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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트허르 브레흐만, 안기순 역,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김영사 2017 | 기본 카테고리 2019-01-1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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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뤼트허르 브레흐만 저/안기순 역
김영사 | 2017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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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뤼트허르 브레흐만, 안기순 역,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김영사 2017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맘에 드는 제목이다. 약간 위트있는 느낌을 준다. 내용이 궁금해지게 만들기도 한다. 나 또한 제목이 맘에 들어서 골랐다. 책을 직접 읽기 전까지는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그리고 어떤 추천이나 평가를 받고 있는 지 전혀 알지 못한 상태였다. 즉, 어떠한 사전 정보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채 몇 장이 지나기도 전에 책이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보아 이 책은 하나의 주제를 논증하는 책이다. 바로 '기본 소득'의 정당성과 효용에 대한 논증의 시도이다. 기본 소득은 최근 논쟁적인 주제이고, 기술 발전과 고용의 맥락에서 학계에서 활발하게 논의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미 이러한 주제를 다룬 몇 권의 책들이 있다. 그 책들의 출판년도가 최근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다는 사실은 이 주제가 '핫한' 주제임을 보여준다.


 이 책의 주제가 기본소득의 정당성과 효용을 논증하는 것이라면, 그 내용을 따져보기 전에 다른 것을 물어야 할 듯 싶다. 그 책들에 비해 이 책만의 매력이 있냐는 질문이다. 만일 여기에 답하기 쉽지 않다면 그저 그러 책이고, 답하기 쉽다면 나름의 매력이 있는 책이기 쉽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다른 기본소득을 다룬 책들에 비해 훌륭하다. 첫째로는 양이 그리 길지 않다. 참고문헌을 제외한다면 270 페이지 정도 되는 길이이다. 둘째로는 내용이 쉬우면서도 공백 없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기 쉽지 않은 것을 내가 항상 강조하는 것은 물론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그럴까?이런 주제를 다룬 많은 책들은 단순히 평등이라는 이상에만 몰두해 현실성을 잃어버리기 쉽다. 이런 식으로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른 가치들도 평등만큼이나, 때로는 그보다 중요성을 갖는 가치라는 사실을 잊거나 혹은 잊어버리고 싶어 하는 듯하다. 그러나 맹목적으로 평등만을 외치는 주장은 설득력도 없고 현실성도 없다. 현실에는 다양한 가치들이 존재하고, 그러한 가치들은 서로 타협함으로써 유지된다. 이를 무시한 채 하는 주장들은 공허하다. 


 기본소득을 옹호하는 보다 그럴듯한 논증들은, 따라서 더 세련된 형태여야만 설득력이 있다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보다 세련된 논증들은 기본소득의 구매력 제고를 근거로 들어 현실성을 포섭하려 한다. 자동화에 의해 일자리가 사라지는 현상이 심화되면,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 계층이 크게 위축될 것이고, 이는 경제에 다시 악순환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많은 논증들은 이 때 대공황의 예시를 든다. 고용 없는 성장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성장의 유지와 경제의 번영을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자본주의와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는 제도인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책에서도 그러한 논증의 가닥들이 잠들어 있다. 이 가닥들을 따라가는 것도 하나의 독서가 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이 책은 다른 근거들을 포섭한다. 이 점이 매력적이다. 물론 대중서인만큼 어마어마하게 독창적인 주장이 있거나 한 것은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저자는 통상적으로 가질 편견들, 예컨대 기본소득은 근로 의욕을 저하시킬 것이라거나,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반대들이 설득력 없음을 경험적 데이터들로 보여준다. 


 나는 이 점이 이 책에서 제일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책 말미에 나오는 것과 같이, 정말 많은 진보주의자들이 이 점을 간과한다. 특히 인문학을 성배로 삼는 '문화 좌파'들은 더욱 더 그렇다. 이들이 아까 말하는 '평등주의 이상론자'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다. 그러나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이다. 설득하는 일은 단순히 이상을 말하는 데에 그쳐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성공의 열쇠는 데이터에 있다. 명백한 데이터들을 무시하고 이념적 교조주의에만 몰두하는 이상들은 자기 자신을 고립시키고 그리함으로써 설득력을 잃기 마련이다. 현재의 우리도 일부 레디컬한 종류의 페미니즘 운동이 그런 행동을 통해서 정작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음을 보라. 그런 운동은 세상을 더 안좋은 곳으로 몰아넣기만 할 따름이다. '더 나은 세상'이라는 목표의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데이터와 논쟁들이다. 이 책은 그러한 양식의 설득의 클래식한 예를 보여주고 있다.


