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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평소의 발견

유병욱 저
북하우스 | 2019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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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의 책을 좋아하는 것은 왜일까.

그들이 짧은 문장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는지,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문장을 채집하고, 사람을 연구하고, 회의를 하는지

그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해서였다.

그렇게 박웅현 대표를 알게 되고, 김민철 작가를 알게 되고,

이번엔 유병욱 작가라니.

나의 일관된 취미 덕분인지 한 자리에서 일하던 세명의 저자의 책을 이렇게 읽는 우연이 만들어졌다.

비슷한 일을 하던 사람들이라 그 결도 비슷하지만, 스타일은 조금씩 다르다.

<평소의 발견>이라는 심플한 제목이 마음을 움직였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몇 번 쓰고 나면 다시 깎아야 하는 원시적인 필기구를 왜 굳이 쓰냐고. 저는 대답합니다. 깎기 번거로워서, 호흡을 고를 수 있다고. 예전에 중요한 카피를 쓸 때면 칼로 연필을 직접 깎았습니다. 지금은 게을러져서 그 정도의 정성을 기울이지는 못하지만, 대신 연필깎이를 돌리면서 생각을 정리하곤 합니다. 100미터를 뛰기 전에, 심호흡을 하는 느낌으로요.

 

어른이 되어 연필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다.

어쩔 수 없이 급하게 볼펜으로 갈겨 쓸 수 밖에 없는 시간이 더 길지만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엔

역시 연필이다.

좋은 연필은 좋은 생각을 가져다 줄 것 같아서

깎을 때마다 좋은 향이 나는 짙은 심의 연필을 한다스씩 사놓고 사각사각 글쓰는 시간을 사랑한다.

그런 짧은 여유를 가지는 것도 쉽지 않은 요즈음이지만.

 

사소한 것이 결정적인 것을 말해준다.

 

나를 대하는 상대방의 태도는, 메일에서 발견되는 오타만 봐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 기업의 홈페이지에 올라간 잘못된 약도는, 그 회사가 고객을 대하는 태도를 말해줍니다. 선물의 포장지는 내용물을 더 좋게 바꾸진 못하지만, 적어도 그것을 전하는 사람이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우리는 사소한 것에 더 신경을 써야 할지도 모릅니다. 사소함 속에 진실이 숨어 있으니까요. 우리가 미처 감동할 준비를 하지 못한 순간 찾아오는 조그만 배려가, 때론 가장 깊은 감동으로 남으니까요.

 

직장 바로 앞 버스 정류소에서 우당탕 미끄러져 슬라이딩을 보여준 것 보다,

알림자료랍시고 뿌린 글에 오타가 있을 때가 더 부끄럽다.

무언가 준비가 되지 않은 내 모습을 들킨 것 같고, 당신들에게 나의 최선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부끄러움.

저자는 사소하고 평범한 것에서 배려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가끔 상사에게 비싼 선물을 보내며 무언가 잘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막상 상사의 이름을 잘못적어 보내는 경우를 많이 봤다.

홈페이지만 한번 뒤져봤더라도 알 수 있었을 직책과 이름을 헷갈려 하며

"어쨌든 그분"을 바꿔달라고 무작정 전화하는 사람도 많이 접했다.

사소한 것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과 어찌 큰 일을 도모할까.

 

당신의 나이가 몇이든, 질문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주눅들 필요 없습니다. 다들 모르면서, 아는 척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누구의 손에도 답은 없습니다. 그러니 묻는 것이 부끄러울 이유도 없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어른 여러분, 묻고, 의지하고, 판단하고, 길을 열어주세요. 이 시대엔 멋진 어른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합니다.

 

요즘의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다.

나는 최근 3개월 동안 내 옆의 직원에게 "미안하지만 이것 좀 봐주세요",

"미안하지만 이것 좀 알려줄래요"를 하루에 최소 20번 정도 말하며 지내왔다.

난생 처음 하는 업무라 한참 어린 직원에게 미안하지만을 연호하며 물어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처음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점점 지쳐가는 그 직원을 보니 너무 미안했다.

게다가 나이도 나이다보니 한번 들었다고 다 기억하는 것도 아니었다.

얼마 전 욱한 마음이 들었는지 "7월 이후 맘 편하게 퇴근해본 적이 없다"고 하는데

꼭 나 때문인 것 같아서 맘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모르면서 아는 척 고개를 끄덕이고 싶진 않았다.

그냥 몇달 미안하고 빨리 업무를 익히는 것이 살길이다 싶었다.

멋진 어른은 못되더라도 못난 어른은 되지 않기 위해서,

나는 앞으로도 계속 묻고 또 물어야할거다.

 

문장을 줍고, 간직합니다.

 

글 쓰는 일을 하기 때문에 생긴 습관이지만, 꼭 좋은 카피를 쓰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때론 문장이 좋은 내비게이션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음에 담아둔 몇 개의 좋은 문장들이 살면서 방향을 잃었을 때 덜 헤매게 하고 더 빨리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해주었던 경험, 다들 있으실 거예요. '그래, 그런 말이 있었지.' 떠올리고 나서는 혼란스럽던 머리가 선명해지던 문장. 저를 달뜨게 만든 문장. 필요할 때 차가운 합리주의자로 만들어준 문장.

 

문장을 쌓아두는 건, 저보다 더 깊이 생각하고 더 과감하고 더 매력적인 사람을 곁에 두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러니 별수 있나요. 눈에 띌 때마다 간직하는 수밖에요.

 

좋은 책을 읽는 이유는 문장을 채집하기 위해서였나보다.

명언을 읊어대며 잘난척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

매력적인 사람을 곁에 두는 것과 같다는 비유가 참 멋지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 외롭지가 않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 참 쉽지 않지? 그런데 있잖아. 내 생각에 사람이 주는 스트레스는 2년인 것 같아."

"2년이요?"

", 나는 그랬어. 2년 정도가 지나면, 정말 별로였던 그 사람이 알아서 회사를 옮기거나, 아니면 내가 내 자리를 떠나게 되더라. 너무 마음 쓰지 마."

 

직장을 다니다보면 일도 일이지만 사람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는 그에게 박웅현 대표는 이렇게 말해줬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나도 거의 2년에 한번 팀장이 바뀌었고,

같이 오래 일해야 3~4년 정도였다.

한 팀에서 오래 같이 일하기란, 우리같은 조직도 마찬가지였다.

재단이라는 이름 하에 로테이션도 잦았고,

지금의 나처럼 뜬금없이 다른 자리로 발령이 나 일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능력이 없어 나는 이렇게 아직 이 조직에 남아있지만

떠난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나에게 못할 짓을 하던 상사도 결국 2년을 못 채우고 헤어졌다.

속이 시원하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더 심한 상사가 괴롭히기 시작한 경우도 있었지만,

그래, 이 또한 지나가리라.

 

특별할 것 같았던 카피라이터의 일상.

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발견한 것은 사소한 것에서 인생의 보석을 발견해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카피라이터의 평범한 일상이었다.

메모와 사색, 음악과 밑줄로 이뤄진 문장채집가의 삶,

<평소의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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