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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인 여자"들이 털어놓는 여자로서, 작가로서, 생활인으로서의 삶의 이야기들 | 리뷰카테고리 2019-12-08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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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요조,임경선 공저
문학동네 | 2019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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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와 임경선, 두 사람이 책을 냈다는 말에 반가워 찾아봤다.

제목도 좋고. 그런데 부제가 나를 좀 멈칫하게 만들었다.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

~ 닭살이야.

 

원래 자기들이 살았던 시절(?)에 일어나지 않았던,

혹은 본인이 해보지 않았던 일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있다.

보통 교환일기 이러면 사귀는 사이에 쓰는 게 아닌지.

이걸 읽을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약간은 모험한다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원래 요조나 임경선이나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 같고

무엇보다도 자신들이 부끄러워할 책은 안 낼 것 같은 믿음 같은게 있어서다.

 

우리도 친한 사람들과 사적인 대화도 나누지만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요조와 임경선, 이 두 사람은 어린 시절 단짝처럼 하루종일 메시지로 이야기를 나누다

결국 이렇게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지 말고 자신들의 대화를 책으로 기록해보기로 했다고 했다.

역시 작가. 어찌 그걸 책으로 낼 생각을!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솔직함 덕분에

다른 책에서 보기 힘든 여성으로서의 삶, 섹스, 생리 등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어

살짝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것이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들이니 어쩔 것인가.

읽기 어렵지 않으면서도 많이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책 한 권 내내 이어지고 있다.

 

저는 지극히 경계하는 두 타입의 부류가 있어요.

하나는 극단적인 사람들이에요. 언니가 말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렇게 극단적인 사람들 같다는 생각을 해요. 아무리 옳은 대의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아무리 정의로운 이론을 믿는 것이라 해도 그것이 극단적이 될 때는 아주 위험해지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 극단적 태도가 세상을 아주 단순하게 선과 악으로만 보게 하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맞고 나랑 의견이 다르면 너넨 다 적이야, 악이야, 이렇게 몰아가기 쉽고요.

두번째 부류는 대외적으로 빈정대고 조롱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에요. 나와 생각이 다르고, 내가 봤을 때 저 사람이 틀린 것 같은데, 딱히 버럭할 용기까지는 없는 경우에 빈정대고 조롱하게 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이것도 극단적인 사람들의 경우처럼 아무리 나와 같은 의견과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비웃고 조롱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저는 피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조롱은 매우 비겁하고 치사한 태도라고 생각하는데다가, 문제 해결에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는 것 같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은 참 재미있게도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친해지는 경향이 있다.

나는 앞에서는 두려워서 말을 잘 못하고 뒤에서 궁시렁거리는 스타일.

시키는 일 싫다고 말 못하고 다 해놓고 힘들다고 끼리끼리 모여서 넋두리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인간들끼리 모여서 대화하고 서로 바보같다고 말하고. 뭐 그러면서 살아왔는데

나 역시 극단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을 경계해왔던 것 같다.

무조건 싫다든지, 그냥 싫다든지. 정말 어른이 어른답지 않은 말을 할 때

상대방에게 무한 실망을 해왔었다.

자신의 기분을 업무에 그대로 투여하고 결정권을 행사하는 사람들을 볼 때,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를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작가이지만 강연도 많이 다닌다.

글도 아마 청탁을 많이 받을 것이다.

나는 부끄럽지만 원고청탁을 하면서 늘 "고료가 너무 적어 죄송하지만...."이라며 청탁을 해왔었기 때문에 고료와 상관없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정치인"이나 "국가기관 또는 그 유사기관의 장"들에게 연락을 하곤 했다.

제대로 된 글쟁이들은 당당히 자신의 최저 원고료를 제시했는데

다소 높은 가격이라 생각이 되다가도 그래서 프로가 아닌가 싶어 납득했다.

얼마 전 글을 써주겠다는 기관장이 마감이 지나서야 펑크를 내는 사고가 있어서

아는 작가분께 급하게 SOS를 쳤고, 그분은 특별히 할인된(?) 고료로 원고를 써 주셨다.

