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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스크로 가는 기차 | 기본 카테고리 2022-05-2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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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곰스크로 가는 기차

프리츠 오르트만 저/안병률 역/최규석 그림
북인더갭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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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읽다 보면 처음 읽었을 때랑 시차를 두고 나중에 읽었을 때의 느낌이 다른 경우가 있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가 그렇다.

이 작품은 프리츠 오르트만이라는 독일 작가의 단편집 곰스크로 가는 기차에 실린 단편 소설이다.

 

작가 소개는 책날개 발췌로 대신한다.

 

프리츠 오르트만

1925년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의해안가에서 교사의 아들로 태어나 킬에서 자랐다.프랑스에서 전쟁포로가 되어 미국의 전쟁포로수용소에 수감되었으며, 전후에는 나치 독일을 떠나 영국으로 피신한 에리히 프리트(Erich Fried) 등의 작가들과 교류했다.

...

고향 킬로 돌아와 박사학위를 받은 후,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며 작품을 쓰다가 1995년 사망했다. 작품으로는 소설집 럼주차(Tee mit Rum) 장편 스테인드글라스(Bunte Glaser) 등이 있다.

 

국내에 많이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이 작품은 연극으로도 알려져 있고 TV드라마로도 방영된 적이 있어 유명하다.

 

줄거리

주인공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곰스크라는 도시 이야기를 들으며 성장한다. 그에게 곰스크는 이상향이다. 작품에서는 그 곳이 어디 있는지 어떤 곳인지 정확하게 설명되지 않고 멀고도 멋진 도시, 내 유일한 목포이자 운명, 희망, 열망 이라는 애매한 말로 표현된다.

 

나는 결혼식 직후 아내와 함께 곰스크행 열차를 탄다. 여행 둘째 날, 어느 시골역에서 기차가 정차한다. 우리는 내려서 주변을 구경하고 그러다가 기차를 놓친다. 다음 기차는 언제 올지도 모르고 차비도 비쌌기 때문에 당장은 떠날 방법이 없다. 일을 하며 시골마을에 잠시 머물기로 한다. 그곳에서 나는 곧 떠날 사람처럼, 아내는 눌러 살 사람처럼 행동한다.

 

기차가 올 때마다 나는 떠나길 원하지만 안락의자 때문에, 태어날 아이 때문에 떠나지 못한다. 세월이 흘러 우리는 마을에서 직업을 얻고 집도 구해 살게 된다.

사랑하는 가족과 직업, 이웃의 신망도 얻고 나름 행복하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기차소리가 들릴 때면 다락방에 숨어 곰스크를 그리워한다.

 

 

처음 읽었을 때의 감상

이 작품은 작년 7월에 처음 읽었다.

그 때는 주인공이 간절히 곰스크에 가기를 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아내와 같이 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녀의 진심에는 관심이 없다.

그가 결혼 전에 곰스크 이야기를 했을 때는 아내도 아마

어머, 정말 멋진 곳이군요. 저도 가고 싶어요!”라고는 했을 것이다.

당시 그녀의 매력에 빠져있던 그는 아내의 말이

곰스크에 대한 호감인지 남편이 될 자신에 대한 호감인지 구분하지 못한 것 같다.

 

아름다워 보이지만 아무 것도 보장되지 않는 곰스크 보다 당장의 생활이 중요한 아내. 그녀는 예쁜 집과 가구들, 아이와 함께하는 지금이 만족스럽다. 그녀가 현실에 안주하고 싶어할 때마다 순응하는 그는 현실 기준으로 착한 남자이고 곰스크 기준으로는 우유부단한 사람이다.

 

그는 기차소리가 들릴 때마다 아쉬워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기차소리가 들릴 때보다 들리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기차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의 그는 자상한 아버지이고 좋은 선생님이다.

 

모든 것은 그의 선택이었다.

그가 정말로 절실했다면 아내를 만나기 전에 곰스크로 떠났을 것이다. 굳이 절실하지 않은 사람과 살면서 기차를 놓칠 때마다 아내 핑계를 대는 모습이 좋아보이진 않았다.

불행한 것도 아니지만 마음 한 구석 아쉬움을 품고 사는 그에게서

우리네 보통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두 번째 읽었을 때의 감상

이번에도 자꾸 기차를 놓치는 주인공이 안타까웠다. 그런데 안타까움의 종류가 조금 다르다.

지난번에 읽었을 때는 그러면 결혼하지 말았어야지. 왜 자신이 선택해놓고 아내 탓을 할까?’하는 마음이 컸다.

 

이번에는 결혼했다는 이유로 꿈을 포기해야 하는 가장의 무게가 더 무겁게 다가왔다.

아무리 본인의 선택이라고는 해도 선택하는 시점의 우리는 미성숙한 인간이다. 가치관도 정립되지 않고 판단도 흐릿하다. 그런 상황에서 선택한 것들에 대해 우리는 무한 책임을 지고 살아간다.

 

그런데 꼭 곰스크로 떠나는 것만이 용기일까?

아무 연고도 없는 마을에 정착해서 직업을 얻어 가족을 부양하고 이웃의 신망을 얻는 삶이 쉬웠을 리 없다. 그 과정이 간단할거라 생각해서 주저앉은 것도 아닐 것이다.

마을에 정착해서 가족을 부양하는 삶은 곰스크로 가는 것 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리고 지난번에는 줄거리에 집중하느라 작가 약력까지 살피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그의 독특한 이력도 눈에 들어온다.

인용한대로 작가는 2차 대전에 독일군으로 참전했다가 포로가 되기도 하고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교사로 근무한 적도 있다.

전쟁에 참전하고, 포로가 되어 수용소 생활을 하는 날들은 하루하루가 생사를 넘나드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곳에서 작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곰스크로 가고 싶어 했을까 아니면 작은 마을에서 예쁜 아기를 낳고 오순도순 살고 싶었을까.

아마도 작가는 현재의 평화를 원했을 것 같다. 그래서 주인공을 곰스크로 보내지 않고 마을에서 선생님으로 살게 한 것이 아닐까.

 

길이도 짧고 내용도 단순하지만 읽을 때마다 다른 결이 느껴진다.

괜찮은 작품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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