다시, 좋아질거야라는 마음으로.. | ● 서평 리뷰 2022-08-02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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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다시, 좋아질 거야!

홍찬주 글그림
북멘토 | 202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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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편의점」의.. 홍찬주 글그림     『 다시, 좋아질거야 』


 

햇살 좋은 날..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인 토끼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일이야.. 날벼락처럼 하늘에서 새똥이 토끼에게로.. 뚝..ㅠㅠ

토끼야.. 난 말야..  초등학교때 기억인데..

소풍날 아침.. 학교를 가는 길이였는데.. 내 인생의 첫 새똥을 맞은 거야..

그렇게 놀란 마음을 가지고, 나에게 새똥냄새가 나는 듯한 불쾌감을 가진 채.. 소풍날을 보냈어..

 

그래서 토끼 너의 마음을 바로 이해했지 뭐야..

토끼 너나.. 내가 이렇게 새똥을 맞을 줄 어떻게 알았겠니..

 

아, 이번엔 다시 새떼의 똥공격을 받은 토끼.. ㅠㅠ

똥을 닦을 새도 없이 도망가는 토끼를 본 친구들은 괴물이라며 도망가버리고..

토끼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았어.."


토끼야.. 난 말야..  또 한번 새똥을 맞은 슬픈 기억이 있단다..

강릉바다 걷고 있는데.. 갑자기 이렇게 새떼가 내게도 나타난거야..

조류를 무서워하는 나인데.. 엄청난 수의 갈매기가.. 바로 내 머리 위에서 날고 있는거야..

그러더니.. 무언가 퍽.. 내 머리 위에 떨어지는 소리가..

그래, 바로 새똥을 또 싸고 간거야.. ㅠㅠ

 

그래도 난 새똥만 경험한 날이였는데..

토끼.. 넌 무서운 개까지 만나고..

개떼의 공격을 피해 물속에 들어간 너에게 커다란 물고기까지..

정말..  도망쳐도 숨을 곳이 없어서.. 무섭고 슬펐지..


그래도 토끼는 역시 운이 좋았어..

갑자기 나타난 작은 물고기떼가 토끼에게 있던 똥을 다 먹어주는 덕분에.. 말끔해졌으니..

 

물밖으로 나온 토끼의 옷은 햇살과 바람이  말려줘서..   다시 상쾌해진.. 토끼..

이렇게 너와 새똥 맞은 이야기를 나누게 될 줄이야.. 훗..^^

그래도 우리.. 앞으로 새똥은 다시 맞지 말자..!! ^^

 

 '내게 왜 이런 일이' 라는 마음보다..

이렇게.. '다시 좋아지는 거야'라는 마음으로.. 어려운 일들도.. 이겨내는 거야.. 

 

 

...  소/라/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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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나는 이름이 있었다.. | ○ 그니 리뷰 2022-07-2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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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이름이 있었다

오은 저
아침달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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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을 오해했습니다

사람이라 이해하고 사람이라 오해했습니다

사람을, 마침내 사람됨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시인의 말 中 

 

[ 손을 놓치다 ]


분침이 따라잡지 못한 시침

마음과 따로 노는 몸

체형을 기억하는 데 실패한 티셔츠

 

매듭이 버린 신발 끈

단어가 놓친 시

추신이 잊은 안부

 

그림자가 두고 온 사람

아무도 더듬치 않는 자취

 

한 명의 우리

 

[ 서른 ]

 

뜬구름을 잡다

어느 날 소낙비를 맞았다

생각 없이 걷다가 길을 잃기도 했다

생각이 없을 때에도 길은 늘 있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그런데 머리는 왜 안 돌아갈까?

 

너무 슬픈데 눈물이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

다음 날, 몸 전체가 통째로 쏟아졌다

 

어른은 다 자란 사람이란 뜻이다

한참 더 자라야 할 것이다

나이를 먹어도 먹어도

소화가 안되는 병에 걸렸다

 

[ 한발 ]

 

이 사람아, 지금 오면 어떡해!

이 사람아, 벌써 가면 어떡해!

