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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아이즈 | 영화 2023-02-0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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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Big Eyes (빅 아이즈)(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 2015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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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킨과 월터 킨 두 부부가 세상을 상대로 펼쳤던 사기극, 그리고 자멸적 내분에 대한 드라마이다. 팀 버튼이 메가폰을 잡았는데 이 때문에 극이 다소 초점을 잃거나, 반대로 팀 버튼만의 몽환성이 배어나는 대목이 있다.

언뜻 보아 영화는 일방적인 피해자인 (전) 아내 마거릿 킨의 명예 회복을 위한 투쟁에 동조하고, 범죄에 가까웠던 남편 월터의 학대와 뻔뻔스러운 악행을 고발하는 톤처럼 말하지만, 실화(객관적으로 팩트로 드러난 부분)를 살펴 봐도 그렇고, 영화 내적인 내러티브를 분석해 봐도, 냉정히 따지면 '두 분 다 잘한 것 별로 없음'에 가깝다. 물론 마거릿은 자기 '예술'에 열심히 몰입했을 뿐 남한테 피해 준 것 없고, 월터는 극중에서 묘사되듯 특정인에게 폭력을 휘두른다든가, 뻔한 사실을 부정, 왜곡하고 든다든가 하는 '범죄 성향'이 두드러진 인물이니, 후자 쪽에 비난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픽션이건 현실이건 흑과 백으로 선명히 경계를 긋는 건 언제나 바람직하지도 않거니와, 많은 경우에 불가능하기까지 하다.

마거릿 킨은 예술관 면에서나 기교 면에서나 아마추어를 갓 벗어난, 그대로 지냈으면 결코 성공 못 했을 2류에 가까웠다. 그러던 그녀가 월터 킨이라는 부동산 중개인(자기 적성이 따로 있었으나 희한하게도 적성과 현실적 성공을 경멸하고, 예술가로서 다시 태어나기만을 집착)을 만나고, 이름도 페기 얼드리치(이미 한 번 결혼하여 애까지 있었음)에서 바꾼 후 본격적으로 남편의 내조(?)에 나선다. 무작정 '큰 눈'만을 고집하여 화폭에 담고 보는 그녀의 화풍이란 그리 독창적이지도 않고 깊은 성찰의 산물도 아닌, 그녀 자신도 분명한 근원을 찾지 못한 어느 과거의 불안과 상처 그 흔적에 지나지 않는, 일개 반사동작 정도였다. 헌데 여기다가 사업 감각이 천재적이었던 남편 월터 킨이, 시장에서 잘 통할 만한 '의미(때는 1950년대 후반이었고, 아직 유럽 각지가 전쟁의 참화로부터 복구 안 된 시절. 커다란 눈으로 슬픔과 절망을 표현하는 전쟁 고아의 형상화 등등)'를 갖다붙이고, 마케팅까지 성공적으로 해 낸 것이다.

극중에도 등장하는 비평가 존 캐너데이의 독설도 있었지만, 지금 대중이 느닷 이 '무명화가'의 왕성한 창작에 열광하는 이유는 작품이 딱히 완성도와 성취를 증명해 보여서가 아니라, 상업적 센세이션의 일시 광풍에 휩쓸린 현상 이상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게 냉정한 중론이다. 어쨌든 마트에서조차 이 '빅 아이즈'를 본뜬 캐릭터 상품이 유행하고, 본품을 갤러리에서 구매할 여력이 안 되는 대중에게는 포스터라도 판매해서 만족을 주었는데, 이 방식은 극중 배역의 대사에 따르면 '앤디 워홀보다도 먼저 착안해 낸' 월터 킨만의 혁신이었다고 한다. 아마 맞을 것이다.

문제는, 처음부터 부부가 듀오로 나서되 원작자(아내 마가릿)를 분명히 밝혔다 해도 큰 지장은 없었을 것을, 구태여 창작 과정에는 손 하나 까딱 않고 뭘 만들어낼 재주조차 없었던 월터가, 마치 자신이 직접 그린 양 허위 배경을 널리 퍼뜨린 데에 있다. 좌절한 예술가인(대신 돈은 많은) 그는 거짓 선전을 통해서라도 뭔가 자존을 세우고 싶(이런 녀석들은 현실 속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었겠고, 실제 아내의 작품이 큰 흥행에 성공한 건 작품의 매력보다는 자신의 사업 수완이 더 결정적 기여를 했다(이것 자체는 사실이라고 봄)는 '억울함'도 작용은 했을 것이다. 여튼 물감과 파레트를 해당 창작 과정에서 잡아 본 적도 없는 자가, 유럽 여행 당시 무슨 느낌을 받은 거라며 뻔뻔스럽게 사기까지 치고 다녔으니, 대중을 속인 죄가 결코 작다고는 할 수 없다. 문제는, 아내 마가릿은 그럼 '선의만 품었고 억울하게 명의와 명예를 빼앗긴 피해자인가' 하는 점이다. 둘 사이가 좋았을 때는 같이 사기를 치고 부와 영예를 누리다가, 사이가 틀어지고 나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벌여 또다시 대중의 주목을 받고자 했던 의도는 아니었을지.

영화는 시종일관, 상처 입고 소극적이었으며 언제나 남편에 주눅들어 살았던 피해자 이미지로 그녀를 그린다. 성격만큼은 저 극중 캐릭터에 가까웠으리란 짐작도 하게 된다. 에이미 애덤스가 열심히 연기했으나 각본 자체가 중심을 못 잡고 휘청대며, 고발극인지 코미디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진행이라서 그녀의 분투가 피부로 와 닿지를 않는다(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실물 마거릿 킨 여사와 배우 애덤스가 나란히 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에이미 애덤스는 이 역, 혹은 <줄리 앤 줄리아>에서처럼 차분하고 담담히 자아실현을 꿈꾸는 여성 역도 어울리고, 혹은 정반대로 <박물관...> 2편에의 아멜리아 이어하트(의 밀랍 인형)처럼 세상에 당찬 포부를 펼치는 의욕 가득한 역도 잘 소화하는데, 무엇보다 그녀는 목소리가 너무도 맑고 그윽하며, 어느 외국어 대사를 표현해도 그 딕션이 기가 막히도록 감정을 잘 담는다.

예컨대, 죄의식에 몸부림치며 (감리교 신자인데도) 천주교 성당에 찾아가 고해를 하던 씬에서, 고해 칸막이 사이로 비치는 다른 큐비클의 파편적 인상이, 마치 오래된 성당 창가에 장식되곤 하는 모자이크 구조와 완전히 똑같이 보이게 찍은 건 팀 버튼만의 마술이 맞다. 이 장면에서 오가는 대화도 인상적인데, 신부 말이 '남편분이 세상의 허점을 이용해 자기 이익을 챙기는 분이군요. 그러나 아내는 남편에 순종하라는 성경 말씀도 있으니, 부인께선 그저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게 현명하겠습니다.'이다. 요즘 같으면 이처럼 양심에 반하는 비굴한 충고를 하는 사제가 없을 텐데, 여튼 캐릭터 마거릿 킨은 젊었던 시절 이 한 마디에 다른 생각을 접고 만다. 그녀가 회심하는 건 세월이 한참 지나서였고, 다만 법정 투쟁을 벌이는 과정을 너무 희화적으로 찍은 건, 도대체 장르를 불문하고 자기식 해석만 무리하게 고집하는 팀 버튼 특유의 고집이자 병통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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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로빈후드 | 영화 2023-02-0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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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라스트 로빈후드

감독 : 세르 스코분 /출연 : 발레리 카르키신
미디어포유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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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즉 올해 제작되고 개봉된 따끈따끈한 우크라이나 작품이다.