 앞서 나는 이 책이 기본소득의 '정당성'과 '효용'을 논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곰곰히 보면 지금까지 글은 기본소득의 '효용' 논증을 소개한 것에 가깝고, '정당성'에 대해 논하지는 않았다. 물론 평등에 대해 잠시 말하긴 했다. 그러나 평등이라는 가치에만 호소해 기본소득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평등이라는 가치 단독으로는 우리에게 어떤 것도 알려주지 못한다. 가령 평등에 호소해서는 모두에게 결과의 균등한 분배를 주장하는 맑시즘도, 혹은 최소한의 기회의 평등만을 주장하는 자유주의도 정당화될 수 있다. 기본소득 제도의 정당성은 평등에 호소해서만 획득할 수 없는 것이다. 추가적인 것들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것들이 어떻게 논증되고 있는지 잠시 볼 필요가 있다. 기본소득이 정당하지 않다는 주장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1) : 기본소득이 필요할 정도의 가난한 사람들은 돈을 가졌다고 해서 자신을 위해 적절히 쓸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기본소득 제도는 정당성이 없고, 다른 복지제도들이 더 정당하다. (2) : 기본소득은 그 자체로 정의롭지 못한 제도이다.(자유지상주의에 근거한 반대) 등. 다른 반대들도 물론 많지만 그런 반대들은 대부분 효용과 관계된 것이다.


 저자는 인지과학적 증거들을 들며 (1)이 적절치 못하다고 반박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현명한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바로 가난이라는 상황이 그렇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에 대하여 자세한 논증은 앨다 사퍼 & 샌딜 멀리네이션이 쓰고 이경식이 번역한 『결핍의 경제학』을 보라) 따라서 기본소득 제도는 그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적절히 선택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제도이다.

 

 둘째의 반박은 깊은 역사가 있는 이념적인 주제이므로 굳이 여기서 다룰 이유는 없어 보이고, 나머지는 책에서 저자가 어떻게 현란한 솜씨로 기본소득이 정당하며 또한 효과적인 제도임을 설득하는지 직접 보도록 하자. 나 또한 상당히 설득당했음을 인정한다. 이것보다 더 나은 설명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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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역, 『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on writing), 김영사, 2017 | 기본 카테고리 2019-01-1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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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저/김진준 역
김영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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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역, 『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on writing), 김영사, 2017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역, 『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on writing), 김영사, 2017

스티븐 킹은 매우 유명한 작가다. 장르가 강하게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넓게 보아 대중 소설을 쓰는 작가다. 아마 스티븐 킹을 모르는 사람들도 그의 작품 중 일부는 알 가능성이 높다. 그것을 스티븐 킹이 썼다는 사실을 모른 채로 말이다. 수천만 부 이상의 소설을 판매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만큼, 그가 글쓰기에 대해서 뭔가 말한다면 흥미가 생기기 마련이다.

동시에 스티븐 킹은 다작하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작가에는 다양한 타입이 있다. 일생 몇 권의 대작만을 내고 죽는 작가들(비트겐슈타인!), 적당히 몇 권을 더 내는 작가들, 그리고 아주 많은 작품을 내는 작가들(하루키!)이 있다. 이 중 가장 신기한 타입은 어쩌면 다작하는 작가들일지도 모른다. 몇 권의 걸작만을 내는 사람들은 장인과 같이 글을 쓴다. 매일 조금씩 쓰든 많이 쓰든, 끝없이 다시 깎아내며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책을 내놓지 않는다. 그보다 더 많은 작품을 내는 사람들은 중간 타입이다. 그런데 도대체가 다작하는 사람들은 - 모두 나름의 차이가 있겠지만 - 그 실행력은 둘째치더라도 그 수많은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해질 따름이다.

이런 사람답게 스티븐 킹은 매일 일정 시간 이상 글을 쓴다고 한다. 꾸준함이 아이디어의 원천일까? 정작 이 책에서는 그런 질문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무언가 특별한 상상력이 있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대신 말하는 것은 매일 일정시간 이상 글을 쓰고, 소재를 잡고,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기술들에 대해 말한다.