 

시침과 분침과 초침

정확히 두번 만나는 동안

 

늦거나 일렀다

 

아무리 간발에 다가가도

감정을 에누리할 수는 없었다

 

[ 사람 ]             
 

이 사람아 이게 대체 얼마 만이야!

우리는 길에서 만났다

처음으로 교복을 벗고 만났다

 

서로의 이름을 잊은 채

 

어딘가 낯이 익고

익숙한 냄새가 나고

사람임은 분명해서

 

너는 쫙 편 손바닥을 내밀었다

손바닥에는 이름 대신

손금이 구불구불했다

 

어떤 길을 따라가도 순탄 할 것 같았다

 

눈이 있는 사람

사람 보는 눈이 있던 사람

 

재물선이 선명해서

나는 네가 큰사람이 될 줄 알았지

 

너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손금이 목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사람을 좋아하던 사람

사람 좋은 사람

 

잘못을 해도 쉽게 인정해서

나는 네가 새사람이 될 줄 알았지

 

손금 하나를 무작정 따라가다

갈림길에 섰다

 

등을 댈 것이냐 돌릴 것이냐

 

내가 뱉었던

네가 들었던

모진 말이

등줄기로 흘렀다

 

어딘가 귀에 익고

친근한 말맛이 나고

 

억양마저 확실해서

나는 쫙 편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었다

양 볼이 뜨거워서

손금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손바닥을 맞추곤 하던 사람이

가차 없이 손바닥을 뒤집어버리듯

 

등을 돌리고 비틀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이 사람아 벌써 가면 어떡해!

 

사람이 사람을 불렀다

 

방금 전까지는

사람이었던 사람을

이 사람을

 

...  소/라/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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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을.. | ○ 그니 리뷰 2022-07-1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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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을

송재학 저
문학동네 |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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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애면글면 또 누군가의 외부, 지금 내 눈동자와 눈썹까지 들여다보거나 행구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시인의 말 中 


 

[ 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을 ]

 

아침을 담는 항아리는

천 개의 색을 모으는 중이다

무채색 주동이까지 포함하니까

구부리고 번지는 밀물까지 돌과 함께 물렁해져서

어딘가 스며들어야 하는 해안선이 되었다

 

소년의 표정이 왔다

하늘가에 인기척이 수련거리더니

아침 식탁에 별자리를 펼치는 리넨


 

꽃 사이에 꽃의 생활을 심고

돌 속에 다시 돌을 옮긴다

꽃은 희고 돌은 검다가

둘이 합쳐서 가슴까지 검푸르다

 

비거스렁이 하품과 거춤이

썰물을 부추기며

무시로 글자를 쓰다 지운다 싶은데

동심원이 모였다

물의 관습이라는 결혼의 상냥한 목소리가 들렸다

 

물기 흥건한

계절이 아니라며 여기 오래 머물겠지만

이름을 잊었기에 무엇이나 포옹하는

이 아침의 긴 역광을

어디 눈썹 없는 기별만 탓하랴

 

십 년 후를 만날 때까지

물결이 굳어질 때까지

 

[ 달 이야기 ]


 

오래된 마을의 달 이야기는 믿을 수 있지

절반은 적막

절반은 맑음

혹은 절반은 인간, 절반은 비밀

 

얼굴이고 짐승인 것들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 내가 모르는 또다른 이야기 ]


 

연잎은 말라가고

새들이 아직 놓지 못하는 연밭

연잎은 하늘에 머물지만 허공과 전혀 다른 사삿일

연잎은 길의 종아리에 쭈뻣 선을 그었다

물 없는 수로와 같은 방향이라지만

연잎은 귓속말에만 쫑긋했다

다른 것과 섞이지 않으려는

제 몸과 여기저기가 애처로은

저녁답의 입김

누렇고 헐렁한 갈색을 도려내어도

눈썹 많은 가을에 머물고 싶다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 강 ]

 
 
