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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서른하나, 간호사가 되었습니다

푸른(배윤경) 저
반니라이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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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가리는 성격이 어딜 가지 않아서, 병원에 처음 근무하면서 친해지는 건

겨우 같은 부서 같은 또래의 직원들 뿐이었다.

먹고살려고 오래 근무하다보니 이런저런 부서의 직원들과 교류를 갖게 되었고,

결국 1주일에 한번은 만나 밥먹고 차마시는 최종(?) 멤버는 간호사들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그들의 속사정을 일반 사람들보다는 좀 더 알고 있긴 하다.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병원의 인력난은 꽤 심각하다.

처음엔 의사쪽 인력난이 메인이었다가 요즘은 간호사쪽도 난리가 났다.

간호등급제 시행 이후 간호대학과 병원 간호부의 관계는 역전현상이 일어났다.

내가 입사했을 때만 해도 교수님들이 마실거라도 챙겨서 병원을 돌며

우리 아이들 부탁한다고 인사를 하고 다니셨던 것 같은데,

요즘은 병원에서 각 대학을 다니며 "병원 설명회"를 하고 다닌다.

그렇게 다녀도 아이들이 별 관심이 없단다.

병원에서는 예비 간호사들의 시선을 끌기위해 동영상을 제작하고

쌈빡한 기념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지만 워낙 간호사들이 부족하다보니

그런게 잘 먹히지도 않는다는 것이 중평.

 

본인이 원하기만 하면 취업률 100% 간호대학이 인기과가 된 것은 당연한 이치.

하지만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로 일하는 비율을 따져보면 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신입 간호사들이 그만두는 속도도 거의 5G급이 되어간다.

4년을 공부하고 실습까지 하고 온 사람들 입에서

"간호사가 내 적성에 안 맞는 것 같다"는 이해불가의 사직이유부터,

유니폼 얌전하게 개놓고 잠수를 타는 사람들까지.

그만두는 이유와 방식은 각양각색이다.

 

직업을 갖게 되었으면 그래도 1, 최소한 몇달은 해볼 것이지

어찌 저리 끈기가 없나 끌끌 혀를 찰 법도 하지만,

퇴근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 짝이 없다.

분명 말끔하게 묶은 머리로 출근했을텐데 거울 한 번 볼 여유가 없었는지 머리는 삐죽삐죽 삐져나오고 얼굴은 피곤한 기색이 가득하다. 게다가 밥도 제대로 못 먹었는지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들고 달랑달랑 들고가는 모습을 보면 힘들었냐는 위로의 말이 절로 건네진다.

 

이렇게 힘든 직업 간호사가, 서른 하나에 되었다는 용자가 있다.

아마 다른 직업에 몸담았다 뒤늦게 간호대학을 진학했겠지.

요즘은 그런 사람이 많기 때문에 특별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병원에 적응하는데 좀 더 힘들긴 하다.

나이보다 연차가 우선되는 분위기라 더욱 그런데, 업무의 특성상 어쩔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직군이든 실수가 환영받을 일은 아니지만 병원은 환자의 목숨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으니 어쩔 것인가.

서른 하나에 간호사가 되었다는 그녀는 설렘 가득한 맘으로 병원으로 출근했지만

병원 생활에 적응하기도 전에 "투약오류보고서"와 친숙하게 되었다고.

출근하자마자 인계를 받고 환자들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도 힘든데

처음 하는 일이니 모든 대응도 미숙하고, 혈관 잡는 것은 또 얼마나 어려웠을까.

잠시 정신줄을 놓으면 바로 투약오류사고가 나니 그녀도 무척이나 괴로웠을 것이다.

큰 뜻을 가지고 뒤늦게 찾아온 직업인데 그 직업이 나와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면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래서 그녀는 스스로를 "미운 오리 신규 간호사의 고군분투 성장기"라고 부제를 달았나보다.

 

큰 병원에서 적응하지 못한 그녀는 조금 여유를 갖고 근무할 수 있는 노인병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보통 간호사들이 선택하는 코스는 아니지만,

간호사를 그만 두느냐, 계속 해 보느냐의 기로에서 그녀는 계속 하는 쪽을 선택했다.

옮겨간 병원에서도 그녀의 투약오류보고서 작성은 계속되었지만

시간은 흘러가고, 그녀도 조금씩 성장해간다.

그녀의 성장은 더뎠지만 그만큼 더 다져진 느낌이랄까.

 

많은 간호사들이 배출되고 있지만 또 많은 간호사들이 그 길을 포기하고 있는 요즘이다.

어떤 직업이든 그 시작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의료계에서 의사와 간호사의 역할은 절대적이고

어떤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는 엄격한 분위기는 신규 간호사를 주눅들게 할 것이다.

그래서 요즘 병원에서는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1년을 견딘 신규간호사들을 대상으로

"돌잔치"를 성대하게 치러준다.

4년 공부하고 긴장된 면접을 거쳐 입사한 병원에서 또 죽어라 1년을 견뎌야할 줄 몰랐을텐데,

씩씩하게 버텨준 신규들이 고맙고 또 고맙기 때문이다.

 

혹시 간호사가 되어 많은 고민에 빠진 사람이라면,

나만 이렇게 힘들고 적응을 못하나 회의감이 드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보통은 자기가 잘하고 잘난 부분을 글로 써내고 싶어하는데,

저자는 특이하게도 자신의 실패와 실수들을 가감없이 쓰고, 정면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는 본인의 이야기를 읽고 많은 간호사들이 희망을 가졌으면 한단다.

힘듦의 돌파구를 특이하게 글로 풀어낸 미운오리 신규간호사의

리얼 병원 적응기 <서른 하나, 간호사가 되었습니다>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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