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 소/라/향/기 ...
http://blog.yes24.com/sora0898
리스트 | RSS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소라향기
피어라 피어.. 지는 건 걱정말고.. 피는 게 네 일인걸..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6월 스타지수 : 별38,095
댓글알리미 비글 : 사용안함
전체보기
그니
♬ 그니흔적..
♪ 그니일상..
♩그니일기
사색
∬함께해요..
∬같이봐요..
늘..
√ 책읽는중..
서평
□ 서평모집
■ 서평발표
Ω 스 크 랩
나의 리뷰
○ 그니 리뷰
● 서평 리뷰
소/라/향/기
□ 한 줄 평
■ 구매리뷰
나의 메모
그니 메모
태그
#북콘서트 선물 감사 #눈부신날님#동심을#읽게해줘서#고마워 #무학님#덕분에#나태주님을#읽었습니다 난태주가아니다 #나태주시집#너하나만보고싶었다#무학님#책선물#감사해요 #소라향기#나태주시간의쉼표일력#책선물고맙습니다 #신경숙#신경숙장편소설#창비#아버지에게갔었어#11년만의신작 #창비#신경숙#신경숙장편소설#아버지에게갔었어#서평도서#가제본#소라향기
2021 / 06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월별보기
나의 친구
그니
소라향기
출판사
최근 댓글
march님께 펜을 쓸 때 마다 문득.. 
센스쟁이 소라향기님 ^^ march.. 
축하드립니다 march님 보라색 각.. 
이웃님과의 따듯한 정나눔 축하합니다. 
소라향기의 글을 통해 시의 아름다운 .. 

○ 그니 리뷰
[69] 안도현의 문장들.. | ○ 그니 리뷰 2021-06-06 01:40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4511970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금.토.일 리뷰 이벤트 참여

[도서]고백

안도현 저/한승훈 사진
모악 | 2021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 입술과 입술이 맞닿기 직전 ]


 

절벽이 가로막아도 절망하지 않는 강물처럼,

바위가 눌러도 아파하지 않는 모래알처럼,

장대비 몰아쳐도 젖지 않는 새소리처럼..

 

비가 잘하는 일 중 하나는

처마의 말을 잘 듣는다는 것.

처마가 잘하는 일 중 하나는

비를 잘 달래 줄 안다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눈,

그리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눈,

상상력은 우리를 이 세상 끝까지

가 보게 만드는 힘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입맞춤이 뜨겁고 달콤한 것은,

그 이전의, 두사람의 입술과 입술이

맞닿기 직전까지의 상상력 때문이다.

 

여름을 건너가려면 딱정벌레처럼 발소리를 줄이고,

달팽이처럼 느리게 걷고,

마음은 느티나무 잎사귀 뒤쪽처럼 서늘해야 한다.

모기에게 더러 발목을 잡히기도 해야하며,

물소리에게 귀를 내주기도 해야 한다.

 

 

[ 새라도 날아와 울어주었으면 ]


 

징검다리는 무뚝뚝하지만 늘 좋은 일만 한다.

징검다리가 사람들의 발길에 짓밟히면서도 즐거워하는 것은

살아가는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의 흐름을 막지 않으면서도

할 일을 다 하는 게 징검다리가 아닌가,

징검다리야말로 인간의 스승이다.

 

삶이란?

읽어도 읽어도 읽어야 할 책이 쌓이는 것.

오래전에 받은 편지의 답장은 쓰지 못하고 있으면서

또 편지가 오지 않았나 궁금해서 우편함을 열어보는 것.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를 때

저기 저 고갯마루까지만 오르면

내리막길도 있다고 생각하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보자,

자기 자신을 달래면서 스스로를 때리며

페달을 밟는 발목에 한번 더 힘을 주는 것.

 

주인이란, 손때를 가장 많이 묻힌 사람을 말한다.

절실하지 않은 책은 두 번 다시 읽지 않는다.

손때 묻은 물건들이 아름다운 것은

손때를 묻힌 사람의 간절함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 나는 너다 ]


 

저녁은 안으로 나를 접어 넣어야 하는 시간이다.

나무들이 그렇게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양파는 가슴속에 아무것도 감추지 않는다.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짜장면 속에 들어가서는 자기가 양파라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그대로 짜장면 냄새가 되어버린다.

그것이 양파의 숨결이다.

양파의 숨결이 없다면

짜장면의 맛은 어떻게 되었을까.

 

관심을 가지게 되면 제일 먼저 이름부터 알게된다.

서로 이름을 안다는 것,

그것은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다.


그렇게 관계를 맺고 나면 서로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집에서 기르는 개가 자기 이름을 붙여 준 주인을

함부로 물지 않는 것과 같다.

 

말은 때로 상대방을 간섭하고 구속한다.

특히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말은

입술을 벗어나는 그 순간부터 가벼워지곤 한다.

 

 

 

 

 

[ 나는 누구에게 물들어 가야 하는지 ]


 

낙엽을 보며 배우는 것 한가지.

일생 동안 나는 어떻게 물들어가야 하는가.

떠날 때 보면 안다.

 

눈은 나무와 풀들과 꽃의 이불과 같다.

겨울 동안 눈을 덮고 자지 않으면,

나무와 풀과 꽃들은 봄이 와도 꽃을 피우지 못한다.

눈은 살아 있는 것들의 이불이다.

 

뼛속까지 쉬는 하루였으면,

잎사귀 다 내려놓고

혼자 강변을 걸어가는 나무였으면.

 

 

[ 시적인 순간 ]


 

흔히 '시의 행간을 읽는다' 할 때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말의 뒷면을 읽는다는 것이다.

그 행간은 시인이 버린 말을 읽는 일이며

독자의 입장에서는 숨어 있는 말을 찾아 내는 일이다.

 

시인은 햇볕 내리쬐는 광장에도 있고,

쥐며느리가 기어 다니는 골방에도 있다.


좋은 시인은 광장에 있을 때

골방을 그리워할 줄 알아야 하며,

골방에 있을 때는 광장을 그리워 줄 알아야 한다.