책은 몇몇 나눠진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력서, 글쓰기란 무엇인가, 연장통, 창작론, 인생론 등이다. 초반 백 페이지 정도를 이어나가는 '이력서' 파트에서는 글쓰기에 대한 내용보다는 스티븐 킹 본인의 어린 시절과 작가로서의 삶에 더 포커싱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뒤 내용보다 이쪽이 더 재미있었다. 그 다음 "글쓰기란 무엇인가" 부터 "창작론"까지가 이 책의 하이라이트인 글쓰기에 대한 조언 들이다. 열거하고 있는 내용이 워낙 많은 만큼, 하나 하나를 여기서 언급하기는 어렵다. 또한 글쓰기의 기술이나 테크닉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을 앎'보다 자신이 얼마나 그것을 사용하고 체화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런 것은 더 나은 글쓰기 실력을 원하는 독자들이 스스로 찾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다만 평가를 위해서 덧붙이다면, 상당히 설득력 있고 풍부한 예시로써 글을 쓰는 편이다.

다만 주의할 것은,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스티븐 킹이 대중 소설 작가인 만큼 픽션에서의 스토리텔링을 위주로 쓰여진 책이라는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논픽션에서의 진지하고 단단한 글을 쓰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소설을 좋아하거나, 혹은 소설을 직접 써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적잖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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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재, 『플라이룸』, 김영사, 2018 서평 | 기본 카테고리 2019-01-1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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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플라이룸

김우재 저
김영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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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재, 『플라이룸』, 김영사, 2018 서평



 모든 사람들은 제각각이다. 모두 각자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특징들이 일반성을 포착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정도의 것은 아니다. 어떤 대상이든 다양한 범주를 가지고서 그 대상에 대해 의미 있게 말할 수 있는 정도는 가능하다. 이 책 또한, 그리고 이 책의 저자 또한 그러한 방식으로 말할 수 있다. 과학 교양서, 과학자 - 특히 한국인 과학자. 생물학자. 행동유전학자. 

 

 그러나 동시에 일반성을 갖는 카테고리들 중에서도 더 특수해 보이는 것들이 있다. 마지막에 언급한 범주인 행동유전학자가 아마 그러할 것이다. 과학 교양서. 특히 생물학에서의 과학 교양서 대부분은 진화생물학을 소개한다. 물론 그렇다고 진화생물학이나마 만족스럽게 소개가 될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한국 과학 교양서 시장이 워낙 작은 탓이다. 요즈음 팔리는 대부분의 책은 페이지마다 글이 세 줄 밖에 없는 에세이이니 말이다. 여하튼 행동유전학자가 쓴 초파리 연구에 관한 소개서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새로운 종류의 책이다.


 단지 그뿐이라면 이 책이 갖는 특별함은 그 정도에서 그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저자가 굉장히 특이한 이력과 지적 배경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 김우재가 연구하는 주제는 단순히 행동유전학적인 것이 아니라, 진화생물학과도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이런 간학문적 주제들은 선행 연구를 따라가기도, 직접 연구하기도 어렵다. 한국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이 점 때문인지 이 책은 단순히 행동유전학이라는 하나의 분과학문(disciplinary)의 소개서가 아니라, 생물학의 다양한 연구전통 사이의 간극과 각각의 특유성을 그대로 담지한 채 서로 다른 전통의 과학들이 이렇게나 서로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모델 생물 간의 경쟁은 물론이고(쥐와 초파리), 초파리라는 모델생물 내에서도 크게 다른 연구전통들이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색다른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보통 과학자들이 세상에서 제일 관심 없어 하는 주제가 과학사와 과학 철학, 과학 사회학 같은 것들이다. 사적인 취미가 있을 지는 몰라도 대부분 과학자들은 정확한 과학사에 대해 무지하고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치열한 논문경쟁 하에서 취미 이상으로 과학사 공부를 하는 쪽이 오히려 이상하다. 과학철학도 마찬가지다. 많은 과학자들이 포퍼를 제외한 과학철학자를 지적 사기꾼쯤으로 생각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책을 넘기면 보이는 바로 첫 장의 각주에서 이미 과학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이 인용되고, 미국 실용주의에 대해 언급할 때는 그 분야의 고전인 <메타피지컬 클럽>을 인용하고,  빈 학파(vienna circle)을 이야기할 때는 칼 쇼르스케의 <세기말 비엔나>나 스티븐 툴민&앨런 재닉의 <비트겐슈타인과 세기말 빈>을 언급하지를 않나, 고인석이나 여영서 같은 국내 과학철학자를 인용하기도 한다. 이런 인용들과 언급들은 그리 길지 않은 책 속에서 수십 차례 등장한다. 나는 이점이 이 책에서 제일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자가 본인의 전문분야가 아니라 그러한 분과학문이 유지되고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리고 그것을 넘어선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들의 분과에서 보여주는 매서운 통찰력이 유지되기는 어렵다. 전혀 그럴듯하지 않은 소리를 하거나, 현실에 대한 고려 및 이해가 전무한 경우도 많다. 과학 전문가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에 걸맞지 않게도, 그것을 실현하기에는 정작 과학자 본인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환경들에 대해 무지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주요 주제 가운데서 틈틈히 언급되면서도 단단한 방식으로 그것을 구조화시키는 데에 성공한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일단 천천히 따져볼 만한 논증을 갖춘 주장인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다. 이런 사람의 글을 읽는 것은 독특한 경험이다. 근래 읽은 책 중에 가장 특이한 스타일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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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카쿠, 박병철 역, 『마음의 미래』, 김영사, 2015 | 기본 카테고리 2019-01-1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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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음의 미래