사비출혈이 있었지만 나는 그 금액도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같은 뻔뻔한 청탁자들이 꽤 많은 모양이다.

임경선이 내놓은 페이 협상법은 재미로 읽을 수 있지만 마냥 웃을수만은 없다.

대놓고 "재능기부"를 해달라는 사람도 있다니 염치가 참 없다 싶다.

그걸 왜 자기들이 결정하나?

 

요새는 몸과 마음을 '사리는'시대잖아.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너무들 예민해지고 조심스러워하고 쉽게 상처를 받고, 너무 가까워지면 과한 기대를 한 만큼 실망도 클까봐 지레 겁을 먹고, 내가 마음을 준 만큼 돌려받지 못하면 억울해하고...... 그러다보니 일종의 인간관계 처세술처럼 적절한 거리를 둬서 나를 지키겠다, 같은 강박이 생기는데 그게 또 역으로 보면 그만큼 개입하진 않겠다, 식의 발뺌을 느껴져서 서운하고 외롭기도 하지.

 

나이가 드니 새로 만나는 사람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기도 하지만,

예전의 기억이 떠올라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조심스럽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비겁함을 다른 말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미리 가까워지는 것을 막는.

어떻게 보면 참 불행한 일인 것 같다.

 

저는 소설가가 쓰는 에세이에 굉장한 매혹을 느껴요. 허구의 이야기들로만 만들어진 소설가의 거대하고 견고한 성 안으로 여행을 가는 기분이 들거든요.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작가의 진짜 생활, 진짜 생각을 몰래 구경하는 거죠. 그치만 에세이야말로 실은 무시무시한 픽션이라는 걸 알아요.

 

나도 참 좋아하는 작가 김영하.

김영하 작가가 최근 쓴 에세이 <여행의 이유>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임경선 작가도 이 책이 너무 좋다며 요조에게 말했고,

요조는 또 그 책을 읽고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그냥 김영하 작가의 책이라서 좋다는 단순한 생각만 했는데,

"소설을 쓰는 작가의 진짜 생활과 진짜 생각을 구경하는 것이 그들이 쓴 에세이"라는 글을 보니 그래서 얄팍한 감성이 가득한 에세이와 다른 느낌이었구나. 깨닫게 되었다.

 

하나 확실한 것은 어쩐지 나이가 많아 보이는 마흔 살이 되었다고 당장 '불혹'이 되진 않아. 하긴 40대가 불혹이라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돼. 그건 역으로 40대가 가장 미친듯이 흔들릴 때라서 흔들리지 말라고 괜히 만들어 놓은 말 같아. 내 주변에 흔들리지 않은 사람 단 한 명도 없었어. 아무튼 마치 치열한 젊음을 은퇴한 것처럼 초연해지거나 고민이 다 해결되거나 그러지 않아. 그리고 몇 살이 되어도 고민하는 것은 좋은 거야. 고민한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뜻이니까. 고민을 하니까 우리는 스스로를 찾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거야. 40대가 되었다고 다 산 노인네처럼 굴지 말고 몸과 마음 둘 다 열심히 움직여야지. 에너지는 사용한 만큼 고스란히 순환돼서 내게 돌아오니까.

 

정말 그렇다. 마흔이라서 안 흔들린다는 말은 뻥이다.

언제쯤 나도 좀 흔들리지 않고 상황을 받아들이고, 정말 "어른"이 되어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심지어 나는 내년에 5를 다는데! 이 나이 실화냐고!

몇 살이 되어도 고민하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40, 50이 되었다고 다 산 노인네처럼 굴지말고 몸과 마음 둘 다 열심히 움직이자고.

나는 그녀의 글을 읽으며 용기를 얻었다.

그래! 아직 좀 더 고민하고 치열하게 살아보자.

"어른인 여자"들이 털어놓는

여자로서, 작가로서, 생활인으로서의 삶의 이야기들.

그래서 "다정하고 감동적인 침범"이라 부를 수 있는 책,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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