물고기가 사라진

강을 건너는데

폭우가 오기 전에 이미 물풀까지 잠겼다

태풍은 강의 남쪽을 씻어내는 중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흙탕물이 강바닥에 묻힌 뼈를 자꾸 수소문한다

불귀라는 꽃이 피어야 건넌다는 강

물살마다 아귀들이 득시글하다면

소용돌이에는 잎사귀 드뭇한 나무둥치가 떠밀려온다

어디까지 내 피인가

두 손이 강의 아퀴를 겨우 붙잡았고

강물은 목젖을 내놓고 울었다

정을 끊는다는 절정과

정이 없다는 무정이 뒤엉켜 흘러간다

어금니를 앙 다문 검음만

먼저 도착한 강가에서 사레들 때

귓가에 맴도는 되돌아가라는 속삭임

몸이 산산 흩어지려는 서리서리 두려움 때문에

나,

강 중심에서 친친 묶여버렸다

강의 북쪽이자 끝이 천 길 폭포인 것도 알겠다

 

 

[ 물푸레나무 ]

   
면과 명주는 물푸레 염색이 맞춤이라지

면은 색이 썩 듣지 않지만 명주는 할 때마다 짙어진다는 곁눈질이 재빠르다

향기마저 스민다는 군소리

면에 빨랫줄이 닿아서 어롱이 생긴다는 불평도 있다지

철매염을 해볼까, 철이라는 불굴을 입히는 거지

매염을 되풀이하니 물푸레라는 입말처럼

푸르스름한 회색빛에 입맛이 된다나 뭐라나

우기의 득음이


푸르르다 포르스름하다 파르족족하다 푸리다 프르다라는 말로 번진다, 시간의 둠벙이 여기 잔뜩 뭉쳤구나

물푸레만의 경 읽기가 처음부터 생활이었다나 뭐라나

물의 잔울음이 앞날에 있다지

나무를 태운 눈물은 누가 손바닥에 헹궈 담는 걸까

하긴 수청목이라는 이름보다 물푸레가 더 좋다

나무와 물이 함께 푸르르니까

서로 정수리까지 떠받치니까

먹을 갈아 문장을 남길까 눈썹을 그릴까

 

...  소/라/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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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우리는 약속도 없이 사랑을 하고.. | ○ 그니 리뷰 2022-07-0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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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는 약속도 없이 사랑을 하고

정현우 저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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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이 찾아온 사랑과 슬픔을 견디는 마음에 대하여..

정현우 에세이 『 우리는 약속도 없이 사랑을 하고 』


잠긴 문을 두드리는 날엔 나의 문장이 쓰였다.

슬픔은 지금을 쓰고 사랑은 과거를 쓴다.

 

○ 1부 → 유년의 서(書) :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것들에 기대어..

《 엄마 》

세상에서 가장 짧게 부를 수 있는 슬픔..(p34)

《 예의 》

오늘은 내게 모두 틀렸다고 말하는 것 같아.

....   안도와 적당한 슬픔이 어떻게 너에 대한 예의일 수가 있겠어.

....  아무리 걸어도 그곳으로 건너갈 수 없는 오늘은..(p59)

《 늦은 답장 》

"눈 온다, 겨울이 오기 전에 가야지,

  아프다고 해서 미안해."

할머니의 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할머니의 마지막 김치를 꺼내 놓는다. 창밖에 내리는 눈을 본다.(p67)

 

○ 2부 → 사랑의 젠가 : 나의 사랑은 나보다 오래 살았으면 한다..

《 그냥 》

빛은 빛에게 약속한 적이 없지, 빛은 빛이듯이

우리는 약속도 없이 사랑을 하고,

나를 지 않사랑이라 부르는 그대를 사랑할 수 있겠다.  (p77)

《 동주의 눈 》

동주에게 말하고 싶다.

...  지겨울 때까지 살아보라고, 너의 잘못도 들키지 말고 슬픔도 들키지 말라고..(p109)

《 그럼에도 우리를 찾아와 울게 하는 것들 》

할머니의 시간은 질기게 이어져 엄마의 시간을 살아가게 한다..(p133)

 

○ 3부 → 성실한 슬픔 : 살아 있다는 건 결국 울어야 아는 일..