찬란함과 읍습함 사이의 긴장 위에 바로 시가, 있다.

 

 

 

...  소/라/향/기  ...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2)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8        
[68] 별에 손끝이 닿으면 가슴이 따뜻해.. | ○ 그니 리뷰 2021-06-04 09:39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4499519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금.토.일 리뷰 이벤트 참여

[도서]별에 손끝이 닿으면 가슴이 따뜻해

류재우 저
꿈공장플러스 | 2021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 혼밥 ]


 

저녁밥을 짓기 위해 쌀을 씻으면

쌀알이 별처럼 차갑다

오래된 별을 뿌옇게 헹구면

샛말갛게 씻긴 별들이

밥솥 안에 수북이 뜬다

 

취사 버튼을 누르면

잠시 후 가득 부푼 그리움이

두 배가 되어 가슴에 담길 것이다


 

이제는 찾아오지 않는 너

홀로 빛나는 별 한 숟가락

입 안에 가득 넣는다

 

[ 별들도 눈물을 흘린다 ]

 

새들도 몸을 낮춰 날지 않는 겨울밤

하늘에 놓쳐 버린 커피 잔처럼

진한 어둠이 물들어 간다

물 위에 띄운 꽃잎처럼

밤하늘에 별들이 하나둘 피어나고

슬픈 이별 야기 하나 바람에 지나가면

별들도 언 몸을 녹이려 눈물을 흘린다

 

겨울밤, 언 별을 바라보면

별일 없는데 눈물이 난다

 

 

[ 택배 보내기 ]


 

혹시나 부서질까

낙엽처럼 마른 그리움을

뽁뽁이로 겹겹이 감싸서

너에게 택배로 보낸다

 

배송완료라는 문자가 뜨고도

너는 끝내 연락이 없다

 

택배 박스 안에 담긴


내 그리움을 바라보며

너는 죄 없는 뽁뽁이만

하나둘 톡톡 터뜨린다

 

기다리는 밤하늘에

별들만 톡톡 터진다

 

 

 

[ 새벽비 ]


 

밤새 창문 틈으로

빗방울 또옥 또옥

발뒤꿈치 소리 내면

그리운 임 먼 새벽에서

빗방울보다 빨리

어둠을 청벙첨벙 건너

가슴속으로 뛰어 들어온다

 

불쑥 가슴 적히는

새벽 비 같은 사람

 

 

[ 봄날이라서 다시 그대를 만나고 싶습니다 ]


 

붙잡으면 마른 낙엽 부서지듯이

추억마저 바람에 흩어질까

붉게 울던 한 계절 참아내고

 

뒤돌아선 그대 등을 두르리면

겨울바람에 얼어붙은 가슴마저 깨지라

한 계절 움츠리며 기다리고 있었잖아요

 

반짝이는 햇살이 받아줄 것 같아

오늘은 봄날이라서

다시 그대를 만나고 싶습니다

 

 

 

[ 인사동에서 ]


 

3월 중순이었을까

계절도 놓쳐버린

한 청년의 발목 긴 털 부츠가

이른 대낮부터 북적거리는 거리에

좌판 리어카를 끌고간다

 

아직 피지 못한 붉은 꽃잎 대신

영롱한 플라스틱 장미가

가득 피어 있는 머리띠를 싣고

인사동 문화의 거리

삶이란 쇠사슬에 발목이 묶여

또 하루가 덜커덩거리며

시퍼런 청춘을 질질 끌고 간다


 

[ 나 ]

 

묵직하게 머릿속을 짓누르며

마우스 오른쪽으로

자꾸 붙여넣기 하는

너와의 추억

너와의 추억

너와의 추억

그 밑에

깔린 나

 

 

[ 추운 날 이별을 삼키면 체한다 ]

 

너무 과하게 이별을 삼키다가 체했다

어디쯤인가 그리움이 쌓여 내려가지 않고

헛구역질을 해도 토해 버리지 못한다

머리 한쪽은 추억으로 가득

편두통으로 이 밤을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급하게 바늘을 찾아

엄지손톱의 반달모양 끝부분을 찌른다

빨간 무당벌레가 손가락 위에 앉는다

계절에 얼어붙은 그대

기억 속에 조금은 내려가려나

 

...  소/라/향/기  ...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3        
[67] 희열씨와 함께 걷는 밤길.. | ○ 그니 리뷰 2021-05-29 03:26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4465907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금.토.일 리뷰 이벤트 참여

[도서]밤을 걷는 밤

유희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저
위즈덤하우스 | 2021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마음과 기억의 시차가 맞추는 시간

[ .. 종로구 청운효자동.. ]


 

어머니는  꼭 이맘때쯤,

그때로 치면 통행금지 시각이 아슬아슬할 때에야 돌아오셨다.

어릴 때는 그게 퍽 속상하고 서러웠는데

어른이 돼서 이 골목에 서 있자니

그저 사무치게 그리운 기억이다.

 

풀벌레소리! 밤의 소리다.

 

밤이 깊어질수록 한낮에는 들리지 않던 소리가

귓가에 선명해진다.

작은 풀벌레 소리가 고요한 밤을 쩌렁쩌렁 울린다.


 

이곳에서 사랑을 고백 받는 다면

멋지고 비싼 반지 따위 없어도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토록 고요하고 화려한 순간은..

**

나.. 이곳에서 기다리면 되는거지..^^

** 
 

참 좋은 거구나,

밤에 걷는 다는거.

 

"느리게 걸어야만 겨우 보이는 풍경들"

[ 용산구 후암동.. ]

 

옛날 후암동 84번지에는 사람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소망을 빌러가던

동그랗고 두터운 바위가 있었다고 한다.

후암(厚岩), 두텁바우.. 이제는 그 이름만 남아

길이 되어버린 두텁바우로의 밤을 나선다.

 

높디높은 계단에 고개가 절로 젖혀진다.

계단의 끝이 까만 밤하늘에 묻혀 아스라하다.

계단을 올라 다음 모퉁이를 돌면 또 어디로 이어질까?

낮선 길 위에 놓이니 저절로 탐험가의 마음이 된다.

