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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벚꽃 에디션)

심혜경 저
더퀘스트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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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서점에 들렀다가 제목에 끌려 구매한 책이다.

할머니라는 책과 별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눈에 띈다. 작고 표지그림도 예쁘고. 갖고 다니기에 적당하다.

 

저자 심혜경 님은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27년간 사서로 근무했고 현재 번역가와 작가로 활동 중이다. 영어원서 번역 외에도 다른 외국어에 관심이 많아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베트남어, 에스페란토어를 공부했다.

 

이 책에는 책과 영화를 사랑하고 공부가 취미이자 생활인 인생 선배의 경험담이자 비법이 담겨 있다. 저자는 책머리부터 재미있어서 설렁 설렁 놀듯이 공부했을 뿐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대충해서 되는 일이 어디 있던가.

작은 책에 요약된 평생에 걸친 성공과 실패담을 읽다보니 내가 겪은 일과 비슷해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가치관이나 공부법 중에 기억하고 배울 점도 많아 몇 가지로 나눠 정리해 보았다.

 

배우다 그만두기

 

본문 첫 장부터 저자는 시작했지만 금세 중단한 공부에 대해 이야기한다.

태극권, 바느질, 수채화.

저자가 배우다 그만둔 일들이다.

태극권은 몸이 안 따라줘서 그만뒀지만 바느질 수업 덕분에 재봉틀도 다룰 줄 알게 되고 수채화 클래스에서는 마음에 드는 그림도 생겼으니 괜찮단다. 그러면서 새로운 걸 배우고 싶을 때는 큰 기대 없이 가볍게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내게도 꼭 배우고 싶어서 시작은 했지만 마무리 짓지 못한 일들이 있다.

피아노와 바느질.

피아노는 악기 하나쯤은 다루고 싶다는 마음에 시도했지만 1년 반쯤 걸려 체르니 30을 끝내고 결국 포기했다. 음감이 없고 손가락이 뻣뻣해서 하루에 서너 시간씩 꼬박 연습했지만 도저히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게다가 손가락 훈련만 죽어라고 하다 보니 점점 재미도 없어졌다. 지금도 피아노 잘 치는 사람을 보면 부럽긴 하지만 최선을 다해 연습했기에 포기한 게 아쉽지는 않다.

직접 아이 옷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시작한 바느질은 거금을 들여 재봉틀도 사다놓고 요란하게 시작했지만 몇 달 만에 싫증나서 간단한 옷 몇 벌만 만들고 끝냈다.

둘 다 하다가 중단한 일인데 포기한 일’, ‘실패한 일이라는 생각에 이후로 말도 꺼낸 적이 없고 생각도 하지 않으려 했다.

중단했지만 당당한 저자와 무엇이 달랐을까?

좋아 보여 시작한다고 해서 모든 걸 수년씩 지속할 수는 없고, 그렇게 할 필요도 없는데 나는 쿨하게 헤어지는 법을 몰랐다.

내 길이 아니다 싶으면? 그만 두면 된다.

저자는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의 부질없음을 알고 있다.

 

외국어 학습

 

효과적인 외국어 학습법으로 저자는 방송대를 추천한다.

영어영문학과, 중어중문학과, 일본학과, 프랑스 언어문화학과.

그가 편입해 공부한 학과들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마다 모임을 만들어 만화, 초등학교 교과서 등의 쉬운 원서를 보며 느리지만 지루하지 않게 배웠다고 한다.

나도 학교 졸업한지 10년 만에 방송대 영어영문학과에 편입해 공부한 적이 있어서 방송대 공부 이야기가 눈에 쏙 들어왔다. 주로 카세트테이프로 강의를 들었는데 혼자 공부하다 한 학기에 며칠 함께 하는 출석 수업은 짧아서 더 소중했다. 그 때 만난 분들과 함께 1년 넘게 원서 강독을 했는데, 다들 생업이 바쁜 분들이라 모임을 계속 할 수는 없었지만 아직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벽돌책 읽기

 

본문의 마지막에 벽돌책을 치우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작은 챕터가 등장한다.

저자는 조이스의 율리시스, 무질의 특성없는 남자,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같은 벽돌책은 독서모임을 통해 해치울것을 권한다. ‘해치우다라는 말이 언뜻 가볍게 들리지만 두껍고 어려운 책을 완독했을 때의 느낌을 잘 표현해준다.

읽다만 벽돌책들이 숙제처럼 책장을 차지하고 기다리는 중이라 저자의 독서 비법이 솔깃하면서도 원하면 언제든지 책을 좋아하고 공부를 즐기는 사람들끼리 모임을 만들고 꾸준히 만날 수 있는 여건이 부러웠다.

나는 아직 시도한 적 없지만 블친님들 중에도 독서모임을 갖는 분이 많은 듯해서 늘 호기심은 있었다. 검색해보니 내가 사는 지역에도 독서모임이 꽤 많다. 시간이 없고 낯가림이 있다는 이유로 망설였는데 새해에는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모임이 나와 맞지 않으면 그만두면 되니까.

 

하루하루는 되는 대로, 인생은 성실하게

 

책의 맺음말 제목이다.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살고 싶고,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살고 싶다.’

이동진 작가의 밤은 책이다라는 책에서 보고 블로그에도 쓴 적이 있는 글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반대다. 저자도 이동진 작가의 말을 언급하며 자신은 그와 달리 하루하루는 되는 대로 살면서도 인생 전체는 성실하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하루를 40시간처럼 쓰는 분이 되는 대로라는 표현을 쓰는 게 어울리지 않지만 그만큼 욕심보다 여유가 있어야한다는 뜻으로 읽었다.

여유를 가지고 살면서도 밀도 있는 하루를 보내고, 많은 것을 성취하는 비결이 무엇일까?

 

우리는 늘 타자의 시선을 통과해서 자신을 다시 만난다. 다른 이의 행동을 보면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의 행동을 점검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 매몰되면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더는 발전하거나 성장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내게 부족한 것을 채워서 남들보다 앞서가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외부의 시선에 너무 휘둘리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 행동할 뿐 정작 자신의 욕망을 뒤돌아보지 않을 수 있다.

(p.191)

 

이 책을 통해 책과 공부가 좋아 사서, 번역가, 작가라는 덕업일치의 삶을 살아온 저자의 비법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지만 더 기억하고 싶은 건 남을 의식하기보다 스스로에게 충실하고 인생을 여유롭게 관조하는 심혜경 작가의 마음 씀이다.

많은 자기계발서가 11초를 허투루 쓰면 큰일날것처럼 말하지만 저자는 연륜만큼이나 여유를 가지고 인생을 대한다. 이런 여유로움은 그의 본디 품성일까 아니면 살면서 얻어진 지혜일까. 독서 모임에는 저자를 초대하는 일도 간혹 있다는데 모임을 하게 된다면 꼭 만나고 싶은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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