우크라이나가 몽골의 족쇄로부터 풀려난 건 이때(라 함은, 이 영화의 시대 배경)보다 훨씬 오래전이지만 그 사이 폴란드- 리투아니아 연방의 지배가 또 있었다. 그 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대표적인 작품이 니콜라이 고골(리)의 장편 소설 <대장 불(리)바>이며, 또 율 브리너, 토니 커티스 주연(이 두 사람이 형제도 아니고 부자 관계로 나온다는 게....), 제이 리 톰슨 감독의 그 고전 영화이다(단, 거기서는 카자크[코사크]인들의 항쟁).

 

지금 이 작품에서는 바로 그 직후 시기, 즉 러시아, 프로이센(호엔촐러른), 합스부르크 세 열강이 짓치고 들어오던 무렵이다. 이 열강의 음험한 시도를 폴란드 인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나라가 셋으로 찢어졌고, 그 동쪽(한때는 폴란드인들의 속국 신세였던) 우크라이나인들은 거의 러시아의 직할 지배 체제로 떨어지고 만 것이다. 웅대한 규모의 제대로 된 문학 작품이 없으니 지구 반대편에 사는 이들조차 코사크(카자크)인들의 영웅상은 알아도 정작 우리하고 비슷한 처지였던 우크라이나 인들의 독립 투쟁사는 모르는 것이다.

원 제목은 이것처럼 '라스트 로빈 후드'가 아니라, '카르파티아의 전설'이다. 카르파티아 산맥은 대개 트란실바니아와 몰다비아, 왈라키아를 갈라 놓는 그 말굽 모양 산악으로 우리가 알고 있으나 이렇게 그 한 자락이 우크라이나에도 걸쳐 있다. 험준한 산악 지형은 기질 드세고 육체적 역량이 강한 이들이, 체제의 폭압을 피해 숨어 항쟁하는 근거로 언제나 이용되어 왔으나, 때로는 후자는 잠시 생략되고 전자만을 위한 온상 구실을 하기도 했다. 전자와 후자의 차이는 모호한데 , 전자가 좀 너른 시야와 포부를 갖고 후자를 겸하기라도 하면 그나마 머리가 좀 돌아가는 편이지만, 천출이 대체로 그렇듯 지 배때지만 채울 생각을 하니 민간의 협조도 얻지 못하고 관군에 내내 도적으로 쫓겨 다니다 비참하게 포획되어 단명하고 마는 것이다. 어리석은 대중이 일방적으로 제 기대를 투영하듯 이런 놈들은 그저 도적, 즉 만만한 민간인들만 털어먹을 뿐 결코 무슨 의적 비슷한 스탠스가 아니었고, 과연 의적이 있기나 했었는지도 의문이다.

로빈 후드 쪽과는 거리도 멀고 시대 차이도 엄청나게 나는데(로빈 훗을 설령 실존 인물로 가정하지 않더라도, 이후에 나온 구비 문학이나 최초의 기록을 기준으로 삼아도 그러함), 구태여 로빈 후드를 끌어들일 것 없이 저 폴란드의 크미치스처럼 그냥 우크라이나의 민족 영웅 이야기로 보면 충분할 것 같다. 영화 중에는 '로빈 후드'란 이름이 한 번도 나오지 않으며 이 시절에 이쪽 사람들이 그 먼 섬나라의 어느 전설을 알고 있었을 것 같지도 않다. 단 이후 이 주인공과 로빈 훗이 자주 연계되어 평가된 건 사실이나 당대의 일은 아니다.

로빈 후드는 종교적, 혹은 영적 능력이나 개성과는 전혀 무관한 존재(문학이나 전승 속 어떤 버전을 놓고도)였으나, 여기서 주인공 올렉사 도브부시는 미래를 예견하는 신비한 능력까지 겸한 것으로 세팅된다. 새삼스렇게 이 영화 속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앞에서도 말했지만 2018년, 즉 올해 작품이다) 구비 전승 속에서도 그런 개성이 입혀진 채이다. 싸움에 임하기 전 전술 전략 구상 능력이나 상대측 대응 방식 예견 실력이 뛰어난 지도자격 인물을 두고 기층 민중이 그런 식으로 해석한 후 신비한 외관을 투사한 건 그리 부자연스럽지도 않다.

올렉사는 어린 시절 말을 못하는 아이였으나 신비한 노인을 찾아간 후 기적적으로 능력을 회복하고, 불행하게도 그 어머니에 닥친 비극적 사태까지도 비전으로 내다보게 된다.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은 당연히 축복이겠으나 어째 이 인물에게는 불행하고 끔찍한 일만 미리 계시되는 듯하다. 하긴 상서롭지 못한 미래를 일일이 내다보고 대비만 할 수 있다면야 그보다 더 큰 축복이 어디 있겠나만 말이다.

여기서 재밌는 건, 기존 산적 무리에 가담했을 때 대개 신래침학 비슷하게 신규 멤버에 대해 돌팔매를 가함으로써 적응도나 충성도를 테스트하는 관행이 있었나 본데, 한 사람은 수동적으로 맞기만 하고(타격 장난 아닐 텐데), 한 사람은 재주 좋게 피해다니고(거의 초능력 수준 ㅋ), 마지막으로 이 올렉사 도브부시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위엄이라도 풍기는지 모두가 돌을 손에서 놓고 만다는 설정이다. 마치 기독교의 신약에서 예수가 창녀 앞에서 일갈하는 장면, 혹은 영화 <벤허>에서, '같은 분'이 로마 병정의 채찍을 놓게 하는 장면 같은 게 연상된다. 기독교와는 무관하나 이 역시 도브부시라는 영웅에게 종교적 권위까지를 투사하는 대목이다. 무관하다고는 했으나 탄압 받는 기층민중이 어려운 시점마다 요란하게 (정교식) 성호를 그어대는 장면은 있다.