 

잘 모르는 길에서는 모든 것이 발견이니까

느리게 걸어야 겨우 눈에 보이는 것들도 있다.

 

길 잃은 기분이 드는 밤엔 해방촌 산책을 추천한다.

내내 미로 같다가 보물지도로 남은 이길처럼,

당신의 밤도 그러하기를..


"비오는 밤, 성곽길을 걷게 된다면.."

[ 중구 장충동 ]

 

비오는 밤, 성곽길을 걷게 된다면

모든 감각을 밤의 소리에만 열어보기를,

비와 숲과 내가 만나는,

짙은 풀 내음을 닮은 그 감미로운 소리에.

 

이끼 얹힌 지붕, 골목으로 가지를 뻗은 마당의 나무,

담장 아래 풀포기,

홀로 골목을 밝히고 있는 대문 설주의 등불..

그야말로 감동적인 골목이다.

 

예쁜 것만 보이는 안경을 우리에게 씌우는지

밤에는 모든 것이 다 예뻐 보인다.

한밤의 당신도, 이곳도 말이다.

 

직접 걸어야만 비로소 그 길을 알게 되고,

천천히 걸어야만 보이는 풍경이 있다는 걸

밤을 걷는 내내 깨닫고 또 깨닫는다.

 

 

"우리, 명동 산책 갈래?"

『 중구 명동 』

 

계단을 다 내려가 저 모퉁이까지 돌아 나가면

그리운 유년기를 영영 뒤로한 채

청년기, 장년기.....로 훌쩍 들어설 것만 같다.

내가 알던 명동이 아니다.

모습은 그대로인데 이곳을 가득 채우던 사람들이 없다.

 

어쩌면 지금이 명동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일지도.

 

 

인적 드문 명동 거리를 찬찬히 살피며 걸어본다.

나무가 자꾸 눈에 띈다. 사람밖에 보이지 않던 자리에

커다란 나무들이 가지마다 무성한 잎을 달고 서있다.

사람이라는 꺼풀이 한 겹 벗겨지자

그 너머의 풍경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사람은 드물고 불빛은 여전히 화려하다.

일상이 끈질지게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

힘든시기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야 하니까.

 

참 낯설고 특별한 명동을 만났다.

오늘 밤은 누구에게든 이렇게 말해보고 싶다.

 

우리, 명동 산책 갈래?

 

 

 

"엄마에게 걸음으로 부치는 밤 편지"


『홍제천.. 』

물길을 따라서 걸어야겠다.

달도 둥글다.

 

만월은 물 위를 걷고,

나는 그 곁을 따라 걷는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간절한 소망이자

가장 큰 행복일 수도 있는 것이다.

 

가슴께에 모아 올린 두 손의 마디마디마다

깊은 고민과 애타는 시름과 절실한 바람이 박여 있을 것 같다.

간절하게 기도하는 이들의 마음에

부디 백불의 위로가 아로새겨지기를..

 

홍제천 산책로는 '시간'이라는 큐레이터가

물길 따라 위로받으며 걷도록 마련해둔 길 같다.

 

 

"길은 언제나 삶을 가로지른다"


『관악구 청림동..』

이 순박한 골목은 허름한 평상 하나로

골목 사람들끼리 경계없이 오순도순 너나들이하는

'작은 광장'인 것이다

 

마음을 열어두기 좋은 밤이다.

길은 언제나 삶을 가로지른다.

 

모두가 따로 또 같이 걷고 있는 이 길, 이 순간이

그동안은 당연하게 여기기만 했던 일상이

마냥 소중하게 느껴지는 밤이다.

 

걸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삶의 풍경이 너무 많다.

아득한 풀벌레 소리,

수묵으로 그려 넣은 듯한 밤의 능선..

어두워져야만 듣고 볼 수 있는 자연의 풍경.

밤의 거리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다.

 

 

"산도 인생도 잘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 동대문구 천장산 하늘길.. ]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면 꽉 들어찰 듯한 나무 데크가

숲을 해치지 않고 나무를 건너뛰면서

오르락내리락, 굽이굽이 이어진다.

 

살다 보면 때때로 돌이킬 수 없는 순간과 맞닥뜨린다.

그럴 때는 힘들어도 잠깐 쉬었다가

다시 앞으로 나아갈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그냥 그렇게, 순리대로 이리저리 떠밀리다 보면

어딘가에는 도착하게 된다.

 

샛길 없는 길을 따라

계단을 차곡차곡 밟아 나아갔더니

어느새 그 길은 끝나고 홍릉숲에 이르렀다.

 

만만치 않은 인생 제2막처럼

이제는 널찍한 오르막 흙길이 가파르게 펼쳐져 있다.

걷잡을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길을 다시 힘내서 걷는다.

여기가 마지막 도착지는 아니니까.

 

산길을 올라올 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풍경이

내려가는 길에야 눈에 들어온다.

 

인생도 그렇다.

위만 보며 아둥바둥 오를 때에는

주변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산도, 인생도

오를 때만큼이나 잘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밤 산책을 하고 나면 늘 기분이 좋아진다.

'몽실몽실'하다. 참 몽실몽실한 산책이었다.

"도시의 혈관이 지나는 골목에서.."

[ 행촌동 ~ 송월동 ]

 

어떤 공간이 통째로 개발되어버려도

한두 가지는 옛것 그대로 남아 몇가닥의 기억을 간직해간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그런 기억의 혈관이다.

 

경의궁은 서울에 있는 5대 궁궐중에서

유일하게 24시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독립문에서 경희궁에 이른 산책 코스는

시간의 틈새들이 애틋하게 걷는 느낌이다.

 

'모처럼 서울 구경 좀 해볼까' 싶은 날,

한밤에서 서울 관광을 나서기에 너무나 멋진 코스다.

 

아직은 희열씨와 함께.. 이 밤길을 걷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 같이 걸어요.. 이 길들을..

