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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벽이 문이 되는 순간

김시래 저
파람북 | 2019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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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전환에 대한 책들은 무수히 많다.
진리는 사소한 데서 발견되는 법이지만
사실 일상 속에서 다르게 생각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던대로 하는 일도 가끔 놓치기 마련이다보니
다르게 생각하고 시도할 엄두가 잘 나지 않는다.
가끔 "뒤집어 생각하기", "다르게 보기"의 달인과 함께 일하게 되면
일의 진척도가 느려지고 뭔가 계속 브레이크가 걸리는 느낌이 든다.
이것이 바로 이상과 현실의 차이라고나 할까.

광고계의 인물들의 이야기는 우선 재미있다.
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끝어 얻어낸 "차별적인 광고"인지를 알게 되면
그렇게 부러운 직업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여기 또 한 명의 광고인이 쓴 책이 있다.
제목도 그쪽 계열의 책임을 명확히 한다.
<벽이 문이 되는 순간>이란다.
어린 시절 곰이 문이 되는 순간은 있었지만..(아... 아재개그..)
벽이 어찌 문이 된다는 말인가.

오랫동안 현장에서도 일하고, 대학교수의 길도 걸었던 저자는
본인이 걸어왔던 길을 회상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두런두런 펼쳐놓는다.
책읽기를 권하나 싶은데 결국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며 창의적 발상을 확인해야한다는
조금은 평범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변화에서 가장 힘든 것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가졌던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내가 가진 음식의 취향도 '갈란투스꽃'과 같았다. 같은 방식은 변화에 대한 둔감함을 불러 감수성의 날을 무디게 한다. 호기심이 사라지고 맹목과 답습만 남는다. 뭘 좀 이룬 사람들이 익숙한 것과 결별해야 하는 시기는 바로 이때다. 늙는다는 것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생각의 문을 걸어 잠그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생각의 궤도를 수정할 수 없는 사람들이 바로 늙은이다. 회춘의 가능성은 시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열린다. 생존을 원한다면, 판을 뒤집고 싶다면, 적어도 어두운 골목으로 밀려나고 싶지 않다면 궁금증으로 가득한 질문지를 움켜쥐고 변화로 가득한 신세계를 두 팔 벌려 맞아야 한다. 반복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모험으로 가득한 여행을 감행하라는 소리다.


나이들어 보이는 외모보다 더 심각한 것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하던대로를 외치는 내 모습이었다.
워낙 성격 자체도 변화에 익숙치 않았던터라 새로울 것도 없었지만
어느 순간 꼰대식 사고를 하고 있는 내 모습에 화들짝 놀라게 된다.
내가 가장 싫어하던 어른의 모습.
그것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이제 와서 모험의 세계로 발을 디디란다.
나는 벌써 한발 담근 것 같긴 한데.. 힘들다...


가을이 우리 앞에 와 있다. 소박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음식과 차창 밖으로 풍요롭게 펼쳐진 풍경과 함께 사색을 나누고 생각을 보태는 교감의 자리로 나가 이 가을을 맞을 수 있다면, 당신은 미각과 시각과 감각을 통해 이 가을을 제대로 맞이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떻게 유유자적의 시간만이 될 것인가. 자연스럽게 세상에 떠도는 수많은 데이터나 정보, 옳은 견해보다 나만의 확실한 주관이 만들어지고 익어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독서가 책을 통해 작가의 생각을 읽어내 세상사 온갖 경우의 수를 확보하는 일이라면, 밖으로 나가 사람과 사건을 마주치는 일은 그 경우의 수를 눈으로 확인하고 추론하는 관찰의 과정이다. 세상은 책에서 공부한 내용을 적용해보는 실험장인 셈이다. 제대로 하려면 기록하고 리포트로 남겨야 한다. 우리가 부러워할 사람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 꼼꼼이 기록하는 사람이다. 오늘 당신이 가을은 어디쯤 있습니까.


소심하게 책으로 세상을 만나고 있는 나에게
저자는 콕 찝어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가을이니 날씨도 좋겠다, 나가서 사람을 만나라고 한다.
내가 생각해낸 그 무엇인가를 확인하는 시간, 키울 수 있는 시간,
그리고 확신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의 삶이 작동하는 현장은 책이 아니라 생활이며,
변화무쌍한 사건들이 작동하는 곳이라 했다.
그래서 그는 마지막에 "무림의 고수는 현장에 있다"고 말한다.

꼰대가 아닌 어른이 해주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현장의 경험담.
<벽이 문이 되는 순간>이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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