그쪽에서는 뻔한 전개인지 모르겠으나 우리 보는 눈으로는 기존 영웅 서사시 패턴과는 호흡, 주제, 개성, 심지어 영화 속에 담긴 배경까지 판이하게 달라(당연함) 꽤 신선한 재미가 있다. <크미치스>처럼 지나치게 무게를 잡지도 않고 잔인한 장면도 없으며, 또 하나 특이한 건 영화 처음과 마지막에 나오는 내레이션이 누구 목소리냐는 건데 예상과 달리 올렉사 본인이 아니라(처음부터 아버지 어쩌구라곤 했음) 그의 '아들'이라는 게. 이때의 아들은 그 전설상의 영웅이 둔 직계 혈족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으로 러시아인들에게 핍박받는 우크라이나의 모든 '아들들'을 포함함은 말할 것도 없다. 화이팅 하시길. 도움이 못 되어서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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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헌터 | 영화 2023-02-0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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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Mindhunters (마인드헌터) (2004)(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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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스릴러에서 '주제'를 찾는다는 게 부질없는 짓인데 구태여 자기 작품에 제목을 '마인터 헌터(즈)'라 붙인 걸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비록 공익을 목적으로, 또 '납세자들의 참된 의사와 편익을 존중하기 위해', 열심히 제 직분에 몰입한다고는 하나 타인의 심리를 들여다본다는 게 결국 육신을 토막내는 범죄자들의 악한 심성, 의도와 그리 멀리 떨어지지도 않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어떤 준엄한 고발 비슷한 게, 감독 레니 할린의 속내 아니었을지 하는(이런 평가는 결말을 모르고서는 할 수가 없는 편인데, 그렇다고 스포일러까지는 아니겠음).

이 작품은 내가 개봉 당시 관람할 때는 '크리스천 슬레이터'의 재기작 정도로 인상에 남았었는데,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재기를 못 하는 그를 볼 때, 이제는 '그저그런 조연 배우(그렇다고 중견 소리도 붙이기 애매한)'인 그가 얼굴을 비춘 여러 작품 중 하나 정도로 정리해야겠다. 사실 그는 정말로 그의 '재기'를 기대했던 많은 팬들에게는, 극이 얼마 진행되지도 않아 허무한 최후를 맞는 모습 때문에, '그의 재기'가 얼마나 힘든 과제인지 새삼 실감시켜 준 계기가 된 게 이 작품이기도 하다. 청춘 시절 주인공역 아니면 상대를 안 하던 그가 이처럼이나 쪼그라들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오죽하면 나는 '방금 이렇게 죽었지만 혹시 뒤에 가서 도로 살아나서 이 모든 음모의 끝판대장이 자신이었음을 당당히 선포하는 것 아닐까?' 같은 기대를, 13년 전 관람 당시 실제로 잠시 품었었다. 하지만 이미 무참하게 치명상을 입은 데다 차디찬 액체 질소까지 얼굴에 뒤집어쓰고도 살아난다면, 아무리 왕년의 청춘스타라고 해도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이미 에일리언의 위격을 취득하셨다는 소리밖에 안 된다. 레니 할린이 아무리 막장이라 해도 자기 작품을 그렇게 찍을 수는 없다(투자자들한테 야단 맞음).

레니 할린은 이 작보다 5년 전에 찍은 <딥 블루 씨>에서도 주인공들을 고립된 해저 시설 안에서 하나하나 죽여나가던 '전과'가 있는데, 이때는 망자 리스트 앞쪽(빨리 죽은 순서)에 사무엘 L 잭슨이 있었다. 그렇다면 극에서 빨리 치워버린다고 해서 꼭 배우에 대한 푸대접이라고 볼 수도 없겠는데(그즈음이면 그치가 제일 잘나가던 시절), 왜 여기서만 유독 '크리스천이 전성기면 이따위 대접을 받았을까' 같은 비감이 드는 걸까. 혹시 '그건 경우가 또 다르지' 라며 가볍게 넘긴다면, 이는 벌써 흑백차별의 '경지'에 접어드는 것일 수도 있다('흑인은 아무리 잘나가는 배우라도 일찍 퇴장해서 이상할 것 없다' 같은).

<딥 블루 씨>에서도 LL 쿨 J가 나오는데 역시 이 무렵은 그의 전성기였다 해도 또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코믹하고 겁 많은 주방장 역인 그는, 토머스 제인, 섀프런 버로우즈(요즘 이분 잘 안 나옴) 등과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면서, '흑인은 꼭 이럴 때 죽더라' 같은 이상한 개그를 치는 장면이 하나 있었다. 그 작도 레니 할린 연출이며, 이 작도 사실 본격 스릴러라고 보기엔 판타지 같은 요소가 한둘이 아니다(특히 그의 고질병인 이상한 배경 음악 사용). 여튼 이 영화에서 LL 쿨 J는, 그 작과는 극과 극으로 다른 이미지, 강인하고 악착 같고 진정 이 모든 소동의 배후가 아니었는지 단단히 한몫해 줄 것 같은 기대를 풍기는데, 실제로 그랬는지 안 그랬는지를 밝히면 스포일러겠다. 사실 이 작이 황당한 호러 판타지로 주저앉지 않고, 13년 후에 관람해도 이 정도 임팩트를 남기는 건 저 게이브 역의 LL 쿨 J가 해 준 몫이 커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영화에는 조니 리 밀러(미드 <엘리멘트리>에서 셜록 홈즈 역)가 등장해서 그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괜찮은 모습을 보여 준다. 발 킬머가 아직 돼지괴물이 되기 전이라 그 전성기의 아쉬운 끝자락도 구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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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마겐의 철교 | 영화 2023-02-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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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레마겐의 철교


썬엔터테인먼트 | 201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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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전쟁, 전투라고 해도, 그 향방을 좌우할 지형에 결정적인 다리 하나쯤이 놓여 있어 이걸 부수냐 마느냐로 피아 양측의 갈등을 부르는 상황은 자주 벌어지기 마련이었다. 다만 영화는 둘 사이에 놓인 하나뿐인 다리를 놓고 치열하게 서로 갈등하는 만큼이나, 전쟁 자체에 대한 깊은 회의와 인도주의를 균형감 있게 다룬다.

여기서 독일군 소령 파울 크뤼거 역을 맡은 이는 과거 '0011 나폴레옹 솔로'에서 주연을 맡았던 로버트 본이다. 스파이 역을 맡기엔 좀 단신이었는데(역대 007 역이었던 숀 코너리나 로저 무어 등이 훤칠한 미남이었던 사실과 대조), 이 캐릭터가 현대 들어와서 헨리 카빌(이라기보다 가이 리치)에 의해 어떻게 재해석되었는지와 비교하면 꽤 재미있다.

물론 그는 <황야의 7인>에서 알코올 의존증과 노이로제 때문에 손을 떠는 총잡이 역이었던 바로 그 배우이기도 하다(해당 리뷰들에서 자주 언급했으며, 배우는 재작년에 타계). 크뤼거 소령은 자신에게 떨어진 '다리 폭파' 명령의 수행에 대해 회의적이며, 이것이 '총통'으로부터 직접 떨어진 지시인데도 그렇다. 그는 이처럼 내면의 갈등 때문에 행동을 주저하는 캐릭터를 잘 표현해 왔던 편인데, 이런 배우가 (앞서 말했듯) 첩보극의 스파이 역으로도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사실은 확실히 흥미롭다.