 

...  소/라/향/기 ...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12)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26        
[66] 이럴 땐 쓸슬해도 돼.. | ○ 그니 리뷰 2021-05-28 20:51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4462780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금.토.일 리뷰 이벤트 참여

[도서]이럴 땐 쓸쓸해도 돼

박준 등저
천년의상상 | 2016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

  
                                                              - 박준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페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당신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나는 이제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비 마중 나오듯

서리서리 모여드는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 바람의 시간들 ]

 
                                   - 이규리

종일 바람 부는 날, 밖을 보면

누군가 떠나고 있는 것 같다

 

바람을 위해 허공은 가지를 빌려주었을까

 

그 바람, 밖에서 부는데 왜 늘 안이 흔들리는지

 

종일 바람을 보면

간간이 말 건너 말을 한다


 

밖으로 나와, 어서 나와 안이 더 위험한 곳이야

 

하염없이

때때로 덧없이

떠나보내는 일도 익숙한

 

그것이 바람만의 일일까

 

이별의 경험이 이별을 견디게 해주었으니

바람은 다시 바람으로 오리라


종일 바람이 부는 날, 밖을 보면

 

나무가 나무를 밀고

바람이 바람을 다 밀고

 

- 오늘 밤 바람이 분다..  비가 내릴.. 그런 바람이 분다..

 

 

[ 상처받은 영혼의 청순한 노래 ]

                                                     - 황인숙

   기형도 29세..., 김광석 32세...

   그 죽음의 나이가 그토록 젊은 것이라는 것을

   청년들은 모른다.

   더 나이들어본적이 없어서,

   또래들은 충격과 비통함 와중에 일말의 새새움을 느꼈다.

   죽음이 얼마나 큰 상실인지를 모르고, 글쎄...,

   그것이 상실이기만 할까.

훌쩍 나이 든 뒤에도 그리 생각한다면 그는 잘 살아온 것이리라.


 

 

[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 김광석의 목소리 ]


                         - 이원

   김광석의 목소리에는 별이 들어 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반짝거리고 아프다.

   그는 쏟아지는 별로 음을 만들어 낸다.

 

   김광석의 목소리는 그리움이다.

   까맣게 타들어간다.

   까맣게 타들어가는 그리움이라는 걸 알려주는 목소리다.

 

김광석의 목소리는 정직하다.

듣고 있으면 눈물이 난다.

간결해진다.

 


 

[ 사막이라는 정글 - 김광석을 듣는 밤 ]


   
                                                                 - 최영철

사막에서 너무 외로워 그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누군가는 그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는 것을 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를 만나러 온 그는 점점 그로부터 멀어지기만 했다

울창 빽빽한 모래의 숲에 움푹 팬 빈 발자국만 남긴 채

 

하늘이 그의 발치까지 내려와 그의 길이 되어주었다

 

 

 

 

 

 

 

[ 슬픔이 나를 깨운다 ]

    
                                                - 황인숙

슬픔이 나를 깨운다.

벌써!

매일 새벽 나를 깨우러 오는 슬픔은

그 시간이 점점 빨라진다.

슬픔은 분명 과로하고 있다.

소리없이 나를 흔들고, 깨어나는 나를 지켜보는 슬픔은

공손히 읍하고 온종일 나를 떠나지 않는다.

슬픔은 잠시 나를 그대로 누워 있게 하고

어제와 그제, 그끄제, 그 전날의 일들을 노래해준다.

슬픔의 나직하고 쉰 목소리에 나는 울음을 터뜨린다.

슬픔은 가볍게 한숨지며 노래를 그친다.

그리고, 오늘은 무엇을 할 것인지 묻는다.

모르겠어.... 나는 중얼거린다.


 

슬픔은 나를 일으키고

창문을 열고 담요를 정리한다.

슬픔은 책을 펼쳐주고, 전화를 받아주고, 세숫물을 데워준다.

그리고 조심스레

식사를 하시지 않겠냐고 권한다.

나는 슬픔이 해주는 밥을 먹고 싶지 않다.

 

내가 외출을 할 때도 따라나서는 슬픔이

어느 곁엔가 눈에 띄지 않기도 하지만

내 방울 향하려 한 발 한 발 돌아갈 때

나는 그곳에서 슬픔이

방 안 가득히 웅크리고 곱다랗게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

 

 

...  소/라/향/기  ...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3        
[65] 첫마음.. | ○ 그니 리뷰 2021-05-23 07:34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4434339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금.토.일 리뷰 이벤트 참여

[도서]첫 마음

정채봉 저
샘터 | 2020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언제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 첫마음 』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있는 것.

그 가운데 하나를 말해 보라면 나는 '마음'을 들겠다.

마음으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죄를 짓기도 하고

마음으로 울기도 하지 않는가.


 

우리가 고향을 그리워하고 못 잊어 하는 것도

몸이 태어나서 자란 곳이어서기도 하겠지만,

마음이 처음으로 나온 곳

다름 아닌 그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p15)

 

고향을 떠나던 날, 뒤돌아보게 하고

뒤돌아보게 하던

그 무엇이 지금에도

그 골목 어디엔가 숨어 있지 않을까.(p16)

 

오늘의 어른들 마음이 모래밭이 된 것은

기실 우리네 고향의 골목길이 황페해진 것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p17)


먼 길을 걸어 본 적이 있으세요..?

빈 주머니에 약간의 허기를 느끼며 타박타박 걷는 길.

입담이 좋은 길동무.. 그가 들려주는 구수한 이야기에

힘든 줄 모르고 목적지에 당도할 수 있었지요..

 

일본 동화 구리 료헤이의 《우동 한 그릇》..

섣달 그믐밤, 우동 집에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들어온 여인은 머뭇머뭇

"우동 한 그릇만 시켜도 됩니까?"

이들의 어려운 처지를 눈치챈 여주인은 주방에 "우동 1인분"이라고 외치고,

주방에선 1인분에 반덩어리를 더 넣어 끓여 내줍니다.


 

이들은 해마다 섣달 그믐날이면 밤 10시에

어김없이 그곳에 나타나서

우동 한 그릇을 시켜서 세모자가

나눠 먹고 가곤 합니다.

 

우동 집 주인은 그날이 오면

그들이 늘상 앉는 자리를 예약석으로 남겨서

맞이하였습니다.

