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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부크홀츠, 류현 역,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김영사, 2009 서평 | 기본 카테고리 2018-11-2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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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홀츠 저/류현 역/한순구 감수
김영사 | 2009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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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부크홀츠, 류현 역,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김영사, 2009 서평

 나는 좋은 책들을 좋아한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독서가 딱히 재미있지도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제학 책이니까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말하자면, 시간이라는 한정된 재화를 사용하는 의사결정을 최적화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특정한 몇몇 경우들을 제외하고는 아무 책이나 집어들고 읽는 경우가 잘 없다. 그러다보니 보통은 이미 검증된, 오래 살아남은 책들을 주로 읽게 되기 마련이고, 이런 책들은 대부분 좋은 책이다. 그래서 사실 적을 평이 잘 없다. 원래 평가는 신랄하게 까는 맛임이 분명한데, 그런 맛이 잘 안 살기 때문이다. 이런 책들을 읽어내는 것은 즐겁지만, 평가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 못 된다.

 그래서 보통 이런 류의 책에 대해서 무언가를 적을 때는, 평가보다는 주석을 다는 느낌이 된다. 그 때에는 영향력 있었으나 지금은 논쟁적인 부분들, 혹은 그 반대. 아니면 시간이 흘러 더 이상 유효하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들에 대해 보통 말하게 된다. 그것이 우리가 이른바 '고전'이라고 부르는 책들을 다루는 방식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거의 나오자마자 히트를 쳤고, 많은 사람들이 이름은 들어보았을 - 물론 절대 읽지는 않았을 - 책이고, 이 책을 따라 수많은 아류작들이 생겨났음에도 그 근처의 수준도 잘 오지 못하는 책이다. 미사여구를 길게 늘어놓았지만 좋은 책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떤 내용이 들어가 있는 책인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도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이토록 유명하게 된 걸까? 결론부터 말하

자면 이 책은 경제사상사를 다루는 책이다. 특히 인물을 중심으로 해서.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 토머스 맬서스, 카를 마르크스, 존 스튜어트 밀, 케네스 갤브레이스, 소스타인 베블런, 알프레드 마셜, 존 메이너드 케인스, 밀턴 프리드먼,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제임스 뷰캐넌, 로버트 루카스, (여기서부터는 사심 가득하게) 허버트 사이먼, 대니얼 카너먼 등이다. 한 번쯤 들어보았을 만한 이름들이 많겠지만, 대부분의 독자는 이 이름들이 등장하는 순간 기가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의 미덕은 이들을 상당히 쉽게,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하게도 큰 왜곡 없이 서술한다는 점이다.


 쉬우면서 최소한으로 왜곡하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많이 어려운 일이다. 당장 각 분야의 수준급의 학자들이 제대로 된 입문서나 소개서 하나 쓰기를 그렇게도 어려워한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라.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보통 이런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낸 책에 비로소 '좋은' 이라는 형용사를 붙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앞서 설명해놓은 것처럼 몇 가지 주석만을 달고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저자는 상당히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실제로 그것은 상당히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저자의 입장이 신고전학파 -그리고 아마도- 통화주의자에 가까운 것임을 고려해 보면서 읽는다면, 더욱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내가 생각하기에 이 책에서 가장 훌륭한 부분이라고 판단되는 부분은 바로 케인스에 대한 서술이다. 케인스는 신화화되기 쉬운 사람이다. 하나의 학문을 체계적으로 했다기보다는 다양한 부문에서 놀라운 업적을 남긴 사람이고, 많은 사람들은 케인스가 정확히 어떤 지적 배경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조차 힘겨워한다. 예컨대,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케인스의 몇 년 선배로서 일종의 케임브리지 엘리트 클럽의 동료였는데, 그가 철학자로서도 상당히 조예가 있었다고 평가한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철학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관심이나 소양이 없는 현재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왜 케인스가 그토록 제대로 이해받기 힘든지 이해하게 된다.


 물론, 이 책의 주제는 경제사상사이므로 케인스의 경제학적 업적을 중심으로 접근하지만, 내가 보기에 케인스를 놀랍도록 상당히 이해하고 있고, 참고 자료를 보면 그 범위도 상당하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후에 합리적 선택이론과 케인스를 연관지어서 케인스를 비판할 때에 사용되는 논리가 이런 적확한 이해에서 나오는 것 같이 보인다. 이 챕터를 특히 주의깊게 읽어보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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