미치오 카쿠 저/박병철 역
김영사 | 2015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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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카쿠, 박병철 역, 『마음의 미래』, 김영사, 2015


 

 책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물리학자가 본 마음" 이라 할 법 하다. 여기서 "물리학자"스럽다는 것은 다양한 부분에서 드러난다. 기술의 발전 -특히 MRI 같은 뇌 관련 기술은 물리학적 원리들의 응용이 중요한 경향이 있다 - 을 통해서 뇌의 비밀이 남김없이 풀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나, 해부학적으로 특정한 뇌 부위가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에 대해 낙관적인 관점을 유지한다거나 하는 것 등은 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치오 카쿠는 '마음학'에 대한 전문가로 훈련받은 사람은 아니다. '마음학' 카테고리에서 과학자들은 뇌과학자, 엄밀한 의미에서 신경과학자를 말한다. 따라서 이 책 또한 신경과학의 복잡한 성과를 내세우기보다는 명료한 사실들을 되짚고, 기술 발전이 우리 마음의 이해에 기여할 부분이나, 실용화될 수 있는 부분 및 우려를 중심으로 책을 전개해나간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매력적인 점들이 있다. 뇌과학 관련 교양서를 읽는 사람들 중에서는 MRI, PET나 배외측 전전두피질 같은 용어에 좌절하는 사람이 많은 데, 카쿠는 이 지점에서 MRI, PET의 물리학적인 원리를 (교양 수준에서) 가볍게 설명해주며 진행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읽기 쉽다. 읽기 쉬운 것. 그것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중 하나가 그가 책에서 제시하는 이론 - 일종의 시뮬레이팅 의식 이론 -이다. 이 주장은 독창적인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지만 사실 이미 수십 년 전에 데닛과 같은 철학자들, 그리고 일단의 신경과학자들이 밝혀낸 내용에 가깝다. 물론 카쿠가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만큼 새롭고 독창적인 이론을 내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책 내내 심리철학이나 신경과학의 초기 관점들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서술을 곳곳에서 하는 것 치고는 이에 대해 별다른 이해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현대 인지과학에 대해서 이해가 있는 쪽은 아니다.


 또 하나 불만스러운 점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한 것과, '원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천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것', '원리적으로 가능하고 실천적으로도 가능할 것' 등등을 명확하게 구별해서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아예 구별치 않는 것은 아니지만, 책에서 언급되는 자극적인 소재들, 가령 텔레파시나 뇌 전파 하이재킹 등은 적어도 이번 세기 내에는 실현될 가능성이 없고, 조건 또한 까다롭다. 일반인의 흥미 위주에 맞춰서 글을 진행하다 보니 이런 점에서 현실성은 별로 없지만 매력적인 소재에 관해서 쓰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은 대목이다. 한 두 세기 이후에야 가능한 일은 내가 생각하기에 큰 의미가 없다. 차라리 그 전에 유전공학이 유의미하게 발전할 가능성에 점치겠다. 


 그러다 보니 정리 자체는 잘 되어 있고, 좋은 지점들이 분명히 있는 책이지만 비전문가의 주관이 깊게 개입된 흥미로운 소재 위주의 책이 된 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크게 따져보면서 읽는 것이 아니라 흥미 위주로, 또는 뇌과학 및 마음학에 대해 친절한 정보를 얻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책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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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켈리, 이충호 & 임지원 역, 『통제 불능』, 김영사 2015 | 기본 카테고리 2019-01-1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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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통제 불능

케빈 켈리 저/이충호,임지원 공역/이인식 해제
김영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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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켈리, 이충호 & 임지원 역, 『통제 불능』, 김영사 2015


 

 케빈 켈리는 훌륭한 작가다. 과학기술 분야와 관련해서도 굉장히 통찰력 있는 사람으로 꼽힌다. 영미권에서 이 분야로 제일 유명한 잡지인 <와이어드>지의 창립 멤버이자 편집장이기도 하다. 듣기로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한 잡지라고 한다. 더불어 기술 낙관론자이기도 하다. 