 

세모자가 찾아와 우동 한 그릇을 먹고 가는

그 자리를 '행복 테이블'이라고 불렀습니다.

 

어느해 그믐날 세 모자는

그 우동집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흰머리가 반쯤 섞인 여인과

건장한 청년들로 변해서

행복 테이블에 주인들이 나타납니다.

 

이제는 우동 세 그릇을 주문하게 된  것을 보고

늙은 주인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p43)


[ 새 나이 한 살 ]

 

한 살

새 나이 한 살을

쉰 살 그루터기에서 올라오는 새순인 양 얻는다

 

썩어 문드러진 헌 살 헌 뼈에서

그래도 남은 힘이 있어 올라온 귀한 새싹

 

어디 몸 뿐이랴

시궁창 같은 마음 또한 확 엎어 버리고

댓잎 끝에서 떨어지는 이슬 한 방울 받아

새로이 한 살로 살자

 

엉금엉금 기어가는 아기

아무것도 지니지 않은 벌거숭이

그 나이 이제

한 살

 

 

 

 

 

 

[ 엽서 다섯 장 ]

 

♧ 꿈

꿈이어서 다행인 적도 있고

꿈이라도 꾸어서 행복해지기도 한다.

다시는 볼 수 없는 그리운 사람을

꿈에서도라도 본다는 것은

정말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행운이다.

 

♧ 꽃의 이력

꽃은 아무리 작아도 빈자리를 넉넉히 채워 준다.

텅 빈 곳에 작은 동백꽃 한 송이가 들어 있으면

그 공간은 동백꽃의 터가 되고 만다.

꽃의 비유가 되는 사람이야말로

행복하다 아니 할 수 가 없겠다. 

 

♧ 사랑은 견디어 내는 것

내가 지금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듯이

누군가 나를 생각하고 있다면..

그사람 또한 나처럼 그리워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면..

가슴에 잔잔한 파도 결이 있지 않던가요?

사랑은 오래 참는데 있으며, 시기하지 않고,

앙심을 품지 않으며,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믿고, 견디어 내는 것이라고 바오로 성인은 정의 하였다.


 

♧ 지금

'잠깐.'

저에게 당신의 '지금'을 주십시오.

지금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요?

눈을 부릅뜨고 깨어나는 지금이기를 바랍니다.

 

♧ 감탄하라, 감탄하라

"될 수 있으면 많이 감탄해라!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감탄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책을 자주 하고 자연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것은 예술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이다.

화가는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여 평범한 사람들이

자연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사람이다"

-빈센트 반 고흐가

그의 평생 지기인 아우 테오에게 보낸 편지 中- 

 

가슴을 열고 보면 어디 감탄할 거리가 한두 가지인가.

가슴 두근거리고 놀라고 환호할 때

우리의 행복은 곱으로 느껴지고,

기쁨이 밴 얼굴만큼이나 좋은 화장을 한 얼굴은 없을 것이다.

 

 

[ 참 맑다 ]


 

매일 밤 그는 긴 편지를 써서 불꺼진 내 창가에 놓고 간다

어떤 날은 깨어 있다가 그의 편지를 받기도 한다

오늘도 그는 뜰 앞의 높은 잣나무 가지에 턱을 괴고

조용히 내 창가를 바라보며

편지를 쓰고 있다

방에 불을 켜고는 그의 편지를 읽을 수 없다

뜨락에 숨어 사는 귀뚜라미들도 그의 편지를 받았는지

소리 높여 저마다의 목소리로

그것을 나에게 읽어주고 있는데

나는 편지 속에 담긴 그의 조용한 목소리를

아무에게도 전해 줄 수 없다


이 세상 누구로부터도 받을 수 없는 황홀한 연애편지를

날마다 그에게서 받으며

이렇게 살고 있다

- 이이의 《달빛편지》 -

 

밟은 이 있어도 발자국 없고

죽지않고는 오를 수 없고 오르지 않고는 살지 못할

마음속에 아득한 산 하나

- 이이의 《山에서》 -


울고 싶은 날은 울게 하라

비어 있는 가슴에

눈이 내리네

 

차운 돌거울에

이마를 얹고

바람에 떠는 너울 자락

첫 설움 옷깃에 젓시듯

흰 눈이 눈썹에 지네

 

비어 있는 가슴에

썰물로 밀려든 그대

어둠 속에 그대 있음에


그대 목소리 있음에

그 가슴에 울게 하라

그 가슴에 울게 하라

- 김후란 《돌거울에》 -


 

저 바다 가운데 서 있는 바위섬에

파도 자국이 없을 수 없듯이

이 세상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 중에

빗금 하나 없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바라기는 그저 우두커니 서 있는 저 바위처럼

아린 상처나 덧나지 않게 소금물에 씻으며 살 수 밖에요.

 

 

...  소/라/향/기  ...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14)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32        
[64] 공항철도.. | ○ 그니 리뷰 2021-05-21 13:21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4421524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금.토.일 리뷰 이벤트 참여

[도서]공항철도

최영미 저
이미 | 2021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 먼저 ]

 

QR 체크인 해주세요

안심번호를 발급받으세요

 

변덕스런 3월의 정원에 코로나가 피었다

목련보다 먼저 마스크가 피었다

 

비가 와도 젖지 않고

바람이 불어도 떨어지지 않고

우리 강산 하옇게 하얗게 물들이는

두려움을 먹고 자라는 꽃

 

[ 진실 ]


 

사람들에게 진실을 들으려면

어린애처럼 바보처럼 보여라

무릇 인간은 술 취했을 때,

그리고 어린애 앞에서

솔직해지거든

 

 
[ 잃어버린 너 ]

 

내 손에 묻은 타인의 지문을 물로 흘려보낸다

흔적 없이 씻겨나간 흉터와 무늬

뜬구름 같은 비누거품만 아름다웠지

 

비 온 다음 날, 뺨에 닿은 아침 공기

차갑고 상쾌한

실연의 맛

 

[ 자기만의 방 ]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시간은 쌓이지 않는다

시간은 벽에 튕겨서 돌아온다

탈출할 용기가 없어

벽을 넘지 못하고

날개가 있는데도 날지 못하고

달력만 넘기며

없는 것들만 갈망하다 고장난

 

수리가 불가능한 인생!