서로 존재 자체를 (끝까지) 모르지만 다리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양 진영 중 한 곳에 이 소령이 있고, 반대편(즉 미군) 쪽에는 말이 잘 안 통하는 상관과 지나치게 뺀질거리는 부하 사이에서 역시 골치를 썩이는 하트만 중위가 분투하는데 이 역은 조지 시걸이 맡았다. 철교 주변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후 한 번 정도는 조우할 줄 알았으나끝까지 그런 씬은 없고 이 점이 관객 마음을 더 아련하게 만든다. 둘 다 군인으로서의 본분과 인간으로서의 상식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데, 잘 찍힌 전투 시퀀스 때문에 흔히 착각들 하지만 이 작품이야말로 염전 정서가 두드러진 현대 정서를 잘 반영하는 모범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다리를 보존해야 아군(즉 독일군)측과 민간인들이 대피할 수 있고, 반면 다리를 방치하면 '독일의 심장'까지 위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하루빨리 폭파할 것을 재촉하는 '총통' 등의 판단이 대립한다. 한편 미군 측은 다리를 폭파해서 적군의 퇴로를 차단하자는 게 원래 목표였으나, 오히려 서부로부터 베를린까지 빠른 진군, 점령을 위해 이 다리를 살려 두는 편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선회하게 된다. 이처럼 전황이 깊이 전개됨에 따라 고정된 스탠스란 누구에게도 없다는 사실, 나아가 아군 내에서도 이해와 정서가 계속 충돌함에 따라 도대체 누가 친구이고 적인지 판단조차 곤란하게 된다는 혼란상이, 무의미한 전쟁의 참화와 어리석음이라는 주제를 더욱 강조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크뤼거 소령의 고뇌는 비약이 심하다는 생각이다. '총통'이 적일 수 있다(망령된 판단으로 아군의 손실만 가중)'는 판단은 그렇다쳐도, 과연 '미군 측이 내 친구'라는 생각을 그리 쉽게 할 수 있을까?

(스포)
사형 집행 전 '누가 내 친구이며...' 같은 유명한 한 마디(대사)를 남기는 크뤼거 소령, 다리를 마침내 점령하고 건너던 중 호화 담배갑을 지적하며 '그거 누구 거요?'라고 묻는 독일 장교(포로)에게 '내 친구가 줬소(거짓말).'라고 대꾸하는 앤젤로(이탈리아인은 질이 나쁘다는 선입견을 유독 강조하기도 하는) 하사를 바로 교차시키며 피아 식별의 무의미함을 부각하는 감독의 의도는 충분히 잘 전달된다. 허나 다소 작위적이라는 느낌은 앞에서 말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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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트랙티드 | 영화 2023-02-05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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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익스트랙티드


미디어 허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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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에서도 기억은 '궁전'이라 불리며 그에 대한 탐구를 (부족한 도구와 인식 수준으로나마) 시도한 기록이 있다. 다만 이 영화에서처럼 물리계마냥 구체적 형태를 지녔다거나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가며(참고로 2012년작이다. 한국에서 알파고 퍼포먼스[마케팅?쇼케이스?] 때문에 '16년에서야 대중에 인식이 확 퍼진 것과 대비된다) 그 안에서 뭘 찾아 헤매고 다닌다는 방식은 앞으로 백 몇십 년이 걸릴 지도 모르는, 아득한 미래의 일이다. 이런 걸 보고 무슨 불량품 팔아치우러 다니며 전문지식도 없이 미친 수다를 떨어대는 모집인마냥 마구 감정이입을 해 대면 참 곤란하다.

여튼 소재는 참신하며, 천재 과학자 탐(진심 천재인 듯 ㅋ 참고로 지금이 무슨 에디슨 시대도 아니고 개인 레벨에서 원시적 장비만 가지고 이런 성과를 이뤄내다니 진심 감탄할 수밖에 없음. 거의 토니 스타크인 듯 푸~)은 남의 머리(기억) 속에 들어가 가상현실을 통해 이것저것 쑤시고 다니며 당사자의 트라우마까지 치유할 수 있는 기적의 알고리즘을 개발해 낸다. 처음에는 개인의 가장 은밀한 기억까지 헤집고 다니는 일에 반대했으나, 투자자들이 기왕 이 단계까지 이른 것 시장에서 실제로 통할 만한 효과에 집중하자는 제의를 해 오고 베팅액도 올린다. 착한 그의 처는 오히려 남편의 변심에 강한 거부감마저 드러내며 사람의 본분을 지키자고까지 한다.

2000년작 <할로우 맨>(폴 버호벤 연출)에 보면 케빈 베이컨이 扮한 매드 사이언티스트 세바스천 케인이, 투명인간 시약을 자신에 주사한 후 다시 돌려놓는 agent가 개발 안 되자 동료들에게 마구 X랄을 해 대는 장면이 있는데, 애초에 개발자가 자신이니만치 '해독제'에의 연구도 결자해지 차원에서 자신이 손 대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며(동료들에 대한 구박은 하든 말든 상관할 바 아님. 또 저 정도 유능한 사람은 그럴 자격이 있음), 투명인간 되었다고 뇌까지 투명인간이 아닌데 왜 지가 직접 안 하는지가 설정상의 결정적 구멍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헌데 여기서는, 직접 들어가게 된 '남의 뇌, 기억'에서 성공적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면 외부(실제세계)의 기기나 참고할 데이터 등에 접근할 수가 없으므로(방법은 있겠으나 얼마나 귀찮겠음), 과학자가 곤경에 처한 건 당연하다. 꼬인 상황이 이 정도쯤이나 되어야 '니들은 대체 뭐하는 거니!'라며 짜증을 부리는 게 합리화될 수 있는 것이다.

소재도 참신하고 관객과 함께 트릭을 풀어나가는 호흡, 박자도 좋았으며 끝까지 (스포일러) 하는 뻔한 공식을 살짝 비껴가는 재치도 높이 평가하고 싶으나, 이야기에만 그저 충실해도 될 것을 뜬금없는 '교훈'을 제조해 가며 '메시지, 메시지가 없으면 서사가 재미없어도 망하는 거야.' 같은 강박에 지나치게 끌려간 게 단점이다. 물론 멍청한 관객을 위해 명제화, 메시지화한 몇 마디 아포리즘은 필요하다. 그러나 서사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식이라야지, 서사 위에 붕 뜨는 교훈의 전달이 메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톰처럼 머리 좋은 과학자가, 왜 약쟁이 앤서니 같이 정신이 불안정한 자의 기억이 객관 팩트 자체와 일치하란 법이 없다는 걸 무시하고 그의 유죄를 내내 단정짓기만 할까? 이처럼 기억에 대한 이해가 불완전한 사람이 어떻게 그런 놀라운 성능의 기기를 발명할 수 있었을지 ㅎ 물론 앤서니가 지 무죄를 증명하고 싶은 건 놈의 개인 사정이며, 톰 같은 빼어난 인재를 지 기분대로 지 썩은 세계 안에 가둬 놓고 희생 시킬 권리는 없다. 놈은 지 썩은 친구들과 함께 죽어 마땅하지만, 문제는 톰 같은 훌륭한 사람이 억울한 자를 죄인으로 죽게 하고도 일말의 가책도 과연 없이 남은 생을 보낼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도시빈민 출신이자 일자무식 앤서니이지만 막판에는 제 죄를 참회하고 이상한 방법으로나마 일정 부분은 결백을 증명하고 죽었다. 하지만 철없는 중딩이 공방 뛰듯 연예인 잡스를 흠모하며 대기업에 몸을 담을 날이 언젠가는 오겠거니(실상은 예비 오탈자) 망상에만 빠져 사는 더딘 실업자에게는 과연 어떤 구제의 길이 있을까. 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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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험트 | 영화 2023-02-0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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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여행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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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개봉 당시 오우삼 감독에 하지원 주연으로 화제가 되었었다. 세대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구태여 머릿수를 세어 보자면 오우삼의 티켓 파워가 하지원의 그것보다 오히려 (여전히) 크지 않을까 싶을 만큼 지난시절 그만의 연출 마력은 대단했었다. 하지원이 국내, 혹은 중화권에서 어느 정도나 폭 넓은 인지도를 지녔건 무관하게, TV 드라마가 아닌 극장 상영작을 그녀의 이름만 보고 찾아가는 관객이 생각보다는 많지 않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반면 오우삼은...

