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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가는 기분 by 박영란 - 마음이 뭉클해지는 편의점 이야기 | 책리뷰- 소설.문학 2020-06-2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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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편의점 가는 기분

박영란 저
창비 | 2016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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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 편의점 가는 기분 by 박영란 *

* 평점 : ★★★★

* 실제 읽기 마친 날 : 20.05.15

편의점이라는 공간은 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뜨내기들이 들락날락하는 곳, 어느 지역을 가도 일률적인 시스템에 어색하지 않은 곳, 자주 와도 안부인사는 커녕 눈인사도 삭제되는 곳, 철저하게 개인적인 곳이라는 아우라를 뿜어대는 곳.

그 곳에서 세상을 배워가는 아이는 소외된 이웃들을 지켜본다.

자신이 지켜줄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

다양한 사람들이 들고나는 장소인 편의점에서 할아버지를 도와 새벽알바를 하는 나.

보통의 아이와 조금은 다른 걸음걸이의 수지, 오토바이를 잃어버린 훅, 세상 모든 것을 아는 것 같은 알바 누나, 정신 놓은 엄마와 따뜻한 곳을 찾아 밤새 돌아다니는 꼬마 수지, 동네를 돌아다니며 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는 캣맘아줌마.

그들과 세상을 공유하면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책임을 배우고, 상생을 배우고, 연민과 애정이 한끗차이라는 것도 배운다.


p.25) 미성년자한테 주류를 파는 건 불법이다. 하지만 미나는 혼자 산다. 사람이 혼자 산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어른인 셈이다.

p.63) 나를 제일 쩔쩔매게 하는 게 바로 자기 흉한 꼴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내 놓는 사람들이다.

p.66) 수지가 아무리 이 세상에 대해 많이 알고 걱정하고 생각한다 해도 이 세상은 수지 따위는 눈곱만큼도 상관하지 않을 거다. 만일 이 세상의 음악이나 영화나 책에 대해 알고 있는 만큼 돈이 주어진다면 수지네는 신지구에 아파트를 살 수도 있었을 텐데. 하지만 수지네는 구지구 같은 쓰레기 동네에서조차 햇빛이 드는 깨끗한 방 한 칸 가질 수 없었다. 그러니 수지가 아는 것들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게 맞다.

p.111) 세상이 나 같은 사람도 적응할 수 있도록 미지근하게 굴러간다면, 나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마트를 하면서, 깔창이 필요한 수지와 사랑하고 결혼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p.125) "사람이간 게 그렇거든. 나쁜 맘들은 더러 먹어도 진짜로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사람들은 나쁜 것보다는 좋은 일에 더 쉽게 마음을 내주니까."

p.165) 우리 외할아버지처럼 나이도 만고 뭘 조금 가진 사람들은 조심할 수 밖에 없다. 그 '조금'을 잃어버리면 다시 찾을 기회도 없다.

p.200~204) 프랜차이즈 장사의 위험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다. 그것은 들어오는 돈을 그가 온전히 가져 볼 틈이 없다는 것이었다. 손써 볼 새도 없이 돈은 여러 명목으로 프랜차이즈 본사에 빨려 들어갔다. 편리함과 안전으로 포장된 프랜차이즈 장사란 그런 거였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의 관계는 돈이 수혈되지 않으면 금세 깨져 버린다. 그 관계에는 어떤 의견도, 어떤 사정도, 어떤 감정도 고려되지 않는다.

"처음엔 한순간에 추락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갑자기 그렇게 된 게 아니었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추락하고 있었는데 모르고 있었어요. 잘되어 가고 있다고 착각했던 거예요. 나만은, 우리 가족만은 아니라고 우기고 있었던 거죠."

"사람들이 망하는 걸 겁내는 이유는 그다음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고 두려워서겠죠. 그런데 바닥으로 꺼졌다 해도, 망했다 해도 삶이 다 끝난 건 아니더라고요. (...) 삶의 모습은 하나가 아닌데, 꼭 한 가지 방식으로만 살아야 할 것처럼 매달려 왔던 것 같아요."

