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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마지막을 함께 할 어머니의 가르침 | 리뷰카테고리 2020-01-04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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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만년의 집

강상중 저/노수경 역
사계절 | 2019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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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중 교수의 책을 도서관에서 여러 번 들었다놨다 하다가

2017,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으로 드디어 만났다.

최근 직장에서 이 책을 함께 읽기로 해서 다시 꺼내봤는데

"좀 어려웠던 책"으로 기억에 남았을 뿐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다.

일을 함에 있어서도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어찌 이리 깡그리 잊었단 말인가.

나의 기억력을 한탄하며 책을 다시 꺼내놓은 차에

그의 신간 소식을 들었다.

<만년의 집>

그의 사적인 글들을 모은 책이라고 해서 더욱 반가웠다.

강상중이라고 하면 그저 재일 한국인 2세 지식인으로만 알고 있었기에

그의 사생활은 어떨까 궁금했다.

 

1950년생인 그는 얼마 전 도쿄를 떠나 나가노 가루이자와 고원지대 작은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생전 처음 꽃과 채소를 가꾸며 아내와 온전한 시간을 보내고

상상도 못했던 일, 고양이를 키우며 60대 이후의 삶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아들을 잃은 슬픔, 재일교포로 살았던 삶, 한국과 일본에 대한 자신의 느낌.

그리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아내에 관한 이이야기들이

솔직하게 표현되고 있어 "강상중"이라는 사람이 이런 사람이구나

감히 그를 조금은 알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책의 부제에 "인생의 겨울을 준비하는"이라는 표현이 있다.

조금은 슬프지만 또 겨울을 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이 책 전체에는 "사람은 먹어야 하는 존재다"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이 구석구석 들어있다.

강교수를 평생 먹여살린 가르침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 그에게 자꾸만 생각나는 것들이었다.

 

봄이 찾아왔다가 물러날 때까지 각각 제 색깔을 한껏 뽐내면 우리 집 뜰의 작은 꽃들은 그 역할을 마치고, 이제는 푸른 잔디와 나무들이 무성해지기 시작한다.

나는 고원의 여름을 겪으며 처음으로 담담한 수채화같은 여름이 있음을 알았다.

소싯적 '불타오르는 청춘의 여름'과는 달리 차분해진 정열이 잔불처럼 고요히 타오른다.

열에 들뜬 원색적인 여름, 그리고 고요한 잔불이 마지막을 향해 타 들어가는 여름, 이 두 개의 여름은 잊을 수 없는 사람과의 추억으로 나를 이끈다.

 

나이가 들면서 느껴지는 계절 역시 조금씩 다른 모습이다.

예전엔 그저 덥다, 시원한 것을 마시고 싶다는 안달난 모습의 나였다면,

지그시 더위를 누르고 따뜻한 차를 마시는 낯선 경험을 하게 된다든가,

누구보다도 빨리 여름이 가고 있음을 느끼기도 한다.

산으로 들어간 그는 담담한 수채화같은 여름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인생은 그래서 계속 살아볼 가치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회갑을 지날 즈음 다시 한 번 어머니의 가르침을 마주했을 무렵, 대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원전 사고가 연속적으로 일어나 거대한 비극이 수많은 무고한 사람을 덮쳤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주먹밥 하나로 인정과 연민의 마음을 모았다. 산다는 것은 먹는 것이며, ''이 이어지는 한 사람도 살고 지역도 산다는 것을 통감했기 때문이리라.

    

수많은 책을 읽고 많은 지식을 쌓고 좋은 책을 써냈던 강상중 교수는

회갑이 지나 새삼스럽게 어머니의 가르침을 곱씹으며 천천히 만년을 지내고 있다.

지금까지의 책에서보다는 훨씬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글들에서

그가 지은 만년의 집은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 황혼의 길에서 가장 내면의 글을 이끌어낸 강상중 교수의 신간

<만년의 집>이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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