《 버려진 마음 》

버려진 것들이 나를 존재하게 했다. 그런 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내가 사랑한 모든 것들이 누군가에게 버려지지 않았으면 한다.(p147)
 

○ 4부 → 남은 꿈 : 우리는 다시 쓰일 수 없는 기적


 

엄마의 일기.. 친구 수의 죽음.. 묘묘의 죽음..

이 책을 읽고나니 그의 시가 더 마음을 아프게 했다..

 

시집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 』 에서  시.. <소금달> 이 다시한번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 소금달 ]

                                  - 정현우

잠든 엄마의 입안은 폭설을 삼킨 밤하늘,

사람이 그 작은 단지에 담길 수 있다니

엄마는 길게 한번 울었고,

나는 할머니의 마지막 김치를 꺼내지 못했다.

눈물을 소금으로 만들 수  있다면

가장 슬플 때의 맛을 알 수 있을텐데.

둥둥 뜬 반달 모양의 뭇국만

으깨 먹었다.

오늘은 간을 조절할 수 없는 일요일

 

다시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 』 를 읽어야 겠다..

처음과는 조금 더 다른 마음으로..  아주 조금은 더 시인의 마음을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

 

...  소/라/향/기  ...

천사시인인.. 정현우시인님.. 선물도.. 선물같은 글도..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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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지친 마음을 안아준 시간.. | ● 서평 리뷰 2022-07-0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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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나태주 저
열림원 |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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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에 아직도 시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요!"

나태주 시집 『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


너나없이 고달픈 지구촌 여행길, 하루하루 피차의 안식과 평화, 자그만 행복을 빕니다.

- 시인의 말 中에서 -

 

○ 1부 그래도 괜찮아

 

[ 그럼에도 불구하고 ]

지금 사람들 너나없이 / 살기 힘들다, 지쳤다, 고달프다, / 심지어 화가 난다고까지 말을 한다 //

그렇지만 이 대목에서도 / 우리가 마땅히 기댈 말과 / 부탁할 마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 밥을 먹어야 하고 / 잠을 자야 하고 일을 해야 하고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 아낌없이 사랑해야 하고 / 조금은 더 참아낼 줄 알아야 한다 //

무엇보다도 소망의 끈을 / 놓치지 말아야 한다 / 기다림의 까치발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 //

그것이 날마다 아침이 오는 까닭이고 / 봄과 가을 사계절이 있는 까닭이고 / 어린것들이 우리와 함께하는 이유이다. (p18)  

사표를 내고 싶었다며.. 그런 마음을 겨우 참으며 선술집에 앉아 한잔하고 있다는 사람..

속상한 일이 있어 눈물을 흘렸던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며 웃는다.. 새로운 날이니까.. 

 

[ 눈물점 ]

윗입술 오른쪽 볼 위에 / 숨어 있는 눈물점 / 어려서부터 오늘까지 / 나를 따라다닌 눈물점 //

눈물을 먹고 자란 / 점이 아니라 / 눈물을 기다리며 늘 / 목이 마른 눈물점 //

나를 사랑한 이들은 / 한결같이 눈물점을 걱정했고 / 나의 눈물 많음을 또 / 오래도록 사랑해야만 했다. (p61)  

처음 본 그녀는.. 내눈을 보더니 그녀가 울어 버렸다.. 왜 이렇게 눈물이 많냐고.. 

내게도 숨어있는 눈물점이 있었나보다.. 

 

[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

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 조금쯤 모자라거나 비뚤어진 구석이 있다면

내일 다시 하거나 내일 / 다시 고쳐서 하면 된다 / 조그마한 성공도 성공이다

그만큼에서 그치거나 만족하라는 말이 아니고 / 작은 성공을 슬퍼하거나

그것을 빌미 삼아 스스로를 나무라거나 / 힘들게 하지 말자는 말이다

나는 오늘도 많은 일들과 만났고 / 견딜 수 없는 일들까지 견뎠다 /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셈이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오히려 칭찬해주고 / 보듬어 껴안아줄 일이다

오늘을 믿고 기대한 것처럼 / 내일을 또 믿고 기대해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 너, 너무도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p80)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이 말이 마음에 울림을 준다..  