네이버 영화 Db란에 가 보면 이 작에 대해 실망 일색의 평들이다. 내 생각에 요즘 세대라면 오우삼이 누군지, 심지어 <영웅본색>이 뭔지도 모르는 이들도 많겠으므로 다분히 복고풍인 이 작에 대해 그리 공감 코드를 찾지 못할 이들도 많지 싶다. 세대 취향을 떠나 이 작은 적어도 후반부에서 긴장을 완전히 놓고 신파로 치닫기에 나이 든 이들이 봐도 '뭐야?' 싶을 구석이 많다. 그러나 킬링 타임용 액션 스릴러로 즐기려는 의도 외에(그게 아니라면 다른 어떤 용도가 있단 소리?), 왜 오우삼이 한때 그처럼이나 대중을 매혹할 수 있었는지 이런저런 거품이 걷힌 후의 최신작을 보면 냉철한 분석이 더 쉬울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작은 개인적으로 꽤 흥미로웠다.

어느 거물 변호사가 느닷 살인 누명을 쓰고 쫓겨다니게 된 사연에서 영화는 시작하는데 여튼 1980~90년대에 어지간히 우려먹은 장치들이지만 억울한 도망자의 분투기는 언제 봐도 흥미롭긴 하다. 영화 후반부에 (스포일러) 탐욕스러운 제약회사가 개발한 불법 약품 덕에 괴력이 생긴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회장 아들내미(나중에 회사를 물려받는다는 후계자. 영화 시작할 때 이를 축하하러 일본 도심 마천루 한 층에서 호화 파티가 벌어지는데 볼거리 중 하나이다)가 하는 대사가, '변호사를 야수로 바꿀 정도니 얼마나 성공적인....'이다. 그런데 이 변호사는 이미 영화 시작부터, 전혀 불가능한 상황에서 기적의 도피를 성공시키므로(자세한 건 영화를 직접 볼 것) 약빨 없이도 일찌감치 '야수'였던 셈이다(이 말을 구태여 하는 이유는, 후반으로 갈수록 개연성이 날라다닌다는 지적을 하고 싶어서. 그런데 어차피 예전에도 우리가 뭔 개연성에 감탄해서 오우삼물을 예찬한 건 아니긴 하다).

영화 시작할 때 중국어 자막이 잔뜩 깔리므로 배경과 대사가 모두 차이니즈 아닐까 생각했었으나 일단 사건은 모두 일본 땅에서만 벌어진다. 배우들은 두 주인공, 즉 도망자 변호사와 추격자 형사가 각각 중국인(배우도 장한위), 일본인(후쿠야마 마사히루)이며 대사 비중은 어림짐작으로 일어가 75%, 중국어가 25% 정도인 듯하다.

한중일의 그럭저럭 이름난 배우가 여럿 출연하며, 영화 시작할 때 엄청나게 큰 신장을 뽐내며(근데 키만 크다뿐 그 이상이 아쉬운) 고혹적인(아니지만 일단 그렇다치고) 춤을 추는 역이 다나카 키코인데, 이 배우가 바로 오카모토 타오이며 <더 울버린>에서 失志田, 즉 '야시다' 회장의 손녀딸로서 로건(휴 잭맨 扮)과 러브라인을 이뤘던 그 여배우이다. 이 배우에 대해서는 그 작 리뷰, 또 일반 포스트 형식으로 캡처 화면과 함께 몇 년 전 이 블로그에서 몇 마디 언급한 적 있다. 失志田이란 한자 표기는 저걸 내가 하도 특이하게 봐서 아직 기억하고 있다. 사람 성씨로나 기업사명으로나 얼마나 불길한 이름인가?(거의, KIA하고 맞먹음)

오카모토 타오의 다나카 키코 캐릭터는 거의 나오자마자 죽는 역인데 맨나중에 하는 일이 또 있으므로 그녀의 팬들은 다소나마 실망감을 줄일 수도 있다(근데 사실 정말로 그런 반응을 의식해서 넣은 억지 시퀀스 같음). 여주인공은 없지만 일단 연구원(배역명 기타가와 마사키) 연인을 뜻밖에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그랬던) 부잣집 따님 마유미 토나미 역에 가수 치 웨이인데 이 배역에 너무 안 어울리는 바보 같은 얼굴이란 점, 보면 바로 알 수 있다(연기도 시원찮음). 그 외에 주인공 야무라 계장 역을 졸졸 따라다니는 하쿠라 리카 신참 형사가 있는데 이 역의 사카루바 나나미가 그나마 하는 일이 많다.

하지원은 암살자 '레인'으로 나오는데 배우는 한국인이지만 배역은 일본인으로 설정되었다. 이름(코드네임)은 영어식으로 레인인데 하지원에게 주어진 대사는 모두 영어이며 그 양이 적지 않은데도 그럭저럭 감정을 넣어가며 잘 소화했다. 하지원도 나이가 적지 않지만 이 극에서 그녀와 콤비로 나온 다른 암살자 '돈(Dawn)'도 이런 역을 맡기엔 나이가 너무 든 편인데, 네이버 해당 페이지에서는 네티즌들이 뚱뚱한 그녀의 외모를 조롱하느라 여념이 없다. 외모 탓을 하는 게 아니라 캐스팅의 성의를 심히 의심하게 되며 이 점은 저 위의 마유미 역 치 웨이에 대해서도 같은 느낌이다.

하지원의 Rain이나 저 뚱보 Dawn이나 어려서 고아였는데 회장(카마쿠라 준이 이 역을 맡았다)이 거둬들여 이런 살인 병기로 키워냈다는 설정이다. '고아였던 너희들을 길러준 은혜를 잊었느냐?(극 거의 끝에 가서 나오는 대사이므로 약간은 스포일 수 있음)' 그런데 노숙자, 빈민들을 대하는 그의 냉혹한(그 정도가 아님) 태도로 미뤄 보아 이 두 여성이 별반 그에게 '사육된 충성심' 외에 다른 감정을 가졌을 법하지가 않다. 아 참고로, <더 울버린>에서도 어려서 고아였는데 야시다 회장 아들이 '구입'하여 딸내미 마리코(이 역이 오카모토 타오임)에게 장난감으로 갖고 놀게 한 '암살자'가 하나 나오는데(정확히 말하자면 암살자는 아니고 보디가드에 가까움), 그 역은 여배우 후쿠시마 릴라가 맡았다.