 


[ 자본주의에서의 평등 ]

 

우리는 모두 다른 존재로 세상에 태어났으나,

사회가 우리를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느끼고

욕망하는 기계로 길들였다.

 

내가 아니라

우리를 받아들이고

우리들에 익숙해지며

생활인이 되고

나는 늙었다

 

 

[ 낙서 ]


 

사랑과 분노가 있어야 큰일을 한다

 

이제 분노할 힘도 없다

분노할 열정있다면 연애를 하든가,

맛있는 거 찾아 먹겠다

 

 

 


[ 새 ]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신발도 신지 않고

외투도 걸치지 않고

배고프면 먹이를 찾고

때가 되면 짝을 찾고

몸이 시키는 대로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집을 짓고 알을 낳고

어느 겨울날

재수없이 바퀴에 깔려

피범벅이 되어도

새는 후회하지 않는다

제 살을 파먹으며 아파하지 않는다


 

[ 공항철도 ]

 

눈을 감았다

떠 보니

한강이

거꾸로 흐른다

 

뒤로 가는 열차에

내가 탔구나

 

 

 

 


[ 어떤 죽음 ]

 

너의 창문을 푸르게 물들인 활엽수의 이름을

너는 알려고 하지 않지

그 나무와 저 나무의 잎사귀가 어떻게 다른지

구별하지도 못하지

너의 하늘을 날아오르는,

발코니에 앉아 널 빤히 바라보는

새가 종달새인지 까치인지

궁금해 속을 끓이지도 않지

 

너는 꽃을 보지도 않고

꽃집을 지나가지

 

횡단보다 앞에서 문득 솟아오른 문장을 잡으려

수첩을 꺼내지도 않지

네 혀를 날뛰게 하는 음식의 이름만

간신히 기억하지

길바닥에 앉아 파를 다듬는 할머니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한 아이에게 웃어주지도

이름이 뭐냐고 실없이 물어보지도 않지

아침에 빠져나온 구멍으로 어서 들어가고파

숨을 헐떡거리지

침묵뿐인 문을 열어 젖히려고

 

[ 최후진술 ]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

 

진실을 다 말하지는 않았지만.....

 

 

 

...  소/라/향/기  ...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23        
[63]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 ○ 그니 리뷰 2021-05-14 18:01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4382873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금.토.일 리뷰 이벤트 참여

[도서]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정채봉 저
샘터 | 2020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


 

모래알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풀잎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너를 생각하게 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어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 엄마 ]

 

꽃은 피었다

말없이 지는데

솔바람은 불었다가

간간이 끊어지는데

맨발로 살며시
 

운주사 산등성이에 누워 계시는

와불님의 팔을 베고

겨드랑이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엄마.......

 

[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 시간도 안된가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 보고

숨겨 놓은 세상사 중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 그땐 왜 몰랐을까 ]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기다리는 만으로도

내 세상이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절대 보낼 없다

붙들었어야 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 행복 ]
 

 

행복의 열쇠는

금고를 여는 구멍과 맞지 않고

마음을 여는 구멍과 맞는다

 

[ 몰랐네 ]

 

시원한 생수 한잔 주욱 마셔 보는 청량함

오줌발 한 번 좔좔 쏟아 보는 상쾌함

반듯이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보는 아늑함

딸아이의 겨드랑을 간지럽혀서 웃겨 보고

아들아이와 이불 속에서 발싸움을 걸어 보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엉클어져서 달려보는
 

아, 그것이 행복인 것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네

이 하잘것없는 범사에 감사하라

깊고도 깊은 말씀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네

 

 

[ 물가에 앉아서 ]

 

나 오늘 물가에 앉아서

눈 뜨고서도 눈 감은 것이나 다름없이 살았던

지난날을 반추한다

나뭇잎 사운대는 아름다운 노래 있었고

꽃잎 지는 아득한 슬픔 또한 있었지

속아도 보았고 속여도 보았지

이 한낮에 나는

마을에서 먼 물가에 앉아서

강 건너 먼데 수탉 우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나처럼 지난 생의 누구도 물가에 앉아서

똑같은 지난날을 돌아보며

강 건너 먼데 수탉 우는 소리에

귀 기울였을 테지
 

나처럼 또 앞 생의 누구도 이 물가에 앉아서

강 건너 수탉 우는 소리에

회한의 한숨을 쉬게 될까

바람이 차다

 

 

[ 사과 ]
 

 

처음에는

하찮은 작은 돌맹이였던 것이

미룰수록 점점 커진다

그리하여 나중에는 그 사람과의

통로를 막아 버리는 바위가 된다

 

[ 빈터 ]

 

풀잎 기우는

소리조차 듣는 것은

널 향한 내 가슴이

빈터이기 때문

 

[ 나그네 ]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다

함께 있어도 함께 있고 싶다

떠나지 않아도 떠나온 것 같은

해 질 무렵
 

[ 바다에 갔다 ]


 

바다에 가서 울고 싶어

결국 바다에 갔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할머니 치맛자락을 꼭 붙들고 서 있는 것처럼

그냥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 나의 기도 ]

 

아직도 태초의 기운을 지니고 있는

바다를 내게 허락하소서

짙푸른 순수가 얼굴인 바다의

단순성을 본받게 하시고

파도의 노래밖에는 들어 있는 것이 없는

바다의 가슴을 닮게 하소서

홍수가 들어도 넘치지 않는 겸손

가뭄이 들어도 부족함이 없는

여유를 알게 하시고

항시 움직임으로 썩지 않는 생명

또한 배우게 하소서

 

...  소/라/향/기  ...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20        
[62] 용서를 배울 만한 시간.. | ○ 그니 리뷰 2021-05-08 18:11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4335155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금.토.일 리뷰 이벤트 참여

[도서]용서를 배울 만한 시간

심재휘 저
문학동네 | 2018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 비와 나의 이야기 ]


 

오랫동안 비를 좋아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비보다는 비가 오는 풍경을 좋아한다고 해야 맞아요

후드득 쏟아지는 비의 풍경 속에는

경청할 만한 빗소리가 있지요 그리고

비를 피해 서둘러 뛰어가는 사람들의 젖은 어깨

흙탕물을 간신히 피해 가는 짐차들의

덜컹거리는 불빛

거리 아이들의 비가 새는 저녁


 

사실은

비에 젖지 않고도

비가 오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창가 자리가

더 마음에 드는 거지요.