"이 방식의 삶이 망한다는 건, 다른 방식의 삶이 시작된다는 뜻일지도 몰라요. 다른 세상의 문이 열리는 거예요."

- 이 책의 말미에서는 정신을 놓은 엄마를 데리고 다니는 아홉살 꼬마 수지네의 이야기가 나온다.

프랜차이즈 편의점에 대한 위험성이 적나라하게 적혀있다.

어제 시골집에 다녀오는 길에 신호대기중에 사거리에 나란히 자리잡고 있던 편의점 두 개가 떠올랐다.

시의 외곽의 작은 단지 아파트를 뒤에 두고 서로 다른 본사를 가진 편의점이 한 집 건너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며 두 편의점의 매일이 그려졌다.

많지 않은 손님을 둘이 나눠 가져야해서 힘들겠구나..

본사가 달라도 파는 것이 다를 다 없는 같은 업종인데 체인점을 열게 해주었는지, 대기업들의 상도덕의 부재와 체인점주는 배려하지 않는 상업행태가 눈꼴시었다.

정년이 짧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체인점으로 쉽게 눈을 돌린다.

쉽게 눈에 가는 것만큼 쉽게 무너질 수 있음을 알려주는 사회 르포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p.46) "세상엔 그보다 훨씬 두려운 일도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내 말은…… 모든 일에 감정을 상해서는 안 된다는 거지. 뭔가를 정말 책임지려면 감정부터 격해져서는 안 된다는 거고."

"화내는 건 쉬워. 책임지는 게 어렵지."

p.150)"어떤 일에 노련해진다는 건 그 일에 책임을 지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 일에 생활이 달렸다는 거고, 그만큼 무게를 짊어졌다는 뜻일 거야. 그런데…….

편의점 알바 일에 노련해진다는 거, 그거 슬픈 일이다.

잠깐만 하려고 시작한 일이 오 년, 십 년 계속되면 슬픈 거지.

(...) 아무리 노련해져도 경력을 인정받는 게 아니니까. 노련해지지 않는 편이 더 좋은 일 중 하나가 바로 편의점 알바야."

p.79) "같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있다 해도 사람들이 각자 느끼고 반응하는 감각은 여전히 다를 수밖에 없어. 아니, 어쩌면 역으로 말해, 같아진 시간을 통해 절대 같지 않은 불평등의 시차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지."

"너랑 나는 똑같은 상표의 커피를 마시는데, 나는 왜 이렇게 살 수밖에 없고, 너는 어째서 그렇게 살 수 있는 거지? 이걸 자각하게 되는 거야."

"자각하면 의견을 갖게 되고, 의견이 생기면 화가 나겠지. 이 세상에 대해서 말이야. 그러면 움직일 수도 있지 않을까?"

"바꾸려 들겠지. 자신을 그리고 세상을."

- 아, 정말 이 알바 언니, 완전 짱이다.

어쩜 이렇게 세상의 이치를 다 깨우쳤을까?

이런 저런 알바를 하다보면 세상이 눈에 보이는 걸까?

40넘도록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툭툭 뱉어낸다.

그 뱉어낸 말들을 곱씹으면서 나역시 툭툭 말을 던진다.

에이, 이게 무슨 청소년문학이야, 성인라고 불리우는 나도 깨닫지 못한 것들을 말하는데....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자각하고 있는건가.

사실 커피 한 잔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커피값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올라간다.

비싸다 생각하면서도 그 곳에서 커피를 홀짝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 정도는 먹을 수 있는 경제력이 있다는 안도감? 너만 마시냐 나도 마신다, 라는 허세?

알바 언니가 말한 것처럼 나는 자각하고 화를 내며 나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움직여야 할텐데, 오히려 나는 그 부류에 들어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공간을 이용하는 비용, 브랜드를 사는 비용이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비싼 것을 알면서도 나의 분수와 나의 입장을 합리화하는 데 바쁘다, 이런 것을 유지하려면 저 정도 되어야겠지..라며.

