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이 몇 개 있다.
‘이동진의 파이아키아’도 그 중 하나다.
파이아키아란 유튜브 채널의 이름이기도 하고 그의 서재이기도 하다. 이름까지 있는 서재라니... 다수의 로망을 실현한 분이다.
파이아키아에는 2만권이 넘는 책과 1만장이 넘는 CD를 비롯해 4만여 개의 자료들이 있다고 한다. 미니멀리즘이 대세인 시대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로 60평 서재를 꽉 채우고 사는 맥시멀리스트다.
그는 영화평론이 본업이다. 유튜브 채널에서도 주로 영화이야기를 한다.
또한 유명 작가이기도 하다. 당연히 영화관련 도서가 많고 독서에 대한 책도 있다.
《밤은 책이다》는 출간된 지 10년이 넘은 서평집이다. 하지만 책 표지의 작가 사진이 약간 앳되어 보이는 점만 빼면 오래된 책이라는 느낌이 거의 없다. 79권의 책에 대한 서평이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빼곡히 실려 있다.
이 책은 작년겨울 중고매장에서 구매했다. 그때는 서평쓰기에 관심이 없었다. 그저 유명한 다독가는 어떤 책을 읽는지 그런 책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가 궁금했다.
좋은 책을 소개받고 싶은 마음에 읽기 시작했는데 얻은 건 그 이상이다. 해박한 지식과 깊은 사유로 무장된 논리와 언변은 나를 매료시켰다.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살고 싶고,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살고 싶다.
책날개에 있는 글귀이다. 언뜻 봤을 때도 멋있었지만 두고두고 생각난다.
열심히 살되 겸손히 순리를 받아들이는 것.
작가의 인생 모토는 내 것이 되었다.
오늘 다시 읽어보니 처음 읽을 때와는 다른 맛이 있다.
서평 쓸 때 도움 될 만한 내용도 많고 보이지 않던 부분도 보인다.
오늘도 가장 익숙하고 편안하게 독서에 빠진 나를 작가의 멋진 말로 대신해본다.
나는 책을 펴든다. 나는 나이면서 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