 

고백하자면 나는

창 밖의 비보다는

창 안의 나를 더 좋아한다고 말해야 옳아요.

 

 

 

[ 낱.말.혼.자 ]
 

손톱깎이를 찾으려 서랍을 열어놓고는

손은 왜 바싹 마른 만년필에 가닿았을까

긴 편지를 쓰던 날들이 서랍 구석에 쳐박혀 있는

오늘은 하필 이토록 백지 같은 유월이고

뚜껑을 열고 닫는 일들을 지겹게만 여기고는

버려두었던 만년필

가여워하게 될 줄을 몰랐다

 

만년필에 잉크를 넣고 혼자라고 쓴다
 

몇 번의 빈 혼자 끝에 까맣게 선명해지는 혼자

혼 자(字)와 자 자(字)를 가깝게 붙여 쓰면서 꾸 소리내보면

뜻은 사라지고 목소리와 필체로만 남는 혼자는

처음 보는 낯선 자세 같기만 해지다가

만져질 것도 같은 따뜻한 몸들이 된다

 

종이 한 바닥 낭자한 혼 자와 자 자는

제 몸에는 깊숙이 스미되 끝내 서로 번지지 못하는

수천 년이 가도 변함없는 생의 자세

아무리 붙여 써봐도 결국 혼자가 되는

만년필로 써보는 혼자라는 낱말

 

[ 시 ]


 

비가 들이치는 노량진 수산시장 초입에

어물 가게 간판이 가당치 않게 망향수산이다

북해의 고등어와 오호츠크해의 명태와

늘어진 중국산 낙지를 좌대에 내려놓고는

비린내 나는 수사처럼

정말 파리가 날리고 있다

낯선 억양의 여인이 그렇게 앉아 있다

 

환히 불 밝힌 시장 안쪽에서는 어김없이 간판에

여수나 부산, 주문진을 내걸고 흥정이 한창이고

망향수산 넓은 도마에서는
 

토막토막 잘려나간 기억들처럼

오래된 냄새를 풍기며 망향의 내력이 말라가고 있다

 

손님들은 둘러보고 다시 오겠노라고 하지만

돌아오라는 말이나 돌아간다는 말

망향수산에서는 조금은 가슴 아픈 클리세

국내산이라고 써놓은 삐뚜름한 이이러니도

덩달아 비 맞는 초입이다


 

갔던 길 되짚어 망향수산 앞에 서는 건

바깥에 비가 오기 때문인데

고향이 어디냐고 물을까 망설이다가

그런건 소설가나 하는 짓이다 싶어

손질한 생선 한 손 전해 받는다

가질 수 없는 내장은 남겨두고 출구를 나선다

 

[ 삼월의 속수무책 ]
 

초봄날 오전, 내게 오는 볕의 마음은

그 생김이 ㅁ 같기도 하고 같기도 해서

지루한 햇살을 입안에 넣고

미음 이응 우물거려보다가

ㅁ과 ㅇ의 안쪽을 기웃거려보다가

 

기어이 낮술 몇 잔으로 밑이 터진

사람의 마음을 걸치고

사광에 늘어진 그늘 가까이 이르러서야

빛으로 적막한 삼월의 마음에는

들어가는 문이 없다는 것을 안다


 

서둘러 활짝 핀 산수유 꽃나무가 제 속을 뱉어

어룽대는 그늘을 먼발치에도 오래 드리우는데

그 노란 꽃그늘을 머리에 이고 집으로 가는 사람이 있어

안팎을 드나드는 ㅁ과 ㅇ이 저런 풍경이라면

누구를 위해 그늘을 만들어본 적이 없는

두 발 단 것들은 속수무책이다

 

[ 몸으로 쓰는 낙서 ]


 

바람이 불지 않는 봄날에는 온종일

몸으로 낙서나 쓰듯 살고 싶다

유리창 너머 연둣빛들은

눈치 못 채도록 매일 조금씩 낡아서

기어이 초록의 문법이 되고

눈물 속에 반듯이 세운 글자들은

죄다 넘어질 운명이어서

하필 바람에 기댄 삶이었을까

탓하던 날들이 많았다


 

그러나 오늘은 멀리 있는 산 빛깔보다

유리창에 고여 있는 얄따란 투명을 생각한다

있는데 만져지지 않는 이 쓸쓸한 일기처럼

보이지 않는 것들이야말로 영원히 정든 집이다

바람을 바람대로 모시는 길 긴너 은행나무가

스승인지를 알겠다

 

몸으로 쓰는 낙서는 바람 없이도

기꺼이 쓰러질 줄 아는 필체여서

그림자를 드리우고 봄날에는 온종일

몸으로 낙서나 쓰듯 살고 싶다

 

...  소/라/향/기  ...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4)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8        
[61] 한글자로도 충분하다.. | ○ 그니 리뷰 2021-05-01 02:15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4289420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금.토.일 리뷰 이벤트 참여

[도서]한글자

정철 저
허밍버드 | 2014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 늘 ]

흔들리는 건 당신의 눈이다.

활시위를 당기는 손이다.

명중 할 수 있을 까 의심하는 마음이다.

 

과녁은 늘 그자리에 있다.

 

[ 칼 ]

 

낭비란

비싼 칼을 사는 게 아니라

비싼 칼을 사서

칼집 속에 가워 두는 것이다


 

가격은

파는 사람 마음이지만

 

가치는

사는 사람에 의해 다시 매겨진다.

 

[ 생 ]

 

겨울 하루살이에게

인생을 물으면 이렇게 대다봔다.

