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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 | ○ 그니 리뷰 2021-06-2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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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

천수호 저
문학동네 | 2020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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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겹이란 것 ]


 

종이컵 두 개를 포개놓고 따른다

 

두 겹이라는

한 겹을 지나 또 한 겹을 지날 때의 두려움

 

맥락 없이 무차별한 바늘 끝의 긴장을 따라

침소붕대의 의혹을 따라

 

뚫었습니다

 

저 개천도 두 겹이었다는 사실

열리는 물과 닫히는 물

합 겹은 벗고

한 겹은 입은 바늘 끝의 시간

 

미래를 말하지만

과거를 파내고

 

두 잔이었지만

넉 잔을 통과하고

 

취기가 흔드는 벚꽃 가지가

허공과 물결에 꽃잎 모양을 뜰 동안

한 겹이 젖고 또 한 겹은 마를 동안

 

뚫렸습니다

 

물길을 열고 한 사람이 닫히던 그날의 사건

접시 물에 익사한다는 농 같은 말의 현장에서

수면을 열고 닫는 천변의 불빛들

 

죽은 것과

죽은 듯 보이는 것의 심폐소생술처럼

두 개의 종이컵을 포개놓고

한 겹을 지나 또 한 겹을 지나

 

 

[ 설상가상 ]


 

눈 위에 유기견 발자국이 찍혀 있다

 

냉량한 밥상 위에 손톱 찍어누른 듯이

발톱을 쿡쿡 박으며 달린 흔적

 

밥 없는 밥상보를 걷어치우듯

혼자 나뒹굴었던 자리 위로

이장(里長)의 스피커 목소리만 떠돌다가 사라진다

발바닥을 누덕누덕 찍어먹으며

가도 가도 얼음밥상


 

한때는 푸른 초원이었던 설상(雪上)에서

어디까지 가야 새 밥상을 받나

 

허기진 개 발자국보다 개가 더 앞질러가고 있다

고개를 끄덕이며 달려가는 개의 온몸을 후려치며

 

전속력을 다해 눈이 내린다

 

 

 

[ 눕듯이 서듯이 자작자작 ]


 

봄 자작나무가 하늘로 하늘로

어린 청개구리 잎들을 토해낼 때

철없는 청개구리들이 우주 밖으로 뛰어내릴까봐

신들이 저 나뭇가지를 선물로 내려준 것처럼

다투고 있던 당신과 나도 자작나무 골짜기에 멈춰 섰다

한 실랑이가 다른 실랑이에 기대어 사르락거릴 때

당신이 하얀 자작 길에 취해 앞서 걸어가기 시작한다

모서리를 숨겨온 잎들이

당신 앞에 산을 둥글게 만들어

산의 광기와 골짜기의 맹렬을 다 덮었다고 생각할 때


애초에 모든 길이었던 자작과 자작사이

자주 멈추는 발자국 소리처럼 당신의 그림자가 자주 턱턱 걸린다

먼 발아래 꽈리처럼 부푼 비닐하우스가 없었다면

저 밭뙈기의 냉증을 이해하지 못했을 터

앞서가는 당신 뒷등이 바람에 불록 부풀어서

당시의 냉증은 그대로 내 몸속의 꽈리가 된다

냉증의 땅이 꽈리를 불어서

누워 있는 장작 장작 사이

서있는 자작과 자작 사이에

눕듯이 서듯이 푸른 한 잎 또 터져올라온다

서로 다른 말을 삼켜서 목이 희어지는 병으로

아직도 자작자작 속을 태우는 중이다

 

 

[ 반구대 ]


 

그 얼굴은 멀리서도보인다

누군가가 걸어들어갔다가

빛의 속도로 빠져나간 흔적

 

맨발로 걷는 빗길

밤의 아스팔트처럼

바다는 바닥을 단단히 위장한다

저 수심 밑에 숨겨둔 뼈들

왁자지껄한 소음으로 튀어오른다

고래의 얼굴, 사슴의 얼굴, 어부의 얼굴,

호랑이의 얼굴,

희미하지만 토악하는 아가리들,

음푹음푹한 얼룩무늬들


 

아가리 딱딱 벌리던 내 새끼가 고래 뱃속에서

자라게 된 역사와 공격과 방어라는 수륙양생의 화급한 생이 절벽을 타고 오른다

살점을 다 태우고 함성만 남긴다

 

손가락으로 다 더듬을 수 없는 말을

끝까지 듣느라 꼼짝달싹 못한 절벽의 고요

 

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저 절벽에는

보고도 못 본 척한 내 얼굴도 걸려 있다

 

 

[ 물집 ]


 

비명이었다 절벽을 흐르는 분홍 꽃

그는 귀머거리처럼 절벽을 모른다

 

아찔한 것은 언제나 나였다

 

신음이었다 바위 사이를 벌리는 초록 잎

그는 원시안처럼 틈을 모른다

 

아득한 곳을 바라보는 것이 습관이었다

 

마른가지 끝에 꽃 대신 눈을 찔러 걸어놓고 간 날들

꽃 핀 흔적들은 다시 꽃눈이 되었다

사월은 다 피어나고

나만 흔적이다


 

아물 듯 터질 듯 대기는 다시 더듬는다

 

이쯤이었을으리라 그가 멈춰선 봄

 

 

[ 묵 ]


 

묵이 좋다

이리저리 찔러도 캄캄한 도토리묵

기포가 터지면서 얼굴을 때리는 그 뜨거운

묵 솥을 휘휘 휘저을 때

당신을 위해 집을 짓겠소

속삭임까지 훅훅 뜨거운 묵이 좋다

어차피 들어가 살지도 못할 집

그래도 피피 내 목소리를 흉내내며 다짐한다

어떤 그릇이라도 내밀어봐요

당신이 원하는 대로 지어줄게요

내 집이 아닌 걸 모를 리 없는 묵은

어떤 선심처럼 억지처럼 검게 바닥부터 타들어간다

휘휘 마음대로 저을 수 없는 앙금들이 눌어붙기 시작할 때

불을 끈다


별빛을 다 담지 못하는 수천 개의 호수들처럼

단편의 기억을 굳히려는 종지 종지들

당신을 위해 이 집을 지었소

말랑말랑한 검은 봉분

젓자락으로 쿡쿡 찌르면서

이미 떠날 것을 예감하면서

묵묵히

 

 

...  소/라/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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