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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리어 셰프의 특별한 책읽기 | 리뷰카테고리 2019-10-09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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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독서 주방

유재덕 저
나무발전소 | 2019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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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모아서 봐야 좋다고 하는데, 요즘은 또 "책에 관한 책"을 자꾸 읽게 된다.

독서를 어떻게 하면 많이 할까에서 독서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일까를 지나,

남들은 책을 어떻게 읽나 기웃거리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서 그런지,

직업에 따라 조금 다른 시각으로 책을 접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특히 그 직업이 셰프라면?

웨스틴조선호텔서울의 총주방장 유재덕이 "파불루머"라는 낯선 이름을 걸고

자신이 읽은 책들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요리사인 나의 일상과 더불어 내가 읽은 책을 한 권씩 소개하는 신문 칼럼 '파불루머 유재덕의 칼과 책'은 지금도 연재가 이어지고 있다. '파불루머'라는 말은 김성신 평론가가 나에게 선물한 별칭이다. 호처럼 내 이름 앞아 붙여 쓰라고 했다. 파불루머는 '음식물'이나 '영양물'을 뜻하고, 그래서 '마음의 양식' 등을 표현하는 숙어에서 주로 활용되는 라틴어 'pabulum'에서 따온 단어다. 여기에 영어식으로 'er'을 붙여 '음식가'라는 뜻을 담았다. 평생을 화려한 호텔 요리사로 살았으니, 나이가 들어 은퇴하면 소박한 음식가로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맛을 넘어 생명에도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되는 것, 그런 꿈을 꾸어보는 것, 더없이 근사한 인생 목표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를 잘 둔 덕인지 그는 이렇게 친구 덕분에 책을 읽고 칼럼을 쓰고 책을 펴내게 되었다.

하나의 직업에 몰두하며 인생을 살아온 친구에게

이 사람아 이런 책을 읽고 칼럼을 써봐 라고 권해줄 수 있는 친구가 몇이나 되겠는가.

점점 책을 읽는 재미에 빠진 그는 음식에 관한 책 뿐 아니라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인문학까지 그 영역을 넓혀간다.

그가 가장 먼저 소개한 책은 고추에 관한 이야기 <페퍼로드>였다.

알싸한 고추에 관한 요리사다운 감상평의 마지막은 이랬다.

 

인생도 그렇지 않던가? 지나친 것은 부족함보다 늘 못하다. 훌륭한 인생이란 균형과 조화다. 최고치들의 난삽한 조합이 아니란 말이다. 고추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향신료지만 그렇다고 가장 매운맛을 가장 훌륭한 요리라고 하진 않는다.

 

요리사의 입장에서 <음식의 심리학>,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먹을까> 등의 책을 소개하고,

 <여성 셰프 분투기>를 통해서는 요리계의 성차별에 대한 진지한 자기반성을 담고 있으며,

줄리언 반스의 요리 분투기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에서는 기본을 지키는 레시피 쓰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에 대해서도 코믹하게 다루고 있다.

 

 <나는 어머니와 산다>를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가 독서를 권하는 부분이었다. 오랜 간병 후에 찾아오는 마지막 이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 죽음을 통해 우리의 삶을 더 깊이 만드는 것. 이 모든 삶에 대한 사유가 책을 읽음으로써 쉽게 가능해진다는 그의 이야기에 나는 크게 공감했다. 이 책은 독서란 '유한한 인간이 불멸에 맞서는 행위'라던 샤를 단치의 그 장렬한 독서론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누구나 태어나면 언젠가는 맞이하게 되는 죽음. 이 불변의 사실을 정직하고 용감하게 인식할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의미 있는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도서관에 갈때마다 한기호 선생의 <나는 어머니와 산다>를 만지작거리다 온다.

읽으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읽지 않았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내가 나이듦도 감당되지 않는데, 부모님의 노환을 수발들며 써내려간 책이라니.

정말 그의 말처럼 독서가 삶에 대한 사유를 가능하게 할지.

 

한 분야의 최고는 다른 분야에서도 최고가 되기 쉬운 것인지,

아니면 최고가 되는 법을 알고 있기에 다른 분야로 옮겨가기 쉬운 것인지 모르겠으나,

저자는 친구의 권유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는 믿기 어려운 필력을 자랑한다.

최고의 맛을 추구하는 호텔리어 셰프가

최고의 인생을 위해 필요한 덕목을 책에서 골라내 맛있게 차려낸 한상,

<독서주방>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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