변호사 두 추(한자로는 杜丘[두구]라고 쓰는데, 저 丘자는 중국어로 '추'라고 읽으며 현재까지도 주한 대사직을 수행하는 중국인 추궈홍도 이름을 邱國洪[구국홍]이라 쓴다. 丘와 邱는 대체로 뜻이 통하며 공자에 대한 일종의 피휘이다) 역의 장한위, 형사계장 야무라 역의 후쿠야마 마사히루 두 중년 배우의 중년 남성 액션이 볼거리 중 하나이다. 사실 액션물은 (의외로) 본래 중년 남성이 제맛을 보여 준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한창때의 활력이 시들어가는 중년 남성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고 이 점은 올해 3월 28일에 쓴 프랑스 영화 <도망자> 리뷰에서도 내가 한 마디 한 적 있다. 하긴 <람보 2> 같은 것도 스탤론이 나이 사십 다 되어서 찍은 영화이며 극중 존 람보도 대강 그 나이 또래이다.

오우삼은 액션을 잘 찍기도 하지만 그 특유의 편집기술과 애상어린 음악(논스톱으로 깔리는)이 또 일품이다. 이 작에서도 왕년의 그 고난도 기교, 솜씨만은 전혀 죽지 않고 발휘된다. 네이버 Db에 가 보면 평론가 박평식이 '왠지 모르게 슬픔'을 토로했는데 그 효과는 우선 애상적인 음악 탓이라 생각되고, 그 외에는... (뭔지 다 짐작 가능하겠으므로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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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븐 플로어 | 영화 2023-02-03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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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쎄븐 플로어


비디오여행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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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영화라서 원제는 '셉티모'이다. 9월이란 뜻의 September는 스페인어로도 septiembre인데, 이처럼 본디 7을 의미하는 형태소가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를 배려한 정치적 동기의 월력 개편으로 꼬박꼬박 두 순위 밀려난 이름 때문에 현지인들(에스파뇰 네이티브들)은 헷갈리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와 달리 첫째 달, 둘째 달 하는 개념이 아닌데, 하긴 우리도 동짓달, 섣달, 정월 할 때처럼, 반드시 월명을 서수로만 칭한 건 아니었다. '사월 초파일' 하는 용례에서 보듯 기본은 서수 명칭이었지만.

내가 볼 때마다 의아한 게, 왜 이 영화만 제목이 '쎄븐'으로 붙었냐는 점. 약리작용 해설을 척 보고 다 이해했으나 그저 기억력이 나빠 까먹었을 뿐이라는 미친 사이비의 사이비틱 헛소리 거짓말 범죄 행각처럼, 그냥 된소리만 앞에 갖다 붙이면 '쎄'게 보이겠거니 하는 지극히 단세포적 동기가 수입업자에게 없었기만을 그저 바랄 뿐이다. 예전에 마이클 J 폭스의 <백 투 더 퓨처>가 수입되어 큰 인기를 끌었을 때 유독 '백'이 아닌 "빽'으로 제목이 붙어 언론에서 지적한 적도 있다(요즘은 이런 걸로, 국어원 표준 표기에 어긋난다고 뭐라하는 사례는 없음. 케이블에서 틀어줄 때도 '백'임). 사실 현지 발음으로도 '빽'은 참 이상한 표기이다. back이든 bag에서든 b가 경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밑바닥처럼 '빽' 소리만 지르면 적어도 같이 죽지 혼자 죽지는 않겠다고 아주 밑바닥스런 생리가 몸에 밴 닭대가리나 미친 착각을 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칼린 매컬로의 <로마의 일인자>를 보면 처음에 카이사르의 그 젊고 당찬 모친이 로마 허름한 거리에 하층민들을 위한 다세대 주택을 짓고 그 수입으로 아들을 키울 마음을 품는다. '아파트'는 이처럼, 심지어 현재 시점에도 그리 고급스런 주택 형태는 아니다. 엊그제 내한하여 진솔한 너스레를 떨고 간 라이언 레이놀즈(사람 됨됨이 자체가 잘 되어먹은 듯) 말에서도 암시되듯, 유독 한국에서만(일본도 안 그럼) 이런 고급 아파트 주거 문화가 일찍부터 형성되어 아파트 소유, 거주가 중산층의 상징처럼 인식된 것이다.

이 영화에서의 배경은, 저쪽 영화에서 흔히 보듯 다세대 주택 구조지만, 세간살이나 규모로 보아 무슨 '레지던스' 까진 아니고, 우리식으로 재면 '아파트급'이라 보면 알맞을 듯하다. 배경은 아르헨티나인데, 희한하게 아이들이 '아스켄소르'라고 유럽식(스페인식)으로 발음하는 게 이채롭다.

아이들이 없어졌다고 변호사가 다급하게 제 아내에게 전화를 할 때 뭔 헛소리냐고 대뜸 전화를 끊어버리는 그 와이프의 태도가 흥미롭다. '그랬어? 큰일났네, 어쩌지? 경찰에 신고는 했어?' 까지 가지도 않고,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벌어나게 방치한 남편의 멍청함을 이보다 더 크게 강하게 부인할 수도 없는 제스처다. 달리 말하면, '넌 이제 죽었다' 이소리. 마누라한테 꼭 맞아죽기 싫어서가 아니라, 애들을 찾기 위해 필사적인 그 부친의 마음이야 누구 눈에도 이해되며, 마치 1988년작 해리슨 포드 주연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도 생각나는 면이 있다. 단, 이 영화는 공간이 매우 좁게 한정되었고, 결말이 긍정(....)적이라는 점이 큰 차이이다(마누라 vs 애들에서 차이난다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하긴 누구처럼 가정은 저 쓰레기통에 팽개치고 미친 망상에나 젖어 시간을 허송하는 작태와 아주 큰 대조를 이룬다는 점 하나에서는 다시 찐한 공통분모를 이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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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아웃 | 영화 2023-02-02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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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라이트 아웃 (1Disc)

데이비드 F. 샌드버그
워너브러더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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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작품이고 소재 자체는 별반 새로울 게 없으나 결말이 다소 독특하게 맺어진다. 사실 독특하다고 할 것도 없으나 최근 이 장르(호러)의 경향에 비해서는 그렇다는 뜻이다.