잘하고 싶었는데.. 잘하려 애쓰었는데..  망쳐서 너무 속상했던 경험.. 

그럴 때.. 그냥 조금 날 보듬어 줄 걸..  나라도 칭찬해 줄 걸.. 

 

 

○ 2부 너무 애쓰지 마라

 

[ 발을 깨운다 ]

어렵게 힘들게 저녁 시간 / 잠을 이루고 난 아침 / 뜨거운 물 한 잔 끓여 / 우선 마시고 

그다음에 하는 일은 / 손으로 다리를 주무르고 / 골고루 발가락과 발바닥을 / 쓰다듬어주는

이제 자네도 일어나야 해 / 일어나 오늘도 나와 함께 / 일을 해야지

먼 길 떠나야 하고 / 좋은 사람 낯선 풍경들 / 만나러 가야 해

나보다 먼저 / 자네가 한 발자국 / 먼저 가주기를 부탁해

날마다 아침마다 그렇게 / 발을 깨운다. (p90)

아빠는 저녁마다 따뜻한 물로 발샤워를 마치면.. 그다음엔 내가 다리를 주무른다..

그 시간엔 하루일과를 이야기하다.. 가끔씩 들려오는 아빠의 질문이 멈춘다.. 

피로가 풀려 몸이 시원해진 아빠는 그대로 잠이 든 것이다..

그렇게 난.. 저녁마다 아빠의 발을 재운다..

 

[ 문득 ]

창문의 종이를 만져본다 / 꺼끌꺼끌하다 //

가을 겨울 / 그리고 봄 //

볼우물이 고운 아이 / 지금은 내 앞에 없는 아이 //

그 아이가 문득 / 보고 싶었다.  (p127) 

 

[ 오솔길 ]

멀리 있는 사람을 두고 / 말을 한다 / 보고 싶다고! / 그리웠다고! //

바람에게 말을 하고 / 나무에게 말을 한다 / 바람더러 전해달라고

그 사람 이 숲속 길 / 혼자 지날 때 / 살그머니 귓속말로 / 들려달라고 //

여기 없는 사람을 두고 / 말을 한다 / 우리 곧 만나자고! / 웃으면서 만나자고! (p152) 

바람에게 이야기하면 전해줄까.. 바람에 실려 내 마음이 전해질까.. 웃으면서 곧 만날 수 있는 걸까..

바람아!! 부탁해!!

 

○ 3부 지금도 좋아

 

[ 민달팽이 ] - 이어령 시집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에 드림

평생 무거운 집 한 채 / 등에 지고 다니며 허위허위 / 힘겹게 살았지요 //

그러다가 어느 날 / 어이없는 딸의 죽음 / 그 아픔과 슬픔으로 / 달팽이 등이 터져버렸습니다 //

'지성에서 영성으로' //

민달팽이 집이 없는 민달팽이 / 아프게 힘들게 맨몸으로 기어서 / 하늘나라로 돌아갔습니다

영원히 죽지 않는 목숨이 되었습니다. (p225) 

지금쯤이면.. 만나셨겠죠..

등에 지고 다니신 그 짐.. 내려놓으셨지요..

그동안 못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계실까요..

이젠 아프지 않으시지요..

 

○ 4부 천천히 가자

 

[ 잊지 말아라 ]

다만 지금 누군가 너를 /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아라 / 세상 살맛이 조금씩 돌아올 것이다 //

다만 지금 누군가 너를 위해 /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아라 / 세상이 좀 더 따스하게 느껴질 것이다 //

다만 지금 누군가 너를 위해 / 울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아라 / 세상이 갑자기 눈부신 세상으로 바뀔 것이다 //

어쩌면 너는 누군가를 위해 / 기도하는 사람이 되고 / 함께 울어주고 싶은 사람이 / 될지도 모를 일이다. (p272) 

아플 때.. 네가 생각나서라며 연락을 해주는 사람..