 이 책에 대해서는 장점보다 단점을 먼저 말하고 싶다. 이게 장점일지 단점일지는 독자에 따라 물론 다르다. 지금 나는 '단점이 될 수도 있는 요소'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이 번역은 2015년에 되었는데, 쓰인지는 20년이 되어 간다. 원판 copyright가 1994이니 25년 된 관점인 셈이다. 따라서 보다 최근의 정보나 관점을 얻고 싶은 사람은 저자의 (보다) 최근 책인 『인에비터블』이나 『기술의 충격』(『what technology wants』) 같은 책들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이것이 단점이 될 소지가 있으나, 오히려 장점으로 읽힐 수가 있다. 최근의 많은 연구들의 방향은 켈리가 책에서 예측하는 것과 정확히 동일한 방향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과감한 예측을 담은 책은 시간이 지난 후에 그 예측이 실제로 들어맞았는지, 만약 들어맞았다면 그것이 예측자가 주장한 이유에서 들어맞았는지 아니면 단순한 운인지, 혹은 들어맞지 않았다면 어떤 상황을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한 것인지 따져보면서 읽는 일도 즐거운 일이다.


 이를 따져보기 위해서 일단 책의 핵심 주장을 가볍게 짚고 지나가자. '가볍게'라고 말한 이유는 책이 (표현을 많이 순화해서) 굉장히 두껍기 때문이다. 참고문헌을 합한다면 거의 950페이지 정도 되는 책이다. 이를 제외한다고 해도 800 페이지가 넘는 책이니, 손이 썩 잘 가는 책만은 아니다. 그러나 두껍고 긴 논증에 비해서 핵심 주장은 간단하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기술의 방향성은 '기계의 생물화와 생물의 기계화'이며, 이는 같은 원리에 의해 제약된다. 이를 칭하기 위해 사용하는 그의 독특한 개념이 '비비시스템'(vivisystem)이다. 


 듣자마자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는 대목은 아니다. 이 점을 이해시키기 위해 켈리는 매우 긴 장과 수많은 사례들을 들어 이 점이 실제로 가능하고, 참임을 논증하려 한다. 핵심은 생물이 가진 분산처리와 하부의 자율지능(직접적 통제로부터 거리가 있다는 의미에서)이 로봇과 같은 기계를 설계하는 데에 적절한 방식이며, 지금까지 걷는 로봇과 같이 실제로 행위하는 '행위자' 로봇을 완성도 있게 만드는 것이 그렇게나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 그것이 '중앙 통제'의 방식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근육의 움직임과 같은 행위는 우리가 생각하기에 엄청나게 간단한 팔을 들어올리는 동작과 같은 것도, 수많은 조율이 필요하다. 따라서 복잡한 행위자는, 그 자신의 행위를 모두 지켜보고 결정하는 '중앙 처리자'의 명령을 통해서 설계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 오히려 중앙 통제의 포기와 자율적 반응 설계가 더욱 적절한 방식이다.


 이 말 또한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이 분야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던 사람은 더욱 그렇다. 당장 우리는 의식을 가지고 우리의 행위를 '통제'한 채로 살아가지 않는가?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대 인지과학에 따르면 우리가 '의식적으로' 인식하는 행위는 전체 행위의 1% 미만이라고 한다. 실제로 '통제'한다고 생각되는 행위는 더욱 적다. 우리 또한 당연히 대부분의 경우에서 자율설계 구조가 작동한다. 당장 이 글을 보면서 숨을 쉬고 있음을, 혓바닥 위치를, 눈을 감고 뜨고 있음을 의식해보라. (사과드린다.) 잠시간 매우 불편한 상황이 연속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얼마나 의식의 개입 없이 처리하는 행위가 많은지를 시사해준다.


 켈리의 본래 주장으로 다시금 돌아와보자. 그러하다면 실제로 현재 로봇 연구들은 켈리의 방식, 즉 켈리가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방식을 따르고 있는가? 이에 대해서는 복잡한 문헌들보다 하나의 실제 영상이 나을 듯하다. jtbc에는 <차이나는 클라스>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72회 mit 로봇연구소 김상배 교수의 설명 중 '스티키봇' 등을 참조하라. 생물의 근육이나 행동구조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로봇은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연구들이다. 


 물론 켈리는 굉장히 긴 방향에서, 장기적으로 도발적인 예측들이나 주장들을 편다. 그러면서도 기술낙관론적 시각을 견지한다. 그의 시각에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모두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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