<웜바디스>의 히로인 테레사 파머가 주인공 레베카 역이다. 어떤 공장 사장님이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고, 늙은 여성 직원이 그냥 고이 퇴근하면 될 걸 뭣이 어떻니 저떻니 떠들어대며 성가시게 군다. 마치 도박에 미친 무능하고 저능한 실업자(평생 운을 한번에 다쓰고 이제 굶어죽을 일만 남은)와 노망한 닭대가리를 합쳐 놓은 듯한 캐릭터인데, 한국에서 태도가 저렇게 불손했다가는 애저녁에 짤려도 짤렸을 것이다. 여튼 이 늙은 여자가, 퇴근하다가 귀신 같은 걸 보고 사장에게 알리는데, 그런 말을 곧이 들을 정상적인 사회인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후 이 두 캐릭터는 다시 나오지 않고(한 사람은 실직ㅋ, 다른 한 사람은 사망), 어느 편모 슬하의 두 자녀 이야기가 이어지는 듯한데 누나와 남동생 나이 차가 심하게 나기까지 해서 잠시나마 관객은 어리둥절해진다. 아까 불의에 죽은 사장이 이 중년여인과 재혼해서 그 어린 늦둥이를 두었나 본데(전처 소생 자녀는 없는 듯), 큰딸은 전남편 사이에서 낳았다는 게 서서히 드러난다. 그런데 이런 세팅을 뭐하러 한번에 안 밝히는지가 이상하며, 극의 공포나 기타 효과를 고조하는 목표와는 별 상관도 없는 듯하다. 엔딩에 '다른 단편(영화)에 바탕을 두었음'이란 자막이 나오는데, 그 단편 역시 이 감독 솜씨이다.

'아빠, 엄마가 또 누구하고 이야기해.'

글쎄, 감독의 의도야 이 기이한 대사를 통해 호기심을 유발하는 쪽이었겠지만, 관객들은 대개 자신들이 볼 영화의 장르 관행에 대해서는 꽤 익숙하다. 당연히 호러물이니 혼자 떠드는 누군가가 등장할 법도하며, 이후 이어지는 '인물들 간의 다소 꼬인 족보 추리'에 주의를 분산시키는 건 그리 효과적인 전략이 아니다. 가벼운 의문이 해소된 후에는 예의 뻔한 귀신 이야기, 정신병원 환기로 이어지는데, 내가 관객이면 과연 이런 진행에 집중하겠는지 좀 역지사지가 필요하다.

엄마라는 작자가 저처럼 정신줄을 놓고 있으니(누구처럼 소설 쓴다니 뭐니 하는 거의 그 급) 그 딸이 밖으로 도는 것도 무리는 아니며, 다만 오히려 딸이 더 어른스러워서 친동생도 아닌 의붓가족을 제정신이 아닌 모친(물론 생모)로부터 지켜 주겠다고 나선다. 가정의 가치에 대해 회의를 품었는지 저 좋다고 막 따라다니는 어느 녀석에게 (잠은 같이 자면서) 남자친구 지위 부여는 끝까지 미룬다. 전에 여러 명을 거친 듯도 한데 이런 불안정한 방황 속에서도 뭔가 생활에 절도도 있고 강단 있는 태도를 유지하는 건 마음에 참 든다.

귀신세팅을 음성주광성(ㅋ)으로 잡은 건 진부하나 적외선에는 다르게 반응한다는 대목에선 웃음이 나왔다. 예의 지하실 감금 장면이 또 나오는데, 일단 후퇴한 남친이 데리고 온 게 고작 경찰 두 명이라는 데서 다시 약간 실망했으나 달리 또 무슨 방법이 있었겠는가(니콜라스 홀트에게 대신 부탁해도 됐을 걸). 딸이 꽤 영리해서 지 엄마가 평생 걸려서도 못 푼 수수께끼, 즉 죽은 다이애나가 저승과 이승의 통로를 소피로 삼고 있음을 잠시만의 리서치를 통해 알아낸다.

'엄마 뭐해?'
'너흴 구하는 중이다.'

그러니 평생 못한 부모 노릇을 마지막 순간에 장엄하게 드디어 해냈다는 건데, 이런 사건을 지역 경찰은 과연 어떻게 처리할까? 보기에 따라서 가정 불화로 딸이 어머니를 죽인 사건으로 오해될 수도 있지 않을까? 두 경찰이 귀신을 봤다는 증언도 과연 상부에서 어떻게 해석할지. 한편 죽은 폴 웰스 사장(마틴의 생부)는 이 문제를 결혼 기간 동안 어떻게 다뤘다는 건지도 상식선에서 납득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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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 영화 2023-02-0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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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머니볼 : 블루레이


소니픽쳐스 | 201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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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나 막연한 직관이 아니라 냉철한 이성으로 경영에 임하고 객관적 지표를 중시해야 한다는 생각은 유독 스포츠 구단의 운영 실태에만은 깊숙히 뿌리내리지 못했고, 이런 분위기를 빌리 빈 단장의 과감한 혁신이 시원히 걷어치우고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는 게 어쩌면 미디어가 확산시킨 시대의 믿음이다. 허나 과연 그랬는지는 더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고, 이 영화가 그런 믿음에 대해서나마 올바른 묘사를 했는지도 좀 생각을 더 해 봐야 한다.

브래드 피트는 외모 때문에 그 연기 역량이 오히려 과소평가되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이미 <12 몽키스>에서도 마치 최고 엘리트들의 졸업 작품 무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우아하고 깔끔한 고급 연기를 선보였고, <파이트 클럽>도 간간이 내가 보고 있지만 감탄이 절로 나오는 정교한 실력이다. 이 사람이 여기서 빌리 빈 단장 역인데, 정열은 속에서 끓어넘치는 듯하지만 성깔대로 매사를 처리하지 않고 참고 또 참으며, 그 이성적 절제 속에 자기 인격의 가치가 증명된다는 듯 안간힘을 쓰는 태도를 멋지게 잘 표현했다. 영화(라기보다 피트의 연기) 때문에 빌리 빈 단장 자체가 실물보다 더 커 보이는(larger than life) 느낌마저 받는다.

영화는 오로지 출루율 팩터 하나에 주목해 라인업을 전면 쇄신하고 이름값이나 지명도, 경력, 인망(?) 따위는 모조리 무시하는 결단을 내리는 단장의 고독한 투쟁에 초점을 맞춘다. '야구는 숫자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그 무엇이야.' 본래는 이처럼 감성에 호소하는 주제로 영화의 줄기를 박아야 흥행이 되는 게 지난시대의 공식이었는데, 트렌드가 돌고돌다 보니 이처럼 '감성팔이보다는 숫자로 증명되는 실속'을 강조하는 정반대 기조의 스토리가 대중에게 호응을 얻는 현실이 재미있다. 물론 '실화의 힘'이 받쳐 주는 강력한 설득력이 이 시대 대세 중하나인 것도 무시 못할 측면이다. 빌리 빈 단장이 '사람들이 열광하지는 않아도 결국 가장 중요한 지표는 출루율'임을 간파하여 성공한 건 맞으나, 세이버매트릭스의 묘미와 힘이 그 한 가지 스탯에 다 몰리는 게 아니라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된다. 만약 출루율 하나에만 주목하는 단세포 방식으로 저 영세한 구단을 경영했다면 빈 단장에 대해 대중이 그 이름을 기억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퇴물 포수 스캇 헤티버그를 놓고 '1루수 수비는 가르치면 돼.'를 되뇌며 하우 감독(故 필립 시모어 호프먼 扮)과 대립하는 설정(사실이기도 함)은 물론 재밌지만 행여 1루 수비가 정말 아무 포지션 출신에게나 가르치기만 하면 다 되는가보다 하고 여겨서는 안 되겠다. 그건 헤티버그에게 각별한 모티베이션을 행했기에 통했을 뿐(이 역시 빈 단장의 능력), 심지어 태어나서 1루 수비밖에 안 해 본 인간이 결정적인 순간 저지르는 실책으로 경기를 망치는 게 또 얼마나 잦은가.