새벽예배가면 널 위해 기도하고 있어 말해주는 사람..

이젠 내가.. 당신을 위해 생각하고, 기도하고, 울어줄께요..

 


가끔은 실수하고 서툴러도  / 너눈 사랑스런 사람이란다.  - 「어린 벗에게」 중에서

 

실수하고 서툴어도 사랑스런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힘들고 지칠땐..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애쓰지 마라며.. 위로가 되어주는 시를 만나서.. 지친 마음을 안아준  시간.. 감사합니다..

 

...  소/라/향/기  ...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의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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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 ○ 그니 리뷰 2022-06-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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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심재휘 저
창비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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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시가 되기 전의 그저 하현일뿐입니다. 

조금 더 서쪽으로 갔습니다.

- 시인의 말 中 - 

 

[ 서울 ]

 

무엇인가 일요일인데 왠지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요일이어서

아무 일도 안 할  수는 없고 무엇인가

어디론가 걷는다


 

길가에 장미가 필 유월은

나를 데리고 걷는다

장미를 보는 순간은 비행기를

볼 수가 없고 구름 위에서 들려오는

비행기 소리를 들으면 전화기 속의

당신을 들을 수 없어서 무엇인가 일요일인데

왠지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고

걷는다 걸으면서 눈앞의 신호등이 

서둘러 푸르게 변하기를 바라보며 나는

쓸쓸하지 않도록 걷는다

 

걷는다

걷는 동안 나는 나를 또

걷게 할 수는 없다

 


[ 행복 ]

 

집을 나서는 아들에게

보람찬 하루라고 말했다

창밖은 봄볕이 묽도록 맑고

그 속으로 피어오르는 삼월처럼 흔들리며

가물거리며 멀어지는 젊음에 대고

아니다 아니다 후회했다

 

 

매일이 보람차다면

힘겨워 살 수 있나

 

행복도 무거워질 때 있으니

 

맹물 마시듯

의미 없는 날도 있어야지

잘 살려고 애쓰지 않는 날도 있어야지



[ 창문의 발견_런던 ]

                                    

다락방의 창문은 내 방에 기대어 있어서

다양한 목소리로 비가 오지

아니, 그게 아니라 온다니까 내게로

양은 컵을 두드리며

때로는 막대기로 담장을 긁으며

새로 사 신은 구두를 아껴 걸으며

나를 만나러 오지

 

하지만 비는 언제나 창문 밖에 서서

다가오는 시늉을 거느리고서

읽을 수 있도록 흐릿한 표정만 짓지

빗소리를 보내지

첫사랑을 얼굴에 쓴 듯

이별의 날을 흉내 내는 듯


비는 내게 빗소리만 보내지

그런 줄로만 알았지

 

그러나 나는 이제 창문을  말하려네

빗소리는 비가 내는 것이 아니라

창문이 내는 아픈 소리

그러니까 내 방에 기대인 창문은

내 곁의 먼 곳이었네

 


[ 고장난 센서 ]

                      

어릴 때 먹던 고향 멍게보다

서울의 멍게는 잘 생겼다

그래 봤자 멍게는 멍게지만

장을 보고 마트를 나오려는데

출입구의 도난 방지 센서가 울린다

경비가 장바구니를 열어보란다

 

영수증에 적힌 대로

멍게 두알과 소주 한병

그리고 바다 냄새 조금


 

다시 한번 센서를 지나쳐보란다

이번에는 그분이 웬일로 먹통

수산물 코너에서 준 바다 냄새야 덤이지만

고향 봄 바다를 몰래 챙겨 가려는 도둑놈 심보를 

모르는 척해주는 거겠다

 

 


[ 뜻도 모르고 읽는 책 ]

                              

처음 가보는 바닷가였는데

해변의 여관방에 자리를 깔고 누웠더니

그곳에는 어두울수록 잘 읽히는 책이 있었다

밑줄을 칠 수도 없고

귀를 접을 수도 없는

사실은 읽어도 뜻을 알 수 없는 책

 

