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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참 좋아하는 것, 문구를 찾아 떠난 여행 | 리뷰카테고리 2020-02-09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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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의 문구 여행기

문경연 저
뜨인돌 | 2020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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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갈 수 없는 책들이 있다.

아니야, 아니야 라고 아무리 고개를 저어도 결국 손에 쥐게 되는 책.

이 책이 그랬다.

인터넷 서점 첫 화면에 이 책이 등장했을 때부터 읽고 싶었다.

무슨 내용인지 알 것 같은데 왜 직접 확인을 해야 하는건지.

하여튼 결국 내 손에 들어왔고, 소중하게 들고다니며 읽었다.

읽으며 한숨이 나왔다. 세상은 넓고 예쁜 문구는 많구나.

 

책상 서랍 네칸을 채우고도 부족해 옷장 한칸을 차지하고 있는 문구와 각종 서적 관련 사은품들.

너무 많아 문이 닫히지 않으면 조카들에게 나눠주지만 화수분처럼 금방 채워진다.

어쩌겠나. 나의 운명은 이런 것을 사고 뿌듯해하고 나누는 것인데.

여튼 이런 얄궃은(?) 운명을 가진 자가 또 한 명 있으니

이름도 거창한 "문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한 문경연 작가가 그렇다.

 

부모가 엄청난 부자가 아닌 다음에야 멀쩡한 청년이 문구를 위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남들 눈에도 스스로에게도 뭔가 쑥쓰럽기만 한 것이었을테지.

그래서 그는 떠나기 전에도, 떠난 뒤에도 자꾸만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한다.

그 시간을 즐기지 못하고 멈춰 서서 자신의 미래에 이 시간들이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걱정한다.

한참 나이가 더 든 나로서는 그런 저자의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그 당시엔 충분히 할 수 있는 고민이 아니었을까 싶다.

오히려 너무 당당하게 다녔다면 좀 얄미운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

끊임없이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 그게 젊음이 아닐까?

 

파리, 베를린, 바르셀로나, 런던, 뉴욕까지.

온전히 그 여행을 문구를 찾아 떠난 여행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다녀와서 "아날로그 키퍼"라는 작은 문구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세계 곳곳에서 발견해 소개하는 문구들은 하나같이 특별한 것들이다.

누군가 사용했던 것이라 더 소중하고,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제품이라 독특하다.

사진으로 제품들을 만나며 수많은 침을 흘렸지만

하나라도 더 구매하려고 차비를 아껴가며, 밥값을 계산해가며 지내는 저자를 보니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게 이런 것이었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래, 남들이 보기에 "정상적"이지 않으면 어떤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일을 하면 되는 것을.

 

나는 문방구를 나올 때면 매번 한국에 있는 보고 싶은 사람들의 이름을 생각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쓸 편지를 어떤 문장으로 생각한다. 내내 곱씹은 첫 문장을 따끈따끈한 편지지에 풀어놓을 때면 문구 여행의 의미가 바로 선다. 그리고 이들에게 줄 수 있는 단 하나의 원본, 내가 직접 쓴 편지, 단 한 문장만 적더라도 그 편지는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한 장의 원본이기에, 그 자체로 충분히 훌륭하다.

 

최근엔 편지를 잘 쓰지 않는다.

쓰고 싶은 말들은 카톡으로 다 날려버리고 사실 편지로 쓸 말들이 남아있지 않다.

생일을 맞은 지인에게 정성스럽게 쓰던 생일 축하 카드도, 크리스마스 카드도 점점 쓰지 않게 되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우선 내가 너무 여유가 없고, 두번째, 갑자기 쑥쓰러워 진 탓이다.

늘 나만 그렇게 카드를 썼고, 다른 사람들은 문자로 "고마워~"라고 했다.

뭐지. 나는 마음을 전하는데... 뭔가 나만 막.. 손해보는 느낌이랄까, 내맘을 들킨 것 같아 들켰달까.

그동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단 한 장의 원본을 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종이에 글을 쓰는 것은 무척 쉬운 일이지만, 제대로 쓰고자 하면 얼마든지 묵직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의 태도에서 배웠다. 이런 마음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이 공간을 통해 전해졌을 것이다. 엽서를 사러 들어왔던 학생이 나이가 들어 벼루와 먹을 사러 방문할 것이며, <츠바키 문구점> 속 주인공의 어머니처럼 손녀에게 선물할 붓을 살 때는 가장 먼저 큐쿄도를 떠올릴 것이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얼마든지 소중하고 고급스러운 취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날로그한 문구의 힘을 잔뜩 느낄 수 있다.

 

이 페이지를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츠바키 문구점>을 기억해냈다.

결국 이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저자는 츠바키 문구점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그래,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놓칠 수 없는 책이었지. 그 책은.

어디서나 살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문구들이, 그리고 그 종이에 쓰인 편지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란걸 알려줬던,

잔잔해서 더 좋았던 <츠바키 문구점>.

 

요즘 워낙 고퀄의 제품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문구는 그렇게 비싸지 않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한두개 살 수 있는 물건들이다.

그런 것들에 마음의 안정을 느끼고, 내가 가진 무언가를 꾸미고 적어보고 사용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 것, 그게 소중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특별한 종이에 내 맘을 담아서 누군가의 인생에 기쁨과 위로를 줄 수 있다면,

그것이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의 부제에서 말한 것처럼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용기에 대해" 이 책은 많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리고 말해주고 싶다. 그 좋아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고도 또 누군가가 해야할 일이라는 것을.

 

거창하게 말하면 "문구를 좋아하는 한 덕후의 세계문구여행기"이자

좋아하는 것을 위해 용기를 낸 한 젊은이의 멋진 세계여행기,

<나의 문구 여행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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