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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저
놀 | 2016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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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30일>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by 박연선 /다산북스

평점 : ★★★★


더위를 많이 타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번 여름은 왜 이리 더운지 가만히 있어도 힘이 듭니다.

선풍기 앞에 대자로 누워 있으면서도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정말 살인적인 더위라고 할만큼 대단한 날들을 힘겹게 보내고 있던 찰나, 여름과 딱 맞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제목을 보니 땀을 식혀줄 그런 으스스한 책같습니다.


이 책의 띠지를 보니 '한국형 코지 미스터리' 라고 써 있길래 코지 미스터리를 찾아보았어요.

어느 친절한 블로거 분께서 올려 놓아주신 글을 살포시 가져왔습니다.


 

코지 미스터리란 무엇인가?

코지 미스터리는 국내에 비교적 많이 번역 출간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용어가 생소한 탓인지 의외로 많은 독자들이 코지 미스터리가 도대체 무어냐고 물으시는 것 같아 간단하게 정리해 볼까 합니다.

 

코지 미스터리의 ‘cozy’는 사전적 정의로 아늑한, 친밀한 뭐 이런 뜻입니다. 말에서 풍기는 부드럽고 간지러운 뉘앙스만으로도 대충 어떤 뜻인지 아실 겁니다. 대충 의미를 알면 어떤 작품을 코지 미스터리라고 하는지 대충 짐작이 가실까요? 일단 섹스와 폭력이 배제됩니다. 선정적이거나 잔인한 묘사가 없고(여기서 독자들의 호불호가 좀 갈릴 수도 있겠죠), 작은 마을이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사건을 다룹니다.(미스 마플이 대통령 암살이나 악당들의 핵공격을 저지하지는 않죠.) 즉, 부드럽고, 온화하고, 친절하고, 정중하고, 평온하고, 세련되고, 교양있는.... 뭐 그런 점잖은 추리소설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살인마저 목가적인 분위기를 띠며, 아예 살인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조차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 가벼운 작품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겠죠. 

 


이 책을 읽은 후에 '코지 미스터리' 라는 뜻을 찾아보았는데, 이 분의 설명한대로 이 책의 장르는 정말 딱 맞는 '코지 미스터리'였습니다.

선정적이지 않고 잔인하지도 않으면서도 재미있는 내용의 빠른 전개가 제 마음에 쏙 들었다지요.

이 책을 보며 아는 언니가 생각났습니다.

잔인하고 무서운 것은 꿈에 나올까 읽지 못하는 친한 언니.. 그래서, 쉽게 읽혔던 기욤 뮈소의 책조차도 접하지 않은 그 언니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 띠지를 벗겨내니 홍간난 여사님과 강무순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입니다.

뜨아..사이즈가 다른 네 쌍의 발들..

이렇게 네 구의 시체가 나오는 이야기인가 싶어서 잔뜩 맘 졸이고 읽었답니다^^

 

 

강무순의 직업은 입시생을 가장한 백수입니다.

강무순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깊고 깊은 산골 마을인 아홉모랑에 내려가게 된 식구들..

할아버지의 빈자리로 할머니가 걱정된 자식들은 백수인 딸이자 조카인 무순이를 할머니 옆에 놓아 두고 도시로 귀환합니다.

 하루 아침에 시골에 버려진 무순이..

"해가 똥꾸녕을 쳐들 때까지 자빠졌구먼." .. 이라는 말도 서슴없이 하는 할머니와 혼잣말로 꽁시랑꽁시랑거리는 무순이는 아침마다 전쟁입니다. 

할 일 없어 개를 산책시키다 미친년 소리도 듣고, 엉망인 꽃밭을 가꾼다는 커다란 꿈을 꾸며 잡초뽑기만 하다 말고.. 사람 한 명 찾아오지 시골이라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 성냥개비같은 우체부 아저씨가 반갑기만 한 무순이..

밤늦게까지 할 일이 없던 무순이는 읽을 책을 고르다 어렸을 적 자신이 만들어 놓은 보물지도를 발견합니다.

그 지도에 그려진 곳이 마을에 있는 종갓집인 것을 알게 되고, 그 집 아래 보물이 있을거라 생각하고 땅을 팠는데, 글씨가 지워진 오각형 뱃지 하나, 목각 인형 하나, 젖니 하나가 들어있는 상자를 찾아냅니다.

보물 상자에 들어있는 물건의 주인과 의미를 찾아가는 무순이와 종갓집에서 우연히 만난 종갓집 아들 창희는 15년전의 4명의 소녀 실종사건과 마주치게 됩니다.