그 옛날 고향의 순긋 해변에 가면

무허가 소줏집에 가면

레코드판을 따라 돌아가던 노래

아껴 듣던 그 노래를 생각하는 밤이었는데

노래는 시들고 소줏집은 철거되고


그러다가 몸은 누워 잠이 들었는데

뜻도 모른 채 페이지만 절로 넘어가는 책

똑같은 소리가 밤새 계속되는 것 같아도

잘 들으면 매번 다른 소리를 내어서

잠들기 전에 소리를 세는 가련한 밤이었는데

나는 그 책을

버리지 못하고 들고 온 모양이라

오늘은 그 먼 바닷가가

곁에 와 함께 눕는 밤이다

뜻도 모르고 다만

사전에도 없는 그 순긋한 소리에 빠져

뜻도 모르고

 


[ 흉한 꿈을 꾸다 깬 저녁 ]

                                         

마루에 오후의 봄볕을 깔고 그 위에 담요 한장을 더 깔고

엎드려 턱 괴고 바깥을 보면서 잠이 든 모양이다

 

흉한 꿈을 꾸다가 깨어보니 어느덧 몸이 식은 저녁

돌아가시기 전에 속이 안 좋던 아버지

식은 밥을 뜨거운 물에 말아 드셨다


무엇을 할 수도 없고 하지 않을 수도 없는 해 질 녘에는

내 등을 두툼하게 덮어주다가 기울다가

인사도 없이 떠난 햇살이 너무 멀고

흉한 꿈속의 사람은 노을 진 서편처럼 붉게 피었다 진다

 

삼월의 빈집은 겨울보다 더 추운 계절

동네 아이들 노는 소리가 왁자한 저녁에

차가워진 배를 문지르면 배는 이내

뜨신 물속의 식은 밥처럼 온기가 돌고

배 속 먼 곳은 손이 닿지 않아서 여전히 차고

자다 깬 저녁은 금새 어두워진다

 

 

[ 해변의 밤 ]

 

불을 끄고 누우니

파도는 없고 소리만 있는 거야

 

자꾸만 밀어내도 

바닷가의 내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거야

파도는 없고 소리만 가득한 이불

덮고 자야 하는 거야


 

잠시 나는 잠이 들기도 하였던 모양이지

잠의 바깥에서 파도는 기다렸던 모양이지

내가 잠 깨기만을 기다렸다가 이내

너는 지금도 캄캄한 해변이라고 어렴풋하게

온몸에 스며드는 소리만 있는 거야

 

꽃이 지던 창밖의 먼 과수원도

그날의 사랑도

이제는 소리만 있는 거야

해변의 밤이야

 

그런데 해변에는 밤낮

파도가 있는 한 걸까?

 

...  소/라/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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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 | ○ 그니 리뷰 2022-06-03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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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

권대웅 저
문학동네 | 2017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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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여름의 눈사람들.

있으면서도 없고 없으면서도 있는 것들.

 

가을밤 하늘에 보이지 않는 소 한 마리가

달을 끌고 간다.

- 시인의 말 中 -

 

 

 

[ 저녁이 젖은 눈망울 같다는 생각이 들 때 ]

 


눈은 앞을 바라보기도 하지만 뒤를 볼 수도 있다

침묵이 아직 오지 않은 말을 더 빛내듯

보지 않은 풍경을 살려낼 때가 있다

눈을 감았을 때

바보의 무구한 눈망울을 보았을 때

마음의 뒤란에 가꾸고 있는 것이 많을 때

뒤를 만지듯

얕은 것보다 깊은 것들을 살려내는 눈

 

황소의 젖은 눈처럼 저녁이 온다

꿈벅거리는 큰 눈 속으로 땅거미가 진다

땅속이 환해서 뿌리가 자란다

 

 


[ 땅거미가 질 무렵 ]

 

어둑어둑해지는 저녁 길을 걷다보면

풍경 속에 또 다른 풍경이 들어 있는 것 같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언젠가 만난 것만 같은