영화 도중 나오는

 아마 a+b를 하면 시즌 총 소화 경기 수이겠고, 이 식은 지난시즌의 승률을 기준으로 몇 승 몇 패를 이 팀이 거둘지 확률을 뽑는 것이지 싶다.


영화 속에서 세이버매트릭스 실력을 과시하며 화면에 담는 게 고작 피타고라스 승률인데 이 지표는 그 타당성이 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어찌보면 세이버매트릭스 안에서 가장 비 적통스러운 스탯일 뿐이다. 영화에 전문적인 내용을 일일이 담을 수야 없어도, 야구를 전혀 모르는 이들이 보면 다소 지루할 수 있고, 좀 아는 축에서 보면 떨어지는 설득력에 불만이 튀어나올 수 있는, 한계가 뚜렷한 영화이며 그렇다고 드라마가 아주 탁월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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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쌔신 - 더 비기닝 | 영화 2023-01-3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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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대중서에서 흥미로운 소재로 흔히 쓰이는 '암살자' 모티브는, 당시 수적으로 물적으로 열세에 몰렸던 종파(우리가 그 지도자를 '산의 노인'으로 알고 있는)에서 먼저 구사했던 전법이고 수단이다. 그러나 현대전에서 오히려 유능한 암살자는 강대국 측에서 더 효율적으로, 성공적으로 양성하는 전쟁 자원이며, 도대체가 상대국의 철통 같은 방어 시스템을 뚫고 적진의 핵심부에 진입하여 요인을 암살한다는 자체가 넉넉한 물적 지원이 없이는 아예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목표로 삼은 '요인'이 방비 없이 다중 사이에 노출되기라도 한다면 그때부터는 약자 측에게 큰 기회가 주어지며, 이런 경우야 아무리 열악한 장비, 조건에 처해서도 그저 자연인인 개인의 타고난 능력, 조건에 절대적으로 의지할 뿐이다.

<메이즈 러너> 역시 판권자가 큰 기대를 거는 인기 프랜차이즈인데 여기서 주연을 맡았던 딜런 오브라이언이 이 작에서 주인공으로 열연(...)했다. 흠, 재미있는 게 한국어 번역제목이 '어쌔신 - 더 비기닝'인데, 아마 이 작이 큰 인기를 끌 줄 지레 기대하고 앞으로도 시리즈가 계속 나올 걸 전제로 (원제에도 없던) 어구를 저리 붙인 것 아니겠는가. 작년(2017) 12월에 개봉했다고 하는데 아마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할 것 같고, 전체 성적도 적자에 가까워서 속편이 정말 발주될지에 대해선 큰 난관을 맞은 판이라 봐야겠다.

영상물에서 스파이 액션 장르의 클리셰를 얼마나 피해갔는지는 둘째치고(원작 소설은 여태 엄청난 볼륨을 구축한 이 장르의 전통에서 많이 벗어나지는 못했음. 영미권에서 스파이물은 거의 본격 문학에 맞먹는 완성도를 자랑함), 사실 (일각의 비판과는 달리) 사연 전개가 당혹스러울 만큼 뻔한 진행에서 못 벗어난다고는 말할 수 없다. 보통 스파이 자원은 불행한 가정사라든가 그출생의 사연이 미궁에 빠졌다든가 해서 될대로 되라 식이 된 주인공이 자진해서 첩보기관에 투신한다는 빤한 인트로로 시작하기 일쑤인데, 여기서 미치 랩(이름이 이상)은 여친 카트리나와 함께 해변 휴양지에서 꿈 같은 시간을 보내다 테러리스트 때문에 끔찍한 '상실'을 겪었다는, 어찌 보면 좀 배부른 처지(결코, 아름다운 젊은 여성의 죽음을 가볍게 취급하는 취지는 아님. 타 장르물의 극한 세팅에 비해 그렇다는 정도일 뿐)의 출발을 마련한다. 스크린 밖에서 한가로이 작품을 관람하는 자의 시각과는 달리, 주인공 미치 랩은 인생 자체, 인성 자체가 아예 다른 사람으로 바뀔 만큼 큰 충격을 겪었으며, 이 때문에 '나쁜 놈들을 모조히 쓸어버릴 특권을 얻기 위해' 무모한 작전을 스스로 짜고 실행에 옮기다 정보기관의 눈에 확 띄게 된다.

이후 마치 외인구단의 손병호 감독처럼 지독한 조련사한테 걸려 지옥 훈련을 받는 건 또 장르의 정해진 공식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조련사 스탠 헐리 역을 마이클 키튼이 맡았는데, 최근 유독 이 배우의 출연작들을 자주 리뷰하는 듯하다(올해 1월 18일의 <파운더>, 또 며칠 전인 8월 20일의 <데스퍼릿 메저스>). 이런 개인 사정과는 별개로 오히려 늦은 나이에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듯 요즘 들어 부쩍 이런저런 기획에 자주 얼굴을 비추는 그이기도 하다. 전에도 '... 차라리 적당히 늙고 난 저런 모습이 오히려 편안한 균형 같은 게 맞춰진 듯'이란 평가를 한 적 있다.

여기서 역시 요원인 빅터 역을, 올해(2018) 4월 24일에 리뷰한 <보이카..>라든가, 지난 8월 23일에 리뷰한 <엘리미네이터> 등에 주연으로 등장한 스콧 앳킨스가 맡았다. 예전에 이런저런 B급 물에서 조연으로 그 얼굴을 자주 봤던(단, <AVP> 1편에서는 리플리를 대신한 주인공이었으나 역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함. 그게 벌써 14년 전이니 저렇게 늙은 것), 써나 래썬이 그새 엄청나게 승진을 했는지 여기서 부국장 역이다. AVP 1편에서도그랬고 '흑인' '여성' 캐릭터(그리고 배우)에게 이런 중책이 맡겨졌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본래 유능한 첩보요원은 윗선의 말을 지독하게도 안 듣지만(뭐 스파이뿐 아니라 비행사 핫샷이나 네이비씰의 에이스도 마찬가지) 이 작에서도 주인공 미치는 그렇게 가르쳤음에도 불구하고 '이성이 아닌 가슴이 시키는 대로' 무모한 작전을 결행하다 끝내 불멸의 업적을 세운다. 평이 좋지 않으나 개인적으로 꽤 재미있게 봤고, 오직 죽은 여친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동기 삼아 세계의 악당들을 해치우고 다닌다는 동선이 특히 '10대, 20대 여성 관객층'에 어필할 구석이 많다고 여겨진다. 계속 속편이 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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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책 보고 리뷰한거 맞나요? 
안녕하세요? 이제 회색노트 읽습니다. 
리뷰 잘 봤어요 
윌스미스가 나온다니 보고싶은 영화네요.. 
이 영화 재미있나요? 찾아봐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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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6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