한 마을에 사는 4명의 소녀들은 우연하게 같은 날 사라져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었지요.

15년 전 사라진 네 명의 소녀들은 종갓집 외동딸인 중학생 유선희, 빨간 지붕집의 고등학생 유미숙, 선희와 같은 반이었던 황부영, 목사 둘째 딸 초등생 조예은이었습니다.

무순이와 홍간난 할머니는 창희와 같이 15년 전의 실종이야기의 실타래를 조금씩 풀게 됩니다.

많은 비로 세상에 나오게 된 조예은의 뼈, 죽은 줄 알았던 유미숙이 결혼까지 하고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효녀라고 소문났던 황부영 또한 생사를 알게 됩니다.


 

사건을 해결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진실은 처음에 웃으며 책장을 넘기던 것과 판이합니다.

씁쓸하기도 하고, 소녀의 인생이 한 인간의 욕망으로 스러져버린 것에 비참하기도 했습니다.

또, 보여지는 외면의 모습과 보이지 않는 내면의 모습을 가진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혼자만 알고 있는 나의 모습과 다른 이들이 알고 있는 나의 모습은 달라보여도 다 나의 모습입니다.

다만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한 타인의 시선으로 보아지는 모습으로 우리는 기억이 될 것입니다. 

기억되는 그 모습이 진실인지 아닌지 나 스스로가 깨닫고, 가짜의 모습으로 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마다 '주마등'이 나오는데, 책을 다 읽은 후에 묶어서 읽어보셨다는 분들이 계셔서 저도 따라해보았습니다.

연결되는 이야기속에 전혀 사건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의외의 인물이 서서히 얼굴을 들어내고, 마침내는 또렷한 얼굴이 됩니다.

자기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고 지낸 평생의 세월.. 그 가짜의 모습의 진실이 밝혀졌으면 하는 화가 밀려옵니다.


* 반전주의!! 라고 당당히 밝힙니다, 이 책은^^

정신 놓고 웃다보면 시체보다 차가운 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책장을 덮으며 진실을 알게 되어 씁쓸해져버린 제 마음을 이해하는 듯한 단 한 문장의 문구였습니다.

이또한 이중성이지 싶습니다. 

불편한 진실보다 따뜻한 거짓이 더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럼에도,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거짓은 불편하더라도, 씁쓸하더라도 이겨내야 하는 딱한 감정일 것입니다..

 

 

* 읽다가 이 대목에서 수아씨는 빵!! 터졌습니다.

도시 처녀인 무순이가 아홉모랑 시골 마을에서 할 일 없어 집에 매어있던 개를 산책을 시켜주는데, 그 모습을 보고 시골 할매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개는 왜 끌구 다닌댜?"

"말만 한 처녀가 개 끌고 다닌다고 미친년인 게라고 소문났더라."...

라구요^^

읽으면서 시간이 무료하니 개 산책도 좋겠다.. 하면서 무순이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읽고 있던 수아씨도 뒷 부분을 읽고 마치 내가 '미친년!' 소리를 들은 듯한...ㅎㅎ

 

 

할 일은 잔뜩 쌓여있으나 도저히 움직이기가 힘든 날씨인지라 책이나 잠깐 볼까..했지요^^

날씨 덕분에, 제목 덕분에 택배를 받자마자 잠깐 펼쳐본 책!!

분명 잠깐 읽으려고 펼쳤으나, 작가의 빵빵 터지는 재미있는 문장들을 읽으니 읽기를 멈출수가 없었습니다.

첫 장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스멀스멀 기어나오더니, 급기야 몇 장이 지나면서는 피식피식 웃으며 읽고 있는 제가 있었답니다.

옆에 있던 아이들도 이상해합니다.

분명 엄마가 책을 읽고 있는데, 자꾸 웃어대니 말이예요.

물론, 웃을수는 있으나, 책 제목을 봐서는 웃을 내용이 아닐 것 같은 책 같으니 말이예요.

아이들의 그런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책을 보는 수아씨.

정말 오랫만에 문장 하나 하나가 유쾌하기 짝이 없는 책을 만났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책과 겹쳐지는 장면, 장면들의 드라마 영상들..

이 책이 드라마로 나온 것이 아님에도 제 머릿속에서는 마치 기존에 있는 드라마를 연상하는 듯한 착각을 하고 있었어요.

홍간난 여사와 손녀 딸인 강무순과의 대화 장면이, 무순이 혼잣말하는 장면들, 일영이와 쭈그리고 앉아서 공기놀이하는 장면까지도 어느새 머릿속에서 그려져 샤샤샤~ 지나갑니다.

여름 납량특집 드라마로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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