어스름녘

젖은 하늘의 눈망울

물끄러미 등 뒤에 서서

기억나지 않는 어젯밤의 꿈과


까마득하게 잊었던 시간들

생각날 듯 달아나버리는 생의 비밀들이

그림자에 어른거리다 사라진다

잡히지 않으며 존재하는 것

만져지지 않으며 살고 있는 것들이

불쑥불쑥 잘못 튀어나왔다가

제자리로 되돌아가는 시간

그 밝음과 어둠이 섞이는 삼투압 때문에

뼈가 쑤시는

땅거미가 질 무렵

 

[ 당신이 다시 오시는 밤 ]

                                      

누가 환생을 하는가보다

봄밤 달에서 떨어지는 꽃향기가

제삿날 피우는 향처럼 가득하다

목이 멘다

내가 알았던 생이었나보다

기우뚱 떠오르려다

사라지는 나뭇가지 위

달이 밀어내는 꽃봉오리가 뜨겁다

이 밤에 당신 무엇으로 오시는가

목이 꺾이도록 달을 바라보다가

저 달 속에 그만 풍덩 몸을 던져

당신이 오고 있는 길

그 생 쫓아 다시 오고 싶다

 


[ 설국(雪國) ]

                    

눈이 내린다

누군가 지상에 살며 저녁마다 켰던

등불이 내린다

어느 목련꽃 속을 지나왔을까

환하다

그 고요한 흰 미소 너머

있으면서도 없고

없으면서도 있는

설국

지붕마다 열 뼘 두께 눈이 쌓이고

며칠째 발이 묶인 주점 등불 아래

누군가 술을 마신다

맑은 술잔에 담긴 설원(雪原)속으로


기차가 달린다

멀어져가는 불빛 한 점

그리움으로 이어지는 밤의 긴 머리카락

하얗게 사랑해 하얗게

적멸이 되어 돌아오는 말과

꽃봉오리 속에 같혀 지샌

눈의 날들

너무 환해 기억이 나지 않아

밤에도 하얬다

 

 

[ 허공 속 풍경 ]

 
                                    

처마밑으로 제비들이 분주히 드나들던 집

허리둘레가 넓은 어머니처럼 든든해 보이던

장독 항아리들과 병정 같은 펌프

우뚝 서 있던 마당

툇마루에 모이던 햇빛이 담장을 넘어

지붕 위로 올라갈 때마다 할머니는 아깝다며

소쿠리에 말릴 나물들을 더 얹었다

햇빛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남은 생이 아까웠던 할머니

온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반지르르 닦아놓은 경대 위로

세월이 비껴가는 줄만 알았다


돌아보면 햇빛이 거두어가버린 집

어른거리는 골목 너머 장독대 너머

할아버지는 아버지는 어느 허공을 살다 간 것일까

제비들이 처마밑으로 몰고 오던

씨줄의 공간 날줄의 시간들이

잡히지 않는 풍경으로 남아 있는

저 허공 속

환영(幻影)이야

 

 

 

[ 삶을 문득이라 불렀다 ]

 

지나간 그 겨울을 우두커니라고 불렀다

견뎠던 모든 것을 멍하니라고 불렀다

희끗희끗 눈 발이 어린 망아지처럼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미움에도 연민이 있는 것일까

떠나가는 길 저쪽을 물끄러미라고 불렀다


 

사랑도 너무 추우면

아무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표백된 빨래처럼 하얗게 눈이 부시고

펄렁거리고 기우뚱거릴 뿐

비틀거리며 내려오는 봄 햇빛 한줌

 

나무에 피어나는 꽃을 문득이라 불렀다

그 곁을 지나가는 바람을 정처 없이라 불렀다

떠나가고 돌아오며 존재하는 것들을

홀연 흰 목련이 피고

화들짝 개나리들이 핀다

이 세상이 너무 오래되었나보다

당신이 기억나려다가 사라진다

 

언덕에서 중얼거리며 아지랑이가 걸어나온다

땅속에 잠든 그 누군가 읽는 사연인가

 

 

...  소/라/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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