"춥다."

 

여름 하루살이에게

인생을 물으면 이렇게 대답한다.

"덥다."


 

하지만 사계절을 다 살아 본 우리는

늘 자신 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한다.

"인생, 잘 모르겠다."

 

생각은 왜 그렇게 많은지.

확신은 왜 그렇게 없는지.

 

당신도 나도

잠깐 퍼덕거리다 가는 하루살이인데.

 [ 다 ]


 

문장 맨 끝에 붙이는 글자.

 

너랑 나눠 갖다.

너라아 나눠 먹다.

 

그러나 앞뒤 분간 못 하는 바보들은

이를 자꾸 맨 앞에 붙이려 한다.

 

다 가져야겠어.

다 먹어야겠어.

 

다.


 

 [ 뜻 ]

 

나이가 들면 귀가 어두워진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부지런히 남의 말을 들으라는 뜻이다.

 

뒤늦게 보청기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지만,



 

그땐 아무리 귀한 말을 들어도

그것을 인생에 적용할 시간이 부족하다.

 

 

 [ 셋 ]

 

사람을 만나는 방법은 셋.

 

아침에 만나거나.

낮에 만나거나.

저녁에 만나거나.

 

다른 방법은 없다.

만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

 

  [ 을 ]  

 

사랑에도 갑과 을이 있습니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을입니다.

더 많이 아픈 사람이 을입니다.

더 많이 우는 사람이 을입니다.

더 깊이 상처 받는 사람이 을입니다.

 

하지만

갑은 을을 부러워합니다.


 

세상엔 몸과 마음이 온통 상처투성이

사랑을 하고 싶어도

상대가 협조하지 않아

갑이 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을이 사랑입니다.

을이 행복입니다.

 

  [ 너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은

나는 너를 사랑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문장은

너는 나를 잊었어.

 

세상에서 가장 안타까운 문장은

나는 너를 못 잊겠어.

 

너 없으면 나는

문장하나 만들 수 없는 불완전명사.

 

  [ 점 ] 

 

점이 외로워 보일 땐

곁에 점 하나를 더 찍는다.


 

점점.

 

점점 외로움이 가시고

점점 몸이 따뜻해질 것이다.

 

당신도 한 점이다.

외로움에서 벗어나려면

당신은 닮은 외로운 점 하나를 

당신 곁에 찍어야 한다.


 

우선,

당신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욕심과 계산을 치우는 일부터 해야겠지.

 

  [ 숲 ]  


 

숲을 보려면

숲을 보지 마세요.

 

숲을 보지 말고

나무 하나하나를 보세요.

나무 하나하나의 사연을 더한 것이 숲입니다.

 

사람을 알고 싶으면

사람들을 만나지 마세요.

 

사람들을 만나지 말고

한사람 한사람을 만나세요.


 

  [ 컵 ]  

 

여럿이 둘러 앉아 컵라면을 먹는다.

물을 붓고 기다리는 시간.

이야기꽃이 핀다. 웃음꽃이 핀다. 뚜껑을 연다. 맛있다.

조금 불어도 맛있다. 김치가 없어도 그냥 맛있다.

 

하지만 혼자 먹는 컵라면은 외롭다. 지루하다. 맛도 없다.

 

같은 컵라면인데 왜 맛이 다를까.

반찬의 차이다.

사람을 앞에 두고 먹는 컵라면은 조금도 초라하지 않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참 좋은 반찬이다.

 

  [ 하 ]  


 

남을 잘 웃기는 사람 곁에 열이 모인다면

남의 말에 하하 잘 웃어 주는 사람 곁엔 스물이 모인다.

 

배려가 가면 

사람이 온다.

 

  [ 탈 ]  


 

우리 모두는 가끔

탈을 쓰고 일을 한다.

 

작은 일에 까탈.

혼자 슬쩍 이탈.

남의 것을 강탈.

너무 먹어 배탈.

남는 것은 허탈.

 

이것들이 내 얼굴로 굳어져

벗을 수도 없게 되면 정말 탈이다.



 

  [ 틈 ]  

 

물 샐 틈 없다는 건

물이 들어올 틈도 없다는 뜻.

 

고인다는 뜻.

썩는다는 뜻.


 

틈나는 대로

빈틈을 보일 것.

 

 

  [ 창 ]  

 

창이 너무 깨끗이 닦으면

창이 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들어오려다

부딪혀 나자빠지고 만다.


 

약간의 흠.

약간의 틈.

 

누군가의 눈으로 

누군가의 마음으로

당신이 들어가는 방법.

 

 

...  소/라/향/기  ...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14)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26        
[60] 평생 간직하고픈 시.. | ○ 그니 리뷰 2021-04-30 15:43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4284595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금.토.일 리뷰 이벤트 참여

[도서]평생 간직하고픈 시

나태주 편
북카라반 | 2015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 참 좋은 당신 ]

                                          - 김용택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서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좋은

당신.

 

[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 분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 그 사람에게 ]


 

                                  - 신동엽

아름다운 하늘 밑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쓸쓸한 세상세월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다시는

못 만날지라도 먼 훗날

무덤 속 누워 추억하자,

호젓한 산골길서 마주친

그날, 우리 왜

인사도 없이

지나쳤던가, 하고.


 

[ 그 꽃 ]

                        -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송별 ]
 

                                        - 이병기

재너머 두서집 호젓한 마을이다

촛불을 다시 혀고 잔들고 마주 앉아

이야기 끝이 못나고 밤은 벌써 깊었다

 

눈이 도로 얼고 산山머리 달은 진다

잡아도 뿌리치고 가시는 이 밤의 정情이

십리十里가 못되는 길도 백리百里도곤 멀어라

 

[ 밥 ]

                              
        

       - 천양희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서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파치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이니까.

 

[ 눈물 ]
 

                                        - 김현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리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을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쁜!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주시다

 

[ 풀 ]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고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랍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  소/라/향/기  ...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2)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4        
1 2 3 4 5 6 7
진행중인 이벤트
나의 북마크
이벤트 세상
오늘 12 | 전체 96071
2008-02-19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