사실 비싼 커피를 마실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것을 안다.

때에 따라 마실 수도 있고, 마시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나를 남에게 합리화시키지 않겠다는 마음가짐, 누리는 것에 그럴 가치가 있는지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 곳에서 나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나의 가치를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p.216) "일생 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워. 그런데 정해진 것 외에 다른 것들은 배울 수가 없지. 배울 생각도 안 해. 아니지, 다른 걸 배우기를 겁내. 그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니까.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어쩌면 말이야, 알면 안 되는 것들을 배워야 하는 지도 몰라. 다른 방식으로 사는 법."

- 읽은 지 한 달이 넘은 책,

그냥 지나가려니 마음에 자꾸 걸려 인덱스를 붙여놓은 문장이나 적고 지나가자 했다.

왜 이리 인덱스를 많이 붙여놓은 거야, 청소년 도서에..

적으면서 마음에 까만 점이 하나씩 콕콕 찍힌다.

내가 사는 삶이 표본으로 남는다면.. 과연 미래의 사람들은 나의 삶을 행복했다 여길까.

나의 삶을 부러워할 인생이라 생각해줄까.

내가 사는 삶을 떳떳하게 행복하다고, 충분히 멋지게 살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하나하나 옮겨 적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불현듯 나의 삶이 녹록한 삶이 아님을 온 몸으로 다가왔다.

바람따라 흘러가는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훅'의 말처럼 나도 저항하고 인생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것들을 배우는데 열을 올려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지인에게 말하면서 간단히 하고 싶어 하는 일이라 하기에는 너무 방대한 분야라 망설인다는 이야기를 했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분명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될 것은 분명하다.

도움이 되려면 재능 플러스 미친 열정 플러스 시간이 합세되어야 하기에 경쟁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훅'의 이야기를 읽으며 해보기로 했다.

해보다 보면 나의 삶은 지금보다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지도,

바람따라 흘러가는 것보다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글을 끄적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떠한 세상일까, 하고.

많은 청소년도서를 읽으면서 질풍노도의 시기의 아이들이어서 불안하고 부정적 감정이 많을 거라는 것을 알지만, 조금 더 밝은 세상이 그려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를 대변하는 문학인지라, 아이들의 감정을 글로 이해하고 또 이해받으려 하는 거라 알면서도 먹구름 잔뜩 낀 날의 이야기보다 화창한 날같은 이야기가 많았으면 하는 욕심이 든다.

편의점에 들락거리는 소외된 이웃들의 모습이 내 모습일까봐 무서워진다.

어느 날 나도 모르게 정신을 놓아버린 아줌마가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인간과 동물이 상생하지 못한 채 어느 한 쪽이 멸해야 하는 적대적인 감정이 나를 덮칠까봐 무서워진다.

그럼에도 희망을 놓지 않는다.

다수의 불행한 이들이 모여 조금씩 소리를 내어 불행하다 여겼던 삶이, 바닥이라 여겼던 삶이,

조금씩 긍정적인 삶으로, 바닥에서 위로 올라와 밝은 빛을 볼 수 있게 되리란 희망을 바란다.

마음 힘든 아이들이 지금보다 적어지는 세상이 되기를,

마음 힘든 어른들이 지금보다 적어지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이 아이가 지키고 있는 편의점이 많아진다면 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질 것 같다.

이런 편의점이라면 가는 내내 기분이 살랑거릴 것 같다.

띵똥~ 울리는 문소리가 반가울 것이고, 그 안에 가득할 훈기에 시린 가슴들도 녹아내려질 것 같다.

공간이 사람을 만들고 가리는 세상이 아니라 사람이 공간을 채우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들이 모여 공간이 좋아지게,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공간이 따뜻해지게,

점점 무서운 일들이 많아지고 이웃간의 정이 없어지는 세상이 되어가지만 우리 하루에 한 번이라도 자주 봐 온 이웃에게 가벼운 인사 한마디 건네보자.

"좋은 아침입니다.!"

"수고하시네요, 감사합니다!"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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