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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당신의 영혼을 훔친다.. | √ 책읽는중.. 2021-11-28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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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식의 세계 ]


 

절차는 없다.

새를 바라보는 것이므로.

 

빛이 새의 몸을 관통할 때.

누구든 게임이 끝나길 바란다.

아낌없는 폭언들이 분주하게 떠돈다.

가로등 위로 떨어지는 찬비.

새의 목숨은 상투적으로 널브러져 있다.

 

게임이 종료되기 직전

전봇대 꼭대기에 앉아 있는 직박구리를 보았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명징했다.

 

새의 고향이 숲이라는 전설은 허황된 말이다.

전봇대엔 가로등이 걸려있다.

매일 밤 환히 커져 있어야 하는 육체는

매일 밤 쓰여야 하는 운명.

 

게임을 즐기라고 한다면 할말이 없다.

나는 애초에 게임을 원치 않았다.

 

계절도 없이 유지되는 행간의 악몽.

오늘도 무덤을 밟지 않았다.

 

새가 허공으로 날아오를 때.

광장이 건물을 뒤엎을 때.

 

슬쩍, 당신의 영혼을 훔친다.

 

...  소/라/향/기  ...

생물학적인 눈물

이재훈 저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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